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백제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버린 불꽃무늬 왕관은 오늘에도 그대로 남아 분명한
형체를 남기지만, 그 왕관 아래 얼굴과 분위기는 대부분 상상의 영역에 남겨진 것. 그저 문헌상 '온유하다'거나
'따뜻한 성품'이라거나 따위 몇 개 키워드로 상상해낸 분위기를 어슴푸레 더듬을 뿐이다.
중국풍이 가미된 걸 감안하더라도 꽤나 귀티나게 그려놓았다. 자신만만한 눈매, 당당한 태도의 잘 갖춰진
의관까지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풀풀.
기원후 500여년쯤 중국 남조 양나라 때 그려진 두루마리 그림 '양직공도'에 남아있던 그림으로, 중국 황제에게
사신으로 방문한 외국 사람들이 그려진 것을 감안하면 양나라(혹은 중국)과의 우호도나 관계에 따라 어느 정도
이미지가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었겠다고는 생각되지만, 아무리 중국인 입맛대로 그렸다고 해도 이건 꽤나
긍정적인 이미지.
걸치고 다니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세련되고 당당한 느낌.
뭐랄까, 짐승남의 매력이 풀풀.
붉은 입술, 그리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까지.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살짝 퇴폐적인 눈매까지.
북실거리는 털들. 그렇지만 색감이나 감각은 훌륭하다. 나름의 의관과 맞춘 의복에 팔다리귀에 꿴 고리들까지.
'왜(倭)'라는 글자의 연원을 떠올리게 한다. 왜소하다, 작다, 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는 한자 倭.
조금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당대의 루저'였던 왜나라 왜국인들이였달까. 뭐 그떄가 요새처럼 키높이를 가지고
결정적인 평가를 내렸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 > Korea+DP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물들 사이를 흐르던 마음은 기어이 사고를 내다. (0) | 2010.09.12 |
---|---|
부여 궁남지, 선화공주와 서동이 빗자루로 환생하다. (0) | 2010.08.31 |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연못에 그려지다. (4) | 2010.08.30 |
여름, 매미를 저격하다. (4) | 2010.08.30 |
한강시민공원 내 전용 자동차극장을 세우다. (0) | 201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