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그려져 있지 않은 짜오프라야 강 서안, 방콕의 서쪽 끄트머리에서 만난

갈래갈래 운하길에서 선인장과 조우했다. 조우. 불쑥 에피톤프로젝트의 이 노래가

생각났고 단숨에 가사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뭐랄까 가사가 그리는 풍경, 감정이

한순간에 휙 머금었다가 휙 빠지는 느낌이, 마치 스펀지를 미지근한 물에 푹 담궜다가

힘주어 꽉 짜내는 그런 기분이었다.


잔뜩 구겨진 스펀지로부터 손을 타고 끈적한 물이 뚝뚝 흘러떨어지듯, 그렇게 땀이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더랬다. 어쩔 수 없었다. 알지만, 땀이 흘러주어 다행이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맘이 아픈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선인장, 에피톤프로젝트.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 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 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께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께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서 있을께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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