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중이었다. 파스텔톤의 등불을 빼곡하게 달아두고 있던 경내 마당에

얼룩덜룩 팔각 그림자가 융단처럼 깔렸다. 올록볼록 엠보싱 같기도 하고. 전등사 이름부터 범상치

않더니 땅바닥에 연등 그림자를 내걸었다.

보통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만들어진 연등에는 익숙했는데, 이런 식으로 파스텔톤의 다정다감한

연등들이 바람불때마다 쏴아, 가만히 앉아 그 빛깔들이 섞여들어가는 걸 보고 있어도 좋았다.

아무리 날씨가 구질구질하고 여전히 바람이 쌀쌀해도, 5월이 오긴 하겠구나. 이런 식으로

4월이 슬그머니 닥친 걸 보면.

색색의 꽃들, 전등사는 그러고 보면 한해에 한번씩은 꼭 가는 거 같은데. 그때마다 차를 갖고 가서

순무김치를 안주삼아 인삼동동주를 마실 수 없음에 아쉬워하면서 번번이 그런다. 술기운 대신

꽃향기를 맡고서 힘을 내는 패턴이랄까.

그리고 풍경의 두가지 버전. 요새 토이카메라 모드가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자꾸 찍어보게

되는 첫번째 풍경 사진, 그리고 그냥 여느 때처럼 찍은 두번째 풍경 사진. 물고기가 하늘에 둥둥

떠서는 바람결에 퍼덕거리다가 산호초 사이에 낑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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