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의 아쉬하바드, 사막으로 유명한 그 건조하고 뜨거운 나라에서 대로변에 꽃으로 조경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모래먼지가 섞여 대개 뿌옇게 번져나는 하늘 아래, 물이 부족하고 양분이 부족해서 시들시들하게

자라난 나무들도 힘겹게 버티고 있는 그 땅에 여릿하고 가냘픈 꽃들을 심어놓는다는 건.

바싹 말라서 물기나 윤기라곤 없는 퍽퍽한 흙이 갈라져나가는 균열 틈새로 잘못 빠져버린 듯한 꽃뭉치들은,

그나마도 아직 모래폭풍에 당하기 전이라 그런지 꽃잎색깔이 선연했다.

모래폭풍이 다가오는 순간, 저 멀리서부터 웅웅거리며 다가오는 거무스름하고 기분나쁜 형체가 건물을 한채씩

집어삼키면서 착실히,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겁고 걸쭉한 액체가 압도적인 느낌으로

퍼져나가며 흐르듯 모래폭풍은 그렇게 건조하지만 굉장히 밀도높고 걸쭉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리고 부실한 나무들을 열지어 촘촘하게 박아둔 조림지에 마치 쓰나미가 휩쓸어오듯 모래폭풍이 다가왔다.

그나마 띄엄띄엄 있던 건물들이 파도에 안 먹히려 잠시나마 저항하다가 꿀꺽, 한 입에 삼켜졌다.

그리고 눈앞을 지나, 내가 있는 곳까지 삼켜버린 모래폭풍. 난 이때쯤 모래폭풍의 뱃속에 들어있던 셈일까.

내다볼 수 있는 가시거리가 급격하게 짧아졌고, 숨을 들여마시면 거칠고 푸석한 흙냄새가 뱃속까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이 모래폭풍의 아가리는 내 뒤로 쉼없이 내달리고 있을 텐데, 대체 몸통은 얼마나 큰거지.

기다리기 지루할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모래폭풍이 지났구나 싶었다. 사실은 알아채지 못할 만큼 계속

대기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했겠지만, 어느 순간 흙빛에서 그나마 푸른빛을 회복했다고 느낀 것.

그렇지만 사실 아쉬하바드에서 보았던 하늘은 대개 이렇게 뿌옇고 답답하고 잿빛이었던 거 같다. 햇빛이

좋을 때야 굉장히 쨍쨍, 신나게 반짝반짝거렸다지만. 그나마 투르크메니스탄에, 아쉬하바드 근교에 산업시설이

고도로 갖춰지지 않아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저 흙먼지에 온갖 공업 부산물이나 오염물질이

합쳐진다고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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