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이 활보하고 있었다. 저게 칠면조인지 오골계인지, 조류의 이름이래봐야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인지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이국적인 장면이었다.
시켜서일 수도, 혹은 더워서 힘이 드는 건지도. 먹을 게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꽤나 외곽에 잡아버린-까지 자전거로 가려면 또 두시간여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 보면 얼른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마음이 살짝 조급해져서 그런지 하늘도 조금 어두워진 느낌.
듬성듬성 비어 있지만, 아열대 기후 덕분에 일년 삼모작까지 가능하다는 이 나라에서도 싱그런 녹색이다.
페달을 밟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중간에 잠깐 내려붓던 스콜, 열대성 강우의 물방울이 따꼼거렸지만 차라리
시원해서 좋았다. 그것도 잠시, 채 십분이 되지 않아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다시 후끈거리는 찜통 속으로.
석양을 보기에 좋은 장소중 하나로 꼽히는 쁘레룹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쓸리고 닳아빠져 있었다. 쁘레 룹은 사실 이 곳에 올라 석양을 보고 싶단 이유만으로 들른 사원이었다.
사람들은 전부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에 한국말을 시끄럽게 쓰고 있었다. 왠지 그 압도적인 한국인 여행객
비율에 민망해져 버렸다. 외국인들은 석양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하나? 아님 이 장소가 석양보기에 좋다는
팁은 한국어 가이드북에만 있는 거 아닐까?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았지만, 단일 장소에 이렇게 특정 국가
여행자들이 몰려있다는 건 어쨌거나 그다지 건전한 현상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빠져나가듯 삽시간에 쏴아, 하고 하늘 바깥으로 번져나간다.
들어가는 타이밍의 하늘이란 너무 이뻐서, 계속 질릴 줄 모르고 하늘을 보고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고.
따라 그 풍부한 느낌과 질감마저 달라지는 것 같다.
모르지만, 버스나 뚝뚝을 대절한 게 아니라 두 다리만 믿고 자전거 페달을 한 시간 넘게 밟아야 할 몸인 거다.
가뜩이나 교통법규도 안 갖춰진 동네, 가로등 따위 정비되어 있지 않은 동네에서 어둑한 길에 자전거를 타는
불상사는 피하고 싶어 아쉬움을 가득 머금은 채 자리를 떠야 했다.
들리고 있었을 만큼 한국인이 '쁘레룹 석양전망대'의 대세였다.
여기저기서 연기처럼 솟아오르는 두터운 구름, 그리고 눈앞에서 내려앉기 시작하는 깜깜한 먹구름.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하늘, 그리고 남국의 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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