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 쓰랑'이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다. 호수라기엔 좀 작고, 애초 존재하던 천연 저수지를 키워내어 왕실 전용

목욕탕으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왕실의 목욕탕이라곤 하지만 딱히 그럴듯한 장식이나 화려한 부속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물이 깊지는 않아 보이는데  저쪽 너머에선 몇 사람이 수영도 하고, 목까지 물에 잠근 채 물놀이도 하는

걸로 보아 바닥 깊이가 생각보다 꽤나 깊은가보다. 날이 좀더 더우면 나도 같이 뛰어들겠구만.(실은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ㅡㅡ;)

앙코르와트 동편에 있는 동바라이 지역을 지나 반띠사이 쌈레로 가는 길, 거길 거쳐 북쪽으로 약 40킬로미터

올라가면 '크메르 예술의 보석'이라 칭해지는 반띠아이 쓰레이가 나타난다. 참 소략하게 지어진 움막같은 집,

그렇지만 참 실용적으로 보이는 집 옆을 뚝뚝타고 지나면서 한 장. 

길가에서 조그마한 바나나도 구워팔기도 하고, 과일도 팔고 있는 행상.

모자도 주렁주렁 매달고 팔고 있는 가게도 있었다. 내려서 구경도 하고, 집들 사이를 거닐며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었는데,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러겠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한가닥 외길을 따라 꾸역꾸역, 대체 여기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걸까, 출퇴근 같은 도시인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이 이어지고 있을 정글에서의 삶은 어떤 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뿔이 곧추선 물소 두마리가 끄는 수레에 앉아 나름의 호흡으로 일을 하고 움직이기도 할 테고.

제법 돈 좀 모았다 하는 사람은 이렇게 네 벽이 제대로 갖춰진 건물, 게다가 1층엔 달구지 주차장을 마련해놓은

'그럴듯한' 집에서 살며 다른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기도 할 거고. 저기를 보라, 달구지에 더해 자전거

한 대까지 우아하게 주차되어 있는 럭셔리함의 극치를.

이렇게 정글이 집앞 마당까지 밀고 들어오면 어느새 꽤나 풍성한 정원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자연스레 집안

내부의 프라이버시까지 보호되는 커튼 효과까지 생기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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