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디나트 주메이라

- 미나 앗쌀람 호텔과 알까스르 호텔 사이에 위치한 호텔이자 쇼핑몰 지역으로 전통 아랍식 건물로 지어져 전통재래시장(SOUK)을 현대적으로 재현

*아랍쪽 단어들에 익숙치 않아 여러 음으로 읽기는 하지만, '마디나 주마이라'로 읽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SOUK 이란 시장이란 뜻의 아랍어다. 쑥 매디낫 주메이라. 메디낫 주메이라 시장이다.

매디낫 주메이라 가는 길, 계속 바다를 끼고 달리는가 싶더니 조금은 정돈된 해변가가 나타났다. 해변가

파라솔마저 모랫빛이라니, 여차하면 보호색으로 쓰려는 건가 싶다.

매디낫 주메이라, 전통 아랍식 건물로 지어진 현대의 쇼핑몰이라는데 이런 '운하'도 구불구불 끼고 있었다.
 
근데 예기치도 못했던 '버즈 알 아랍'의 그림자. 가까운데 붙어 있는 거였구나. 여행이 아니라 출장 중 설렁설렁

다니는 거다 보니까 좀체 도시의 방향이라거나 개략적인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의 캘리그래피, 이슬람 사원이나 이슬람 문화권에선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양이라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굉장히 매력적이다. 캘리그래피마다 쿠란의 특정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까막눈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상점들이 채 문을 열지 않았다. 외관밖에 구경할 수 없었지만, 특히 유럽의 휴가 시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댄다고 한다. 유럽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었다는데, 최근 두바이 모라토리엄 이후로

어떻게 변할지는 또 모를 일.

매디낫 주메이라 '쇼핑몰' 내부의 모습. 이게 참, 쇼핑몰이라 하기도 그렇고 '재래시장'이라 하기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동대문시장 같은 곳 밀어버리지 말고 이렇게 좀 전통적인 모습을 살려낸 시장이랄까 쇼핑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굉장히 멋지지 않을까. 물론 너무 조야한 수준으로 싸구려틱하게 전통을 '재현'해서는

안될 테고, 조금은 고상한 느낌이 나도록.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이집트 갔을 때 카이로의 그 재래시장, 북적대고 더럽고 시끄럽던 느낌, 그래서

뭔가 피가 끓고 흥분되던 짜릿한 느낌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대충 이곳의 과거 전통시장의 분위기라거나 아이템

볼거리들이 어떻겠거니 하는 감은 잡을 수 있었다. 그만해도 꽤나 괜찮은 수확이지 싶다.

물담뱃대를 팔던 매대, 일반적인 큰 사이즈에서부터 굉장히 귀여운 미니어처 사이즈까지. 하나를 살까말까

고심했지만 의외로 가격이 비싸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선 이주 노동자들의 생존에 필요한 먹거리 이외에는 전부

비싼 편이라 한다. (공항 면세점도 마찬가지, 세금이 높지 않은 나라라 면세점이라고 특별히 싸지도 않고

오히려 기본 가격이 높기 때문에 다른 면세점에 비해서 아랍에미레이트 내 국제공항들의 면세품 가격은 높은

편이다)

자잘한 액세서리들, 그리고 아랍지역의 소금호수들에서 캐온 광석들을 파는 노점.

매디낫 주메이라의 꼬불꼬불 미로같은 통로를 지나다가 문득-의도치 않게-건물 밖으로 나와버렸다. 잘 꾸며진

운하에서 뱃놀이 중인 사람들.

운하 양쪽 노변에는 아랍식 차양이 쳐진 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저렇게 높은 천장에 활짝 열린 차양 밑에

들어가면 또 굉장히 시원한 게 이곳 날씨.

버즈 알아랍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배를 젓고 있는 사람들. 풍경 안으로만 보면 꽤나 잘 정비되고 세련된 느낌.

아랍식 조명이다. 물론 밤이 되면 저 안에서 똥그란 필라멘트 전구가 불을 밝히겠지만.

버즈 알아랍과 나란히 선 매디낫 주메이라.

내부가 꽤나 복잡한 동선으로 되어 있어서 좀체 방향 감각을 찾기가 힘들다. 미적인 차원은 차치하고, 길찾기는

딱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한 정방형 시스템이 좋은데.

아랍 냄새 물씬한 이 의자는, 구두닦이용 의자. 구두닦이를 청하는 사람이 높다란 저 의자에 앉으면 구두를

닦아주는 거다. 호텔에도 저런 의자는 한개씩은 꼭 놓여 있던데 아무도 쓰는 걸 못 봤다.

매디낫 주메이라에는 아예 이런 사진 촬영장소를 마련해 두었다. 버즈 알 아랍이 자연스레 한눈에 들어오는 그

포스트. 아예 카메라 삼각대까지 비치해두는 센스는 인정하기로 했다.

잠시 들어간 커피전문점. 아랍 글씨가 꼬부랑대는 생수를 두 개 시켰더니 얼음이 담긴 물잔도 함께 준다.

그리고 커피. 무슨 함지박에 커피를 담아주는 줄 알았다. 이렇게 큰 잔이라니, 거의 사발크기에 육박했다는.

조금 쉬다가 나오니 제법 사람이 늘었다. 가게들도 하나둘 불을 밝히고 문을 열어서 좀더 화사해진 분위기.

왜인지 이 더운 나라에 야외 테라스까지 마련해 뒀다. 대체 누가 저기 앉아 뙤약볕을 맞으며 음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눌지 모르겠지만, 뭐 햇살이 본격적으로 내리쬐기 전후인 이른 아침이나 저녁때라면 괜찮을지도.

다시 돌아나오는 길, 조금은 감탄했다. 이쁘기도 하고, 나름 깔끔하면서도 전통의 맛은 살려 놓았던 곳이다.

마지막에 눈을 붙잡았던 저것, 진입로에 둔덕을 대 놓았길래 우리나라처럼 시멘트로 둥글게 쌓아올려놓은 줄

알았더니 아니다. 벽돌을 한줄건너씩 가지런히 돌출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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