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모티브로 한 앙코르 윈 호텔Encore Wynn Hotel, 옆에 붙어있는 Wynn Hotel의 소유주인 스티브 윈이 그의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선물했다는 아름다운 호텔이다.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카지노 게임장 자체의 분위기도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밝고 아늑한 분위기.

 

온통 호텔 로비나 벽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색감의 나비 문양들.

 

제프 쿤스의 꽃다발이 호텔 안에 이렇게 놓여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들거나 부조화스럽지 않을 만큼의 현란함.

 

 

 

그리고 앙코르 호텔의 성가를 드높인 실내 꽃정원은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그 매력을 더욱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살짝 동양 느낌이 얹혀진 듯한 조명들이 늘어뜨려진 아름다운 로비.

 

현란한 색감의 벌룬이 띄워져 있는 곳 맞은편에는 이렇게 회전목마가 만들어져서 투숙객이나 카지노 이용객들의

 

눈을 붙잡고 있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있던 고급 호텔들은 미술품도 전시하고 공간을 가능한 화려하고 아늑하게

 

꾸미려는 게 당연하다지만, 라스베거스, 특히 그중에서도 윈과 앙코르 윈의 실내 장식은 최상급에 속하는 듯.

 

그리고 또다른 미술품, 아마도 이것 역시 제프 쿤스였던 거 같은데 반짝반짝 블링블링한 뽀빠이 입상.

 

 

 

 

라스베거스의 중심부를 따라 달리는 약 6킬로미터의 라스베거스 대로(Las Vegas Blvd.)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바로

 

스트립Strip.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라스베거스가 자랑하는 유수의 호텔들을 다 만나고 올 수 있다. 한때 살빠지는

 

사진이라고 해서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녔다는 벨라지오 호텔의 말과 저 야릇한 문양들.

 

 

코스모폴리탄 호텔, 드높은 천장에서부터 카지노 게임장이 있는 로비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크리스탈 레이스 커튼.

 

하도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어디 호텔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와우, 하고 시선을 붙잡는 것들은 담았다.

 

최상급의 호텔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보니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더욱 호사스럽고 화려한 치장에 매진하게 된 듯.

 

베네치안 호텔, 역시나 베네치아의 수로 풍경을 실내 쇼핑몰 공간에 끌어왔다.

 

그리고 마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거울의 방, 그 방의 화려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천장 벽화와 화려한 장식들.

 

베네치안 호텔의 상징과도 같은 천구의 모양의 장식물.

 

그리고 여기는..어디였더라. 벨라지오던가 아니면 미라지였던가. 커다란 선물박스가 포인세티아에 둘러싸였던 곳.

 

 

그리고 벨라지오 호텔. 수백개의 분수를 활용한 'O Show'로 유명한 벨라지오 호텔은 그 앞에서 무료로 삼십분 단위로

 

분수쇼를 펼치고 있기도 하다. 분수로 휘황한 외부에 뒤지지 않는 내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들.

 

 

 

붉은 목도리를 두른 펭귄들은 이글루를 짓는 얼음조각을 들고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아리아였던가, 사람이 들어가 설 수 있을 만큼 커다랗고 빨간 하이힐.

 

 

호텔끼리 이어지는 쇼핑몰에도 부족함이 없는 섬세함과 감각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시저스 팰리스였던가, 이런 식으로 그리스 로마 신대의 예술품들으로 특징을 잡고 있는 거 보니 아마도 그 호텔이 맞지

 

싶은데, 호텔마다 제각기의 컨셉과 디자인 스타일이 있어서 대충 어떤 분위기는 어디, 이정도는 분별할 수 있겠다.

 

라스베거스에 가면 호텔만 돌아다니며 구경해도 하루가 모자라다더니 역시, 메인 스트리트랄 수 있는 스트립만 따라서

 

주요 호텔들만 돌아보아도 이렇게 볼거리도 많고 분위기도 화사한 게 참 좋더라는.

 

 

 

 

세계각국의 유명 건축물들의 미니어처를 모아두었다는 제주 미니미니랜드, 삼십분의 일이라거나 십오분의 일

사이즈로 줄여놓았을 뿐 실물과 똑같다는 그 건축물들이 모인 곳을 어떻게 해야 가장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니, 다녀온 곳들, 보았던 곳들 앞에서 각자 인증샷을 찍으면 괜찮겠다 싶다. 간 데가 몇군데

안된다 하더라도 뭐, 어쨌든 세계 곳곳에 산재한 명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단 건 큰 메리트니깐.

건축물들 미니어쳐 앞에 섰을 때, 걸리버가 소인국에 떨어졌을 때의 느낌에 최대한 가까울수록 성공적인

거 아닐까. 소인들이 꼬물거리며 지어올리고 그 안에서 사는 건물들의 디테일이나 리얼리티란 건 그야말로

최고의 수준일 테고, 그들 소인들보다 크고 무딘 손으로 조그마한 건축물을 지어올리려면 말이다.

타이완의 중정기념당, 한 사람을 위한 공간, 중정기념당에서 장개석을 생각하다.

중국 자금성,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내가 카메라랑 그다지 친하지 않던 시절 다녀왔던. 비가 내리는 궂은

어두컴컴한 날씨였지만 황금빛 기와지붕과 붉은 담벼락은 여전히 화려하게 반짝거렸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왓, 캄보디아#31. 채색의 흔적을 발견하다, 앙코르 왓(1/3)

캄보디아#32. 박스 안의 박스, 무한선물상자를 열어보는 즐거움, 앙코르왓2

캄보디아#33. 앙코르왓의 전경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던 연못, 앙코르왓3

캄보디아의 앙코르톰. 사실 앙코르왓은 씨엠립의 여러 옛 사원 중 하나의 이름일 뿐.

캄보디아#4. '크메르의 미소' 바이욘(앙코르 톰)

이집트의 스핑크스. 이집트#7. 카이로 달동네를 거쳐 피라밋으로.

이집트#8. 쿠푸왕 대피라밋 안의 석관에 누워보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플랫아이언빌딩이 있었는데, 여기도 2001년..까마득한 과거에 다녀왔는지라.

뭐 자유의 여신상이나 플랫아이언에서 찍은 건 아니지만 어느날의 월스트리트.  풍요로운 땅 뉴욕의 공립도서관.


태국의 왕궁, 왕궁(Grand Palace)에서 만난 수호상, 랍스타 퍼레이드.

공원이 꽤나 넓었다. 무려 120여점의 건축물을 오밀조밀 세워둔 세계 7대 미니어처 파크라니 이정도 크기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조경까지 생각하고 지역이니 나름의 테마에 따라 보기좋게 진열하려면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거 같다. 어느 순간 비가 쏴아 쏟아붓기 시작해서 부랴부랴 비를 피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우의를 사입고 구경을 재개했다.


인도의 타지마할, 인도#5. 우윳빛깔 풍만한 타지마할의 자체발광, 하악하악.

미국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여기도 2001년에 3개월동안 체류하며 불법으로 알바하며 모은 돈으로 갔던 곳.

쿠웨이트의 쿠웨이트타워, [쿠웨이트] 24시간의 쿠웨이트 체류.

중국의 만리장성, 미니어처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 뱀처럼 몸을 좌우로 뒤채며 늘어져있었다. 

역시 내가 블로그를 하기 전, 카메라랑 친하기 전에 다녀왔던 곳. 


미국의 백악관. 워싱턴을 샅샅이 훑었던 그 때, 마일스톤 앞에서 잔뜩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던 곳.

그리고 역시 미국의 링컨 기념관. 이번에 정말 재미없던 트랜스포머3에서 저 거대한 의자에 앉은 링컨을

밀어내고 나쁜 로봇이 편하게 앉았었다.

여긴 다녀오진 않았지만, 이 곳에서 가장 크고 이쁜 미니어처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서 한 장.

이탈리아의 트레비분수였다던가.

이것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초록빛깔 잔디와 잘 어울리는 게 왠지 스위스 쯤에 있는 뭔가가 아닐까.

안 가본 나라가 너무 많은 거다. 이곳에 모인 것들은 전세계 곳곳의 50개국을 대표하는 한두점들일 뿐인데도

이 중에서도 안 가보고 모르는 것들이 이리도 많다니. 미니어처 말고 진품을 직접 보고 싶은 맘이 무럭무럭.

그리고 한국의 불국사. 여기야 뭐,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많이들 갔었지만, 막상 혼자던 친구랑이던

한번 다시 가면 새삼스러운 구석이 참 많던 곳이다. 불국사 말고도 경주라는 도시가 그랬다.

청와대. 시화연풍, 청와대 들어가기.

남대문, 지금 열심히 복원공사중일 텐데 이전보다 더욱 오리지널에 가깝고 단단하게 복원되면 좋겠다.

건축물들만 밋밋하게 열맞춰 늘어선 게 아니라, 나름의 야트막한 언덕이나 구릉이 있었고 또 이런 나무들도

있었으며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그랬다. 이끼가 파랗게 낀 보슬보슬한 촉감의 나무에 덩굴 하나가 체인처럼

기둥을 휘감은 채 흘러내린 모습이 너무 이뻤다.

하루방을 뭔가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 같은데, 좀 아쉽다. 좀더 간결하고 참신하게 바꿨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좀더 귀여웠어야 했지 싶다.


제주도 똥돼지를 멀뚱하게 바라보는 젊은이 하루방.

아무래도 제주가 좀 습하고 따뜻하고 그래서 그런지 나무들이 조금만 그늘진 곳이다 하면 저토록 빽빽히

이끼가 끼는 거 같다. 온통 연두빛 융단을 휘감은 듯한 느낌의 나무둥치.

세계 위인들의 조각상들도 있었다. 어떻게 선정된 위인들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선수로는 충무공 이순신과

세종대왕. 아마 화폐에 활용된 인물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보다 놀랍고 기분좋았던 건 바로

맑스가 이 곳에 전시되어 있단 사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맑스의 조각상 뒤에서 주먹 불끈 쥐고 인증샷 찍고는 맑스 조각상을 따로 찍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러시아어가 적혀있는 그의 조각상을 전시하다니,

미니랜드가 급 좋아져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공간도 있었다. 스머프들이 뛰노는 마을 뒤에서 음흉하게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가가멜과 그의 고양이 아즈라엘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얄미운 표정을 짓고 있는 똘똘이 스머프 뒤로 텔레토비도 보인다.

그리고 원피스! 루피와 조로, 샹띠가 멋진 포즈를 잡고 있었는데 애들 보다는 오히려 내 또래의 '어른'들이

더 좋아라하던 포토존이었던 듯. 그나저나 대체 원피스는 언제 완결되려나.

무엇보다 캐릭터들 중의 압권이자 대미는 우리의 뽀통령. 모자빨과 안경빨일 뿐, 조그만한 눈에 앞머리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함정이라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던 포토존.

이건 태권V의 입체그림이라고 했다. 정해진 뷰포인트에 두발을 고정하고 그림을 바라보면 바닥에 그려진

그림이 마치 벽처럼 일어나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아마도 지정된 점으로 집중되도록 소실점을 잡고선

원근을 감안한 덕분인 듯 한데, 페인트칠한지 좀 오래라 발색이 선명하진 않아도 제법 일어난 느낌이다.

쥬라기공원에 등장했던 렉터, 티라노사우루스도 있었다. 꽤나 정밀하게 묘사된 피부나 이빨, 발톱의

모양새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박치기하는 애들, 이름이 뭐더라, 그 초식공룡들도 마치 산책로를

점거할 듯한 기세로 산책로 옆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은, 무료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박아두고 있던 매직거울체험관. 미로공원에서 이미

겪었듯 길 찾기에는 영 젬병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이 기둥이 무한하게 이어지는 듯 보이는 거울의 방에서

자칫 못 나올 뻔 했다. 두 손을 엉거주춤 벌리고 앞의 공간을 더듬으며 그게 거울인지 아님 열린 공간이지

확인하며 한참을 버벅댄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비만 안 왔으면 좀더 둘러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그래도 제법 꼼꼼하게 다 살펴보았더니 두시간 가까이

흘렀던 거 같다. 나오는 길에 눈길을 잡았던 건 오줌싸는 소녀의 상. 이건 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조각상을

소개한 건지는 전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익살맞은 표정이나 편안해보이는 자세가 매력적이었다.





씨엠립에서 프놈펜으로 이동하려는 참,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노 머니, 노 허니'의 격한 티셔츠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이 티셔츠가 작년 여름에 캄보디아에서 대유행이었던 게 틀림없다.

시엠립의 재래시장통을 옆으로 스쳐보내고, 이 조그마한 마을이 옆에 품고 있는 거대하고 웅장한 고대 유적들을

돌아본 기억을 차곡차곡 갈무리.

시엠립 시외버스터미널, 어딘가에서 모여 작은 미니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옮겨가는 식이었다. 처음엔

이런 미니버스를 태워서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지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얼마 달리지 않아 대형 버스들이

잔뜩 주차해 있는 흙먼지 풀풀 날리는 황량한 공터에 도착했다.

버스에 짐을 싣고, 아직 출발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6시간이나 시골길을

달려야 시엠립에서 프놈펜에 도착한다니 미리 좀 먹어두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다행히 우리네 버스터미널이 그렇듯 슈퍼가 있어서 다양한 간식거리나 음료도 많이 팔고 있었고, 요기거리가

될 만한 것들도 노점에서 많이 팔고 있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저 소세지들은 딱 보기에도 위생상 뭔가 문제가

있어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름에 다시 지글지글 튀길 테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은근 맛있어 보이기도.

노점 말고도 건물로 된 음식점에서도 전부 이런 류의 소세지를 파는 게 왠지 안 먹으면 후회하겠다 싶어 주문.

칼로 잘라놓고 보니 꽤나 먹음직스러운 조리 예 시현, 무슨 고기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맛도 꽤 좋았다.

숙주랑 함께 볶아진 닭고기-아마도..?-요리도 간단히 맛보고,

닭요리처럼 보여서 시켰는데 왠지 뼈도 자잘하고 맛도 살짝 다른 것이, 주인 아저씨한테 몇번을 물어봤지만

영어도 손짓발짓도 (심지어) 한국어도 안 통한다. 결국 이게 무슨 고기인지 밝혀내는데 실패, 왠지 찝찝해서

다른 것들은 싹 먹어치웠지만 이 녀석은 조금 남기고 말았다는.

가게 한 켠에 놓인 평상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는 아저씨, 그리고 선풍기 앞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대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아이 하나. 시선은 티비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벌거벗은 가슴 가득 선풍기 바람을

부딪기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슬금슬금 가게를 빠져나가던 고양이 한 마리, 잘 못 먹었는지 바싹 야윈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 닭인지 비둘기인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 한 점을 던져주려 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버스 껍데기는 그래도 제법 깨끗하다. 더구나 내부에는 이렇게 화장실도 있었던 것. 여섯 시간쯤 달리니 필요하겠다

싶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문득, 아무리 그래도 중간에 휴게소도 설 테고 한국에서도 그정도 달려도 차에 화장실은

없는데 싶어 새삼스레 신기하게 바라봤댔다. 언제든 필요할 때, 급할 때 쓰라는 세심한 배려.ㅋ

그리고 뭔가 우스운 방석. 버스의 각 좌석마다 전부 이 알록달록한 핑크 톤의 방석이 매달려 있었다. 이건 뭐지.

버스 앞에는 그래도 티비도 달려 있고, 캄보디아의 대중 가요를 뮤직비디오랑 함께 쉼없이 틀어줬다. 뭐랄까,

80년대 한국 트로트 가요에 맞춰 성인 배우들이 80년대풍의 과장된 감정 연기를 하는 스토리다. 해변에서 함께

손잡고 하하호호 웃으며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그 해변에 홀로 앉아 눈물 글썽이며 옷을 쥐어뜯는.

바깥에서 휙휙 풍경이 지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복 2차선의 외길, 이대로 쭉 프놈펜까지 가는

길이라 했다. 엔간한 차 한대 보이지 않는 구간을 한동안 달렸고, 드문드문 스쿠터가 앞에서 알짱대기도 했고.

프놈펜에 거의 들어와간다 싶을 무렵, 똔레 쌉강인지 메콩강인지, 뜨겁던 태양이 한풀 꺽인 듯한 하늘 아래

강폭이 잔뜩 벌여진 수면 위로 배들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강변으로는 수상가옥스러운 가건물들이 비탈지게 세워져 있기도 하고, 양철판을 이어붙인 선박들이 쭉 정박해

있기도 하고. 목욕탕의 쑥탕같은 이벤트탕 색깔이랑 비슷한 강물 색깔이 묘하다.

프놈펜 시내에 들어섰다. 아줌마들이 열맞춰 서서는 쿵짝 리듬에 맞춰서 에어로빅 같은 걸 하고 있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인도차이나의 파리'라 불렸다는 이곳은 아무래도 시엠립 같은

시골의 조그마한 동네와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었다. 비교적 높은 스카이라인도 그렇고 북적대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리고 웃통도 제대로 챙겨입은 꼬맹이들이나 아저씨들도.

그리고 시내 곳곳에서 쉽게 보이던 원숭이들도. 좀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얼굴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막상 가까이 가거나 관심을 보이면 슬금슬금 도망가 버린다. 뭔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 떠나가는 듯.

어떤 면에서는 서울의 골목길에서 자주 보이는 길냥이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프놈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길에 잠깐 들러본 왓 프놈, '언덕 위에 세워진 사원'이란 의미의

왓 프놈은 프놈펜 시민들의 도심 공원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위치도 딱 프놈펜 시내 중심쯤에-약간 북쪽에

치우친 감이 없진 않지만-자리잡고 있다.

얼핏 보면 세느강변 옆의 파리 시내 분위기도 얼추 느껴진다. 가로등과 건물들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그렇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저녁의 어슴푸레한 풍경 속에서 촛불빛을 밝혀 바치는 걸로 보아 뭔가 종교적인

지도자 아닐까. 동상에 장식되어 있는 목걸이도 그렇고.

숙소, 호텔 캄보디아나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나니 객실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건 벽면에 찰싹 붙어있던

도마뱀 한 마리. 안뇽.

똔레 쌉강과 메콩강이 합류하는 지점쯤에 호텔 캄보디아나가 서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어디서부터가 똔레쌉강이고

어디까지가 메콩강인지 뚜렷하게 구분하는 거 자체가 좀 넌센스다. 두 줄기 모두 홍수로 잔뜩 탁해진 한국의

강들처럼 온통 흙탕물인걸 뭐. 그치만 조금 낡긴 했지만 꽤 괜찮았던 오성급 호텔에 걸맞는 뷰라고 해두기로.

저녁이나 아침에 해넘이, 해돋이 보기엔 딱 좋은 위치다.

메콩 익스프레스, 시엠립에서 프놈펜까지 여섯 시간 걸려 달리는데 요금은 USD 11$ 이었다.(09. 8월 기준)

버스 짐칸에 짐을 실어주면서 가방에 묶어 두고 식별하기 위한 표찰을 떼어주기까지 하니까 나름 체계는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짐표에 그려진 저 돌고래..는 메콩 익스프레스의 로고. 근데 메콩강에 돌고래가 사나.



앙코르 톰에서 승리의 문을 지나, 톰마논과 차우 싸이 떼보다 사이를 가로지르고 나면, 문득 쌓여있는 돌무더기가

보인다. 예전에는 돌로 쌓아 만들어진 돌다리였을 것만 같은 아치형이 반복된 형태의 돌무더기. 많이 허물어졌다.

울룩불룩하게 힘이 들어간 근육과 다이나믹하게 꼬인 채 돌무더기를 움켜쥔 모습은, 금세라도 돌을 집어던질

듯한 살벌한 기세다. 조용하고 침착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런 무시무시한 나무들에 꼬불꼬불 흔적이 남아있다. 나무들은 돌들에 상처를 내고, 개미들은 나무에 상처를 낸다.

바로 이 녀석들. 지금도 쉼없이 꼬물대며 나무를 바스라뜨리는 녀석들.

뭔가 수박씨만한 녀석들도 보이고, 작은 놈들이라고 해도 여기 녀석들은 원체 먹을거리가 많아서 그런가 굉장히

억세보이고 강인해 보인다. 딱 보기에 덩치도 그렇고 딴딴해 보이잖아.

꺄아...징그러. 저번에 올린 타이완 화시제 야시장의 뱀 사체들과 더불어 혐짤이랄 수도...있으려나.





앙코르톰 동쪽 입구에 연해 있는 두 개의 사원, 톰마논과 차우 싸이 떼보다. 동쪽 입구에서 뻗어나가는 길을

사이에 두고 두 사원의 위치나 형태가 흡사하여 쌍둥이 사원으로 여겨진다고 하지만, 앙코르 유적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톰마논은 앙코르 왓을 세운 수리야바르만2세 때 세워진 사원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그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앙코르왓을 보기 이전이었는지라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닮았는지는.

천년도 넘은 사원의 무게감, 천년을 두고 돌덩이에 뿌리를 내렸을 이끼들도 돌의 무게감을 배웠다.

그리 크지는 않은 사원이라 한 바퀴 훌쩍 돌아보는데 한 삼십분 정도. 사실 반대쪽의 '차우 싸이 떼보다'란

기묘한 이름의 사원이 신경쓰여서 조금 살살 돌아봤다.

글쎄 길건너편엔 무슨 테마파크에서 봄직한 반짝반짝거리는 사원이 세워져 있었던 것. 똑같은 생김이고 방금

돌아본 톰마논과 같은 장식의 구조지만, 때깔이 너무 생경하다.

대충 뜨거운 태양에 눈먼 채로 보면 나이를 좀체 가늠할 수 없고, 부분부분 과거의 원형이 보전되어 있는 곳들이

있어 그래도 완전 복제품이라거나 100% 신품은 아닌 거 같긴 하지만, 아무래도 중간중간 두드러진다.

이런 식으로. 감히 인간의 손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시간의 씻김, 그 자연스런 흔적과 함께 할 때 너무도

티가 나는 반듯반듯하고 번쩍번쩍하는 복원 부위. 시간이 지나면서 갓 지은 티가 좀 씻기고 나면 톰마논과

쌍둥이 사원으로 지어졌다는 게 좀더 실감이 나려나.

사원들 옆에 간단하게 지어올려진 천막, 그리고 보기만 해도 너무 편안해 보이는 해먹.

오랜만에 보는 봉긋한 사자녀석의 엉덩이. 이 녀석은 왠지, 봉긋보다는 불룩하단 표현이 맞을 듯 하기도.




정오의 햇볕이 내리쬐어 그림자라곤 발밑에서 조금 채일 뿐인 시간, 근 세네시간 동안 돌아보아도 아쉬움이

남던 앙코르왓. 다른 곳을 먼저 돌아보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야말로 크메르 문화의 정수, 롤루오스 유적부터

북쪽 반띠아이 쓰레이의 모든 시도들은 앙코르왓에서 만개하고 있었다. 시간이 넉넉치 않다면 정말 여기만

봐도 괜찮겠다, 싶기도 하고. 물론 다른 자잘한 사원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매력과 운치는 모두 생생하지만.

내려서 돌아나오기 전, 포즈를 잡고 계신 스님을 보고 슬쩍 풍경에 담았다.

명예의 테라스 위에서 바라본 앙코르 왓의 참배로. 저 끝에 서문이 보인다.

참배로를 걸어나가면 느꼈던 충만함. 앙코르왓의 구석구석까지 스며있는 과거와 현재의 다감한 손길, 여기가

어딘지 언제인지도 잊을 만큼 강렬하게 감각을 자극했다.

다섯번째 선물상자를 지나 서쪽문, 앙코르 왓 선물 오겹상자를 품고 있던 해자 위로 나왔다.

연못 위로 요요한 구름들이 유영중이다.

앙코르 왓의 전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연못, 아니 그 이상을 담아내고 있다. 앙코르 왓이 이고 있는 하늘까지.

그리고 앙코르 왓을 떠받치고 있는 벽돌로 다져진 지면까지.

돌아나서는 길, 무려 200여미터나 된다는 해자를 걷는다는 행위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더욱 뚜렷이 느끼게

해주었다. 왠지 정말 어딘가 '피안'에서 '차안'으로 돌아온 느낌. 조금씩 사물이 일상적인 것으로 돌아오고,

바닥의 돌 하나, 돌사이 품어진 풀 하나를 조금은 범상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조금은 둔감하게 세상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 그게 일상을 살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한 게다.




앙코르 왓으로 향하는 길, 며칠째 들어서는 길목이라 낯설지 않은 그 길에 노란색 풍선이 떴다. 앙코르 왓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그렇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이미 세계의 이름난

유적들의 전경은 눈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거다. 그것들을 실감하기 위한 첩경은 그 전체적인 그림에 세세한

자신만의 디테일을 새겨 넣는 것,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며 세세한 부분들을 가슴에 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앙코르 왓에 들어서려면 무려 이백여 미터에 달하는 해자 위에 놓인 한 줄기 참배로를 지나야 한다. 바닥에

깔린 포석들이 불규칙한 듯 하면서도 잘 짜맞춰진 채 서쪽에서 동쪽으로, 그렇게 천년을 버티고 있었다.

참배로 가운데, 이를테면 중앙선 같은 위치 왼쪽으로는 살짝 돌들이 일어서있긴 했지만 유독 그곳만 무너진 건

뭔가 이유가 있어보일 만큼, 다른 곳의 포석들은 탄탄하게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중앙선 왼쪽과

오른쪽의 건축 연대가 다르거나 건축 책임자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참배로 옆으로 보이는 해자, 그리고 무성한 정글의 수풀. 해자는 방어의 목적으로 건설되기도 했지만 이 사원,

앙코르 왓에서 행해지는 의례로 참석하기 전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기 위한 정화의 공간이기도 했다고 한다.

더러운 진흙속에서 싹을 틔워 미끄덩대는 녹조류 가득한 연못물을 헤치고 나와 봉긋 피워올려지는 연꽃봉오리.

게다가 아침에 꽃잎을 열고 저녁이 되면 꽃봉오리를 다시 닫는 그 모양이 세계의 시작과 끝을 상징한다고

여겼댄다. 앙코르 왓의 연꽃봉오리 모양 사원보고 여봐라는 듯한 진홍빛 연꽃.

해자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공간이 열린다. 예전에 살던 곳 근처 올림픽공원이 1kmX1km의 사이즈였다고

하는데, 이건 그보다 더 크다. 동서로 1.5km, 남북으로 1.3km. 그 공간이 오롯이 앙코르 왓을 위해 바쳐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앙코르 왓은 비슈누를 위한 힌두교 사원이니까, 비슈누에게 바쳐진 셈이다.

아침에 들어서니 태양이 스물대며 떠오르는 걸 바라보며, 동쪽을 향해 걸어야 했다. 구름이 슬쩍슬쩍 태양을

가릴 때마다 격하게 달라지는 빛의 농밀함.

앙코르 왓은 무려 37년 동안 지어진 사원이라고 한다. '왓'은 불교 사원을 뜻하는 단어로, 애초에는 단순히

'앙코르'라고 불렸다고 하며 왕궁이자 사원이자 도시의 역할을 겸했다고 한다. 비록 목조로 지어졌을 왕궁과

가옥은 사라져버렸지만 약 2만명이 거주했던 도시의 분위기는 얼핏 상상해 볼 수 있다. 아직 조금은 이른

시간임에도 바글대기 시작하는 여행객들.

앙코르 왓은 단순히 사원 하나가 아니라 도서관, 연못 등의 각종 '부대시설'을 포함한 공간이다. 참배로를 따라

가는 길 좌우에 포진해 있는 신비한 느낌의 도서관. 건물이 저렇게 '꼬질꼬질'해지기 전에는 얼마나 이뻤을까

싶을 정도로, 뭐랄까 다보탑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언뜻언뜻 비치는 것 같다.

도서관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내부는 너무 단촐하다. 장식도 없고 담백해서, 문밖 풍경에 눈에 간다.

앙코르 왓 중앙성소를 바라본 사진들. 구름이 두껍게 내려앉았다가도 깜빡했다는 듯 금세 고개를 내미는 햇살

덕분에 앙코르 왓의 실루엣이 선명하다.

앙코르 왓은-물론 다른 힌두교사원들도 그렇지만-좀더 선명한 피라밋 구조를 느낄 수 있다. 중앙으로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한 층씩 고도가 올라가는 거다. 힌두신들이 산다는 메루산, 그 세계 자체를 지상에 구현해 놓으려는

의지가 담겼지 않을까, 사방에서 사원을 수호하고 있는 동물상들.

본격적으로 사원 내부로 들어서기 직전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아직 해가 본격적으로 성내기 전이라 그다지

힘들진 않았지만, 뙤약볕이 내리쬐는 정오쯤 되면 그늘이 귀한 꽤나 고생스런 길이 될 거 같다.

사원의 북서쪽 귀퉁이, 꽤나 많은 여행객들이 사원 내부로 들어섰는데 워낙 큰 공간에 풀려서 그런지

다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연밥무늬 창살은, 외부로부터의 가혹한 햇살을 막고 내부의 습기를 밖으로 원활히 빼내는데 적합한

형태로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그에 더해 안에서는 밖을 잘 볼 수 있지만 밖에선 안을 잘 볼 수 없단

점도 고려된 게 아닐까 싶다.

입구에서부터 건물 내부를 휘휘 도는 회랑이 시작하는 지점, 두 명의 여신이 양쪽을 지키고 서있었다.

근데 왜 저렇게 가슴과 코가 맨들맨들 닳아버린 거지, 여기도 뭔가 저런 데를 부비부비하며 소원을 빌면 애기가

생긴다거나, 남자아이를 잉태한다거나, 로또 대박이 될 거라고 믿는 분위기인가.

원래 여기는 물이 저만큼 차 있어서 목욕재계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를테면 앞선 해자에서

'상것'들과 함께 몸을 섞기 싫은 '높은분'들을 위한 VIP용 욕탕이랄까.

오랜 연원의 유적들을 보면 늘 돌빛깔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잊기 쉽지만, 사실은 당대의 모습은 꽤나 화려한

채색과 치장이 되어있었던 게 대부분일 거다. 이집트의 피라밋이나 오벨리스크, 상형문자 가득한 사원들도

사실 굉장히 현란하고 화려한 아프리카풍의 색감이 가득했었지만 전부 씻겨지고 벗겨지고. 여기 역시 마찬가지

채색의 흔적만 아스라히 남아있었다.

반띠아이 쓰레이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정교한 문양들, 각진 모서리가 여전히 쫑긋 서있는 게 신기하다.

중앙사원의 턱밑에서. 아쉽게도 앙코르왓의 최중심부에 서있는 중앙성소에는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무려 70도에 이른다는 가파른 계단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인간이 아닌 신을 위한 계단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이라고 저런 계단을 잘 오르리란 보장은 없을 텐데. '신성'이 꼭 가파른 계단 오르기 따위로 증명될

건 아니겠지만,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드러내는 참신한 기제인 거 같기도 하다. (다른 식으로 신적인 걸 어떻게

증명하고 나타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꽤나 골치아픈 문제인 거 같다.)

중앙사원을 바라보며 둘레를 한바퀴 탑돌이하듯 돌아 보았다. 돌로 반듯하게 다져진 바닥, 돌로 만들어 세워진

벽, 돌로 만들어 끼워진 창, 그리고 돌로 만들어 올려진 지붕과 장식들까지. 온통 돌이다.

중앙사원에 있는 탑들마다 사받으로 뻗은 계단이 있지만, 서쪽으로 향한 계단들은 약간씩 경사가 완만하다고.

사람들이 탑에 오르내리려면 서쪽 계단으로만 다녔다고 한다.

한쪽 벽에 조각된 압사라 댄스를 추고 있는 여신들. 딱히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듯한 분방한 자세와 표정이 딱

맘에 들었다.

앙코르 왓은 항상 어딘가 조금씩 보수 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전체 그림을 망칠만큼 흉하게 넓은 부위를

덮고 보수 중이거나 탁 튀는 색의 휘장을 둘러놓고 하는 게 아니어서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아마 그 때문에

중앙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게 금지되었던 것 같지만, 이 정도 거리를 두고 보는 것도 충분히 좋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 다듬지도 않은 돌들을 그냥 무질서하게 아무렇게나 쌓아둔 듯한 중앙사원의 탑 꼭대기.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봉긋한 곡선이 아름답기도 하고, 삐쭉삐쭉 솟은 날카로운 돌의 모서리조차 잘 안배된

것처럼 보인다. 중앙사원탑 위에 짧막하니 올라 있는 저건 현대에 들어와 보완한 피뢰침인 걸까.

아침에 앙코르왓으로 오면서 보았던 노랑색 풍선, 이제 꽤나 높이 올라섰다. 아니, 이미 몇 차례 뜨고 내리기를

되풀이했을 거다. 저 위에서는 이 오돌토돌한 질감이 또 어떻게 느껴졌을까, 궁금해졌다.

차츰 햇살이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사원 내부는 마치 동굴 내부에 들어온 양 시원하고 약간의 촉촉한

습기마저 느껴졌던 것 같다. 어디 바람 잘 불고 그늘진 곳을 찾아 잠시 쉬어 가기에 딱 좋은 타이밍.

앉아서도 계속 두리번두리번, 아름다운 사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뭐라더라, 앙코르 왓의 도면을 그리려면

슈퍼 컴퓨터로도 삼년이 걸린다던가, 그런 식의 '선정적'인 이야기는 그다지 믿기지도 않고 의미도 없지만

굉장히 세밀하고 구석구석 아름다운 사원인 건 실감했다.

문득, 창 너머에서 압사라 여신들이 나타났다. 회색빛 돌벽에 퀴퀴한 색감으로 조각되어 있던 그녀들이 입고

있던 옷은 기실 저런 화려한 색감과 금빛 장식이 반짝이는 거였을 터. 여행객들이 얼마인지 모를 돈을 내고

그녀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어서, 살짝 무임승차.




압사라댄스 :

'물 위(apsu)에서 태어났다(sara)'는 뜻으로 압사라(apsara)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압사라는 '천상의 무희' 또는 '춤추는 여신'이라는 뜻이며, 앙코르와트 사원의 외벽을 이루는 1,500개 이상의 부조에 섬세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대에는 캄보디아 왕실에서만 공연되었는데, 이때 압사라들은 천상의 존재를 표현하는 신성한 임무를 지닌 것으로 간주되어 왕궁에서 기거해야 했으며, 결혼은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

느리면서 섬세한 춤 동작은 느리고 우아한 전통 음악에 맞추어 진행되는데,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동작이나 몸 동작들에 제각기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춤 동작은 왕자와 공주, 거인, 원숭이 등 4가지 주체에 의해 변화하고, 전통 무용의 손 동작은 앙코르와트 사원의 부조 벽화에 나오는 압사라 무희들의 손 모양과 일치한다. 금색을 위주로 하는 화려한 의상과 정교한 분장으로 신비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격식이 매우 까다롭고 손동작이 화려하여 습득하기 어려운 춤으로 알려져 있으며, 캄보디아에서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이 춤을 전수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무용지도자들은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화를 기본으로 하여 새로운 춤사위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용 기법도 세월이 지나면서 약간 변하고 있는데, 특히 의상이 매우 타이트하게 변하고 있다. 타이와 그 주변국의 전통 무용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네이버)

씨엠립에는 공연을 볼 수 있는 몇 군데 극장 내지 공연장이 있는데, 그 중 하나 Koulen에서 보여주던 공연.

비슷한 가격대 수준에서는 가장 괜찮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원 내 벽화나 조각에서 쉼없이

보이던 여신들의 몸동작이 실제로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녀들의 손동작 하나하나, 잠시 멈춘 듯한 포즈의 뒷태, 앞태, 이미 어느정도 앙코르 유적들에 익숙해져버린

후라 그런지 낯설지 않기도 했고,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우아하고 신비스런 느낌이 자욱히 피어났다.

이 아가씨 누구랑 좀 닮았지 않나...? 많이 본 것 같이 낯익기도 하면서, 굉장히 매혹적이기도 하고..
그리스 신들이 올림푸스 산에 오밀조밀 모여살고 있다 하면, 힌두신들이 모여사는 산 이름은 '메루산', 바로

바꽁(Bakong)의 사원이 바로 그 메루산을 형상화한 힌두교 사원의 최초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불이라도 붙은 듯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기운을 이미지화한 사원의 중앙성소가 바로 메루산, 힌두신들의

고향이다. 중앙성소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피라밋처럼 층층이 쌓인 채 동물상들로 수호되고 있다.

중앙성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여신상 조각들. 뭔가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잡기가 필수적인 것 같다. 너무 가까워도 전체 그림과의 조화가 뭉개지고, 너무 멀어도 디테일의 섬세함이

사라져 버리니 말이다.

군대에 있을 때 일년에 한 번씩 했던 '동계전술훈련', 대체 공군에 가서 하이바에 꽃꽂이하듯 풀떼기를 꼽고는

뛰어다니는 경험을 한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그냥 저 화분처럼 되어버린 사원을 보고 그 하이바가 생각났다.

중앙성소를 오르는 길에 마주했던 코끼리상, 길쭉하게 뻗어나가야 할 코가 부러져나가버리고 없지만, 그래도

얄포름하니 쉽게 펄럭일듯한 큼직한 귀의 묘사라거나, 완고하고 굳건해 보이는 네 다리와 넙데데한 발바닥,

그런 걸로 충분히 코끼리의 특징을 잘 잡아내고 있는 것 같다. 굳이 진짜 코끼리 가죽처럼 거칠거칠하고 완전

건조한 채 두툼한 느낌의 조각상 표면 감촉을 들지 않더라도.

사원이 드리워낸 시꺼먼 그늘, 강렬한 태양 아래 고스란히 노출된 세계와 극명하게 대비된 채 어둠이 내린 듯

어둡고 촉촉한 느낌의 또다른 세계.

중앙성소로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편으로 내려가면서 돌아본 풍경. 여기저기 풀들이 자리를 꿰어차고 앉아

조금씩 사원을 허물고 있었다.

거의 완전히 허물어져내린 전탑 하나. 어디로도 이어지지 못하는 가짜문 하나만 간신히 남아있다.

얼핏 보면 앙코르왓 사원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알고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원래 바꽁의 중앙성소는 이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전쟁으로 파괴되고 나서는 그새 건축된 앙코르왓의 중앙탑 모양을 따서 재건되었다는 얘기.

사원만 바지런히 따라다니며 보다보니, 퍼석퍼석하고 낡은 느낌의 누런 사암색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 보다.

광택이 번쩍거리는 생생한 샛노란 꽃 한송이를 보니 생명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바라본 바꽁 사원, 혹은 힌두신들의 고향이라는 메루산의 전경. 뭔가 느낌이 달라진 거 같기도.

시바신의 화신이라는 소 한마리, 메루산에 안 오르고 사원에서 돌아나오는 길 뚝방에서 풀을 뜯고 계셨다.

롤루오스 유적군은 롤레이, 쁘리아꼬, 바꽁으로 이어지며 얼추 돌아본 셈이다. 다시 씨엠립 시내로 들어가기 전

아쉬워서 슬쩍 돌아본 주변에서 발견한 캄보디아의 쓰레기통.

그리고 여기도 시바의 화신,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뽄새가 아늑해 보이기는 하는데, 지천에 깔린 녹색 풀들을

두고도 넌 대체 왜 이리 갈비뼈가 앙상한 거니. 소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영 풀지 못하는 궁금증 하나.





반띠아이 쓰레이에서 롤레이 유적군으로 달리는 길, 한참 불붙은 정오의 햇살이 내리쬐는 아스팔트길 위에서.

사실은 뚝뚝 운전수 칭이 헬멧 안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 노래를 '채취'하고 싶었는데, 정작

이글대는 햇볕 소리와 오토바이 엔진 소리만 시끄럽게 녹음되고 말았다.

캄보디아에는 거의 산이 없다고 한다. 저 정도의 높이만 되어도 꽤나 높은 산 축에 들어간다고 했다. 도로

양쪽의 블록에는 무슨 자동차 서킷장처럼 빨갛고 하얀 페인트를 알록달록 칠해놓았다.

문득 고개를 올려 발견했던 뚝뚝의 부적.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의미의 부적이라는데, 워낙 운전을 조심스럽게

잘 해주어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계속 눈똑바로 뜨고 부적값 톡톡히 해주시길.

앙코르 유적지가 있는 씨엠립에서 북쪽으로 한참 올라가야 있는 반띠아이 쓰레이, 거기서 다시 남쪽으로 잔뜩

내려와 애초 올라갔던 것보다 더 오래 가야 나오는 롤레이 유적지. 거기까지 가는 길은 온통 정글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도 보이지 않고, 드문드문 여윈 소떼만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지만, 그 너머엔 또

삼엄하다 싶을 만큼 빽빽하게 짙은 녹색의 정글.

길가에 뚜욱 뚜욱 떨어져있는 집들에서 튀어나왔을 아이들은, 포장된 길 바로 옆 웅덩이에서 발가벗고 물놀이

하느라 여념이 없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선 가게, 무려 "튀긴 개구리"요리를 파는 굉장히 캄보디아 현지의 '타협하지 않은 맛'을

고집하는 음식점이었다. 개구리 요리를 시도해 볼까 했으나. 그냥 좀더 노멀한 캄보디아 전통음식을 맛보기로

맘을 고쳐 먹었다.

아마도 코코넛 열매인듯, 화분도 공중에 매달아 놓고.

아무리 뙤약볕이 내리쬐도 그늘 안으로만 들어오면 또 시원하다. 한국의 무더위처럼 습기가 끈끈하다거나

찜통 속의 후텁지근한 느낌이 아니라, 보송보송하게 더운 느낌. 중동 지역의 그것과 비슷했다.

뭘 시켜 먹었는지는 이제 기억도 안 날 뿐이고. 뭔가 굉장히 색다른 향신료의 향과 맛이 강렬했던, 푸짐하고

독특한 진미였다는 이미지만 남아있다. 고기류와 생선류로 골고루 시켰던 거 같은데 결국 다 먹어치웠었다.

(저것들이 뭔지 아시는 분은 댓글로 좀...^^; )




반띠아이 끄데이, '방으로 둘러싸인 사원'이라는 의미라고 하지만 방이라기 보다는 '벽'으로 둘러쌓였다는

느낌이다. 벽도 사방이 온전히 둘러쳐진 그런 벽이 아니라, 네 면중 한 면쯤은 꼭 허물어져 있는 듯할 정도로

허술해져 버린, 그런 사원이다.

그런 사원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었던 건 마치 방금 조각해낸 것처럼 선명한 윤곽과 신선한 색감이 살아있는

여신상들. 이 여신상 말고도 다섯여섯 걸음마다 사원 외벽에 여신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약간씩 다른 표정

다른 몸짓을 한 채 세워져 있었다.

피사의 사탑이 유명해진 이유는 건물이 살짝 기울어서. 이 정도 어긋난 채 기울어진 출입문은 어떤지.

그런 출입구를 지나면서, 또 다른 통로를 지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위험' 표지판들.

표지판이 아니어도 이미 눈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스릴있어 보이는 데다가, 굳이 '노 터치' 같은 사인을

붙이지 않아도 손을 대면 금세라도 폭삭 무너지지 않을까 싶어 아주아주 조심스런 행동을 유발하는 사원.

멋진 부조가 조각되어 있는 기둥. 압사라댄스를 추고 있는 여신들이 좀더 활짝 웃었다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님 그냥 지금처럼 살짝 웃음을 물고 있는 표정이 더할나위없이 좋아보이기도 하고.

조금씩 기둥이 녹아내리는 걸까, 아마도 철분 성분이나 비슷한 게 기둥 위에서부터 녹아내리는지 까만 얼룩이

기둥을 타고 다크서클처럼 내려왔다. 저만큼 얼룩이 내려오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지. 백년에 일센치?

안쓰럽도록 꽁꽁 동여매어진 사원의 연꽃모양 탑.

문틀을 액자삼아 넘겨다본 저 너머의 풍경들.

그러고 보면 사원의 지붕을 장식하고 있는 건 기와가 아니라 기와무늬 돌들이다. 커다란 돌을 올리고는 그렇게

기와무늬를 조각해 넣었나보다. 그 기와무늬 하나하나에 공들여 내려앉은 초록빛 이끼가 화려하다. 또다시

눈앞에 나타난 기우뚱 무너져내리기 직전의 벽면까지.

여기저기서 펼쳐져 있는 거미줄들. 저렇게 사람만한 크기의 거미줄이 펼쳐지고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람의 손을 여전히 많이 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앙코르왓'으로 대변되는 앙코르

유적지가 세계적인 명소라고는 해도, 그 세세한 디테일까지 고루 살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니.

빛과 어둠의 대비가 강렬한 사원 내부의 공간들, 예전에 이 건물들을 막 지어올렸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을 거

같다. 아마도 그래서 건물 외부에 정성을 쏟아 조각을 하고 장식을 한 것과는 달리 내부는 거의 아무런

장식이나 무늬를 더하지 않았을 거다.

교정이 필요할 만큼 심하게 들쑥날쑥한 치열처럼 이리저리 어긋나 있는 기둥들. 술취한 녀석들이 우르르

어깨동무하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그림 같기도 하다.

사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왠지 사원과 스펑나무가 이렇게 사이좋게 함께 있는 모습은 처음 본 거 같았다.

대체로 사원을 스펑나무가 잡아먹고 있는 듯한 무시무시하고 치열한 광경이었는데, 아마 이들도 수백년내에

그렇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꽤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중인 듯한 사원과 나무.

사원에서 돌아나오는 길, 한쪽에 좀 본격적으로 마련된 기념품 샵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캄보디아 전통

의상을 입은 허수아비 인형들.




캄보디아#3. 앙코르왓 3일 코스짜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외곽지역의 유적들을 둘러볼 작정이라, 아예

하루종일 뚝뚝을 대절했다. 씨엠립 시내에서 분쪽으로 약 40킬로미터를 달려야 나오는 '반띠아이 쓰레이'라는

곳 주변과 씨엠립 남동쪽으로 약 15킬로미터를 달려야 나오는 '롤루오스 유적군'까지 가기로 하고,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25달러에 흥정을 마쳤다. 원래 씨엠립 시내 근처에서 종일 뱅뱅 돌아도 15달러 정도 한다고 하니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여행자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아마도 유적을 돌아보고 나와서 바로 찾기 쉽도록

뚝뚝 운전사마다 저렇게 등록번호가 적혀있는 조끼를 입고 있다.

씨엠립에 흔치않은 보행 신호등. 여긴 아직 교통법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나라다. 

씨엠립 시내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한국어 광고판. 시원한 소주가 있다고 하지만, 글쎄...캄보디아에 왔으니

캄보디아의 술을 마셔주는 게 인지상정.ㅋ

오토바이를 개조해 삼륜차로 만든 뚝뚝이 부앙~ 오토바이 엔진의 얇고 경망스런 소음과 함께 달려나가는데

전날 자전거를 타고 헥헥대며 달리던 거리가 금세 뒤로 멀어진다. 이렇게 길가에서 다그닥거리며 달리던

마차도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버리는 정도의 속도. 뜨거운 햇살은 차양이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이 맹렬하게

들이치니 한량놀음이 따로 없다.

앙코르 왓 우쭉에 쁘라삿 크라반, 그 위의 반띠아이 끄데이, 쓰라쓰랑을 거쳐 북쪽으로 내달리기로 했다.

쁘라삿 크라반은 씨엠립 북쪽 앙코르 유적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앙코르톰/앙코르왓에 가까이 붙어있는

힌두교 사원이다. 정갈한 인상의 담홍색 벽돌탑이 다른 잿빛 돌덩이로 이루어진 사원들과 다른 산뜻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연꽃 형태를 형상화한 모양의 건물이야 비슷하다고는 해도 색감과 따스한 벽돌의 질감때문인지

영 다른 느낌이다.

가운데 있는 중앙 성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와서 향을 피우고 꽃을 봉헌하고 소원을 비는 곳으로 쓰임이

있었다. 이런 건 '문화유산'에 대한 훼손인 걸까 아니면 문화유산 이전의 '삶의 공간'으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야 하는 걸까.

벽돌탑 안에는 네 개의 팔에 각각 원반과 연꽃, 법라패와 곤봉을 쥐고 있는 비슈누가 있었다. 원반은 비슈누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자 상징으로, 실제 고대에는 전투 무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곤봉 역시 오랜 연원을 가진

무기임에는 틀림없으며, 연꽃은 해가 뜨면 피고 지면 봉오리를 닫는 속성을 따서 '세계' 그자체를 상징한다고.

법라패란 건 뭔지 모르겠는데 무슨 악기인가 보다. 법라패를 불면 신들은 힘이 생기고 악마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어라, 근데 무수한 팔을 가진 비슈누들이 조각된 벽면을 따라 눈길을 훑어 올리다 보니, 천장이 뚫려 있었다.

간결한 형태의 피라밋처럼 조금씩 주둥이를 오무려가는 벽면 위쪽으로부터 쏟아지는 하얀 햇살.

캄보디아어인가, 아니면 이전에 쓰였던 문자인가, 사원의 문틀에 빼곡히 조각되어 있던 기기묘묘한 글자들.

글자라기보다는 무슨 함축적인 그림이나 아름다운 기호 같다.

아침 일찍부터 나선 덕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둘러볼 수 있었다. 대략 삼십분, 휘적휘적 걸으며

아직은 기분좋게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구경하고 나니 조금씩 여행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앙코르 유적군 쁘레룹(Pre Rup)에서 바라본 캄보디아의 석양 무렵. 천지창조화에 그려진 뭉게뭉게 구름들이

그림만은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하늘.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길을 자전거로 한시간 넘게 달려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어쩔

도리없이 서둘러 일어서야 했다. 자전거로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보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이런 단점이

있는 셈이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게 쉽지는 않고.


...어둠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 스미스가 지는 해와 경쟁했듯, 그렇게 정신없이 페달을

밟아 최대한 달렸고, 일단 어두워지고 난 이후에는 길가로 바싹 붙어 조심조심 안전운행에 신경썼다. 사실

차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쌩쌩 달리지도 않는 터라, 달릴 만 했다. 현지 캄보디아인들의 주요 교통수단 역시

뚝뚝이라는 3륜으로 개조된 오토바이나 자전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퇴근하는 듯한 자전거 탄 사람들의 인파

속에 섞여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씨엠립 시내는 자그마한 마을 같은 느낌이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바글대는 활기넘치는 곳이다. 마치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 칭해지는 태국의 카오산 거리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2층의 한 레스토랑에 올라 저녁을 주문하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넘실넘실대고 있었다.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여행자' 특유의 여유넘치고 열린 분위기랄까.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어도 반갑게 웃으며 말을 섞어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중간중간 가게들의 차양에는 '론리플래넷'에서 추천한 명소라느니, 누가 왔다 갔다느니 하는 광고성 문구들이

적혀 있기도 했다. 가이드북 중 가장 좋은 건 역시 '론리플레넷'이 아닐까 (근거없이) 믿고 있는 나로서는 저

가게를 한번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압사라 댄스는 더 괜찮은 곳이 있다고 들었으니 일단 참기로.

외국에 나가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밤문화'다. 아무리 태국의 카오산 거리라거나 캄보디아의 씨엠립이라고

해도 밤이 으슥해지는 12시 어간이 되면 거리가 한산해지고 가게들도 대략 정리하는 분위기가 된다. 이래서

한국이나 일본만큼 밤 늦게까지 놀 수 있는 도시가 참 드물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거 같다. 아니면 이런

유명 여행지역은 아무래도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일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일찍 마치게

되는 걸 수도 있겠고.



앙코르왓 인근 주택가에는 마당-마당이라고 딱히 뚜렷한 구획이 지어져 있는 건 아니지만-에서 이런 새들이

자유로이 활보하고 있었다. 저게 칠면조인지 오골계인지, 조류의 이름이래봐야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인지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이국적인 장면이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서 마주치는 소들은 다들 갈비뼈가 몇 개인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말라붙었을까. 일을 많이

시켜서일 수도, 혹은 더워서 힘이 드는 건지도. 먹을 게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얼추 해가 저물어갈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앙코르 유적군 외곽에서 씨엠립 시내의 숙소-그것도 하필

꽤나 외곽에 잡아버린-까지 자전거로 가려면 또 두시간여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 보면 얼른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마음이 살짝 조급해져서 그런지 하늘도 조금 어두워진 느낌.

길 양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촌에서 보이는 그런 무논이다. 빼곡하게 집약적으로 모를 심어놓지는 않았는지

듬성듬성 비어 있지만, 아열대 기후 덕분에 일년 삼모작까지 가능하다는 이 나라에서도 싱그런 녹색이다.

쁘레룹에 가서 석양을 보는 걸로 3-day Pass의 첫날은 시마이하기로 했다. 기어 따위 없는 자전거에서 쉼없이

페달을 밟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중간에 잠깐 내려붓던 스콜, 열대성 강우의 물방울이 따꼼거렸지만 차라리

시원해서 좋았다. 그것도 잠시, 채 십분이 되지 않아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다시 후끈거리는 찜통 속으로.

쁘레룹 앞에 도착하니 이미 석양을 보러 온 듯 여행객들을 실은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앙코르 유적지에서

석양을 보기에 좋은 장소중 하나로 꼽히는 쁘레룹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냥, 많이 파괴된 채 중앙 성소를 감싸고 섰는 네 개의 보조 사원, 총 다섯 기의 연꽃모양 건축물이 비바람에

쓸리고 닳아빠져 있었다. 쁘레 룹은 사실 이 곳에 올라 석양을 보고 싶단 이유만으로 들른 사원이었다.

위에 오르니 별로 넓지도 않은 공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일찌감치 명당을 차지한 채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은 전부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에 한국말을 시끄럽게 쓰고 있었다. 왠지 그 압도적인 한국인 여행객

비율에 민망해져 버렸다. 외국인들은 석양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하나? 아님 이 장소가 석양보기에 좋다는

팁은 한국어 가이드북에만 있는 거 아닐까?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았지만, 단일 장소에 이렇게 특정 국가

여행자들이 몰려있다는 건 어쨌거나 그다지 건전한 현상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해가 넘어가려는 즈음, 서늘한 바람이 하늘끝에서부터 불어왔다. 구름들도 물통 속 담궈진 붓에서 잉크가

빠져나가듯 삽시간에 쏴아, 하고 하늘 바깥으로 번져나간다.

파노라마로 어떻게 연결해 보려고 찍어 보았으나 실패. 그치만 해가 구름에 가리고 조금씩 땅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타이밍의 하늘이란 너무 이뻐서, 계속 질릴 줄 모르고 하늘을 보고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고.

약간씩이지만 다 다르다. 잠깐 사이에도 구름의 모양과 위치는 급변하고, 구름에 반사되는 햇살의 양과 강도에

따라 그 풍부한 느낌과 질감마저 달라지는 것 같다.

구름이 많아 해가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아마 조금 더 뭉개고 있었다면 찍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버스나 뚝뚝을 대절한 게 아니라 두 다리만 믿고 자전거 페달을 한 시간 넘게 밟아야 할 몸인 거다.

가뜩이나 교통법규도 안 갖춰진 동네, 가로등 따위 정비되어 있지 않은 동네에서 어둑한 길에 자전거를 타는

불상사는 피하고 싶어 아쉬움을 가득 머금은 채 자리를 떠야 했다.

안녕 사자야~ 인사하고 쁘레룹을 내려섰다. 뒤에서는 여전히 한국말이 다른 나라 언어들을 위압한 채 우렁차게
들리고 있었을 만큼 한국인이 '쁘레룹 석양전망대'의 대세였다.

그래도 아쉬워서, 가파른 각도의 계단을 내려서면서도 연신 눈과 카메라는 하늘을 찾았다.

와중에 두 번째 등장하는 '나'.

급변하는 일기 상태가 고스란히 구름의 형상에 반영되는가 싶다. 저 멀리에서 유유히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여기저기서 연기처럼 솟아오르는 두터운 구름, 그리고 눈앞에서 내려앉기 시작하는 깜깜한 먹구름.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하늘, 그리고 남국의 구름이었다.


때로 어떤 사원들은 다른 사원을 짓기 전 공법을 시험하고 디자인을 구현해 보기 위한 '시험판'의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하고, 임시로 다른 사원의 역할을 대행하기 위한 '가건물'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자야바르만 7세가 

아버지를 위한 큰 규모의 사원인 쁘리아 칸(캄보디아#13. 파괴된 듯 이어지는 사원의 명맥, 쁘리아 칸(Preah

Khan)
)을 세우기 전 그보다 작은 사이즈로 지었던 사원이 바로 따쏨이다.


아마도 그래서 중요성에서 많이 밀리기 때문일까, 사원 내부는 어찌 할 수 없이 드러나는 퇴락과 붕괴의 조짐을

억지로 막아놓는 안간힘의 뚜렷한 흔적들이 강렬하게 새겨져 있었다.

금세라도 비바람 한차례면 무너져 내릴 듯 기우뚱한 입구. 이미 돌덩이가 몇개씩 빠진 이빨처럼 듬성거린다.

입구 하나를 집어삼켜 버린 나무, 처음에 과연 어디에서부터 씨가 싹을 틔우고 가냘픈 연두빛 잎을 내밀었을까.

어떻게 생각하면, 나무 뿌리가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 입구를 움켜쥔 채 땅 위로 끌어올린 느낌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균열과 붕괴의 조짐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왜, 저렇게 지키고자 하는 걸까.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인간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근대', 혹은 '현대'라고 규정짓고 시대구분을 하면서부터 본격화된 박물, 역사 박제화의 시도들.

그 이전까지는 무너지고 부서지면 그 뿐, 이렇게 처절하게 시간을 거역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대체 지금이

'현대'라고 규정지어 버리고 나면, 백년이백년 후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시대를 어떻게 규정지을까. 현대를

넘어서도 몇번은 넘어섰을 테니, 탈탈탈현대쯤? post-post-post-modernism? 늘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차라리 무너지고 사그라들도록 냅두는 것은 안 될까. 어쩌면 '인간이 왜 죽도록 냅둬서는 안 되는지'와 같은

도덕률과 당위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잔뜩 얽히고 섥힌 나무뿌리, 혹은 줄기. 어디서부터 줄기고 어디서부터 뿌리라 해야 할지. 차분하게 가부좌

틀고 앉아 수인을 맺고 있는 부처들의 자태가 고고하다.


 

앙코르 유적지의 스몰투어와 그랜드투어, 그 중에서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얼추 하룻동안 돌아보게 되는

그랜드투어 루트를 자전거로 밟고 있다.

앙코르 왓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앙코르 왓은 앙코르 유적지 중 하나,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하나의 사원이고,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혹은 거대한 사원들과 유적들이 즐비하다. 그렇게 유적지와

유적지를 이어주는 이차선 도로 옆으로는 이따금 소가 풀을 뜯고, 원숭이가 지나가는 정글이다.

그렇게 도착한 니악 뽀안, 사실 그렇게 하나하나 다 돌아봐야 하나 하는 회의도 얼핏 스쳤지만, 어차피 루트를

따라 가고 있는 중에 마주치게 된 것이라 잠시라도 들러보기로 했다. 먼지가 풀풀 나는 비포장도로, 게다가

경사도 살짝 있어서 당장은 좋지만 나중에 돌아나갈 땐 어쩌나 싶은 코스를 오분 정도 달리니 당도했다.

니악 뽀안은 '꽈리를 튼 뱀'이라는 뜻이다. 가운데 분수대처럼 조성된 사원의 계단을 가만히 보면 두 마리의

뱀이 둘둘둘, 흔히 표현되는 잘 싸질러진 Ddong처럼 감겨 있는 걸 볼 수 있으니 이름의 의미는 충분히 알겠다.

사방으로 부조 조각이 있고, 그 중에서도 아직 많이 훼손되지 않은 조각들은 꽤나 그럴듯한 실루엣을 그리고

있었다. 원래 이 곳은 물이 가득 차있는 수상사원인데, 우기에나 물이 찰 뿐 다른 때에는 걸어서 사원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거다.

주위에도 네 개의 조그마한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대체 물이 어디까지 잠겨들어간다는 건지 그리고

조그마한 연못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그냥, 짙푸른 하늘을 보며 잠시 누워 쉬기로 했다. 딱히 여기가 어떤 곳이고 역사적으로 어떻고 조각은 어떻게

조성되었으며 재질은 뭔지, 그런 거 모르고도 그냥 정글 한가운데 커다란 운동장 벤치 같은 거 있고 마침맞게

짙은 그늘도 있으니 쉬기 딱 좋은 타이밍인 거다. 그럴 듯한 운치. 잠시 낮잠을 즐겨도 좋을 만큼 기분좋은

따뜻함, 땀이 식으며 몸이 조금씩 '찰져가는' 느낌, 게다가 쉼없이 달린 자전거로 묵직하지만 유쾌한 두 발의

나른함까지.

잠시 누웠다가 가운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이 웃긴다. 아마 물이 들어차 있었으면 가운데

사원으로 헤엄쳐 가는 말의 형상이 그럴듯 했을 텐데, 지금은 무슨 부적붙은 말 강시처럼 두 팔을 앞으로

내뻗고는 꽁꽁 굳어있는 모습이다. 

중앙성소에서 한번 둘러보며 구경하고 있는데 저쪽 입구에서 우르르,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들어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의 매력은 정글 한가운데서 사람 소리없이 편안히 누워 쉴 수 있었단 게 가장

컸었는데 그 평화가 깨지기 직전이다. 사람의 파도를 피해, 서둘러 다시 돌아나가기로 했다.




쁘라삿 끄라반에서 반띠아이 끄데이로 가는 길, 사실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그 잠깐 사이에 뭔가 호기심을

잡아끄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물이 들어찬 논바닥 같은 곳 근처에 몰려 있는 사람들.

정말 논일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허리를 가득 굽힌 채 뭔가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 분들이 보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몸빼 바지와 비슷해 보이는 바지를 입고 머릿수건을 두른 채 모심기에 여념이 없는 여성농민

분들이 계셨다. 남자와 여자가 각기 모여서 일하는 상황, 여기만 그런 건지 아니면 캄보디아의 문화가 원래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눈에 띈 또 다른 점 하나, 베트남 다녀온 사람들이 흔히 저렇게 생긴

모자를 쓰고 기념사진을 찍고 오던데, 그게 여기에도 널리 쓰이는 모자였나 보다.

조금 떨어진 곳을 보니 소도 농사에 동원되고 있었다. 두 마리로 뭔가 땅을 갈아엎는 써레질(?)을 하고 있기도,

또 뭔가를 운반하기도. 하얀색 소인데다가 뿔도 그럴듯하게 생긴, 그렇지만 다소 야윈 소들이다.

조금 더 가는 길에 마주친 원두막(?). 우리나라 초가집 지붕을 덮는 이엉을 잘 마른 짚으로 엮어서 얹듯, 

갈색으로 잘 마른 잎새를 엮어서 둘둘 말아놓은 이엉들이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정말, 직사광선만 피할

수 있다면 바람이 솔솔 불고 하니 낮잠자고 쉬고 놀기에 참 좋을 거 같다. 딱 안성맞춤인 원두막.

그러다 보니 도착해 버린 반띠아이 끄데이. 그늘이 드리워진 돌들은 다크서클 내린 눈마냥 더욱 새까맣다.




더운 나라, 더운 날씨, 더운 시간대.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캔맥주가 딱이다.

캄보디아의 특색이 드러난다는 '앙코르' 맥주, 깡통에는 무려 'my country my beer'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가이드북에는 캄보디아에서는 맥주를 '온더락'으로, 얼음을 띄워 마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며칠 머무는

동안 그렇게 맥주를 서빙하거나 마시는 사람이 눈에 안 띄었던 거 같다.

테이블에 앉아서 땀을 닦고 있으려니 문득 아이들이 왔다간다. 뭔가 조잡한 악세사리류를 가득 담은 봉지를

팔에 끼고, 등에는 바구니를 끈에 묶어 매달고는, 조심스레 눈길부터 건네고는 뒤이어 말을 건넨다.

관광지인지라,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곳인지라 꽤나 뺀뺀해졌을 법한데 여전히도 수줍고 착한 아이들.

한국의 어디 재래시장에 가면, 아니면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곳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선풍기를 쐬고 있으면 그저 행복하다. 여유롭게 앙코르왓을 설렁설렁 돌다가, 배고프고 다리아파지면

아무데고 들어가 앉아 맛있는 걸 먹고 마시고.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거지만 특히나, 이렇게 점심을

먹는 때가 가장 뿌듯하지 싶다.

뒤가 이상해서 돌아보니 글쎄 해먹이 두개나 묶여 있다. 정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해먹이 필수품이라더니,

아무 나무등걸 두 쪽에 엮어서 추욱 늘어뜨리고는 몸을 실으면 그뿐인 거다. 식당이 좀 한산해지면 저기에

누워 쉬나 보다. 당장 애기를 재우려는 아주머니가 다리 하나로 흔들흔들 해먹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그 옆에서, 누에고치처럼 해먹에 휘감긴 채 세상 모르고 자는 어린 아이. 해먹이 어찌나 부럽던지.

주변을 두리번대는 것도 음식이 나오면 끝이다. 어딜 가든 무엇을 먹든 잘 먹고 맛있게 먹는 나라지만, 정말

캄보디아 전통음식들은 하나도 실망한 게 없었던 거 같다. '아목'이었던가, 전통 음식의 하나라던데,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추천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사이 이 곳을 너무나도 잘 지켜주신 이웃분들 완전완전 감사해요^^ 특히 리나님!ㅎㅎ


어제밤 11시 비행기를 타서는 오늘 새벽에 인천에 떨어졌더니, 생각보다 많이 삼엄한 분위기더라구요. 신종플루가

이 정도로 수선스러워야 하는 정도에 이른 건지 좀 이해가 안 되었지만 어쨌든, 한잠도 안 자고 사진 정리하고

영화보고 해서 그런지 열도 오르는 느낌에 피로가 급 몰려와 여태 뻗어있다 잠시 살아났습니다.


어디 다녀왔는지는, 몇 장 두서없이 올리는 사진들 보시면 자연스레 아시게 될 거에요~*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는 내일부터...(과연?ㅡㅡ;;)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을 근 천오백장이나 찍어왔어요^^
그곳의 해가 지는 모습이에요. 우기라 그런지 먹구름이 맹렬히 하늘을 달리더라구요.  

그곳의 뒷골목 풍경입니다. 빨래도 널려있고, 오리도 널려있는.

하늘엔 전선덩굴이 정글처럼 무성하게 뒤엉켜있고, 땅엔 트럭과 오토바이, 자전거 등 왼갖 탈것이 온통 뒤엉켜있고.

그곳의 올드마켓 풍경이에요. 대략 생김생김이 동남아의 필이 좀 오나요?

노을을 배경으로 한 제 실루엣이에요. 하늘 표정이 어찌나 드라마틱하고 변화무쌍하던지..그저 감탄했더라는.

사원입니다. 힌두교 사원으로 지어졌다가 후세에 불교사원으로 바뀌기도 하고, 불교사원으로 애초 지어지기도 한.

구름이 몽실몽실 담겨있는 네모난 해자. 흔히 중세 유럽의 성에서 떠올리게 되는 성 주변의 깊이 파인 해자가

실은 이곳에서 전래된 거라더군요. 놀랐습니다. 그리고, 앙코르왓의 아름다움과 거대함, 또 디테일함에 탄복했습니다.

앙코르왓에서 삼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반띠아이 쓰레이, 란 사원에 있던 연꽃밭에서 한 장.

옷이 온통 걸레가 되어가며 걷고, 자전거 타고, 뚝뚝(이라는 현지 삼륜차) 타고, 수영하고, 그랬네요.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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