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유적군 쁘레룹(Pre Rup)에서 바라본 캄보디아의 석양 무렵. 천지창조화에 그려진 뭉게뭉게 구름들이

그림만은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하늘.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길을 자전거로 한시간 넘게 달려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어쩔

도리없이 서둘러 일어서야 했다. 자전거로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보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이런 단점이

있는 셈이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게 쉽지는 않고.


...어둠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 스미스가 지는 해와 경쟁했듯, 그렇게 정신없이 페달을

밟아 최대한 달렸고, 일단 어두워지고 난 이후에는 길가로 바싹 붙어 조심조심 안전운행에 신경썼다. 사실

차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쌩쌩 달리지도 않는 터라, 달릴 만 했다. 현지 캄보디아인들의 주요 교통수단 역시

뚝뚝이라는 3륜으로 개조된 오토바이나 자전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퇴근하는 듯한 자전거 탄 사람들의 인파

속에 섞여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씨엠립 시내는 자그마한 마을 같은 느낌이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바글대는 활기넘치는 곳이다. 마치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 칭해지는 태국의 카오산 거리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2층의 한 레스토랑에 올라 저녁을 주문하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넘실넘실대고 있었다.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여행자' 특유의 여유넘치고 열린 분위기랄까.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어도 반갑게 웃으며 말을 섞어줄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중간중간 가게들의 차양에는 '론리플래넷'에서 추천한 명소라느니, 누가 왔다 갔다느니 하는 광고성 문구들이

적혀 있기도 했다. 가이드북 중 가장 좋은 건 역시 '론리플레넷'이 아닐까 (근거없이) 믿고 있는 나로서는 저

가게를 한번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지만 압사라 댄스는 더 괜찮은 곳이 있다고 들었으니 일단 참기로.

외국에 나가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밤문화'다. 아무리 태국의 카오산 거리라거나 캄보디아의 씨엠립이라고

해도 밤이 으슥해지는 12시 어간이 되면 거리가 한산해지고 가게들도 대략 정리하는 분위기가 된다. 이래서

한국이나 일본만큼 밤 늦게까지 놀 수 있는 도시가 참 드물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거 같다. 아니면 이런

유명 여행지역은 아무래도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일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일찍 마치게

되는 걸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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