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서른여섯의 사그라든 생명이 확인됐다.

'유력 언론'들은 일제히 꼭집어 어뢰의 가능성을 보도하고 나섰다. 아울러 레이더에서 사라졌다던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의 행방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그들이 사건 초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북한의 무력도발'

내지 '국가안보의 위기'라는 말들이 이제야 조금은 제 정신으로 하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로파괴니 뭐니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던 몇몇 '비주류', '진보' 언론 역시 약간은 외부 충격의 가능성을 높여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간 그들의 논조가 대개 북한과의 연계로 무작정 몰고 가려는 듯한 주류의 분위기를

경계하고,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풀어가는 정부와 군당국의 허술하고 무책임한 자세와 시스템에 포커스를

맞춰왔던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전문 인력을 동원하고도 상당한 시일이

걸려야 겨우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해명을 얻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판에, 막무가내로 북쪽에 대고 삿대질하는

태도보다는 훨씬 '언론'스럽다.


그렇지만 언론이 이번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북한'을 보는 극단적으로

상이한 두 개의 시각을 반영하고 나아가 강화하는 것 같아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무조건 북한은 호시탐탐

남한을 무력도발하고 적화통일하려는 '전쟁광'으로 보는 시각, 그리고 또 하나, 북한은 사실 방어적인 자세를

줄곧 견지했으며 제대로 알고 보면 합리적이고 착한 '외톨이 동포'라는 시각. 나이브하게 정리한 거지만,

'북한'이란 변수를 제각기의 선험적 판단으로 상수화해서 판단하고 있단 점이 중요하다. 
 

북한이 정말 천안함을 공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제대로 된 언론매체들 기사 행간에 이런 식의

마인드가 깔려있었다고 읽혔다면 오독인 걸까. "북한이 천안함을 쳤다는 건 보수세력의 '북풍몰이'야, (어떤

이유로던) 북한이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 리 없어"라는 마인드. 정말이지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였거나 기뢰/어뢰 공격으로 판명될 경우에 대한 분석 기사를 찌라시 이외의 언론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게 아마 지금 거칠게 쪼개진 천안함 단면이 드러나고 보수 언론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기도

할 거다. 그럴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을 제공한 기사가 없거나 희박했던 거다.


북한이 했다고 몰아붙이는 건 또라이짓이지만, 애초부터 제껴놓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찌라시들처럼 타국의

무력도발임을 공공연히 선동하는 건 또하나의 도발행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와 그의

군대가 보여준 초동 대응이나 후속 조치들,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 따위 뭐하나 맘에 드는 구석이 없지만,

그건 수습 과정에서의 문제다. 적나라하게 말해서, 아무리 이명박을 못 믿겠어도 김정일을 믿어야 할 이유는

달리 없는 거다. '북풍'놀음에 대한 대응책이 고작 '反북풍', 북한감싸기로 귀결된다는 건, 너무나 고단하고

비루한 옵션 아닌가.
 

남한의 위정자들도 못 믿겠지만 북한의 위정자(혹은 그의 충성스런 군대)도 못 믿겠다. 북한이 안 했을 거라고

단언할 증거 역시 없잖은가. 정말로 천안함 사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아무런 주관적/감정적 선입견없이

사실 그대로 파악하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 정략적으로 이용해 보려 '북풍'과 '反북풍'을 초혼하는 제각기의

세력들에 휘둘리지 않고, 언론인 척 여론만들기 찌라시 놀이중인 쓰레기에 놀아나지 말고. 사고든, 실수든,

천재지변이든, 공격이든, 혹은 자폭이든, 이 나라의 이름으로 강제징집된 아이들이 어쩌다 '개죽음'을 당했는지

책임있는 해명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싶다.


그게 그들의 섧은 죽음 앞에 일찍부터 어색하게 붙여진 "국가를 위한 헌신, 희생 정신, 군인 정신, 대한의 아들,

영웅" 따위의 거창한 국가주의적 수사가 그나마 올바른 의미를 담게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떠한 경우던

그들의 죽음은 강제로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가 당한 안타깝고 섧은 죽음임에야 틀림없지만, 벌써부터

그들을 북한과의 사선 앞에 세운 채 '전쟁영웅'으로 묘사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건 그들의 죽음 자체에

대해 쏟아져야 할 정당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이용해 먹으려는 짓, 오히려 죽은 이를 욕되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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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536회 (4) " 동혁이형 국사선택과목 유감"  2010-02-28 방송. KBS 찜,  Powered by VMark>

KBS ‘찜’은 KBS 컨텐츠의 편리한 시청, 공유를 위해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굳이 이름을 알리고 싶지도 않은 어떤 시민단체는 동혁이형의 개그가 "국민을 賤民(천민) 혹은 暴民(폭민)화"

하는 포퓰리즘에 기반한 선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제2의 김제동 꼴이 나는 건 아니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반면 '개그는 개그일 뿐,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비판도 있네요.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건 초점을 흐릴 수 있으니, 단지 '국사 문제'에 한정해서만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국사 과목이 무슨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야, 우리 역사에 간주점프 버튼 계속 눌러댈 거야, 독도는 노래만

줄창 불러대며 지킬 거야, 라는 동혁이형의 샤우팅에서 틀린 부분을 좀처럼 찾기가 어려운 건 제가 과문한

탓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기사화되지 않고 있는 요미우리 신문과 청와대 간의

진실게임이 보여주듯 오히려 더욱 제대로 된 국사교육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독도는 우리땅', '한민족의 우수성' 따위만 강변하는 교육을 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겠죠. 어쨌거나

'근대 민족국가'가 성립되기 이전의 역사를 민족단위로 쪼개서 땅따먹기하다 보니 일본과 부딪히고, 중국과

부딪히고 그러는 거니까요. 역사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공통교재를 발간하는 작업이 중요한 게 바로

그런 부분에서 서로의 과잉한 민족적 내러티브를 줄이고 보다 냉정하고 차분한 시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동혁이형의 개그를 그들의 '선전선동'을 위한 불쏘시개로 써먹는 역겨운 시민단체-그 시민에서 저는

좀 빠졌으면 좋겠습니다만, "XXXX시민(빼기 이채)연대"라고 말이죠-로부터 그의 개그를 지키고 싶은 맘에

이번 나눔을 진행합니다. 개그가 담고 있는 내용이 맞고, 개그가 재미있으니 그의 샤우팅에 푸쳐핸졉~해서

호응해주고 싶습니다.


하여, '한일역사 공통교재'로 한국과 일본 연구자/교사들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한일 양국의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를 다룬 책을 이번 나눔으로 내놓기로 했습니다. "한일 교류의 역사"라는 책인데요, 총 세 권입니다.

동혁이형이 마지막에 말한 대로 선택과목으로 아무리 괄시한다 해도 찾아서 배우고 공부하면 되는 거겠죠,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조금더 균형잡힌 성숙한 시각으로 읽고 싶은 분들, 푸쳐핸접~*


                        ----   제7차 동시 나눔 마당 응모 안내  ----

   * 응모 기간 :  롸잇나우~3월 12일 (금) 24:00
   * 응모 방법 : 이 글 밑에 신청 의사와 이유를 댓글로 남겨 주세요!
   * 선정 조건 : ① 
직접 쓴 본인의 국사교육 관련 포스팅을 엮어 나눠 준 분, 우선 선정
                        ③ 댓글로 신청 의사와 그 이유를 남겨주시는 분, 선정
  * 선정 발표 : 3월 13일 (토)

  * 책 배송 : 3월 15일 (월), 우체국 택배로 발송 예정

한일 교류의 역사 - 8점
한국역사교과서연구회 엮음/혜안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序]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한바탕 난리가 쓸고 지난 듯 밴쿠버 올림픽이 끝났다.
여전히 1등만 찾고 보는 언론의 취재 행태, 그럼에도 박성광의 질타 섞인 개그가 낯을 간질렀는지
굳이 '더럽지 않은 세상'임을 강변하는 그들이 우습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박성광의 개그는 이번 올림픽 내내 모든 언론매체 종사자들 사이에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했다. 아나운서나

기자들은 지면이나 화면상으로 그 문구를 의식한 발언을 꼭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 같았다. 1등이 아니어도

기억해 주는 훈훈한 세상이라느니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런 국가대표라느니 , 그런 식으로 이 사회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어했던 거 같다. 세상이 1등만 기억하도록 더럽게 만든 책임을

부정하고, 아예 세상 자체가 더럽지 않음을 항변하고 싶은 걸까.


보통 사람들은 그런 식의 강박까지는 없었던 듯 하다. 사실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은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특정 방송국에 마이크를 독점당한 이번 올림픽에서 더욱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버린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라는 말을 굳이 들춰내 되새기거나 부정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냥, 김연아 스페셜 죽도록 나오니까 적당한 만큼 소비해 주고, 금메달 중심으로 돌아가는 성적순위
 
올라가니 기뻐해주고. 닭가슴살마냥 퍼석한 삶에서 접하기 힘든 잘 짜인 드라마와 멋진 쑈가 매일 펼쳐지니

티비 앞에 자연스레 모여앉게 되는 거고.


새삼스러울 게 없는 거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는 박성광의 개그가 먹히는

이유는 그 발언이 대부분의 공감을 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나운서니 기자니 사설이니 '성적에 연연치 않는

성숙한 태도'와 '더럽지 않은 세상'을 칭송해도, 연아의 한마디한마디가 그대로 기사가 되고 그녀의 짧은 삶은

어느새 영웅의 비범한 출세담으로 분칠되어 버렸다. 메달리스트가 아니면 앉을 자리도 없고, 은메달 동메달은

따고도 섭섭한 그런 거고, 연금이 얼마씩 나오고 금메달리스트 누군 돈방석이 앉았다느니 하는 그런 이야기들.

모든 선수들에게 기계적으로 고른 애정과 수혜를 주자고 말하는 건 아니다. 치사하지만, 누군가는 대통령 옆,

혹은 헤드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거고-좋던 싫던 간에-스포츠는 근본적으로 등수를 매기는 게 목적이니까.

(저러고 있다...난 절대 싫을 거 같다.) 아무래도 이쁘고 영악하고 연기력좋은 김연아에게 카메라가 한번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금,은,동을 따로 집계하진 않는다는 다른 나라들도

여전히 메달 수를 집계하고는 있으니까, 완전히 '경쟁'과 그로부터 파생하는 승패, 애정과 상금의 불균등한

분배를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비록 한국이 정말 더럽도록 유별나게 1등에 집착하는 것 같긴

하지만, 여하간 1등부터 줄세우는 스포츠의 구조는 만국공통인 거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지레 발저려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가 아님을 강변할 필요는 없는 거다. 사실이

그렇고, 알게 모르게 사람들도 맘속 깊은 곳에서는 그게 현실임을 인정하고 있으니까, 애써 아닌 척 밝고 맑고

도덕적이고 성숙한 세상인 척 노력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더구나 그런 '더러운 사회'로 내리닫도록 앞장서

조장했던 게 누구였더라. 오랜 세월 언론이 앞장서 학벌이니 스포츠니 온갖 분야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고 조장해온 게 부끄럽다면 그냥 입닫고 가만히 있는 게 어떨지 싶다. 


괜히 더러운 사회가 아니라고 나발불며 떠들어봐야 오히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박성광의

유행어 수명만 늘려주는 꼴 아닐까. 이번 밴쿠버 올림픽의 진정한 승자는 박성광일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진정한 승자, 삼성(이라고 쓰고 '이건희'라고 읽는다). 밴쿠버 프로젝트의 효과와 삼성 자금력의

효과를 경시할 생각은 없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마치 군대의 규율마냥 공동묘지 옆에서 담력훈련을 받았던

박세리 어간의 세대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스스로 몰입하는 그들의 문화적 차이는 어떨지. 그리고

그 새로운 루키들의 감수성과 삼성의 감수성 혹은 문화는 서로에게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어디 한번

따져본다면 어떨까.






충청북도 청원군에 위치한 청남대는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대통령이 국무를 보다가 내려와 쉴 수 있는 공간,

그 정도 되려면 주위 경관이니 입지 조건도 특별해야 할 테고 옛날옛적 어느 스님의 예언 같은 것들도 구비구비

서려 있어야 하는 거다. 청남대 역시, "왕이 머물 곳"이라는 예언이 일찍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 곳은 더이상 대통령을 위한 곳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충청북도에 소유권을 이양한 후

'일반인'에게 개방되었으니, 누구든 입장권을 사면 들어올 수 있는 문턱낮은 곳이 되었다.

최외곽으로 돌면 반나절은 산책할 법한 규모의 청남대 내부에 올 초 새로 '대통령 광장'이 생겼다고 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 왼쪽에 과거 골프장으로 쓰이던 풀밭을 끼고선 전직 대통령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두환과

노태우, 김영삼을 못 본 척 지나고 나니,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마주쳤다.

이 분, 작년에 그렇게 가신 것도 모자라 요샌 묘소에 도깨비불이 횡행한다고 했다. 그런 번다한 세사 따위

모르겠다는 듯 초연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그는 민주화 투쟁 시절 감옥에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었다. 만델라도 그랬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골프장 잔디밭을 일부 밟은 채 국산 자전거에 올라앉아 손을 흔들어 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

그의 환한 웃음을 마주했다. 자전거를 타고, 밀짚모자를 쓰고, 그런 모습들이 워낙 친숙했던 그인지라 이런

동상이 서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뭐랄까, 일종의 아바타-화신-인 거다. '노무현'에 대해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미지들을 똘똘 뭉쳐 놓으면 저런 게 나올 게다. '김대중' 역시 마찬가지.

작년 5월쯤, 그의 갑작스런 서거가 몰고 온 파급력은 정말 대단했다. 마치 온나라 국민들이 이제야 그의 진가를

알았다는 듯, 지켜주겠다고, 지키겠다고 울음지었었다. 아직도 모르겠다. 인간 노무현이 아닌 대통령 노무현에

발견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좀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그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쿨한 평가가 진행되야

하겠지만, 당장은 그렇다. 인간 노무현의 저런 소탈한 웃음은 굉장히 좋았었다.

실개천같던 산책로를 따르다가 어느 순간 대통령 광장으로 탁 트여나왔다. 미래의 대통령 동상이 놓일 자리를

마련해 두었고, 그 뒤로는 역대 대통령 동상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저 '미래의 대통령' 자리에서 어떤 꼬맹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집을 넓히고 싶다 했고, 어떤 아주머니는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은 설사 남편이라

할지라도 엄벌에 처하겠노라 공약했다고 했다. 유치할 수도, 혹은 순박할 수도 있는 공약들이지만, 단상 뒤로

쭉 섰는 대통령들을 보자니 그런 '단순함' 혹은 '순박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그다지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는 조금 뿌듯했다. 그런 대통령의 단상 위에는 꼬맹이들이 그와 눈높이를 맞춰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던 듯, 흙발자국이 어지럽다. 다른 대통령들의 단상은 상대적으로 말끔한 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시, 여기서도 웃고 있다. 증명사진 찍듯 경직된 자세와 표정을 고수하던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생생한 표정, 생생한 제스쳐다. 그런 모습은 그의 전임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상대적으로 갖지

못했던 '젊은 모습'이었고, '비권위주의적인 모습'이었던 거다. 그게 연출되거나 의도된 이미지 메이킹이었다고

해도, 이제 그는 '권위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대통령-인간'의 대명사로 남게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청남대의 풍수지리적 예언-"왕이 머물 곳"이라던-을 들먹거리는 건 사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코미디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근엄함과 신성성, '가오'를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하늘의 아들'이 아니란

이야기다. 청남대는 왕이 머문 곳이 아니라, 인간들이 스스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 하나를 대표로 내세워

국가대표 공무원을 시켰던, 그 '사람'이 일하다가 와서 쉬던 곳일 뿐이다.

그가 들어올린 손이 앞선 대통령들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밀쳐내는 듯 하다. 그의 모습이 다른 전임 대통령에

비해 훨씬 커보이는 듯 하다. 가까운 건 커보이고 먼 건 작아보이는 원근법의 효과다. 그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돌아나오는 길, 이번엔 그의 뒷모습을 만났다. 느낌이 달랐다. 아까는 산책로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맞이하러 나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뭔가 뒤도 안 돌아본 채 휑하니 사라지려는 듯한 분위기랄까. 그의

등짝을 바라보는데 살짝 울컥했다. 생전의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였음에도.

다행히도, 그의 그런 쓸쓸하고 비감한 뒷모습 옆에는 거의 쉴틈없이 사람들이 함께 서 주었다. 전두환과

노태우와 김영삼, 그리고 김대중을 구경하고 지나친 사람들은 저 사진찍기 좋은 동상 옆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생전에 그리도 만만한 대통령이었던 그는 지금도 청남대에서 딱 그만큼

만만한 전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는 듯 했다.

청남대, 이 곳은 일반에 개방된 이후부터 적자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관리해야 할 시설물과 규모를

생각하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야 겨우 적자를 면하지 않을까 싶다. 그곳에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전거를 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건대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최규하, 윤보선, 이승만 대통령이 있다. 입맛대로 골라갈 일이다.)




2010년도 어느새 사흘이나, 예수님도 무덤에서 벌떡 부활할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연말연시, 뭔가 특별한 포스팅-예컨대 2009년 결산 같은-을 해야하나 생각해봤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이것저것 요새 뭐하고 지내는지, 무슨 생각하는지 끼적끼적. 좀체 포스팅해 본

적이 없는 연예계 관련 포스팅.


#1. 유희열이 싫어진 이유.

며칠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오랜만에 보다가, 예전에 퍽이나 좋아했던 유희열의 목소리,

말투, 화법, 외모까지 모든 게 다 맘에 안 든다고 틱틱대는 자신을 발견해 버렸다. 왜일까,

한참 생각하다가 깨우쳐 버렸다.
유희열...이명박과 묘하게 닮았다. 실은 굉장히 닮았다. 아놔..MB 때문에 좋아하는

뮤지션 하나를 잃고서 시작하는 2010년 새해다.


#2. 강호동이 싫은 이유.

정확히 말하자면 강호동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라고 해야 맞을 거 같다. 흔히 유재석의

매너와 게스트를 배려할 줄 아는 면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부각하긴 하지만, 강호동의

스타일은 굉장히 남성적이랄까 마초적이랄까 좀 그렇다. 그가 이끄는 1박2일은 무한도전과는

달리 위계가 명확하고, 그가 담당하는 캐릭터는 좋은 말로 하자면 대체로 '듬직하고 의리있는

맏형', 뒤집어 말하자면 군대 말년병장의 느낌? 적당히 여유있고 유들유들거리면서도 자신의

지분과 위치를 양보하지 않는.


우야튼, 그냥 그가 맡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혹은 그가 티비 속에서 연기하는 캐릭터의

문제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2009년 K본부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그가 대상에 선정되고

내뱉은 제일성이 굉장히 거슬렸다.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나~" 였던가. 대상 후보가

자기들 둘만 있던 것도 아니고 다른 후보들이 몇명씩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 '양강 구도'임을,

자신이 의식하던 건 유재석 한 명 뿐이었음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나.


그의 말을 듣던 다른 대상 후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곁다리였음을 씁쓸하게 되씹어야

했을지도 모르고, 혹은 그냥 쿨하게 축하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생각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때로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감수성과 배려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고 좀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자세가 부족한,

그래서 '통크고 남자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는 그 캐릭터를 '연기'했던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서울=땡박뉴스) 이번 "건국60년 대한민국 봉헌을 위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이명朴統이 직접 산타 복장을 하고

5인조 그룹을 결성, 흥겨운 캐롤에 맞추어 춤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언제나

궁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려고 노력하는 이명박정부는 최근 들어 말바꾸기개그와 호통개그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여 국회에선 슬랩스틱개그를 유도하고 청와대에선 막춤개그를

선도하기로 결정했다.

본보가 발굴한 당시 영상을 보면 그 사지의 팔랑거림이 일견 경망스럽기 이를 데 없어 마치 사람잡는 선무당을

방불케 하나, 보면 볼수록 보는 사람의 심박수를 제압하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전언에 따르면 이명朴統은

춤사위를 펼친 후 격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대자연에 굴하지 않고 삽을 높이 치켜올린 태산같은 기개, 그리고

대다수 사람이 뭐라하건 자신의 길로 일로매진하는 신화적인 돌파력을 형상화했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이교도연합회 알함브라 대변인은 "이명朴統은 하루라도 빨리 그의 타고난 神氣와 화해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명朴統의 총애를 받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똥아일보와의 구원을 풀고자 오보 개그를 연마중이라고

한다.




*                                       *                                       *

작년에 올렸던 거지만, 이 분이 국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선별적 재활용밖에 없다고 판단되어

다시 한번 올려본다. 그가 해온 일 중 가장 무해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물론 사람에 따라 약간의 메스꺼움과

분노를 동반한 구토증을 유발할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11월 11일 가래떡데이를 맞아 북한에 가래떡 1000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래떡데이'는

삼년 전부터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기념일로, 흔히 빼빼로 데이로 알려져 있는 11월 11일을 쌀소비 촉진과

국내 농가 지원의 날로 바꾸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취지에 더하여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에 소재한 떡집들에 협조 공문이 11월 9일 자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르면

전국의 떡집들은 각 지역 농협의 미곡처리장(RPC)에 쌓여있는 쌀 재고량을 지원받아 오늘부터 이틀간

밤낮없이 가래떡을 뽑아낼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최근 농민의 쌀값 항의시위가 빈발하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국정원을 동원해 이에 대응하던

사실이 보도되고, 남아도는 국내 쌀 대신 중국산 옥수수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등 거듭되는 악재를 극복하고자 물밑에서 타개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던 중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관계자는 "드디어 정부가 정신차리고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사진)


정부 내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전국의 떡집에서 뽑아낸 가래떡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집결하여

다시 하나로 길게 연결될 것이며 도라산역을 거쳐 육로로 북한에 전달될 예정이라 한다. 김이 무럭무럭 이는

하얀 가래떡을 뽑아내는 과정 및 수송과정은 빠짐없이 기록되어 세계기네스협회에 "세계에서 가장 긴 가래떡"

(the longest rice cake in the world)로 등재될 계획이다.  이 과정을 총지휘하는 관계자 이아무개씨는 "쌀

1000톤이면 가래떡 약 200km 가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전통적 가치와

남북평화의 기치를 내건 이번 이벤트를 통해 '가래떡'을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피력하기도 했다.



□ 국내 각계의 반응은

이러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인도적 조치에 대한 국내 각계의 반응이 뜨겁다. 대북 지원을 반대해온

국내의 보수층 일각에서는 "가래떡 먹다 체해버려라"라는 10박자 구호를 외치며 시청앞을 배회하고 북한

인공기를 가래떡으로 휘감는 등 소요를 일으키고 있으나, 쉬이 쉬어버리는 가래떡은 군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냐는 대다수 시민의 온건한 시각을 반영하듯 소수의 호응만을 이끌고 있다.

한식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경쟁력있는 한국의 떡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정부에서 요청이 올 경우 가래떡 위로 10센티마다 대추 고명을 얹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서울, 2009.11.10)




* 뭐, 이런 훈훈한 기사가 올랐으면 좋겠다는.


관련기사. "국정원 동원해 농민 이간시키다니" (시사인, 2009. 11. 2)

"쌀값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쌀 관세화 유보 대가로)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 물량이 있는 데다 2007년 이후 북한에 쌀 보내는 걸 중단하면서 재고가 남아돌게 된 것이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고량이 82만t쯤 될 거라던데, 해마다 북한에 보내던 쌀이 40만t 안팎이다. 그러니 이때쯤이면 비어가야 할 농협 미곡처리장(RPC) 같은 데가 꽉꽉 차 있는 것이다.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면 남한도 좋고 북한도 좋은 일 아닌가. 공짜로 퍼주자는 것도 아닌데. 남아도는 쌀 놔두고 기껏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게 중국산 옥수수 1만t이라니,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가 인정할만큼 위대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G20 정상회의 유치는 한 마디로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이제 세계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진정한 21세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주요 방송 생중계로 전달된 특별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말들을 했다고 한다.

G-20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내년 10월에 개최하기로 결정된 것을 두고 만세삼창을 하니 어쩌니 어처구니없는 쌩쇼를

벌이는 게 한참 어이없던 와중이었다. 그게 뭐라고. '세계 유지'들의 모임이니, '지구 GDP의 85%'를 담당하는 부자나라

클럽이니 하는 천박한 표현들은 최소한 '선진일류국가'의 지도자란 사람이 앞장세울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세계가 인정했다'느니,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애아이마냥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갈구하는 그 사람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고.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다른 거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엔가 배웠던 '억양법'. 사전에서 찾아보면 "문장중에서

앞에서 누르고 뒤에서 추기거나 먼저 나무라고 나중에 칭찬하는 등의 형식으로 의도하는 바를 더욱 강조하는 수사법"

이라고 되어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사람은 착하다, 착한데 못생겼다."라거나 "예수천국 불신지옥(혹은 불신지옥

예수천국)"류의 뚜렷한 대비를 통해 드라마틱한 쏠림현상을 이끄는 거다.


G-20 정상회담하면 '선진일류국가'가 되고 갑자기 '지구마을 유지'로 회원증이라도 발급받는 건지, 실제로 의장국이

운신할 수 있고 산출해낼 수 있는 여지와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회의적이다. 거슬리는 건, 아직 어떻게

준비되고 어떤 효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그 정상회담-혹자는 1988 올림픽 유치에 비기기도 하지만-을 강조하기 위해

그 앞에서 후줄근하고 '변방적'이며 얼마나 보잘것 없었는지 부각되는 현재와 과거의 모습이다. 자신의 키가

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마주선 사람 키를 사정없이 낮춰잡는 유치한 꼬맹이같은 놀음.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한국인의 위대성은, 여태까지는 세계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폄하되고

있었다는 말인가. 이젠 글로벌 차원의 아젠다 세팅능력을 갖춘 엄연한 선진국가라는 건, 이전까지는 이른바 '반미용공'

세력이 말하던 바 주권국가로서의 몇가지 결격사유를 갖춘 중진/후진국가였다는 말인가. 세계정상들의 축하를 받으며

손을 꼭 붙잡았다는 그의 새삼스런 감회와 비견되는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담에서의 이준 열사 에피소드는 왜 이리

뜬금없다 싶을까. 세계의 중심에 서기까지 아시아의 변방에서 고생만 죽도록 했다던 스토리, 진부한 신데렐라 드라마도

아니고.


그 모든 '변방국', '주변국', '非주요국'의 에피소드, 이미지들은 오로지 'G-20 이후'의 세계 중심국가 한국을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수사다. 미래에 우뚝 설 선진국가 한국의 국민으로 마음껏 자부심을 느껴라, 라는 주문이다.

역설적인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성취를 앞당겨 맛보라며 국민들에게 저런 상찬을 들이미는 순간, 지금까지의 현재가

가없이 남루해지고 변변찮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위대한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껴보라는데 되려, 지금까지

살았던 나라가 사실은 이토록 찌질한 나라였나, 별거아닌 나라였나 자괴감을 진하게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거다.
 

과거 10년을 오로지 부정하고 지워버리는데 골몰하는 사람들이니 의도적인 '과거사 단절'의 일환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건국60년을 기념하고 이산가족 상봉 회차도 1회부터 다시 세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영광을 찬양하고 열광하기 위해 '지금, 여기'를 자학하고 비하하는 패턴은 익숙하다. 앞서 말했던 '기독교적 교리',

혹은 대부분의 종교가 갖는 현세와 내세의 비교가 대표적일 거고, 소위 '민족주의사관'의 헛점 역시 마찬가지다.

종교에선 순결하고 완전한 내세를 부각시키기 위해 비참하고 부조리한 현세를 강조하고, 바이칼호까지 뻗는

대륙을 호령하던 과거의 감춰진 영광과 위대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쪼그라든 반도정신을 들먹거리게 되는 식으로.


G-20 정상회담이 정말 뭔가 한국이란 나라에 '양질전환'의 계기를 갖고 올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한물이
 
아니라 두물 세물 빠져버린 '21세기'를 새롭게 구분하여 '진정한 21세기'와 그 이전 '거짓된 21세기'를 분류하는

판이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앞장서 달콤한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은 믿지 말라고 니체선생님이 그랬다.

더구나 그들처럼 프로페셔널한 거짓말쟁이들은.



[일문일답] 정운찬 총리 내정 소감 기자회견

정운찬 총리 내정 소감 기자회견 일문일답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지인들로부터 축하전화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정운찬

- 정 내정자가 총리직 수락 전제조건으로 '실세총리', 권한 확보가 가능하면 수락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지는 데 이명박 대통령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비서실장과 2번 만났고 대통령과 1번 만났다. 나에게 많은 도움 주겠다고 했지만 나와 대통령 간에 실세다 아니다 말할 겨를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잘 보필해서 우리나라를 좀 더 강한 경제의 나라, 통합된 사회 만드는 것이 목표지 대통령과 총리가 얼마의 권한을 갖는다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 경제학자로서 언론기고를 통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토목경제다 하면서 비판해왔다. 현 정부 경제정책이 총리 지명자 신념과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학자로 이런 저런 비판한 것 사실이지만, 과거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지금도 만나 생각해보니 그분(이명박 대통령)과 나의 생각 다르지 않다.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같다."

 

- 시기적으로 언제 제의가 와 수락했나.

"매우 최근이다. 신문지상에 내이름 오르 내린 건 오래 전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만나고 한 건 아주 최근이다."

 

- 4대강 사업의 경우 계속 비판적 의견 말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운하에 대해선 반대입장 분명히 했다. 환경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대운하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러나 4대강은 수질개선과 관련 있기 때문에 쉽게 반대하기 어렵다. 청계천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4대강 주변에 중소도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반대할 의사 없다."

 

- 장관 6명 됐는데 대통령과 협의를 했나.

"누가 됐는지는 알지만 그 인사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이런 이런 사람이 어떻냐고 해서 내가 '좋다'고 했다."

 

- 윤증현에 대한 생각.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관료로서도 훌륭하고 경제를 보는 관점을 존경해 왔다."

 

- 행정복합도시가 최근 논란이 돼 왔는데 행복도시 원안 추진할 건가?

"경제학자인 나의 눈에는 아주 효율적인 플랜은 아니다.그러나 이미 그 계획 발표했고 사업을 많이 시행해서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동시에 원안대로 다 하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도시는 부분적으로는 하되 대신 충청도 분들 섭섭치 않을 정도로 여러가지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수정은 이뤄지겠네.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수정은 아마..."

 

- 이명박 정부와 정치적 컬러 맞다고 생각하나.

"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다. 1년전 대통령 선거 때 출마를 전혀 고려 안한것은 아니지만 당시 어떤 당과 연결된 적은 없다."

 

- 총리직 후 대권도전 계획 가지고 있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대통령 보필해서 경제 살리고 사회통합하는 것이 급선무다."

 

- 대선 도전 가능성은?

"생각 안해봤다."

 

- 본인은 충청권 총리라 생각하나?

"나는 충청도 출신인 것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나는 충청도 총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총리이다."


원칙도 없고 신념도 없는
당신에 대한 호감을 철회하고, 당신을 반대한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그간 '범야권 정치예비세력'으로 숱하게 하마평에 올랐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이명박 정부의 국무총리로 내정되었단다. 서울시장 후보니 국회의원이니 말이 많았지만 본인이 한결같이

고사해왔다고 알고 있는데 참 의외다. (국무총리 후보에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내정)


정권 차원에서 보자면, 이명박 정부가 충청권을 감싸앉고 나아가 박근혜에 대항할 수 있는 대선후보를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명색뿐인 '친서민행보'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중도실용노선'을 끌고 나가기 위한 신선한 얼굴마담으로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더구나 그간 '범야권'

진영의 후보라 여겨졌던 만큼 정권의 포용성이랄까, 강부자/고소영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다.


아마 정운찬은 기왕 정치에 뜻을 두고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가 레임덕에 빠지기 이전에 총리직을 맡는 것이

유리하면서도, 적당히 힘이 빠져 개인의 운신이 폭이 조금은 넓고 자신의 목소리를 투영하기 좋은 타이밍이라

판단했는지도 모르겠다. 내년 G-20도 있으니 국제 무대에서 나름의 비중있는 역할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본인이 충청권과 여차하면 호남, 수도권까지 어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걸까.


참 실망이다. 아무리 정권에 대한 분칠용으로, 본인의 정치욕구에 대한 해소용으로 잇속이 서로 맞았다고 해도,

정운찬이 그러는 건 실망이다. 나름 지난 대선에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고, 박원순 변호사니 누구니

재야 세력과 함께 묶여서 고려되던 사람 아닌가. 서울대 법인화에도 반대 목소리를 명확히 냈던 걸로 기억하고
 
있고, 교육 정책 등에도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던 사람인데, 결과가 어떻게 되던 일단 실망이다. 게다가
 
똥물만 잔뜩 묻히고 쫓겨나오기 십상이지 싶다.


무서운 건 청와대다. 정운찬을 총리로 발탁하는데 성공하다니, 이런 깜짝 카드를 구사할 만큼의 능력치로

레벨업했다. 집권 초나 얼마전까지의 어리버리함, 막무가내식의 땡깡이 아니라, 나름 머리를 쓰며 수를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노무현과 김대중의 연이은 비극에도 불구하고 세력화는 커녕 정체성조차 뚜렷치 않은

야권 세력, 그 비극 중에 묻혀 버린 진보 세력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뿐이다.


물론 청와대는 그들과 이해를 함께 하는 언론과 권력기관의 비호를 받고 있다. 당장 최장집 교수가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강연 중에서 했던 몇몇 대목을 끌어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이 곧 진보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메치기되어

되려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칼로 돌아오게 만든 조중동의 활약이 있지 않은가. 그분의 근본적인 문제의식 따위는

모조리 거세된 채 그저 선정적인 문구 하나만 발췌해서 써먹는 수법이라니.(중앙일보·동아일보, 최장집 띄우기 왜?)


그들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이명박의 통치술이 점점 진보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력 따위 제로에 가깝고

그저 선불맞은 멧돼지모냥 앞으로만 직진하는 미친 불도저인 줄 알았더니,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나름

영악스럽게 정국을 장악해 나가는 건 아닌가 염려스럽다.




故김대중대통령 추모 공식홈페이지(http://211.233.13.92/?brch=1)에 고인의 마지막 일기 중 일부가 PDF형태로

공개되었다. 생각보다 현 정권에 대해 '세게' 발언한 부분도 공개되어서 왠지 안심했다. 고인이 생전에

침묵하지 않으셨다는 게 안심이 되었고, 서거 후에도 타의에 의해 침묵당하지 않으셨다는 것 역시 안심이

되었달까.



■ 건강에 대한 언급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이고..건강도 괜찮은 편인 것이 행복이다.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2009. 5. 2)

이렇게 건강도 괜찮으셨다는 분이 갑작스레...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충격이 크셨던 게다.


■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언급

"노 대통령도 사법처리 될 모양. 큰 불행이다. 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같은 진보진영 대통령이었던 나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노 대통령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2009.4.18)

고인은 스스로를 노 전대통령과 함께 "진보진영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진보'라는
것에 주어지는 운신의 폭이란 그 두 분의 서거를 돌이켜도 빤히 보이는 것 같아 답답하다.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간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2009.5.23)

결국 노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던 사람들,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들.

"고 노 대통령 영결식에 아내와 같이 참석했다.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2009.5.29)


전례는 없었겠지만, 생각보다 금방 또다른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그런데 전현직 대통령 중 당신의 추도사는
누가 해줄지, 누가 이렇게 진심을 담아 울어줄지...먹먹해지네요.


■ 정치적 시사점을 던지는 언급

"끝까지 건강 유지하여 지금의 3대 위기-민주주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위기, 남북문제 위기-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 '찬미예수 백세건강'"

야당 정치인들이 뭐라뭐라 떠들기는 하지만, 김대중 전대통령만큼 명징하게 현재의 위기상황을 정리한 사람은 없었다.
대정부 비판을 위해서 제대로 된 프레임을 마련해 주었고, 실제로 이후 야당은 이 세가지를 잘 활용하고 있다.


"용산구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단속경찰의 난폭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 인이 부상 입원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2009.1.20)

동계 철거는 실시하지 않는 게 상례였다는 점에서, 용산 참사는 사정을 아는 모두에게 매우 예기치 않았던 비극이었다.
빈민들의 처지가 눈물겹다고 일기에 적는 당신의 모습에서, 20대 체게바라의 감수성을 본다면 과장일까.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2009.1.16)

지금이 독재인지 아닌지, 그걸 이론적으로 따지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인 구속감, 자유의 박탈감'이
더욱 중요한 거 아닐까. 마치 빈부차에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이 '절대적인 박탈감'보다 중요한 요소듯이.


"여러 네티즌들의 '다시 한 번 대통령 해달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 답답하다, 슬프다'는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 노력하겠다."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는 노 정객의 다짐. '삼김'이라 도매금으로 묶였지만 줄곧 피해자의 위치에 서있었고,
YS 대 DJ의 라이벌구도라 하지만 사실 YS만큼의 막말을 던진 적이 없는 고인. YS와 JP의 일기장엔 뭐가 적혀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MB 일기장엔 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 촛불집회 관련 언급

"(인류의 역사는 지식인이 헤게모니를 쥔 역사 같다며...)21세기 들어 전 국민이 지식을 갖게 되자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시위가 그 조짐을 말해주고 있다."

촛불시위에 대한 이런 심정적 지지, 온건한 입장을 갖기란 '노땅'의 마음가짐으론 쉽지가 않을 터다. 평생의 살아온 길이
고인의 열린 마음, 합리적인 판단을 가능케 한 것일까. 정말 대단한 정치인이었다.



■ 아내와의 사랑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이희호 여사와의 관계가 참 돈독하셨나 보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라는 표현에 담긴 애정이 잔잔하게 와닿는다.


■ 기타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마당의 진달래와 연대 뒷동산의 진달래가 이미 졌다.지금 우리 마당에는 영산홍과 철쭉꽃이 보기 좋게 피어 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나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100억 CD) 대검에서 조사한 결과 나는 아무런 관계 없다고 발표. 너무도 긴 세월동안 '용공'이니 '비자금 은닉'이니 한 것, 이번은 법적 심판 받을 것."

"가난한 사람들, 임금을 못 받은 사람들, 주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설날이 큰 고통이다."



p.s. 김대중 전 대통령님, 허락을 안 받고 감히 '마지막일기' 파일을 제가 첨부하려 합니다. 널리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올리오니 부디 넓은 마음으로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곳은, 평안하신지요.








* 이 연설문은 김 전 대통령이 7월 14일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연설을 위해 준비했다가 연설을 하루 앞두고 폐렴 증세로 입원하면서 발표되지 못한 것이다.

* 김대중평화센터(http://www.kdjpeace.com/)에서 생전의 연설문과 사진 자료 등을 구할 수 있다.


9.19로 돌아가자

 

존경하는 장 마리 위르띠제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장 자끄 그로하 소장, 유럽연합의 각국대사, 그리고 이 자리에 오신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몇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1세기는 세계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세기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시대가 출현한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 동안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 시대였습니다. 세계는 미국과의 친소관계, 이해관계, 종교적 차이 등으로 양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세계는 달라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의 친소와 원근에 상관없이 대화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계는 그동안 미국의 이분주의에 고통을 겪다가 이제 정치, 경제, 종교,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세계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그 동안 소원하고 적대관계에 있던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 등과 대화를 시작하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와의 접근이라는 획기적인 자세도 보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만은 예외가 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란, 북한의 지도자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선 이후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취했던 정책처럼 유연한 태도로 북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를 크게 고무시켰습니다. 아마 북한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태는 우리의 기대처럼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정권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고 차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에 실망하고 위협을 느낀 북한은 극단적인 반발자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상황이 사태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만, 여하튼 북한으로서는 지금 절박한 입장에 처한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안심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든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사생결단의 자세로 생존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통해 북한은 핵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를 이은 부시 정부는 당시 합의된 경수로 건설, 국교정상화, 경제협력 등의 약속을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북미간 실질적인 합의에 접근한 장거리 미사일 문제 협상도 부시 정권에 의해서 파기되었습니다.

이에 반발하여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감시요원을 추방시켰으며, 핵실험까지 강행했습니다. 북핵 문제는 다시 꽁꽁 얼어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부시 정부는 6년 동안 북한에 온갖 압박을 가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고 북한정권이 무너지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미국은 태도를 바꾸어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의 합의를 통해 핵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습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한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지원을 한다. 미국과 북한은 협력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한다’ 등이 합의되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다시 희망의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다시 핵 사찰 문제, 에너지 지원 부진 등으로 혼미한 사태가 거듭되다가 부시 정권은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지도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서 핵문제를 풀겠다는 오바마 정권이 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바마 정권 하에서는 세계적인 문제들이 대화를 통해 유연하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북한과의 관계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협조하는 동시에 2005년 9.19 합의에서 이루어진 북미 국교 정상화를 위한 관계개선 등의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우울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 핵문제는 전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도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 한 성공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저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 여러 정치지도자들과 대화했습니다. 중국의 태도는 분명했습니다. ‘우리는 북한 핵을 절대 반대한다. 그러나 이웃국가인 북한에 대한 경제적 원조는 끊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역사적, 지리적 관계로 봐서 이웃국가인 북한이 파멸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을 것입니다.

전쟁이 있을 수 없고,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방법은 무엇입니까?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어느 정도 고통을 주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협상은 우방국가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이해를 주고받고 윈윈(win-win)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와도 얼마든지 협상을 해야 합니다. 북한의 근본적 목표는 국가안보와 체제보장, 북미 국교 정상화와 경제협력을 통한 국제사회의 진출입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게 해서 태평양 국가들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안전보장,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조건입니다. 이 조건에 대한 합의는 이미 2005년 9.19 선언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북한은 완전무결하게 핵을 포기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 정상화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평화롭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원만한 해결의 길입니다.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단계별 접근방식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달라졌고, 사태가 급박합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조속히 막아야 합니다.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접근방법으로 전환할 때가 되었습니다. 평화협정, 외교관계 수립, 경제협력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핵 폐기를 실현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 한반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다시 압축해서 말씀드리면 오늘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길뿐입니다. 이 외에 대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원칙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의 공동성명, 그것을 준수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도 좋고, 일본도 좋고, 중국도 좋고, 러시아도 좋고, 한국도 좋고, 북한도 좋은 것입니다. 다시 9.19 선언으로 돌아갑시다. 그리하여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안전, 협력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끝)


*                                                                  *                                                                  *

참...절박한 심경이 구절마다 녹아 있는 연설문이다. 당신의 죽음을 예감해서일 수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체가 핀치에 몰렸다는 상황 인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가장 현실적이고 모범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아마 당신이 수십년 동안 대결했던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강고하게 편협한지, 얼마나 대결적이고 소모적인지를 알기에 그랬겠지만,

"전쟁이 있을 수 없고,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방법은 무엇입니까?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어느 정도 고통을 주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원칙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이 정도 인식에도 이르지 못한

사람들이 한국의, 미국의 대북 정책을 지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디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확고한 대북관이

사후에라도 남녘땅 곳곳에서 만개하기를 바란다.


사실 놓치기 아까운 기회가 온 셈이지 않나 싶다. 북한 측에서 현정은 회장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전했고, '포용정책'으로 남북관계의 혁신적인 전기를 열었던 고인에 대한 조문단을 보내온다지 않나.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계속 헛발질만 해대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지만, 그래도 이 나라가 결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좀 잘 해냈으면 좋겠다. 북한과의 관계를 조속히 복구하고 지난 10년의 성과 위에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길 바란다.






내눈을바라봐 넌행복해지고

내눈을바라봐 넌건강해지고

허경영을불러봐 넌웃을수있고

허경영을불러봐 넌시험합격해

내노래를불러봐 넌살도빠지고

내노래를불러봐 넌키도커지고

허경영을불러봐  넌더예뻐지고

허경영을불러봐  넌잘생겨지고

아침점심저녁 허경영을세번만부르면 자연스레웃음이나올것이야

망설이지말고 right now

call me touch me with me every day every body

난너를원해 난너의전화를원해 바로지금두려워하지말고 허경영을불러봐

신나는일이생길꺼야 즐거운일이생길꺼야 행복한일이생길꺼야 놀라운일이생길꺼야


이명박에 대한 비난, 비판은 때로 환각 효과를 일으키고 또 그것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 만악의 근원이 이명박 개인인 것처럼 '상상'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용산과 같은 철거문제도,

미디어법안과 금산분리문제도,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도, 경제가 만성적인 위기 상태에 처해있는 것도,
 
쌍용차와 같은 비정규직 문제도, 삼성의 불법재산 상속이나 주식승계 문제도, 사교육 광풍도, 부동산 투기도, 

북한과의 대결 구도나 심지어 일본에 대한 외교사적 문제까지도, 그 모든 게 이명박 일개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비롯한 일인 것처럼 주장된다.


똑같다. 5년전과 똑같다. 그 때도 이게 다 놈현 때문이야,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이명박 탓이라 돌리기는 쉽다. 사실 노무현 탓이었다 돌리기도 쉬웠다. '권력'의 가시적인 상징으로, 시스템의

살아있는 징표로서, 때리기도 쉬웠고 욕하기도 쉬웠다. 눈앞에 보이니까. 깊은 생각없이 그저 모든 문제를 그의

앞으로 밀쳐두고 욕하기는 쉬웠으니까.


그렇지만 구분되어야 한다. 이명박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이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은 아니다.

사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자인했듯, 권력을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 근본적인 문제는 그나마

제도적인 감시가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 어느새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변했거나 우리 내부에

이식(혹은 자생)되어 있는 부분에 있는지도 모른다.


뭔가 근본적인, 그리고 치명적인 질문을 던져 볼 때라고 생각한다.


뭔가 우리가 바라던 건 '철인정치인'이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우리들의 '어질고 현명한 목자'였던 건 아닌가.

우리는 우리를 알아서 잘 다스려주고 어여삐 보살펴줄 성인군자, 혹은 시혜자, 혹은 전지전능한 왕의 재림을

기다리는 건 아닌지. 그런 부풀려진 기대가 노무현과 이명박, 그리고 죽은 노무현을 다시 불러내는 우리 안의

토양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좌절하고, 여기는 썩었어, 희망이 없어, 라는 또다른 극단적인 자기혐오와

패배의식으로 달려가고 말이다.


이건 일종의 병리적 현상 아닐까. 사실 이명박의 한마디로 언론의 논조와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기소, 그런

이 사회의 보수적이고 퇴행적이며 반동적인 부분들이 조종, 통제된다고 생각하기에는, 적나라한 공권력의

행사로 목숨을 부지중인 이 정권이 너무나도 허약한 게 사실인데도, 이명박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또 반대로, 이명박 자리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만사형통이었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식으로 일 개인에 모든 문제점을 귀착시키는 패턴을 반복하다보면
 
나오는 게 있다. 이미 나와 버렸다. 허경영이 "건강과 행복과 웃음"을 약속했다. 허경영이 "시험합격과 다이어트 성공,

키높이깔창과 성형수술 성공"을 약속하고 나선 거다. 그는 이제, 대중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신이 되겠노라

선언하고 나섰다.


기대를 한몸에 받던 노무현, 한순간에 모든 국민의 비웃음감이 되어버린 노무현, 어쨌든 당선한 경제대통령 이명박,
 
모든 사람이 증오하게 된 이명박, 또 다시 기적처럼 부활한-마치 토굴 속에서 사흘만에 부활한 그리스도처럼-

고 노무현. 이미 한국의 대통령은 신적인 존재로 취급된지 오래다. 그게 전능한 구세주던, 혹은 악신이던간에.

허경영은, 그리고 허경영의 "Call Me"란 노래는 사실 우리가 만들어낸 건지도 모른다. 선한 목자의 재림을

기다리는 양떼같이 말이다.




시사IN 제1기 독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때, 시사IN에서 처음으로 단행본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의였던가, 회의실 밖에 붙어있는 '거꾸로, 희망이다'라는 책 표지 가안들을 구경했고, 우리들도 각자

원하는 책 표지 도안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였었다. 그리고 며칠 후 시사IN에서 책을 배려해주었다.

내가 스티커를 붙였던 바로 그 시안대로 표지가 나왔다. 사실은 '거꾸로, 희망이다'라는 제목이 좀 맘에 안 들었지만,

어쨌든 그 책제목을 시각적으로 살려주며 흥미를 돋구는 디자인인 거 같아 만족.


제목이 불만이라 했지만, 사실 요새같은 때 거꾸로 희망을 보자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이빨이나 들어갈까 싶어서다.

흔히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하고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 하며 위기가 곧 기회라 하지만, 그건 꽤나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하는 사람이거나 희망섞인 기대와 당위로 '오염'된 예측일 뿐이다. 물론 장기적으로야 박정희도 무너졌고

전두환, 노태우의 시대도 무너졌지만...케인즈가 시장의 자연회복을 기대하는 시장주의 경제학자들과 싸우면서 했던

말이 딱 어울린다. "장기적으로 (경제야 물론 살아나겠지만) 그때는 이미 우린 모두 죽어 있을 거다."


게다가 아침이슬의 첫대목에서 보이는 "긴밤지새우고.." 류의 인고의 정신, 지금의 고난을 기꺼이 맞닥뜨려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강인한 의지란 건 꼭 사회적 약자, 구조적 약자의 전유물은 아닌 거다. 뒷산에 올라 요새도 즐겨부르고 있을지

모르는 거다. 사실 그와 그의 따까리들 역시 나름 곤란한 상황을 맞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심지어 어제 동아일보는

사실을 통해 그들을 보수주의자가 아닌 '보신주의자'라 일갈했던 바 있다. 하여, 결국 '살 맛이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바쳐야 할 건, '거꾸로 희망을 보라'라는 무슨 자기계발서나 경영기법에 나올 법한 아포리즘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컨텐츠다. (자칫 그들이 이런 제목만 보고, 그래 위기가 기회다~하며 더 치고 나올까 무섭다.)


역시 시사IN, 책의 내용은 훌륭하다. 나름의 '특수관계'를 의식한 말이 아니라, 정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올초, '혼돈의 시대, 위기 속에서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벌어진 여섯 차례의 강연회를 엮은 강연록이다.

시사IN 독자위원회 때 늘 나오던 이야기 중 하나는, 좌담회 형태의 기사란 게 영양가 있고 재미있게 쓰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현란하게 짜인 액션영화처럼 잘 짜여진 '합'에 따라 정말 예술적인 수준의 문답이 오고 가야 하는데

그건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과 적잖은 준비를 통해 질문자와 응답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야기의 강약에 대한

감이 서있어야 가능할 거다. 그에 더해 서로의 말하기 스타일에 대한 감까지 있다면 더욱 유려한 대담이 될 테고.


쟁쟁한 강사들에, 쟁쟁한 질문자들이었다. 하나하나 강연 내용 자체가 완결적이었던 건 강사의 온전한 이야기에 더해,

강사가 품고 있는 겉내와 속내의 이야기,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질문자가 틈새를 잘 보완하고 완급을 추스렸기 때문일

거다. 어렵거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소재들에 대한 내용을 말글로 풀어내어 훨씬 쉽고도 깊은 내용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여섯 건의 강연 내용과 문제의식을 얼추 소개하자면 이렇다.


* '생태적 상상력'을 묻는 이문재 시인, 말하는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 

경제불황 속에서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인생을 살았다는 관찰이 있었다고 한다. 해고나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남아돌게 된 시간에 꽃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되려 가지게 되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녹색'의 삶이란 뭘까.

*'위기의 심리'를 묻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말하는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

심리적 견지에서 대통령의 자격요건을 묻는 김어준다운 질문에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자기성찰능력이라는 명쾌한 대답. 불안한 사람들은 각자의 섬으로 스스로를 유폐하지만, 불안을 터놓고 공유할 때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

* '자본의 미래'를 묻는 정태인 경제평론가, 말하는 김수행 교수 ;

정통 맑스주의자인 김수행교수는 역시 경제공황의 필연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개인이 부자가 되는 것과 모든 국민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강조하며,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자고 한다.

* '문화적 상상력'을 묻는 우석훈 경제학박사, 말하는 조한혜정 교수 ;

문화적 자유주의와 소비자본주의의 틈새에서 '소모성 건전지'를 자처하며 말라죽어간다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소수를 살게 하고 다수를 죽게 내버려두는 체제' 말고 다른 체제를 꿈꾸자고 말한다.

* '대안경제'를 묻는 하승창 시민운동가, 말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까지 끊임없이 시민들을 자극하려는 박원순. 경제는 경제자체로만 수직상승할 수 없으며 사회적 복지라거나 사회적 평등, 생태의식과 같은 국민들의 의식수준에 비례한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 '역사의 위기'를 묻는 정해구 교수, 말하는 서중석 교수 ;

현대사를 전공한 서중석 교수는 한국 뉴라이트와 일본 극우세력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최근의 '건국절' 논란이 그들의 태생적인 한계랄까 아킬레스건를 반증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만 오바마의 당선과 촛불시위를 한국 민주주의의 역진에 대한 전환 모멘텀으로 삼고 있는 점은...두고 봐야 할 듯.


각기 상당히 다른 부분들을 건드는 주제이면서도, 결국은 '거꾸로, 희망을 찾아보지 않으련' 정도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골이 깊고 어둠도 짙고, 누구랄 것 없이 위기라며 한숨을 물고 사는 시대라서 그렇다.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 조금은 더

낫게, 사람사는 것처럼 살고 싶으니까 고개 끄덕일 수 밖에 없다. 희망을 찾아보자고.


거꾸로, 희망이다 - 10점
김수행 외 지음/시사IN북




 
"니들이 경찰이면 나는 송혜교다".ㅋㅋㅋㅋ 문득 웃음이 터졌었다.

거울까지 달아놓았다. "거울아 거울아".

"이명박씨, 당신이 선택하시라!" 이미 그는 수차례 선택을 선언해왔다. 새삼스레 바랄 것도 없지 않나..는 게 갠적인 생각.

"용산 참사 해결없이 이 땅에 민주주의란 없다."  힘없는 사람들이라고 목숨값도 가벼워야 합니까...

씁쓸했던 손자보 하나.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언젠가 새벽은 온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의 대통령이 민주화 투쟁시절

했던 말이다. 이만큼, 뒤로 돌아갔다.

버려진 매트리스 세개로 그려진 세폭짜리 그림. 입에서 포클레인이 나오는 그대는, 진정한 트랜스포머.

용산참사 후 2개월, "용산GAJA展"에 다녀왔습니다. 라는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만평들을 다시 만났다. 반갑다기보다,

가슴이 먹먹했다. 그때만 해도 2개월이나 지났으니 뭔가 해결이 되겠지..했는데 어느덧 6개월이 넘어간다.

"돈놀이로 사람 죽이는 이 미친 개발을 당장 멈춰라." 돈과 사람 사이에 부등호를 세운다면 아가리가 돈 쪽으로 가는 세상.
"삶 자체를 철거하는 재개발 정책."

다섯 분의 영정이 실크스크린같은 형태로 그려졌다. 그리고 그걸 굳이 다시금 지워버리려 한 누군가의 덧칠이 보인다.

이건 전쟁이다. 이 좁고도 별볼일없는 담장을 둘러싼 여론 싸움이다. 누군가는 쓰고, 누군가는 지우며, 다시 그 위에

글씨를 쓴다. 그리고 이 조그마한 공간은 보수언론이 장악한 거대한 체스판의 아주아주아주 미미한 한 톨의 먼지에

불과하다. 그만큼 날 것의, 그만큼 적나라한 이야기가 활자화되는 거지만, 동시에 그건 그만큼 세가 약하고 외롭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MB 퇴진. 의원내각제였다면 벌써 정권이 열번은 넘어졌을 거라고 손호철 교수가 그랬던가.

길바닥 역시 유용한 선전공간..이라기 보다는, 통로가 없다. 이들이 발언하고, 동의를 구하고, 자신들의 목청을 높일

공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온 비명같은 외침은 바닥까지 내려앉아 깊이깊이 새겨진다.

"철거하면 이명봙". 봙.

"공권력 메롱". 굳이 지난 촛불시위 때의 발랄함과 재치있는 움직임들을 들지 않아도, 조금씩 그들은 우스워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스스로를 우습게 만들고, 스스로를 가볍게 만들고 있으니, 풍자의 의욕은 날로 높아간다.

"우리는...더 큰 울음소리로 살아날 것이다." 그치만 때는 진보세력조차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게 만드는 시대.

울음소리가 영영 사라질까 두려워 해야 하는 시대.

어느새 용역과 경찰이 한몸이 되어 버렸다. '용역경찰 박살내자'. 자신들이 뿌린 씨앗이다.


'여기 사람이 있다'란 책의 표지에 나왔던 판화 그림이 붙어있었다.

"비록 패배가 지금 우리의 삶일지라도, 우리는 사랑도 알고 꿈도 안다." ...

돌아보다 보니, 무슨 전시회나 미술관을 도는 느낌마저 들었다. 짧막하지만 생생하고 강력한 아포리즘들과 그림과 사진,

판화와 만평, 때로는 설치미술작품같은 것들까지. 그래피티가 별거인가. 어쩌면 애초 그래피티 정신엔 훨씬 어울린다.

이렇게 누군가가 열심히 지우는데 여념이 없을지라도, 그리고 때론 무지막지한 상말이 난무할지라도,

용산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찰, 용산 철거현장 강제 진압... 5명 사망 참사
"특히 특공대들은 수십미터 높이의 대형 기중기에 매달린 컨테이너 박스를 타고 참극이 벌어진 농성 현장에 접근했다. 철거민들을 상대로 사실상 대테러 작전을 펼친 것."(데일리중앙, 2009. 1. 20)

 
 

점유 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강제 퇴거, 괴롭힘 또는 기타 위협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점유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유엔 사회권위원회 사회권규약 일반논평4)


책을 보았다. '여기 사람이 있다'. 몇장 힘겹게 넘기다가 울컥, 눈물이 쏟아져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던 책이었다.

그러다 문득 기사를 보았다. 쌍용차 공장에서도 용역과 경찰의 합동작전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는 기사였다.
 
"법을 얘기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쌍용차 공장에서는 용역들이 새총을 쏘고 불을 지르고, 용산참사에서처럼 똑같이 합니다. 경찰이 엄호하고 합동작전도 하고 경찰 장구도 빌려줍니다. 경찰력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자존심이 있지, 일반 용역깡패에게 지위 안 넘깁니다. 경찰은 경비업법 위반과 중상해죄, 공무원 사칭의 공범입니다. (권영국 변호사)"("테이저탄 맞아 뺨 썩는데 항생제 없이 수술..." - 오마이뉴스)


어제그제, 울음을 삼키며 책을 읽어내렸다. 그게 그러니까 올 초였다. 사람이 여섯 명이나 '학살'당했다. 경찰특공대는
 
용역과 손발을 맞춰 '도심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엄혹한 군사작전을 성공리에 펼쳤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다.
그분들은 장례조차 못 치르고 있다. 만평 그대로, "뒤는 걱정않고 뭉개버렸던"
 
그들은 여전히 건재한 채 또다른 살인, 또다른 학살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재개발문제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고, 2000년의 봉천3동 철거촌에서 며칠 깔짝대며 나름대로 남들보다 보고 들은 게

있다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오늘은 봉천 3동에서 이루어진 동계 노동자 빈민 학생연대투쟁(줄여서 빈활)의 첫날이었다.

이미 포클레인에 무참히 무너져내린 빈 집들이 쭉 좌우에 도열한 가운데 성했을 무렵에도 꽤나 볼품없었을 그런 집의 길쪽 창가에나마 여전히 갸날프게 매달려 있던 방범철창들...그건 공권력에 대한 순진한 기대를 비웃는 듯 했다.

겨울철에는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불법임에도, 이주 비용조차 없는 빈민들을 위한 가수용단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철거깡패들을 동원한 폭력과 방화 등의 살인적인 강제 철거가 지금에도 계속 사실상 경찰의 비호 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지역의 빈민들-대부분이 세입자인데-에게는 약간의 이주비 외에는 아무런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재개발 사업 지역에서 충돌이 그치지 않는 주된 이유의 하나가 되는 거 같다.
가옥이 재산으로만 파악이 될뿐, 실지로의 삶의 터전, 즉 주거의 공간으로는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을 '빈민'으로 칭하던 그때의 대학생이 사회인이 되고 나니 알겠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가진 꿈은 '내집 마련'.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은지 오래건만, 전체 가구의 40%가 전월세로 살고 있다. 10명이 5,508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현실이라거나, 전체 인구의 1%가 전체 사유지의 60%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은...그냥 넘기기로 한다.

소득불균형이 아니라 부의 불균형을 따진다면 나라가 벌써 엎어졌을 거라던 이준구 교수님의 이야기도 그러려니 한다. 


정말 복장터지도록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는 건 그거다.

왜. 미분양 아파트는 쌓여만 가는데, 계속해서 더욱 비싸고 넓고 고급스런 아파트만 지어지고 있는 걸까.


좀더 적은 세대수를 가진, 좀더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유효한 아파트를 위한 현재 방식의 재개발이 지속되는 한,

철거민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집이거나, 혹은 (자영업자로서) 자신의 '밥그릇' 그 자체를 일부 땅주인들과

건설업자, 공무원들의 이익을 위해 통째로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세입자 보상은 재개발 사업의 너무 늦은 단계에서,

거의 모든 것이 정해진 상황에서 그저 강요된 독배처럼 이뤄진다면.
가게에 대한 투자금과 전세금
등을 100% 보상받지

못할 뿐 아니라, 기존의 영업지역, 생활권 이외의 지역에서 다시 장사를 일으키라며 막무가내로 내쫓는 거다. 게다가 이미

인접지역은 재개발 열풍에 휘말려 잔뜩 전세금이 올라버린 상황, 사람들은 체념을 강요당한다.


그나마 아직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가능한 재원을 박박 긁어모아 가능한 인근한 주거지로 옮겨간다. 물론 순식간에 두배 이상 뛰어버린 전세금을 감당하기

쉽지 않고 사고처럼 닥친 '재개발사업'에 재산도 반토막났지만, 그래서 이전보다 좁고 열악한 환경으로 가기 일쑤지만,

어쨌든 '입에 풀칠하란 법은 없다'는 속담이 아직 힘이 된다. 이전에 비해 더욱 힘겨워진 삶이고, 심지어 집주인들조차

잔뜩 올라버린 집값을 감당치 못하고 튕겨나가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주변에 그나마 연착륙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철거되는 지역에서 곧 철거될 지역으로 이동한다. 계속

낙후한 곳으로 밀려나고 밀려나 어느순간 '소시민'에서 '거지'로 전락해버린 걸 깨닫는 사람들. 그렇게 밀려날 수 없어서

항의를 시작한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고 만다.


어쩌면 그들의 잘못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애초 도심에 비비고 살고 있었던 게 잘못이다.

원하던 원치않던 자녀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학원을 옮기는 등 아이들 교육 환경이 바뀌는 게 뭐가 대수라고.

원하던 원치않던 다니던 직장이 조금 멀어지고, 출퇴근이 조금 어려워지는 게 뭐가 대수라고.

원하던 원치않던 조그마한 가게 없어지면, 어디서든 새로 열어 손님 새로 만들고 단골 만들면 되지 그게 뭐가 대수라고.

이웃간의 정이니 마을의 화목함 따위야 돈없고 촌스런 자들의 자기위안일 뿐이지 그게 뭐가 대수라고.

보다 쾌적하고 안락하며 고급스러워서 돈되는 건물을 올리겠다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대로 국가발전을 위한

최적의, 최고효율의 자원 배분을 하겠다는데. 그게 비록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착각.


사과라도 해야 할 판이다. 가난한 사람이면 가난한 사람답게 교육에도 욕심 안 부렸어야 했고, 직장이니 가게니 어차피

당신들 눈에 보이기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텐데 그런 걸로 쪼잔하고 구차하게 굴지 말아야 했으며, 삶의

터전이니 뭐니 촌스러운 단어로 '떼잡이질'했던 것들 너무너무 반성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그런 건가.


용산은,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는 두 가지를 요구했었다. 지금까지 장사해왔던 이곳에 주상복합 상가를 지은 후
 
다시 이 곳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상가를 임대조건으로 제공하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로는 공사기간 중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수용상가를 개발지역 내에 지어달라는 것이었다. 밥그릇 싸움이다. 다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밥그릇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다.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살던 곳에서 살 수 있을
 
만큼의 생존권만을 확보해 준 상태에서 개발을 하라는 거다. 세입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집주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대안도 내놓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손해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 항의했던 거다.


그리고 그건 모두를 대신한, 생업에 바쁘고 어쨌던 삶을 이어가기에 바쁜 사람들을 대신한 항의였다. 서울에만 50개가

넘게
짓겠다는 뉴타운 공약을 비롯 전국각지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사업, 그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재개발 지역의 혼란상.
 
잔뜩 올라버린 집값과 앉은 자리에서 슬금슬금 빼앗기고 있는 우리네 재산. 없는 이들의 재산이 있는 자들, 세입자 한번도
 
안 해봐서 세입자 심정 모르겠다며 똥배짱 튕기는 용산구청장, 건설자본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고발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용역과 경찰과 법과 언론에 위협받았으며...끝끝내 살해당했다.


"지금, 오늘날 한국에서 행복해하는 자는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다. 하나는 도둑이고, 하나는 바보다." 난쏘공의 저자

조세희 작가님은 말한다. 불행한 사람들, 불행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연대의 깃발 하나로 목숨을 건 전철연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이 돈을 받았다느니 어쨌다느니 언론이 떠들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사계절 넘게 망루 투쟁을

벌였던 용인 어정상가/공장 철대위분들은 자신들 대신 돌아가신 거라며 눈물흘렸고, 용산4구역 철대위분들은 자신들

도와주러 왔다가 돌아가신 분들때문에 고개를 못든다며 눈물을 흘린다.


아무래도 조세희 작가가 놓친 한 부류가 더 있다. 행복해하는 자, 혹은 최소한 눈물흘리지 않는 자의 한 부류가 더 있으니,
 
그들은 살인자다.


아무리 그들이 돈없으면 죄인이요, 망루가 너희를 반기리니 회개할지어다..라고 떠들지라도, 세상이 온통 가진자

위주로 돌아간다는 섬뜩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진실이 정말 끝끝내 진실이라 할지라도,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낸 내일,
 
내일은 박카스라도 한 박스 사들고 용산에 가야겠다. 돌아가신 분들, 그리고 사는 것 같지않게 살아가시는 분들..

여기도 사람이 있다고, 죄송하다고 찾아뵈야겠다.



용산참사 반년, 사회 원로 대표 시국선언(7.23)


- 이전 포스팅들

▶◀ 불도저식 진압, 이건 살인이고 학살의 시작이다.

용산참사 후 2개월, "용산GAJA展"에 다녀왔습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촌스러운' 용산참사와의 부끄러운 데자뷰







여기 사람이 있다 - 10점
강곤 외 지음/삶이보이는창




<브리핑>

노회찬 “오늘 날치기된 언론악법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위험하다”

언론악법 날치기 규탄 및 MB정권 반대 진보신당 시국대회 발언   


- 7.22(수)19:30 명동 우리은행 앞


요즘 내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대통령 잘못 만나 길거리 연설을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내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두 달인데 아직도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없다. 이런 대통령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80%나 됐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은 통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문동 시장에 방문해 떡볶이와 오뎅을 먹었다. 누가 먹는 것을 바꾸라고 했나. 통치를 바꾸라고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낮은 30% 지지율에서 헤매고 있다.


경제위기가 닥쳐 모든 나라들이 가난한 사람들 복지 늘리고 부자증세를 했는데, 오직 우리나라만 서민감세는커녕 부자들 세금 깎아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종부세만 13조, 올해는 25조, 2012년까지 무려 90조의 부자감세를 해준다. 그러면서 담배, 소주세는 인상한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빼앗아 부자들에게 나눠준다. 대운하 안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4대강 사업이라고 해서 30조씩이나 쓴다고 한다. 사교육비 반값은커녕 학원비 등록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못 믿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정기조를 바꾸기는커녕 오늘에는 언론악법을 날치기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켰다. 오늘 텔레비전을 보면 국회 육박전을 볼 수 있다. 여러분은 그 속에서 본질을 봐야 한다. 이 언론악법은 국민 모두의 생활과 연결돼 있는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토록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이유는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는데 정권재창출을 해야 하니 여론장악, 언론장악을 하겠다고 나선 것 아니겠는가.

  

저 노회찬이 국회의원 한 석밖에 없는 당의 대표인데, 100분토론과 심야토론에 가장 많이 출연했던 사람이다. 왜 그랬겠는가. KBS도 MBC도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수의 목소리도 방송해줬기 때문이다.


만약 조중동방송이고, 삼성방송이었다면 이것이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내 신발도 안나왔을 것이다. 재벌과 족벌신문이 자기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여론을 장악하는 법이 바로 오늘 통과된 언론악법이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위험한 법이 이 법이다. 이제 대통령과 국회를 바꾸는 일만 남았다. 썩어빠지고 무능한 대통령과 국회를 바꾸는 데 여러분이 함께 해주신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7월 22일

진보신당 대변인실

 

시국연설회 일정
* 23일(목) 오전12시 여의도역 사거리
* 23일(목) 오후6시  종로 젊음의 거리
* 24일(금)  오전12시 구로디지털단지(구로 이마트)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는 국회법을 위반한 원천무효입니다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진보신당 입장... 국민과 함께 싸워나갈 것


- 2009년 7월 22일(수) 국회 정론관 브리핑

- 진보신당 원내대표 조 승 수


오늘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언론악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네 개 악법이 모두 날치기 통과됐습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재벌방송, 조중동 방송을 밀어붙여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희대의 날치기 작태에 온 국민과 함께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언론악법 날치기는 국회법을 위반한 원천무효입니다. 신문법 투표과정도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됐고, 방송법 투표과정에서는 의결정족수가 안 된 상태에서 부의장이 투표종료를 선언했음에도 이후 재투표를 지시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런 천인공노할 말도 안 되는 절차를 통해 진행된 미디어법은 원천무효입니다. 우리 진보신당은 오늘 언론악법 날치기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진출 허용법안인 방송법은 국민과 함께 원천무효투쟁을 벌여나가겠습니다.


이제 국회는 더 이상 민의의 전당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늘 저녁 6시 명동에서 국민과 함께 언론악법 날치기 규탄 시국대회를 열 것입니다. 진보신당은 민의가 존재하는 국민 곁으로 다가가서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2009년 7월 22일

진보신당


<브리핑>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관련 진보신당의 법적 대응

23일 즉각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날치기 통과 관련 권한쟁의심판청구와 효력정치가처분 신청 제출할 것


진보신당은 오늘 있었던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관련하여 국회 원내외에서의 강력한 투쟁과 더불어, 법적으로 무효인 이 법안의 무효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하였다.


첫째, 오늘 처리된 모든 법안에서 대리투표가 발견될 경우에는 오늘 투표는 원천무효이므로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 국회는 오늘 표결을 원천무효화해야 하며, 진보신당은 이 경우 법적 대응은 물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다.


둘째, 국회 부의장이 투표종료를 선언한 후 재투표를 지시한 방송법의 경우, 투표종료 당시 국회법 109조 의결정족수 조항에 따라 재적 과반수에 미달한 것이므로 이 안건은 부결된 것이다. 이 경우, 국회법 92조에 따라 일사부재의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회 부의장이 그 자리에서 재투표를 지시한 것은 국회법에서 정한 자신의 권한을 초과하여 위반한 것이므로, 이에 대해 진보신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다.


셋째, 더불어 이 권한쟁의심판청구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방송법의 효력은 사라지는 것이므로, 헌재에 방송법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같이 청구할 것이다.


오늘 국회에서의 날치기 통과는 위와 같은 이유로 원천무효이다. 진보신당은 바로 내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며, 더불어 원내외의 모든 투쟁을 병행할 것이다.


2009년 7월 22일

진보신당 대변인 김 종 철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법 3개법안, 게다가 금융지주회사법까지 4개법안이 날치기 통과되었다.

이건 아니다. 진보신당의 조승수 원내대표와 노회찬 당대표의 입장이다.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로 가고 있습니다

김형오의장은 히틀러의 괴링을 자임하는가?


- 2009년 7월 22일 (수) 13:10 국회정론관

- 진보신당 원내대표 조 승 수


오늘은 대한민국의 의회 민주주의와 언론 민주주의가 사망한 날입니다. 언론관계법을 놓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끝내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의사를 밝혔습니다. 국민여론을 부정하고 국회를 청와대의 거수기로 만드는 폭거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방송법은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가치인 여론다양성을 부정하는 MB언론장악법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언론관계법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조중동에 방송진출을 허용하느냐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렇듯 정부여당은 재벌과 특정 언론에 방송을 내주기 위해 통계수치까지 왜곡 조작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이용하고 일자리창출 효과가 있다며 대국민사기극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합의처리를 원하고 있는 언론법을 일방처리 하는 것은 한국 언론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심각한 행위이자 한나라당이 재벌과 조중동의 시녀임을 자처하는 꼴입니다. 자본독재국가의 마지막을 완성하려는 정부의 음모에 국회가 놀아나는 꼴입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언론법이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피와 눈물로 이룬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국가로 나아가려는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께 요청합니다. 의장은 오늘 미디어법을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직권상정 뜻을 분명히 한 말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악법 직권상정은 더 큰 파국을 초래할 뿐입니다. 지금 당장 직권상정을 철회하십시오. 정권이 저지른 참혹한 살인인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문제도 내팽개친 채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 지시대로만 언론악법을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국회의장의 태도는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것입니다.


역사적 비극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미디어법이 직권상정 된다면 김형오의장은 히틀러와 나찌에게 일당 독재의 길을 열어 주었던 1933년 당시의 독일국회의장이었던 괴링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진보신당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 법을 막아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입니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찍어누르려는 대통령과 여당의 권위는 그 순간부터 부정됐습니다.


용산 참사를 외면하고 살인과 다름없는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급기야 언론과 방송마저 자본과 정권의 시녀로 만들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맞서 모든 것을 걸고 국민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2009년 7월 22일

진보신당 원내대표 조 승 수


<브리핑>

노회찬 대표 “정권재창출 위한 언론악법 강행처리 국민과 함께 막겠다”


- 2009년 7월 22일 (수) 13:05 국회 정론관

- 진보신당 대표 노 회 찬


바로 엊그제 김형오 의장 더 이상 협상에 관여치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의장은 한나라당 수정안 검토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의장은김형오 국회의장으로서의 권위와 위신과 체면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한나라당 구직대열에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한나라당 언론악법 강행처리는 무엇보다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권 재창출이 힘들다는 결론 때문입니다. 더 이상 민심을 얻을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조중동 방송진출에 따른 여론장악을 통해 정권재창출 길밖에 없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강부자 정권에 이어 강부자 방송이 출연하는 암울한 상황입니다.


오늘 우리나라에 개기일식이 진행됐습니다.. 달이 해를 가리기 시작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를 기습점거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지역에 달이 해를 78.5% 가렸지만 국회를 가리지는 못합니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처럼 민심은 정부여당의 직권상정을 용납치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진보신당은 언론악법이 직권상정되면 국회는 더 이상 민의의 전당이 아님을 선언할 것이며, 민의가 존재하는 국민들 곁으로 다가가서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


2009년 7월 22일

진보신당 대표 노 회 찬

그녀의 '숟가락 정치'가 또다시 한나라당뿐 아니라 보수 세력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번엔 친박세력 내부에서도

미디어법안 처리를 두고 입장이 갈리는 만큼 "현 시점에서의 직권상정 반대"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는 추종세력에조차

적잖은 혼란을 일으켰다고 보인다. 중요한 타이밍마다 예기치 못한 말한마디로 판을 흔들고, 그녀의 무게감을

시위하는 그녀 나름의 '정치'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폭발력을 갖고 정국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반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보수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인 그녀를 이제는 우파 내부에서 내치자고 한다.


그래서다. 대체 박근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박근혜는 어떤 사람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녀가

바로 박정희의 딸이라는 점이다. 육영수 여사 사후 청와대 안주인 노릇을 하며 정치감각을 익혔다거나, 박정희의

지도력을 이어받았다는 식의 높은 평가가 따라붙는다.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의 이미지를 덧씌우는가 하면 여성 특유의

정치적 리더십도 겸비했다고 '알려진다.' 그리고 북한의 정권 세습을 비난해 마지 않는 일부 보수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의 재림을 갈망하며 박근혜를 무조건 지지하는 친위대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좌파를 포함한 그녀의 반대세력이 그녀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입장은 다르지만, 그건 '박정희의 딸'로서의

박근혜를 물고 늘어진다는 점에서 뿌리가 같다. 독재자의 딸이라거나, 박정희의 정치적 과오에 대한 사과가 없다거나,

순전히 박정희를 등에 업고 분에 넘치는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식의 평가가 그것이다. 그녀의 정견이나 정치적

색깔에 대해서도 별로 깊은 분석은 안 보인다. 다만 박정희를 지지하고 심지어 찬미하는 일부 보수세력과 그녀를

동류로 배치하고, 신자유주의라느니 국가주의라느니 헐겁고 피상적인 분석만 이어질 뿐이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의 캐릭터 자체가 불분명한 탓이다. 박근혜가 스스로의 정치적 이상이나 지향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적은 과문한 탓인지 듣도보도 못했다. 그녀의 정치 스타일 역시 이번과 같은 이슈에 대해 '숟가락만 걸치는'

대중추수적인, 인기에 영합하거나 정치적 지분과 명분을 쌓기위한 정략적 행보가 두드러질 뿐, '큰 그림'은 안보인다. 

게다가 그녀의 정치적 행보나 입장을 보아도, 선정적인 몇마디를 제외하면 이른바 '보수꼴통'세력과 별반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다만 그녀의 친위세력이랄 친박연대에 대한 밥그릇 챙겨주기에만 골몰한 듯 보인다.


그렇지만 박근혜는 엄연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몇년째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 뭔가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무지한 대중'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사람들의 지적능력에 대한 건방진 폄하이며,

특히 차기 집권을 노리는 세력이라면 그렇게 둔탁한 분석으로는 절대 그녀를 이기고 민심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중요하다.

그녀가 조금씩 MB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취하고, '친서민행보'를 취한다는 MB보다 더욱 친서민적인 발언을 토하며

소위 '여성적인 리더십'을 내세워 현명하게 어필한다면 승산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치인 박근혜의 정체를 명료히 분석해야 한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 행보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그녀의 정치적 본색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정책적 선명성 대결과 합리적 판단을 요청해야지, '박정희의 딸'이니 안된다는 식이어서는 더이상

곤란하다. 그건 국민들이 왜 박근혜를 선호하는지, 왜 박근혜가 설문조사에서 매번 1위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도 같다. 박근혜가 누구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정치색을 갖고 있는지 근본부터

다시 검토하고 진지하게 맞대응해야 할 때다.


덧댐. 그녀의 '숟가락 정치'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미지와 정견은 숨겨진 채

그녀가 필요할 때마다 애매모호한 한마디가 툭툭 던져진다. 그녀의 가면을 벗기고 구체적인 논리를 가진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녀가 과연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은 있는지, 이상은 있는지, 그리고 로드맵은 있는지 말이다.

* 관련기사들. 

돌풍주역 박근혜… 사생결단 정세균(서울신문)

조갑제, 박근혜 탈당하라(오마이뉴스)

‘여론’에 몸 실은 박근혜… MB정책과 ‘선긋기’(중앙일보)

‘박근혜 정치’… 실체는?(문화일보)




* 혹시 이 글이 시사IN 제2기 독자위원회 위원분들의 눈에 띈다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ㅎㅎ

으레 시사인 독자위원회가 있던 날은 집안에 일이 있거나, 몸이 안 좋았다. 한 시간정도 일찍 조퇴해서 독립문역까지

오면서 한달 네차례 나온 주간지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챙겼다.

독립문. 구한말의 근대화 노력을 상징하는 건물이라지만, 파리의 개선문을 따라 지었던 만큼의 한계도 보인다.

당시의 '독립'이란 의미는 꼭 중국에 대해 굴욕적인 종속적 지위를 벗어나겠다는 비분강개의 의미만 담겨있던 건

아니었다. 서구적/근대적 독립국가간의 평등한 네트워크라는 패러다임이 사대교린, 단일중심의 위계를 상정했던

아시아의 기존 국제질서 패러다임과 부딪히는 상황에서 '독립'은 이른바 중화질서를 벗어나 서구제국들의 근대질서로
 
편입되겠다는 의지였을 거다. 바뀐 패러다임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새로운 질서에 대한 설렘 혹은 희망..?


그전까지는 중화 질서 내에서 중국 다음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부심의 원천이 되기도 했겠지만, 이젠

중국의 허약함이 간파당하면서 그런 위계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수치스럽게 느껴지게 된 시점이었을 거다.

평등하고 독립적인 국가들 사이의 당당한 액터가 되겠다는 순진한 믿음. 그렇지만 실제로는 '근대화'의 미명 아래

'파리', '워싱턴', '뉴욕'의 그것들을 최정점으로 하는 층층시하 위계지어진 공간에서 '성장 이데올로기' 한길로

천박하게 달려오고 있다. 결국 파리 개선문의 짝퉁이래도 별반 할 말은 없는 독립문, 그리고 그 이래의 역사.

그나마 조금은 한국적이고 독자적인 뭔가가 나타난다면, 온통 서울로만 밀집해 버린 국가기능,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만 있는 비대한 아파트촌. 뒤에 곧추선 고층 아파트들이 차라리 지금 한국의 '독립'을 더 효과적으로 상징하는

건 아닐까. 삶의 질이고, 평등이고 도외시한 채 정말 '독립적'인 궤적을 밟으며 지금의 부를 일궈왔다는 점에서 말이다.

시사인 편집국이 소재한 건물로 가는 길, 맞닥뜨리는 풍경들이 왠지 때이른 향수에 젖게 만든다. 아니, 아직 내가 뭔가를

보며 향수에 젖을 나이는 아닌데, 희한하게도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슈퍼나 문방구의 그 느낌이 그대로다.

서울이란 도시, 너무 쉽게 화장이 지워지는 거 아닌가 싶다. 조금만 도심에서 멀어져도 한적하고 '촌스러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싶은데, 심지어는 도심 한복판에도 곳곳에 이런 남루한 가게들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맞은 편에 있던 칠전문 페인트점. 간판이 좀 신기하다. 칠 대신 페인트. 페인트칠을 다시 해주겠다는 건가 아니면

칠하지 말고 가만있으면 페인트를 해주겠다는 건가. 갸웃갸웃대다가 가게로 들여놓으려는 수작인가.ㅋ

위풍당당한(...!) 시사인 편집국 건물. 독자위원 중 한 명은 저 커다란 '임대' 현수막이 맘에 걸린다고 했다.

경향이나 한겨레나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월급을 받고 있다는 흉흉한 시절인지라, 맘에 걸릴 만 하다.

그리고 아담한 건물 6층에 자리한 시사IN. 두번째 모임서부터는 경비아저씨가 알아봐주시곤 어디가냐고 묻지도

않으셨는데, 좀 익숙해지니 다시 올일이 없다는 게 아쉽다. 그치만 주간지를 꼼꼼히 읽어가며 뭘 지적해야 할까

눈빨갛게 정독하는 건 생각보다 많이 피로한 일이어서, 은근히 홀가분하기도 한 느낌.

독자위원회가 열리는 곳은 회의실이자 도서자료실같은 곳. 우리가 리뷰를 진행하던 사이에 어떤 기자분이 오셔서는

지난 시사인 표지를 유리에 이어붙이고 가셨다. A4 한장만한 사이즈를 매주 한장씩, 어느덧 넓은 유리벽 한면이 반쯤

차가고 있다.

잡지 표지를 장식했던 인형들, '끊고 살아보기'라는 기획 기사가 있는데 그간 휴대폰끊기, 밀가루끊기, 엘레베이터끊기,

담배끊기 등 많은 소재들이 있었다. 예컨대 "계단에 주저앉아 담배와 이별하다" 같은 기사들.


내가 줄기차게 요청했던 것 중 하나가 'MB사진끊기'였는데...안 된단다. 난 정말 소화불량에 홧병에 치질까지

생겨버릴 태세인데..야박한 사람들.

쪽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올랐을 때 쓰였던 작품. (관련기사 : 21세기형 쪽방에 저당잡힌 청춘)

이건 뭐더라..뭐 강만수가 보이고 돈을 돛대삼아 수수깡 뗏목을 띄운 걸로 보아 아슬아슬한 느낌 만땅이다.

편집국 한쪽 벽면을 채운 셀레브리티들의 인형들. 눈에 확 띄었던 건, 왜 하필 이명박과 이건희의 머리에 빨간 띠를

둘렀을까. 단결투쟁, 이라 적힌 새빨간 머리띠를 두른 이명박과 이건희라니. 자신들에 반대해 연대하라는 의미인가.ㅋ

표지에 이렇게 이뿌게 들어가고 난 인형은 편집국을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남는 것 같다. 그대로 잘 보관해서 아크릴 상자

속에 넣는다던가 해서-작가의 사인과 '품질보증서'를 첨부하여-나중에 바자회같은 데 내놓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 시사IN 제1기 독자위원회 활동기.

* 시사IN 2차 독자위원회 리뷰.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진하고 모든 피는 똑같이 붉고 모든 목숨은 똑같이 존엄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의 눈물과 피와 목숨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 본래 문학은 한계를 알지 못한다. 상대적 자유가 아니라 절대적 자유를 꿈꾼다. 어떤 사회 체제 안에서도 그 가두리를 답답해하면서 탈주와 월경을 꿈꾸는 것이 문학이다. 그러나 문학 본연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차라리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다급한 마음으로 1987년 6월을 떠올린다. 박종철의 죽음이 앞에 있었고 이한열의 죽음이 뒤에 있었다. 그 죽음들의 대가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힘겹게 그것을 가꿔왔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망각할 권리가 없다. 이명박 정권 1년 만에 대한민국은 1987년 이전으로 후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가 하나의 정부인 작가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조직도, 집행부도, 정강도 없다.

우리는 특정한 이념에 기대어 발언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이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라는 가짜 이념은 집권 1년도 못 돼 폐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도처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얼굴을 본다.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와중에 여섯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고도 이명박 정부는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여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지만 저들이 행한 일은 위선적인 사과와 광범위한 탄압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 장악을 기도했고 도심 광장사이버 광장에 차벽을 치고 철조망을 세웠다. 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는 이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천박한 관료주의로 문화예술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사상 최악의 표적수사와 비열한 여론몰이는 그를 벼랑에서 투신하게 하였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매장되었다.

이 모든 일에 적극 가담한 정치검찰과 수구언론을 우리는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종지기들로 고발한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정치검찰들, 증오와 저주의 저널리즘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조롱하는 수구언론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 저들을 여전히 검찰과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나. 곰팡이가 온 집을 뒤덮었다면 그것은 곰팡이가 슨 집이 아니라 집처럼 보이는 곰팡이일 뿐이다. 저 권력의 몸종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와 보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달려온 이명박 정권 1년은 이토록 참담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서 우리는 깊은 절망을 느낀다. 저들은 수치를 모르고 슬픔을 모른다. 수치와 슬픔을 아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됨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는 것이 문학이다. 우리는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

이곳은 아우슈비츠다. 민주주의의 아우슈비츠, 인권의 아우슈비츠, 상상력의 아우슈비츠. 이것은 과장인가? 그러나 문학은 한 사회의 가장 예민한 살갗이어서 가장 먼저 상처입고 가장 빨리 아파한다. 문학의 과장은 불길한 예언이자 다급한 신호일 수 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과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종이와 펜이 있다. 그러니 동의하지 않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저항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원을 갈아엎고 있는 눈먼 불도저를 향해, 머리도 영혼도 심장도 없는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 저항할 것이다. 가장 뜨거운 한 줄의 문장으로, 가장 힘센 한 문장의 모국어로 말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이니까 해야 하며 사람인 한 멈출 수 없는 그 말을. 아름답고 정의로운 모든 문학의 마지막 말, 그 말을.

우리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에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섭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참혹한 오늘을 불러온 것도 우리이지만
참다운 내일을 만드는 이도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의 야만에 분노합니다,
사람의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보고 싶습니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할 줄 아는 정치가의 얼굴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아첨과 왜곡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하고 진실된 언론의 발언을.
우리는 느끼고 싶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자부를.
우리는 되찾고 싶습니다.
본래 우리 것인 광장과 집과 대지, 스스로 흘러 생명일 수 있는 강물을.
우리는 꿈꾸고 싶습니다.
그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사회, 양심과 이성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자유와 평등은 원래 사람의 것이라 믿고 자라날 수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입을 엽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입니다.

2009년 6월 9일
작가선언 6.9



* 피리부는 사나이여, 이 쥐떼를 다 데려가라 - 188명의 작가들 '한줄 선언' 발표 (프레시안)

"밥상도, 민주주의의 원탁도, 다 엎은 자여 이제는 당신이 고꾸라질 때"(문동만) "푸르게 날이 선 6월의 잎사귀로 썩어버린 심장을 찌릅니다. 굿바이 MB"(유형진) "이명박 정권은 문화와 민주를 파괴하는 광기의 야만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물러가라"(박민규) "하느님, 우리가 이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하여, 총명하고 선량한 제 딸아이가 커서 감옥 갈 확률만 높아지고 있습니다"(이만교) "누가 내 사랑을 파괴하면 나는 그가 신이어도 나는 그를 파괴할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의 애인이다"(신형철) "우리의 영혼이 고통스러운 건 민주주의가 우리의 본성인 까닭입니다"(손홍규) "너를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여!"(박형숙) "불법 폭력이 문제라고? 맞다. 늘 그게 문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그렇게 두들겨 맞아 시퍼렇게 멍들고 피 흘리며 죽어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김명기) "시인이 깨어 있으면 독재자는 잠들지 못한다"(전성태)"내 이웃이 헌법적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 모멸을 삼키며 죽어갈 때, 나는 어디에 있었나?"(이안) "무능한 정권, 썩은 검찰, 역겨운 언론-적출 대상 3종세트. 아차, 나도 문제야"(명지현) "나는 부끄러운 손으로, 내 삶의 길들여진 부위만을 잘라, 쥐불 놓는다"(김요일) "잘못 뽑아 개고생, 평생 두고 후회한다! 잠깐 실수 후회 말고, 미리 살펴 재난 막자!"(김정남) "한 손엔 곤봉 한 손엔 삽, 머리엔 떡찰 가슴엔 악법, 썩은 입술로 산자를 물어뜯는 괴물, 누가 광장에 MonsterB를 풀어놨는가!"(윤예영)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고 패배는 당신들의 것입니다"(김경인) "나는 분노한다. 국가가 없을 때 당할 고통을 국가 때문에 당한다는 것에. 나는 비참하다. 그 국가를 내가 만들었다는 것에"(박상수) "더이상 갉아먹지 마라. 쥐는 벽을 잊어도 갉아먹힌 벽은 쥐를 잊지 못하는 법이다"(박성원) "피리 부는 사나이여 이 쥐떼를 다 데려가, 우리에게 노래를 허락하길"(박연준) "들쥐들의 교묘한 협잡 더는 못참겠어 울화의 향불이 지글지글 타올라 가만 못 있겠어"(성기완) "세스코에 전화하기 전에, 냉큼 물러가라!"(정여울) "정책이 비문(非文)이다. 언론의 맞춤법은 작위적이고, 미친개들은 국민에게 오타를 남발한다. 당신들의 언어번역이 안된다. 암울한 시국의 문장을 견딜 수 없다. 오래된 생각이다"(박상)....


* 작가들이 아닌 범인들이 이런 식으로 한줄 선언을 모아 '시국선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작가들의 그것은 다르다. 작가들이 뱉는 촌철살인의 아포리즘 한줄은 감성을 건드리고 이성을 흔든다. 작가답다.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권과 구악, 구체제에 저항하는 거다.

* 바야흐로 6월. 오늘은 6월 10일이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광장이라도 갈까.


출장 가기 전날 밤, 허위허위 썼던 글이 프레시안에 올랐었다. 몰랐다.


"당신의 눈물은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뭐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기고를 보내주면 다 받아주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던데, 모르겠다.

지금은 생각이 다소 바뀌었달까. 사람들은 '노무현'을 '민주주의'와 등치시키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를 향해 써내려진 만장들, 온갖 편지와 메모와 메시지들, 그리고 슬픔에 잠긴 조사들..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부분을 '민주주의'라고 바꾸어 읽어도 어느 한대목 문맥상 거슬림이 없다.

민주주의의 화신 노무현이 되었다.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구분해서 보면 더욱 보이는 게 많았을 텐데, 그건 놓쳤다.

대통령 노무현이 실제로 이룬 업적과는 달리, 인간 노무현이 표상할 수 있는, 그래서 대통령에까지 오르게 했던
 
'시대정신'이란 부분이 분명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은 여전히 똑같다. 사람들이 추모하는 건 민주주의의 죽음이다. 되돌아가지 않으리라 여겼던

역사의 수레바퀴, 절차적, 실질적 민주주의의 발전상이 문득 숨을 몰아쉬며 핀치에 몰린 상황임을 깨달은 거다.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이 도저한 애도의 물결은은 눈물을 위한 핑계거나, 혹은 집단적인 신드롬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노무현은 민주주의에 가장 '프렌들리'했던 대통령은 맞지만, 이명박을 넘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곳은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행위는 감정을 정화하고 정돈시켜, 새로운 상황에 적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헤어진 연인이 실제로 헤어지는 순간은, 그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라던가.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작년 촛불시위 때의 방향성없는 폭발력과 지금의 전염성강한 눈물바다가 갖는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비루하고 피곤한 삶. 대통령 노무현조차 감당치 못한 강고한 시스템과 주류 세력에 대한 패배감. 울고 싶은 삶.

그 모든 것들을 공유하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부글대던 울화, 불만, 그런 것들이 해소되는 거 아닐까.


노무현의 급서 후 눈물을 글썽이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불쌍하고 안쓰러워 어쩔 줄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성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차원의 '자기 위로용'이라는 심증이 갈수록 짙어진다. 노무현에게 미안하단다.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한단다. 존경했고, 훌륭한 정치인이었으며, 서민의 편이었고, '바보'같이 우직한 우리들의

대통령이었단다. 심지어는 그가 그립댄다. 


이런 묻지마식 감정의 물결이 사회를 온통 휩쓸고 사고를 마비시키는 건 경계할 일이다.


언제, 누구에게 그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았던가. 아마 그가 검찰, 그리고 그 뒤에 선 권력자의 '피살자'로써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시작된 일이다. 그렇기에 노사모에선 '국민이 죽여놓은' 노무현이 국민장이라니, 당치않다고 펄쩍

뛰었던 거 아닌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를 비난하고,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야, 라는 말을 초딩들까지 입에 물고
 
있던 게 불과 이삼년 전이다.


막말로, 이명박은 왜 당선되었는가. 우리가 노무현을 싫어해서였다.


처음에 방송이 났을 때,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에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울 일은 아니었다. 노무현은 아무것도 대표하지 못했고, 그는 더이상 현실세계에 작용하지 않았으며, 그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유일한 가치 도덕성마저 땅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티비 속 사람들의 눈가가 빨갛게

축축해지더니, 울고 쓰러지고 그러다가 세네시간씩 줄을 서서 헌화하기 시작했다. 꼬맹이들을 안고 업고, 그렇게.

그러고 보면 그새 티비들은 감동적인 음향이 깔린 다큐멘터리와 코멘트들을 쉼없이 돌렸다.


물론 그를 향한 눈물바다가 죽은 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너그러움이 가미된 애도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가졌던

대통령 중에 가장 '진보'적이었고, 가장 호감이 갔고, 또 가장 청렴했고 도덕적으로도 우월했던 대통령인 사실도 맞다. 

그렇지만, 노무현의 정체가 없다. 5공 청문회 스타였다고? 입지전적인 궤적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다고? 대통령된 후에
 
검사들과 한판 뜨려 했다고? 대통령 된 후의 업적에 대한 다큐는 과문한 탓인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은 노무현을 바라보고 울지만, 그 눈물은 살아남은 자들, 살고 있는 자신들을 위해 바치는 눈물이다.

죽은 노무현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표시와 열렬한 지지는, 살아있는 이명박에 대한 극렬한 반대와 증오와

한 짝을 이룬다. 그리고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조차 이명박 정권에게 당하고 말았다는 묘한 '동류의식'도 한몫 한다.

그들은 자신이 불쌍한 거고, 자신의 처지가 애틋한 거고, 답답한 현실에 또다시 꽉 막혀 버린 가슴에 목메어버린 거다.


울고 싶던 차에 뺨 제대로 맞았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개별적 차원의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배출이 문제 해결의 의지를 오히려 꺽어버리거나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거다. 이미 촛불시위에 대한 상찬 후 조심스레 등장하기 시작한 비판들이 보여주듯, 한판 난장으로

-축제였고 혹은 '새로운 시위문화의 전형'이었다고 평해지는-들썩들썩했던 그 거대한 에너지는 문제 자체에 대한

해결 의지보다는 스스로의 스트레스 해소에 몰입했던 면도 없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제된 감정과 쿨해진 머리를 갖춘
 
'순치되고 이빨빠진' 양민들이 남을까봐 두렵다.


촛불시위가 정돈되는데 한몫했던 건, 종교계 인사들이 개입하면서 이성적인 문제를 감성적인 문제로 바꿔 버렸던 탓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감정은 분출했고 어느 정도 치밀었던 울화통도
 
해소하고 잔뜩 축적됐던 스트레스도 날려버렸다. (물론 이 정부 하에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스트레스가 누적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심리적인 위로와 종교적인(혹은 도덕적인) 우월감도 만끽했다. 그리고 다시 예전과 같이 전혀 변함없이

굴러가는 시스템 내부로 걸어들어간다. 추모 신드롬, 울음바다도 한순간의 반짝, 으로 끝나지 않을까 두렵다.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순치'에 다름아니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가.


노무현에 대한 이 중독성강한 추모 물결은, 온국민에 전염되어 버린 듯한 (혼란스러운) 분노와 비통함은, 아직은

우리를 아무데로도 인도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신기루처럼 사그러들었던 노무현에 대한 열광이 순식간에 되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그저 "지금보다 나았던 것 같은 과거에 대한 향수", 그것 밖에 안 보인다. 노무현에 대해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나 이미지라는 게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일종의

신드롬화되어 버린 것은, 그가 오로지 '이명박의 반대이미지'로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초점이 흐려진다. 한미FTA, 이라크파병, 비정규직법, 사학법, 부동산세제, 스크린쿼터제, 양심적

병역거부, 국가보안법, 투자은행, 금산분리, 언론법...이런 문제들에 대한 입장은 "노무현이냐 이명박이냐"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명박의 반대이미지는 노무현인지 몰라도, 이명박의 반대정책, 반대세력은 노무현이 아니다.


노무현에 대해 너무 박한 평가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노무현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왜 울고 있는지 그 진정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재우쳐 물어보아야 하는 거 아닐까.


지금 왜 그를 보며 울고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이었으며 한국 사회 비주류와 소외된 자들의 대변인이었던 것처럼

기억되고 있으며, 마치 민주주의를 위해 한평생을 헌신했던 인물인 양 급격하게 단순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미군기지를 위한 부지를 조성한다며 평택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강제 진압을 벌였던 것도,

동시다발적 FTA추진전략이랍시고 한미FTA를 졸속으로 추진하며 이른바 4대 선결조건 문제를 예비했던 것도,

사실상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한국의 교조적인 시장주의 세력-신자유주의 세력-을 용인하고 부추겼던 것도,

부동산 문제나 금산분리 문제, 언론법, 사학법에 있어 지금과 같은 퇴행적 상황을 야기한 것도,

말로는 서민들을 위한다면서 비정규직을 폭증시키고 재벌들과 가진 자들의 배만 불렸던 것도,

심지어 그가 선정적으로 이야기했던 '과거의 유물' 국보법 폐지 문제에 있어서 결국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것도,

그리고 이미 그의 치하에서 이명박 정권 때와 별반 다름없는 국가 권력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시위진압작전이 있었던
 
것도,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지금의 정부에 대한 불만들, 지금의 정책에 대한 불만들을 표출하기 위한 땔감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초혼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이명박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그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실제로 '비주류'와 '소외된 자들'을 위한 대통령이었는지는 차치하고, 그의 몇몇 언행들이 편집되어 반복 재생되고 있는

거다.


그가 정면으로 반박했던 대운하 사업,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던 대북한 포용 정책, (발언의 실리적 공과를 떠나)

미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 검찰의 독립권을 보장하고 언론권력을 비판하려 했던 그의 문제의식.

그리고 무엇보다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일반인'에 가장 가까웠던 그의 화법과 '출신성분'.


그런 것들이 작금 이명박 정부의 대척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치지어주는 키워드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손쉽게 기억하며, 그 기억들은 대개 현재의 필요로 인해 불러내어진 것들이다.


노무현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떠올리는 그의 모습이 온통 긍정적이고

바람직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할 듯 하다. 그렇다고 노무현 정권 시대에 우리가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으니.


다만 그러한 '기억의 재구성'과 새로운 '인간 노무현의 탄생'이 모쪼록 지금의 답답하고 부조리한 정국을

타개하는 에너지로 化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혹자는 지금의 정국이 80년대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건

단지 성고문, 물고문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노무현은, 왜 죽었는가.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은,

우리에게 정말 희망이었는지로 답을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아..노래를 끄고 이제 잠들어볼까나 하는 심정이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이 기사의 제목. 덕분에 잠이 확 깼다.

'李대통령, 국민보고 뚜벅뚜벅 갈 길 간다'.


그렇지만 사진을 보고, 연합뉴스가 고도의 안티는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살짝 유쾌했달까. 사진 속의 인물이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을 보고 뚜벅뚜벅 잘도 걷겠다는 타이틀과는 너무 상반되는 이미지 아닌가.


어깨는 금방이라도 뒷산에 올라 반성해야 할 듯 축 처져 있고,

국민을 향해야 할 고개는 꾸부정히 숙여진 채 시야는 발밑 쥐구멍에 걸쳐 있고.


뭔가 고독한 '새마을' 영웅의 이미지를 심고 싶었던 등짝인지도 모르지만 내 보기엔 그저 편집증과 강박관념,

그리고 날림형 언행들로 빚어진 '괴물'의 등짝처럼 보인다.


연합뉴스에도 조만간 막말이 날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사진찍지마~ (이딴 식으로 찍어서 비꼴거면) XX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



[당선소감] MB정권 심판을 위한 진보양당, 북구주민, 국민 공동의 승리입니다
 

<조승수 후보 당선 소감문>

MB정권 심판을 위한 진보양당, 북구주민, 국민공동의 승리입니다
대안야당으로 우뚝 서는 진보신당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북구주민 여러분.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지지로 저 조승수가 오늘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저의 당선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는 북구 노동자와 서민의 요구가 분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보정치로, 노동자, 서민, 북구주민 여러분의 권리를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명령하신대로 성실한 의정활동을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저의 승리는 진보진영 단일화를 함께 이뤘던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 공동의 승리, 더 나아가 노동자, 서민의 진보정치를 바라는 북구 주민 여러분 모두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과 김창현 후보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북구주민 여러분. 전국의 노동자, 서민 여러분.

오늘은 저 조승수가 승리한 날이기도 하지만, 진보신당이 승리한 날이기도 합니다. 저의 당선으로 진보신당은, 창당한지 1년 만에 국회에 진출하였습니다. 비록 울산 북구가 노동자 기반 도시이기는 하지만, 영남지역에서 진보신당이 거대 집권여당을 누르고 승리했다는 것은, 앞으로 이 나라에서 진보정치가 활짝 꽃필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욱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의정활동,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통해서 진보신당이 대안야당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북구주민 여러분.

저는 국회에 들어가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자감세, 재벌 감싸기, 특권층 편들기를 바로 잡겠습니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자감세, 재벌 감싸기는 결국 서민들의 복지를 후퇴시키고, 지방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기반을 허물어뜨리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 국회에 가서, 경제무능 정권 이명박 정권을 호되게 꾸짖겠습니다. 그리고, 고용안정, 비정규 권리보장, 서민경제 활성화, 복지정책 실현, 지방경제 회생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북구주민 여러분,

여러분께서 오늘 저에게 승리를 안겨주셨지만, 그 승리는 회초리를 들고 안겨주신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진보신당이 잘못된 길을 가면 언제든지 여러분께서 회초리를 드실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겸허하게 오직 북구주민 여러분과 전국의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서민들을 대변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여 의정활동에 임하겠습니다.

거듭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4월 29일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당선자 진보신당 조 승 수 드림




*                                                                    *                                                                    *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했을 때에는 물색 모르고 좋아했었다. 말년 병장의 기운을 빌어 친하게 지내던

부사관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찍도록 종용하기도 했고, 부모님과 주위 친구들에게까지 나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민노당을

알렸었다. 대학에 있을 때 선배 하나는 자신이 죽기 전에 우리나라에 진보정당이 자리잡을 수 있을지, 심지어 원내진출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이었기에, 그 날 민노당이 무려 10석..이던가, 지역구 2석에 비례대표 8석. 그렇게 원내에 진출한

밤, 나는 내가 관리하던 B.X 로 몰래 진출해 친구들과 복분자주과 양주를 맘껏 마셨더랬다. 뭐랄까 우리도 드디어 좌파

정당이 주류 정치 스펙트럼 내에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감흥과 함께, 많은 것들이 바로잡히리라 기대했었다.


그리고 이제 온갖 우여곡절 끝에 진보신당이 원외정당으로 떠돈지 일년만에 다시 원내 진출. 마땅히 기뻐하고 설레어야

할 일이겠지만, 예전만큼 그렇게 기쁘지가 않다. 한 석. 물론 진보신당과 진보진영에 그 한 석은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어차피 여의도를 버린 MB에게 0:5의 한나라당 완패가 큰 의미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판이다. 조승수 후보의 당선 소감 중에, '이명박 정권을 호되게 꾸짖겠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그들은 꾸짖는다고 말을 듣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있다. 국회의원 한 명의 힘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민중, 혹은 보통사람들의 정치세력화'라는 명제가 원내 진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건 이미 2004년 이래로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된 터. 조승수 후보의 당선이 당연히 축하해야 하고 기뻐해야 할 일임에도 더 가슴이 시리고 기분이

더러운 건, 정작 더 중요한 건 아직 다가오지도 않고 있다는 예감 때문이다.

Mad bullying disease

Apr 2nd 2009 | SEOUL
From The Economist print edition

Press freedom under attack

NORTH KOREA this week detained a South Korean man for criticising Kim Jong Il’s regime and “trying to lure a female North Korean” south. No surprise there. More strikingly, across the border, South Korean prosecutors last week arrested a producer at the country’s second-biggest television station,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MBC), and four union members at a 24-hour TV news channel, YTN.

북한에서 김정일 체제를 비판하고 북측 여성을 꼬시려 했다는 이유로 남한 사람을 붙잡아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라는 식입니다. MBC의 PD를 체포했던 일이나

YTN의 노조원 네 명에 대한 영장을 신청한 건을 비웃고 있네요.


Lee Choon-keun, a producer at South Korea’s best known investigative television programme, PD Notebook, spent 48 hours in jail after a former agriculture minister and his deputy accused the programme of slandering them in April 2008. The programme had asked whether American beef was free from mad-cow disease. The prime minister, Han Seung-soo, says the information was misleading and “led Korea into chaos” by sparking vast street demonstrations against the government’s decision to resume imports of American beef. Arrest warrants are out for five other PD Notebook journalists. Some MBC employees are sleeping in the station’s lobby to prevent police from seizing their videotapes and notes.
 
PD수첩이 광우병(MAD COW DISEASE)에 대한 정보를 오도했고 한국을 대혼란에 빠뜨렸다는 한승수

총리의 말을 인용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은 MAD BULLYING DISEASE입니다. 그리고 이코노미스트는

PD수첩의 보도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네요.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서 안전한지에 대한 물음이라구요.

의도적인/악의적인 오역이니 선전선동이니 거짓이니 말이 많지만, 약간 한국의 어지러운 상황에서

떨어져있는 영국잡지인지라 오히려 핵심이 명료해 보입니다.


At YTN, the leader of its union, Roh Jong-myun, and three others were arrested for obstructing the president, Gu Bon-hong, from entering his office. YTN’s union feared that Mr Gu, who was appointed to his post by the government last year, would undermine the station’s editorial independence. Nearly half the channel’s employees went on strike because of Mr Roh’s detention, though the dispute was settled this week. Amnesty International claims his arrest was part of “an increasingly concerted effort by the government to control South Korea’s media”. It says that last year the heads of four other media groups—the state-owned Korea Broadcasting System (the country’s largest television station), Korean Broadcasting Advertising Corporation, Arirang TV and Sky Life—were replaced by government supporters.

국제사면기구(암네스티)는 한국 정부의 언론통제노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합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입맛대로 휘두르려는 정부의 집중된 노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하는 표현을 썼네요.

KBS, 한국방송광고공사, 아리랑TV, 스카이라이프까지. 네 개의 언론그룹 수장이 정부인사로

교체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The ruling Grand National Party is now debating whether to make it a crime to post inaccurate or misleading information on the internet. A blogger, Park Dae-sung, was arrested in December after being rude about the government’s economic management. He is still in jail. “Every journalist in South Korea is fearful right now,” says PD Notebook’s Mr Lee.

기자가 이 글을 쓰면서 분명 피식피식 실소를 터뜨렸을 것 같습니다. 혹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꽃피길

기다리느니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는 게 빠르겠다'란 옛말을 기억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네르바는 여전히 감옥에 있다, 라고 썼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브랜드밸류를 떨어뜨리는 놈들은 대체 누구인가요.

부끄럽고, 또 화가 나는 기사였습니다.






대통령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만수무강하세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노종면 위원장(언론노조 YTN지부장)의 체포 소식을 듣고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옛말에 '미인 박명'이라고 했는데 '명박 박명'이라고 바꿔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은 누구냐"라고 물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1년간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해야할 일만 했다. 부자 세금 깎아줘서 올해 12조, 내년 25조씩 세금이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서 장애인을 비롯한 복지 예산을 줄였다. 양도 소득세 깎아주면서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사교육을 경기부양 산업으로 만들고 있다. 세금깎아 자동차 팔리게 한다며 에쿠스는 깎아주고 경차는 안깎아준다. 지금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은 이명박이다"

그는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을 보며 '아 이제 나도 감옥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론사 노조위원장이 감옥갈 정도면 나머지는 온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느냐"며 "그러나 감옥이 가득차면 청와대 무너진다. 우리는 역사가 가르쳐준대로 싸울 것이다. 임기를 마친 독재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09.03.27. 프레시안 "감옥이 가득 차면 청와대가 무너진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이춘근 MBC "피디수첩" PD가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YTN 노조에서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며 출근저지투쟁을 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피디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를 내보내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세상이다.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그리고 포털 대문은 온통 '김연아', '임창용', '북한 로켓' 이야기다.

포털을 쥐고 있는 조중동, 주요 언론이 의식적으로 YTN와 MBC에 대한 이러한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는) 사건을

보도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 아니 선명한 건지도 모른다.

(참고 : 09.03.28. 미디어오늘 "한겨레, 'YTN·MBC 사태 보도' 조선일보 16배")
                                                                                                                 ⓒ 09.03.28. 경향


감옥이 가득차면 청와대가 무너진다.

                                                                                             ⓒ 손문상 화백 ( onscar@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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