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달맞이길을 걸으며 바라본 해운대 신시가지, 그리고 동백섬 너머로 광안대교가 얼핏 보인다. 옆으로 계속 바다를

끼고 걷는 달맞이길 위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내렸다.

달맞이길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 중턱의 고개길을 말하는데, 근 8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통칭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와우산 꼭대기랄 수 있는 달맞이동산에 있다는 해월정까지 걸을 생각을 하고

나선 길, 해운대에서부터 내처 걸었는데 계속 오르막길이라 조금 걷기가 부담스럽다.

그래도 날씨가 워낙 좋아서 햇살이 저토록 눈이 부시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모래사장에서 팔을 한껏 뻗어

갈매기를 부르는 여자의 몸짓 아래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근데 무슨 갈매기들이 서울역 앞 비둘기떼처럼

저렇게 무질서하게 모여있냐 말이다.

길 옆으로는 바다를 바싹 끼고 달리는 철도 레일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왠지 도시에 저런 철도 건널목이

있으면 운치가 있달까, 고풍스럽달까, 여하간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딸강딸강, 종소리가

울리고 천천히 가로대가 내리뉘이고 나면 잠시후 잔뜩 닳아빠진 쇳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

달맞이길 좌우에는 갤러리나 까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 제법 적잖이 위치해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여행자를

유혹하는 건 느긋한 아침나절의 평화로움을 떠올리게 만드는 브런치 메뉴들을 파는 까페들. 약간씩 내외부 치장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한 건물들이 모여있는 풍경은 서울에서도 낯설지 않다.

달맞이길의 어느 횡단보도, 홀쭉했던 달이 점점 차오르며 둥싯해지는 모습, 그리고 둥그런 궤적을 그리며 점점

이동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문탠로드, 부산국제영화제 때 전세계 영화인들이 다녀가며 사진도 찍고 했다는 달맞이길의 한 부분을

특히 '문탠로드'라고 이름붙인 거 같은데 그 문탠이란 게 혹시 '썬탠'할 때 그 '탠'과 '문MOON'의 결합인 걸까.

아마도 그런거 아닐까 싶은데, 맞던 아니던 간에 이름 갖고 이렇게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명센스는 쫌 아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