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에서 프놈펜으로 가던 길이었다. 털털대는 버스가 흙길과 아스팔트길을 번갈아 달리다가 문득 멈춰섰다.

뭔가 노점이 길게 늘어서 있고 차들도 좀 보이는 게 말하자면 휴게소인 양, 잠시 멈춰서서 휴식도 취하고

화장실도 가고 그러라며 시간을 내준 거다.

노점상들에 쪼르르 달려가서 구경하기 시작, 몇 개 돌아보기도 전에 깜짝 놀라고 만 장면 발견. 다리가 우글우글,

털도 복슬복슬, 게다가 똥배는 오동통통 너구리. 색깔도 먹음직스런 갈색이다.


처음에는 무슨 후렌치 후라이인가 했는데, 날씬한 막대기들이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어서.

세부명칭은 싱가폴블루(Cyriopagopus sp.) 교목성(나무위성) 타란툴라, 수명은 10년, 성체가 되면 25cm까지 큰다니..이 아름다운 바디와 화려한 컬러는. 쿠하. 이제 날 타란툴라 브리더라 부르시오.

학명 : CYRIOPAGOPUS SP.

이름 : 싱가폴 블루

서식지 : 싱가폴

성체시 크기 : 25Cm까지 자라는 대형종

적정온도 : 26~32°C

적정습도 : 70~80%(바닥제는 습하게 해주는것이 좋다고 한다)

바닥제 : 바크,에코얼스,피트,버미큘라이트

성격 : 매우 공격적(꺄아~~^0^*)

성향 : 나무 위성

기타 : 싱가폴 블루는 구티오너멘탈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타란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타란입니다.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발색이 나온 성체가 없기에 자세한 정보를 알수없거 대부분 외국사이트에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체와 아성체를 구할수있습니다. 유체의 경우는 유목이나 바닥제를 이용하여 약간의 버로우성 은신처를 만들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입니다. 이때는 약간의 충격과 진동에도 반응하며 더깊이 숨어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보아 사유난이도가 약간 있는편이지만 아성체의 경우는 지구타이거류의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므로 주의가 필요한 편입니다.



2007년쯤 반년동안 내가 길렀던 타란툴라가 생각났다. 슬슬 손바닥만하게 자라나며 저 신비한 파란빛이 몸통에

드문드문 배어나기 시작하던 녀석은, 2007년 겨울을 못 견디고 얼어죽어 버렸댔다. 집에 저 녀석이 왔을 때

질색팔색하던 어머니에게 "구워먹으면 초콜렛맛이 난다더라"며 설득했었는데 차마 구워먹기에는 반년간 쌓은

정이란 놈이 무서워서. 거미가 일찍이 '사랑은 없다'고 울먹였거늘.





타란툴라야 타란툴라야 거미줄을 뱉어라 안 뱉으면 구워먹으리 초콜렛맛.

타란툴라야 타란툴라야 꾸물대는 밀웜을 사냥해 보아라 꼼짝않고 버로우하면 구워먹으리 초콜렛맛.

거미튀김만 있던 건 아니었다. 정말 거대한 귀뚜라미들이 폴짝 뜀뛰려는 자세 그대로 뒤엉켜서는 난리다.

껴안고 뽀뽀하고 뒤집고 때리고, 지들끼리 난리가 난 그야말로 아수라장. 생명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저 지독하게

밀집된 인구밀도에서 벗어나도록 종이봉투에 좀 덜어갔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이봉투에 담아 번데기씹듯

오도독 오도독. 나름 빨간 고추와 고수도 들어가 있어서 캄보디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도 부족하지 않을 듯.

이 녀석들은, 뭐랄까. 좋게 말하면 딱정벌레. 나쁘게 말하면 거대 바퀴벌레. 딱정벌레라고 하면 왠지 1그램쯤은

먹고 싶은 마음이 동할 수도 있겠는데, 바퀴벌레라고 하면 전혀 먹고 싶지가 않은 거다. 반질반질한 껍질이

기름에 튀겨졌으니 꽤나 바삭바삭할 거 같긴 한데. 근데 사진상의 에러는 저 절대 먹고 싶지 않은 빛깔의

징그럽게 생긴 곤충 하나. 아니다, 쓰면서 생각해 보니 왠지 색깔이 빨갛게 잘 찜쪄진 꽃게 같기도 하고.

그 외에는 여느 시골의 노점과 딱히 다른 풍경은 없었던 거 같다. (워낙 저 거미와 귀뚜라미와 바퀴(딱정)벌레의

생생하게 튀겨진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길가에 연해서는 간이 '구루마' 옆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숫기없는 소년이 하나 있었다. 왠지 저 녀석,

거미튀김을 한 입 물려주면 기운이 번쩍 나서 구루마라도 뒤엎지 않을까, 마님을 찾진 않을까 싶은 상상의 나래.

차에 다시 올랐는데 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타는 까무잡잡한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안장 높이나 전체 크기가

자신에 비해 훨씬 커보이는 자전거를 타고는 노점에 와서 뭔가를 사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계속 안장에

찡겼는지 엉덩골 사이에서 옷을 잡아빼는 번거로운 손길이 눈에 밟혔다.

이내 출발, 다시 평화롭고 뜨겁지만 나른한 캄보디아의 시골길을 따라 먼지 풀풀 날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시엠립에서 프놈펜까지는 버스로 6시간, 중간에 몬도가네 튀김들을 보고 놀란 가슴 진정시키다 보니 그 정도

시간은 금방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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