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포레스트 by 테라로사. 강릉 순포해변 인근에 해안가를 잠식한 군부대 뒷켠에 이차선 도로 안쪽으로 숨어있는.

2층짜리 건물 벽면이 시원하게 온통 유리창이다. 말간 유리창에 비치는 솔숲과 맑은 하늘.

1층 전경. 널찍한 공간에 띄어띄엄 놓인 테이블이 맘에 들었다. 일단 주문부터 하고 한바퀴 돌아보기로 결정.

2층에 올라가 내려본 풍경. 2층 일부만 바닥이 있어 테이블이 놓였고, 나머지 대부분의 공간은 이렇게 뻥 뚫렸다.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커다란 액자처럼 바깥 풍경을 담고 있는 창문.

그리고 각양각색의 커피 가는 기계들. 우리 집에 있는 기계도 저렇게 손때가 잔뜩 묻고 세월의 연륜이 담기고 있으니

버리지 말고 계속해서 아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땔나무를 드문드문 넣어주던, 맹렬한 불길이 날름거리던 벽난로. 온통 유리로 된 건물이라 자칫 추워보일 수 있는데

벽난로가 있으니 심리적으로나 실제로나 덜 추운 거 같다.

내가 앉았던 자리. 예가체프 드립 커피를 시켰는데 자리에서 직접 내려주지는 않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새콤하고 쌉쌀한 맛은 실망스럽지 않았던. 이쁜 찻잔 역시 맘에 들었다.

자리에 앉아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니 보이는 창밖 풍경.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사다리, 그리고 얼핏

시야 끄트머리에 가지만 걸쳐진 소나무들.

쿠스모토 마키 선집, 이란 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길래 뭔가 했더니 만화다. 이날 여기에 앉아 봤던 두 권의 책중

한 권. 필치도 좋고 스토리도 매력적이고, 그 중에서 인상적이던 페이지 하나.

그렇게 책도 보고 노래도 듣고 멍하니 있다 보니 창밖은 어느새 어둠이 깔렸다. 비워진지 오래였던 찻잔은

치워지고, 혼자 와서 청승떠는 게 불쌍해 보이셨는지 아메리카노 한잔을 서비스해주신 점원분. 감사해요.


그리고 2층 야외 테라스. 천막처럼 보이는 곳은 따로 마련된 흡연공간이고, 비스듬히 올라가는 벽면에는

커다란 통유리가 시원시원하게 짜맞춰져 있다. 근데 여기는 뭔가 세미나실같은 분위기기도 하고.

금세 어둑어둑해지는 한겨울의 금요일 저녁. 2층이나 1층이나 손님들이 거의 없어서 맘대로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도

좋고, 누구 눈치볼 일도 없어서 참 좋았던 까페. 아니, 까페도 까페지만 시간대가 중요했을 거 같긴 하다.

찬바람을 맞으며 멍해진 정신을 애써 추스리고 있는데 저쪽의 도로에서 차들이 드문드문 달려오고 달려간다.

가뭄에 콩 나듯 쌩쌩 내달리는 차들 중에서도 더욱 드물게 코너를 돌아 까페로 찾아 들어오는 차 한대.


더이상 깜깜해지면 돌아가는 길이 걱정이다 싶어, 그리고 이미 네다섯시간 가까이 혼자 놀다보니 괜시리

혼자 눈치도 보인다 싶어 일어나기로 했다. 벽난로 속 노란 불빛은 여전히 맹렬하게 탁탁 타오르고.

다시 순포해변, 순긋해변과 사근진해변을 거쳐 경포해변으로 걷는 길.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가 따꼼거렸고

깜깜해진 밤바다는 살짝 무섭기까지 해서, 그냥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안개가 끼었는지 뿌연 가로등만 띄엄띄엄.

갈 때보다는 훨씬 빠르게, 한시간정도 걸려서 도착한 경포해수욕장의 밤풍경. 차갑고 여린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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