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둘이 어정쩡하게 서있는 걸로 보아 아이들이 많으니 조심하란 표지 같다. 근처에 학교라도 있다거나.
법한 모자를 쓰고 책가방을 옆춤에 차고 있다. 저걸 뭐라 해야 하나, 베레모도 아니고 약간 빵모자스럽다고
해야 하나. 모자 가운데 별모양 배지라도 붙어있을 것 같은, 색깔도 왠지 핏기없는 풀색이나 갈색 계열일 듯한.
다른 사원들에 비해 짧게는 백년, 길게는 이삼백년을 앞선 셈이다. 그 이삼백여년의 차이가 이토록 컸던지
사원이 거의 황폐해져 있었다.
가운데 중앙성소 역시 연꽃이 봉긋하니 피어오른 형태가 많이 이지러져서 끝이 뭉툭해졌다.
뜀뛰기하며 놀았던 것처럼, 비슷하게 뭔가를 그려놓고 폴짝거리며 놀다가 여행객을 보고는 살살 눈치보며
장난을 걸어온다. 먼저 앞장서서 사원을 함께 돌아봐주기도 하고, 카메라를 의식하고 자세도 잡아주고.
있던 동안 다른 여행객은 전혀 보지 못한 것으로 보아 꽤나 조용한 동네인가 보다. 그래서 그만큼 더 아이들도
순진하고 때묻지 않은 것 같고.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 사람손을 많이 타고 안 타고의 환경적 요인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꿨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하얀 쌀. 말려서 뭔가 누룽지처럼 해드시려는 건가.
이 곳의 더위는 개들의 성미조차 노곤하게, 혹은 온순하게 만들어버렸다.
감으면 옷이 되는 건가 싶고, 빨면 참 금방 마르겠다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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