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털실두른 나무를 보셨나요. (2009.12.16)
회사에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을 알려서 단체신청을 했습니다. (2009.12.18)

그렇게 시립미술관 가는 길에 빨간 털실두른 나무를 구경하고는, 덜컥 동해버린 마음에 회사에서 단체신청을

받아, 무려 스무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함께 모자뜨기를 하게 되었다. 엊그제 회사에 커다란 박스 하나가 도착,

일일이 찾아다니며 키트를 나눠주는 것도 일이었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었다는.

베이지색 '실내화주머니'처럼 생긴 주머니 안에는 털실꾸러미 하나, 그리고 안내 책자 한 권이 들어있었다.

약간 캠페인 광고와 다르다 느꼈던 점은, 스무 개 중에 어떤 털실도 그처럼 빨갛게 이쁜 색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모두 단색으로 들어가 있어서 좀 아쉬웠다는 점 정도.

책자 안에는 뭔가가 바리바리 담겨 있었다. 살짝 무섭다 싶은 질문, "죽어가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이라고 적힌 빨간 책갈피 하나, 스티커, 반납할 때 필요한 봉투 등.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이다. 죽어가는 아기를 위해 뭔가를 꼭 포기해야 하나. 꼭 '죽어가는 아기'라

무섭게 이야기해야 하나. 전도 활동하듯이 공격적으로 포기해라,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싶은데 등.


그치만 또 돌려 생각하면-우호적으로 해석하면-모든 행동에는 기회비용이 따르니까, 모자뜨기에 할애하는

시간과 노력같은 것들이 내가 아기를 위해 포기하게 될 부분인 거다. 뭐, 장기를 하나 떼주거나 대단한 뭔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니까 또 내가 흔쾌히 나서기도 한 거고. 모자가 만들어질지 걸레가 만들어질진

모르겠지만 여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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