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여태 둘러보았던 앙코르 유적군의 다른 유적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 확연하다.
그리고 정형화된 형태의 조각들이 하나도 없이 맨벽인 거다. 아마 벽돌이 저렇게 풍화되기 전에는 맨들맨들한
벽이 조각가의 손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서 있었던 게다. 그리고 천 년이 지난 셈.
검은 얼룩, 그리고 때가 낀 건지 이끼가 낀 건지 알 수 없는 세월의 자취.
그런 걸까, 천년 세월에도 여전히 시멘트를 바른 양 매끈하기만 한 표면.
향이 피워올려지고 싱싱한 꽃이 바쳐지는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여기 상당한 폭우가 무시로 쏟아져내리는 열대기후의 땅일 텐데, 저렇게 작은 돌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것들이
단단히 붙어있는 것도 범상한 일은 아니다.
중앙성소로 접근할 수 있지만, 중앙성소에 있는 동서남북 네 개의 문 중 동쪽으로 난 문을 제외한 세 개의
문은 문의 형태만 조각된 가짜문이다. 역시, 해뜨는 동쪽이 대세.
구조여서, 자칫 발을 헛딛거나 미끄러지기 쉽다. 그나마 이렇게 창문이 조금 깨져 나가 빛이 들어오는 곳은
나은 편이고.
여기가 문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겠지만, 어찌 생각하면 괜한 크메르 노동력의 낭비다.
일부러 반띠아이 쓰레이와 앙코르왓은 마지막 일정으로 빼놓은 게, 거길 보고 나면 어쩌면 다른 곳들이 굉장히
시시해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도 하고 사전 조사했을 때에도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기 때문.
내린 모양 그대로 꽤나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모르겠다. 안에서 밖을 보는 것, 창틀에 기대어 '액자'처럼 외부를 훔치는 것.
순진하고 귀여웠던 꼬맹이들이었다. 근데 밑의 꼬마는 다시 보니 킬빌의 그녀가 오버랩되는 듯.
이 슬리퍼를 신고선 자세잡고 서있었을까. 조각이 서있었을 자리에는 이제 무슨 연장통같은 나무상자가.
당황한 미소만 짓고 있는 여행객들이 있었다. 저 아이들의 애교 공세를 넘어서 반띠아이 쌈레 구경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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