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 거다.

국방부의 웃기지도 않은 '불온도서' 선정과 그에 대한 몇몇 법무관들의 헌법소원.

그 중 두 명은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당했고, 그 징계를 고스란히 받아낼라치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법조인으로 배겨낼 수 있는 가능성 따위 전혀 없다는 상황이다.


알고 봤더니, 일년 후배, 친한 녀석이다.

뭐...애초 '불온도서' 선정이라는 게 얼마나 웃긴지, 에 대해서는 이미 온갖 온라인 서점들이나 오프라인

서점들이 '불온도서' 특별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 '불온도서'에 대해 법무관들이 문제제기를 한 상황에서, 이 자체를 명령계통위반이라거나

품위 훼손 등등의 말도 안되는 사유로 중징계를 내리는 상황이 얼마나 코미디인지도 더 말할 것도 없다.


오늘 저녁때 만나서 술을 마시다 보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 다닐 때 운동을 하던 녀석도 아니고, 신자유주의네 뭐니에 대해 문제의식도 투철하던 녀석도 아니고,

그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말이 안 된다 싶은 부분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것 뿐인데. 피해가 막심하다.


지극히 상식적인 부분에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응했을 뿐인데, 그 대가가 너무도 크다.

순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상식적 반응에 대해 상식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안이했다. 용산 참사, 전교조 교사들, 언론 노조의 전례가 있는데 미처 살피지 않았다.


순진했고 안이했어서, 그 녀석은 법무관에서 파면, 공직 생활이 5년간 금지되고 변호사 개업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버렸다. 뭐, 특별한 녀석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 살듯이 살고, 남들 생각하듯이

살았던 친구였을 뿐이다. 다만, 헌법소원을 냈을 뿐. 국민으로서의 권리로서. 자신이 잘 아는 분야니까.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란 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다.

국민이 아닌 군인의 신분으론 헌법소원도 맘대로 낼 수 없는 사회, 게다가 말도 안되는 '불온도서' 선정에

그에 대한 비판 따위 초장부터 봉쇄해 버리는 사회.


다들 불만은 많지만 자신의 일은 아닐 거라 하는 듯 하다.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니 아무리 지랄같고

이해불능의 짓거리를 해대도 참겠다 한다. 근데,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그렇게 숨통을 조여오는 손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헌법소원. 그걸 했다고 파면을 당하랜다. 더구나 웃기는 건, 헌법소원의 내용이

그렇게 우스꽝스런 '불온도서'에 대한 거였을 뿐이었다.


입 닫고, 귀 닫고, 눈 닫고. 그렇게 9년쯤 살으란 건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