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 신부대기실에서 다른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잔뜩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풀어주려

애썼지만 역시. 그녀를 웃게 하는 건 그녀의 신랑. 손을 잡고 대기실을 나서는 그들의 표정이

한편으론 화사하고 다른 한편으론 비장해보이기도 했다.

신부가 허리를 곧추세운 채 앉아서 치장하고 식을 기다리던 곳, 봄날같이 나른하고 보드라운

노랑 커튼이 너울지고 있었다. 그리고 폭신한 느낌의 보료가 깔린 위에는 늘어지는 장의자.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님이 주례를 맡았다. 오랜만에 듣는 교수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장난스럽고

탄력있는 느낌, 주례사 역시 남편과 아내가 서로 돕고 역할 분담도 잘 하는 '훌륭한 민주가정'을

이루라는 메시지로 명료하고 정갈한 마무리였다. 하얀 드레스와 노랑꽃들, 노랑촛불이 참..

양가 부모에 인사하는 신랑신부. 제법 괜찮은 느낌의 흑백 더하기 노랑색 사진. 오래도록 행복하길~*

식장 벽쪽에 예비로 준비되어있었던 의자 세개. 두개는 같은 색인데 하나는 다른 색, 사이좋게

나란히 있는 모습이 왠지 다정해보여서 한 방.


피로연장에서도 다 좋았는데 조금 실망이랄까, 깜짝 놀랐던 것 하나. 냅킨에 '호암교수회관'이라고

파랗게 적혀있는 문구가 인쇄되거나 한 게 아니라 마치 고무도장으로 찍힌 듯 했다는 사실.

저거 밥먹고 입도 닦을 수 있는 건데 저렇게 해도 되는 걸까 조금 걱정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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