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카메라를 잡다가 어쨌는지 필름칸을 열어버렸다. 조마조마해하다가 그것도 잊은 채 현상하고 나서야 다시금 실망. 비싼 필름인데..ㅜ

photo by pentax superprogram & Kentmere.

이렇게 분명하고도 직관적인 화장실 표시라니. 게다가 인도의 최전선인 공항에서 꼭 어필해야 할 인도 전통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인도 출장중 저녁식사를 하러 들른 그럴듯한 바 겸 레스토랑. 잘 먹고 마신 후 야근을 하기 위해 일어서기 전 찾은 화장실 표시는, 굳이 찾을 것도 없이 이렇게 눈에 확 띄는 귀여운 삿대질.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쌀 것만 같은지 잔뜩 허벅지를 움츠린 남자. 어흑~ 하며 숨을 삼키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여자. 마찬가지로 엄청 급해보이는 포즈가 생생하다. 화장실이 깔끔하고 좋은 술집, 남녀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면 더욱 좋고, 그런 술집 찾기가 강남에서도 쉽지 않은데 인도에서 이리 쾌적한 화장실과 세련된 표지를 만났다.



아마도 선릉역 인근의 코코브루니였던 거 같은데,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의외로 여자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근처로


자리를 잘못 잡았던 게 되려 저런 재미난 표지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주 심플한 모양새로도 누가 봐도 여자임이


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위에 정식의 심심한 표지판을 하나 더 얹었다.


남자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 누가 봐도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분명히 의미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재차


문자와 클리셰에 가까운 이미지를 통해 실수의 여지를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렸다.






이화동 인근의 어느 까페였던 거 같은데, 무심코 들어간 화장실에 남녀 구분을 이렇게 심플하고 명료하게 해놓은 거다.


원목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문짝에다가 하얀색 페인트로 깔끔하니 눈에도 잘 띄고 이쁘기도 하고. 맘에 들었다.


여자화장실에도 마찬가지, 다소 밋밋해보였던 남성의 그것에 비하면 제법 배려를 많이 한 듯 큼지막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이너가 얼마나 섬세하게 고민했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겠다.




올댓재즈였던가, 핸드폰에 묵혀둔 케케묵은 사진인지라 어디에서 찍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등신대 크기의 남자와 여자가 자못 분위기 넘치는 포즈를 잡고 화장실 문에 기대어 있으니 헷갈릴 일은 없겠다만


혹여 여자의 잘록한 허리라거나 남자의 근육질 팔목에 혹해 이성을 좇아 문을 열지 모를 일이다.





성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이다 보니 아무래도 화장실 표시부터 남다르다. (그리고 화장실 문이 절대 닫혀있지 않도록


쇠사슬로 열어놓은 채 고정해놨다는 건 또다른 포인트) 큐빅인지 뭔지, 그런 소재를 가지고 남자의 몸을 형상화하고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만은 아닙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듯한 남자화장실 표시.


그리고 제법 현실적인 몸매를 갖춘 여성의 닭똥같은 낙루. 여자화장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런던 타워 브릿지 인근의 애프터눈티 까페에서 마주친 화장실 표시. 남자와 여자, 트럼프의 킹과 퀸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다가 화장실 표시로 쓰고 있었다. 여왕이 통치중인 나라에서, 왠지 트럼프도 영국에서 생겨났을 것만 같은 데다가,


젠틀맨이란 표현 역시 영국에 맞춤한 표현이다 보니 여러모로 절묘한 표시란 생각.


남자용입니다. 젠틀맨, 킹.


여자용입니다. 레이디, 퀸.





싱가폴 Mount Faber Park의 케이블카 정류장, 땀을 많이 흘리며 걸었음에도 맥주를 큰 잔으로 한잔 원샷하고 나니


아무래도 생리 현상은 피할 길이 없다. 급한 맘에도 모처럼 재미난 화장실 표지판을 만나니 반가운 맘에 사진부터


찍고 나서 입장.


옆에 붙어있던 여자 화장실 역시 귀여운 표지판이 딱. 포인트는 다소곳이 모은 손과 살짝 올린 한쪽 다리 되시겠다.




인도 뭄바이공항의 화장실, 표지판은 굉장히 심플하지만 짙은 대리석 벽면에 그려진 무굴제국 병사같은 모습의

 

이미지가 그나마 밋밋한 남자 화장실의 외벽을 장식중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여자 화장실 역시, 표지판 자체는 별 특색이 없지만 벽면에 제법 포인트가 있다.

 

오히려 남자 화장실쪽보다도 더 신경써서 도안된 듯한 여성, 눈이 이쁜 인도여성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는.

 

 

 

 

수세식 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은 제주도 한라산 해발 1,700m고지의 윗세오름.

 

꽃과 사슴들이 화장실까지 와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가려는 듯 기웃거리는 모양새의 화장실 표지판.

 

기왕이면 조금은 더 남자와 여자의 이모티콘을 이쁘게 매만져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예컨대 남자나 여자나 등산복 차림이라거나. 여자가 저런 치마를 입고 여기까지 올라올 수나 있겠나 생각해보면.

 

 

 

청와대와 가까워 가끔 대통령이 출몰하기도 하는 통인시장의 화장실, 여느 전통재래시장에서는 찾기도 힘들고

위생상태나 미관 면에서도 '고향의 운치'를 들먹거려야 하는 화장실이지만 이 곳은 나름대로 깔끔하니 정리된

공간에 표지판도 글로벌하게 일본어까지 병기되어 있다. 통인시장, 통통 튀는 센스를 찾아보기.

여자화장실에는 커다란 연꽃을 타고 나온 심청이가 등장하더니 남자화장실에는 김홍도의 풍속화에 그려졌던

서당 훈장님과 돌아앉아 울먹이는 아이가 등장했다. 왠지 그 카피가 생각나는데,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란 카피. 저 꼬맹이 녀석이 울먹거리는 바람에 연상이 뻗어나가 검색하게 된 화장실 스티커.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자신이 본 최고의 화장실 표시를 제보해주실 분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담양 죽녹원, 시퍼렇게 뻗은 대나무들이 울울창창히 뻗어있는 숲을 지나고 나니 몇 채의 한옥과 정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그마한 동네가 나왔다. 잘 가꿔진 정원하며 나무들 사이로 구불구불 돌아나가는 오솔길,

그런 풍경들이 정말 이쁘게 잘 정돈되어 있었고, 새침하게 발을 늘어뜨린 저 화장실까지도 맘에 들었다.


황토로 쌓아올린 담의 은은하고도 자연스런 색감과 기와지붕의 담백한 색감 사이에서, 저렇게 자연소재를

써서 입구를 불투명하게 막아버리고는 두드러지진 않지만 적당히 식별가능한 남, 녀 화장실 표시까지 달았다.

발에 매달아둔 나무패에 각각 남화장실, 여화장실이라 손으로 쓴 글씨에 더해서 남자쪽에는 잠자리를,

여자쪽에는 꽃 한송이를 그려두는 센스까지.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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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서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를 볼 때 찍어둔 화장실 표시 사진. 국적을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왠지

내 자의적인 느낌으로는 프랑스풍의 분위기가 배어나는 것 같은 남자와 여자의 표시가 인상적이다.


좀 자세하게 살펴보면, 남자와 여자 모두 입이 그려져 있지 않고 눈은 동그란 점 하나로 처리되어 있어서

조금 시크하고 멀뚱해 보이는 표정이긴 하다. 그치만 남자는 역삼각형, 여자는 타원형의 얼굴로 표현해 두었고

몇가닥의 굵은 머리결이 중력의 힘을 거스른 채 남자는 뾰족뾰족 섰고 여자는 펄렁펄렁 나부끼고 있달까.


그런 율동감 때문인지 시크한 표정이 그렇게 거리감을 주지는 않는 거 같다. 뭐, 예술의 전당이 가진

전반적인 분위기, 웅장하고 거대한 대리석 기념물의 느낌을 감안하면 저 정도면 무난한 듯.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음악 분수 주변에서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며 바글바글하던 모습.






제주도에 많다는 것 세가지, 돌, 바람, 여자, 그래서 제주도를 삼다도라 이른다던가. 그 세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꾸며놓은 제주도 절물 자연휴양림의 화장실 표시. 여자화장실을 나타내는데는 '여자'와 '바람',

두가지 테마가 쓰인 셈이다.
 

나머지 하나, '돌'을 가지고 표현한 남자화장실 표시. 어렸을 적 갖고 놀았던 암석로보트가 생각나기도 하는

외형이지만, 그래도 남자들을 이쪽으로 이끌기엔 부족함이 없는 이미지인 거 같다. 아무래도 남자는 돌,

특히 현무암의 거칠고 단단한 인상이 어울린달까. 나머지 두개, 바람이나 여자라는 테마로는 좀체 남자

화장실을 가리킬 실마리가 안 보이니깐.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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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화장실이 급할 만큼 긴 시간 배를 탄 적이...부산에서 후쿠오카 건너갔던 때 말고는 없었던 거

같다. 그 쾌속선이야 워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으니 딱히 화장실이 눈에 띌 만큼 특징적이지도 않았지만,

남해의 소매물도니 외도를 돌아보는 이 유람선에 이렇게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은 신기했던 거다.


뭐,이런 화장실에 눈이 갈 만큼 긴 시간 배를 탔던 것도 이유겠고, '소변만 가능'하다는 저 협소하고 불편해

보이는 조그마한 공간이 불쑥 혹처럼 튀어나온 게 눈에 잘 띄기도 했고. 살짝 문을 열어보고는 그 강렬한

냄새와 위생상태에 질겁을 하며 문을 닫아버렸다는.

사실 파도만 좀 잔잔해서 바다가 거울같이 반반하고 실크처럼 매끈하다면, 그래서 배가 전혀 요동이 없고

흔들거리지 않았다면 화장실이 그렇게까지 되어버리진 않았을 거라 짐작해 본다. 배 위에서 일을 본다는 건

일종의 거대한 천재지변과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의지, 그 의지로 자폭해버리거나 뒷사람에 민폐를

끼치는 걸 막기 위해 아마도 '소변만' 가능하다고 읍소한 거였나 보다.




제주도에 있는 선녀와 나무꾼 테마파크,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는 한국의 7,80년대 풍경, 상가라거나

학교라거나 달동네 풍경을 담고 있는 곳에서 발견한 화장실 표시. 어르신들의 향수를 자극하는-이라지만

내가 고등학교때나 대학교때 쓰던 커다란 삐삐나 휴대폰들도 있어서 반가웠다는-시절의 풍경 말고도

어촌, 전통마을의 풍경이라거나 고색창연한 도깨비집도 있었던 곳이어서 한번 들러볼 만한 곳 같던데,

그런 공간의 이름이 왜 '선녀와 나무꾼'인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이름과 딱 맞아떨어지는 남자화장실.

일종의 브랜드-빌딩(brand-building)이랄까, 간판과 어울리는 구색으로 컨텐츠를 채우고 화장실과 같은

자잘한 디테일까지 일관성 있고도 개성있게 꾸미는 작업은 꽤나 중요한 거 같다. 방문자로 하여금

이 공간이 참 많이 신경쓰여 가꾸어진 거구나, 하는 느낌을 갖도록 해줄 뿐 아니라 수많은 관광지 사이에

묻히지 않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주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디테일까지 신경쓴 티가 가득한 이곳 '선녀와 나무꾼'은 옛 서울역사를 닮은 입구를 지나

여전히 서울 여기저기서 보이는 달동네의 풍경, 7,80년대 고고장을 지나 어렸을 적 몇 번 가봤던 듯한

시시껄렁한(그렇지만 꽤나 무서운) 공포의 집 제법 풍성한 컨텐츠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계속 컨텐츠를 확충하고 있으니 앞으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한번 가봐도 좋겠지 싶다.


남해 구조라 선착장, 외도나 소매물도로 나갈 수 있는 유람선을 타는 곳이다. 생각보다 조그마한 선착장

앞에 컨테이너 하나가 덜렁 있다 했더니 화장실. 그야말로 제일 기본형의 화장실 표시를 달아두고 있다.

뻣뻣하게 선 채 두 팔을 늘어뜨린 파랑색 사람의 이미지.

여자화장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남자화장실 표시랑 비교하니 드러나는 몇가지 흥미로운 지점.

우선 남자와는 달리 다리를 딱 붙이고 섰다는 점, 아마도 현숙하고 조신한 모습을 알게 모르게

주입하려 했던 걸까. 그리고 양쪽으로 한옥 처가지붕마냥 휘영청 올라간 치마의 흔적. 여자는

전부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듯한. 양쪽으로 어정쩡하게 귀여운척 하듯 올라간 두 손은 아마도

치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 같기도 하지만, 왠지 애교부리는 포즈같기도 하다.

이렇게 앞에 배들이 둥실둥실 떠 있고, 남해의 수많은 섬으로 떠날 생각에 설레있는 사람들한테 조금은

더 이쁘고 여행 분위기 돋우는 화장실 표지를 보여주진 못한다는 건 좀 아쉽다. 게다가 그냥 기본형의

표지를 썼을 때 알게 모르게 거기에 묻어있는 남/녀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파하는데 일조하는

건 아닌가 싶어 더욱 아쉽다. 지자체에서 이런 부분들을 좀만 더 신경쓰면 충분히 명물이 될 수 있을 텐데.

올린 김에, 구조라 선착장에서 외도나 매물도로 떠나는 유람선 요금표. 2011년 2월 기준.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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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의 산막이옛길, 편도 약 3킬로미터의 옛길 구간 내내 화장실이 없는 건 아마

자연을 지키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또 꼬맹이들 손붙잡고 오는

부모님들이나 사람들을 발 동동 구르며 울부짖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절절한

멘트를 큼지막하게 써붙일 수 밖에 없는 거다. 여기 좀 봐유, 이곳에서 버리고 가유~!


잘 되지도 않는 충청도 사투리로 몇번씩 되뇌여보다가 그 리드미컬함에 놀라며 완전

재미가 붙어버렸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성조에 맞춰서 찰지게 달라붙는 저 끄트머리의

머머해유~ 하는 맛이라니. 화장실 없슈, 없대유, 여서 버리고 가유, 돌 굴러가유, 말했잖슈.ㅋ


양반의 고향 충청도답게 화장실 표시에 등장한 남자와 여자도 아주 잘 갖춰입고 점잖기가

그지 없다. 눈을 얌전히 내리깔고 부채를 펼쳐든 신랑의 이미지와 그보다도 훨씬 수줍어

보이는 볼빨간 신부의 이미지. 나름 험한 산길을 앞에 둔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색색깔 등산복이나 간편복장과는 영 다른 느낌.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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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혹자에 따르면 '지구에서 가장 노래를 잘 한다'는 홍광호가 지킬이자 하이드로 나왔던,

원래대로라면 막공이었어야 했던 날이었다. 루시로는 소냐, 엠마로는 조정은이 나왔던 그날의 공연.


스피커를 터뜨려버리려는 듯한 홍지킬, 홍하이드의 굉장한 열창과 소냐랑 조정은의 매혹적이고

마력적인 목소리들이 폭풍처럼 세시간여 휘몰아치고 나니 넋이 나가버렸었다. 이런 게 예술의 힘,

다시 일주일을 살아갈 힘이 생겼다 싶었었던 순간.(뭐 집에 가는 길에 금세 휘발되어버렸지만;; )


공연이 있었던 잠실 샤롯데 씨어터의 독특하고 우아한 화장실 표시가 뮤지컬 공연장 분위기를

팍팍 내 주었다. 보통 공연을 보러 가면 캐스팅 보드를 찍어오는데 어째 난 캐스팅 보드 대신

화장실 사진이나 찍고 있다. 여하간, 거지광호 쵝오!!




@ 샤롯데 씨어터.


2층짜리 나즈막한 국립전주박물관 본관 안에서 만난 화장실 표지, 산뜻한 노란색 배경에

지난 어느 왕국의 전통 와당 문양이 담겨 있고, 그 앞으로는 혼례때 입을 법한 긴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환히 웃고 있다. (지방색이 살아있는 훌륭한 (공짜)문화공간, 국립전주박물관.)

여자화장실 역시, 간결하고 깔끔한 도안으로 처리된 혼례복장의 여자가 환하게 웃고 있는

노란색 표지. 전반적으로 환한 분위기의 국립전주박물관의 화장실에서 더욱 산뜻하게

눈에 띄는 기분좋은 표지였다.

역시 국립박물관이라 조금 더 세세한 부분까지 문화를 담고자 노력했다는 게 보인다 싶어

기분좋게 돌아서는 길, 조금 아쉽게도 박물관 마당에 있는 화장실은 저렇게 금빛이 번쩍이는

글씨로 적힌 채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파랑색 빨강색 사람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왕 하는 거 안이나 밖이나 좀더 통일되고 이쁘다 느껴지는 표지를 붙이면 더 좋았을 텐데,

문화가 담긴 화장실 표지판, 인상에 남는 화장실 표지판 찾기가 쉽지 않다.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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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화장실 표시. 이야..내가 여태 한국에서 돌아본 화장실 중에서 거의

손꼽히는 화장실 표시가 아닐까 싶다. 나무결이 슬쩍 드러나는 판을 마치 쪼갠 듯이 잘라내서는

이렇게 깔끔한 도안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한국어와 영어로 깔끔하게 알리는 표시.


한옥마을에 어울리는 화장실이라고 뚝,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시간차를 두고 메아리로 울리는

푸세식변기, 그리고 허름하고 오래된 화장실 표시를 냅둬서는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시설은

쾌적하고 깨끗하면서도, 서구화된 채 천편일률적인 표시 대신 이렇게 특색있고 느낌이 사는

표시를 달아 붙이는 것. 가장 눈에 안 띄지만 또 가장 중요한 곳에 대한 세심한 손길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첫걸음이지 않을까.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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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에 설치된 화장실, 아무래도 한옥세트장이 주를 이루다보니

그런 걸까, 화장실 문양도 뭔가 전통미가 느껴지고 색감 역시. 그렇지만 명색이 영화촬영소인데

조금 심심하달까 평범하다 싶기도 하다. 한국의 영화배우들 얼굴을 활용하거나 유명헀던

영화감독의 얼굴을 활용하거나, 그러는 건 어땠을까.

당장 시내 영화관조차 이런 화려한 화장실 표시가 번뜩번뜩. 어쩌면 이 화장실 표시만 봐도 아~

여기 거기지, 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런 게 바로 특색있고 임팩트강한 화장실 표시의

위력이 아닐까 싶다. 찰리 채플린과 마를린 먼로의 단순화된 이미지와 색감만으로도 충분히

그 기능도 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쁘기도 하잖아.


급할 때 눈에 잘 띄고 돌아나올 때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게 바로 디자인의 힘.


@ 남양주 종합촬영소 & 메가박스COEX.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어느 가을날,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를 둘러보았다.

고작 그 노래 하나로 평생 울궈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지만, 화개장터 근처에 친척댁이

있는지라 그래도 드문드문 들러보는 화개장터는 조금씩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 근처를 걸을 수 있는 산책길 코스가 정비되었고, 화개장터의

옹기집이니 반찬가게니 좀더 번듯하고 깔끔하게 차곡차곡 들어차 있는 거다.


이전에 화개장터는 그저 유서깊은 재래시장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조금씩 이렇게

초가지붕도 엮어올리고 구석구석 황토의 분위기를 살려넣어 좀더 전통 문화나 정서가

담기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재미다. 바가지머리 모양으로 초가지붕을 올린

남자화장실 건물 역시 그런 의식적인 노력의 일환일 거다. 파랑 작대기인간이 서있는

화장실 사인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 양쪽 옆구리춤에 쓰인 '남자'란 글자가 정겹다.

여자 화장실도 일관성있다. 빨강 작대기인간 양쪽 허리춤으로 역시 '여자'라고 두글자를

적어넣은 분은 틀림없이 동일인물.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렸다면, 화개장터와 하동, 하면

역시 박경리의 '토지'만한 컨텐츠가 없으니만큼 서희랑 누구더라, 그 남자캐릭터를

남녀 화장실의 표지모델로 썼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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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경주 시내 곳곳에 뿌려져있는 자그마한 고분들, 누대에 걸쳐 조성된 탓에 딱히 한 곳에

모여있다기보다는 여기저기 산재해 있지만, 그래도 크고작은 고분 이십여기가 모여있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대릉원, 천마도가 발굴된 천마총이 있는 곳이다.


큰 고분은 지름이 무려 120미터까지 뻗어나가기도 하는지라 대릉원의 넓이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데, 둥그런 고분들 사이를 걷도록 조성된 산책로가 정말 멋지다. 그런 곳인지라

화장실도 나름 신경써서 표지를 만들어 붙인 거 같다. 出자 모양장식의 왕관을 쓰고 옥대를

찬 똘망한 남자아이가 가리키는 건 역시 남자 화장실이다.

그리고 남자의 왕관보다 조금 덜 화려하지만 비슷한 시리즈라는 느낌으로 만들어진

왕관을 쓰고 당당한 자세로 서 있는 이 여성은 아마도 왕녀의 신분인 듯. 지체높은 혈통에서

뿜어나오는 우아함이랄까 범접치 못할 당당함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 왕녀가 가리키는 거니까

역시 여자 화장실.


뭐, 만화체 그림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화장실 문양에도 어느 정도 이 공간, 이 분위기를

이어받은 것처럼 느껴지니 만족할 만 하다. 커다란 왕과 왕녀들의 릉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한참 그 분위기와 역사에 취해있다가 불쑥 생리적 욕구에 못 이겨 찾은 공간이, 전혀 생뚱맞은

빨강색 파랑색 인간모형으로 그 흥취를 다 깨버린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말이다.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이수영이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큐슈 유센테이코헨의 화장실 표시. 울창한 녹색 수풀 사이로

토토로가 튀어나올 것만 같이 야성적이면서도 깔끔하던 일본 전통정원은 정말 일본스럽도록

구석구석 잘 정돈되어 있었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이 담뿍 쓰여져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표시조차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타일조각 작품이니 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남자 화장실을 손발 쫙 펼친 적극적인 남성의 큰대(大)자 모양의 표시로 형상화했다면

그와 달리 손발을 곱게 모으고 노란색 끈으로 동여매인 듯한 여성의 모습이 대비된다.

빨간 색감이 산뜻하고 이쁘긴 한데, 이런 화장실 표시에서도 역시 일본에서 여성을 보는

시각이랄까 암묵적으로 합의된 채 상식처럼 통용되는 문화가 흐르는 건 아닐까 싶다.

크게 손발을 활개친 검은 옷의 당당한 남자, 손발이 다소곳이 모인 채 아름다운 빨간 옷을

동여맨 여자의 대비.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어느 여름, 가족들과 함께 삼청각 찻집에 갔다가 예기치 않게 마주쳤던 한국식 화장실 표시.

큰 갓에 두루마리를 챙겨입은 남자와 무거워보이는 커다란 가채를 올린 치마 저고리의

여자가 마름모꼴 공간 안에 들어있었다. 살짝 내외하는 듯 남자나 여자가 서로를 빗겨 선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국내에서 내가 본 것 중에 이만큼 세심하고 이뿌게 한국의 미를 살리려고 애쓴 화장실 표시는

거의 못 봤던 것 같다. 아주 사소하고 하찮을 수 있는 화장실 표시 하나에도 생각보다 많은 걸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또 나처럼, 누군가는 그 표시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찾아내려

애쓰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싶다.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작년 이맘때 갔던 제주도,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성인용 조각공원에서 발견했던 조각들은 온통

남자와 여자의 몸 일부만을 소재로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반짝거렸었다. 꼭 그만큼

그 공원 내의 화장실도 재기발랄함이 가득했는데, 남자용 화장실 유리문에 그려진 남자가

여느 파란색 인물이 다소곳하고 밋밋하게 선 것과는 달리 실감나는 포즈와 물줄기를 그리고

서있던 거다. 그리고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뽀인트는 바로 저 손잡이.

여자쪽은 어떠냐 하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 빨간색 여자가 남자와 똑같이

두발 쩍 벌리고 선 채 '여기가 여자화장실이에요' 하는 건 좀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거다.

저렇게 실제 포즈를 잡고 물줄기까지 고래처럼 뿜어줘야, 아 여기가 여자화장실이구나

하지 않을까. 남자화장실보다 재미있는 모양, 훨씬 공들여 만든 게 분명한 손잡이는

역시나. 대박 센스.



* 참고 : (19금) 제주의 미성년자 관람불가 조각공원.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최근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 인근의 한지미술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녀가기도 한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화장실 사인은 다른 곳들에 비해 훨씬 맘에 들었다.

나즈막한 2층짜리 건물, 그다지 화려하거나 대리석 번쩍거리는 건물도 아니면서 이렇게

화장실 표시에 신경을 써주다니 제법 감탄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다만 한가지, MEM은 뭔가욤.;
 
남자 화장실에 그려진 건 도포입은 양반탈바가지, 쥘부채를 슬쩍 등뒤로 돌려 쥐고 있는

모습에 넓게 벌어진 두 발까지 팔자걸음을 재미있게 표현해 낸 거 같다.

여자화장실 앞에도 마찬가지,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서 옷고름이 휘영청 바람 탓인 듯

말려올라가 있다. 어렸을 적 봤던 반공만화영화 '각시탈'의 영향 탓에 이런 안동의 여인네탈

하면 거의 무조건반사적으로 각시탈이겠거니, 했는데 뭔가 다르다. 머리모양이 저렇게 반쯤

올린 머리가 아니었던 것 같아 찾아보니 역시. 이건 부네탈을 쓴 여인네의 모습.

간단히 말하자면 부네탈은 기녀, 각시탈은 새색시를 묘사한 탈이란 이야기. 근데 왜 남자는

양반탈로 표현하고 여자화장실은 각시탈이 아니라 부네탈로 묘사한 건지는 여전히 남는 의문.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WOMEM이 뭡니까...;; MEM, WOMEM. 그 오타만 아니었다면 참

흠잡을 데 없이 맘에 쏙 들었을 화장실 표시.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국회 본관, 원리대로 따지자면 우리나라 국민들 중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들이 모여 공동체의 일을

논의하는 곳이다. 뭐 실제로 돌아가는 현실이야 딱히 그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에서 고루 뽑혀서

고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를 위임한 국민들을 위해 일하기보다

오히려 국민들과 때깔부터 다른 금빛인간들인양 권세나 부리기 일쑤지만.


그건 어쩌면 개화기 이래 쭉 내려온 '인텔리 의식'과도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서양의 것에 대한

접근성과 익숙한 정도에 따라 '개화'된 여부가 결정되던 그 때. 여전히 국회 화장실, 여자 화장실에

저런 서양식 나들이용 모자를 쓴 캐릭터가 굵은 진주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건 그런 식의 의식이

발현된 건지도 모른다. '고상하고', '세련된' 여성의 캐릭터가 국회에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첫째 문제, 두번째로 그런 캐릭터가 저런 서구식의 캐릭터여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둘째 문제.


남자 화장실의 표지 역시 마찬가지다. 나비 넥타이에 중절모를 한, 코큰 아저씨. 역시 무슨 옷을

걸쳤는지 알 수 없는 파란색 단촐한 남자 캐릭이 아니라 뭔가 고상하고 교양있는 모습을

보이고 차별화하고 싶어했다는 게 첫째 문제, 그리고 그게 하필 서양의 '신사' 이미지와 같다는

사실이 두번째 문제.


국회는 신사들의 공간인가. 민노당의 강기갑 의원을 위시한 다른 이들이 국회에 들어갔을 때

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국회에 출입하고, 양복 정장이 아니라 노동자의 작업복 차림이나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갔을 때 떠들썩한 기사거리가 되었던 걸 생각하면, 국회는 신사들의

공간이었고, 여전히 그런 거 같다. 화장실조차 '신사숙녀'의 공간이니까.

국회 본관에 간 건 거기서 열렸던 공청회에 참석할 일이 있었기 때문. 들어가면서 용건을

이야기하고 주민증을 맡기면 이렇게 방문증을 교부한다. 정부종합청사나 비슷.

내가 받았던 출입증은 회의참석용 방문증이었는지라 공청회 등 회의 참석만 가능한 증이었다.

별다른 장치는 더 없었고 그냥 심플한 굴림체 안내사항들과 간단한 국회 이미지가 있던

출입증이었다.

본관 로비에서는 국회 건물 높이만큼 되어보이는 높은 천장을 볼 수 있었다. 둥글게 감겨진

2층, 3층의 복도 울타리를 프레임 삼아 시선이 한층한층 위로 향했다. 그리고 국회 본관의

그 높은 돔인 듯한 곳의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뭔가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조명이

은은히 밝히고 있는 그 곳은 누군가 반으로 쪼개져 마징가제트가 나올 곳이라 했던가.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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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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