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 가서 놓치면 아쉬운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역시 대통밥과 떡갈비. 이제는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통밥이지만 의외로 처음 대통밥이 만들어진 건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과거의 문헌들과 전래되는 이야기에

기대어 대통밥을 처음 만들었다는 집을 찾아 대통밥+떡갈비 세트메뉴를 주문.

대통밥은 몇번이고 재활용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위생상으로는 물론이고 그 대나무의 효능이 제대로 밥에

묻어나기는 할까 싶은 의구심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그 의문에 어느정도 적극적으로 답을

해주고 있었다. 대나무의 하얀 속껍데기나 진액이 진짜배기인데, 그건 한두번만에 전부 빠져버리는 거라면서

애초 개발했을 때부터 이 집에선 재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통밥에서 대나무 냄새도 좀더 진하게 났던 거 같다. 밥알도 고슬고슬하니 맛있었지만, 그보다도

함께 딸려나온 저 수많은 반찬들. 죽순회니 죽순무침이니 도토리묵이니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전부 맛있어서

결국 접시를 싹싹 비워내고 말았다. 전라도식으로 양념이 가득한 겉저리김치와 묵은김치도 남김없이 싹.

말갛지만 매콤하던 죽순 된장국도 정말 맘에 들었다. 커다란 죽순이 적잖이 들어있던 것도 좋았고.

그리고 떡갈비, 숯냄새가 감칠맛나게 배어있던 따끈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살살 풀리는 게 아주 그만이었다는.

둘째날 늦은 아침식사 겸 점심으로 찾은 곳은, 슬로우시티로 공인받은 삼지천마을 어귀에 몰려 있던 국밥집들.

이것저것 이름만 들었던 암뽕순대라느니, 새끼보라느니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어 넘 좋았다.

암뽕순대. 암뽕이란 건 보통 돼지의 내장으로 만드는 순대와는 달리 암퇘지의 내장을 사용하여, 선지를 굳혀서

순대 안에 속으로 넣는다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한다. 게다가 26가지에 이르는 재료를 넣어 만드는 전라도식

수제 순대라고 하는데, 가게 주인 아줌마가 구수한 전라도를 섞어 말씀해주신 거라 정확히 들은 건지는 잘..

그치만 맛은 확실히 특별했다. 껍데기도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했고, 그리고 두툼한 치감도 좋았고.

그리고 새끼보국밥. 암퇘지의 애기집을 새끼보라고 한다는데, 첨에 이걸 주문하니까 주인아주머니가 살짝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먹는 사람이나 먹지 좀 비위거슬려 하는 사람도 있다나. 아무래도 애기집을 썰어서 국밥에 말아

먹는다는 생각 때문에 좀 그런 거 같은데, 음..미안하지만 꽤나 맛있었다. 부위가 부위이니만치 부드럽고 쫀득하고

굉장히 야들야들. 약간 돼지 냄새가 다른 부위에 비해 강한 편인거 같긴 했지만, 원래 그런 냄새 거리끼지 않으니까.

그리하여 담양의 토속 막걸리, '대대포'를 두 병이나 마시기에 이르렀다. 벌꿀과 대잎 성분이 들어있다 했던가,

저 막걸리도 정말 이런저런 지방 막걸리를 마셔본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벌꿀 덕에 조금 달달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 술술 넘어가는 느낌. 밥으로 먹으려던 순대와 국밥이 어느결에 훌륭한 안주가

되었고, 반주 삼아 마시려던 막걸리는 두 통을 가뿐히 비워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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