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인 거다.
훌륭해지지만, 이 곳 역시 천년의 시간을 빗겨나가진 못한 거다.
벽돌은 조금조금씩 비바람에 갉아먹혀서 구멍이 숭숭 뚫린 채 단단한 부분만 남았다.
전부 색깔이 다르다. 주변의 때묻고 빈티지스러운 느낌과는 전혀 이질적이다.
앞 유리창에 떼로 몰려있던 도마뱀들을 콜라 빨대 속으로 몰아놓고 장난치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진짜 문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이 장식을 해 놓았다.
나머지 네 녀석이 뒤에서 뒷담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을 거슬러 아등바등 외관을 유지해보겠다고 애쓰는 게 안쓰럽고 조금은 치사(?)해 보였지만, 여긴 달랐다.
좀더 잘 지켜졌으면 좋겠고, 좀더 잘 보존되어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참 간사하고 기준도 없다, 그러고 보면.
사원의 정형적인 형태와 닮아 있었다. 그 터지기 직전의 봉긋한 옆구리도 그렇고, 봉오리 위쪽의 삐쭉거리는
꽃잎매들도 그렇고. 연잎마저 탐스럽게 늘어졌던 반띠아이 쓰레이.
지붕을 덮은 갈색 짚이엉이 야무지다.
굉장히 몰입해 있었다. 가격을 슬쩍 물어보니 왠지 씨엠립 시내의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비싸다 싶어서 그냥
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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