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옷을 둘둘 감고 머리를 박박 밀은 승려들에 대한 태국인들의 존경심과 신심은

정말 대단한 거였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가 희끗거리는 할아버지가 두 승려와 함께

길을 걷는 모습을 보았고, 할아버지가 번쩍 치켜든 검정우산이 그 두 젊은 승려의 몸위로

온통 서늘한 그림자를 내리뜨리는 모습을 보았다.

터미널이나 공항에 있는 의자에도 마찬가지. 늙은 할아버지가 젊은 승려들에 깍듯하게 양산을

받쳐주는 그림에야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들의 '노약자석'에는 어김없이 승려가 들어가있다.

마치 미이라처럼 온몸에 둘둘 천을 감고 있는 듯한 형상이 바로 승려, 그러고 보면 '노약자석'이란

우리나라식의 이름이 적절하지만은 않은 듯. 장애인석, 노약자석의 개념에 담기지 못했던

임산부들을 위해 별도의 스티커를 붙이곤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배려석' 정도의 넓은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지.

어느 골목을 걷다가 문득 호기심이 동해 들어갔던 이름모를 조그만 사원의 뒷뜰. 그리고 빨랫줄에

내걸린 채 산뜻하게 색깔을 내고 있는 승려들의 주홍색 천들. 정말 저 옷에는 앞도 없고 뒤도 없고,

그저 적당한 모서리를 잡고 적당하게 몸에 감으면 되는 걸까 싶어졌다.

그리고, 스님들의 거쳐 주변에서 떠들지 말아달라는 저 절박하고 단호한 손바닥 그림. 실은

저 그림이 떠들지 말라는 건지 들어오지 말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스님들이 근처에

계시니 행동을 조심하고 삼가라는 의미란 건 충분히 알고도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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