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다. 벽도 사방이 온전히 둘러쳐진 그런 벽이 아니라, 네 면중 한 면쯤은 꼭 허물어져 있는 듯할 정도로
허술해져 버린, 그런 사원이다.
여신상들. 이 여신상 말고도 다섯여섯 걸음마다 사원 외벽에 여신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약간씩 다른 표정
다른 몸짓을 한 채 세워져 있었다.
표지판이 아니어도 이미 눈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스릴있어 보이는 데다가, 굳이 '노 터치' 같은 사인을
붙이지 않아도 손을 대면 금세라도 폭삭 무너지지 않을까 싶어 아주아주 조심스런 행동을 유발하는 사원.
아님 그냥 지금처럼 살짝 웃음을 물고 있는 표정이 더할나위없이 좋아보이기도 하고.
기둥을 타고 다크서클처럼 내려왔다. 저만큼 얼룩이 내려오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지. 백년에 일센치?
기와무늬를 조각해 넣었나보다. 그 기와무늬 하나하나에 공들여 내려앉은 초록빛 이끼가 화려하다. 또다시
눈앞에 나타난 기우뚱 무너져내리기 직전의 벽면까지.
사람의 손을 여전히 많이 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앙코르왓'으로 대변되는 앙코르
유적지가 세계적인 명소라고는 해도, 그 세세한 디테일까지 고루 살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니.
같다. 아마도 그래서 건물 외부에 정성을 쏟아 조각을 하고 장식을 한 것과는 달리 내부는 거의 아무런
장식이나 무늬를 더하지 않았을 거다.
어깨동무하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그림 같기도 하다.
대체로 사원을 스펑나무가 잡아먹고 있는 듯한 무시무시하고 치열한 광경이었는데, 아마 이들도 수백년내에
그렇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꽤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중인 듯한 사원과 나무.
의상을 입은 허수아비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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