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날 때 만들어본 내새끼 자랑♡



서해 인천에서 대부도, 선재도, 그리고 영흥도까지 다리로 전부 이어져 사실상 육지와 같은 셈. 다리가 이어지는데


전깃줄이라고 못 이어질리 없다. 온통 사방으로 치렁치렁한 송전탑들.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다리.



그리고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의 해안데크. 잠깐 산책할 정도, 일이십분 정도의 거리가 편도로 만들어진 길이라서


올라섰을 때 챙겨들었던 맥주캔이 홀딱 비워지고는 빈 깡통만 들고 돌아왔다.




멀찍이 신기루처럼 보이는 풍경은 아무래도 인천인 듯. 


살짝 성수기를 빗겨난 해수욕장엔 둘둘이 짝지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왠지 멀찍이 보이는 송도의


높은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하니 미래소년 코난이라거나 로스트라거나 난파구조물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서기 2046년, 지구는 멸망했다.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고 용케 남은 자들은 잔해를 껴안고 바다를 전전하다가


어느 무인도에 닿게 되었다, 랄까 그런 컨셉의 영화를 찍기에도 좋겠다.


그리고 통일사. 이름에서 느껴지는 쌈마이풍은 제외하고라도 아무래도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해가 지는 풍경이


이쁘겠다 싶어서 타이밍 맞춰 올라가본 절이었다. 꽤나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린 길 끝에는 예상보다 훨씬


작고 최근에 새로 지어진 느낌이 가득한 절이 있었다. 


절 자체보다도, 그리고 온통 나무에 가려지고 인접한 섬들에 가려져 생각보다 실망스럽던 풍경보다도, 통일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여기서 노닐던 강아지 두마리. 똥개임이 분명한 녀석들의 살가운 손님맞이라니.



삼각대가 없고 HDR이 과하게 들었간 때의 대표적인 망사진 한장만 남은 통일사.




 

더블린 시내는, 사실 한국을 떠나 어느 나라를 가던 늘 실감하는 거지만, 굉장히 밤이 금방 찾아오는 듯 하다.


가게들은 일찍 불을 끄고 문을 닫는가 하면, 퇴근시간 잠시 혼잡했던 거리는 이내 차들조차 드문 적막강산이 된다.

 

 

그래도 더블린의 밤을 늦은 시간까지 지키고 있는 건 템플 바 등등의 유명한 펍들이 늘어선 템플바 스트리트.


마침 세인트 패트릭데이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어서 더욱 들뜬 분위기의 거리.

 

 

 

아마도 세인트 패트릭데이 즈음해서나 거리에 나와있지 않을까 싶은 인형탈쓴 사람도 보이고.

 

곳곳에서 보이는 거리의 음악가들. 음악영화 '원스'에 나왔던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저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템플 바'를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즐비한 게 분위기 좋고 독특해보이는 바들.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콘서트에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

 


그 뜨겁던 거리 인근에 위치한 호텔 지하의 바. 

 

그리고 더블린의 택시. 워낙 조그마한 도시라 택시나 기타 대중교통을 탈 기회도 없었지만서도.

 

더블린,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게 세이파리 클로버랑 녹색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도심 곳곳에서 이런 초록색


불빛으로 단장된 건물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쳤던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숙소 주변인 그랜드 커널 닥(Grand Canal Dock)의 야경. 



 

 

더블린에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 맥주. 그 중에서도 바로 기네스.


일본에 여행다닐 때도 그랬지만 맥주 공장에서 바로 시음하는 맥주만큼 맛있는 게 없었던 터라 기네스 공장은


꼭 가보려고 별렀던 터였다. 그렇게 찾아간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입구에 정차해있던 굉장히 유니크한 기차 같은 자동차.


 

입장 티켓과 기네스 스토어하우스의 가이드 팸플릿.


티켓팅을 하고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공장 투어. 사실 이 건물 자체는 맥주를 만들던 공장이었는데 이제는 일종의


기네스 박물관이 되어 어떻게 맥주를 만들어내는지의 전공정과 관련지식들을 전파하는 샵이 되었다.

 

 

투어의 초입,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기네스 기념품샵이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기념품도 많던 곳.


예컨대 이런 식으로, 맥주 병따개가 차양에 붙어있는 모자같은 걸 팔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 투어 시작. 도슨트가 함께 하는 단체 투어가 수시로 출발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자유롭게 돌아보기로.


(워낙 거센 영국 악센트 때문에 알아듣기 힘드니 지레 포기한 것도 없진 않지만, 꼭 그런 때문만은 아닌 걸로)

 

기네스 맥주의 광고에 흔히 등장하는 코뿔새..라고 하나, 왜 그 커다란 천연색 부리를 가진 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중. 


 

맥주의 재료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특히나 기네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오랜 세월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의 빈티지함을 잘 살려내서 마치 갤러리나 박물관에 방문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기네스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이라는 마법의 이스트. 그 귀중함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금고 속에 꽁꽁


숨겨둔 채 틈새로 살짝 훔쳐보게 만드는 연출이라니. 센스쟁이들이다.

 

 

그리고 역시 좋은 맥주의 원천은 좋은 물. 물이 얼마나 맑고 훌륭한지를 보여주는 공간인데 바닥에는 온통 동전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 기네스는 아서 기네스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는 것. 저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 공장일 때 맥주를 발효시키고 보관했을 통들 옆구리에 안내문이나 설명글들을 적어두는 센스.

 

 

 

 

성미 급한 사람은 바로 전망대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기네스 시음을 하고 돌아선다지만, 각층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돌아볼 만한 내용들도 있는 데다가 공장을 개조해 만든 그 공간의 쓰임들만 봐도 흥미로울 듯.

 

 

 

 

 

3층이던가 4층이던가 올라가던 중간에 창밖으로 잠시 내다본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의 또다른 부분. 아마도 여기는


여전히 공장으로 작동하며 어마무시한 양의 기네스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듯 하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맥주는 


전유럽을 커버하고 있다고 했던가. 

 

  

 

기네스 맥주를 보관하는데 쓰였던 오크통들.

 

 

 

그리고 과거에는 이렇게 커다란 선박에 오크통을 가득 싣고서 기네스 맥주를 해외로 수출했었다고 한다.

 

 

 

 

뭘까, 아마도 과거 어느 시기 기네스가 지금의 영광을 확보한 즈음 만들어진 조각상 아니려나 싶다. 


시꺼먼 재료를 다듬어 약동하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도 그렇고, 왠지 기네스 수송선박에 쓰였을 법한 장식.

 

 

 

 

기네스의 상징이기도 한 하프 복원품. 

 

그리고 역대 기네스 광고에 쓰였던 여러 소재들을 한곳에 모아둔 채 명성을 얻은 광고들을 재상영해주던 공간.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광고가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찾아보니 이런 거다. 추운 겨울 물고기가 맥주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용이 정확히 와닿진 않지만 어쨌든 그 선뜻하리만큼 차가운 기네스의 맛은 상상이 된다.




 

 

한곳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기고 둥둥 띄워놓을 수 있도록 모니터도 크게 준비해놓고.

 

 

그리고 드디어 기네스 맥주를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곳. 그간 세네층을 돌아보며 맥주에 대한 


이야기만 실컷 듣다가 비로소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처음 얻게 된 셈이기도 하고, 잘 따르는 법을 배운 후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제법 흥미가 동하는 곳이다. 

 

 

잘 생긴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 1) 우선 깨끗한 잔을 준비한다. 2) 45도 기울여 기네스 맥주를 받는다.


3) 90%정도만 채운 후에 맥주가 안정될 때까지 가만히 냅둔다.(대략 1분 내외) 4) 새까맣게 기네스 맥주가 안정되면


남은 10%를 마저 채운다. 5) 기네스 잔의 로고가 손님을 향하도록 잔을 전달한다. 끝!

 

신나서 맥주를 따라보는 체험자들. 한잔씩 볼 때는 몰랐는데 저렇게 시차를 두고 따른 맥주잔들을 보니 정말


안정되어 까만 색이 우러난 맥주와 아직 거품이 일고 있는 갈색의 맥주가 확연히 구별되는 거다. 

 

그리고 완벽하게 따라진 기네스 맥주 위에 얹힌 두툼하고 크리미한 맥주거품. 


무사히 전원 인증서를 획득하고 신나서 찍은 단체샷. 꽤나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밖에서 저렇게 사진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본인의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파이널 스테이지. '더블린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기네스 맥주를 무제한 마실 수 있다'는 바로 그 전망대.


상상했던 것보다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아늑하다거나 여유로운 분위기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었지만


기네스는 무지무지 맛있었고,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도 거칠 것 없이 워낙 탁 트여있어 보기 좋았다.

 

 

일본의 맥주 공장들은 시음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마치 무슨 컨테스트에 나간 것처럼 일정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마시겠다고 무리해야 했는데, 여기는 전혀 시간제한이 없이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어 더욱 행복한 체험이었다.


그렇지만 기네스 맥주가 워낙 배가 쉬이 부르는 류의 맥주라서 고작(!) 4잔밖에 못 마신 게 아쉬웠을 따름.

 

통유리를 통해 360도 전경을 내려다보는 게 가능한,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고작해야 한 군데에서 창문가를


지키고 있는 게 최선이었던 공간에서 그래도 내려다보는 풍경이 심심치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콰하게 취해서 내려온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들어갈 때는 못 봤던 마차들이 마치 저녁시간에 강남역


택시 줄 서 있듯이 입구에 주르륵 늘어서 있었던.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여전히 쉽지 않은, O'Donohue's Pub. 더블린 시내에 위치한 바 중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는 바라고 하던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맥주가 무지 맛나고-기네스는 더블린 어디에서나 맛있었지만-


닭튀김도 맛있어서 굉장히 많이 먹었었으니 뭐. 


 

 

 

더블린의 여느 펍에서나 볼 수 있는 카운터. 서버에게 마시고 싶은 맥주를 주문하면 바로 따라내어준다.


기네스의 경우에는 저렇게 조금 남기고 따라놓고는 시커멓게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니 섣불리


참지못하고 잔을 움켜쥐는 일은 벌이지 말 것. 첫날 내가 갈증을 참지못하고 저질렀던 실수기도 하다.ㅋ

 

더블린의 유명하고 오래된 펍들을 소개해놓은 포스터. 그리고 가스등의 운치가 느껴지는 실내 장식등.

  


펍의 실내 공간 이외에도 야외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나와서 시뻘건 불빛아래 시끌벅적한 중이다. 


  

 처음에는 그저 멋지다고 감탄하며 두리번거리던 기네스의 꺼먼 디자인이 담긴 펍의 공간들, 몇군데를 거치고 나니


더블린의 모든 펍은 기네스로 온통 장식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야외에서 맥주와 피시앤칩스를 씹으며 떠드는 더블리너들의 밤은 이제부터인 듯 했다.


한국인들만큼이나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느낌, 왠지 모를 친근감.

 

 펍 안의 화장실, 벌건 불빛이 후끈한 분위기와는 영 딴판의 단정한 화장실이다. 역시 Gents. & Ladies.



여긴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또다른 펍. 모든 펍이 기네스를 전면에 내세워서 술을 팔고 있다는 느낌.



 

 

 

홍콩섬 남쪽에 닻을 내린 배에서 맥주와 버니니를 마시던 우리는, 적당한 취기에 따끈한 햇살이 뒤를 밀어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요트의 본넷 위로 기어올라가 바다를 향해 뛰어내리고 말았다. 어찌나 멋지던지.

 

아침 댓바람부터 코즈웨이베이 앞에 집결하기로 했다. 프라이빗 요트들은 여기에 정박할 수 있다고 했던가.

 

 

사람들이 하나둘씩 요트 안에 탑승하기 시작하고, 선장님은 작대기로 항구를 밀어내며 배를 바다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스타페리가 진부하게 왕복할 뿐이던 바다에 횡으로 큰 궤적을 그리며 홍콩섬을 따라 요트가 달리기 시작.

 

도시를 벗어나 좀 초록초록한 공간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지만, 여기도 고층빌딩이 불쑥불쑥 자라난 건

 

서울이나 비슷하구나 싶다. 뜬금없이 섬 한가운데서 버섯처럼 자라나서는 몇 채가 서로 얼굴을 맞댔다.

 

 

 

 

한참을 달리고 살짝 홍콩섬의 해안선을 따라 구부러졌다 싶었다. 제법 들고 나는 해안선이 재미있는 리듬감을 준다.

 

그리고 정박. 저 너머에는 제법 사이즈가 되어 보이는 88열차 코스가 섬위에 떡하니 얹혔고, 그 앞 바다에는 요트들이.

 

 

요트를 타고 즐길 수 있는 게 단순히 달리는 것 뿐만이 아니구나 싶었다. 한군데 머물며 둥싯둥싯 파도를 느끼고.

 

잔뜩 쟁여간 맥주니 버니니니 간단한 스낵들이니 먹고 마시고. 그러다가 간단한 쿠킹 코스도 함께 하고.

 

 

여차하면 바다로 뛰어들어서 수영도 하고, 조금 무리하면 이 아저씨처럼 해안선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다들 그저 즐거운 어느 여름날의 한때. 요트를 본거지로 해서 사방에서 삼삼오오 모여서는 웃고 떠드는 그런 분위기.

 

그렇게 한량처럼 보내는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네댓시간을 유유자적하다가 어느새 코끝은 빨갛고 타고

 

바닷물에 젖었던 몸에는 소금 결정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홍콩섬 남부의 어느 항구에 배를 대고 상륙 준비.

 

 

 

이렇게도 많은 요트가 정연하게 마치 주차장에 차를 대놓은 것처럼 반듯반듯 세워져있는 모습이라니.

 

여전히 요트 위에서 널부러진 채 망중한을 즐기던 동료 하나.

 

조그마한 배로 갈아타서 항구로 상륙을 해야 한다. 요트는 여기에 반듯하게 주차할 예정.

 

 

홍콩섬 상륙 직전. 이렇게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에 이날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이라면 배위에서 살겠고만..

 

 

그리고 부두에 어느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창고. 아마 제각기 쓰임이 있겠지만 전혀 과문한 바 잡동사니처럼 보일 뿐.

 

요트 위에 있을 때는 그래도 이렇게 위압적인 느낌은 아니었는데. 조그마한 항구와 그 앞의 조그마한 부품점을

 

오만하게 눈을 치뜨고 내려보는 거인같이 고층 아파트들이 어깨를 맞댔다.

 

 

이제 여기서 각자 편한대로 다시 호텔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근처에서 좀더 놀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비슷한 행선을 가진 사람들끼리 택시를 하나씩 불러타고, 아닌 사람들은 조금 걷거나 근처의 바에서 낮술을 푸겠다며.

 

 

 

 


트레이닝을 위해 약 2주간의 출장 일정으로 찾은 구글 본사.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MTV)에 위치한 본사는 그야말로 거대기업,

 

40여개의 건물이 왠만한 대학 캠퍼스보다도 넓게 산재해 있어서 내부 셔틀이 다닐 뿐 아니라 이동시에는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한다.

 

함께 트레이닝을 받던 미국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맛난 점심메뉴를 찾아 식당으로 가는 길.


내부 셔틀도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곳곳에서 왕래하는 출퇴근 셔틀, G-Bus가 수십대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버스를 탈 때 구글 직원증을 식별기에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에 외부인은 탑승이 불가능한 듯 하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마운틴뷰의 본사까지는 대략 한시간 거리지만,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은 여기도 한국과 매한가지여서

 

심하면 근 두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버스 안에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구글러들은 출퇴근중에도 랩탑을 펼치는 듯.

 

한적한 대학 캠퍼스라 해도 믿을 것 같은 본사 내의 듬성듬성한 건물들, 그리고 충분한 녹지. 여유롭게 나와서 단체 운동을

 

즐기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아직은 따뜻한 가을볕을 쬐며 맛사지사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통유리로 되어 시원한 휴식공간의 한켠에는 방금까지 사람들이 실제로 즐기던 체스판이, 그리고 포켓 다이가 설치되어 있다.


'Google 15'라 불릴 정도로-구글에 들어오면 순식간에 15파운드가 찐다는 의미에서-간식을 풍족하게 쌓아둔 마이크로키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양한 간식들과 음료가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심지어는 한국산 김도 간식코너에 입성해 있었다.

 

알고 보니 얘들은 김을 간식으로 한장씩 수시때때로 먹기도 하던데, 마치 하정우의 먹방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구글 본사..라고는 해도, 고층 건물 하나가 덜렁 올라가 있는 게 아니라 고작해야 3층짜리 나즈막한 건물들이 듬성듬성 놓인 거라,

 

게다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씩 거리를 두고 뭉쳐 있는 셈이라 이동이 쉽진 않다. 그치만 이렇게 이쁜 길이라면야.

마침 트레이닝 중에 2013년 셔틀버스 탑승인원이 2백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숙소로 퇴근하려고 셔틀을 기다리는데

 

정류장 앞에 맥주 박스를 수십짝 갖다놓고는 마음껏 마시라며 나눠주고 있어서, 일단 사진부터 한장 찍고 두병을 원샷.


구글의 인테리어가 얼마나 화려한지야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지만, 이런 분위기의 마이크로키친이라니. 역시 본사의 위엄..일라나.

 


휴식 공간이자, 자연스런 회의 공간을 겸하기도 하며 사무실 책상머리에 질린 이들을 위해서는 업무 공간으로 기능하는 산뜻한 공간.



그리고 심지어 '명상실'까지. 방석과 향과 디퓨저까지 갖다놓고는 아마 시간대를 맞추어 단체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듯 하다.


건물마다, 건물 내 층마다, 그리고 미팅룸마다 다른 컨셉의 다른 인테리어. 이런 걸 고민하는 사람이 제일 재미있겠다 싶다.

 

아니, 실은 구글 두들(Doodle)을 만드는 사람이 제일 재미있을 거 같다.


이번에 처음 해본 이 축구 게임. 사실 한국 오피스에도 있기는 한데 한번도 안 해봤었다. 은근 스릴 있다는.

 


아무리 오피스 내부가 뻑적지근하대도, 건물 밖에 성큼 다가온 가을의 화려함에 비길 바는 아니다.

 

여태 들렀던 롯지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치장되어있던 곳이어서 눈여겨 보았더니, 자매만 셋인 집이었나보다. 나름 한껏 치장하고

 

포즈를 잡은 사진들을 벽면에 잔뜩 붙여두었는데, 히말라야의 녹색 풍경 속에서 문득 현란한 색감을 마주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이제는 마차푸챠레 봉우리도 등지고 안나푸르나도 등지고, 정말 산에서 내려간다는 실감이 팡팡 나는 내리막길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일곱시 반부터 출발해서 조금 걷지 않아 무릎이 절룩거리길래, 중간에 어느 마을에서 잠시 쉬려던 참.

 

꼬맹이들 둘이서 끈을 잡고 앞뒤로 살살 흔들어대는 뭔가가 흥미를 잔뜩 돋궜다. 뭘까.

 

따뜻한 담요로 꽁꽁 싸매어진 그것은 바로 갓난아이가 담긴 포대기. 눈까지 푹 내리씌운 자줏빛 모자가 귀엽다.

 

저런 식의 한글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는 건, 요새 히말라야 트레킹을 오는 한국인이 많다는 반증이겠다.

 

이제 햇살도 다시 완연히 뜨거워졌고, 왠지 초록빛들도 훨씬 더 싱싱해진 느낌. 멀리 새하얀 봉우리가 꿈만 같다.

 

 

 

시누와 아랫마을부터는 물소도 보이고, 당나귀도 짐을 싣고 다니고. 시누와가 그 마지노선이라고 했었다.

 

내리막이라고 마냥 내리막길만 있는 건 아니다. 꼬맹이들도 애기를 업고 이렇게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기도 하고.

 

 

그리고 트레킹 길을 관통하며 세워진 '굉장히 큰' 상점. 거의 히말라야 최대의 대형마트 수준인 거다 이정도면.

 

술도 팔고 담배도 팔고 과자와 물과 등산화와 스틱, 수건에 필름, 건전지, 약품류까지. 없는 거 빼놓고 없는 게 없는 상점.

 

 

 

그리고 촘롱에 도착해서 일단 맥주부터 한잔. 아침 6시반부터 열심히 오르내리막, 전반적으로는 내리막길을 걸었더니 몇시간

 

걷지 않아 땀이 흠뻑 나버렸다. 아무래도 아래로 내려올수록 기온이 확 올라가는 게 체감될 정도로, 가파르게 하강 중인 거다.

 

맑은 날에는 촘롱에서 안나푸르나 사우스 봉우리와 마차푸챠레 봉우리가 보인다더니, 정말 선명하게 두개 봉우리가 보인다.

 

새하얗게 반짝이는 만년설로 덮인 날카롭고 위태로와 보이는 두개의 봉우리.

 

다리가 아파 더이상 못걷겠다는 어떤 트레커는 이제부터 말을 타고 내려가기로 하고 백마를 호출했다.

 

 

잠시 쉬고는 다시 출발, 닭들을 쫓으며 노는 아이를 지나기도 하고.

 

노랗고 빨간 무늬의 수건이 높은 바람에 펄럭이는 제법 '대문'이란 것도 갖춰놓은 집을 지나기도 하고.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마차푸차레를 바싹 당겨 관찰해보기도 하고.

 

푼힐 전망대쪽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도착해서는 반대쪽 길로.

 

 

층층이 그 육중한 무게감과 부피감을 과시하는 산의 옆구리들. 그리고 그 모든 굵직한 주름들 너머로

 

짙고 두터운 하얀 구름을 피워올리며 홀로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안나푸르나.

 

 

 

 

 

플리트비체의 민박 마을에는 두 개, 라스토바차 마을과 무키네 마을이 있다. 그 중에서 2번 입구쪽으로 가까운 무키네Mukinje마을의

 

입구에서 덜렁 혼자 내렸다. 새까만 아스팔트 도로가 금세 하얗게 지워져버리는 폭설, 버스는 거북이 걸음으로 느릿느릿 떠났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다른 크로아티아 일정과는 달리 숙소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와버린 플리트비체인데 암담하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눈은 이렇게 펑펑 내리니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돌아볼 수나 있을지 아님 시외버스는 계속 다닐지.

 

 원래는 여기서 2박쯤 하고 스플릿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고 하룻밤만 지나면 길이 꽁꽁 얼어붙진 않을지.

 

 

 

그냥,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눈밭을 헤치며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 좀체 인적도 없고 민박집들도 불이 꺼져있고.

 

 

마을 안쪽 깊숙이에 있는 정류장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 차도를 따라 걸어도 눈은 무릎까지 차올라 있었다.

 

그러다 도착한 무키네 마을 유일의 레스토랑. 그리고 유일하게 문이 열린 채 사람들이 조금 모여있던 공간에 도착했다.

 

스키얄리슈테 피자 비스트로. 일단 맥주부터 한 잔 시키며 눈을 털었다.

 

 

 

테라스 너머 바깥으로는 아담한 스키 슬로프가 하나. 이 레스토랑은 사실 이 스키장에 딸려 있는 식당에 가깝다고 하는데,

 

자연설이 이만큼이나 넉넉하게 쌓인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고 놀면 진짜 재미있을 거 같다. 슬로프 위엔 사람 한 명 없고.

 

 

온통 하얗기만 해서 눈이 부실 정도인 바깥 풍경과는 달리 창가 안쪽에 있는 싱싱한 화분. 새빨강과 새초록의 싱그러움이라니.

 

 

 

마을 입구에 내려섰을 때의 막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창밖의 눈덮인 풍경들을 감상하느라 온통 마음이 기울어 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플리트비체에서의 이틀 동안 평생동안 볼 눈꽃과 셜경을 볼 수 있으리라곤 전혀 몰랐고, 이런 풍경이란 건

 

이제 플리트비체에서 본격적으로 마주할 풍경에 비기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걸 몰랐다.

 

그리고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피자 한판을 주문하고 맥주 한병을 다시 주문하고. 허겁지겁 먹다가 문득 생각나서 인증샷.

 

 

 

 

호스텔에 물었다. 류블랴나 구시가에서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을 가장 제대로 하는 데가 어디니. 그렇게 찾아갔던 곳.

 

그리고 그곳에 찾아가 다시 물었다. 니들이 가장 자신있는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은 뭐니. 그렇게 맛보게 된 음식.

 

 

Game Plate, 체리 소스를 얹은 사슴고기, 버섯 소스를 곁들인 숫사슴 스테이크, 그리고 후추를 친 야생돼지고기.(19.5유로)

 

사실 일종의 샘플러 메뉴에 가깝지만, 그래도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는 데서 만족했다. 이전에는 류블랴나 성 근처의

 

숲에서 사슴이니 야생돼지를 잡아서 이렇게 조리해 먹었다는 설명 역시 그럴 듯 했다.

 

그리고 하우스 스페셜티.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 모두 라키야라는 과실 증류주를 전통적으로 마셨다고 하는데,

 

대략 30도에서 40도를 넘나드는 독주에 향은 그다지 달콤하진 않지만 목넘김이 굉장히 좋은 술이다. 400ml, 4.9유로.

 

 

레스토랑 풍경.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를 떠나기 전에 한번 더 찾아가 음식을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를 쫄딱 맞는 바람에

 

이것저것 계획이 많이 틀어져 두번째 방문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아쉽게도.

 

그리고 다른 날 아침 일찍, 피자 전문점 같은 곳에 찾아가 샐러드를 한 접시 주문하고 맥주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푸짐한 샐러드보울이.

 

샐러드를 한참 먹고 또 먹고 배부르도록 먹고 있는데 이제 슬슬 화덕엔 불이 들어가서 달궈지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 어디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던,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대중적이라는 맥주 중 하나.

 

 

 

선릉역 사거리에서 선릉쪽으로 가는 길, 왼켠으로 보면 은근 술집과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골목이 하나 나오는데

 

그 중에서 몇 번 다녀보니 그때마다 맘에 들던 일식 이자카야집 하나. '탄'(TAN)이다.

 

 

 마침 갔던 시간대가 손님이 없던 시간대여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제법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있고, 사케 술병들이 쪼르륵 늘어서 있는 모습도 귀엽고.

 

 

 

 

 

그리고 아사히 생맥주에 더해서 썬토리 프리미엄 생맥주가 있단 것도 무척무척 맘에 든다.

 

 

 

 

 주방에 이렇게 짧은 커튼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을 만큼 개방되어 있다. 깔끔한 내부 모습.

 

 

 하나 아쉽달까,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어서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지하에 있는 가게 출입문, 입구부터 정겹게 생긴 남녀와 고양이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가 딱 됐다.

 

 그러고 보면 저 아저씨랑 이 이자카야 주인 아저씨랑 생긴 게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딱 봐도 착하고 순진하게 생기셨다.ㅎㅎ

 

 

 

맥주 말고도 위스키도 파는데, 어라, 이 위스키는 국내에서 잘 보지 못한 건데. 선토리 위스키, 선토리 프리미엄 맥주와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진 위스키인데 부드럽고 향긋하면서 그리 독하지 않아 좋아하는 위스키다. (많이 마시면 독하다..)

 

 문득 눈이 간 수저통, 대나무를 짜깁기해서 만들어진 건가, 대나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나무 재질임엔 틀림없다.

 

 

 

 

 

* 메뉴가 궁금하다면.

 

 

나쁘지 않은 가격대, 식사도 가능하고 안주도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물론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가능한 메뉴들로.

 

 

* 위치가 궁금하다면. 

 

 

이자카야 탄 (TAN)

 

전화번호 : 02-562-5841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96-4

 

 

 

 

배고픈 시간대를 대비해 홍콩에서 먹었던 자잘한 것들 모음. 유명한 주스점에서 몇 번을 사먹었던 망고주스.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선착장 창밖으로 바라보며 한 장.

 

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의 에그타르트를 검색하면 무조건 일순위로 나오는, 온갖 포스팅이 즐비한 곳.

 

그런만큼 사람들도 줄을 서서 에그타르트를 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위치가 바로 찾기 쉽지는 않았던.

 

그래도 그 노릇노릇한 색깔과 입천장을 벗겨내도록 뜨겁던 에그타르트는 정말 맛있었다. 홍콩 총독들이 반할만 하더라는.

 

팍앤샵이니 리앤펑이니 하는 홍콩의 리테일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맥주들. 더구나 홍콩은 주류에 세금이 붙지않아

 

한국에서 홍콩으로 들여온 맥주들이 한국에서 살 때보다도 쌀 정도라고 한다. 밤마다 영국, 덴마크, 러시아 등지의 처음 보는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던 홍콩의 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콩공항에서 떠나기 전 공항 내에 있던 제이드 가든에서 먹었던 샤오롱바오.

 

그리고 무를 갈아 버섯과 고기를 섞어 만들었다는 요상한 모양의 딤섬.

 

 

피지에 여행을 다녀오시고 피지 맥주를 잔뜩 사오신 어머니 덕분에, 가보지도 않은 동네의 맥주를 맛보게 되었다.

 

무려 피지 골드맥주, FIJI GOLD BEER. 이런저런 세계맥주를 마셔보긴 했지만 피지산 맥주는 처음인 거 같다.

 

 

국내에서 파는 데가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레어한 아이템이니 기억해두려면 역시 사진사진. 황금맥주라 역시 금빛이 번쩍번쩍.

 

향도 강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맛도 강한 것이 꽤나 술술 들어가는 맥주다. 병과 캔이 살짝 맛이 다른 거 같긴 한데,

 

전반적으로 그렇게 탄산이 강하진 않으면서도 시원하고 향긋한 목넘김이 좋다고 해야 할까.

 

맥주만 몇 모금 홀짝이며 캔 하나쯤 비우고 나서야 생각났다. 스페인에 다녀온 동생이 사온 하몽. 그 중에서도

 

도토리를 먹여 키운 암퇘지를 직접 손으로 포를 떠서 만들었다는 최고급 하몽이 하나 냉장고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 

 

 

맛있게 먹으려면 먹기 전 삼십분 정도 전에 미리 개봉해두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르기 위해 맥주를 다시 한 캔 더 홀짝.

 

원래 하몽은 메론을 썰어서 같이 먹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 여태 먹었던 것 중에 가장 맛있는 거 같긴 하다.

 

기름기도 적당하고, 쫀득이는 살의 식감도 훌륭하고, 게다가 그렇게 짜거나 질기지 않고 딱이다.

 

그렇게 캔을 몇 개 비우고, 병을 몇 개 비우고. 그제서야 병 윗도리에 돋을새김된 글자들이 눈에 밟힌다.

 

 

피지에 놀러가지 않는 한 언제 또 피지의 황금맥주를 먹어볼 수 있으려나. 스페인에 놀러가지 않는 한

 

언제 또 저런고가의 하몽-85그램들이 저거 하나에 삼만원 가까이 한다는-을 맛볼 수 있으려나.

 

 

그래도 한 번이라도 아쉬움없이 질펀하게 먹고 마실 수 있었으니 그쯤이면 만족할 만한지도 모르겟다.

 

 

 

 

 

 

 

뉴욕에서 돌아오는 길, 공항 라운지에서 맥주를 한 캔 마시는데 문득 병뚜껑에 시선이 갔다. 어라, 캔 뚜껑에서 왕관이 보인다.

 

아무래도 캔뚜껑에 이런 왕관 문양이 보이는 맥주는 처음인 거 같아서 새삼 맥주캔을 들고 요모조모 살펴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발견한, 빨갛고 파란 성조기 색깔을 따서 만든 화려한 캔 디자인 외에 카피 한 줄이 눈에 띄었다.

 

KING OF BEERS, 맥주의 왕이라. 그런 의미로 맥주 캔뚜껑에 왕관을 얹어넣은 거엿다. 버드와이저.

 

 

국내에 수입맥주가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시절, 유일무이하다시피했던 수입맥주는 버드와이저였지만 사실

 

그 때는 공장이 국내에 있다던가, 뭐 여하한 이유로던가 맛이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호의적이진 않았던 거 같다.

 

그리고 얼핏 외국, 혹은 미국 본토에서 제대로 사먹는 버드와이저의 맛은 그것과 다르단 말은 들었었는데

 

어쩌면 진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은 났던 거 같은 맥주.

 

 

 

 

 

'여위는 효과의 우롱차', 후쿠오카나 유후인은 아무래도 한국인 여행객들이 워낙 많아서 이런 한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편의점이나 어디나, 만화적인 이미지들이 많은 나라인지라 이런 유머러스한 그림도 곳곳에 숨어있다. 저 침흘리는 모습은 참.

 

 

그리고 이번에 마셔본 것 중 가장 신기했던 건, 무려 스파클링 소이 워터. 한국어론 뭐랄까, 탄산 콩물?

 

 

그렇지만 역시 포장도 참 이쁘고 깔끔해서 더욱 호기심을 부채질, 맛은 생각보다 괜찮은 탄산 콩물맛이었다.

 

편의점에 흔한 과자랄까, 스낵이랄까. 이걸 먹을 때는 저 꼬맹이처럼 눈을 가리고 먹어야 하나보다.

 

볶음면이 레토르트 음식으로 편의점에서 이렇게 팔리기도 했다. 양념도 다 되고 야채도 조금 들어간 상태 그대로.

 

오후의 홍차 시리즈 증에서도, 이건 아마 한국에선 보지 못했던 거 같은데.

 

미니쉘 같은 초코렛들이 이렇게 낱갤로 팔리기도 한다. 리라쿠마가 누워있는 포장지가 귀엽다.

 

 

210ml, 딱 한잔감인 월계관의 사케병.

 

편의점 옆에도 굳이 이렇게 음료가 잔뜩 디스플레이된 자판기가 줄줄줄.

 

 

편의점, 슈퍼에 들러서 한바퀴 돌며 이 동네 이 나라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살피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

 

특히나 일본의 진하디 진한 마차가 맘에 들어서 꼭꼭 찾아보곤 했던 일본차 코너.

 

그리고 편의점에서 사왔던 라면들, 다다미가 깔린 유후인 료칸의 방에 앉아 시식 시작.

 

 

짜파게티나 볶음면처럼 끓는 물로 면을 익히고 나서 물을 빼 버려야 하는 조리상, 이렇게 속포장지에는 구멍이

 

뽕뽕 뚫리게 되는 부분이 배려되어 있다. 이런 게 정말 일본의 세심함을 보여주는 사례.

 

 

그리고 이 녀석은, 모밀면으로 된 라면..이라고 해야 하나. 온천물 속에서 하드보일드하게 익고 있던 계란 하나를

 

풀어 넣었더니 더 맛있게 먹었던 거 같다. 아니면 그냥 밤늦은 시간에 컵라면과 맥주란 게 으레 그런지도 모른다.

 

 

 

 

료칸과 각종 아기자기한 샵들이 즐비한 유후인의 거리엔 저녁이 일찍 찾아온다. 저녁 5시만 되어도 하나둘 가게 문을 닫고는

 

저녁 6시가 될 즈음이면 대개의 상점들이 불을 끄고 문을 내려서 여행자들이 북적이던 한낮의 풍경 같은 건 삽시간에 사라진다.

 

대개 그즈음이면 각자의 료칸에서 석식을 하고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고 있을 때인지라 그렇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네 한바퀴 돌아보며 밤마실을 다니는 건 여행의 묘미 중 하나. 픽업차량을 타고 돌고 돌아 도착한 료칸에서부터

 

다시 유후인역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드문드문 불이 켜진 음식점들, 료칸들. 사람 손이 구석구석 닿아 이쁘게 꾸며진 깔끔한 건물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한자로 '이용'이라 크게 적힌 이발소의 빨갛고 파란 간판도 잠시 지난한 회전에서 풀려나 한숨 돌리는 시간.

 

 

유후인 거리의 건물들은 대부분 2층, 끽해봐야 3층이었는데 이 호텔 정도면 굉장히 덩치가 큰 편에 속한다.

 

건물 앞이고 창문틀이고 온통 색색깔의 꽃들이 지천이다. 게다가 9시가 넘어간 밤에도 쓰레기 하나 없고 취객 하나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청결한 밤거리.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아도 무섭진 않고 살짝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조금 어둡다 싶으면 이내 코 앞에서 고개를 박고서 빛을 내려뜨리는 가로등들이 꾸벅꾸벅.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고 하하호호 하며 뱅글뱅글 돌고 있는 듯한 모션을 취하고 잇는 야쿠르트 집.

 

 

마음에 뭔가 짠하게 남던 풍경.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겨우 하얀색 빛깔을 지키고 있는 저 허름한 양철 건물의 셔츠들.

 

 

그리고 깜짝 놀랐던 자판기. 맥주 자판기야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지만 이렇게 맥주병을 파는 자판기라니.

 

슬슬 걷다보니 벌써 낯익은 유후인역 앞 유후인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역 앞이라고 해서 가게들이 좀더 문을 열었거나 밤늦도록 불야성인 풍경 같은 걸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내친 김에 역 안까지 들어가서 구경하기로 했는데, 마침 새빨간 색의 기차가 서있는 게 보였다.

 

 

잠시 멈춘 게 아니라 아예 불을 꺼놓고 유후인 역에 웅크린 채 쉬고 있는 기차. 기차역조차 참 고즈넉하구나 싶다.

 

다시 돌아나오는 길, 택시 한대가 겨우 역사 앞을 지키고 있었고, 그 앞에 바리케이트엔 기차 모양이 꾸며져 있었고.

 

어느 골목에 슬쩍 고개를 들이박아 보니 멀찍이 대낮처럼 환한 풍경이 조금 보이는 거다. 저긴 뭘까, 싶었는데

 

왠지 온통 교교하게 침묵하며 어둠이 나려든 유후인 골목통의 분위기가 더 맘에 들어서 그냥 스킵.

 

그리고 살짝 후각을 자극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공중 화장실.

 

 

손톱달이 떠 있는 밤 하늘 아래에 그림처럼 이쁜 샛노란 집이 반짝반짝 빛망울을 두른 채 편의점 앞을 지키고 섰다.

 

 

아직 그래도 몇몇 술집은 불을 켜놓은 채 한적하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버스 정류장 표지판을 빙 둘러싼 원형의 벤치엔 어둠만 내려앉았다.

 

 

크게 한바퀴 유후인 역까지 돌아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 정도면 여자들끼리 여행와서 밤마실 나와도

 

딱히 위험하거나 무섭진 않겠다. 게다가 워낙 조그마한 동네라서 걸어서 돌아보는 재미도 있으니.

 

숙소인 '유후인몰'에 도착하고 나니 하얗고 노란 불빛들이 환하게 밝혀진 게 안도감이 든다.

 

 

 

시청 근처를 걷다가 문득 발견한 술집,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술집에 내걸린 황금색 플래카드가

눈에 번쩍 뜨였던 거다. 다름 아닌 '선토리 프리미엄'. 그것도 생맥주와 병맥주를 모두 판다는

소식에 완전 흥분해버리고 말아서, 가던 길도 제끼고 당장 들어가 앉아 각 일병씩 주문부터.

선토리 프리미엄, 일본에서 발견한 최고의 맥주.

선토리 프리미엄 캔맥주는 일본 여행갔을 때 발견해버린 최고의 맥주였는데, 병맥주나 생맥주도

그럴까 싶었다. 아무래도 생맥주는 좀더 가볍고 탄산이 진해 시원한 느낌이 강하고, 병맥주는

반년전쯤의 기억에 따르자면 캔맥주랑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느낌? 그렇지만 역시 선토리는

선토리. 약간씩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역시 최고다.

그 전에도 정말 희소한 몇몇 주점에서 사적인 라인을 통해 수입해온 듯한 선토리 맥주를

팔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공식적인 라인이 아니었기에 딱히 저런 배너같은 홍보물도

없었고, 이렇게 정식 수입절차를 밟은 명찰도 안 붙었던 거 같다. 물론 가격도 좀더 비쌌고.

여기서 파는 선토리 생맥주와 병맥주는 각각 만삼천원. 비싸긴 하지만, 기네스같은 프리미엄급

맥주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으니만치 만족이다. 값싼 거 두 잔 마시기보다 선토리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날도, 사람도 있는 거니깐.

주점 아저씨한테 물어보니까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했으며, 다만 시중의 마트 같은 곳에서도

팔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다른 맥주 업체들의 반발이 있다나, 해서 당분간은 이렇게

주점에서만 팔릴 거 같다는 말씀인데, 어디까지나 그 분 말씀이니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으니

좀더 추이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그런데 여기 발견하고 나서 보니 여기저기 배너가 내걸리고

하는 걸로 보아 일반 주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두근두근.

언젠가 마트에서 선토리를 살 수 있는 그날이 오면, 냉장고 한가득 선토리 캔맥주만 쟁여놓고

마시는 그날을 꿈꾸며.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공유! 맥주와 거품의 비율은 7:3의 황금비를

지켜서 따르기 위한 테크닉이 담겨 있으니 꼭 선토리뿐이 아니어도 다른 맥주를 마실 때

충분히 응용이 가능한 팁 되시겠다.






겨울을 보내고, 벚꽃이 날리는 봄이 되어 문득 생각나는 일식 주점 하나.

일본에서 갔던 그런 주점들의 분위기도 제대로 나던 곳, 게다가 일본인 주방장의 솜씨가 좋아서

안주도 술도 모두 맛있던 곳. 특히나 복어 지느러미의 향이 담긴 히레사케를 두손모아 마시면.

갈 때마다 앉게 되었던, 주방장이 안주 재료를 꺼내고 손질하는 걸 바로 구경할 수 있었던

주방쪽 바에 앉아 올려다봤던 냉장고와 벽면에 가득한 일본술들. 그리고 자기 그릇에 가득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한두알씩 꺼내쓰던 달걀도 눈에 들어왔었다.


이제 원전 사고 때문에 일본을 가는 것도, 일본에서 건너온 식재료나 술들도, 맥주니 사케니..

먹을 수 있으려나. 이래놓고 어제도 아사히 맥주를 죽도록 마셨지만. 언제든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웃나라 일본,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고와 그 거대한 후과로 인해서 문득 그 어디보다

멀고 먼 나라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딱히 색깔이나 무늬를 맞출 생각은 없는 듯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그래도 대충 모양새는 비슷한

앞접시들. 누구에게 어떤 접시가 갈지는 모르고, 함께 가서 앞이나 옆에 앉았던 사람과 같은

접시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뽑기같은 랜덤함도 재미있었다.

빨간색과 검은색 젓가락이 점쟁이 산통에 들어있는 산가지들처럼 뺴곡하게 꼽혔다.

유난히도 길고 지루하던 지난 겨울, 몸을 녹여주고 곤두섰던 신경들을 다독여주던 따뜻한 술 한잔.

도쿠리에 나오는 술이 그렇게 싼 걸 쓰는 건 아닌 거 같았다. 향이나 맛이 조금은 달랐었다.

그리고 유쾌하던 화장실 표지. 가볍게 한 도쿠리와 맛난 안주를 먹고 나서 한참 이야기하다가

나오면, 이미 들어가기 전부터 어두웠던 사방이 더욱 짙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언제 또 갈 일이 있으려나. 정말 맘에 드는 가게였는데, 겨울이 지나면서 히레사케의 독특한 향도,

따뜻한 도쿠리의 감촉도, 그리고 무엇인가가 사라져버렸다. 일본이란 나라의 '뚜껑'이 닫혀버린

느낌과도 같이 더이상 접근하기도 열어보기도 어려워져버린 기억.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Pentax K-r로 거의 처음 찍어본 사진이다. 케잌을 하나 사서 집에 들어가니

이미 동생이 숫자초까지 야무지게 준비한 케잌을 사놨길래, 두개 모두 꺼내고 초에 불을 쟁였다.

태국 방콕으로의 여행. 갑작스럽게 떠난 길이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날씨에 넘 질려있었고

따끈한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던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온통 매진된 항공권들 속에서 운좋게

방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방콕 시내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던 수로, 그 위에 슬쩍 얹힌 나무벤치.

그리고 비둘기가 지켜보고 있는데, 비둘기처럼 몸을 구부린 채 식사중이신 아주머니 한 분.

분홍꽃이 뚝뚝 굵은 눈물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차 위에도, 벤치 위에도, 가리지 않고 눈처럼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온통 꽃이 만발한 도시였지만 가장 인상적이던 꽃은 역시 선인장꽃. 에피톤프로젝트의

'선인장'을 들으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근처를 한참 서성거렸다.

왕실선박박물관, 태국 왕실의 의례용으로 쓰이는 금빛 번쩍이는 날렵한 선박들이 보수 중인 곳이었다.

다리를 오므려 꽉 쥐고 있는 대포는 선수에 장식된 괴물 '가루다'의 무시무시함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

이런 날것의 시멘트벽의 색감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여행의 효과일 거다. 벽돌틈 사이로 조금씩

삐져나온 시멘트의 굳은 모양새도 맘에 들고, 대충 그려넣은 티가 역력한 저 화살표 사인도.


왓 포에서 만난 수십수백개는 헤아릴 듯한 탑들. 지상에 단단히 뿌리박은 채 사람들의 염원을

쭉쭉 흡수해서는, 날렵하고 유려하게 응축해내며 한방울의 엑기스로까지 끌어올리고는 하늘로

발사하는 거다.

짜오프라야 강 서쪽 기슭에 서 있는 왓 아룬, 새벽사원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 극히 섬세하지만

자칫 조잡해지거나 지저분해 보이는 느낌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역시 한땀한땀에 들인 땀과 노력.

강을 건너며 멀찍이서 보면 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어슴푸레한 실루엣이 멋지다.

그리고 토끼를 향해 치솟다 허공에 얼어버린 듯 멈춘 물방울들의 부동심결. 구슬구슬 꿰어서


만들어진 목걸이 같기도 하고, 몽글몽글 불규칙하게 뭉쳐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담겼다.

태국에서 만났던 신들. 불교 일색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지만 시내 어딘가에서 요한바오로2세

전 교황이 방문했다는 성당을 우연찮게 찾아낸 건 큰 소득이었다. 천사에게도, 교황에게도 부처에

그러듯 똑같이 화환을 걸어주고 발밑에 봉헌하는 태국인들의 신앙심. 신 옆에는 항상 꽃이 있었다.


신 옆에 항상 꽃이 있더라는 발견을 살짝 뒤집으면, 꽃 옆에는 항상 신이 머물지도 모르겠다.

온갖 색깔과 모양의 꽃들이 그득하게 쌓인 꽃시장을 구경하다가, 이 곳에서도 신에게 바쳐진

꽃다발은 얼기설기 창백한 형광등 밑에 매달려있었다. 노랗고 보들한 신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로 옆의 허름하고 구질한 건물들 사이에도 신이 머무는 사당과 화환들은 원색이 선연했다.

꽃시장 앞에 일렬로 늘어서있던 삼륜 오토바이들. 열맞춰 세워져있는 귀엽고 조그마한

앞바퀴도 재미있었고, 툭툭 튀어나온 눈알같은 헤드라이트들이 주르륵 열선 것도 웃기고.

해가 기울어가는 '마법의 시간', 슬쩍 공원으로 들어와서 벤치에 누워 하늘이나 보려는데 왠 꼬마가

공원 대리석 바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공을 몰고 우다다다 중이었다. 귀여워서 한참 보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정말 거짓말처럼 딱, 멈춰서서 포즈를 잡아주는 녀석. 위대한 축수선수의 삘이.


허름한 방콕 시내를 쾌속으로 질주하는 쾌속선. 사방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로 기슭의 집들에

거대한 파도를 철썩이게 만드는 그 스피드도 놀랍지만 귀가 멍멍하도록 시끄러운 소음도 놀라웠다.

그리고 금빛으로 번쩍대는 관광지 말고, 허름하고 누추하지만 화분 하나씩은 꼭 키우는 판잣집들.


짜오프라야 강은 방콕의 젖줄과도 같은 커다란 강이다. 방콕 시내 곳곳을 거미줄처럼 흐르는

수로들이 모여서 이뤄지는 너른 강, 유람선을 타고 돌거나 강변을 따라 걷거나. 강을 즐기는 방법.

하얗고 까만 건물의 색감이 뚜렷이 대비되는 것 같다. 하얀 건물은 오래전 지어진 요새인지라

사방에 자잘한 금과 얼룩이 땟국물처럼 남았고, 검정 건물은 카오산의 유명한 까페인지라

온통 꽃이 만발했다.

태국의 유명한 맥주, 캔 위에는 안쪽 원통을 따라 빨간 동물이 몇 마리 그려져 있었다. 눈뜨이면

일어나 대충 씻고 외국인이 적은 음식점을 찾아 쌀국수 하나, 캔맥주 하나로 늦은 아침을 먹던

그 때.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전에 시원한 맥주가 먼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태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무에타이. 킥복싱 연습장이 동네 여기저기에 하나씩은 숨겨져

있었던 거 같다. 야외에 설치된 링에 주렁주렁 매달린 채 땀을 말리는 글러브들이 빨갛고 파랗다.

방콕의 야경, 조리개를 적절히 조정했더니 불빛이 육각형의 별모양으로 변해버렸다. 짙은 보랏빛이

되어버린 하늘 아래 주홍불빛들이 별처럼 늘어섰고, 눈에 불을 밝힌 차들은 짐승처럼 내달렸다.

색감을 좀 바꾸고, 셔터 속도를 좀 바꿨다. 마치 백투더퓨처의 한장면처럼, 노랑색 초록색이 반반으로
 
뒤섞인 방콕의 택시가 길게 그림자를 늘이고는 휙 사라졌다.

매봉터널을 걸었다. 왠지 패닉의 '달팽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길고 긴 터널, 온통 플라스틱

창문으로 차도랑 분리되어 있는 그곳에서는 지나치는 행인도 드물지만 누군가 지나친다고 해도

괜시리 마음이 황량해지는 그런 느낌의 공간.

집앞.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사는 건 아니고, 하루에 두번씩은 꼭 지나치는 곳이지만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이날은..

조금 기분이 까맣고 하얗게, 그렇게 얼룩덜룩했던 날인 거 같다.

방에서 키우는 선인장 하나. 선인장이 이렇게 이쁘게 생긴 건 처음 봤다. 잎새도 하나하나 포실포실

도톰하게 살이 올랐고 붉게 물든 가장자리에 솜털이 촘촘이 자란 것도 그렇고. 전자파먹고 쑥쑥 자라길.

봄맞이 건물청소. 사층짜리 건물 꼭대기쯤에 가느다란 줄 하나로 매달려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건물벽을 닦고 있는 아저씨가 용맹스러워보였다, 그렇게 커다란 움직임들은 아니었지만.

친구의 결혼식. 신부대기실에서 다른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잔뜩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풀어주려

애썼지만 역시. 그녀를 웃게 하는 건 그녀의 신랑. 손을 잡고 대기실을 나서는 그들의 표정이

한편으론 화사하고 다른 한편으론 비장해보이기도 했다.

오랜 연애를 거쳐 드디어 결혼에까지 이른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나름 '민주적인 가정'을

강조하는 주례 교수님의 짧고 임팩트있는 덕담에 귀기울이며. 새하얀 드레스와 노란 꽃들에 꽂혔다.

양가 부모에 다소곳이 인사하는 갓 태어난 부부 한 커플. 은은한 조명과 얄포름한 면사포, 노랗게

일렁이며 떨궈지는 촛불과 꽃불이 인상적이었다.

신논현역 근처의 어느 주점. 빨갛고 하얀 조명이 비닐 커버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아랫춤에선

술잔이 넘칠 듯 술을 따른 두 젊은이가 망연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께집의 붉은 조명. 바람이 불어 벽에라도 세게 부딪혔는지 딱 모서리가 깨져나갔다. 아직 달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깔끔한 느낌의, 새것의 분위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조명등인데 격하게도 터져나갔다.

문앞에서 달그랑거리던 풍경, 물고기의 등뼈에서 뻗어나온 각기 다른 길이의 금속 대롱들이

가시처럼 성가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렇게 생긴 풍경은 좀만 세게 닫겨도 한참동안 지들끼리

비비 꼬여있단 말이지.

어느 까페. 창밖에서 볕이 손가락을 뻗쳐왔다. 이미 봄볕에 사로잡힌 꼬마아가씨는 분홍빛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룰루랄라 스텝을 밟으며 봄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조용히 스며들어온 봄볕은

꽃무늬가 커다란 테이블을 지나 보랏빛 쿠션이 보드라운 의자위에 느긋이 몸을 눕혔다.


풍성하게 바람넣은 머리처럼 불룩한 화분을 둥지삼아, 붉은 새 한마리가 가만히 앉았다.

주체못하고 쏟아져들어오는 봄볕, 강물에 빠져버린 자동차의 깨진 창문으로도 저렇게 쏟아져

내리지는 않을 거다.


이층과 일층을 잇는 계단,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은 종종 수평감각을 희롱한다.

이렇게 보니 계단이 아니라 격자처럼 좁아져 나가는 통로같기도 하고 거울은 천장에 붙은 듯.

사선으로 그어진 채 첫째 곰의 몸뚱이를 두개로 쪼개놓은 햇살 아래서 보니 표정이 떠오른다.

저 녀석들의 조심스런 손의 위치, 살짝 외로 꼬은 고개의 각도, 그리고 조금 우울하게 늘어진 표정.


쓰리쿠션으로 치고 들어가는 조명. 벽에서부터 뻗어나온 얇지만 완강한 메탈의 가지는 천장으로

치고 올랐다가 불쑥 꺽어져선, 슬쩍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본다.


벽에 있던 이집트 냄새나는 조각상 하나. 쭉 찢어진 눈이라거나 칼처럼 날카로운 콧날들이 좀

영특하다 못해 교활한 분위기를 주기도 하지만 화려하고 정교한 꾸밈을 보면 대충 만들어진

물건은 아닌 거 같다. 하긴, 이집트가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음..어디려나.

봄이 오려나, 싶은 날씨지만 창밖에 내밀어진 화분들은 여전히 바싹 마른 채다. 그 위로 데코처럼

외벽을 감싼 얄궂은 청록색의 잎사귀들이 눈에 띄지만 땅 아래 사람들은 케잌에 정신이 팔렸다.

이층에서 삼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많은 사람들의 발이 나무를 조금씩 깎아낸 거다. 색깔이

빠지고, 나무의 이빨이 빠지고, 그렇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궤적이 남았다. 무질서하게 늘어선

와인병들이라지만 일정한 수량이 넘어서는 순간 나름의 미감이 생겨난다. 규칙없이 내걸어둔

티스푼 장식장들이라지만 역시, 나름의 균형이 잡히고 미감이 떠오른다.

이곳의 불빛과 저곳의 불빛. 저 창문을 거울삼아 비치고 있는 풍경 속에는, 좀더 각도를 틀어서

여기저기 이쪽 세상을 비쳐본다면 뭐가 더 보일런지.


제법 선명하고 튀는 색감의 테이블, 의자들, 쿠션들이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지만 나름 분위기는

어찌어찌 정돈되는 게 신기하다. 창문이라고 뚫려있는 곳에 보이는 곳은 이웃한 건물의 붉은 벽돌

뿐이라지만, 그것도 나름 호의적으로 봐줄 수 있다.


까페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고만고만하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탑처럼 우뚝 솟아난

나무하며, 해가 지면 바통체인지해서 불을 밝힐 야트막한 가로등 하나. 밑을 내려다보면 여느

때처럼 줄을 늘어선 채 삼청동을 순례중인 사람들. 여기서 저쪽은 잘만 보이는데, 왠지 저쪽에서

여긴 안 보이는 거라고 자꾸 의심하게 되는 거다.


얼음만 남기고 홀딱 마셨던 라떼, 얼음이 녹은 자리엔 물이 들이찼다.

물과 기름이 미끌거리며 서로 버텨내듯 가만히 녹아내린 얼음은 잔뜩 흐려진 라떼의 잔해와 버텨낸다.


마치 무슨 우주선처럼 스르르 다가오는 스크류 모양의 장식품들. 이상하게 꼬였네~ 하는 노래도

생각나는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선명한 그림자만큼이나 단호하고 거침없는 존재감.

어느 갤러리. 빨강 주황 노랑으로 이어지던 갤러리의 간판이 아쉽다 싶더니 그 너머에서

초록색 국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나 여기있소, 나 여기있소 하는 것 같이. 그래서 빨주노초.

서울민속박물관. 장승이니 석물이 곳곳에 서 있던 제법 너른 부지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입춘대길'이란 종이가 아직도 붙어있나, 했다가 아직 입춘만도 못한 날씨지 싶기도 하고.

경복궁 담장을 배경으로 해서 옹기종기 서있던 각종 석물들. 어딘가의 할매 바위, 어딘가의 장승,

어딘가의 장군상 따위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저마다 표정을 찡그리고 험상궂어보이려 여념이 없다.

어느 화원의 꽃다발. 아무래도 이 기능은 참 매력적인 거 같다. 빨강색과 노랑색만 읽히는 세상이

있다 해도 세상이 딱히 덜 아름답지는 않을 거 같단 생각이 팍팍 드는 거다.

흑백의 공간에서도 화려하기만 한 꽃들을 마지막으로 Pentax K-r로 꾹꾹 눌러찍은 일상 끗.





차이 라떼가 맛있다 하여 갔던 까페였는데, 와인이니 맥주니 의외의 것들도 많이 팔고 있어서

코로나를 덥썩 집었다. 보통 뚜껑을 따서 레몬 슬라이스를 구겨넣어주지만 여기는 잔에 레몬을

넣어서 따로 주고, 병에 저렇게 병따개를 달랑달랑 걸어줬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다는 옹달생 토끼, 토끼해에 퍼뜩 떠오른 이야기를 직접 체험한 날.





사무실에 뭔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하나씩 갖다두다 보니 어느새 꽤나 분위기가

'다정다감'해져 버렸다. 선물받은 토토로 네코버스와 메이, 스프링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제법

튕기는 맛이 있기도 하고, 네코버스의 저 쫙 찢은 웃음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뒤로

슬며시 머리를 들이댄 건 대갈장군 노호혼.

친구가 중국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사온 칭다오 캔맥주는 어느새 해를 넘긴 채 자리 옆을 지키고 섰다.

언제든 내킬 때 따서 마시자, 는 생각으로 집에도 안 가져가고 달력 옆에 벌세워두고 있는 건데

그 언제가 대체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옆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제법 위로가 된다는.

이런 아이템도 보고 있음 도움이 된다. 구멍 네개짜리 USB 연장선일 뿐인데 저렇게 눈 두개에

고양이 입모양이 그려넣어지니까 (가격도 비싸지고) 꽤나 귀엽다. 사실 저 정도 그림이라면

그저 본인이 직접 그려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한 수준이긴 하지만.

역시 최근에 새로 산 무선 마우스. 완전 깔끔하고 딱 떨어지게 생긴 데다가 쓸 일이 없으면

반으로 접어서 주머니에 담아 보관할 수도 있는 녀석이다. 거추장거리는 선이 없으니 일단

그것만으로도 좋은데, 약간 붉은 빛이 강한 와인색이어서 색깔도 만족.

연말에 있었던 COEX 세계인형전에서 산 '슬리핑 메리노'. 정확하게는 내가 산 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받은 거지만, 그 나른한 표정과 복실스러움이 넘쳐나는 털무더기들이

맘에 들었다. 뒤에는 전자파를 잡아먹는다는 제주도 라바로 만든 돼지 두마리. 틈새에 끼인

조그마한 녀석은 만수무강 기원 십장생 중 하나인 거북거북.

서류더미들을 위에서 누르고 있는 제법 묵직한 크리스탈, 여차하면 흉기로 변신할 수 있도록

언제든 손 닿는 범위 내에 놓여있다. 가끔 놀러왔던 친구가 슬쩍 탈취해가는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끝까지 쫓아가 되찾아올 만큼,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래 쪽 함께 해온 녀석.

그리고 내 손목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오리너구리. 마우스 패드만으로는 왠지 풍만함이

덜해서 손목이 꺽어지는 거 같아 그 위에 '뽕'처럼 얹혀올라가 받쳐주는 기능을 한다.

저번 일본여행 때 사왔던 '붉은돼지'의 두 캐릭터. 미워할 수 없는 악당 해적대장과 붉은돼지의

파트너이자 새로운 사랑의 얼굴 두개. 문학동네 계간지 정기구독하면서 받은 큐브박스에 찰싹

붙여두었는데, 그 이래로 늘 나를 바라봐주는 네 개의 눈동자를 느끼고 있다.

그렇게, 문득 이런저런 아이템들이 보강된 김에 사무실의 내 자리 소개를 한 번 해봤다.

회사 생활하면서 자꾸 그런 아이템이나 이쁜 사무용품들에 욕심내지 말라고, 말자고 했는데

자꾸 늘어만 가니, 큰일이다.ㅜ





가끔 들르곤 하는 술집, 연말이 다가오니 가게 밖으로 온통 치렁치렁 꼬마전구들을 늘어뜨렸다.

가게 전체를 작고 따스해보이는 주홍불빛으로 감싼 느낌, 안으로 들어오니 그 불빛들의 기운이

온통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다. 얼음상자 안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세계맥주들이 반짝반짝.

사실 손님들이 잘 찾지 않거나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들은 메뉴판에만 존재하는 것도 많다.

이날따라 뭔가 안 마셔보던 게 땡겨서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뺀찌먹고, 그냥 벨기에산 '스텔라 아르토아'랑 미국산 '허니브라운'.

벨기에 맥주는 레페브라운이니 뭐니 무얼 마시던 늘 만족하게 된다. 라거류가 되었건 에일류가

되었건, 기본적으로 전부 맛있는 듯. 스텔라 아르토아 역시, 라거답게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느껴지면서도 쌉쌀하다기보다는 구수함에 가까운 그 향취가 좋다. 허니브라운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꿀이 들어갔는지 달콤한 맛이 강조되었긴 하지만 그렇다고 텁텁하진 않은 정도.

원래 맥주는 병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잔에 따라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맥주는 그래서 맥주잔이 함께 제공되는 법인데, 스텔라 아르토아잔은 손잡이가 특이했다.

둥그렇게 배부른 유리잔 목부분이 슬쩍 깎여나가서는 저런 장식이 들어가서 오톨도톨, 잔을

쥐기에도 미끄럼없이 편한 거 같다.




알콜함량 4.6%, 호주의 대표적인 맥주 중 하나인 Foster와 같은 회사에서 나온 맥주인 듯.

VB가 뭐의 약자인지 자꾸 신경쓰여서 이것저것 추측해보게 만들고 있다.

Voice of Brasil? Victory of Baseball? Vibration of Baritone? V-shape of the Bushman?

이도 저도 아니면 Victoria Beckham? 빅토리아베컴 공식맥주 VB?

Whatever, 맥주는 은근히 맛이 강렬해서 살짝 소맥의 느낌이 풍기는 게 의외였다. 도수는 고작

4.6%인데 쌉쌀하거나 고소한 맛보다는 쓴 맛이 대세를 이루던 맥주.





투르크메니스탄에는 아무래도 유럽이나 러시아에서 들여온 맥주, 음료가 많기 마련이다.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입지가 그렇기도 하지만, 딱히 이 나라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보통

음식점이나 호텔에서도 많이 파는 건 그래서 '러시아' 맥주인 '발치카'.

이름부터 발칙하게도 '발치카'인 이 맥주는, 종류가 무려 9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발치카 1부터 발치카 9까지.

알콜 도수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그 숫자가 올라가는 식이라고 하는데, 보통 많이 마시는 건 발치카 3.

머물러 있는 사이에 1부터 9까지 전부 맛보리라 자그마한 다짐을 했었지만 3, 5, 7, 그리고 9를 맛보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 우습게도 숫자가 달라지면 병 모양이나 라벨 모양도 약간씩 변해서, '발치카'라고 묶인

이름을 제외하면 딱히 같은 시리즈의 맥주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난이도 9, 발치카 9는 무려 8%의 알콜도수를 자랑하는 맥주. 맛부터가 일반 맥주의 궤를 확실히 벗어난 느낌이랄까.

맥주라기엔 굉장히 알콜이 세서 꼭 '소맥'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소맥이지만 맥주의 쌉쌀함이 많이 살아있는.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맛봤던 보드카. 서빙을 해주던 누나에게 포즈를 취해달라 부탁해서 병만 살짝

찍었는지라 정확히 저게 어디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랫도리에 둘려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의 문양들로

판단컨대 메이드 인 투르크 아닐까. 아무래도 보드카는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엔 너무 독하다.

그리고 투르크의 콜라. 마치 우리나라에 '콜라독립815'가 있었던 것처럼 이 나라에도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의

콜라가 있는 셈. 맛을 볼 기회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한국의 전례로 짐작컨대 뭐 그다지 아쉬워할 일은

아닌지도.




터키의 맥주, 하면 역시 에페스. 6년전 그때도 터키에서의 여행은 에페스를 마시면서 시작했었다. 에페스(Efes)는

이스탄불의 고대 로마 유적이 몰려있는 도시 이름이기도 한데, 우리로 치면 경주쯤 되려나.

에페스에서 만났던 영국인 의사 아저씨 말을 빌리자면 이탈리아의 로마를 조금 줄여놓은 느낌이라고 했다.

원형경기장이 있고, 잘 포장이 되어 여태까지 남아있던 도로가 있고, 도서관이나 사원, 공중 화장실 건물이

남아있고, 사창가를 가리키는 고대의 광고판이 남아있고.


그래서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마셨던 에페스 맥주에는 그 '에페스'에서 봤던 것들의 추억, 그리고 

터키에서 여행했던 곳들의 추억이 전부 담긴 채 '스토리'가 생겨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에페스 다크가 있었다고? 그때는 없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 가서 만나고 말았다. 에페스 다크.

알콜함량이 6.1%, 흔치 않게 투명한 병에 들어있는 새까만 다크 맥주란 사실도 맘에 들었다. 다만 맛이

조금 달달한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달까. 난 쌉쌀한 맛이 강한 게 좋은데, 레페 브라운처럼.

근데 이전에 내가 마셨던 건 그럼 에페스 라이트였던가.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맥주인 듯 여태 술집에서

한번도 이 맥주를 본 적이 없는지라 조금 헷갈린다. 그때 마신 게 에페스 라이트였던가, 아님 그때는 그냥

'에페스' 한 종류였다가 다크도 생기고 하면서 라이트가 새롭게 이름 뒤에 붙은 건가.

호기심을 풀어주었던 건 에페스 캔맥주 하나. 이 녀석 이름은 에페스 필스너랜다. 아마도 이게 내가 예전에

마셨던 녀석인 듯. 그러고 보니 그때도 파랗고 하얀 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던 캔맥주로 마셨었다.

땅딸하고 통통해 보이는 요 에페스 병맥주도 이쁘다.

왠지 포스팅을 하면서도 맥주가 땡기게 만드는, 에페스의 추억을 불러내는 에페스 다크.





에비스(EVISU)는 일본의 칠복신 가운데 하나, 낚싯대와 월척을 끌어안은 모습으로 나타나듯 원래는 어촌에서

풍어를 기원하던 신이었지만 점차 시장의 신이자 복의 신으로 섬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에비스의 이름을

따서 '에비스'란 맥주가 생겼고, 그 맥주공장이 세워진 곳에 '에비스'란 지명이 붙고, '에비스역'이란 역이 생겼다니

꽤나 강력한 신인 건 틀림없겠다.

에비스 역에서 에비스 가든플레이스까지는 사실 그렇게 멀지 않아 금방 걸어갈 수 있지만, 역에서 나와서 반대

방향으로 걷다보면 지구한바퀴를 걸어야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중간에 알아채서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어쨌든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타워 앞에 섰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타워의 별명은 '거품 경제의 상징탑'이란다. 일본의 경제가 한창 잘 나가던 1990년대 중반

에비스 맥주 공장을 철거하고 세웠다는 이곳, 공장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에비스 맥주기념관은 남아서 시음을

할 수 있다. 비록 공짜는 아니라 하고, 딱히 에비스 맥주에 대한 충성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맥주를

공장이나 기념관에서 맛보는 건 가능한 최상의 것을 맛볼 수 있는 기회. 후쿠오카의 아사히맥주공장에서도 그랬다.

* 참고 : [후쿠오카] "첫잔은 슈퍼 드라이로" - 아사히맥주공장의 무한정 맥주리필.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는 왠지 이화여대의 아트 하우스 모모를 살짝 떠오르게 한다. 딱히 외관에서 분명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간 배치가 똑 떨어지게 비슷하다 싶은 것도 아닌데 왠지 분위기가

비슷하달까. 경사가 있는 넓은 길 양편으로 녹색 정원이 배치되어 있다거나 정면에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이

보인다거나 하는 점이 그런 거 같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바로 화살표가 눈에 띈다. 화살표를 따라 걷다보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에비스 맥주 기념관의

입구. 사실 '에비스'라고 해야 할지 '에비수'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치만 '에비수'보다는 '에비스'가

왠지 맥주 이름으로는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맞아떨어지는 거 같다.

아마도 에비스 맥주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의 동상인 듯. 붉은 벽돌로 그럴듯하게 안배된 공간에 시퍼렇게

녹슨 동상이랑 초록빛 풀떼기들이 멋진 보색을 이루고 있다.

둥글게 만들어진 자동문 안에서부터 에비스 맥주기념관 이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슬쩍 자동문 앞에 섰다가

문이 감지해서 열린 사이에 사진 한 장.

맥주박물관 안내팜플렛은 일본어, 영어, 그리고 중국어와 한글 버전으로 준비되어 있다.

* 참고 : 도쿄도 시부야구 에비스의 에비스역 에비스가든플레이스 내 '에비스 맥주기념관'.

가운데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맥주 양조통. 그리고 오른켠에서 에비스 맥주 캔으로 만들어놓은 커다란

에비스 맥주 캔의 형상. 뒤로는 칠복신 '에비스'가 보인다. 뭔가 세련되면서도 화려한 조명 덕분인지 벌써부터

맥주가 땡기기 시작했다. 사실 에비스는 국내에서 맛보기는 쉽지 않은 맥주 중 하나인 거다.

공장이 철거되고 조그맣게 남은 공간인 여기에서는 더이상 맥주를 만들고는 있지 않으니, 이전 에비스 공장의

자취와 에비스 맥주의 역사를 돌아보는 게 주된 관람의 포인트. 이전 공장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싶다.

에비스는 1887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맥주, 독일 양조 기술을 빌어 탄생했다고 한다. 이건 1893년에 새롭게

바뀐 라벨 디자인을 붙이고 생산된 에비스 병맥주.

에비스 맥주를 선전하던 당대의 광고 이미지들인 듯. 선명한 색감도 이쁘지만 에비스 맥주잔을 들고 있는

에비스신의 복스럽고 귀여운 자태가 시선을 붙잡는다.

아마도 에비스만의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초기의 병맥주는 와인처럼 코르크 마개로 닫혀 있었나보다.

와인따개와 비슷하게 생긴 병따개와 함께 진열된 1900년대 초의 에비스 맥주. 근데 맥주병은 처음부터

갈색으로 시작했구나. 산화를 막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다양한 색깔로 시험해본

역사가 있다면 지금 돌아보기에 꽤나 흥미로웠을 텐데.

그리고 어느 순간 현재의 병마개와 비슷하게 오톨도톨한 아귀로 꽉 병주둥이를 움켜막고 있는 마개가 사용되고

그걸 따기 위해 현재와 비슷한 모양의 병따개가 필요해졌을 것. 병따개 모양은 아직은 클래식하지만 말이다.

병맥주보다는 이런 나무통에 담긴 채 더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병에 담기면 훨씬 맥주값이 높았을 테니.

무려 1946ml가 들어가는 왕 댓병. 거의 2000씨씨짜리 생맥주 피처에 맞먹는 용량이 들어가는 병이란 얘기렸다.

에비스를 광고했던 알흠다운 아가씨 모델 그림들. 제법 섹시한 분위기도 우러나오고, 포즈나 표정이 자못 도발적인

것이, 오늘날 광고랑 조금 비슷한 면이 있다. 대체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맥주잔을 드는 거랑 아가씨들

벗겨놓는 거랑 맥주 맛이랑 무슨 상관이지 싶게 만드는 것 역시.

에비스 맥주 박스에 그려진 에비스 신 영감. 아주 제대로 커다래서 사람몸통만한 사이즈의 물고기 한마리를

므흣한 표정으로 누르고 있다.

에비스 광고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 태엽을 잔뜩 감아올렸다가 풀어놓으면 저렇게 구멍뚫린 종이를

뱉어내면서 노래소리를 흘렸을 텐데, 실제 들어볼 수는 없어서 아쉬웠다는.

초기 에비스 공장, 그리고 에비스를 팔던 술집의 전경. 사람 키만한 나무드럼통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공장에선

맥주 냄새가 하루종일 풀풀 풍겼을 텐데. 근처 주민들은 꽤나 행복했을 거 같다.

박물관에 전시된 것들을 돌아보고,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 시음장에서 맥주를 마시려 했는데 가이드북에

나와있던 '4잔 세트'가 없다. 각기 다른 네 가지 맛의 맥주를 모두 맛볼 수 있다는 그 세트가 정말 없어져

버린 건지 직원에게 확인을 했더니, 올초쯤에 없어져버렸다고 했다. 2009년 7월에 개정된 가이드북이니

반영되지 않았겠지만, 사실 가이드북의 에러보다 화나는 건 없어져버린 4잔 세트.

자동판매기를 이용해서 '에비스 코인'을 두개 뽑았다. 코인 하나에 400엔, 맥주 한잔 가격이다.

자동판매기에 엔화를 넣고 코인을 뽑아서 시음장에 건네는 시스템인 거다. 아사히 공장같은 경우는 무료에다가

30분간 무한리필이 가능했던 시음장이었는데, 여긴 제법 정가를 다 받는 유료라니 괜히 조금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에비스의 이름을 걸고 파는 맥주겠거니 하고 두근두근.

크리미한 거품과 쌉쌀하고 진한 맥주맛이 꽤나 좋았던 에비스 스타우트 한잔, 그리고 그에 딸린 잔받침.

가볍고 톡 쏘면서도 굉장히 시원했던 에비스 프리미엄 한잔, 그리고 또 그에 맞는 잔받침.

시음장 한 옆에 붙어있던, 아마도 공장이 여기 있던 시절에 쓰였던 것 같은 압력 밸브.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건 한모금한모금을 비슷한 만큼만 마시며 한 잔을 비우는 것. 에비스 스타우트의 경우,

크림이 이렇게 궤적을 남기기에 맛있게 맥주먹는 법을 연습하기가 수월했다.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살짝 아프던 다리도 씻은 듯이 펄펄한 기운이 샘솟았고, 다소 느지근해졌던 심장도

활기차게 펌프질을 시작했다. 더불어 좀더 반짝반짝거리는 에비스 맥주기념관의 실내 공간.

심플한 화장실 표지도 새삼스레 눈에 들어오고,

아까 놓쳤던 가이드 투어 시간표도 새삼스레 눈에 띈다. 30분 간격으로 시작되는 가이드 투어는 참가비가

500엔, 그리고 한바퀴 기념관을 둘러보며 전시 물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시음장에서 에비스 맥주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것으로 끝마치는 것 같다.

돌아나오는 길, 에비스 맥주기념관 스탬프가 있어서 하나 찍어주고 돌아섰다. 에비스 신 녀석 참 복스럽기도 하다.

돌아나오는데 에비스 가든플레이스에 있는 사포로 비어 스테이션도 보인다. 여기도 뭔가 삿포로 맥주를 맛보고

과정을 견학할 수 있는 곳인가 했는데, 딱히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삿포로 맥주를 파는 곳인 거 같아서 스킵.

주상복합 건물이라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내부에도 볼 만한 게 이것저것 있다는 거 같았지만, 아이쇼핑은

하라주쿠와 신주쿠에서 하려고 그냥 돌아서기로 했다. 사실 에비스 맥주기념관에서 의외로 많이 걸었는지

다리가 살짝 아픈 탓도 있었다.








@ 도쿄, 에비스.


일본의 칠복신 중 한 명이라는 에비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에비스(EVISU)라는 맥주,

그 맥주 공장의 이름을 따서 에비스라는 동네가 생기고, 에비스 역도 생기고.


앞으로 세계의 맥주공장 견학을 다녀야겠다, 는 다짐을 하게 됐다. 아무래도 맥주는 맥주공장의 시음장에서

맛보는 게 최고인 듯.





@ 도쿄, 편의점

@ 도쿄, 하라주쿠
@ 도쿄, 신주쿠

@ 도쿄, 미타카역 인근
@ 도쿄, 하라주쿠
@ 도쿄, 편의점.
@ 도쿄, 기치조지역
@ 도쿄, 미타카역에서 사서

@ 도쿄, 에도도쿄건축공원에서 먹다.

@ 도쿄, 지하철 자판기

@ 도쿄, 편의점
@ 도쿄, 에비스 맥주박물관

@ 도쿄, 츠키지 시장

@ 하코네

@ 하코네, 자판기

@ 하코네, 유황온천 달걀과 아이스크림

@ 하코네

@ 도쿄, 아키하바라

@ 도쿄, 우에노









선토리 프리미엄, 지인들로부터 정말 맛있는 맥주다, 한국에 아직 안 들어왔지만 들어오면

꼭 먹어봐라, 강남 일부 맥주집에서만 파는데 한 잔에 만오천원이더라, 같은 온갖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였다.


도쿄로 여행가서 하루에 아무리 적어도 한 캔씩은 꼬박꼬박 마셔준 '선토리 프리미엄', 정말

그런 호들갑이 하나도 과하지 않다 싶을 만큼의 굉장한 맛이었다. 쌉쌀하면서도 시원하고,

맛이 진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이랄까.

첨 보는 맥주를 먹고 이렇게 감동하기는 참 오랜만. 첫날에는 이 대단한 맥주, 선토리

프리미엄과 에비스니 아사히니 다른 캔맥주를 함께 한 캔씩 사서 마셔봤지만 다음날부터는

무조건 선토리만 샀다.


이런 맥주, 왜 한국에선 못 만드는 거지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선 '맥주'라고 정의되는

술의 범주가 굉장히 협소하고 제조 과정도 까다롭게 제한되어 있어서 홉이나 밀의 비율을

다양하게 조정하며 맥주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맥주를 만들려면 확보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용량도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꽤나 엄격하고 큰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내수공업처럼 조금씩 만드는 맥주도가가 없다는 것.


에라 모르겠고, 선토리 프리미엄이 어서 한국에 수입이나 되었으면 좋겠다는 1人. 정말 최고.



어제 술자리에서 만난 새로운 맥주, 캐나다에서 왔다는 이 친구는 이름도 독특하다. 무스헤드.

Moosehead라니, 두껍고 넓은 뿔을 가진 사슴처럼 생긴 녀석이 전면에 모델로 나선 걸로 보아 아마도

저 녀석의 이름이 '무스'인 거 같다.

백과사전을 찾아보게 만드는 맥주라니, 뭔가 대단한 면이 있는 맥주. '무스(Moose)'라는 녀석의

우리말 이름이 더 대단하긴 하다. 무려 '말코손바닥사슴'이란다. 이런 호랑말코같으니, 할 때의

그 '말코'인 거 같긴 한데 정말 정면에서 본 이 녀석의 코 생김새가 말같이 길게 늘어지긴 했다.

맥주맛, 뭔가 굉장히 시원하면서 부드러운 맛. 호가든과 같은 느낌으로 목을 타고 내려가긴 하는데,

쟈스민향이 지워진 대신 좀더 쿨한 자극을 주는 허브같은 게 들어간 건 아닐까 싶은. 캐나다산

보드카니 위스키는 먹어봤지만 그러고 보면 캐나다산 맥주는 또 처음이었던 거 같다. 꽤나 깔끔한 출발.

앞으로도 이름을 기억해두고 가끔 먹어주겠어. 무스헤드. 말코손바닥사슴 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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