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이라 쓰고 어여들 와서 많이 봐라, 라고 읽는다.

뭔가 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느니, 미성년자 휴게실을 별도로 설치 운영중이라느니 요란은 떨었지만 대체

한국에서 어떤 정도의 수위까지 가능할까 싶었다. 마침 데세랄을 지르고 처음 나간 출사, 그것도 야간 출사인

셈이어서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 여러 차례 찍어가며 성능을 시험했다. 그다지 즐겼던 건 아니다.ㅋ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몇몇 장난스런 벽화가 나타나고는, 이런 수돗가가 나타났다. 불끈 힘을 쓰는 근육질의

남정네, 귀엽게 톡 배가 튀어나온 땅딸한 아저씨, 비쩍 골았지만 길이(응?)는 못지 않은 할아버지까지.

땅에는 관람 동선을 알리는 '버섯'이 큼지막하게 그려져있고, 하늘에는 남녀가 네발로 기고 있었다.

아저씨의 불룩한 바지, 그리고 불독의 뭉툭하고 불룩한 콧날. 방향이며 각도가 절묘하다. 제목은 사진상으로

잘 보이진 않지만 이름하야 "즐거운 산책".

농염한 여체였다. 색계에서 탕웨이가 보여주었던 동양적 육체미랄까, 늘씬하고 쭉쭉 시원하게 뻗어나간 느낌은

없지만 굉장히 탐스럽고 욕정적인.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엉덩이하며.

저 오늘 한가해요, I'm not busy. 라는 제목이었다. 아 그러신가요, 저는 앞으로 계속 한가해요, 라며

당장이라도 덤벼들 태세를 0.5초간 갖췄다가 움찔, 해제했다.

쟤들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하며 즐기는 걸까, 아니면 땅에 거꾸로 처박혀서조차 탐닉하는 걸까.

발등을 묘하게 꺽어세운 거대한 다리 네개가 분수대 한가운데서 엉켰고, 내 머릿속에선 구지가와

처용가가 묘하게 얽혔다. 다리 둘은 내것이건만 나머지 둘은 누구것일꼬, 머리를 당장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아, 작가의 센스작렬. 호미걸이랜다.
 
그나저나 이들의 불끈 달아오른 욕구와 애정을 표현하기에는 하반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행여 하반신만 잘라내 보여주는 건 이것이 '애정'이 아닌 '욕정', '육욕'에 가깝다는 함축은 아닐지.

인도의 경전 카마수트라. 만트라의 기원이 되었다던가, 얼추 알고 있기론 중국의 소녀경과 함께 성적 에너지의

활용을 통한 인간 정신의 고양, 궁극의 해탈을 꿈꾸었다던, 그렇지만 낮은 차원에서는 방중술의 묘법을

가르쳤다던 책이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제주도인 거다. 저기에 서로 얼굴 집어넣고 행복한 결혼생활, 행복한 애정생활하며

백년해로하라는 뜻이겠거니, '건전'하게 발전적으로 생각키로 했다.

거시기, 그 뭣이냐, 할때의 거시기가 이 거시기인지는. 당근과 버섯, 로켓과 뱀대가리, 심지어는 부리까지

동원되었던 '이상한 나라의 응응응들'. 그러고 보면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거시기'의 묘사는 채털리부인의

사랑, 거기에 나오는 산지기의 아내가 가진 응응응을 묘사하던 장면이다. 새의 부리같았다던가.

오호......'비밀의 화원', '다복솔', '깊은 산속 옹달샘', '마르지 않는 샘', '지옥의 불구덩이'.

세상의 모든 은유는 어쩌면 하나로 통한다.

밑에는 연결된 크랭크가 있어서,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위의 모빌이 움직인다. 덜커덕덜커덕, 덩기덕쿵더러러러

쿵기덕 쿵덕. 몇개의 모빌 연작이었는데 앞에는 저마다 다른 제목이, 혹은 설명서가 붙어있었다. '부드럽게

돌리시오', '유연하게 돌리시오'..뭐 그런 따위의 지침.

굉장히 맘에 들었던 구도였다. 제목은 천하장사. 무슨 쏘세지도 아니고..했다가, 아. 했다.

말뚝박기를 영어로 번역하자면 Horse Riding이랜다. 썩 와닿는 의역이다. 여성의 간절하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은 에로틱하고, 욱씬, 고개를 쳐든 그것은 굉장히 도도하고 원시적이다.

고개를 쳐든 이유? 고기가 물을 따르듯. 응응응은 응응응을 찾기 마련. 나비모양 문신의 탁월한 포지셔닝. 

왠지 구릿빛 재료가 그대로 그네들의 피부질감으로 살아난다. 바다의 왕 포세이돈이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던 처자를 납치했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에 어울릴법하다 싶은 건, 이들을 떠받치는 욕정이란 이름의

해일 때문인 걸까. 그런 와중 일본의 촉수괴물이 나타나는 성인망가를 연상케 하는 해일의 미묘한 물결.

여성상위 시대. 유방의 옛 고사를 따르자면 저 다리 밑을 기어야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거라능. 

거꾸로 여자를 메다꽂고는, 발사~* 갑니다 슝슝슝. 뱅글뱅글 돌아가는 유도미사일처럼 하염없이 지루한

동심원을 그리며 목표물을 향해 뻗어나가는 '가늘고 긴' 응응응.

공원은 꽤나 넓었다. 그리고 몇 개의 실내 전시관을 갖고 있었는데, 거의 성인용품점을 방불케 하는 수준의

화려한 데코와 구비용품들이 흥미로웠던 전시관이 하나-여기는 파리 몽마르뜨에서 구경했던 성인용품점보다

볼 게 많았다. [파리여행] 물랑루즈 거리의 홍등가.-있었고, 이곳은 나무를 깍아 만든 목공 조각들을 전시하는

곳이었다. 작품들은 뭐, 이미 수많은 남근석이니 남근목이니 그런 문화에 익숙하니만치 별다른 건 없었지만

가끔 재미난 것들도 있었다. 이 사진처럼 제목이 정말 운율감있게 딱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이 작품처럼 뭔가 정말 진하게 와닿는 필을 던져주는 것도 있었다. 시작, 을 말할 때의 설레임과 일말의 망설임,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 혹은 격정적인 기대감 따위. 주위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사서 선물하고 싶어지는 작품이랄까.(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하는 말이다.)

커다란 원을 그리며 조각공원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 길, 이번에는 '세차게 돌려주세요'라는 제목, 혹은 요청이

붙어있는 모빌 옆을 지나치게 되었다. 아, 하고 뭔가 깨닫고 말았다.

벤치조차 범상치 않은 그곳, 낮에 갔으면 꽤나 뻘쭘하거나 재미없었을 것 같다. 적당히 어둠이 배경을 지워주고

다른 사람의 이목을 가리워주는 시간에, 조금은 더 '몰래 보는 재미'가 커지는 밤에 가는 게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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