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학살를 용서하지 않다!" 서툴고 얼핏 웃기는 말, 그렇지만 흔들림없이 다부지게 내려간 ㄹ의 획이라거나

90도로 딱딱 꺽여있는 단정한 서체를 보자니 그 문구를 쓰는데 기울였을 열의와 집중도를 알겠다. 외국인들이

아마 '연대'하러 와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그 뜻은 분명히, "용산학살을 (일으킨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의미였을 거다.

"대학생이 함께 하겠읍니다!" '읍'의 센스도 센스지만, 반드시 이길 거라는 격려가 와닿았다.

아예 시커멓게 문대버린 벽면에 남아 있는 건, 꽃잎, 그리고 꽃잎 사이로 부유하는 다섯 분의 영정사진들.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다. 위에서부터 단정하게 써내려갔는데 기둥이 모자라 말을 다 못한 느낌.

여지없이 아스팔트 바닥도 선전 공간이 된다. "이윤보다 사람이다."

이윤 대신 사람을 챙기란 말이 아니다. 이윤을 챙겨도 사람부터 챙겨놓고 챙기란 말이다. 이것도 못하겠다면..

여기 사람이 있다. 잊지 않는다. 여기 사람이 있었다. 잊지 않는다.

3천쪽을 공개하라..는 구체적인 요구조차 묵살당하고 있다.

경찰은 인제 큰일났다. 담벼락에는 살벌한 가위 표시, 공중화장실에는 "견찰사용금지" 표시. 어쩔 테냐.

'내 인생이랑 상관없는 대한민국 7%의 부유층을 위한 건물.' 그걸 위해 부서지는 93%의 생존 공간.

어쩌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란 믿음 내지 신앙이 우리로 하여금 7%의 가능성에 눈멀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개천에서 용나기란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감에도.

우비를 붙여 놓고, "국민들이 완전히 뒤돌아 설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이걸 설치한 사람의 센스도 센스지만,

완전히 뒤돌아 서게 되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갈수록 섬뜩한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오세훈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광화문광장, 오늘도 10명이 기자회견 중 끌려나갔다고 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광장'이란

아무런 소음이나 불만세력의 '준동'없이 모두가 하하호호하며 개별적으로 즐기는 공간만을 이른다. 나머지는 얼룩.

빠염~* 플리즈 빠염~^^

그래도 웃자. 왠지 이 삼엄하고 살벌한 땅 위에 저런 스마일 표시가 강림하다니, 이걸 적은 사람은 초인인 게다.

그래도 웃자. 맞는 말인데, 이 상황에서 웃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왠지 먹먹하다.

차라리 이게 인간적이다. 전경은 걷지마, 라고 땡깡을 부리듯. 떽!! 이라는 고함소리까지.

지우려고 애쓰는 사람과 지우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 누군가 촌평했듯 독일 베를린 장벽에 그려졌던 온갖 그림과

메시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무언가에 대한 항의, 희구, 그리고 열정.

건물 중 아직 철거되지 않은 한 동의 건물에는 민노당 용산4구역세입자분회가 설치되어 있었다. 적잖은 갈등이

이미 있었는지 온통 빨간글씨로 도배되어 있다.

인권의 사막 용산. MB정권의 흉터 용산. 양심의 집결지 용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용산.

작가선언의 이런 언명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함이다. 양심의 집결지가 되어야 하며,

더이상 밀려날 수 없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그곳이 용산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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