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당하나 모르고 당하나, 결과가 같다면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건지도 모른다.


어줍잖지만 사회과학도입네, 지식인입네, 하며 읽어내린 글들과 귀담았던 풍월들은 조금이나마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온갖 것으로부터 씌워진 색안경들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요새는 사실 차라리 몰랐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전쟁을 외치는 보통 사람들의 광기나, 멀쩡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미혹케 만드는 정치인들이나 똑같다. 사람을 구타하고 돈을 던져주는 재벌2세의 행동이나,

힘없고 놀림받는 딴따라 몇 명을 물고 뜯어 '정의'를 구현한다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이토록

야만적이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싶다.


차라리 흑백이 뚜렷하던 시기가 조금은 더 인간성과 지성이 한켠에나마 온존했을지 모른다.

민주주의가 하향 평준화인 양 받아들여진 시대, 자신보다 나은 인간과 지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대, 경쟁적 나르시시즘에 빠진 채 모든 걸 빈정거리지만 실상 모든 것에 배신당하는 시대.


그냥 문득, 내가 애초 사회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사회과학서적들을 읽어대지 않았다면,

조금이나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조금은 덜 피곤하게 살지 않았을까 싶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더 해서 학자나 이론가가 될 것도 아니고 그저 나와 내 주위 사람들 챙기고

보듬기도 바쁜데 왠 정치인, 경제인 나부랭이들에 거대 담론들을.


인간들은 습관처럼 미래를 말하지만 마냥 쳇바퀴만 돌고 있거나 혹은 퇴보하는 건 아닐까.

심지어 지금은 수백년 전처럼 세상으로부터 숨어들어갈 한뼘의 땅조차 남지 않은 거다.

무지무지하게 시니컬해져서, 어차피 세상은 그들의 것이니 조때로 하세요, 이렇게 치우고

난 전부 몰라라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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