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리네 동대문시장같은 느낌의 부기스 스트리트 말고 그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아랍스트리트.


부소라 스트리트니 하지 레인이니 하는 부수적인 골목들 이름은 몰라도 좋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카펫이나 이런 직물들을 팔고 있는 가게들도 잔뜩 있고,


야트막한 이층건물들이 틈새도 없이 쭉 이어진 곳에서조차 그래피티는 용케 곳곳에 안착했으며,


이국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진짜 쓰이고 있는 아랍의 향취 물씬한 아이템들까지.



이런 모자이크등은 볼 때마 참 이쁘다는 생각, 그리고 동시에 한국에 들고 가면 참 안 어울리겠다는 생각. 


이렇게 우르르 모여있을 때,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 있을 때가 가장 이쁜 거 같다.


하지 레인의 벽화거리에서는 올 때마다 이렇게 (아마도) 쇼핑몰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 같다.


핫한 아이템으로는 커피 위에 본인 사진을 얹어서 만들어주겠다는 셀피커피샵이 있달까.



여전히 헤이즈 때문에 사람들은 꽤나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있지만서도.


그와중에도 길거리 공연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며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온갖 의류들과 악세서리를 전부 취급할 테니 일단 들어오기나 해라, 라는 당당함의 표현이려나.



이건 직물에 무늬를 찍는 틀이라고 해야 하나. 금속으로 저렇게 세심한 무늬를 단단하게 만들어두고 잉크를 묻혀서


직물에 규칙적으로 찍는 거겠지.


이제 싱가폴에서는 시샤(물담배)가 불법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에 애플향


시샤임이 틀림없는 향기를 맡고는 찾아간 곳. 새 한마리가 짭새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그곳에서의 시샤 가격은


무려 35싱가폴달러. 동남아나 이집트에서의 가격을 생각하면 도무지 아닌 거 같아서 코만 몇번 벌름거리고 스킵.


아랍스트리트 어디였더라, 고양이 한마리가 저 조그마한 구멍으로 부비부비하더니 슬쩍 빠져나가는 곡예를 보여준 게.





 

 아랍 스트리트가 위치한 부기스 지역에서 리틀 인디아역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 곳곳의 공사판 사이로 이런 원색의 아파트도 지나고.

 

 이렇게 깊숙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사람들이 삥 둘러선 공사판 가림막을 지나서 도착한 곳. 그야말로 진짜배기 인도의 축소판.

 

 북적거리는 거리와 시끄러운 인도 음악의 무규칙한 조합. 심지어 무질서하게 지나며 클랙션을 울려대는 차들까지 판박이다.

 

  

 싱가포르의 세련되고 고급진 이미지는 간데없고 끽끽 소리내는 양은냄비를 늘어놓고 온갖 꽃장식을 팔고 있는 가게들.

 

하다못해 건물들 뒷켠의 골목까지 인도스럽도록 신산하다. 이걸 집이라 부를 수 있을지 고심케 만드는 허술한 방벽들.

 

 그리고 조각보만한 공간에서 삐져나와 골목 귀퉁이를 차지한 채 야채를 다듬고 카레냄새를 풍기는 인도 출신의 사람들.

 

 더러는 삐쭉하니 늘어뜨린 나무막대를 따라 온통 뒤엉킨 빨래들을 그나마 단정하게 늘어뜨리느라 여념이 없기도 하고.

 

 

골목마다 숨어있는 힌두교 사원, 모스크, 그리고 불교 사원까지 잡신들이 총망라된 거리에 소만 풀어놓으면 딱 인도겠다.

 

 그리고 값싸보이는 배낭여행객 전용 숙소들과 이메일 체크를 위한 인터넷 까페들이 넘실넘실.

 

이제 싱가포르 시내 남쪽에 위치한 차이나 타운을 들러보러 택시를 잡아탄 찰나,

 

유리창에 붙은 one singapore이란 표어가 눈길을 끈다. 무슬림이건, 힌디건, 혹은 불교도거나 심지어 파룬궁신도건 간에.

 

 

 

 

 

 싱가포르의 부기스 스트리트와 아랍 스트리트, 말레이시아로부터 연원한 싱가포르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아랍 문화 지역이다.

 

독특한 색감의 그래피티도 보이고, 틈새 하나 없이 벽면을 공유하는 건물들이 양쪽으로 길게 어깨를 겯고 있다.

 

 

 아직 때이른 오전시간, 간간히 열린 까페에는 외국에서 온 배낭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가며 아직은 따뜻한 해바라기중.

 

 

 이쪽은 사실 이슬람 문화가 물씬 배어나는 특색보다도 마치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같이 깨알같은 쇼핑이 가능한 곳으로 유명하다나.

 

곳곳에서 아기자기하게 정돈되어 있는 쇼핑 거리의 간단치 않은 공력이 묻어나온다.

 

나처럼 너무 일찍 도착한 걸까, 일요일 오전 시간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아가씨가 한참을 서성였다.

 

그런가 하면 마치 한국의 삼청동이나 북촌 같은 분위기에서처럼 온라인 쇼핑몰 모델들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술탄 모스크, 모스크 안의 아늑한 분위기야 언제나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당장 여기만 봐도 한쪽에선 느긋이 기대앉아 신문을 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바지런히 오체투지의 자세로 기도를 하는 모습.

 

2층의 회랑으로 올라가니 영어와 아랍어로 된 코란이 가득. 전세계에서 메카를 향해 정렬해 있을 그 방향을 향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를 따라 늘어선 고층빌딩들이 그려내던 스카이라인과는 영 딴판의 야트막한 건물들,

 

잰 발걸음으로 그 골목통을 돌아나가는 무슬림 아가씨 한 명.

 

 

그림자가 조금씩 짧아지고 짙어지면서, 가게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골목통의 끽해야 이층짜리 건물들이 어깨를 다닥다닥 붙이고는, 이렇게 외벽에 송풍기로 또 하나의 벽을 만들어두었다.

 

어느 현관 지붕위, 조그마한 창문턱위에서 삼엄하게 깨져있는 유리조각들 사이로 비죽이 고개를 내민 다육식물 무리.

 

 

이슬람 전통의상이나 카펫 판매상들 사이에서 보이는 술탄 모스크의 울타리. 노란 별과 달이 아스라해졌다.

 

 

가게 한쪽 벽면으로는 아랍 스타일의 타일과 조명기구들로 한껏 아라빅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리고 보기만해도 땀날정도로 폭신하고 따뜻하던 카펫들.

 

홍콩이나 도쿄를 떠올리게 할 법한 빼곡한 고층건물숲으로만 싱가포르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이 곳에서 살아가는 무슬림들이나 다른 인종, 다른 종교의 사람들의 속살거리는 일상을 보고 싶다면 가보기를 추천.

 

 

 


음..그러니까 여기에서 직접 꼽아본 코드는, 일본, 한국...음...

요새 주위에서 '니가 여행블로거였던 말이더냐'란 말을 많이 듣고서 잠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다가.

이 사진을 어디선가 찾아보곤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달까.ㅋ



(근데 이 사진에는 아랍 지역의 콘센트가 전부 빠져있는 듯..)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의 야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이 신도시가 투르크를 외부에 보이기

위한 일종의 '쇼윈도 시티'라는 사실도 알고 있고, 저토록 불필요하게 곳곳에 촘촘이 박힌 불들이 얼마나

에너지 낭비인가 탄식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는 해도, 그래도 밤늦게 일을 보러 다니면서도 늘 카메라를

손에서 뗄 수가 없었던 거다.

도시 너머로는 온통 사막뿐인가 했더니, 어느 한쪽으로는 투박한 산맥이 등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등뼈

끄트머리에 살짝 얹힌 마지막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증거하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 어물쩍 해가 넘어가려는 무렵부터 시작인 거다. 어느 순간 팟 소리를 내며 켜졌을 법한 가로등들과

그 너머 띄엄띄엄 세워진 거인같은 건물들이 보랏빛 황혼이 무색하게 빛을 밝혔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도시의 가로등들이 세워진 간격은 한국의 서울보다 두배쯤은 촘촘한 거 같다.

이맘때, 빛과 어둠의 투쟁이 막바지에 치달아 태양의 잔광이 마지막 숨을 깔딱거리는 즈음의 분위기란 어디고

참 싱숭생숭하다. 퍼렁빛의 하늘, 왠지 크게 술렁거리는 듯한 대기, 그리고 갈피를 못잡는 사람 마음.

어둠의 완승, 빛의 세상을 완전히 지구 반대편으로 몰아내고 나서 자축하며 잔뜩 꼽아둔 노랑색 촛불들.

여기도 중동 지역의 돈많은 국가들처럼 아스팔트가 다르다. 빛이 한없이 미끄러져 내리며 번쩍번쩍하는, 그런.

중동 지역은 비도 많이 오지 않고 오일머니랑 바꾼 최고급 스포츠카들이 잘 달리기 위해서 F1같은 레이싱트랙에

발라지는 특별한 아스팔트를 썼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의 여느 아스팔트보다 훨씬 조밀하고 맨들맨들해서

승차감도 좋고 타이어도 찰싹 달라붙지만, 비가 오면 완전 잘 미끄러진다는 그런 특성의 아스팔트란 거다.

여기도 그런 건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비슷하게 건조한 기후인데다가 오일머니, 가스머니 많은 나라니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이제 그냥 조용히 사진들 보여주기. 야경에 딱히 멘트라고 달 것도 많지 않은 거다.

가로등이 촘촘한 것도 그렇지만, 하나에 네다섯개씩 휘영청한 전구가 들어있는 것도 사람 할 말 잃게 만든다.

저 가로등들은 차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행인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만든 게 아닌 건 분명한 거다.




청계천 광장의 재림이랄까. 색색으로 변하는 분수들은 밤이나 낮이나 꺼질 줄 모르고 그 구간 역시 청계천의

지극히 일부만 포장해둔 쪼잔한 사이즈와는 비교되지 않는단 점에서 오히려 여기가 한 수 위인 거 같기도 하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배하는 과거 공산정권의 잔재, 냉막한 얼굴과 건조한 분위기에다가 예측 불가능하고 느린

일처리 같은 것들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야경이 참 이뻤다고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사진으로라도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찾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꾸스꾸스, 예전에는 조나 수수, 뭐 그런 걸로 만든 음식인 줄 알았었다. 알고 보니 밀가루를 오돌도돌 뭉쳐서

빳빳하게 건조시켜서는 주머니 속에 담아 낙타에 싣고 다니는 거라고 했다. 부패도 막고 이동에도 간편하며

조리도 쉽도록. 지혜롭도다.

조금씩 깔리기 시작하는 코스 메뉴. 알제리는 프랑스의 피식민 경험 때문인지 빵이 꽤나 맛있었다.

양고기가 꽉 차있었던 조르바, 라는 이름의 튀김요리. 양고기의 육즙이 울컥울컥 배어나오던.

잘 삶아진 수육처럼 나온 양고기 덩어리. 그리고 그 옆에 일견 밥처럼 보이는 하얀색 알갱이들이 바로 꾸스꾸스.

양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먹는 양고기는 확실히 한국에서와는 맛이 다르다. 그만큼 많이 소비되니

신선한 고기가 쉼없이 공급되는 탓도 있을 거고, 레시피와 조리사의 한계도 있을 거고.

그 위에 이렇게 소스를 뿌려준다. 걸쭉한 카레같기도 하지만 그런 향신료의 냄새가 강하지는 않고. 보슬보슬한

꾸스꾸스가 더욱 부드럽고 달콤고소하게 느끼게 해주는 도우미랄까. 양고기의 혹시 모를 퍽퍽함 역시 한결

덜어내 주는 소스의 위엄.

수분을 잔뜩 빨아들인 밀가루 알갱이들이 고소하게 입안에서 깔짝깔짝, 씹는 식감도 독특하고 은근 배도 꽉

차게 불러오는 음식. 더구나 스테미너에 좋다는 양고기와 함께니 한끼 식사로 더할나위없던 알제리 꾸스꾸스.

알제리가 또 프랑스로부터 넘어온 와이너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던데, 함께 마셨던 알제리 와인도 꽤나

괜찮은 맛이었다.

거기에 더해, 죽도록 달디달던 알제리의 디저트 쿠키들. 아랍쪽을 다니며 아무리 맛보아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디저트류의 그 아리도록 단 맛. 어찌나 단지 한입 베어물면 귓속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면

너무 구라라는 게 티가 나려나.




이태원을 걷다가 정말 빵터지고 말았던 티셔츠의 그림. 소주 두잔에 부자라고 큰소리, 넉잔에 잘생겼다고 자뻑,

여섯잔엔 총맞아도 안 죽는다는...왠지 이쯤에서 고무고무~ 를 외칠 듯한 만큼 술이 올랐겠지. 그리고 여덟잔,

드디어 酒仙의 경지인 거다. 투명인간이 된단다. 중학교 때 교실에서 돌았던 야설에는 투명인간이 되고 나면

해보고 싶은 온갖 것들이 담겨있었다.

험험. 우야튼, 이태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이국적인 느낌. 소와 양과 닭고기를 판다는 여느 표지 하나도

심상하지가 않다, 물론 양고기 자체로도 이미 꽤나 이국적이겠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어쨌든 꼭 들르게 되고야 마는, 이태원의 모스크. 예전에 갔을 때보다 조금 더

단정하게 꾸며진 것 같다. 그때도 정면의 저 초록색 글씨가 있었던가...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아랍쪽 국가에 다녀온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취직하고 나선 거의 반년마다 그런 동네로 출장을

갔던지라, 슬슬 좀이 쑤시는 게 어디가 되었던 나갈 때가 되었다고 알리는 듯 하다. 역마살에 가까운 무엇.

우두, 라는 말이 화장실을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여기에 굳이 이런 식으로 한글로 '우두'라고 적은

화장실 표지판이 있을지도 몰랐다.

저 꼬불꼬불한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대개 오른손잡이인지라 자기가 쓴 글씨를 스스로 뭉개며

씌여진다는 걸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은 듯 하다. 볼수록 신기한 글자. 전체적인 윤곽선은 대충 익숙한데

저걸 대체 어떻게 끊어서 읽어내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




중국관은 다른 국가관들에 비해 높이가 두배나 높을 뿐 아니라 위치 상으로도 엑스포장 내의 최중심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게다가 건물 모양 자체가 위로 향할수록 넓어지는 커다란 역사다리꼴이니, 마치 주렁주렁한

장식이 달린 황제의 관을 쓴 중국의 천자가 세계를 굽어보는 격이다.

중국관의 외벽을 두르고 있는 문양도 특이하다. 뭔가 왕조의 문양이랄까, 기하학적인 무늬가 돋을새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대기시간 90분임을 알리는 중국관 입구. 아무래도 중국 사람들은 중국관에 가장

관심이 많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인지상정.

커다란 관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던, 하늘로 퍼져나가는 형태의 골격은 끝에 옥새의 도장밥모냥 문양이 음각된

여러 개의 기둥이 서로 얼기설기 지탱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관 드디어 입장, 천장에 빨간 무늬가 이리저리 휘감기고 있었고, 기둥에도 꿈틀꿈틀 붉은 빛이 용틀임중.

중국관 1층은 중국 내 각 성들의 연합전시관이었다. 오각형 형태의 공간이었다는 건 행사장 도면을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전시관 내로 들어서니 드글드글한 관람객들, 대부분이 중국사람이라 온통 중국말 뿐이다. 웅성웅성, 천장까지

튀어올랐다가 귓바퀴로 파고드는 리드미컬하고 커다란 중국어 소리.

각 성에서는 제각기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많이 본 듯한 선녀옷과 머리모양을 하고 이쁘게

치장한 아가씨들은 꼭 한 명씩 있었고, 나름의 고유한 음악이나 예술작품을 보여주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부스 모양 자체도 각 성의 특징이나 컨셉에 따라 꽤나 참신한 것도 있었고, 혹은 아주아주 화려한 것도 있었고.

종이공예를 선보이신 분은 심지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앞엣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위질을 멈추질

않았다. 가위 끝으로 호랑이 눈알을 파고 발톱을 일으켜세우는 솜씨가 대단했다는.

팬더가 유명한 사천 지역이던가, 아예 산등성이를 옮겨와 팬더와 원숭이와 새에게 사이좋게 자리를 마련했다.

사방에서 질 수 없다는 듯 한껏 치장한 중국 각 성의 부스들에, 관람객들은 이리저리 물풀처럼 흔들리며

휘둘리고 있었다. 중국이란 이름 아래 묶였던 각 성의 고유한 색깔, 유전자, 문화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어느 성이었더라.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한 누각 안에 들어선 기분을 맛보게 하던 곳.

신장-위구르 지역은 중국 지도부가 분리독립 움직임을 늘 경계하며 주시하는 곳이다. 부스 이름에서부터

아랍어가 꼬물꼬물하는 게 역시 많이 이질적인 느낌을 풍긴다.

신장성이었던 거 같다. 이 아가씨들의 터키스럽달까 아랍스러운 의상과 외모를 마주쳤던 건 역시나.

잠시 그녀의 우아하고도 발랄한 턴을 바라봐주고, '중국'이란 나라 밑에 숨어있는 수많은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집단들, 개인들을 떠올렸다.

이 분도 참 풋풋한 분위기를 풍기셨다.

이 분들의 춤은 왠지 스스로의 목을 꺽어버리려는 듯한 손놀림으로 한동안 일관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었지만, 어쩐지 북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경직되고 작위적인 웃음이 더욱 마음을 격탕시켰다.

내 팔뚝에 근육 점 보이소. 으이?

마무리는 항상 화창하게. 노란 꽃밭을 배경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국립극장, 어제부터 제3회 아랍문화축전이 시작했다. 개막식 행사 때 참석해야 '밥은 먹고 다닐' 수 있어서,

개막공연을 보러 갔다. 총 나흘동안 열리는 문화축전에, 이라크, 레바논, 쿠웨이트, 리비아 이렇게 네 개

국가의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낯선 나라들의 문화공연이지만 나름 그들의 나라 국가대표로 오는 사람들,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공연단이 내방한 거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에 세워진 천막-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랍에서

귀한 손님들을 맞을 때 쓰는 그 천막과 생김새가 닮았다-에서 각종 전통음식도 팔고, 전통의상이나 공예품도

전시해두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켠에선 헤나 체험도 벌이고 있었는데, 어깨에서 다섯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헤나를 하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리비아의 전통 가무. 끊임없이 높고 흥청대는 콧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렬한 추임새가 중간중간 박자를

끊고 들어왔다. 그리고 마치 칼춤을 추듯, 기묘한 스텝을 밟으며 사방을 자유로이 종횡하는 아저씨와 아줌마들.




공연 실황, 아이폰으로 찍은 거라 그다지 화질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뭐...쓸 만하지 않나 싶다.

수피 댄스랑 비슷하게 계속 빙글빙글 도는 거 같으면서 또 많이 다르다. 결혼식 때 축하 댄스,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댄스, 소녀들이 즐긴다는 댄스, 등등 여러가지 컨셉의 댄스를 보여줬지만 글쎄..스텝이 미묘하게

다르고 음악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살짝 다르긴 한데, 까막눈이라 민감하게 짚어내진 못했다.

빙글빙글 도는 그들의 댄스와 휘영청 꺽이고 뒤집어지는 피리 소리를 한 시간 들었더니 몽롱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은근 단순한 거 같으면서도 몸을 까딱까딱 박자맞추게 만드는 마력도 있는 거 같고, 괜춘하다.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조금씩 그들이 관객석에 들이대기 시작했다. 관객 코 앞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하더니

이내 손목을 잡고 한명씩 무대로 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VIP로 초청받은 외교부 차관이니 G20준비위원장도

손에 태극기와 리비아 국기를 들고 무대에 나와 같이 들썩거렸다.

기대 이상으로 꽤나 재미있고 흥미롭던 공연이었다. 내일모레까지 계속 이런 낯선 아랍 국가들의 전통 공연과

음식,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으니 한번 가 볼만 할 거 같다. 더구나 남산에 인접한 국립극장,

그렇게 공기가 좋고 다른 분위기의 서울을 만나리란 것도 미처 몰랐다.



덧댐. 그러고 보니 거기에서 삼천원에 팔던 꾸스꾸스도, 한국에서 맛봤던 것 치고는 꽤나 괜찮았다. 강추~*




예전에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 문을 넘어서, 아주아주 놀라운 걸 보여주겠다며 리포터가 이 문 앞에서

방방 뛰면서 들떠있던 모습.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몰이다.

두바이나 카타르 등 아랍권에 있는 쇼핑몰들은 대개 유렵의 브랜드로 꽉 차 있고, 디자인 자체도 유럽식이다.

아무래도 유럽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있는데다 이쪽에서 '선진국'으로 선망하는 지역이 유럽이어서,

햇살귀한 유럽에서 요새 각광받는 휴양지가 이쪽이어서 서로의 관계가 긴밀할 수 밖에 없을 게다.

재작년 파리에 가서 빵맛에 감동했던 '뽈(PAUL)'도 입점해 있었다.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여기다. 안내판 중에 중간쯤, "Ski Dubai".

열사의 땅 아랍국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한 가운데의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스키장인 거다.

스키 두바이로 가는 길, 조금씩 풍경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고드름이 매달리기 시작하고, 차가운 푸른색

계열로 벽면이 도배되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2층에선 빙하기에 살았던 맘모스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저쪽, 뭔가 희끗희끗한 풍경이 보인다. 난간에 기대어 뭔가를 구경하는 듯한 사람들도 있다.

자연광 대신 촘촘히 박힌 조명 아래, 리프트도 보이고 하얗게 눈덮인 슬로프, 게다가 군데군데 박혀 서 있는

펭귄까지.

눈을 수북이 이고 있는 침엽수 옆에서 꽁꽁 싸입고 담소 중인 (아마도) 요원들.

슬로프가 끝나는 지점. 뭔가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게 아니라 그냥 벽면 전체를 건물처럼 만들어두어서 다소

답답해 보이긴 한다. 사실 슬로프도 그렇게 길진 않고 네모난 박스 안에 꽉 짜서 옴쭉달싹도 못하게 넣어버린

느낌이라, 밖에서 보기엔 좀 갑갑해 보인다. 안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폭도 그렇게 넓은 거 같진 않은데, 몇 명이 휙~ 하면서 슬로프 위를 내닫길래 얼른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놓치고

말았다. 한참 기다려도 여전히 텅텅 빈 상태인 슬로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거 같진 않다.

유리에 손을 대면 많이 차갑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차갑진 않았다. 이미 에어콘이 맹렬하게

틀어져있는 쇼핑몰 내부의 온도가 내려갈만큼 내려가 있어서일 수도 있겠고, 유리가 꽤나 두꺼운 덕분인지도.

귀엽지만 왠지 덩그마니 놓여있는 펭귄. 얼마전인가 '1박2일' 퀴즈 중에 남극하면 떠오르는 동물, 의 답이

펭귄이었댄다. 북극은 곰, 남극은 펭귄. 여태 모르고 있었던 거 하나 배웠다.

두바이에 스키장이 작으나마 생겨서 좋은 점은, 아마도 이렇게 데코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가 조금더 다양해졌단

점 아닐까. '스키 두바이' 주변 상점은 온통 설원의 풍경, 눈사람 이미지들이 넘실댔다. 50도가 넘나드는 뜨거운

나라에서, 눈 내리는 거 한번 구경해 보지 못했을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스키장'이라니, 꽤나 참신하긴 하다.

이런 식으로 육각 별모양 눈꽃송이 이미지를 여기 아니면 두바이 어디서 또 써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에미레이트몰 내부의 마켓에서 발견한 향신료 코너. 이스탄불에서였던가, 과거 향신료 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던 올드 바자르에서 익숙하게 봤던 그 풍경이다. 꺼칠해 보이는 질감의 푸대에 양껏 담긴 채 서로서로

기대선 향신료들, 그리고 그 강렬한 냄새와 다채로운 색깔.

한쪽에는 이렇게 카펫이 빨랫감들처럼 축축 널려 있었다. 이렇게 더운 나라에 왠 카펫이 필요한지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어그'신발도 호주의 서퍼들이 모래사장에서 신던 신발이라니까. 뭐 비슷한 맥락이겠지 싶다.

어느 나라던 마켓 구경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화려한 색깔의 물담뱃대, 그리고 자그마한 크기의 액세서리니 물그릇이니. 저런 건 몇개쯤 우르르 사서 한꺼번에

장식해 둬야 이쁘지 하나만 덜렁 이쁘다고 사놓으면 제대로 분위기가 안 난다.

어딜 가던 한 장씩은 꼭 찍어두는 화장실 사진. 그다지 특징은 없지만서도.



두바이의 인공섬 팜 쥬메이라, 두바이 시내 어디서든 그 야자수 모양의 이미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섬의

형태는 갖춰졌지만 아직 애초 구상한 시설들이 들어서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여전히 많은 부분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있지만 일단 섬 모양은 그럴듯한 야자수 모양으로 완성된 상태, 그리고

그 위에는 '아틀란티스 호텔'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인공섬 팜 쥬메이라로 들어서는 지하도로. 저 너머에 보이는 분홍색 건물이 아틀란티스 호텔이다. 두바이의

다른 호텔들이 그렇듯 이곳의 외양도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십분 엿보이는 건물이다.

내부에도 꽤나 볼 만한 게 많다고 해서, 바다 밑 지하도로 진입.

왕복 6차선의 지하도로.

창밖으로 언뜻 비치는 아틀란티스 호텔의 꼭대기층 모습. 저런 특이한 형태의 꼭대기층을 실제 객실로 쓴다면

꽤나 독특한 경험이지 않을까. 실제 객실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틀란티스 호텔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그 '아쿠아벤처' 공간이라고 한다. 해저로 가라앉아 잃어버린 사원

분위기가 물씬한 수족관 내에 온갖 물고기들을 우글우글 모아놓은 곳.

그곳까지 가는 길도 컨셉 자체가 바다를 형상화했다. 마치 디즈니의 '언더더씨' 기념관이라고 해도 믿으려나.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동굴같은 복도 안을 울리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르스름한 불빛.

물고기떼들이 겁도 없는 듯 상어의 지느러미를 건드리며 유유히 지나고, 배부른 상어는 고양이처럼 미묘하게

물살을 가르며 몸을 놀리고 있었다.  

거대 가오리가 진동안마기처럼 쉼없이 바닥을 두들두들 두드리고 지나가고, 이끼낀 오랜(듯한) 돌조각들은 

폐허로 변해버린 고대의 신전을 재현해 놓은 듯 디테일이 충실하다. 

자꾸 '생선'들의 사진에 액자처럼 건물벽면이 들어선다. 아님 이렇게 시선이 천장까지 가닿거나.

한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며 원통처럼 생긴 커다란 수족관을 요모조모 구경할 수 있었다. 그새

수족관 안에 들어가 먹이도 주고, 유리창도 닦는 부지런한 다이버.

비단 우리 일행만이 아니라, 여기를 '버즈 알 아랍', '버즈 두바이(이제 버즈 칼리파로 이름이 바뀐)'과 함께

투어로 돌아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다. 어느샌가 사람이 바글바글 수족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런 관광객들을 후덕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호텔 직원 한 분. 분명 아랍 인구의 1/3 상당을 차지한다는 인도나

파키스탄인임에 틀림없다. 여기서부터 이 계단을 올라가는 건 호텔 투숙객만 가능하다는 안내판.

일종의 테마 파크같다. 여긴 '언더더씨'에서 인어왕이 앉았던 옥좌 같기도 하고, 그 궁궐 자체를 본딴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계속 든다. 사실은 '테마 파크'의 이미지 차용과 약간의 키치스러움, 그런 것들은 두바이

여기저기서 쉽게 느낄 수 있지 싶다. 뭔가 불모의 사막 땅에 억지로 접붙인 듯한 묘한 느낌.

팜 쥬메이라에서 돌아 나오는 길, 두바이가 품고 있는 바다는 굉장히 황량해 보였다. 우리 나라 서해도 수심이

얕고 황하로부터 토사가 유입되어 꽤나 흐린 물색을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긴 더욱 심한 거다. 가뜩이나

사막인데다가 억지로 '관광 자원' 만들겠다고 바다에 무한정 토사를 부어넣어 '야자수 모양' 섬을 만들어 버린
 
거니까 주변이 온전할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것도 이른바 '두바이 성공신화'의 이면 아닐까.





버즈 두바이를 바라보기 가장 좋다는 맞은편 쇼핑센터, 시간이 너무 일러 대부분 문이 닫힌 상태였지만,

높이 솟은 건물들과 함께 잘 정돈된,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분수정원이 두바이의 급격한 축재를

잘 나타내주는 듯 하다. 이 메마르고 황량한 도시에 저런 분수대라니.

대개 모든 건물들이 지은지 얼마 안된, 갓 구워진 쿠키처럼 노르스름한 황토빛이다. 그래서인지 왠지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조금씩 동이 터오는 하늘, 좀더 뜨겁게 땅이 달구어지고 그림자가 두껍고 짧아지면 이 곳의 풍경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너무 휑하다. 사람은 없고 풍경만 있다.
두바이가 최근의 모라토리엄 사태를 거치면서 곤욕을 치르고는 있지만, 두바이가 아랍에미레이트, 혹은 중동이

가진 핵심 전력은 아니다. 버즈 두바이니, 버즈 알 아랍이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두바이는 이를테면 졸부의 땅. 중동의 이름난 부호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레이트의 대표주자는 역시 아부다비.

어쩔 수 없이 이 곳은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인, 갑작스런 붐에 불쑥 떠오른 지역이다.

밤새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던 공사현장. 두바이는 전기나 수도 등 기본적인 생활필수시설들에 대해서 자국민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일년에 몇차례씩 국민들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일정액을 '하사'하는 다른

중동국들의 사례도 있으니 딱히 두바이가 독특하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외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네 '토목으로 '일어섰네' 어쩌고 하면서 벤치마킹하자고 나섰던 건 사실 우스운 일이다.

자국민에는 무료로 제공되어 밤새 펑펑 낭비되는 전력과 수도 등은 외국인에게는 가혹하리만큼 높은

금액이 부과된다고 한다.

두바이의 일출. 저 멀리 크레인들이 코끼리 코처럼 하늘을 향해 뿌우~ 코를 울리고 있다. 일출인데, 이건 무슨

일몰의 음울하고 축축 처지는 느낌의 이미지.

황량한 땅 위로 이리저리 가로놓인 고가도로가 던져주는 길쭉한 그늘이 도왔겠지만, 그보다 사막지대에선

금과도 바꿀 수 없다는 물을 윤택하게 제공한 덕분이지 않을까. 뚜렷하게 일정 지역만 덮어씌우고 있는

초록색 잔디. 그렇지만 광화문광장을 얄포롬하게 덮었던 화단보다는 수명이 길겠구나 니들은. 겨울은 없잖아.

뭔가 두바이의 도심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확연하다. 갑자기 불쑥 높아지는 마천루, 지금은 버즈 알 아랍 가는

길이다. 어딜 봐도 공사판, 좀처럼 오랜 것은 보이질 않고 모조리 새로 지은 것들 뿐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스쿨버스. 현지인들은 그다지 교육열이 높지 않아 생각있는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곳은 '교육'이란 게, 혹은 '학력'이란 게 출세나 돈벌이의 값진 지표로 작용하지 않을

만큼 온 국민이 고루 부유한 곳인 거다. 그렇지만 역시, 혹은 의외로,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는 여기도 크다고

한다. 어차피 (물질적) 박탈감이란 건 옆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생겨나는 거니까.

여기가 두바이의 강남이랄까, 가장 핵심 비즈니스 구역이라고 한다. 쭉 뻗은 대로 양쪽으로 높이 솟은 건물들,

그치만 왠지 어색한 건,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서 뜬금없이 솟아오른 듯 보이는, 전혀 배후지역이 보이지 않는

섬같은 건물들이란 느낌 때문일 거다. 아무런 연원이나 전통적 상권 따위 없이 생겨난 건물들, 이것들이 모두

유럽의 자금이나 아부다비의 자금을 빌어 올려진 것들이란다.

차창 밖을 내다보던 중에 문득 눈이 띄였던 건 그래피티.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도 그래피티가 있었다니.

두바이의 모랫빛 건물들, 색깔없는 건물들 사이에서 노랑색 페인트칠된 창고건물은 꽤나 눈에 띄었던 건지

놓치지 않고 낙서를 해놓았나 보다. 더더욱 눈에 잘 띄는 약간 어설퍼보이는 그래피티.

참 단조롭도록 쉼없이 나타나는 공사현장들. 제대로 지어졌다 싶은 건물들도 공실률이 생각보다 꽤나 높댄다.

하긴 이렇게 뭔가 제대로 갖춰지려면 한참 남아있는 '신도시'에 누가 서둘러 입주하겠나 싶기도 하고. 단지

높이 솟은 건물들, 현대식의 독특한 외양을 자랑하는 건물들이 모여있다고 뭐가 되는 건 아니지 않겠지 싶다.

두바이를 배우자고 외치던 사람들은, 대체 뭘 봤던 것일까.

버즈 알 아랍이 저멀리 보이기 시작할 무렵, 조금씩 고급주택가가 나타났다. 너른 공간을 넉넉히 써가며 맘껏

녹색의 푸르름을 과시하는 고급 주택들, 왠지 야트막한 인도와 조그마한 신호등이 귀여웠다. 이제 저 너머로

시야를 돌리면 세계 최고의 칠성급 호텔이라는 버즈 알 아랍이.




이태원에서 자주 가게 된 이란 음식점이 있다. 저번 주에 놀러갔던 날은, 마침 그 전날 K방송국이던가에서 방송이

나간 다음이라며 굳이 찾아온 손님들도 있었더랬다. 처음 이곳에 갔을 때는 막 문을 열었던 터여서 주인아저씨가

한국어에 무지 서툴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유창한 분이 서빙도 맡고 계셨다. 저~기 테이블 위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물담배 기구. 거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페르시안 아트. 흔히 이란을 아랍국가로 오인하거나 중동국가로 분류하긴 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아랍국가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정체성과 인종적 특성을 가진 나라가 이란이다. GCC, 그러니까

최근 한국과 FTA 협상 중인 걸프연안국가 22개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언젠가 한번

여행하고 싶은 나라라는 사실.

(추가 : 이란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시아파 이슬람교의 영향이 크다는군요. 서아시아 소재 이슬람 국가들 가운데

페르시아의 본산이기도 했던 이란은 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페르시아계라고 합니다.  BlogIcon sephia 님 감솨!)

이란의 전통 요구르트음료와 인도의 난과 비슷한 빵. 요구르트 음료는 시원하면서 살짝 까끌까끌한 모시같은 맛이랄까,

뭐 실제 모시적삼을 물었을 때 나는 그런 맛이란 게 아니라, 깔끔하고도 시원한 맛이었단 얘기.

하나씩 접시가 늘어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양고기 케밥. 양고기가 냄새도 없고 기름기도 많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저게..이름이 뭐였더라. 양고기 스튜같은 건데, 난에 싸먹으면 무지 맛있다. 색깔이 잘 살지 않아 좀 칙칙한

느낌이 있는데, 실은 무지무지 먹음직스러웠다는. 담엔 메뉴판을 찍어놔야겠다..이렇게 교훈 하나 얻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서 왠지 아쉬웠다. 사실 음식이 위장을 자극해 뇌에 '배불러배불러 고만 처먹어'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너무 빨리 먹어버린 탓이었지, 결코 양이 적지는 않았다. 그저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닭고기 샌드위치(라고 불렸던가).

닭고기랑 야채가 꽉 차있어서 한입 베어물면 입안이 뿌듯해졌다.

먹고 나니 물담배가 땡긴다. 사과향기의 연기를 뽈뽈 대며 머금었다 뱉었다 그렇게 유유자적하고 싶었다. 문득

터키, 이집트, 그리고 알제리에서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올라서, 한 대에 무려 10,000원이나 한다는 물담배를

주문했다. 물담배 기구...에...그러니까 물담뱃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싶은데, 거기에 장식된 문양이나

그림들을 구경하면서 불을 쟁였다.

 

물담배는 마약이 아니다. 마약류로 취급되지도 않고, 그냥 담배연기를 물에 한번 걸러서 피우는 거라고 생각함 될 듯.

근데 표정은 무슨...뽕쟁이 같다.ㅡㅡ; 한 30분동안 뻐끔대다 보면 저렇게 된다. 마음이 놓이고, 정신이 쇄락해지며,

육체의 온갖 자잘한 질병과 만성적인 빈궁함이 치유되는 느낌. 캬아.


★ 물담배의 원리!!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플라스크 실험 그림을 구글해 보다가, 도무지 안 되겠어서 스스로 그려보았다. 짜잔~*


위에서 불타고 있는 apple-flavour의 물담배용 담배숯이랄까. 한 삼십분쯤 지나니 하얗게 불타버렸다.


이란 음식 전문점을 배경으로 한 물담배의 고고한 자태. 한 대 땡기시면 언제든 시도해보시길.






"5월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문화광장등 국립극장 곳곳에서 전시될 예정이며,
전시외에도 공연,체험등의 아랍관련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남산이 푸르른 요즘, 
시간이 가능하시다면, 발걸음 하셔서,
아랍문화의 향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전시는 4시부터 8시까지 오픈예정입니다.)"

라고, 아랍문화축전 담당자분이 이메일을 주셨다. 정작 내가 갈 수 있을까..싶은 타이밍의 날짜들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사진과 글이 전시된 곳을 다녀오지 않을까.ㅎㅎ

혹시 아랍문화에 관심있고 다른 여행사진들이나 캘리그래피, 헤나, 아랍음식 등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며칠전 올렸던

아랍문화축전 행사 관련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아랍문화축전]꾸스꾸스를 먹고 이라크영화를 본 후에 수단전통혼례에서 결혼하기.)




6시쯤 일어나 씻고는 바로 시디가베르정류장으로 트램타고 출발. 정말 우리나라도 트램같은 호흡을 가진 탈 것이 있으면,

시간이 어중띠게 비는 때, 어딘가 갈 데가 마땅히 없지만 움직이고 싶을 때, 무지 애용해줄 거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이집션들도 터키에서 들었던 악명보다는 훨씬 덜 '귀찮고', 생각보다 훨씬 더 친절하다. 물론 한국을 거의 피를 나눈 형제

국가로 여기는 터키인들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못지않다. 흔히 진부하게 표현하듯, '사람들이 때묻지않은 제3세계'운운

하기는 뭣할 정도로 관광대국인 이집트지만, 그래서 사람손도 많이 타고 때도 남들만큼은 묻어보이지만, 푸근했다.


영어가 안되도 눈빛과 제스처로 충분히 그 진심이 느껴진다. 어쩌면 말이 쉽게 통한다는 건-의사소통이 단지 언어에만

기대어 가능할 정도로-많은 것들을 놓치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외려 답답한듯한 눈빛과 제스처로, 그리고 그

뉘앙스로 무언가 의미를 교환하려 서로 애쓰는 와중에 훨씬 더 '인간'을 만난단 느낌을 짙게 한다. 몇마디 여행용

영어로나, 혹은 아주 식상한 '잘지냈어' 정도의 말로는...그저 인터넷상에서 무언가를 클릭해 순식간에 정보만을 얻고

치우는 정도...그런 느낌이다. 마치 여기가 무슨 리니지 같은 온라인겜 혹은 이러저러한 게임 속이고, 어디서 누굴 만나

대화를 걸면 무슨 정보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이런 식의 걍퍅한 관계. 머, 그런 거 주의하면서 신나게 여행 중.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시간이나 기다려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그런 늘어지는 삶의 속도도 여유롭게

즐겨줄 만큼의 여유가 맘속에 생겼다. 어쨌거나, 여행 중이니까. 전날밤부터 재미나게 읽고 있던 론리플래넷 이집트의

역사랑 문화 편 보느라, 이집트에 대한 정보랑 이미지를 좀더 세밀하게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으로 썼다. 여기도 참..

3000여년의 파라오 시대 이후에는 계속되는 수난사였다. 페르시아, 로마, 아랍, 터키, 오스만투르크, 나폴레옹, 그리고

영국에 이르기까지 2000년이 넘게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온 땅이다. 덕분이랄까 문화도 파라오시대, 그레코로만시대,

등등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로 향하는 세시간 반정도의 버스여행길은, 안내양 아가씨(혹은 아주머니)가 함께 했다.

이집트에서 그런 '개명된 스타일'의 여성은 참 드물게 보아서, 계속 흘끔대며 보다가 넋놓고 남들하듯 차를 시켰다.

빵류까지 갖다주길래 혹시나 하고 몇번씩 물어봤지만 대답이 시원찮고 다른 이집션들도 많이 먹길래, 꽁짠갑다 하고

다 먹고 났더니, 자그마치 17EP를 내란다. 어이, 버스비가 22EP였다구. 데따 맛도 없었는데다가 꼭 불량식품같이

버석대는 엉성한 비닐봉지에 담긴 빵쪼가리와 과자부스러기였단 말이다. 카이로에서도 한끼는 5EP면 되는 판에.


더구나 내릴 즈음, 한 아저씨가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남이냐 북이냐, 해서 왠지 북이라 하기도 껄떡지근하고

남한서 왔다고 사실대로 말했더니 뭔가 옆의 아저씨와 아랍어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흥분이 내게

충분히 전해지고 있었음에도, 그는 내게 좀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는지 몇마디의 영어와 제스쳐를 동원했다.

America, strong, 무언가 기는 표정 내지 쫄은 표정을 지어가며 혀를 낼름낼름-뭔가 핥듯-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모두 박장대소한다.


감이 왔다. 뭐, 이라크 전에 굳이 파병한 한국이 아랍세계에 곱게 보일 리는 없는 거고, 對제3세계 외교가 전무한 채

오로지 미국과의 코드맞추기에 급급한 한국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맞는 이야기고, 나도 비슷한 생각이지만 기분이

좀 묘했다. '조국'과 나를 동일시할 생각이야 없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 국적과 그 인간을 뭉뚱그려 빈정대고

싶지도 않고 빈정당하고 싶지도 않은 거다. 어쨌든 내가 느꼈던 감정은, 나 자신이 '국가'와 '국적'에 묻혀 매도당하고

있다는 불쾌감, 그리고 부끄러움이었다. 명분 없는 전쟁, 명분 없는 파병에 대해.


코드기어 를루슈에 나오는 "Yes, Your highness"를 아랍어로 바꾼다면, "사-히불 다울라"정도?
...예스는 뭐라고 하더라...허점 (벌써) 발견! OTL..

발음

호 칭

호 칭

직 급

-히불 잘라라

잘라라툴 말리키

صاحب الجلالة

جلالة الملك

Your Majesty

King

-히불 파카-

파카-마툴 라이-

صاحب الفخامة

فخامة الرئيس

Your Excellency

President

-히불 다울라

다울라툴 라이-

صاحب الدولة

دولة الرئيس

Your Highness

Prime Minister

-히불 마알--

마알-- 와지-

صاحب المعالي

معالي الوزير

Your Highness

Minister

-히붓 쑤무-

쑤무-울 아미-

صاحب السمو

سمو الأمير

Your Royal Highness

Prince

-이불 쑤아-

쑤아-다툴 싸피-

صاحب السعادة

سعادة السفير

Your Excellency

Ambassador

-이불 까다-

까다-싸툴 바-

صاحب القداسة

قداسة البابا

Your Holiness

The Pope

 


 

لكلّ فرعون موسى. (=لكلّ جبار قهار)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

리쿨리 피르아운 무사 (리쿨리 잡바린 까흐하-)

 

خير الأمور أوساطها.(=التوسّطُ في الأمور.)                         중용이 최상

카이룰 우무르 아우싸-뜨하

 

لا تكره أمراً عسا ….  أن يكون خيراً لكم.               전화위복

라 타크라후 아싼 안 야쿠나 카이란 라쿰

 

كم من تلميذ قد بذّ (أو بزّ) أستاذه.                 청출어람

캄 만 틸미두 까드 밧다 우쓰타다후

 

لا تُعَلِّمِ اليَتِيمَ البُكاءَ.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라.

라 투알리밀 야티-말 부카아

 

الذّوْدُ إلى الذود إبل.                                           티끌 모아 태산                              

다우두 일랄 다우드 이빌

 

لكل ساقطة لاقطة.(=لكل رديء طالب.)                  짚신도 짝이 있다

리쿨리 싸-까따 라-끼따

 

الثكْلَى تحبّ الثكلى.                                           동병상련

알수클라 투힙부 알수쿨라

 

الطيورُ على أشكالها تقَعُ. (=الطيور على أُلاّفِها تقع.)유유상종 

알뚜유루 알라 아슈칼리후하 타까우

 

إذا كان الكلامُ من فضَّةٍ، فالسكوتُ من ذَهَبٍ.                             말은 은, 침묵은 금

이다 카나 칼라무 민 핏다틴 팔 쑤쿠-투 민 다하빈

 

حبل الكَذِبِ قصيرٌ.                              거짓말의 끈은 짧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

하브룰 카딥 까시-

 

إن للحيطان آذانًا.      벽에도 귀가 있다.(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인 릴히-- 아다난

 

الصديق وَقْتَ الضيقِ. (=عند الشدائد تُعْرَفُ الإخوانُ.)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알 사디끄 와끄틋 돠이끄 (에인닷 샤다이두 투으라풀 이크완)

 

الصبر مفتاح الفَرَجِ.            인내가 기쁨의 열쇠(고진감래)

앗 사브르 미프타훌 파라즈


작년에 제1회 아랍문화축전을 보고 와서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공연이었어서 감탄했었습니다.

아랍권 국가들의 민속공연이나 미술전시회가 열렸던 작년보다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제2회 아랍문화축전이 2009. 5. 18(월)~20(수) 3일간 열린다고 하네요.


흔히들 '중동국가'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아랍국가'라고 불러주는 것이 그네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해주는 표현이라고 합니다.(저도 잘은 모릅니다만..^^;) 일본을 일러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면,

아랍국가들은 멀고도 먼 나라쯤 되려나요?


아랍국가라고 할만한 나라들이 어디어디가 있을지부터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이란은 포함될까? 수단은? 소말리아는 아랍국가일까?


아랍국가는 '아랍국가연맹'에 가입한 22개국가를 말한답니다.





단편적이고 선정적으로만 보도되는 아랍국가들에 대한 모습들 말고 그들의 오랜 역사와 문화, 전통을

보여주고, 또한 (갠적으로는) 현재를 그들 나름의 어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설레고 있습니다. 더구나 전부 무료라니, 예약만 하면 된다네요.

아래 그림들은 모두 제2회 아랍문화축전 공식홈페이지(http://www.arabfest.org/)에서 갓 잡아올린 것들이에요.


우선 공연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영화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전시/체험에 대한 내용들..

갠적으로는 캘리그래피에 대한 전시회를 꼭 가보고 싶어요.

아니면 헤나 아트도. 타투(Tatoo)는 넘 헤비하단 느낌이고, 한달이 채 못가 흐물흐물해지지만 맘껏 그리고

싶은 것들을 부담없이 려넣을 수 있는 헤나의 매력이랄까요. 아마 한귀퉁이에서 무료 시술도 해주지 않을지.ㅋ


요 그림 가운데 있는 저 기기묘묘한 글씨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것이 바로 캘리그래피!
관심있으신 분들, 혹여 공연 보는데 옆자리에서라거나, 영화관에서 뒷통수만 마주할지언정,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아랍어로 부르는 마이웨이. 더구나 가수는 아랍권의 '나훈아'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라네요.

왠지 항가항가 거리는 듯한 악기 소리가 생경하긴 하지만 듣다보면 은근 귀에 콕콕 와닿는 듯 한건

혼자만의 오해일까요.

클라이막스 부분이 특히 중독성있다는.ㅎ



남자의 색 파란색, 남자화장실에 그려진 기저귀 찬 쪼꼬만 애기. 올 11월 일본 큐슈에 갔을 때 하카다 역 안의

화장실에서 발견했던 왠지 기분 좋아지는 화장실 표시. 이제 남자가 애기 기저귀 갈아주는 게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정도로는 세상이 변하는 있는 게다.

그림만 봐서는 카이로 쿠푸왕 대피라밋 정도에 있어야 할 것 같은 화장실 표시이지만, 사실은 일본 하카다 역 근처

자그마한 비즈니스급 호텔 로비의 화장실. 대체 왜...?

하카다 근교 다자이후에서 마주친 화장실 표시. 일본색이 풀풀 나는 선남, 선녀의 그림이랄까.

이수영이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큐슈 유센테이코헨의 화장실 표시. 손발을 쫙 펼친 적극적인 남성의 큰대(大)자

모습과는 달리 손발을 곱게 모으고 노란색 끈으로 동여매인 듯한 여성의 모습이 대비된다.

11월 말, 남북간 육상 교류가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지기 직전쯤 다녀온 개성에서 손꼽히는 '고급'음식점에서 만난

화장실 표시. 남한의 고위 공직자들, 정치인들이 숱하게 다녀갈만큼 유명한 곳이지만 조각조각난 '위생실'도

모자라 앞에 빨간 펜으로 '남'이라고 써놓은 게 엉성엉성하다.

화장실 내부를 잠시 볼작시면, 딸랑 하나 있는 '편의시설' 그리고 세면대도 따로 없이 초등학교 때 걸레빨던 곳처럼

대충 만들어놓은 개수대에서 알아서 일보라는 듯. 당연히 핸드 드라이기나 심지어 휴지조차 없었다.

10월, 사우디-카타르-쿠웨이트 출장을 다녀오면서 마주쳤던 남녀 화장실 표시. 턱수염 콧수염이 덥수룩한 아랍의

남자가 반짝반짝 불빛에 반사된 채 왠지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우연찮게 조명도 어두컴컴하게 받아버린

여성이 검은 히잡을 쓰고 검은 망사로 얼굴에 격자무늬 빗금이 둘러쳐진 건 아랍 지역에서 상대적 열위가 두드러진

여성의 위상을 반영하는 걸까. 그러고 보면 표정도 살짝 입을 앙다문채 새침해 보인다.

사우디였던가, 공동화장실의 남성용 편의시설. 왜 저렇게 길게 쭉 턱을 내뻗고 있는지 얼핏 보면 '큰 것'을 위한

시설로 보일 정도지만, 엄연히 저건 '작은 것'을 위함이다.

카타르의 쇼핑센터에 있던 화장실, 한 켠에는 앉아서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가 늘어서 있다. 무슬림들이 사는

세상에선 당연시되는 것들, 이집트나 카타르를 막론하고 모스크 입구에 꼭 설치되어 있는 발씻는 곳.

쿠웨이트 국제공항 내의 화장실. 살짝 당당한 포즈로 양허리춤에 손을 괸 남자와는 달리, 손발이 경직된 여성의

치마가 뾰족하다. 그러고 보니 두 발 사이의 간격도 다르다. 살짝 쩍벌남의 기운이 느껴지는 남성.

아랍 삼국의 호텔을 돌면서 계속 마주쳤던 룸 내의 화장실. 욕조와 편의시설 사이에 놓인 저 제3의 편의시설은

뭘까, 생각하다가 비데의 일종임을 알고 무지 신기해했었다. 그렇지만 얼마전 송년회삼아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룸에서 일박을 하면서 똑같은 시설물을 마주하곤, 이건 왠지 글로벌 스탠다드인가..하는 깨달음이 번뜩.

8월 파리 여행에서 숙소삼았던 유학생 친구의 집에서 만난 화장실. 세면대와 욕조는 다른 공간에 있고

덩그러니 지저분한 편의시설 하나만 비치되어 있는 조그마한 공간.

퐁피두센터 옆에서 만난 공중화장실. 뭔가 쌔끈한 메탈 튜브가 떠오르는 외관이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항상

내부에서 모종의 거사가 진행중이었거나 심각한 냄새의 원천이 되고 있어서 차마 발들일 수 없거나 했다.

어느 여름, 가족들과 함께 삼청각 찻집에 갔다가 예기치 않게 마주쳤던 한국식 화장실 표시. 국내에서 내가 본 것

중에 이만큼 세심하고 이뿌게 한국의 미를 살리려고 애쓴 화장실 표시는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사소하고 하찮을 수

있는 화장실 표시 하나에도 생각보다 많은 걸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또 나처럼, 누군가는 그 표시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찾아내려 애쓰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싶다.


만찬장으로 마련된 곳은 카타르 도하의 외교 클럽(Diplomatic Club), 한국-아랍간의 우호 친선을 증진하자는

행사의 일환으로 벌어지는 기념식 및 만찬은 나름 볼만한 프로그램들로 짜여져 있었다. 한국과 아랍의 기자들이

저마다 무대를 촬영하기 좋은 포스트를 선점하려고 바글바글대는 행사장 안 전경. 디플로머틱 클럽 내부의

아랍스러운 인테리어도 눈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내 앞에 앉아 있던 이 아저씨의 저 화려한 머릿수건 매무새가

한동안 눈에 꽉 차들어왔다.

물론 저 카메라들이 이 사람을 향한 건 아니었고,

한국-아랍소사이어티 회장님이라거나, 카타르의 최고 정치지도자의 얼굴과 말들을 찍어내기 위해서였을 거다. 

공연은 카타르의 전통 음악과 함께 시작했다. 단조롭고 묵직한 북소리가 조금씩 욱일승천하더니 어느순간 천지를

두드리는 천둥소리처럼 울려퍼지고, 좌우에 시립한 사람들은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명확치 않은 허밍을

읊조리고 있었다. 왠지 사막의 거칠고 황량한 질감이 떠오르는 노랫소리, 그리고 멜로디없이 리듬만 타고 도는

털복숭이 아저씨들의 은근한 움직임.

가운데 빨간 머릿수건 아저씨가 대장인 듯, 북을 저렇게 받쳐들고 치기도 하고,

저렇게 제자리에서 뱅글 돌며 북을 머리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기도 하고.

채를 빙빙 돌리다가 한번씩 박자를 쪼개며 들어가기도 하는 저 빨간 머릿수건 아저씨의 재치있는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니 어딘가 사물놀이랑 통하는 데가 적지 않다 싶었다.

다음은 카타르의 비보이 공연. 카타르에도 비보이가 있다니, 하면서 깜짝 놀라면서 봤는데 생각보다 잘 했다.

아랍 문화, 혹은 유교 문화..이런 식으로 나뉠법한 '꼰대들의 전통 문화'와는 거리가 많이 멀어보이는 패션감각과

발랄하고 유연한 몸놀림을 보면서, 저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카타르도 많이 변하겠구나 싶었다.

네ㅇㅇ나 다ㅇ 등의 검색엔진에서 "카타르 비보이"같은 검색어를 치면 이날의 행사에 대한 스트레이트성 기사와

기자들의 소감문이 몇몇 눈에 띈다. 카타르 비보이들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동작을 많이 했다는 평도 어디선가

보았는데, 글쎄..물론 이 담에 나온 한국 비보이 '묘성(妙聲)'의 퍼포먼스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카타르 측 공연 시간이 한국 측보다 턱없이 짧아서 전반적으로 한국의 공연이 지배한 듯한 분위기를 준 것은

좀 적절치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이 보여줄 게 많았다거나, 혹은 카타르의 전통 공연이라는 게 아직 그만큼

발굴되고 육성되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살짝 지나가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카타르 비보이로 소개된 사람들이 사실은 이집트의 비보이라나 뭐라나, 그런 말도 있었다.

행사 중간에 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꼬마 여자아이가 꽃다발을 들고 무대 옆에서 중앙으로 다가가는 걸 보았다.

쟨 또 뭔가, 싶어서 잠시 무대에서 시선을 돌려 지켜보고 있자니, 어른들의 손에 등떼밀린 그 아이는 카타르 왕자와

그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가서 쭈뼛쭈뼛 꽃다발을 건네고 낼름 돌아와버렸다.

세 번째로 시작한 사물놀이. 무대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고 행사장 자체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꽹과리의 날카로운 쇳소리는 공간을 꽉 채운 채 사방으로 삐쭉대며 날아가 박힌다. 게다가 북의 울림은

카타르의 전통 북보다 깊고 울림이 큰 소리를 내면서 그 까칠한 꽹과리 소리를 부드럽게 위무하고 있다.

카타르 사람들이 무지 신기해하며 사진 찍으려고 난리였다. 내가 카타르 전통 공연을 볼 때 사진 좀 찍어보겠다고

무대 앞섶까지 비집고 들어서려 애썼던 것처럼, 이 사람들도 상고모자와 사물놀이가 신기한 게다.

그치만 또 달리 생각하면, 나 역시 카타르까지 와서 사물놀이를 보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인데다가, 사물놀이를

본 것도 기실 수년이나 지난 일이다. 내가 갖고 있는 '사물놀이'의 이미지는 정선같은 지방 소도시 오일장쯤에서

어정쩡하게 나타났다 뻘쭘하게 사라지는 노친네들의 가장행렬같은 거였거나, 혹은 잠깐 바라보다 '저기 사물놀이

하는구나' 이러고 지나쳐 버리는 그런 초점 나간 사진같은 거였는지도 모른다. 아마 카타르 전통 공연을 봤던

이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지겹고 식상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막상 제대로 '감상'이란 걸 해본 적이 있는지

되돌아본다면 별로 뚜렷한 이미지도, 기억도 없는 그런 거. '아지랑이'라는 단어를 진부하게 쓰고는 있지만

막상 '아지랑이'란 걸 제대로 본 적은 엄청 옛일이거나, 혹은 제대로 보기나 했었는지 의심스러운 것처럼.

그리고 드디어 한국 비보이들의 공연.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들 하던데, 이날 왔던 '묘성'이란

비보이들도 아마 그런 정도 경지에 오른 팀이 아닐까 싶었다. 시종 파워풀하면서도 절도있고 섬세한 동작으로

비보잉 댄스 자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카타르 사람들은 물론, 보고 있던 한국 사람들도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모두 무대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겠다고 이리저리 버르적거렸고, 자리에 점잖게 앉아있던 나이드신 분들도 일어서서 고개를

잔뜩 늘여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묘성(妙聲)'이라는 이름답게 이들은 빠르고 비트강한 음악에 맞춘 퍼포먼스만 벌이는 게 아니라, 아리랑 같은

추욱 늘어지는 노래에도 마치 현대무용을 하듯 느릿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찬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무대에 누워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가는 어느순간 섬세하게 감싸고 올리면서 재빠르게 솟구친다거나,

쉼없이 스핀하면서 곡조의 완급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몸의 양감을 키우고 줄이는..'Dynamic Korea' 광고에

맞추어 형상화한 역동적이고 강한 느낌의 퍼포먼스는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 광고 자체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마지막으로 한국과 카타르의 공연자들이 모두 무대에 올랐다. 박제화된 감이 없잖은 '전통문화'에 갇힌 한국과

카타르 각각의 무대가 아니라, 그런 전통과 역사를 빌어 지금 이시간 이곳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땀과 눈빛으로

호흡을 맞추는 하나의 무대.

메리어트 리야드 호텔에서 짐을 싸고 공항으로 가기 직전, 이번 출장을 위해 산 가방을 잠시 주목. 무려 29인치짜리

거대한 가방, 시중에서 파는 가방 중에 가장 큰 사이즈이고, 3년간 무상수리가 보장된 가방이다. 애초 사무실에선

출장을 자주 다니다보면 가방이 마구 다뤄지기 때문에 바퀴나 손잡이가 파손되기 쉽다고 하면서 '샘소나마이트'표

가방을 강추했지만, 사실 제품보장이나 사후서비스가 철저한 브랜드, 그리고 딴딴한 품질은 꼭 그것만 있는 시대는

이미 아닌 거 같다. 사이즈로 말하자면, 출장 갈 일이 아니라면...글쎄, 나중에 이민이나 가면 모를까 나 혼자 여행

다닐 때에는 좀체 쓸 일이 없을 거 같은 가방이다. 가뜩이나 나는 짐을 가볍게 하고 다니는 걸 중요시하는 편이다.

사우디에 처음 들어와서 공항서 호텔까지 가면서, 앞서고 뒷서는 차들의 번호판을 보면서 오랜만에 아랍어 숫자

공부를 다시 했다. 이집트 여행다니면서 이미 한번 완전히 익숙해졌었던 체계라서 금세 1부터 0까지의 숫자를

식별해 낼 수 있었다. 다시 리야드 공항으로 가는 길, 이제 다시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번호판들과 교통표지판들의

숫자를 읽으면서 느낄만한 잔재미까지 지워져 버리지는 않았다. 더구나 저런 산만한 치장을 하고 달리는 차라면

내 시선을 붙잡기에 부족함이 없달까.

*참고삼아, 아랍의 숫자체계를 보여줄 그림 두개를 퍼왔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이런 사진까지 찍어놓으신 분께

감사합니다~*

사우디 공항에 들어서서 보니, 처음 사우디에 도착했을 때처럼 포도송이 눌린 듯한 모냥새의 공항 건물이 왠지

반갑다. 사우디의 맛만 보고 간다기도 뭐한 며칠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이제 내 머릿속에다가 사우디란

나라를 단단히 박아넣은 느낌이다. 몇몇 사람들의 웃음어린 얼굴과 혹은 모래처럼 부석하게 표정이 말라붙은 얼굴,

그런 것들과 함께 성황을 이뤘던 상담회까지.

티켓팅을 하고 공항 로비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쉬었다. 울룩불룩한 천장의 틈새에서 삼각형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뿌여스름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자연채광이라 산뜻한 느낌. 베이지색의 안온한 기둥과 더 엷은

베이지색의 천장 무늬도 차분하다.

까페에 앉아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다. 인적이 어찌나 드문지 공항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많아보일 지경이다.

공항 벽면에 그려진 '아랍스러운'  문양. 모스크 사방에 저런 글씨랄까, 그림이랄까, 크게 그려져서 걸려 있는 것도

보았었지만..그 형이상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모양 자체로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떻게

그려지는 건지, 하다못해 글씨인지 그림인지부터 분간도 못하고 있으면서도.

다음 행선지는 카타르. 카타르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을 타고 가게 되었다. 그런데 받아들고 보니 이 티켓이란

게 얼마나 엉성한지, 예전에 쓰이던 얇은 팩스용지같은 데다가 타자로 찍어낸 것 같은 글씨의 인쇄상태라니.

어쨌든 보기도 힘든 사우디아라비아항공, 사우디의 국적기를 탄다는 사실은 은근히 설레는 것이었다.

스튜어디스(flight-attendant라는 단어가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가 서빙을 하고 있을지, 비행기 내에서 주류

제공이 가능할지 등등.

리야드에서 카타르 도하까지는 고작 1시간 20분의 비행. 조그마한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드가 비상탈출 방법을

열심히 알려주었다. 대체 저런 교육을 받으면 지상 수천미터 상공의 비행기에서 무사히, 혹은 죽지 않고 탈출할

수 있을지 회의스럽기 짝이 없지만..그래도 들어두면 나중에 능숙하게 써먹을 일이 있겠지, 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된다. 음음..산소마스크는 여기에 있고, 구명조끼는 이걸 땡기면 순식간에 부풀어오르는구나. 비상구는

저쪽에 있으니 비행기가 위태롭다 싶음 초연하게 훌쩍 뛰어내리면 되겠고. 어, 앞에 신문만 보고 있는 아저씨들,

아저씨들도 좀 배워둬야 하지 않겠어요? 나이들면 모든 것에 초연해진다.

이런 높이에서 날고 있단 말이다. 아무리 비행기의 떨림이나 좌우 롤링이 마치 비포장도로를 내닫는 4WD 자동차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질 뿐이라 해도, 엄연히 여긴 하늘 위 세상이다. 발 딛을 곳 하나 없이, 날개도 없는 동물이

고작 저 얄포름한 날개 한짝 믿고 신문이나 펼쳐 보고 있거나, 심지어는 잠이 들어버린다니. 가만보면 저 날개란

것도 웨이브하듯이 진동이 끝에서부터 타고 들어오는 게 보일 때가 있다. 아기코끼리 점보의 커다란 귀가

펄럭펄럭하듯이 말이다.

좌석 앞에 놓인 멀미봉투와 비행기 안전소개 팜플렛. 저 요상한 폰트의 한국어가 시선을 확 잡아챘다. 아랍어,

영어, 불어, 독일어, 한국어...정도 밖에 알아보지를 못하겠다. 은근히 외국인들이 많이 타나부다..그리고 한국인도

많이 타나부다..하고 감탄해버렸다.

기내식은, 최악이었다. 이렇게 맛없는 건 처음 먹어봤지 싶을 정도. 물론 기내식 자체가 별로 기대할 만한 밥은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도 푸석푸석한 닭고기가 밥속에 숨겨진 저 노란 밥도 그렇고, 바싹 마른 빵위에 느끼하기만

한 초콜렛판이 이미 분리된 채 따로 노는 저 조각케잌, 그리고 빵이라기엔 뭔가가 부족한 느낌의 저 밀가루반죽

부풀어올린 것까지. 그레이프후르트와 오렌지가 나온 과일만 먹고 식판을 물리고 말았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항공에는 여성승무원이 있다. 빵을 나눠주고 밥을 나눠주시는 분, 후덕하신 웃음과 함께

나눠주셨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사우디 국내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마 사우디 내

여성들의 지위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아닐까 싶다. 걸치고 계신 게 제복인 듯 한데 무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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