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사람이 쉼없이 망치질하는 모습의 모빌 조각상이 서있는 흥국생명 지하에는 다소 특별한 영화관이 있었다.

몇 가지 특징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을 꼽으라면,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 전까지 영화관 내 조명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다른 영화관들이 일찍 조명이 켜지고 우르르 빠져나가는 관객들 때문에 영화의 여운을 차분히

곱씹을 그 짧막한 시간이 무참히 짓밟혔던 것에 비하면 정말이지 꽤나 매력적인 장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곳보다 넓은 좌석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 쾌적했던 데다가 팝콘이나 음료의 극장내 반입을

일체 금지하여 영화 보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었다. 역시 다른 영화관들이 무릎도 맘편히 운신하기 힘들만큼

빼곡하게 좌석을 채워넣고 자신들의 매점에서 구매한 것만 들여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영화관 내부가 팝콘 냄새로

꽉차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거리상 자주 가진 못했지만 내킬 때마다 기꺼이 찾아갈 맘이 있었던, 그렇게 기억에 남는 영화관이 하나 또 사라진댄다.

씨네큐브 말이다. 알고 보니 2010년이 개관 10주년되는 해였다는데, 좀더 일찍 알아서 좀더 많이 가보지 않은 게 문득

아쉬울 따름이다. 이건 근데 너무 급작스럽다는 느낌도 있다.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니, 최소한

한달은 남겨두고 공지를 해줬으면 여유있게 몇차례라도 더 찾아가지 않았을까.


여전히 미로스페이스니, 스폰지하우스니 하는 다른 예술영화관이 존재하니까 너무 섭섭해 할 일은 아닌지 모르지만,

시네큐브에서 봤던 영화는 왠지 영화와 함께 영화관도 기억에 남았어서 더욱 아쉬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심영섭

평론가와의 토크도 씨네큐브에서 이루어졌댔다.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보곤 깜짝 놀랐다가 살짝 우울해져버렸다.

굳바이 씨네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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