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회사에서 1박2일 워크샵을 떠났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그칠 줄을 모르는데 마침 예약해둔

곳은 남양주 한강변의 펜션. 에콰도르 대통령 밥먹인다고 1시부터 떠난다던 선발대에는 함께 못하고,

결국 떠난 시각은 잔뜩 어두워져 버린 저녁 6시. 자동차 타이어가 물에 뜬 채 달리는 듯한 느낌이

불안하더니, 펜션에 접근하기 위한 비포장도로 군데군데를 불어난 물줄기가 잡아먹고 있었다.


이러다간 일박이 아니라 십삼박 십사일을 하거나 아예 못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

게다가 펜션 주인은 아무 대책도 안 세워둔 채 바베큐는 안 되니 생고기를 뜯어먹거나 말거나,

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돼지녀석이길래, 마침 팔당댐을 방류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는 물이 더 불기 전에

신속기동, 긴급퇴각을 결정했다.


왜 그리도 선발대에서 사둔 고깃덩이들과 과자, 술, 음료수 따위가 많은 건지. 특히나 술. 우산을 든 채

고상하게 움직이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폭우를 맞으며 발이 물웅덩이에 푹푹 빠져가며 그것들을

다시 차로 날랐다. 이미 차가 펜션 앞까지 접근하기는 불가능할 만큼 물이 삽시간에 불어난 상황,

한참을 들고 날라야 했다는.


회사일 하면서 늘은 건 테이핑질, 커다란 대용량 쓰레기봉투에 과자니 상추니 고깃덩이니 쓸어담고는

봉투바닥과 옆면에 박스테이프를 길게 붙여서 만의 하나 째져서 전부 쏟아지는 난감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가 하면, 이미 잔뜩 너덜너덜해진 골판지상자를 테이프로 둘둘 감아 요긴한 바구니로 써먹었다.

아 자랑스러워라. 해외출장길에 맨날 몇 박스씩 테이프로 단단히 묶어내고 이빨로 끊어내던 '커리어'가

이럴 때 빛을 발하다니.;


그래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코맹맹이 소리에 폐병환자스런 무한기침, 머리는 무겁고 식은땀이

줄줄줄. 내가 좋아하는 맥주 중 하나인 크롬바허 맥주를 마시다가 안 되겠어서 뜨거운 술이랍시고

꼬냑을 마시면서 노래를 듣고 있다. 이럴 때 덥혀먹는 와인 한 잔이 딱이지 싶은데, 그건 작년 겨울에

다 마셔버렸다.


아니 그보다, 잠을 자야 할 텐데 잠이 안 온다. 하아...술에 취해버리면 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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