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한반도를 뒤덮던 주말, 관광객 따위 보이지도 않는 전주의 관광안내소를 굳이 들러
추천받아 간 곳에서 펼친 메뉴판에는 '전주비빔밥'이란 다섯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당황, 자리를 박차고 다른 추천해준 곳으로 옮겨야 하나 싶은 맘이 울컥, 깜깜한 새벽부터
서울에서 전주까지 죽어라 어둠과 추위를 뚫고 왔건만 전주비빔밥은 어디에서 맛볼 수 있나,
맛집 어플에 나온 곳들은 전부 점심때부터나 문열던데 그때까지 세시간쯤 기다려볼까..싶다가.
메뉴판 둘째줄, '비.빔.밥'. 국내산 육우니 뭐니 자투리가 달려있는 건 무시하도록 하고, 하기야
전주에서 굳이 '전주비빔밥'이라고 메뉴판에 적어두는 것도 웃긴 거다. 그래서 깨달은 건,
전주엔 '전주비빔밥'이 없구나. '비빔밥'이 있을 뿐. ('전주'는 그저 도울 뿐.)
국립전주박물관에 가보니까 복원된 주막과 전통음식들 중에 떡하니 버티고 섰던 비빔밥에도
꼭 같이 노랑색 곤약이 들어가 있었다. 돌솥이 후끈후끈.
다른 건 역시, 추가된 두 글자 '육회'가 말해주듯 육회가 한줌 추가되어 있더라는. 그리고 그
육회가 후끈후끈한 그릇 때문에 금세 뜨겁게 익어버리지 않도록 차별화된 유기 그릇에 담겨
나왔다는 것도 다른 점이겠다. 아무래도 몸에 좋고 소화도 잘되는 고기가 있으니 더 맛있었다.
가짓수도 제법이었지만, 그보다도 서울에서 맛보던 모주 세네잔은 만들 수 있을 만큼
걸쭉하고 진하기가 그지없던 전주의 모주가 인상적이었다.
대추알이 통째로 동동 유영을 하고 있는 모주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 전주, 종로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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