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11월초, 짙푸른 청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 아래 높다란 나무 전봇대들이 사이좋게 서로를 지켜선 나파 밸리.

 

보통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나파 밸리, 소노마 밸리는 당일치기 와이너리 투어로 많이들 간다는데, 그 편이 시간도 절약하고

 

비용 면에서도 나쁘지 않으며, 게다가 운전 걱정없이 와인을 맘껏 '테이스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참가했던 투어는

 

아침 9시 출발해서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두 곳, 소노마 밸리의 와이너리 한 곳을 돌아보고 오후 6시에 돌아오는 코스.

 

 10월말에 막 수확을 마쳤다는 야트막한 포도나무 줄기들이 홀가분해 보인다.

 

 

첫 와이너리는 가족들만으로 4대째 운영하고 있다는 소규모지만 착실한 와이너리였다. 4대째면 근 백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틴 셈이다.

 

 

 

 주로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와이너리의 향긋한 내음 가득한 창고 안에서 입맛을 다시며 설명을 듣고는.

 

 

 거침없는 시음. 가이드 아저씨는 적당히 세네 잔 마시도록 권유했으나 품종별로 네댓잔을 마셔버린 듯. 벌써부터 보람찬 투어다.

 

 

 와이너리 바깥을 둘러보다가, 조금만 더 일찍 와서 수확 전의 포도밭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짙게 남기고.

 

 

 건물 외벽에 농담처럼 붙어있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웃어주기도 하고,

 

 시뻘겋게 익어가는 담쟁이 덩굴 잎사귀에 렌즈를 이렇게 들이댔던 걸 보니 벌써 취했던 거 같기도 하다.

 

잠시 차를 달려서 도착한 두번째 와이너리. 이번에는 좀더 대량생산을 하는 커다란 와이너리였다. 미국의 슈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이기도 한, SUTTER Home 와이너리.

 

 

 

 아무래도 좀더 규모가 커서 그런지, 이전에 쓰였을 법한 장비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와인병들도 이쁘게 전시되어 있고.

 

좀더 전문적인 와이너리 혹은 시음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가오잡고 일렬로 늘어놓은 와인잔의 그럴듯함과 테이스팅을 권하는 아저씨의 박식하고 전문적인 설명까지.

 

 시음했던 건 이렇게 세 가지. 레드와 화이트, 그리고 로제 와인이었는데 역시나 거침없는-무제한에 가까운-테이스팅의 향연.

 

 

 

  이 곳 역시도 그리 만만한 역사를 가진 곳은 아니어서, 곳곳에서 오랜 세월의 향기가 배어나오는 듯 하다.

 

  

 그리고 이 곳의 장점은 시음장과 매장 밖으로 나가면 이렇게 이쁜 정원과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는 점.

 

급하게 마신 와인에 잠시 혼몽스러워질라 치면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 한모금 마시고 다시 들어가서 다시 시음을.

 

그 정도로 테이스팅을 위한 시간이나 배려가 여유로워서,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편안했던 거 같다.

 

 

어느 와이너리나 자체의 기념품샵 혹은 매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이날 돌아본 세 곳의 와이너리 중에서

 

가장 큰 매장을 갖추고 있었던 SUTTER 와이너리. 색색의 병들도 이뻤고, 와인과 함께 할 스낵류나 안주 시식도 넉넉했다.

 

 

그리고 기념품점에서 마주쳤던 와인에 대한 온갖 상찬의 문구들이나 그림들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었던 셔츠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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