- 한국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3, 외국 분위기 물씬한 음식(윤성의)-


* 2016. 8. 18(목) KBS제1라디오 '라디오 전국일주' 방송분입니다.

* 아래글은 제 블로그의 글 (타협하지 않은 아프리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원고입니다.

  


오늘 함께 돌아보고 싶은 한국의 이국적인 여행지는 서울 이태원 일대입니다. 서울 중에서도 특히 이태원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이 많은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유일한 이슬람 모스크도 있고, 아랍이나 인도, 남미의 독특한 음식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이미 많은 분들이 이 곳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나름대로 즐기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건 이러한 이태원을 더욱 이국적으로 맛볼 수 있는 두가지 아이템, 아프리카 음식과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머물러 보기입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소개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나서는 것부터 왠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것 같은 설레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면도구와 옷가지까지 구겨넣은 가방을 메고 이태원의 가파른 골목길을 헤매며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짐을 풀면 왠지 배낭여행객들의 성지라는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에 막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이야, 이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라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짐을 풀고 찾아간 곳은, 늘 눈여겨보기만 하던 그곳이었습니다. 이태원에 갈 때마다 늘 지나치는 골목, 늘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아프리카 음식점. 아프리카 음식점이라니 대체 어떤 맛의 음식을 파는 걸까, 친절하게도 요리 하나하나 사진과 제목이 적혀 있는 메뉴판같은 커다란 간판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가늠해 볼 수가 없어서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던 곳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아프리카 음식은 대중화되고 세계화된 다른 지역의 음식들에 비해 그 고유하고 독특한 맛을 타협하지 않고 지켜내고 있을 거 같아서 약간의 주저함도 있었구요.

오늘 하루는 여행객이니깐, 기세좋게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안에는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들이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둘씩 셋씩 모여앉아 못 알아들을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국인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쪽 벽면에 조그맣지만 단호하게 액자에 넣어져 걸려있던 사업자등록증이니 그런 서류들에서 보이는 낯익은 한글의 분위기 말고는 온통 낯선 이국의 분위기. 순간 나이지리아쯤 되는 아프리카 어딘가로 휙 순간이동해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는 메뉴 중에서 더듬듯이 주문을 하고 나서야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물비누랑 핸드로션의 용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음식들을 손으로 먹고 나서 함께 나온 분홍빛 양동이에 담긴 물에서 손을 씻으라는 의미. 사실 다른 아프리카인 손님들에겐 전부 기본으로 주어졌던 이 양동이 대신 우리 테이블엔 스푼과 포크가 제공됐지만, 괜히 특별대접받고 싶지 않아 손으로 먹겠다고 양동이를 달라 굳이 부탁했습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면 하얀 쌀가루나 나뭇가루 같은 걸 물에 개어서 떡처럼 해서 먹는 이란 음식이 있죠. 생각보다 풀기도 없고 미끈한 느낌, 그야말로 '무미'해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빵을 손으로 떼어 돌돌 말아서 먹듯이, 알아서 적당량을 떼어 손으로 매만지곤 스프에 찍어 먹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함께 주문했던 볶음밥 역시 향신료나 재료가 꽤나 독특한 느낌이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직접 손으로 떡처럼 만들어먹는 재미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더니, 문득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왠지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훌쩍 돌아와버린 느낌, 약간의 아쉬움이나 섭섭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이태원은 온갖 이국적인 음식점과 술집이 가득한 거리, 하룻밤을 머물기로 맘먹은 여행자에게는 또다른 도전과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평소 벼르고만 있다가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 있다면, 이렇게 하룻밤 여행자로 머물면서 시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낯설게만 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 윤성의였습니다.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버킷리스트에 넣는 것 중 최우선 순위를 늘 다투는 건 '두리안 먹기!'


그러다보니 현지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어디가면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지, 어디가 특히 맛있는 집인지 등등을


캐물어보고는 아무리 먼 곳이라 해도 기필코 찾아가는 거다. 


싱가폴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감히 과일지왕 왕중지왕 최고존엄 두리안님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과일을 좋아하냐는 투의 깜짝 놀란 표정을 잠시 보이고는, 겔랑로드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모호한 힌트를 준다.


하지만 그 정도 힌트면 충분. 이미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북적대고 수상쩍은 냄새로 가득한 시장통 한복판의


한줄기 두리안 향기를 따라 기어코 두리안 가게를 찾아냈던 나다. 다짜고짜 겔랑로드로. 나머지는 코에게 맡기고.


빙고! 심 스트리트(Sims St.)와 겔랑로드(Lor 13 Geylang to Lor 18 Geylang)에 이르는 공간을 찾아냈다.


짙은 두리안 향내가 지천에 퍼지고 온통 두리안을 산처럼 쌓아둔 채 쉼없이 껍데기를 벗기고 있으니, 이는


싱가폴의 두리안 성지라고 부름에 부족함이 없으렸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찾아낸 두리안 성지에서도 그랬듯 여기도 소품은 단출하다. 두리안님을 올려둘 테이블,


미처 영접하지 못하고 손끝에서 끝나버린 두리안님의 과육을 닦아낼 휴지(크리넥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두껍고 뾰족하기가 하늘의 왕국을 지탱하는 자의 면류관과 같은 두리안님의 갑옷을 특별관리해두려는 커다란 


바께쓰(라고 쓰고 쓰레기통이라 읽음). 



말레이시아에서는 두리안님의 과육이 손의 피부세포로 흡수되는 것조차 막고 한줌남김없이 입으로 영접하기 위해서


(혹은 두리안의 향이 손에 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겠지만) 비닐장갑까지도 준비해


두었던 것 같은데 싱가폴에선 없었던 것 같다. 두리안님을 대하는 양국 국민의 차이랄까. 싱가포리안들에게 +1점.



나중에, 동남아의 어느 두리안 농장같은데 취직해서 두리안님의 탄생부터 성장, 질풍노도의 시기를 직접 보고 이렇게


성숙하는 모습까지 친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다. 홍콩에선가 채 익지도 않아 껍질이 잘 까지지도 않던 두리안을


먹어본 적도 있는데, 그건 거의 생밤을 먹는 느낌이었고, 이제 그보다 덜 익은 두리안님들을 각 단계에서 맛보고 싶은


약간은 음흉한 생각이 드는 시점.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두 가지 부류가 있는 거다. 두리안의 맛을 좋아하지만 향까지 좋아할 수는 없는 사람이


있고, 두리안의 맛과 향을 모두 좋아라 하는 사람이 있는 거고.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아무래도 대다수를 점하니


두리안을 파는 과일가게는 대체로 한곳에 모여 있게 되는 거 같다. 약간 후각의 게토 같은 분위기.


덕분에 뱃속에 들어간 두리안은 커다란 열매 하나에 불과했지만, 코로는 수백수천개의 두리안이 진하게 풍기는 


향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나로선 전혀 불만 가질 것 없는 두리안님들의 집성촌 되시겠다. 


비록 숙소에서 오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긴 했지만, 이정도는 뭐 사실 매일이라도 움직이겠다.


기타 싱가폴 차이나타운의 두리안 전문샵에서 사온 두리안으로 만든 음식들. 


그 가게에서는 두리안 케잌과 두리안 커피, 두리안 밀크티와 두리안 과자, 두리안 말린 스낵과 두리안 잼, 두리안


아이스크림 등등을 팔고 있었는데 위엣것들은 바로 두리안 커피와 두리안 밀크티.


그리고 두리안 과육을 걷어내서 천하장사 소세지 모양으로 포장해놓은 두리안 케잌. 빵 사이에 두리안이 들어간 


(보통 상상할 수 있는 모양의) 두리안 케잌도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두리안 향과 맛이 연해서 땡탈락. 반면 이녀석은


그냥 두리안 과육을 그대로 응축시켜놓은 셈이라 한입 먹어보고 덥썩 질러버렸다. 잘 익은 진한 두리안.


집에 오자마자 치즈 플레이트에 올려서 송송송 썰어서 맥주랑 마시니깐...다시금 두리안 성지가 이곳에 임하셨더라는.





제주도 모슬포항, 제주도의 다른 곳과는 다른 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고등어회를 파는 곳이라 갈 때마다 꼭 고등어회를 벼르곤 한다.

 

조금 숙성된 고등어회에 야채를 조금 얹고 김에 싸먹는 식인데, 고등어가 어찌나 윤기가 자르르하고 맛나던지.

 

...배고프다.

 

그리고 회를 뜬 고등어의 남은 잔해로 거의 끈적해지다시피할 만큼 지리를 끓여내오시는데, 이것도 역시 술 도둑.

 

원래는 '만선'이라는 곳만 맛집인 줄 알았는데, 그 옆에 있는 '돈방석'이란 곳이 더욱 맛난 고등어회를 맛볼 수 있게 해준 거 같다.

 

사진은 돈방석에 다녀갔다는 어느 시인이 주인 아주머니를 두고 읊은 시라고.

 

 

 

 

가이드북에 이끌려 찾아온 곳. 전통 페라나칸 음식을 조금은 분위기 있게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페라나칸이란, 누군가의 후예, 후손이란 뜻으로, 그야말로 미국뺨치는 다민족, 다인종이 자연스레 섞여드는 싱가포르의

 

혼혈인종 그 자체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특히나 아랍과 인도, 중국과 말레이시아인들이 마구 섞인 혼혈 가정의 독특한

 

문화와 음식은 어디선가 경험해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페라나칸 박물관 강추!)

 

이 곳 트루블루는 이미 여러 차례 상도 받고 인증도 받았던 곳인지, 입구에서부터 온갖 상장과 상패들이 즐비하다.

 

그치만 사실 눈길은 이런 재미있는 분수대에 더 쏠리고. 배는 고프고.

 

 

사진이 엉망이지만, 먹는데 바빠 제대로 건질 겨를도 없었다. 이건 치킨과 블랙넛이 들어간 '아얌 부쉬 끌로악'.

 

그리고 이건 정말 조리후에도 손바닥만큼이나 큰 타이거새우와 커리소스가 섞인 '우당 고랭 다온 커리'. 위에 잔뜩 얹힌 이파리는

 

커리 이파리라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바삭바삭하면서 향도 매력적이었던.

 

줄곧 서빙을 옆에서 도와주던 주인 아저씨에 따르자면 삼성가의 자제분들도 즐겨 찾는다는 내실, 페라나칸 문화가 잘 드러나는

 

각종 자수라거나 조각상,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는 내실에도 슬쩍 들러봤다.

 

두리안 빙수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두리안을 좋아라 하다보니 동남아를 찾을 때마다 두리안냄새부터

 

좇아 다니게 되는데, 싱가포르에서 맛봤던 두리안 아이스크림과 두리안 빙수도 색다른 별미.

 

 

참고로 찍어둔 메뉴판 몇 컷.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히말라야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한 일출을 보고, 조금더 안나푸르나 쪽으로 걸어보기도 하면서

 

훌쩍 지나버린 아침시간. 이 풍경들을 이곳에 놓고 와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길이다치면 빈틈없이 내 옆에서 길을 안내해주고 여기는 어디, 저기는 어디, 안내해주던 훌륭한 가이드 커멀.

 

그를 먼저 내려보내고는 거의 한걸음에 한 장씩, 이 멋진 광경을 꼭꼭 새겨두리라 다짐하며 셔터를 눌렀다.

 

 

 

 

 

 

같은 듯 다른 사진들. 뭐하나 차마 버릴 수가 없던 디테일들.

 

그렇게 겨우 숙소까지 도착해서는 지난 밤 덜덜 떨며 비몽사몽간에 홀로 지새운 휑뎅그레한 삼인실 방을 정리하고는 하산 시작.

 

그새 구름을 잔뜩 뿜어낸 안나푸르나. 구름이 어디선가 흘러와서 덮는 게 아니라 산 스스로가 만들어내어 덮는 느낌이다.

 

 

어제에 비해 훨씬 맑아진 하산길의 시계.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길 위로 강렬한 햇살이 빗겨들었다.

 

이제는 안나푸르나를 등지고,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며 가는 길이다. 물고기 꼬리처럼 생긴 마차푸차레 봉우리가 선연하다.

 

몰랐는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게이트의 뒷면에는 이런 따뜻한 인사말이 적혀있었다.

 

 

 

그새 풍성해진 구름 틈새로 안나푸르나 사우스 봉우리가 손을 흔들어주는 듯 하다. 마치 오랜 친구를 떠나듯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마차푸챠레 베이스캠프로 내려가는 길. 전날 오후에 짙은 안개 혹은 구름 속을 헤치며 왔을 때는 몰랐던 풍경이다.

 

 

회색빛 강을 따라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걸어가기를 두시간이 채 안되었을 즈음, 마차푸챠레 베이스캠프를 지나고 데우랄리를

 

지나고, 어느덧 4,120여미터의 고도에서 3,000미터 어간으로, 다시 2,600미터 어간의 도반까지 내려왔다.

 

달밧으로 점심을 먹고, 따뜻하게 몸을 덥히고 다리를 좀 주물러주다가 다시 출발.

 

사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다리에 문제가 있었다. 두개의 스틱을 잘 써서 거의 네발짐승처럼

 

빠르고 안전하게 산을 오르긴 했지만, 하루 열시간을 넘나드는 오르내리막의 산길을 6일째 쉼없이 걷다보니 아마도 무리했던 거다.

 

왼쪽 무릎과 오른쪽 무릎이 서로 통증을 호소하며 자기가 더 아프다고 경쟁하더니, 왼쪽 무릎으로 모든 통증이 옮겨가는 걸로

 

정리가 되어서는 발을 내리딛을 때 거의 도가니가 찢겨가는 듯한 아픔이 있었다. 절룩거리며 왼발을 제외한 세 다리로 하산 재개.

 

그래서, 해발 4,120미터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해발 2,360미터의 시누와까지 내려오기까지는 카메라도 가방 안에 넣고

 

무사히 내려오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특히 점심 먹고 이후의 코스가 꽤나 가파르고 험한 돌밭이어서 조심조심.

 

그래도 무릎에 맨소래담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네팔 현지 연고를 바르고 손수건을 압박붕대삼아 칭칭 감고 걸으니 좀 괜찮은 듯 하여

 

여지없이 열시간 가까이 걷는 하루를 이어갔다. 저녁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시누와 동네 사진 한장. 트레킹코스를 따라

 

길게 형성된 롯지들의 군집. 그게 시누와를 포함한 다른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마을들이 생겨나고 커지는 방식인 듯 싶다.

 

 

저녁은, 두둥. 어느 롯지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Noodle' 메뉴 중의 하나, 'Korean shin lamen noodle'. 심지어 한글로 '신라면'이라

 

적혀있기도 하길래, 대체 맛이 어떠려나 궁금해서 한번 먹어보았는데, 면발이 꼬들꼬들하고 한국보다 더 매콤하니 맛있었다.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등산길보다 하산길은 훨씬 빠르게 주파하는 중이다.

 

올라올 때는 근 이틀이 소요되었던 구간을 하루만에 내려와버린 셈이니. 다리가 안 아팠다면 훨씬 빨리 내려올 수 있었을 듯.

 

 

 

 

호스텔에 물었다. 류블랴나 구시가에서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을 가장 제대로 하는 데가 어디니. 그렇게 찾아갔던 곳.

 

그리고 그곳에 찾아가 다시 물었다. 니들이 가장 자신있는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은 뭐니. 그렇게 맛보게 된 음식.

 

 

Game Plate, 체리 소스를 얹은 사슴고기, 버섯 소스를 곁들인 숫사슴 스테이크, 그리고 후추를 친 야생돼지고기.(19.5유로)

 

사실 일종의 샘플러 메뉴에 가깝지만, 그래도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는 데서 만족했다. 이전에는 류블랴나 성 근처의

 

숲에서 사슴이니 야생돼지를 잡아서 이렇게 조리해 먹었다는 설명 역시 그럴 듯 했다.

 

그리고 하우스 스페셜티.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 모두 라키야라는 과실 증류주를 전통적으로 마셨다고 하는데,

 

대략 30도에서 40도를 넘나드는 독주에 향은 그다지 달콤하진 않지만 목넘김이 굉장히 좋은 술이다. 400ml, 4.9유로.

 

 

레스토랑 풍경.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를 떠나기 전에 한번 더 찾아가 음식을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를 쫄딱 맞는 바람에

 

이것저것 계획이 많이 틀어져 두번째 방문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아쉽게도.

 

그리고 다른 날 아침 일찍, 피자 전문점 같은 곳에 찾아가 샐러드를 한 접시 주문하고 맥주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푸짐한 샐러드보울이.

 

샐러드를 한참 먹고 또 먹고 배부르도록 먹고 있는데 이제 슬슬 화덕엔 불이 들어가서 달궈지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 어디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던,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대중적이라는 맥주 중 하나.

 

 

태국요리의 두드러진 봉우리 하나랄까,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똠양꿍'.

 

현지의 타협하지 않는 맛에는 생강과 온갖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거침없이 뿜어나오는.

 

꼬싸멧의 밀가루 모래사장에 길게 누워 마시던 코코넛 쉐이크.

 

 

그리고 태국의 이러저러한 해물볶음밥. 도대체 이들의 이름은 외우려고 해도 외우기가 넘 어렵다는.

 

웨스턴 스타일의 아침을 먹었을 때도, 유난히 진하고 샛노랗던 노른자위가 박힌 태국의 계란이.

 

역시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있던 매우몹시 맛나던 태국식 커리.

 

그리고 하얀 살이 가득 차있는 게와 커리가 범벅되어 있는 요리.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태국에 와서 한번은 꼭 먹어보아야 할 망고밥. 망고와 코코넛밀크와 동남아쌀밥의 심플한 조합이지만 맛있다.

 

또다른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 네모난 곽에 담긴 형태의 볶음밥이라거나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꽤 진하게 내려주던 맛있는 커피. 이른바 커피벨트가 지나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인접한 나라여서 그런지 맘에 들었다.

 

 

 

 

 

경주역 옆의 해장국골목, 일년 전쯤 경주 여행와서 도착하자마자 카메라 렌즈 부숴먹고는

 

사진 한장 못 남긴 게 아쉬워서 다시 간 김에 여기부터 재방문.

 

꼭 여기가 젤 맛있는지는 모르겠고-다른 곳은 안 가봤으니-주르륵 늘어서 있는 해장국집 중의 하나.

 

역사 오랜 맛집에 어울릴 듯한 이런 주방 풍경. '할매' 할머니는 문 앞에서 문을 여닫아 주시고.

 

메뉴판은 위와 같음. 기본은 묵해장국, 선지해장국, 뼈다귀해장국 등등. 게다가 온통 경주산의 식재료들.

 

선지해장국. 다진마늘을 아낌없이 넣어주셔서 깔끔한 국물맛. 수면 아래 선지가 90%.

 

뼈다귀해장국. 굳이 뼈를 들고 힘들여 발라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말랑말랑한 살점들.

 

음식점 안에는 어디서 나셨는지 이런 공중전화 부스가 뙇. (가게 안에 전화기를 다셨었나..)

 

커피는요 셀프니드. 아마도 제가 경상도 혹은 경주쪽 사투리를 소리나는대로 쓴 거 아닐까 싶다.

 

"커피는요~ 셀프니드~"

 

 

 

 

 전날 눈이 엄청 내렸던 십이월의 어느 날. 춘천으로 내달렸다.

 

 

 가져갔던 NEX-5R의 일러스트레이션 필터를 사용해서 찍어본 사진.

 

 생선들이 주렁주렁 내달린 춘천 엠비씨 안의 이쁜 까페 알 뮤트, R. Mutt 앞에 차를 대고 주변 산책.

 

 코카콜라의 빨간 자판기 앞에 새하얀 백곰들과 물개들이 주르르 엉덩이에 코를 박고 늘어섰다.

 

 까페 옆의 살수송수구, 는 총 여덟개나 되는데 그 위에 색색깔의 번호표를 붙여두었다. 오호라. 이쁘네.

 

왠지 천경자 류의 화려한 원색과 남국의 풍취가 묻어나는 조각이 까페 입구에 서 있었지만 일단은 스킵.

 

 우선은 이렇게 새파란 하늘을 품고 있는 공지천 너머 닭갈비집까지 쉬엄쉬엄 걸으며 좀 바깥공기를 마시기로.

 

 거의 형광색을 띈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파란 하늘이 수면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아..실력이 나부랭이라.

 

 눈이 슬쩍 녹은 가로수길,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그리고 질퍽하게 한걸음 한걸음.

 

다리 옆에 오리배가 뜨는 선착장 가까이엔 온통 얼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방금 지나온 가로수길을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니 온통 하얗게 눈이 덮였고.

 

 

 담배를 꼬나문 아빠, 손길이 새털같은 엄마, 그리고 쪼꼬만 아기까지 눈사람가족을 지나쳐.

 

 꽝꽝 얼어붙은 강과 눈이 번쩍이는 얼음으로 변한 강둑길은 경계가 모호할 지경.

 

그리고 춘천엠비씨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일쩜오 닭갈비던가, 맛있다는 집에 드디어 도착~

 

춘천식 닭갈비답게 양배추와 야채가 많고 푸짐하더니, 밥을 이렇게 돌돌 말아서 볶아주신다. 신기하기도 하고 맛도 있고.

 

다시 알뮤트로 돌아오는 길, 조각공원에 있는 모자상 앞으로 찍힌 발자욱은 마치 저 둘이 찍어둔 거 같기도 하고.

 

 

어느새 깜깜해진 저녁무렵, 아까까지는 채 눈에 띄지 않던 다리 위로 색색의 불빛이 빙판위를 비춘다.

 

 

 

오리배 한 척 뜨지 못하는 공지천의 두꺼운 얼음로 미끄러지는 선착장의 네온사인 불빛들.

 

그리고 알뮤트에 도착했더니 그새 확 바뀐 풍경이라니.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는 동안 여긴 오색 불빛이 둥실 떠올랐다.

 

 

풍차도 있고 곰도 있고 눈사람도 있고.

 

 

춘천엠비씨에서 크리스마스 창작트리 공모전을 했다던가, 가장 참신했던 건 크리스마스 탑.ㅎㅎ

 

 

아까 줄줄이 엉덩이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녀석들이 이젠 제자리를 잡았나보다. 아까가 더 귀여웠던 거 같기도 하고.

 

 

 

 

 

 

 

 

이천에 유명한 쌀밥정식집들이 많지만, 대개 큰길가에 나있고 '전통'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런 외지인용 맛집 말고,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이천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는 쌀밥정식집이 있다길래 알음알음 가봤었다.

 

 

딱히 '맛집'이라고 인증한다거나 추천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나중에 혹시 오다가다 이천에 들르게 되었을 때

 

어디 갈까 고민하기 전에 한번쯤 다시 스스로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이건,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한

 

결과물이랄 수 있겠다.

 

 

 

처음에 하나씩 나오는 에피타이저들을 여유롭게 찍으며 잠시, 이번엔 깜빡하고 먼저 먹어버린 후 빈그릇을 찍는다거나 따위

 

멍청한 짓은 안 할 수 있겠다 기대했었지만. 늘 그렇지만 한정식은 서서히 피치를 올리며 음식을 서빙하다가 어느 순간

 

뙇, 하고 한상 가득 반찬들을 벌여두는데, 그쯤에선 결국 사진 찍기를 단념하고 에라 모르겠다, 먹자, 는 심정이 되는 거다.

 

 

실내 공간은 깔끔하고 조명도 창호문을 응용한 듯 제법 운치있지만, 그렇게 번잡하고 '나 전통음식점이유'하고 대놓고

 

티내는 모양새는 아니다. 입구쪽에 전시된 각종 담근술들이 인삼뿌리라거나 더덕이라거나 알 수 없는 것들을 품고 섰다.

 

 정식을 시켰는데 보쌈도 푸짐한 쌈야채랑 같이 솔찮이 나오고.

 

 

 대체 이렇게 테이블다리가 휘어지도록 나오는 음식들은 어떻게 담아야 하는 걸까, 가뜩이나 초점거리도 긴 렌즈를

 

갖고 갔던 터라 곤혹스럽기 짝이 없던 상황.

 

 

 에라 모르겠다, 벌떡 일어나서 상을 내려다보며 찍었지만 여전히 맘엔 들지 않는다. 무려 삼사십여가지의 반찬그릇을

 

어떻게 담느냔 말이다. 다행히 반찬이 조금씩 나와서 남기는 반찬에 대한 미안함은 방지할 수 있었고, 맛있다 싶은 반찬은

 

한두번 더 달라고 해서 해결.

 

돌솥에 나온 쌀밥은 덜어내고 물을 부었더니 치익- 소리를 내며 이렇게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뜨끈뜨끈한 숭늉.

 

가격도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인 듯 한데, 다만 음식점이 위치한 곳이 그냥 동네 한귀퉁이 정도라는 느낌이랄까.

 

'특'은 대체 어떤 메뉴가 더 추가되는 건지 못 물어봤지만, 아마도 반찬이 더 추가되는 거겠지. 소고기 반찬 같은.

 

 

 

 

이태원 올댓재즈, 대로쪽에 연해 있다는 정보들과는 달리 조금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직 해가 까무룩히 잠들지는 않은, 마법의 시간대. 짙은 청빛이 도도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천장.

 

이 곳에서는 재즈 공연을 보고 듣는 것도 좋지만 음식들도 꽤나 괜찮다고 하더니, 피자와 샐러드 시킨 것 모두 만족.

 

 

콘트라베이스의 둔중한 울림이 스피커로 빠져나와 하늘로 피어오르는 시간.

 

그리 크지 않은 무대와 무대와 바싹 붙어선 그리 많지 않은 좌석들. 반층 위 객석을 감싼 유리창이 번들번들 붉은 벽돌담이 되었다.

 

 

 

 

 

배고픈 시간대를 대비해 홍콩에서 먹었던 자잘한 것들 모음. 유명한 주스점에서 몇 번을 사먹었던 망고주스.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선착장 창밖으로 바라보며 한 장.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의 에그타르트를 검색하면 무조건 일순위로 나오는, 온갖 포스팅이 즐비한 곳.

 

그런만큼 사람들도 줄을 서서 에그타르트를 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위치가 바로 찾기 쉽지는 않았던.

 

그래도 그 노릇노릇한 색깔과 입천장을 벗겨내도록 뜨겁던 에그타르트는 정말 맛있었다. 홍콩 총독들이 반할만 하더라는.

 

팍앤샵이니 리앤펑이니 하는 홍콩의 리테일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맥주들. 더구나 홍콩은 주류에 세금이 붙지않아

 

한국에서 홍콩으로 들여온 맥주들이 한국에서 살 때보다도 쌀 정도라고 한다. 밤마다 영국, 덴마크, 러시아 등지의 처음 보는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던 홍콩의 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콩공항에서 떠나기 전 공항 내에 있던 제이드 가든에서 먹었던 샤오롱바오.

 

그리고 무를 갈아 버섯과 고기를 섞어 만들었다는 요상한 모양의 딤섬.

 

 

홍콩섬 썽완의 이름난 관광 코스로는 웨스턴 마켓, 캣 스트리트를 지나 만모우 사원과 근처 할리웃로드의 골동품 샵이나

 

앤틱샵, 각종 갤러리샵들을 구경하는 정도가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놓칠 수 없는 건 과일의 왕 두리안 향기를 풀풀

 

풍기는 '허니문 디저트' 샵에서 '두리안 팬케잌' 혹은 '두리안 푸딩' 혹은 기타 열대과일 디저트들 맛보기!

 

웨스턴 마켓, 은 그렇게 크지 않은 오랜 붉은 벽돌 건물로 근 백년을 버티고 있는 상가 건물인 셈이다. 2층엔 옷감만 취급하는

 

샵들이 꽉 차 있고 3층엔 레스토랑이 있으니 크게 시간을 들일 공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오랜 세월의 풍취가 남아있다.

 

 이런 옛 스테인드글라스의 느낌이 그런 것들 중 하나. 그리고 밟을 때마다 살짝 울림이 있는 듯 느껴지던 바닥재들도.

 

 여하튼, 웨스턴 마켓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허니문 디저트'!

 

메뉴판 가득 망고니 포멜로니 타피오카니 두리안이니 온갖 종류의 열대과일로 만들어진 디저트류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지만

 

관심사는 오로지 두리안, 두리안을 먹겠다는 목표 하나로 태국 여행을 갔던 적도 있으니 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두리안으로 만들어진 것 중에서 뭘 먹을까 고심하다가 고른 건 '두리안 팬케잌'.

 

포크로 살살살 절개한 단면을 따라 황금빛 두리안의 크리미한 속살이 생크림을 잔뜩 묻힌 채로 두둥.

 

싸여있을 때는 살짝 후각 세포를 노크하던 수준의 두리안 향기가 불끈, 온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냐항.

 

요리조리 열심히 두리안 팬케잌을 감상하고 감사하고 향기를 맡는 나를 보며 같이 갔던 직장 동료가 그랬다.

 

먹는 걸 이렇게 열심히 찍는 모습은 처음 본다나. 당연하지, 이건 두리안으로 만든, 가공하거나 말린 게 아니라

 

두리안 생물이 가득한, 두리안 향기와 과즙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두리안 팬케잌이니깐!

 

그래서, 야곰야곰 먹으면서 점점 홀쭉해지는 녀석을 아쉬워하면서 동시에 두리안의 향기가 몸속 가득 포섭된 데에

 

더할 나위없이 만족하기도 하면서 완전 몰입해서 먹어버리고 말았다는.

 

뭐, 이건 별로 눈길도 안 갔지만 그래도 예의상 찍어준 사진 하나. 올챙이알 같은 타피오카가 잔뜩 들어간

 

열대과일 플러스 녹차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두리안이 최고.

 

그리고 다시 힘내서 캣스트리트로 걸어 올라가는 길. 웨스턴 마켓 옆길에는 트램 정류장도 바로 붙어 있고 MTR역도 있으며,

 

홍콩의 어디를 막론하도 돌아다니는 2층버스 덕분에 더욱 풍경이 이국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온통 격자무늬로 사통팔달 뚫려있는 맨하탄의 도로들이지만 유일하게 한 곳, 뻥 뚫려야 할 대로 앞의 풍경이

 

건물로 가로막히는 곳이 있다. 그 건물이 바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그리고 그 뒤의 메트라이프 건물.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은 미국 동부 곳곳을 연결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역이기도 하지만, 건물 자체로도 유서가 깊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마이클 조던이 한다는 샌드위치 바였던가, 그런 것도 있었다고 했다.(요건 10년전 이야기)

 

 

오랜만에 들른 김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분위기를 살짝 맛봐주고,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가고 떠나온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표지를 하나씩 달고 있는 듯 하다. 그 성마른 걸음새하며 살짝 낯선 표정하며.

 

그리고 찾은 곳은 그랜드 센트럴 지하 1층의 오이스터 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하다는 곳이다.

 

메뉴판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해산물 싯가가 관련되어 있어서 그런지 메뉴판에 일기처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돔형의 지붕이 촘촘히 이어져있다고 해야 하나, 노랑 불빛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지는 않은 테이블마다 왁자하고 유쾌한 대화들이 오가는 레스토랑이다.

 

오늘의 메뉴, 랍스타. 메인주에서 직송되었다는 싱싱한 랍스타를 직접 고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이게 '싯가' 메뉴였던 거다. 오늘의 가격은 파운드 당 27.95달러.

 

그리고 새우도 빼놓을 수 없는 해산물. 갈릭 버터 점보새우를 고르고,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무래도 랍스터를 찌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았다. 많이 기다렸다. 한 이십분 이상.

 

(사실 서빙받는 데도 꽤나 굼떠서 '자본주의 최강국' 미국의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불만이 +10 상승했다)

 

드디어 나온 점보새우.

 

그리고 랍스터! 살이 토실토실, 탱글탱글한 랍스터.

 

먹기 전엔 꼭 이런 앞치마를 하고 먹어야 사방으로 튀는 랍스터 육수에 옷을 적시는 축성식을 피할 수 있다.

 

유후인역에서 긴린코호수까지 유유히 걷는 길, 대충 중간쯤의 지점에는 '중앙아동공원'이 있고, 거기서부터 쭉 이어지는

 

직선길을 따라 걸으면 바로 긴린코 호수까지 가 닿게 된다. 소형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다닐 도로 양켠으로는 온통 꽃들,

 

그리고 간식거리를 팔거나 악세서리니 캐릭터상품을 파는 샵들.

 

지도만큼이나 간단하고 쉬운 길이라 좀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거니와, 실제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쉬엄쉬엄 걷기 좋다.

 

 

바람에 펄럭이는 이발소의 출입문 커튼. 그리고 선연한 붉은 빛을 밝혀든 화분들.

 

비가 내릴 때 처마에서 땅바닥이 패이도록 주룩주룩 흘러내길 빗물을 달래려 살살 타고 흘러내길 길을 늘어뜨렸다.

 

곳곳에서 보이는 인력거꾼들. 꽤나 요금이 비쌌던 거 같은데, 3,000엔이었던가.

 

 

언젠가부터 이곳저곳에 있는 바이크들에 시선이 꽂히기 시작했다. 이 녀석도 참 이쁘네.

 

 

그렇다고 유후인 마을의 길들이 온통 샵들이 빽빽하게 꽂힌 그런 길은 아니다. 이렇게 빈 틈새도 보이고, 그 곳엔

 

옥수수를 걸어두고 말리거나 자전거들을 꼬리물고 주차해두는 공간들이 여백처럼 존재한다.

 

시식거리를 잔뜩 마련해둔 견과류 가게, 고양이를 컨셉으로 한 온갖 상품들을 팔던 가게, 악세사리들을 걸어둘 장식대마저

 

저렇게 이쁜 인형 모양으로 만들어둔 가게들. 어디 하나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볼거리들이다.

 

 

특히나 이 고양이를 컨셉으로 잡은 가게는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고양이 인형이니 악세서리들이 가득가득.

 

 

 

 

길가에는 이 곳의 유명한 우유 아이스크림도 팔고, 이런 오징어 철판구이도 팔고, 빵에 오꼬노미야끼에 햄버거에..

 

길 건널 때 조심하라며 입을 한껏 벌려 소리없이 외치고 있는 저 꼬맹이, 거참.

 

 

홍등이 길게 이어지는 이 골목도 꽤나 궁금했지만, 조금씩 덥고 발의 무게가 느껴지고 있었다. 스킵.

 

 

 

그래서 다시 까페에 들어가 좀 쉬기로 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 잠시 햇빛을 피하며 땀도 식히고 차도 마시고.

 

 

겸겸 까페 안에 그득한 아이템들도 하나하나 구경하고 사진도 정리하고.

 

유후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아마도) 유후인 사이다. 여느 사이다랑 별반 다를 게 없는 맛이었지만, 사실 병이 탐났던 거다.

 

가게 이층의 한 귀퉁이에 놓인 흔들의자. 햇살을 받으며 제 혼자 흔들흔들, 땀을 식히고 있엇다.

 

거품이 양껏 풍성하던 카푸치노.

 

꼬리를 흐느적 거리는 고양이 시계가 참 귀여워서, 저런 건 동영상으로 남겨야지 싶어서 담았더니..옆으로 누웠다.

 

 

온실처럼 온통 유리창으로 세워진 벽들을 돌아보며 나름 이 층에서의 경관을 바라보았다. 어딜 보나 말끔하고 단정하다.

 

 

 

 다시 원기를 좀 회복하고 밖으로.  

 

  

 

 긴린코 호수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싶으니 샵들이 점점 드문드문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여긴 긴린코 호수 옆에 위치한 자동차 박물관. 입구부터 동전을 넣고 탈 수 있는 자동차 장난감이 있어 눈길을 끌었지만,

 

박물관은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좀 휑한 분위기다 싶어서 그냥 스킵. 이제는 긴린코 호수로~*

 

 

 

 

회사 1-3년차 때 국제행사나 의전 업무를 맡아 호텔이나 럭셔리한 레스토랑 음식에 시큰둥해졌을 때만 해도

내가 이런 음식 사진을 찍을 줄 몰랐다. 그렇지만 남의 돈이나 행사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와 재원으로 간 건 처음.


폭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내린 1월의 마지막날. 모두가 집으로의 퇴근을 서두르며 철수하던 여의도로 거꾸로

바삐 거슬러 도착한 여의나루역에선 아무래도 나 혼자 내렸던 거 같다. 63빌딩 Walking on the Cloud에서.















올리비아 코스와 노르마 코스. 가격차가 좀 있어 6코스와 7코스, 나오는 메뉴도 조금 달라서 더욱 풍성했던 저녁.

다음번엔 여의도 63빌딩보다 뷰가 좋은, 강남 도심의 마르코폴로에서 된장질 한번 시도.(그래봐야 회사 3층 위지만)




첫째날 (해운대, 용궁사, 광안리)


9시 서울역 KTX 출발


12시 부산역 도착


1시 해운대 SEACLOUD 호텔 도착 by subway


1시 점심 @ 해운대 밀면전문점

2시 해운대(누리마루, 동백섬) on foot

 


3시 달맞이길 on foot

  * 용궁사 앞에서 맛본 부산오뎅의 정수!

4시 해동용궁사 by taxi


8시 저녁 @ 광안리 회타운 by taxi



둘째날 (자갈치시장, 국제시장(깡통시장 포함), 보수동책방골목, 감천동 문화마을, 족발골목)


11시 아점 @ 남포동 자갈치시장, 생선구이정식 by subway


12시 까페 @ PIFF 광장 on foot


14시 국제시장(깡통시장), 보수동책방골목 구경 on foot

16시 감천동 문화마을(a.k.a 태극도마을, 부산 산토리니...) 도착 by 택시




19시 광복동 40계단 도착 by 택시

 


20시 저녁 @ 부평동 족발골목 on foot 

 
21시 해운대 산책





셋째날 (태종대, 이송도마을)


9시 아침 @ 호텔 조식부페


10시 태종대 도착 by subway

12시 점심 @ 태종대 인근 돼지국밥

13시 이송도마을 도착 on foot


15시 부산역 KTX 출발

18시 서울역 도착.

 


* 실제 다녀온 일정에 기반해 약간의 수정을 거침.




담양에 가서 놓치면 아쉬운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역시 대통밥과 떡갈비. 이제는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통밥이지만 의외로 처음 대통밥이 만들어진 건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과거의 문헌들과 전래되는 이야기에

기대어 대통밥을 처음 만들었다는 집을 찾아 대통밥+떡갈비 세트메뉴를 주문.

대통밥은 몇번이고 재활용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위생상으로는 물론이고 그 대나무의 효능이 제대로 밥에

묻어나기는 할까 싶은 의구심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그 의문에 어느정도 적극적으로 답을

해주고 있었다. 대나무의 하얀 속껍데기나 진액이 진짜배기인데, 그건 한두번만에 전부 빠져버리는 거라면서

애초 개발했을 때부터 이 집에선 재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통밥에서 대나무 냄새도 좀더 진하게 났던 거 같다. 밥알도 고슬고슬하니 맛있었지만, 그보다도

함께 딸려나온 저 수많은 반찬들. 죽순회니 죽순무침이니 도토리묵이니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전부 맛있어서

결국 접시를 싹싹 비워내고 말았다. 전라도식으로 양념이 가득한 겉저리김치와 묵은김치도 남김없이 싹.

말갛지만 매콤하던 죽순 된장국도 정말 맘에 들었다. 커다란 죽순이 적잖이 들어있던 것도 좋았고.

그리고 떡갈비, 숯냄새가 감칠맛나게 배어있던 따끈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살살 풀리는 게 아주 그만이었다는.

둘째날 늦은 아침식사 겸 점심으로 찾은 곳은, 슬로우시티로 공인받은 삼지천마을 어귀에 몰려 있던 국밥집들.

이것저것 이름만 들었던 암뽕순대라느니, 새끼보라느니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어 넘 좋았다.

암뽕순대. 암뽕이란 건 보통 돼지의 내장으로 만드는 순대와는 달리 암퇘지의 내장을 사용하여, 선지를 굳혀서

순대 안에 속으로 넣는다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한다. 게다가 26가지에 이르는 재료를 넣어 만드는 전라도식

수제 순대라고 하는데, 가게 주인 아줌마가 구수한 전라도를 섞어 말씀해주신 거라 정확히 들은 건지는 잘..

그치만 맛은 확실히 특별했다. 껍데기도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했고, 그리고 두툼한 치감도 좋았고.

그리고 새끼보국밥. 암퇘지의 애기집을 새끼보라고 한다는데, 첨에 이걸 주문하니까 주인아주머니가 살짝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먹는 사람이나 먹지 좀 비위거슬려 하는 사람도 있다나. 아무래도 애기집을 썰어서 국밥에 말아

먹는다는 생각 때문에 좀 그런 거 같은데, 음..미안하지만 꽤나 맛있었다. 부위가 부위이니만치 부드럽고 쫀득하고

굉장히 야들야들. 약간 돼지 냄새가 다른 부위에 비해 강한 편인거 같긴 했지만, 원래 그런 냄새 거리끼지 않으니까.

그리하여 담양의 토속 막걸리, '대대포'를 두 병이나 마시기에 이르렀다. 벌꿀과 대잎 성분이 들어있다 했던가,

저 막걸리도 정말 이런저런 지방 막걸리를 마셔본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벌꿀 덕에 조금 달달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 술술 넘어가는 느낌. 밥으로 먹으려던 순대와 국밥이 어느결에 훌륭한 안주가

되었고, 반주 삼아 마시려던 막걸리는 두 통을 가뿐히 비워버리고 말았다.





카이세키 요리, 일본 아오모리현에 가서 카이세키 요리를 먹을 예정이라 하니 좀 안다는 사람들이

궁중에서 먹는 요리라느니 연회장 요리라느니 여러 구구한 설명을 해줐지만, 정확히는 이런 거란다.


"에도시대부터 연회요리에 이용하는 정식요리이다. '가이세키[]'는 모임의 좌석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정식요리인 혼젠요리를 간단하게 변형한 것이다. 결혼식이나 공식연회 또는 손님을 접대할 때

사용한다. 처음부터 음식을 모두 차리는 혼젠요리와 달리 국과 생선회를 먼저 차린다. 그리고 다음

요리를 차례로 낸다.


보통 1즙3채()·1즙5채()·2즙5채()를 이용한다. '즙()'은 국을 뜻하며,

'채()'는 반찬을 이르는 말이다. 요리는 손님의 취향에 맞추어 계절에 어울리는 것으로 준비한다.

음식마다 서로 같은 재료, 같은 요리법, 같은 맛이 중복되지 않도록 구성한다. 음식의 맛은 물론이고

색깔과 모양을 감안하여 요리하고, 그릇에 담을 때도 그릇의 모양과 재질까지 고려한다."

뭐 그러고 보니 국과 생선회가 먼저 나오긴 했던 거 같다. 참치랑 연어랑 새우회.

그리고 약간의 면이 들어간 맑은 냉국.

새우랑 문어, 그리고 파프리카랑 채소들이 버무려져 있는 상큼한 샐러드.

오리훈제고기와 큼직하게 썰린 토마토 한 조각.

마 같은 느낌이었는데 정확치는 않고, 유부랑 마가 얇게 슬라이스된 반찬.

그리고 아오모리 고유의 특성이 살아있는 메인요리. 한국에 '도루묵'으로 알려져 있는 생선과 쌀로 빚어진

떡같은 것, 그리고 좀 짭조름하게 간이 배어있는 어묵같은 것들을 화롯불에 굽기 시작.

그리고 큰 무쇠냄비에 푸짐하게 담겨나온 아오모리 지역의 대표음식. 어묵처럼 생긴 저것은 꼬치구이로

이미 나와서 철판 위에 구워지고 있는 것과 같이 쌀로 빚어진 떡이라고 해야 하나. 찰지게 엉겨있어서

그렇지 입안에서는 물에 갠 밥처럼 이내 풀어지는 식감이 독특하다.

서빙해주시는 호텔의 아주머니가 일본식으로 얌전히 무릎을 모으고 앉으셔서 젓가락을 교묘하게 움직이며

고르게 배분되도록 신경쓰셔서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한그릇씩 덜어주셨다.

뾰족뾰족 깃대처럼 꽂혀있던 것들을 철판 위에 고이 눕히고 노릇노릇해질때까지 굽는데 아무래도

저 '숭악스런' 도루묵 생선의 표정이라거나 구불구불 잘도 꼬챙이에 꽂혀 있는 그 모양새가 계속

시선이 간다. 다른 것들이야 뭐, 그냥 별스럽지 않은 꼬치스럽게 생겼다지만 저 역동적으로 파닥대다

굳어버린 듯한 자세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뱉는 듯한 입모양하며.


도루묵의 어원이, 임진왜란 때던가 청나라가 쳐들어왔을 때던가 임금이 한양을 버리고 어딘가로 피신하던

그 곤궁하고 핍박받던 상황에 여느 어부가 바친 생선이 너무도 달고 맛있게 느껴졌다던가. 그래 생선의

이름을 왕이 묻자 '묵'이라 답하였고 이에 왕은 이토록 맛난 생선에 이름이 너무 별로라 하여 다른 뭔가

그럴듯한 이름을 지어줬다가, 나중에 다시 사태가 진정되어 왕궁에 돌아와 배부르고 등따실 때 옛 추억

더듬는다며 '묵'을 맛보자 하고는 에잇 퉤퉤, 도로 묵이라고 하여라, 하여 도루묵이 되었다고 했었다.


뭐, 그 장황하고 변덕스런 이야기는 굳이 제대로 된 버전을 찾을 것도 없이 별다른 교훈도 의미도

찾을 수 없는 거니까 그렇다 치고, 중요한 포인트는 '도루묵'이란 생선의 맛. 개인적으로는 저렇게

구워진 도루묵은 꽤나 맛있었다. 꼬챙이에 아코디언처럼 꿰어버린 몸뚱이에 활짝 벌린 아가리가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말은 뱃속으로'란 말이 가장 맞지 않을까 싶었던 말고기

오찬. 제주도산 말만 취급한다는 전문점에서 세트메뉴를 시켰더니 가장 먼저 나오는 건 말고기 사시미.

참치살처럼 새빨갛고 촉촉한 살점이 가지런히 놓여 나왔다. 굉장히 부드럽고 단 맛이 도는 고기라서 사진 한번

찍고는 훌떡훌떡.

이어지는 육회. 생고기로만 만드는 육사시미의 맛을 알고 나서부터는 저가의 냉동육에 계란과 배로 맛을 내는

육회는 그다지 안 먹게 되었지만, 말고기의 경우는 물론 예외인 거다. 계란과 배를 잘 섞어서 맛보는데, 딱히

냉동고기 같지도 않고 비린 맛도 없다. 아니,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말 특유의 냄새가 약해진 거라 말해야

하지 않을까. 많이 안 먹어보던 고기, 예컨대 양이나 염소 같은 고기에 노린내가 나니 냄새가 심하니, 말하지만

사실 모든 고기엔 특유의 향취가 있는 거니까. 다만 우리가 소와 닭과 돼지 냄새에 익숙해 있을 뿐인 거다.

말의 향취를 그야말로 응축시켜서 느낄 수 있던 건 육회 다음으로 나왔던 말엑기스. 시꺼멓고 끈적한 느낌의

액체가 막걸리잔보다는 조금 작은 잔에 담겨나왔다. 원래 한약냄새 풀풀 나는 것들도 잘 먹는지라 조금씩 맛을

음미하며 마셨는데, 에스프레소처럼 첫맛은 쓰고 시다가 뒷맛은 뭉근하니 단맛이 퍼지는 그런.

왠지 힘이 불끈하는 느낌..?ㅋ

이어지는 말고기쌈. 얇게 썰린 무채에 올려놓인 다른 야채들과 함께 한점 올려진 말고기가 참 촉촉하기도 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눈에 보인다. 젓가락으로 잘 감싸서는 한입에 쏙.

육사시미 때부터 계속 느꼈던 거지만 말고기 참..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색깔도 투명한 선홍빛으로 이쁜데다가

사방으로 갈라지는 고기의 결도 그렇고, 촉촉히 배어나오는 고급스런 윤기까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투명한 색감 그대로 깔끔하고 산뜻한 맛에다가 입안에서 바로 허물어지는 부드러움, 그리고 촉촉하고 매끄러운

치감이라니. 말고기 초밥을 먹으면서, 만약 이게 요리만화라거나 그렇다면 아마도 난 지금 보드랍고 매끄러운

갈기를 나부끼는 구릿빛 튼튼한 말을 타고 드넓은 녹색의 대초원위를 경쾌하고 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말고기 스테이크와 내장. 말고기 스테이크는 뭔가 소스가 가득 뿌려져 있는 탓에 내용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던 데다가, 소스의 맛과 향이 말고기 특유의 향을 상당부분 감춰버려서 그다지 별 차이점을 못 느끼고

먹어버렸다. 그냥 다진 고기로 만든 여느 함박스테이크랑 비슷했던 듯. 그렇지만 내장은 정말, 말 특유의

냄새가 가장 진하게 났던 부위였던 거 같다. 소나 돼지에 비해 좀더 부드럽게 씹혀서, 내장의 쫀득한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그래도 정말 말 한마리 어느 하나 못 먹을 부분이 없단 걸

체감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이다.

그리고 말고기 갈비찜과 말고기 구이. 마지막으로 나온 말뼈사골국까지 해서 그야말로 말고기를 날로 먹고

쪄서 먹고 구워 먹고 다져 먹고 고아먹고 엑기스로 짜서 먹고, 온갖 방식으로 조리해서 맛볼 수 있었다. 

갈비찜에 들어간 말갈비는 소갈비랑 얼추 비슷한 사이즈였던 듯 하고, 고기의 육질은 (조리하기에 달린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말고기엔 기름이 많지 않은 건 확실하다.

구이로 나왔던 고기들도 기름기가 많지 않아 담백하고 부드러운 살코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구제역이 한참일 때 소나 돼지와는 달리 말고기의 소비가 제법 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발굽 사이에서

물집이 잡힌다는 구제역은 발굽이 두개 이상으로 쪼개진 동물이나 걸리는 병인지라, 통굽인 말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라던가. 그렇지만 구제역이 무서워서뿐 아니라, 말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고기가

사람 몸에 '그렇게도 좋다'더라는 이야기를 전파하곤 한다. 말 머리에서부터 신장, 허파, 심장, 음경과 고환,

심지어는 말꼬리와 말굽에 이르기까지 참 세세하게도 효능을 적어둔 이 내용을 그대로 믿어보자면,

말한마리를 잡아먹으면 뭔가...변강쇠가 될 거 같다. 아저씨들의 취향에 맞춘 효능 안내인 걸까.

효능이야 여하간에, 말고기는 기름이 적어 꽤나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질을 가진, 별미로 맛봄직한 고기인

거 같다. 제주도에서 갈수록 눈에 쉽게 띄는데다가 이제 슬슬 서울에까지 분점을 내고 있는 말고기전문점은

어디가 되었건 한번 들어가서 시도해보면 색다른 제주도 체험이 되지 않을까. 다만 이렇게 길가에 망아지가

자유롭게 노니는 제주도에서 혹시 동족의 냄새를 맡은 녀석이 뒷발로 차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험할지는

모르겠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래서 '빅맥지수' 따위의 경제학적 개념에도 동원되는

맥도널드는 나라마다의 특성을 살려낸 메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거다. 터키에서는

돈두르마 아이스크림을 팔기도 하고, 한국에선 라이스버거였던가. 뭐 그런 식으로.


태국에서도 그런 식으로 신메뉴를 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들어가서 메뉴판만 슬쩍

일견했어도 쉽게 알아챘을 테지만 음식의 나라 태국에서 맥도널드라니 안 될 말이다.

대신 발견한 건 맥도널드의 상징, 로널드.


노란 아치형 맥도널드 마크와 빨간 머리, 큰 구두를 신은 삐에로, 그의 이름이 바로

로널드였다. 이름은 이제야 여기저기 검색하다 알게 되었지만 그 캐릭터야말로 미국과

맥도널드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아이콘 아닐까. 63년에 TV 광고를 통해 최초로 선을 보인

로널드는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화 물결 맨 앞에서 영욕을 겪어온 셈이다.
 

그런 와중에 나름의 변화를 겪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비만의 주범으로 패스트푸드가

지목되는 가운데 헐렁한 노랑옷이 예전과는 달리 몸에 꼭 맞게 바뀌는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로날드 대신 프랑스 만화인 '아스테릭스'의 캐릭터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선 매출이 부진하다고 하이힐과 비키니 차림의 날씬한 여성을

새 마스코트로 쓰겠다나.

하이힐 여성이니 만화 캐릭터니 보다, 이 로널드는 꽤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한 셈이다.

태국에 대한 외국인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그 우아한 손놀림과 해맑은 미소, 그리고 그런

손놀림과 미소가 어우러진 인사가 강렬하게 박혀있지 않을까. 두 손을 앞으로 기도하듯

모으고 상대를 향해 슬쩍 고개를 숙이는 인사.



"싸와디~"(안녕하세요, 라는 뜻의 태국어).




하코네의 어느 료칸, 잠깐 들러서 온천욕만 즐기다 갈 수도 있고 혹은 아예 숙박을 하며

온천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라는데, 도쿄에서 꽤나 떨어진 하코네까지 와서 하루만에

돌아가거나 료칸 대신 일반 숙소에 머무는 건 좀 아닌 거다. 분명히 싼 가격은 아니지만

온천의 질이나 시설들, 그리고 숙박비용에 포함된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워낙 훌륭하니

절대 강추. (훌륭한 저녁식사에 대해서는 하코네, 어느 료칸의 감동적인 저녁식사.)

료칸 입구 신발장에 정리되어 있던 색색의 게다들. 아무거나 본인이 원하는 걸 골라서 신고 다닐수

있었는데, 따그닥 따그닥 소리가 재미있어서 신고 나가선 가볍게 동네도 한바퀴 돌아봤다. 생각보다

굽이 높고 발 앞굽과 뒷굽사이 간격도 좁아서 뒤뚱뒤뚱, 여자들 킬힐 신음 이렇지 않을까 싶은

느낌으로 신발 위에 올라타서 걷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던.

삼층짜리 료칸 건물 옆에는 정기적으로 하코네 역과 료칸 사이를 오가며 손님들을 옮기는

고풍스런 수송차량이 한대 서 있었다. 버스라기에도 뭐하고, 승용차라기에도 뭐한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한 차. 조금 일찍 시간을 맞췄으면 이 차를 타고 편하게 료칸에 도착했을 텐데,

돌아다니다가 늦어서 택시를 타고 손짓발짓으로 설명해서 들어왔댔다.

료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신사. 밤이라 많이 어둑어둑해지고 나니 왠지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서 안으로 들어가보려다가 포기하고, 여기서 짧은 게다 산책은 끝.

복던져주는 고양이야 뭐, 한국에도 이미 워낙 많이 퍼진 일식 밥집과 술집들에서 익숙하지만

이렇게 천으로 만들어진 건 못봤던 거 같다. 도자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좀더 따뜻한 느낌이 배어나오는 고양이다.

다다미가 깔려있는 나무바닥은 반질반질 윤이 나서 천장의 형광등 불빛을 고스란히 되비치고

있었고, 나무색이 가득한 안온한 일층 로비의 분위기는 이층, 삼층의 객실과 식당 같은 곳까지

전부 이어져 고급스럽고 편안한 기분을 주었다.

한쪽에는 이렇게 유카타를 진열해놓기도 하고, 회의나 기타 목적으로 쓸 수 있는 방도

마련해 두었다. 여럿이면 오면 저런데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는 것도 괜찮을 듯.ㅎ

남녀 욕탕으로 들어가는 앞에는 이런 100엔, 200엔짜리 뽑기 기계도 놓여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의 마음을 자극하려는 용도 아닐까 싶지만 또 잘 살펴보면 하코네의 특색이 담긴

뭔가를 뽑을 수 있는 것 같다. 어른들도 기념품삼아 한번 돌려봄직 하겠네, 싶어졌다.

고양이 인형이니 클래식한 돌림식 전화기니 료칸 복도나 벽면을 꾸미고 있는 것들도 하나하나

눈길을 붙잡아 두는 것들이었다. 미처 사진은 못 찍었지만, 밤새도록 울어대는 귀뚜라미들

소리가 어디선가 녹음해둔 걸 무한 재생시키는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귀뚜라미들을 잡아서

기르는 통 안에서 '쌩 레알'로 난 거라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양이 문양이 가득한 벽면도 있고. 유카타를 입은 내 모습도 비쳐보이고.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고양이 인형들, 어디서 요런 귀여운 것들만 모아뒀는지, 장식품들

하나하나가 다 허투루 만들어진 싸구려같진 않은데.

그리고 아마도 이 토끼는 몸 속에서 양초나 향을 태우는 용도로 쓰이는 거 아닐까. 아랫배 쪽에

구멍이 뽕뽕 뚫려있는 걸 보면 저기서 뭔가 연기가 송송 나오던 불빛이 새어나오던.

이제 방 내부로. 간결한 수납공간과 거울이 붙어있고, 역시 하얀 벽지에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뼈대가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휴지 케이스도 '깔맞춤'해서 은은하고 차분한 갈빛으로

씌워두었고.

이런 디테일에 대한 세심함, 형광등 스위치까지도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

나무결 분위기가 묻어나는 걸로 챙겨서 설치하는 점에는 정말 감탄할 수 밖에.

검은색 흰색 두 가지 종류의 면봉과 솜까지도 넉넉히 구비해 두고,

반지나 귀걸이니, 액세서리들을 따로 챙겨둘 수 있는 이런 접시도 있어 빼두고 다시 찾기도

쉬웠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료칸의 전체 분위기를 만들고 더할 나위없는 흡족한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는 거 같다.

그리고 희뿌옇게 동이 터오던 아침, 간단하게 온천욕을 마치고 전날 저녁식사를 맛있게 했던

그 식당으로 다시 내려갔다. 아침식사는 또 어떨지, 간소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제법 설레는 마음으로.

확실히 저녁 메뉴와는 많이 달랐다. 일단 기본 세팅부터가, 젓가락도 그렇고.

우선 상큼한 냉국과 크리미한 계란찜으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식욕을 좀 다독다독 일으켜세우고.

생선튀김이 한마리 나오고 끈적끈적한 마가 데코레이션처럼 살짜기 놓였다.

커다란 밥통에서 이런 이쁜 공기에 밥을 퍼서 조금씩 생선이랑 먹기 시작했더니 또 금세

식욕이 깨어났다. 온천을 하고 나니 아무래도 금방 배고파지는 거 같기도 하고, 식욕도

빨리 돌아오는 거 같고.

유부피에 쌓인 어묵이 오드득오드득, 찰지고 탱탱한 식감이다. 국물도 시원하니 좋았고.

일본식 미소국은 확실히 우리네 된장국이랑은 다르다. 좀더 맑고 간질간질한 느낌이랄까,

우리네 된장국이 좀 텁텁하고 맛이 진한 것에 비하면 그런 거 같다.

디저트, 오미자 한 알이 폭 박혀있는 푸딩이 나왔다. 이쯤되면 정말 제대로 나온 아침식사다.

아침부터 생선 한마리를 다 먹고, 큰 밥통의 밥을 또 거진 다 먹고, 이런저런 사이드디쉬의

음식들도 다 먹고 후식까지 먹었으니. 여행다니며 아침을 든든히 먹는 게 꽤나 중요한데

이 정도면 든든한 정도가 아니라 점심을 한참 늦게 먹어도 될 듯.

그러고 방으로 돌아가니 간식으로 들어왔던 검정깨 푸딩, 그리고 약간의 과일이 있어서

마저 또 다 먹고서 그야말로 정말 든든해져서, 1박 2일 하코네 료칸에서의 온천여행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갈 준비는 끝~*




아침 일찍 도쿄를 출발해서 전철, 산악열차, 유람선, 곤돌라 따위를 타며 하코네를 돌아보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어느 료칸, 예약자명을 대고 입실하고 나니 푸짐함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갈한 분위기의 다다미식당엔 발이 내려뜨려져 있고 마치 명패를

붙여놓듯 각 좌석마다 료칸 투숙객들의 이름을 붙여두었고, 그쪽으로 인도해주던 아가씨는

영어가 조금 짧았지만 생글거리는 미소와 친절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을 받치고 있는 토끼도 귀엽지만 젓가락을 묶어둔 일본전통종이 재질의 띠지도

고급스럽다. 사실 토끼 표정은 살짝 '자살토끼'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여태 봐왔던 수많은 물수건 중에서 가히 최고라 할 만한 걸 여기서 만났다고나 할까.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 큼직한 꽃문양이 그려져 있는 수건이었는데, 면이 헤지지 않아

털도 두툼하니 포실포실한 느낌이 들었고 따뜻하면서 깔끔한 느낌이 좋았다. 이후로

나오게 될 음식들의 질과 맛을 기대하게 만들던 그럴듯한 '에피타이저'랄까.

이내 내온 음식들,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에 갔던 이 료칸에서 은근히 토끼 장식들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씨알굵은 밤이니 참치니 생선알이니 따위가 금빛 접시에 담겨나왔고,

그 위에는 하얀 무로 깎여진 눈빨간 토끼 한마리가 폴짝 뛰어올랐다.

금빛 접시에 올라있던 시원한 음료랄까, 냉국이랄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탱글탱글한

알맹이가 알맹이가 자작한 국물에 가득 담겨 있었다.

보기만 해도 탱글탱글한 느낌이 잔뜩 전해지는 노란색 묵, 위에 살짝 얹힌 와사비와

초록색 별모양이 더욱 식욕을 자극했다. 단순히 미각적인 기대뿐만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날 먹어'라고 맹렬하게 유혹하는 음식들.

이제 주메뉴, 하코네 멧돼지고기 샤브샤브. 커다란 접시에 야채도 제법 풍성하게 나왔고,

깔끔하게 썰린 돼지고기들이 부채처럼 펼쳐져 있었다.

전기온열기 위에 등나무로 만들어진 소쿠리를 올리고 기름종이를 받치고는 육수를 부었다.

그렇게 한겹의 얇은 종이 위에서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돼지고기와 야채들, 불이 거의

손실없이 그대로 전달되어선지 순식간이었다. 야채들은 거의 데친다는 느낌으로 끓는 물에

넣었다가 바로 꺼내어 먹기 시작했고, 돼지고기는 조금은 더 익혀서.

샤브샤브를 먹는 새 반찬들이 나왔다. 반찬이랄까, 사이드디쉬랄까. 반찬이라기엔 하나하나

단품으로도 너무 훌륭한 것들이어서, 또 딱히 밥이랑 먹는 것들도 아니어서.

밥이 그리 작지 않은 통에 담겨나왔고,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것도 잠시, 어느새

바닥을 보인 채 나뒹굴고 만 밥통. 하루종일 하코네 산간을 돌아다니느라 적잖이 지치고

배고팠던 상황이라곤 해도, 굉장히 맛있게 많이 먹었던 저녁식사였다.

그렇게 야채 한 점 남기지 않고 완전히 싹 비어버린 샤브샤브 접시도 나뒹굴고. 남은 건

애초 서빙될 때 꽂혀 왔던 '하코네멧돼지'가 꿀꿀거리는 화살표 하나.

그리고 디저트, 소복하니 상큼한 과일샤벳과 촉촉한 치즈케잌, 그리고 말차 냄새가 진하게 나는

모찌 두조각에 커피가 나왔다. 정말 디저트까지 한치의 허술함이 없는 훌륭한 만찬이구나, 싶은

느낌이 팍팍 들게 만들던 것들. 새삼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보아도 참...언제고 다시 한번

료칸의 굉장했던 온천욕 시설을 만끽하고 나서 저 만찬을 맛보고 싶은 맘이 무럭무럭.

소소한 디테일도 정겹기 그지없던 료칸의 식당 액세서리들. 젓가락을 받쳐주던 토끼들도

그렇지만, 이쑤시개를 담아두고 있던 저 쇼핑백 모양의 통도 참. 정말 종이쇼핑백을

펼쳐놓은 채인 양 옆에 라인도 들어가있을만큼 디테일하던.







전주에서의 화려한 점심식사, 이름난 요리집에서 '골동반' 정식을 주문했다.

요리들이 한상을 가득 채우고 넘치도록 즐비하게 서빙되었던지라, 가히 사진으로 남기고

글을 몇 자 끼적여 기억해둠직한 화려한 상차림.

 '골동반(骨童飯)'이란 '여러 가지 귀한 재료로 준비된 식사'란 의미로, 옛부터 궁중의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던 비빔밥을 골동반이라 하였다고 한다.


 '골동반(骨童飯)'이란 '여러 가지 귀한 재료로 준비된 식사'란 의미로, 옛부터 궁중의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던 비빔밥을 골동반이라 하였다고 한다. 골동반 정식은, 그런 비빔밥과 전주식

일품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풀코스 상차림이랄까. 우선 수삼샐러드와 황포묵무침이 선봉에

섰고, 이내 모주의 달콤하고 걸쭉한 물결을 타고 북어구이와 전들이 육회와 함께 쳐들어왔다.


수삼향이 감도는 샐러드도 맛있었고, 완전 탱글거리는 황포묵이 일단 입안을 싹 헹궈주더니

굉장히 진한 모주가 김치전과 생선전, 육회들을 돌돌 감고서 까무룩하니 목구멍 동굴 속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북어구이도, 완전 부드럽고 완전 고소하고.

바늘꽂을 틈새도 없이 꽉 메워진 밥상의 위엄.jpg

이보다도 더 빼곡하게 음식이 즐비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때는 이미 몇몇 접시가

잔인한 젓가락질로 난도질당한 다음인지라 그다지 이쁜 그림이 안 나오기에 이 사진으로 대체.

맛난 음식을 먹는 게 춥고 힘든 날에는 가장 좋은 위로 중의 하나란 게 정말 맞는 말이다.


잡채랑 삼합이 나왔을 때 이미 지금까지 먹은 걸로도 대충 뱃속이 40%는 충전된 느낌,

잡채도 괜히 면발만 많은 게 아니라 목이버섯에 돼지고기 따위가 면발보다 많이 들어있어

맛있었는데, 삼합은 생각보다 조금 실망한 게 홍어가 좀 덜 삭았다. 뭐, 어디까지나 홍어찜과

홍어애탕, 홍어애 날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서 그렇단 거니까 그렇게 덜 삭은 편은 아닌지도.

신선로와 갈비떡찜의 본대가 밥상 위에 얹힐 때쯤 완전 행복해져 버렸댔다. 김이 펄펄 오르는

신선로에는 어찌나 작은 새우들이 많이 들어있던지 국물이 죽도록 시원했고 온갖 해물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감탄하고 말았다.


이제 더이상은 배불러서 못 먹겠다, 싶을 즈음 잊고 있던 '골동반'의 등장. 짜잔.

밥이 뜨겁게 달궈진 방짜 유기그릇에 담겨나왔고, 따로 8가지 고명과 10가지 반찬이

깔끔하게 정리된 밥상 위에 올랐다.

단순히 전주식의 일품요리들을 조금씩 맛보고 마는 게 아니라, 요리 하나하나 제대로 맛본데다가

비빔밥까지 이렇게 야채를 잔뜩 넣고 비비니까 또 왕창 양이 늘어난 느낌. 그렇지만 서울에 올라가

언제 또 이렇게 맛난 전라도 음식을 먹어보겠나 싶기도 했고, 그런 생각으로 합리화하기도 전에

이미 혀와 목구멍과 식도와 위장이 애타게 음식들을 탐하던 터라 결국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아, 사진만 봐도 다시 배고파진다.








전주에 내려가면 꼭 먹고 싶던 것 중 하나, 전주비빔밥! 그렇지만 96년만에 낙동강이 얼어붙는

강추위가 한반도를 뒤덮던 주말, 관광객 따위 보이지도 않는 전주의 관광안내소를 굳이 들러

추천받아 간 곳에서 펼친 메뉴판에는 '전주비빔밥'이란 다섯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당황, 자리를 박차고 다른 추천해준 곳으로 옮겨야 하나 싶은 맘이 울컥, 깜깜한 새벽부터

서울에서 전주까지 죽어라 어둠과 추위를 뚫고 왔건만 전주비빔밥은 어디에서 맛볼 수 있나,

맛집 어플에 나온 곳들은 전부 점심때부터나 문열던데 그때까지 세시간쯤 기다려볼까..싶다가.


메뉴판 둘째줄, '비.빔.밥'. 국내산 육우니 뭐니 자투리가 달려있는 건 무시하도록 하고, 하기야

전주에서 굳이 '전주비빔밥'이라고 메뉴판에 적어두는 것도 웃긴 거다. 그래서 깨달은 건,

전주엔 '전주비빔밥'이 없구나. '비빔밥'이 있을 뿐. ('전주'는 그저 도울 뿐.)

요놈이 바로 그 '비.빔.밥'. 노란 곤약은 깔맞춤을 위해 최근에야 추가된 고명이 아닐까 했는데,

국립전주박물관에 가보니까 복원된 주막과 전통음식들 중에 떡하니 버티고 섰던 비빔밥에도

꼭 같이 노랑색 곤약이 들어가 있었다. 돌솥이 후끈후끈.
이 아이는 비빔밥보다 이천원이 더 비쌌던 '육회비빔밥', Holy 메뉴판 첫째줄 참조. 비빔밥과

다른 건 역시, 추가된 두 글자 '육회'가 말해주듯 육회가 한줌 추가되어 있더라는. 그리고 그

육회가 후끈후끈한 그릇 때문에 금세 뜨겁게 익어버리지 않도록 차별화된 유기 그릇에 담겨

나왔다는 것도 다른 점이겠다. 아무래도 몸에 좋고 소화도 잘되는 고기가 있으니 더 맛있었다.

빼놓을 수 없는 모주, 창 너머 비스듬히 내리쬐는 햇볕에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린 반찬들

가짓수도 제법이었지만, 그보다도 서울에서 맛보던 모주 세네잔은 만들 수 있을 만큼

걸쭉하고 진하기가 그지없던 전주의 모주가 인상적이었다.


대추알이 통째로 동동 유영을 하고 있는 모주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 전주, 종로회관.
슬쩍 겨울로 넘어가려는 타이밍, 차가운 칼바람이 거침없이 한강변을 내달리던 팔당댐 근교에 섰다.

낙엽도 남김없이 떨어버린 채 한철 장사를 마무리하던 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뻗어 가을물을 만져보고

있었다.

주위 나무들은 온통 헐벗었는데, 이따금씩 툭 툭 소리내며 나뭇잎을 아깝다는 듯 뱉어내는 나무.

노란 빛으로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가장자리부터 갈빛으로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좀처럼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여느 때보다도 더 추울 거라는 이번 겨울 소식에 겁먹었는지도 모른다.

팔당댐 근교에서 들렀던 곳은 '강마을 다람쥐'라는 이름의 도토리 음식 전문점. 음식점 안팎으로

귀여운 다람쥐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었다. 현관 앞에서도 맨질한 코를 가진 두 마리가 바싹

붙어선 채 도토리를 달라는 듯 손을 내밀고 있었고.

따끈한 햇살이 내리쬐던 싸늘한 마당 귀퉁이에 세워진 우편함 안에도, 그리고 버섯으로 빼곡하던

어느 노쇠한 나무 등걸 위에도, 다람쥐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선 '내 도토리' 내놓으라며.

인상적이던 음식 두 종류, 참깨와 들깨가 아낌없이 뿌려졌던 맛깔나는 양념에다가 도토리가 많이

들어간 듯 쌉쌀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의 도토리묵무침.

그리고 도토리전병. 완전 두툼하고 따뜻한 전병이 두부와 김치로 꽉찬 속을 단단하게 조이고선

김을 모락모락 내며 등장했는데 순식간에 무찔러 버리고 말았다. 그밖의 도토리로 만든 온면이나

도토리비빔밥같은, 도토리로 만들어진 온갖 음식들이 있으니 다람쥐들이 그렇게 떼로 달려들어

'내 도토리 내놔~!'라고 시끄럽게 굴 만 한 집이다. 아 배고파...ㅡㅜ



신천 쪽에 양꼬치집이 어느 순간 부쩍 늘었는데, 예전부터 즐겨 가던 곳은 정작 사라져버렸다. 어쩌면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단순히 내가 길을 못 찾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래서 새롭게 발굴해 낸 맛난 꼬치집에서

양꼬치와 맥주를 먹으며 찍은 사진들.

1인분에 열 개씩 나오는 꼬치, 양념되지 않은 '오리지널 버전'의 양꼬치가 빠알갛게 달아오른 숯불 위에 척하니

올려졌다. 고기가 보들보들한 게 벌써부터 먹음직스럽다.

양꼬치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일, 빼갈이나 공부가주 같은 중국술을 마실까 하다가 문득 눈에 띈 게

처음 보는 중국 맥주. 하얼빈 맥주인 거다. 두 병을 시켰더니 커다란 댓병 두개가 나오길래 화들짝 놀라서

한 병은 일단 돌려보내고, 610미리짜리 한 병으로 가볍게 시작.

음..뭐랄까, 좀 달다는 느낌. 탄산맛이 강하지 않고 단 맛이 주로 느껴지다 보니까 시원하게 마시긴 괜찮은데

맥주를 마시고 캬아~ 하기는 쉽지 않은 맛이었다. 도수는 4.5%. 하얼빈 맥주면 그나저나, 맥주공장이 하얼빈에

있는 걸까. 전세계 맥주공장을 돌며 시음을 해보는 건 내 로망 중의 하나.

어느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양꼬치들. 내가 하나씩 돌려가며 구우려니까 주인 아저씨가 친절하게 다가오셔선

다섯개씩 한꺼번에 뒤집어주시더라는. 양고기 특유의 향기가 고소하게 피어오르고, 양고기는 술을 부르고.

밑반찬은 세 개, 짜사이와 양파와 땅콩볶음. 양꼬치 고기를 양념에 찍어서 먹고는 술 한모금, 그리고 양파나

짜사이를 곁들이는 거다. 캬아.

새로 주문한 건 양념 양꼬치. 아까 플레인 버전 양꼬치가 좀 '육회'같은 느낌으로 빛깔이 벌겋게 선명했다면

양념을 온몸에 묻힌 이 아이들은 좀더 점잖아 보인다. 맛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와서 다섯개씩 집고 슥삭 뒤집어주시던 주인 아저씨, 마늘을 한 줌 들고 오셔서는 꼬치에

쿡쿡 찔러넣더니 쿨하게 내미셨다. 드슈.

양념은, 아까 플레인 버전 양꼬치에 찍어먹던 그 양념을 미리 발라서 나온 거 같달까. 좀더 구석구석 듬뿍

발려있어서 참깨도 그렇고 고춧가루도 그렇고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어쨌든 양고기는 맛있다. 라는

뜬금없는 결론으로 급전직하. 양고기는 참 맛있다는.

마늘도 숯불에 꼬치로 꽂아 구워먹으니 더 맛있다. 잠시라도 방심해서 새까맣게 '흑마늘'로 만들어버릴 위험만

잘 피해낸다면, 쫀득쫀득 달달한 마늘을 맛볼 수 있던 것.

양고기의 효능이야 이제 익히 알려져 있는 거 아닌가. 아랍 사람들이 즐겨 먹는단 것, 그리고 (우연찮게도)

그들이 일부다처제를 긍정한다는 것이 맞물려서겠지만 양고기하면 바로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도 정말 그런지야..본인들만이 알 일.

하얼빈 맥주를 비우고 약간 아쉬워서 한 병 더. 이번엔 옌징 맥주다.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라는

광고포스터가 붙어있길래 시켰는데, 하얼빈 맥주보다 괜찮았다. 좀더 알싸하고 쌉쌀한 맛이 풍기는 데다가

맥주거품도 부드러웠던 듯. 그리고 양고기랑도 좀더 궁합이 잘 맞았던 거 같다.

근데 중국은 맥주병의 단위가 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아까 하얼빈맥주는 610미리짜리, 이 옌징맥주는 600미리짜리.

뭔가 표준화가 되어있어야 가격비교도 쉽고 병 재활용도 용이하고 운반도 편리하고, 그렇지 않을까.

양꼬치를 맛보고 나서, 아 여긴 다시 와야 할 곳이다, 란 느낌이 팍 들어서 메뉴판부터 사진을 찍었댔다.

양꼬치 1인분에 9,000원. 옥수수국수가 뭔지도 궁금하고, 고급양갈비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다음번엔

또 다른 음식들을 시도해 봐야겠다.

신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양꼬치집을 다 가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양고기 요리를 국내외 여기저기서

많이 경험했던 입맛에 비춰보면 꽤나 맛있는 집인 건 틀림없는 듯.




투르크메니스탄에도 '피데'라는 이름의 피자를 팔고 있었는데, 놀라웠던 건 길쭉하게 만들어진 도우 위에 얹힌

치즈와 계란, 고기 들 위에 대파가 하나 통째로 올려져 있었다는 사실. 썰지도 않은 대파의 하얀 뿌리까지 그대로

피자 위에 얹어놓았다는 게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피자와 함께 썰어서 맛을 보고 더 놀랐다.


어라, 맛있잖아. 피자의 느끼함이나 고기냄새 따위를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상큼하게 입맛을 돋궈주는 느낌.

대파를 여기저기 음식에 많이 넣어서 먹는 한국에서도 한번 시도해봄직한 색다른 토핑 아닐지.

양고기를 빵 안에 넣었다고 해야 하나, 빵으로 양고기를 쌌다고 해야 하나, 특유의 양고기 냄새가 풀풀 나는

부드럽고 고소한 양고기의 기름이 빵에 스며서 굉장히 잘 어울렸었다. 구운 토마토 같은 더운 야채와 함께

먹으니 그렇게 기름지지도 않고.

붉은 무가 주로 들어갔던 야채 샐러드. 붉은 무가 어찌나 붉던지, 다 먹고 나니 왠지 이빨까지 빨개지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 정도, 그리고 조금은 저것들 인공색소는 아니겠지 할 정도로.

양꼬치, 러시아와 CIS 국가지역에서 즐겨먹는 꼬치 요리를 '샤슬릭'이라고 한다고 했다. 양고기나 닭고기, 소고기를

꼬치로 구워서 빵이랑 야채랑 같이 먹는 건데, 내가 먹었던 곳에서는 마치 인도의 '난'같이 담백하고 쫄깃한

갓 구운 빵을 고기 바닥에 깔고 고기 위에 덮어서 보온 효과도 살짝 노린 듯 하다. 보료를 깔고 이불을 덮어서

자장자장, 샤슬릭은 물론 맛있었고, 특히나 양고기 샤슬릭은 최고.

쉬어가는 사진,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에는 백화점 하나 변변한 게 없지만 그나마 터키에서 들어온 쇼핑센터

'임파스'가 가장 큰 곳이라고 했다. 그곳의 1층에서 대충 간식거리 사고 2층에 올라가 밥을 먹던 중이었다.

사탕처럼 봉지에 포장되어 있는 설탕이 귀여워서 한 장.

투르크메니스탄의 빵도 꽤나 맛있었던 거 같다. 어디서 먹던 기본 이상은 했다. 다양한 소가 들어가거나 맛이

색다르진 않은 거 같지만, 그냥 빵 자체가 맛있었던 거다. 쫄깃하고 담백하고, 게다가 이 빵 같은 경우엔 아낌없이

뿌려진 깨 덕분에 굉장히 고소했고.

온통 투르크어나 러시아어로 씌여진 메뉴 중에서 골랐던 샐러드 하나. 샐러드야 당연히 메인 메뉴 전에 야채를

좀 먹어서 비타민을 공급하려는 건데, 무작정 아무거나 찍어서 시킨 샐러드엔 온통 고기 뿐이었다. 혓바닥을

저민 듯한 햄도 있고, 간도 있고, 그리고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첨보는 햄들도.

투르크에서도 그렇지만 러시아에서도 많이 먹는다는, 일종의 탕이랄까. 고기도 들어가고 야채도 들어가고

붉은 무도 들어가고, 저렇게 하얀 크림같은 덩어리도 넣어서 잘 섞어 먹기도 하고. 자작한 국물이 얼큰하기도

하고 건더기도 보슬보슬 맛있었다.

위에는 양고기와 소고기가 섞인 '샤슬릭', 아래는 only 양고기 '샤슬릭'. 원래는 사막에 나가 모닥불을 피우고

불 주변에 모여앉아 꼬치를 구워먹는 게 제대로라고 하던데, 출장 중에 그런 호사를 부릴 여유야 도저히 나지

않는 거고. 그래도 이 샤슬릭을 먹었던 집은 뭔가 제대로여서, 고기에서 모닥불의 향기가 은은히 배어났다.

양고기는 정말 그러고 보니 원없이 먹었구나.

너무 노골적으로 새 한마리의 형체를 오롯이 드러내고 있던 고깃덩어리. 치킨이라고 했는데, 닭이라기엔 크기가

조금 모자란 게 중닭이나 병아리를 잡은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고기를 좋아하는

나라고 하지만, 이 녀석은 왠지 넘 적나라하다 싶어 조금 애도의 마음을 갖고 고기에 임했었다.

떠나기 전, 투르크 정부에서 차려주었던 만찬장의 테이블. 기본으로 테이블에 깔려있던 음식만 이만큼이었다.

일단 에피타이저처럼 저들을 엔간히 해치우고 나면, 그 다음부터 메인 디쉬가 차례차례-한 세네번 나왔던 듯-

나오는 순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테이블 한가운데 장식처럼 놓여있던 과일들을 가져가서 깍아내오는 식.

사막의 나라 투르크에서 이렇게 신선한 야채들을 먹기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역시 대부분의 야채니 과일은

인접한 카자흐스탄이나 다른 '-스탄' 국가로부터 수입해 온다고 한다. 밑에는 치즈를 감아돌린 가지 샐러드,

그리고 닭고기를 찢어서 버섯과 옥수수와 무친 샐러드.

출장을 힘들게 다녀와봐야, 이렇게 음식들이 풍성하니 살이 디룩디룩 쪄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투르크메니스탄은 누구든 물갈이를 한번쯤 하고 오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웬걸,

'밥만 잘 먹더라'.




@ 도쿄, 편의점

@ 도쿄, 하라주쿠
@ 도쿄, 신주쿠

@ 도쿄, 미타카역 인근
@ 도쿄, 하라주쿠
@ 도쿄, 편의점.
@ 도쿄, 기치조지역
@ 도쿄, 미타카역에서 사서

@ 도쿄, 에도도쿄건축공원에서 먹다.

@ 도쿄, 지하철 자판기

@ 도쿄, 편의점
@ 도쿄, 에비스 맥주박물관

@ 도쿄, 츠키지 시장

@ 하코네

@ 하코네, 자판기

@ 하코네, 유황온천 달걀과 아이스크림

@ 하코네

@ 도쿄, 아키하바라

@ 도쿄, 우에노









이태원에 갈 때마다 늘 지나치는 골목, 늘 눈여겨보는 간판. 하필 오늘따라 그득그득 채워진 쓰레기봉투가 간판 양쪽을

가린 채 잔뜩 나와있었다. 아프리카 음식점이라니 대체 어떤 맛의 음식을 파는 걸까, 친절하게도 요리 하나하나 사진과

제목이 적혀 있는 메뉴판같은 간판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가늠해 볼 수가 없다.

이 곳의 아프리카 음식점을 꼭 한번 와봐야겠다고 맘먹은 지는 사실 오래되었지만, 궁금증 만큼이나 왠지모를 주저함도

적잖았던 게 사실이다. '아프리카 음식'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 또 그만큼이나 막연한 거리감이랄까. 음식점은 2층,

그 위 3층에는 고시원. 저기 사는 사람들은 한번씩 맛이라도 봤으려나. 아무래도 아프리카 음식은 대중화되고 세계화된

다른 지역의 음식들에 비해 그 고유하고 독특한 맛을 타협하지 않고 지켜내고 있을 거 같다.

기세좋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에는 온통 깜깜..;; 검은 분들이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둘씩 셋씩 모여앉아 못 알아들을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국인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쪽 벽면에 조그맣지만 단호하게 액자에 넣어져

걸려있던 사업자등록증이니 그런 서류들에서 보이는 낯익은 한글의 분위기 말고는 온통 낯선 이국의 분위기. 순간

나이지리아 쯤 되는 아프리카 어디메로 휙 순간이동해버린 듯한. 저 아프리카분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위로받고 싶어

이 '해피홈'에 찾아오는 것이겠구나 싶었다.

이런 곳에서 괜히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찍어대는 것도 민망한 짓이다. 그들의 일상, 그들의 '해피 홈'에

침입해서는 일일체험 증빙샷이라도 남기듯 마구 사진을 찍어대고 훌쩍 떠난다는 건. 그렇게 생각은 했어도

워낙 사방이 신기한 거 투성이라 가만히 있기가 좀이 쑤셨다. 흡사 여행을 떠나온 듯 방방 떠오르는 공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물비누 뽁뽁이랑 핸드로션의 용도가 뭘까 궁금했는데,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Grinded Rice, Gari, Pounded Yam, Fufu with Egwusi Soup이라는 길고 긴 이름을 가진 메뉴와 Joll of Rice라는

볶음밥 비슷한 걸 주문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랬고, 주문한 음식들과 함께 나온 분홍빛 양동이에 놀랬다. 손으로

음식을 먹고 마지막에 저 양동이에 담긴 물에서 손을 씻으라는 의미. 사실 다른 아프리카인 손님들에겐 전부 기본으로

주어졌던 이 양동이 대신 우리 테이블엔 스푼과 포크가 제공됐지만, 괜히 특별대접받고 싶지 않아 손으로 먹겠다고

양동이를 달라 했던 거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면 하얀 쌀가루나 나뭇가루 같은 걸 물에 개어서 떡처럼 해서

먹는데, 이게 바로 그거랑 같은 거 같다. 얌..이라던가. 생각보다 풀기도 없고 미끈한 느낌, 그야말로 '무미'해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 스프를 찍어 함께 먹는 건데 의외로 손을 사용해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런 식. 프랑스 사람들이 빵을 손으로 떼어 돌돌 말아서 먹듯이, 알아서 적당량을 떼어 손으로 매만지곤 스프에 찍는다.

보통은 작은 경단만한 사이즈로 만드는 거 같던데 옆에 앉았던 커다란 검은아저씨 한 분은 무슨 새송이버섯만한

기둥을 만들어서 왕창왕창 씹어드시더라는. 손으로 먹는 재미에 스프가 말라붙을 때까지 떼어먹었고, 양이 많다

걱정하던 볶음밥까지 다 먹어버렸다. 볶음밥은 꽤나 맛있었는데, 돼지껍데기나 힘줄살들이 푸짐하게 들어간 게 역시

뭔가 색다른 면모가 분명히 있었지만 이 커다란 하얀 덩어리를 손으로 떼먹는 재미앞에선 오히려 평범했달까.

냉장고에 쟁여둔 음료는 뭐, 별반 다를 것 없는 사이다, 콜라, 미란다..이런 거였는데 그런 사이에서 불쑥 눈에 띄던

음료 하나가 있었다. 말타고야, 라는 신기한 이름의 음료. 그냥 딱 보기에 맥주지 싶어서 주문하고 보니 논-알콜의

어린이 음료.;;;;

끈적하고 달콤한 카라멜시럽 맛이 생생히 살아있던, 마시고 나면 목이 마른 그런 류의 음료지만 나름 아프리카 음식하고

먹으니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음식을 다 먹고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더니, 문득 낯설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어느새 돌아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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