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를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던 게다.

무작정 통영에 내려와서는 다소간의 인연을 빌미로 무작정 불러낸 그녀와 헤어지기 직전이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그녀는 차를 배웅하던 그 순간.

창밖에 선 그녀를 향한 그의 손이 갈고리가 되었다. 그의 손이 유리창을 긁어내렸다.



요새 자꾸 이런데 맛들여서 큰일이다. 강남역 근처의 까페에서 아메리카노랑 티라미슈 조각케잌을

먹다가, 같이 갔던 친구가 (또!) 술 한병과 새 컵 두어개를 들고 와서 에라 모르겠다, 소주를 꽐꽐꽐.


맥도널드에서 상하이스파이스버거를 안주삼아 발렌타인17년을 마시다.

맥도널드에서 빅맥을 안주삼아 프랑스와인을 마시다.


그냥 이런 식으로 먹는데 요새 조금 재미가 들린 거 같다, 딱히 술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의외의

장소에서 술을 따서는 홀짝대는 게 재미있는 듯. 본격적으로 많이 마시거나 부어라 마셔라 강권하거나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집에서 혼자 홀짝거리듯 부담없이, 적당하게.

다음번엔 또 어디서 뭘 마셔볼까, 내가 의지를 갖고 술을 막 챙겨다니는 건 아니고, 무슨 교통사고처럼

어디서 누군가와 무슨 일이 생기면 마시게 될 텐데. 기대기대.





마르셀 뒤샹의 '샘'에 대한 오마주라기는 그렇지만,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더러운 것은 딱히

칼처럼 갈라지는 건 아닌 거 같다. 이쁘거나 더럽거나, 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쁘고도 더럽단 게

대부분의 경우에 맞아떨어지는 건 아닐까.





'회사 다니기 싫은 병'에 걸렸습니다. 합병증으로 쉼없는 하품, 무기력, 불면증을 동반하는

이 병에 걸리고 나니 점심 먹고 나면 퇴근하고 싶고, 출근하면 퇴근하고 싶고 그러네요.

아래의 '의학 정보'를 참고하셔서 나름의 치료법을 말씀해주신 여섯 분께 티스토리

초대장을 드리겠습니다~*



기본정보

'회사 다니기 싫은 병'은 스트레스의 상승으로 인해 체력과 의욕이 저하되거나 심박수의 불규칙한

격증이나 격감으로 인해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노동윤리 및 노동의욕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노동윤리는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자'거나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으라'는

류의 속담이나 '개미와 베짱이', '선녀와 나뭇꾼' 따위의 옛이야기를 통해 암암리에 전승, 체득되어

온 정신상태이므로 여기에 장애가 생기면 늦잠 및 게으름, 땡땡이 욕구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말기에는 퇴사하게 된다.



증상

'회사 다니기 싫은 병'을 분류하는 기준은 다양하며,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어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 급성 회사 다니기 싫은 병은 전체 유병률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며, 스트레스지수가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사표작성법 실습, 이직준비를 빙자한 인터넷 쇼핑, 잔여휴가 몰아쓰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회사 다니기 싫은 병에서는 노동의욕 및 신체의 항스트레스 면역체계가

서서히 파괴되므로 특별한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말기에 이르러 뭔가 답답하다고 느끼며,

더 진행되면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퇴사에 이르게 된다.


원인

회사 다니기 싫은 병의 주요 발병원인은 스트레스 상승으로 인한 노동 의욕 및 윤리의 손상이다.

노동 의욕저하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무능력하고 잔인한 사람들과의 대면빈도 상승에 따른

호흡 곤란 및 격심한 동통을 통해 저하된다는 것과, 단순하고 무의미한 작업의 반복으로 인해

두뇌로의 혈류에 장애가 생겨 지력 감퇴 및 의욕저하가 진행된다는 두가지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병을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진단

급성 회사 다니기 싫은 병은 통증이 심해 주로 알콜 및 육류 섭취를 위해 주점으로 내원하게 되는

반면, 만성의 경우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말기이므로 치료가

어렵다.(민간요법으로는 '묻지마 세계여행'이 효과적이라 하여 3,40대들의 실천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하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소수의 경우 만성질환으로 옮겨가며 만사에 의욕을 잃고 식욕이

부진해지는 등 건어물 남녀로의 퇴화를 감지하기도 하므로, 정기적인 자가진단 및 사표작성 연습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가진단표 10문항.

1. 회사에선 졸리고 회사를 벗어나면 잠이 깨는가.

2. 아침에 눈뜨기가 힘들어서 지각 위기에 자주 처하는가.

3. 출근길에 사람들이 뭔 일있냐거나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는가.

4. 자리에 앉자마자 땅이 꺼지라며 한숨이 나오는가.

5. 점심을 먹고 나면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가.

6. 오후로 갈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느끼는가.

7.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때리는 횟수가 늘어나는가.

8.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따위 상념에 자주 사로잡히는가.

9. 맘에 안드는 윗사람에게 대들고 사표던지는 상상을 자주 하는가.

10. 어떻게든 밥벌이는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강해지는가.





이거 어떻게 고쳐야 하나요..치료법을 알려주세요~*

나름의 치료법을 말씀해주신 분 중 가장 효과적인 여섯 분께 티스토리 초대장을 드리겠습니다~*

봄날의 새파란 하늘에다가 덥썩, 셀수없이 많은 수의 끈끈한 촉수를 내뻗었다.

땅바닥에서부터 스물스물, 낑낑대고 기어오르며 더 높은 하늘에까지 팔을 뻗으려는 안간힘이

느껴졌달까. 아직 망울이 터치지도 못하고 그저 송글송글 맺힌채 징그럽도록 내걸고서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막판 꽃놀이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신사동 가로수길을 가득 채운 그 때.

탱탱한 긴장감을 꽃눈처럼 머금은 채 기다리고 있던 그 때.


지나가던 차, 태권도 학원차였다.

효孝와 예禮를 커다랗게 적어두고 태권도를 익히면 저런 것들도 덩달아 키워진다고 말하려는 듯.

그러다 눈에 들어온 건, '이차에는 미래에(의) 영부인과 대통령이 타고 있습니다'란 문구.

여자는 영부인이고 남자는 대통령인 건가, 조금 뭔가 배려랄까 생각이 아쉽더라는.


대통령은 본인의 힘으로 얻는 직업이랄까, 지위가 되겠지만..영부인은 역시 결혼빨인데.

그리고 굳이 하나 더하자면, 대통령이, 영부인이 훌륭한 사람인가? 이미 그들이 그렇지 않단건

숱한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요새같은 때라면 오히려 저런 문구는 자칫 폭력성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꼼따꼼. 저기다가 쓸린다고 어디가 베이거나 잘라지거나 썰리지는 않겠지만, 저렇게

은근히 따꼼따꼼하게 괴롭히는 것들에 문득 벌컥 화를 내고 싶어질 때가 있는 거다.

종이컵 가득 꾸역꾸역 부어지던 물이 어느 순간 쿨럭, 토해내지며 사방으로 물을 뱉어내듯.


요새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라고 묻길래 네놈 때문이다, 라고 답할까 하다가 그냥.




주말을 보내고 나니, 성질급한 시계가 벌써 월요일을 알렸다.

더이상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 되어버린 월요일.

흥, 시계 따위가 째깍거리며 아무리 나를 재우쳐댄다 할지라도

나는 일요일과 마지막 후희를 즐기겠어, 라며 조그만 와인을 두 병 마셔버렸다.

주말과의 만남은 늘 금욜밤의 전희, 일욜밤(혹은 월욜 새벽)의 후희로.


상큼한 화이트와인, 칠링은 되어있진 않았지만

좀처럼 꾸물대는 인상을 펼 줄 모르는 춘래불사춘의 봄날이 곱게 싸쥐고 있던 병이라 나쁘지 않았다.

오늘의 네이트 대화명은 Green Thumb for Spring. 꽃구경 가고 싶은 월요일.



또다시 M에서 와인 한 병을 마셔버렸다.

발단: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왠지 선물로 받은 유리컵과 와인 한병을 들고 왔다.

전개: 간단히 치맥을 먹으며 놀다가, 나가서 길가 벤치나 공원에서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위기: 방사성 물질이 섞인 바람이 차가웠다.

절정: 다시 떠오른 이전의 추억. 맥도널드에서 상하이스파이스버거를 안주삼아 발렌타인17년을 마시다.

결말 :

치킨집에서 챙겨온 쇠젓가락 하나로 코르크를 박박 파내는데 성공. 조금씩 젓가락으로 뜯어내 보면서도

이게 파내어지겠나 싶었던 거다. 여차하면 걍 안으로 밀어넣을 생각도 했었지만 의외로 간단히 성공.


빅맥을 먹기좋게 커팅하고 감자칩을 씹으며 콜라로 헹궈낸 유리컵에 와인을 따라 마셨다.

조용히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놀다가 기어이 병을 비우고, 뒷정리도 잘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어떤 미로든 그 곳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굉장히 친절하다.

길을 잃게 되는 길을 알려주는 이상한 표지가 커다랗게 놓인 그곳에서 시작이니까.

그러고 보면 유원지의 '유령의 집'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눈에 잘 띄고 절대 놓칠 수 없는 그 입구, 를 지나치고 나면 정신이 혼미한채 이리저리 쫓기는 거다.


출구는 어디일까. 출구는, 출구는 어디일까...입구는 어디였을까.

블랙박스의 시꺼먼 내부 같은 그 안에서 술취한 듯 갈지자로 헤매다보면 차라리

입구를 다시 찾아서, 그 표시가 가리키는 반대로 내닫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지는 때도 있었다.

결코 찾을 수 없는 뫼비우스의 실마리를 찾듯 결국 내딛는 걸음걸음은 제자리걸음이 되지만.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해서는, 대체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뒤로 멀어지고 있는 건지 따위를 하나도 알 수 없게 되버리는 순간.

누군가 날아올라 내가 어디 있는지를,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고 말해줄 수 있으면 했다.

그럴 때가 아마도 죽어버렸다는 신의 손끝이 움찔움찔 경련하는 순간일 거다.


날아올라 무찔러라 메칸더의 용사들아, 최후의 승리는 우리 것이다.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둥그런 지구를 휘감아 도는데, 2012년에는 지구가 망한다는데 여전히

나는 차마 어쩌지 못할 내 신변잡기와 하찮은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심호흡을 뱉는다.

뫼비우스의 대지 위에서 비둘기의 날개를 부러워한다.




@ 서울대공원.


얼마전부터 블로그에 대화창 하나를 띄워놓고 있다. 우연찮게 알게 된 위젯 하나를 달았더니

내가 블로그에 접속해 있는 한 방문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물론 상대쪽에서 저 입력창에 글자를 적어 말을 건네올 때에야 가능한 거지만, 나름

평소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했고, 뭔가 정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바로 답을 줄 수 있을 거 같기도 했고.


한 열흘쯤 써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진 않았다. 문득 '누구세요'라고

물어놓고 도망가버리는 분도 있었고, 그냥 '안녕하세요'하고 완강한 침묵을 지키는 분도

있었고. 게다가 내가 로긴해 있을 때에야 대화가 가능하니까 실제로 하루 중 가능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 탓도 있을 거다. 그리고 가뜩이나 댓글 안 달리는 블로그에 그나마 인사하는

댓글조차 안 달리는 부작용이 있는 거 같기도 해서, 조금 실망.


그 중에서 몇몇 재미있던 케이스, 이전에 썼던 글들에 격하게 반응하며 개니 소니 욕지거리를

잔뜩 하던 사람이 있었고,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인도 출장에 대해 물어봐주던 사람들이 있었고,

또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어오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자기소개서나 출장자료 등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말을 걸어오는 듯.

아, 그리고 초대장 배포할 때 초대장 달라며 이야기해주던 분들도 있었고 비행기 접는 법

모르겠다며 물어보신 분들도 있었구나.


계속 달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일단은 좀더 지켜볼 생각이다. 나름 블로그에 방문해 주는

사람들과 한두마디라도 섞어보는 건 재미있는 거 같기도 하고, 가끔 심심할 때 이런저런

내 글들을 보고 버럭버럭하며 욕지거리를 푸지게 쏟아놓는 사람이 오면 덜 심심할 거 같다는

기대가 여전히 있으니까.




토요일날 샤갈전을 보러 나섰었다. 3월 27일까지라 하여 막판이니 사람들이 많으리란 건 이미

예상을 했었지만, 줄이 잔뜩 늘어서 입장하는 데만 한시간이 걸리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왜 이리도 사람이 많은 건지. 굳이 샤갈전을 보러 왔다기보다는 근처를 걸으며 놀고 싶었던 거라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저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가선 오디오 설명이 붙어있는 앞에서

바글바글 모인 채 줄서서 작품 감상을 하리라고 생각하니 정말. 샤갈은 다음 기회에.

그냥 돌아서서 정동 쪽으로 넘어가려는데 문득 발걸음을 붙잡은 건, 뭔가 분위기가 묘한 조각들.

잔뜩 찌그러들어있어서 왠지 저기 어딘가쯤에 블랙홀같은 게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건 아닌가

싶도록, 순간적으로 눈이 어질어질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잔뜩 짜부러진

가족들의 모습들. 실물 형태로 만들어두고 위에서부터 지긋하게 꾸우욱 눌러서 만든 걸까.

각도를 이리저리 달리 해서 보니까 더 재미있었다. 눈높이를 맞춰서 보면 호빗족 같기도 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냥 장독 같이 땡땡하고 배나온 물체들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작품 제목도

무려 '장독대'였던가.

그리고 좋아하는 길 중 하나, 시립미술관에서 넘어가는 길. 노랑색만 살리고 모노톤으로 찍어본

사진에서는 바리케이트가 발랄해 보인다. 저너머 수풀 속 개나리 뭉치들도 어찌됐건 슬금슬금

오고 있는 봄기운을 느끼게 했고.

가다가 문득, 정동갤러리를 들렀다. 현대작가들의 소품전을 열고 있었는데 여긴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다. 2층까지 전시된 작품들을 유유히 둘러보면서 몇몇 작가들의 그림에 감탄해주고

이름도 눈여겨 보아두고, 내키는 대로 돌면서 한바퀴 돌고는 점찍어둔 작품들은 다시 한번

봐주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갤러리 안에서 나무마룻바닥에 울리는 내 발걸음 소리도 좋았고

따끈하게 실내의 공기를 덥히는 백열전구들의 온기도 좋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쌀쌀한 삼월말의 날씨, 세상에 식목일이 코앞이건만 이렇게 추워서야. 갤러리 안에

후끈하게 덥혀진 공기는 백열전구 말고도 이 녀석의 도움이 컸던 거다. 빨갛게 달아오른 코일을

둘둘 감고 있는 난로. 그 솔직한 열기가 난로와 마주한 살갗에 훅 끼쳐와서, 왠지 정다워서 난로

앞에 쪼그려앉아서 열기를 느껴줬다.

늘 미술관에 오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특히나 현대 미술로 넘어오면 더 심해지지만 이렇게

작품들이 줄줄이 전시된 가운데 소화전이나 통신단자 부스같은 것들이 문득 숨어있는 거다.

더구나 여긴 아주 의도적인 양 스뎅부스 주변을 액자틀같은 걸로 둘러놓았다. 액자틀까지

대략 주위 작품들과 깔맞춤되어 있는데다가, 마침 바로 옆에 전등스위치가 바싹 붙어있어서

작품 라벨같이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설렁설렁 노닐다가 밖으로. 어디선가 물이 줄줄 흐르는 소리가 개울가 같다 싶었는데

건물 청소중이었다. 4층짜리 학교 건물 위에 줄 하나로 지탱한 채 건물 외벽을 청소중이신

아저씨의 뒷모습이 하늘하고 붙어버렸다.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추워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당당해 보이기도 하고.

마무리는 영화관. 어쩌다 보니 '미로스페이스'가 근 일년여만에 재개관하는 첫날이었다. 깔끔하게

재단장한 영화관, '2011 감독열전' 작품 중에서 시간이 맞는 녀석 하나를 골라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었더라는. 혼자 영화관 전세내서 '초롤케의 딸'이란 다큐를 보았는데 이리저리 자세도 바꿨다가

좌석도 바꿔서 보았다가, 영화 만큼이나 너른 영화관도 재미있었다.




@ 방콕, 태국.

 
일시 : 2011년 3월 22일(화) PM 23:22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이 사진 속의 물건-아마도 자동판매기-이 뭐에 쓰는 물건인지,
           이유 한두가지와 함께 말씀해 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7장


In Honor of

the hopeful bloggers of the Tistory


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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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tzsch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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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Tuesday March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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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zsche.tistory.com







(오늘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바램 >

1. 시산제 행사는 지방 특색과 향토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음을 이해바랍니다.

2. 산에 대한 의례적인 예식 행사이니 종교적인 부담스러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악인의 마음가짐으로 이해바랍니다. (큰절 대신 묵념으로 대신해도 괜찮습니다.)

 

 

ㅇㅇ 산악회 계룡산 시산제 식순 & 축문

 

1. 개회식 [사회자]

 

* 지금부터 시산제 개회식이 있겠습니다.

* 모든 회원님들은 자리에 정렬해 서 주시기 바랍니다.

* 지금부터 신묘년 ㅇㅇ 산악회 시산제를 거행하겠습니다.

* 일동 차렷!

* 순국선열 및 먼저 가신 산악인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

* 일동 묵념!

* (20초후) 바로!

* 다음은 산악인 선서 순서입니다.

* 선서는 산악대장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2. 산악인 선서 [산악대장]

 

* 산악인은 /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 정열과 협동으로 /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 다만 자유와 평화, / 사랑의 /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3. 회장 인사말 [회장]

 

* [사회자] 회장 신년인사가 있겠습니다.

회장 인사 :

 

 

4. 시산제

 

* [사회자] 지금부터 신묘년 ㅇㅇ 산악회 시산제를 거행하겠습니다.

* [사회자] 강신(降神, 신을 모심)이 있겠습니다.

* [사회자] 모두 단정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시산제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초혼관인 산악회 회장님께서는 제를 올리기 전에 경건한 마음으로 촛불을 켜시고 분향하시기 바랍니다. 집사는 우측에서 도와주시기 바라며, 회장님은 잔에 술을 받아서 땅에 세 번 나누어 붓고 엎드려 초혼문을 낭독하시기 바랍니다.

 

* [회장 : 초혼문]

招魂文 :

 

ㅇㅇ 산악회 모든 회원들을 지난 한해동안 무사하게 산행할 수 있게 도와주신 천지신명님과 이땅의 모든 산신령님께 감사드리고, 또 신묘년 올 한해동안 무사히 산행을 하도록 보살펴 주십사하고 부족한 정성이지만 성심을 다하여 제물을 마련하여 정기 어린 이곳 계룡산 정상에서 신령님께 바치오니, 신령님께서는 인간 세상에 내려오시에 임재(臨在)하여 주시옵소서.

 

* [사회자] 다음은 참신이 있겠습니다. 다 같이 세 번 큰절을 하시기 바랍니다. 일동삼배!

* [사회자] 이번은 초헌(初獻) 순서입니다. ㅇㅇ 산악회 회장님께서 산신께 첫 잔을 올리겠습니다. 초헌관은 산신계 잔을 올리고 절을 세 번 하시기 바랍니다.

 

* [사회자] 독축(讀祝)이 있겠습니다. 축문은 ㅇㅇ 산악회의 부회장님께서 낭독을 하시겠습니다.

 

* [부회장 : 축문]

신묘년(2011) ㅇㅇ 산악회 祝文 :

 

유세차~

서기 2011(신묘년) 312(음력 28)

아름다운 마음으로 화합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ㅇㅇ 산악회 회원 일동은 시산제를 거행함에 앞서

천지신명과 이 땅의 모든 산신령님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님과 이 땅의 모든 산신령님이시여!

금일 우리 ㅇㅇ 산악회 회원 일동은 정기어린 계룡산 정상에서

지난 한해동안 무사히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심에 감사드리며

회원 모두의 정성을 모아서 성스러운 제를 올리나이다.

 

바라옵건대 신묘년 올 한해에도 ㅇㅇ 산악회의

무궁한 발전과 더불어 회원간에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각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게 하여 주시기를 엎드려 비나이다.

아울러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 찬 산하를 걸을 때마다

자애로운 눈길로 굽어 살피시어,

우리 회원 모두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님과 이 땅의 모든 산신령님이시여!

오늘 저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저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ㅇㅇ 산악회가 무사무탈한 산행을 하며

날로 번창하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오며

이 한 잔 술을 올리나이다. 흠향하여 주시옵소서.

 

서기 2011년 신묘년 음력 28(양력 312)

 

ㅇㅇ 산악회 회원 일동 

 

* [사회자] 아헌(亞獻) 순서입니다. 아헌은 전임회장님께서 두 번째 잔을 올리겠습니다. 아헌관은 산신께 두 번째 잔을 올리고 세 번 절을 하시기 바랍니다.

 

* [사회자] 종헌(終獻)이 있겠습니다. 종헌은 산악대장 및 임원들이 잔을 올리겠습니다. 세 번 절을 하시기 바랍니다.

 

* [사회자] 다음은 헌작(獻爵) 순서입니다. 올 일년동안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잔을 신령님께 올리실 분들은 앞으로 나오시어 차례로 잔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전임회장 및 임원진과 회원들)

 

* [사회자] 더 이상 헌작하실 분이 안 계시면 수저를 내리고 산신령님께 작별을 고하는 사신을 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은 정중히 큰절을 세 번 해주시기 바랍니다.

 

* [사회자] 다음은 소지(燒紙)를 하겠습니다. 회장님께서 안전산행을 기원하면서 축문을 태워 하늘로 날려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5. 폐회

 

* [사회자] 이상으로 ㅇㅇ 산악회 2011, 신묘년 시산제를 마치겠습니다.

 

* [사회자] 행사를 위해 후원 및 도움을 주신 분들과 묵묵히 산에 와주시는 회원 친구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회장님께서는 시산제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게 골고루 술과 음식을 나누어 드리시기 바랍니다. .






신묘년(2011) ㅇㅇ 산악회 祝文 :

 

유세차~

서기 2011(신묘년) 312(음력 28)

아름다운 마음으로 화합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ㅇㅇ 산악회 회원 일동은 시산제를 거행함에 앞서

천지신명과 이 땅의 모든 산신령님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님과 이 땅의 모든 산신령님이시여!

금일 우리 ㅇㅇ 산악회 회원 일동은 정기어린 계룡산 정상에서

지난 한해동안 무사히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심에 감사드리며

회원 모두의 정성을 모아서 성스러운 제를 올리나이다.

 

바라옵건대 신묘년 올 한해에도 ㅇㅇ 산악회의

무궁한 발전과 더불어 회원간에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각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게 하여 주시기를 엎드려 비나이다.

아울러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 찬 산하를 걸을 때마다

자애로운 눈길로 굽어 살피시어,

우리 회원 모두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님과 이 땅의 모든 산신령님이시여!

오늘 저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저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ㅇㅇ 산악회가 무사무탈한 산행을 하며

날로 번창하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오며

이 한 잔 술을 올리나이다. 흠향하여 주시옵소서.

 

서기 2011년 신묘년 음력 28(양력 312)

 

ㅇㅇ 산악회 회원 일동





#1.

결국 사람들은 야설작가에 놀아난 셈이다. 고 장자연을 자신의 대상으로 삼고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과 같은 일련의 스토리를 얼개로 삼아 제멋대로 써댄 자신만의 야설.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

아무리 친한 오빠라고는 해도 그렇게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감각적으로

묘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2.

그 와중에 고인은 정의를 말한다는 입들에 의해 '악당'을 잡기 위한 '구멍'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트윗 세상에서 도는 글들 중에 '구멍동서'라느니 '맛있는 거'라느니 따위의 묘사를 써가며

리스트의 사람들을 손가락질해대는 글들을 보면, 토할 거 같다. 대체 그들은 기본적으로 고인에

대한 예의나 안타까움을 갖추고나 말하는 건가, 아님 그저 누군가의 치부를 드러낼 도구일 뿐인가.


#3.

굉장히 자극적인 이야기였다. 정신병원의 그는 야설계의 베스트셀러를 지어낸 셈이다. 고 장자연의

스토리는 이미 언론에 충실히 보도되어 있으니, 그 얼개에 맞추어 디테일을 그려내고 그녀의 목소리만

빌려오면 되었지만. 사실, 이번 편지가 팩트에 있어 더해준 건 아무것도 없다. 더해진 건 오로지

자극성,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 뿐. 그리고 그 상상력은 편지가 가짜던 진짜던, 이미 충분히

충족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짜가 아니라서 바싹 꼴렸다가 맥이 풀렸으려나.


#4.

사실은 그 같잖은 야설쪼가리 말고도, 이미 나온 이야기들로 충분했다. 고 장자연이 죽음으로

이슈화했던 문제들은 뚜렷하다. 연예계 성상납과 노예계약,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인권을

무시당하는 연예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잊지말아야 할 그 포식자들. 그런 문제점을 덮자는 게

아니다. 그런 문제점들이 고작 야설쪼가리 몇 장으로 덮이거나 안 덮이는 것처럼 구는 것도 웃긴다.


#5.

대체 어디까지 불신할 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을 거라면, 절차 따위 상관없고 예기치 않은 피해자

따위 안중에도 없이 각자의 '정의'실현을 위해 악다구니를 쓸 거라면.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그림.

이번 같은 경우도 그렇다. 좀더 차분할 수는 없었을까. 필적 감정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빠지지 말고, 억울하게 잊혀간 그녀의 죽음이 갖는 구조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을까. 조중동에 대한, 포식자들에 대한 신물만큼이나 그런 행태에 대해서도 신물이 난다.




#1. 

운동장에 그어진 뱀처럼 꼬불거리는 하얀 선을 따라 줄을 서서 구호용품을 배급받는 일본인들.

사재기도 없었고, 치료를 받을 때도 더 급한 다른 사람은 없었는지 물어보며, 일사분란하고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거다. 그에 더해 몇몇 사람들이 쓰나미가 오는데 막판까지 안내

방송을 하며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거나, 녹아내리는 원전을 막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원전 속으로 들어갔다거나. 일본인에 대한 미담은 이어진다. 이상할 정도로.


#2. 

일종의 미안함을 동반한 반작용인지도 모른다. 일본에 지진이 나자 한국 언론은 계산기를

두드려 국내 경제의 호재임을 입증하려 애쓰기도 했고, 정치인들은 한국에 산다는 게 다행이라

거침없이 이야기했으며, 무엇보다 일부 정신병자는 '하느님의 뜻'을 운운하며 천벌이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나을 건 없었다. 이 기회에 일본을 꺽자느니, 일본이 그간 역사적으로 가해온

범죄행위에 대한 응징이라느니, 격하게는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느니. 


#3.

문득 부끄러워진 걸까. 태극무늬를 앞세워 따끈따끈한 감동을 전하자는 쓰레기같은 말이

터져나오고, 수천수만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앞에서 비로소 인간이 보인걸까. 위안부

할머니들의 '국경을 넘어 생명은 소중하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새삼스러워 보일 지경이 되서야.

그에 더해 '아이티' 때와는 다르다느니, '명성높은 외국 언론'들이 일본의 겸양하는 멘탈리티를

부각하고 일사분란한 분위기를 주목하니 왠지 '트렌드'가 그게 아닌가보다 생각한 건 아닐까.


#4.

근거가 있다. 극단에서 극단으로 휘휘 내둘리는 이 나라의 언론 혹은 여론은 이미 숱한 사례를

배출해 왔다. 이번에 그 자극적인 '장자연 편지'에 대한 들불같은 분노는 어떤가. 이미 팩트는

익히 드러났던 사안임에도 그 야설같은 스토리에 반응해서는, 필적 조사 등 객관적인 절차 이전에

불끈 달아올라 버렸다. 그 이전 '중국 총영사 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 희대의 스파이인

양 묘사되다가, 막판에는 초라한 생계형 브로커의 모습만 남지 않았나.


#5.

대개 실상은 극단과 극단 사이에 있기 마련이다. 팩트는 일본인들이 그렇게 전혀 새로운 질높은

인간성을 보였노라는 격찬과 그들의 '깃발을 따르는' 국민성 및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는 질시어린

폄하 사이에 어딘가 존재할 거다. 한점 흔들림없이 사재기도 없고 질서도 잘만 지킨다는 차분한

일본 국민이라는 이미지는 상당부분 자연재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지침을 마련해 둔 것에 기대어

있었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심각해지면서 조금씩 균열이 나타는 것처럼 보인다. 카트리나때

미국인들은 어땠었는지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황이 딱히 예외적이란 느낌은 안 든다.


#6.

문제는, 그 와중에 "재앙 속에서도 빛나는 성숙한 시민정신"이라느니, 저런 게 바로 일본의

저력이라느니 하는 쎈 타이틀들이 은근슬쩍 주입하려는 듯한 고정관념이다. '시민'이 갖춰야
 
할 덕목 중의 그런 차분함과 이타심도 있겠지만, 과연 일본사회가 권리의식, 정치적 민주화,

사회경제적 민주화 따위에 눈뜨인 '성숙한 시민정신'을 갖춘 각성된 시민사회일까. 극단적이지만

그런 표현들이 숨긴 속마음은 이런 거 아닐까. 김문수가 말했듯, "일본 국민은 일이 터져도

대통령 탓을 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다루기 쉽다. 그걸 배우라는 건 아닌가.


#7.

결론. 일본인들이 지금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저토록 차분하게 대처하는 걸 신화화하거나

신비화해서는 안 된다.
평소의 교육과 심적 대비, 그에 더한 사회적, 문화적 특성이 발현된

결과이지 무슨 새로운 인간형이 출현했다거나, 우리보다 멀찍이 앞선 '선진'시민이라거나,

우리가 배워야 할 '시민의식'의 궁극이 저런 모습이라거나 식의 이야기로 홀리는 건 곤란하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인식이 사춘기 소녀의 마음처럼 냉소와 찬탄으로 휙휙 바뀌는 건 결국

'질투'라는 감정에 사로잡힌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성숙하려면 아직 멀었다.


* 이 글을 쓴 다음날, 아니나다를까 치졸한 비방이 시작됐다.(중앙일보 편집인, 2011/3/16)

"그 풍경은 우리 시민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천재지변 탓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도 창구에 몰려가 항의하는 가벼움과 어이없음, 준법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행세하는 떼 법, 끼어들기 주행, 남 탓하기의 풍토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탓, 자기 책임부터 먼저 생각했고 염치를 지키려 했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과 국가적 풍모를 만든 세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남 탓하기와 떼 법의 억지와 선동의 싸구려 사회 풍토가 득세했다. 일본발 문화 충격은 그 저급함을 퇴출시키는 자극이 될 것이다."
골목을 뱅글뱅글 돌았다.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씨씨티비를 피해 세워놨던 차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문득 조바심치다 에라 모르겠다. 늘 길찾기는 내게 스트레스였다.

문득 떠오른 그녀의 타박 아닌 타박. 오빠는 어떻게 나보다도 길눈이 어두워.


어차피 집 밖에 나서면 전부 길이다. 낯선 길 위에서 늘 그녀의 말이 맴돈다면 큰일이다.

장소에 주석을 붙이고 기억을 첨부하는 건 일종의 허세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런 의미도

없는 악세사리같은 말들이라 생각했었는데. 정작 나는 길 위에서 추억한다.


그러다 번쩍, 계시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안농'손칼국수. 지난 3년동안 그녀의 인사는

대개 '안농' 아니면 '안뇽'이었다. 안농. 입술에 주름을 잔뜩 끌어모아 앞으로 바싹, 평온하던

날에 그 인사말은 장난스런 키스의 느낌을 떠올렸댔다. 안농, 그러면 나도 안농.


길 위에서 넘실대던 그녀의 기억이 인도 위까지 들이차기 시작한 걸까. 장마철 보도블록을

핥아대며 역류하는 빗물의 강처럼 뭔가 으슬으슬해졌다. 우리의 시간이 내게 주었던 교훈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역시 조금은, 변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녀의 '안농'이 내게 남았다. 그리고 다른 고민이 남는다. 그럼 대체 난 뭘 배운 걸까.

그 시간동안, 그 평온했던 날들과 쓰라렸던 날들을 거치면서 결국 뭔가 배워야 할 걸 못

배운 건 아닐까. 이런 내가 다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니 드라마를 보면, 모두가 조금씩은 깨달음을 얻는 거 같다.

그때 그랬어, 사실은 그랬어야 했어, 내 문제였어, 둘다 어렸어 따위. 근데 정말, 그렇게

현실이 굴러간다면 지금쯤은 세상엔 사랑에 득도한 사람들만 가득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그저 다들 늘어만가는 나이에 부끄러우니까, 깨진독처럼 좀처럼 숙성되지 않는 경험치가

부끄러우니까 있어보이는 척만 하는 건 아닐까. 사실은 나도 그래보일 순 있는데. 허름하니

글자가 깨져나간 간판 하나에 '안농'이니 어쩌니 울렁대지만 않으면.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책상정리를 하며 풀곤 했다. 마치 책상 위에 산재해 있는 것들이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이런저런 골칫덩이들인 양 적당히 가르고 포개고 짱박아서 정리를 했던 거다. 그래서인지

나름 남자치고 책상 정리도 깔끔하고 정리정돈도 잘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고.


그런데 요샌 또 그렇지도 않은 게, 계간지에 연재되는 소설을 한호흡에 다시 읽겠다며 우르르

꺼내두고, 소설이니 사회과학도서니 따위 보려던 거 꺼내두고, 그러다 보니 책상위에 책으로 된

산이 하나 생겨버렸다. 책꽂이가 다 차 버려서 더이상 꼽을 데가 없다고는 해도, 이미 그런 상황도

여러 차례 겪으며 버릴 책 솎아내고 없는 공간 만들어냈으니 핑계란 건 스스로 알고 있다.


어쩌면 요새 머리가 아픈 건 머릿속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그저 하얗게 비어있는 거니까 딱히

책상 위의 물건들을 빌어 정리를 해야 할 건덕지가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여전히

책상 위가 난장판이 되어있는 걸 봐도 정리하고 싶은 의욕도 안 생기고, 그저 책 어디메쯤

꽂혀 있는 고양이 모양 간지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1. 기분좋게 땀이 흘러내리는, 마치 찜질방에 온 듯 하던 방콕의 대낮이 기울고 나면 제법 바람도
 
선선하고 땀도 보송보송 마르는 게 너무 좋았던 거다. 그런 데다가 하늘이 퍼렇게 멍들고 주홍빛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 번쩍번쩍 헤드라이트를 휘날리며 좁은 인도길을

침범해오는 그런 붕붕 뜨고 살짝 불안하면서도 싱숭생숭한 분위기라니. 한국은 여전히 등골 대신

고드름을 꼽아놓은 듯한 날씨인지라 더욱 유난하게 그리워지는 거다.


#2. 장자연의 편지라며 상세하게 내용이 공개되기에 이른 그 내용. 약에 취해 밤새 변태짓을

했다느니 동료들 앞에서 어쨌다느니. 사람들의 분노만 어떻게든 들끓게 만들어보려는 건 아닐지

오히려 그 진위와 의도가 의심스러워진다. 연예계에서 그런 노예계약에 성상납이 있었다, 라는

사실 만으로 부족한가. 거기에 더해 밤꽃 냄새 풀풀 풍기고 야설스런 묘사가 푸지게 나와야 하는

건가. 그렇게까지 세밀한 묘사와 공개, 거침없는 인용들이 공유되는 건 대체 누구의 알 권리를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이래서야 마치 성매매업소 특별취재 르포랍시고 가는 길과 서비스를

상세하게 광고해대는 찌라시 기사들 같잖아.)


#3. 오전내내 춥고 배고프고 졸렸다. 요새 계속 늦게까지 잠을 못 들어서 아침엔 간단히 뭐라도

먹을 시간이 없고, 회사에 오면 아스팔트와 철근에서 뿜어나오는 냉기에 번번이 지고 마는 데다가,

어제는 특히 네시반에야 잠들었으니 졸리는 게 당연한 거다. 격한 영화 '블랙 스완'을 보고 잔뜩

지쳐서 집에 와서는, 책 좀 읽다가 노래듣다가, 노래듣다가 술 한잔 마시고, 술 한잔 하다가

아이폰으로 점백만원짜리 맞고쳐서 백억을 딸 때까지 멍하니, 눈도 깜빡 않은 채 조그마한 화면에

집중하고 말았다. 그만둬야지, 그만둬야지, 하는데 며칠째 자괴감만 쌓이고.


#4. 이번 상하이 스캔들, 상무관 한 명이 아는 사람이다. 그냥 뭐 다른 이야기는 차치하고 그와

함께 일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 하나. 그의 건배 구호가 굉장히 임팩트 있었다. "조배죽!"

무슨 뜻이냐면, '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라나. 그쪽 공무원들의 마인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건배사라고 생각했었다. 이번 건, 배신일까 사기피해일까.




얼마전 도쿄 여행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깜찍한 아이템, 고양이 볼펜이다.

고양이 양팔이 번쩍! 위로 올려져서는 검정색 쓰자, 하면 오른손 내리고, 빨간색 쓰자, 하면

왼손 내리는 식의 아주아주 깜찍한 볼펜.

원래 만년필을 즐겨 쓰지만 당분간 이 펜을 써주기로 했다. 왼손 내려, 오른손 내리지 말고

왼손 내려, 왼손 내리지 말고 오른손 내리지 마, 오른손 내려, 따위의 구령을 맘속으로

붙여가며 찰칵찰칵 빨강색 검은색 모드를 바꿔주는 거 은근 재미있어서.


게다가 여행을 가는 길에 만년필을 갖고 다니는 건 넘 부담스러워서, 4박 6일동안 따뜻한

남쪽 나라로 도피하는 여행에는 딱이다. 오늘 출발, 3월 2일 새벽 6시반에 도착, 그리고 바로

집으로 내달려서 짐놓고 옷갈아입고 출근. ㄷㄷㄷ

방콕은 예전에도 한번 다녀왔던 곳이고, 딱히 꼭 집어 방콕을 가고 싶던 게 아니라 그저 순전히

따뜻한 남쪽 나라를 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온갖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을 뒤지다가 나온 곳이라서

아무 계획도 없고 예약한 숙소도 없고 그냥, 티켓만 들고 간다.


일단은 그저 온종일 걷고, 배고프면 까페나 조그만 음식점에서 먹고 마시고, 열대 과일 잔뜩 먹고

특히 두리안 잔뜩잔뜩 먹고, 사진 많이 찍고, 가져가는 책 두권 다 읽고 오고, 이것저것 헝클어진

머릿속도 좀 청소하고, 그럴 생각이다. 아무 계획없이, 특별한 목적없이 휴양하러 가는 건데

막상 써놓고 보니 굉장히 할 일이 많은 거 같다는..;


하얀 고양이 인형은 '개운초복', 운을 열어주고 복을 불러준다는 인형이니 부디 비행기 안 떨어지고

이상한 범죄에 휘말리지 않고 몸건강히 마음건강히 돌아올 수 있기를. (아무래도 이런 새삼스런 걱정은

요새 비행기 추락사고로 섬에 불시착해 벌어지는 미국드라마 LOST에 빠져있던 탓이 크다.)





사실은, 음식이나 맛집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느 '맛집'이라는 데를 들르면 벽면에 빼곡히 적혀있는 유명인들, 연예인들의 사인과

"돈 많이 버세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따위의 관용적인 덕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게다.


한두개 걸어놓은 집에선 그래도 누가 왔다갔나 유심히 이름도 살펴보게 되지만

아무래도 여러개가 걸려있으면 그냥, 일종의 벽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만고만한 내용에 특색없이 질질 갈긴 사인들, 그냥 벽면에 도배된 A4지들 같은 거다.


그 중에서 최근 어느 '맛집'에 갔을 때 발견한 참신한 사인.

글자체도 그렇고, A4지의 네모난 구획에 구애받지 않는 분방한 스타일도 그렇고, 감탄했다.

사인은 어디에도 없지만, 저 정도면 본인이 왠지 직접 썼을 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조영남, '화개장터' 하나로 평생을 우려먹는 가수에 그다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이 사인 하나만큼은 그저 감탄. 저런 게 좋다.ㅎ


지난 1월 다른 책들을 전부 제쳐놓고 읽기 시작했던 책, "톰 아저씨의 오두막 1, 2"권.

책 형태로 제본된 게 아니라 A4 용지에 길게 복사된 책장을 하나씩 넘기면서 오탈자를

찾아보랴, 비문을 찾아보랴.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책 내용에 흠뻑 빠져버려 문득문득

곤란하다고 느꼈었댔다.


이제 초판이 발행되었다니 보람찬 일. 어렸을 적엔 기독교 냄새 강한 동화구나 싶은 맘으로

넘겼던 그 '톰아저씨의 오두막' 책장 사이사이에서 황량하고 비인간적인 노예제도의 피냄새와

나른한 무기력함이 정신을 흔들었었다. 내가 모니터해서가 아니라, 정말 강추하고 싶은 책.


동화거나 계몽적인 종교소설일 거라는 편견을 벗게 되는 기회가 될 거다. 그리고,

오탈자나 비문도 없을 걸.(이라고 하지만, 장담은 못하겠다;;; )



숨은 이름찾기.ㅋㅋㅋㅋㅋ 누가 여기에 쓰여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 이름이 여기저기 종이쪽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건 꽤나 신기한 일이다.



@ 외도, 보타니아 해상농원.


 
일시 : 2011년 2월 22일(화) PM 23:22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옛)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1) 이 작품을 보고 느껴지는 감흥을 간단히 묘사해주시고
           2) 작품의 제목을 붙여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19장


In Honor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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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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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Tuesday February 22, 2011



R.S.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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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라고 적힌 간판이 환하게 빛을 밝혔다.

무언가가 나오고 밀어내어지는 곳이 출구, 그런데 출구 앞 볼록거울에 비친 출구는

외려 다시금 그걸 꾸역꾸역 되짚어넣고 밀어넣는 그런 구멍처럼 보였다.


뗏국물이 말라붙은 더러운 거울은 출구의 기능을 반사시켜 뒤집은 것도 모자라서,

출구란 글자도 앞뒤로 바꾸어 구출이 되고 구출 역시 반전시키고 말았다.

왠지 막막한 느낌. 출구도 막히고, 구출도 글러먹은 더러운 거울속 세상.


1박2일의 짧은 남해안 여행이 끝나고 올라오는 길,

뭐 하나 바뀐 것도 없이 돌아올 곳만 정해져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던 거다.




@ 광주, 어느 백화점 주차장 출구 앞.
길을 걷다가 문득 이상한 광고 같은 걸 발견했다. 서울시의 상징이라는 해태가 몸을 뒤틀고 있는

정류장 옆으로 서울시가 표준화한 구둣방 한쪽벽에 붙어있었다. 아직 몇 걸음 앞에 있던 풍경,

뭔지 뚜렷이 보이진 않지만 왠 금빛 동상같은 형체 옆으로 어렴풋한 세 글자는 분명 표.창.장.

헉. 정말 허걱이다. 표창장 맞다. 직장인 여러분에게 서울특별시가 주는 표창장이랜다. 상장 모양의

광고에는 심지어 서울특별시의 휘장까지 금박으로 박혀서 레알 표창장의 흉내를 제대로 냈다.

직장인 여러분에게 서울시의 빛나는 영광을 돌린다니,  대체 무슨 영광이고 뭘 표창하나 했더니

그놈의 G20이다.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마냥.

표창장 문구 왼쪽에 그려진 건 상패라고 해야 하나, '위대한 서울시민상'이란 간질거리는 이름도

이름이지만, 황금빛 번쩍이는 직장인이 겉옷을 벗고 둘러멘채 가방을 든 모습도 왠지 비장하고

의연하고 영웅적으로 보이는 게 굉장히 간질간질하다. 


서울시가 직장인 여러분에게 (언제 줬는지도 모르게) 주는 상패에 담긴 문구.

"직장인 여러분, 여러분은 서울시를 세계가 놀랄만한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도시로 만들어주셨기에

이에 서울을 빛낸 '위대한 서울시민'으로 임명합니다."


G20 준비한다며 오바육바 떨어가며 온갖 불편을 끼쳐대고 과잉대응을 해대더니, 순식간에

잊혀져버린 성과없는 말잔치라기엔 뭔가 아쉬웠던 걸까. 이런 식의 광고라니. 왜 하필 '직장인'만

대상으로 주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비직장인들은, 특히나 수능까지 늦췄던 학생들은.


취업 준비중인 대학생들한테는 안 감사한가. 이왕임 그들 앞으로도 하나 만들어서 도시 곳곳에

나부끼는 건 어떨지. 이력서 경력에 한줄 적도록. 수훈사항, 서울시에서 '위대한 서울시민상' 받음.



심심하고 졸린 시간대, 메신저 너머 누군가가 주소 한줄을 건네줍니다.

http://www.iqtest.dk/main.swf

IQ 테스트군요. 이런 류의 테스트는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진행되는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멍하니 잡생각에 휘감겨있느니 잠시나마 즐기기로 합니다. '땡유', 감사를 표하고 테스트에

돌입하려는데, 이거 은근 진지한 테스트인 듯한 포스를 마구 풍깁니다.

40분동안 39문제를 풀라네요. 이건 무슨 잠깐 머리식히기용 게임이 아니라, 자칫 딴짓하는 거

사방에 티만 내고 결과도 알 수 없는, 최후의 순간에 실장님이 등뒤에서 '짐싸라' 이러시는 걸

들어야 하는 죽음의 게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잇, 하고 치울까 하다가 이미 25만명이나

테스트해본 결과를 토대로 한다니, 그렇다면 뭔가 진지한 마음으로 상대해 주마 나섰습니다.

뭐, 문제는 정말 IQ테스트 문제랑 거의 유사하네요. 그리고 처음에는 잔뜩 쉬운 문제가

우르르 나오다가 슬금슬금 어려워지고, 뒤로 갈수록 머리를 핑핑 돌리게 만드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역시나 40분동안 딴 짓을 꾸준하게 하는 건 쉽지 않아서 alt+tab 신공을

종종 발휘해야 했지만 결과는 만족입니다.ㅎㅎ



Good luck with the test!

* 얼마전 여의도에 있는 '동아원'이라는 기업의 대표이사를 인터뷰하고 쓴 기사 하나.

딱히 제대로 된 기사라긴 어렵고 꼭지도 '화제의 무역인'이어서 아무래도 말랑말랑한

내용일 수 밖엔 없었지만 그래도 기사체의 글은 또 오랜만이었다.


월간 무역
_화제의 무역인 2월호

동아원 이창식 대표이사

 

한국형 카길의 비전과 장수기업의 DNA가 만났을 때

동아원 이창식 대표이사

 

밀가루 음식이라 하면 자연스레 빵, 피자 등 서양 음식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정작 세계 최고 품질의 밀가루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반세기동안 지켜온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시장을 넓혀나가며 한국 제분업계의 선진화를 이끌고 있는 동아원(http://www.dongaone.com)의 이창식 대표이사를 만났다.

 

동아원은 한국의 장수기업 중의 하나로 1953년 조선제분주식회사 설립 이후 국내 식문화 개선과 식생활 창달을 위해 앞장서온 대표적인 제분사료 제조 기업이다. 한국의 제분사료업은 산업의 특성상 수출이 힘들어 내수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오랜 세월 안정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을 구가해온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의 보수성과 나태함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하얗게 얼어붙은 도시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여의도 63빌딩의 54층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식 대표는 뜨거운 열정과 패기만만한 목소리로 그런 지레짐작을 단번에 녹여버리고 말았다. ‘2015, 매출 1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비전 하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동아원의 노력이 벌써부터 어떤 성과를 보이는지 확인한 자리였다.

 

한국형 카길을 꿈꾸는 기업

 

동아원은 밀가루를 비롯해 프리믹스 등 210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프리믹스는 일본 유수의 식품회사로 지속적으로 수출되고 있는 대표상품이다. “제분과 사료업은 원자재를 국외에서 수입해 국내로 들여와 생산하기 때문에 이를 해외로 운반비 등을 들여 수출하기는 어려운 산업입니다. 게다가 일본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인 데다가 한국과 동일한 제분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 또한 높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제분 기술력과 품질을 믿었고, 결과로 보상받았습니다.” 이창식 대표는 프리믹스 등 기초 식자재를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아직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동아원이 나아갈 길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개척과 품질 고급화에 있다고 말한다.

 

제분산업과 더불어 동아원의 중심사업은 사료산업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 사료업체를 인수한 이래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현재 양돈과 양계, 양어, 양견, PET 등의 분야에서 310개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최초로 말레이시아에 양어사료를 수출하는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계약이 잇따르고 있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넘어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날로 고도화, 서구화하는 중국 소비문화의 추이를 볼 때 애완견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유기농 애완견사료 등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주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동아원은 전세계 약 47개국에 애완견 사료를 수출하는 ‘ANF’라는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해 그 때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철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통해 중국과 캄보디아 등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꾀하는 한편 현지에 직접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현지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형 해외자원개발방식의 창조적 변용

 

동아원은 재작년 비전선포식에서 ‘2015, 매출 1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제분과 사료사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를 바꾸어, 해외 사료사업의 비중 확대, 해외자원개발과 고급 유기농 브랜드 개발 등을 통해 절반이 넘는 매출을 중심사업 이외에서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 고급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 인수 등 마케팅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곧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해외로 확대하여 매출 증대와 사업의 안정성은 물론, 국내의 대표적인 글로벌 복합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과감하고 거침없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특히 주목해 볼만한 만한 부분은 동아원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캄보디아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동아원은 앞선 기업들이 그랬듯 옥수수나 밀 등 원재료를 생산하는 농장부터 확보하려 들지 않았다. 현지 주민의 반발만 불러일으킨 무수한 실패 사례와는 반대로 옥수수와 밀을 가공하기 위한 공장부터 짓기 시작했고 작년 5월에 건조장 설비가 완공되었다. 이는 일본의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 방식을 눈여겨보고 벤치마킹한 것으로, 가공 단계의 역순으로 진출하며 현지 주민과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것이다. “우선 공장부터 짓고, 현지 주민들의 신뢰를 쌓고 나면 원재료 수매를 담당하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농장을 직접 확보하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막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동아원은 한국 제분사료산업에 적합한 선진국형 사업형태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을 이롭게
, 자연을 이롭게

 

우리는 새로 짓는 건물마다, 공장마다 1층에는 체력단련실을 꼭 마련해 둡니다.” 쉼없이 동아원의 신산업분야와 성장전략을 이야기하던 이창식 대표가 문득 웃으며 말했다. “결국 동아원은 사람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먹거리를 책임지는 기업이고, 그만큼 더 사람 중심의 마인드가 체화되어 있는 기업이니까요.” 체력단련뿐 아니라, 동아원은 외부 전문가들의 영입은 물론 각 사업부별 학습조직을 체계화해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사업계획과 전략에 실제로 적용, 확장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동아원의 경영이념인 인간을 이롭게, 자연을 이롭게라는 문구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영이념은 기업으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뿐이라며 말하기 조심스러워하는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캄보디아에 매년 봉사활동을 떠나 학교시설 등 공공시설물을 지어주고, 창립기념일 등에 정기적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활동을 늘려갈 예정이다.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는 자세

 

이창식 대표의 올해 다짐은 남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책을 읽으며, 조금만 더 자기 계발에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표의 올해 바람은 동아원 직원 모두가 자신과 함께 이런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원 역시 조금 일찍 미래를 내다보고, 조금 더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조금만 더 해외시장 진출 및 품질 고급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2015, 매출 1조원의 글로벌기업의 비전은 조금 더 앞당겨 달성될 수 있을 것 같다.

 


토끼해를 맞아 다짐했을 여러 약속들, 꼭 이뤄지길 바라는 여러 소원들, 모두 그 결이 다르고

색이 다른 이야기들이겠지만, 사실은 모두 하나로 돌아오는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이번 발렌타인데이를 핑계로 그런 마음을 채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초콜렛을 (많이) 받는 나만의 노하우!'라는 Q&A를 겸한 초대장 배포!


● 일시 : 2011년 2월 11일(금) PM 3:0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옛)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초콜렛을 많이 받는 나만의 노하우?"
              이 질문에 대한 본인의 답과 그 이유를 적어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2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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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전동성당 앞 골목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발견한 간판 하나.

국수카페, 카페 이름이 그냥 국수인 걸까 아니면 국수도 팔고 커피도 파는 카페라는 걸까,

조금 당황스런 마음으로 몇 초간 하염없이 바라보던 간판이었다.


뭘까. 손님들이 한쪽에서 후루룩쩝쩝 하며 국수를 먹고 다른 한쪽에서는 커피잔을,

이왕이면 앙증맞은 에스프레소잔을 손가락에 꼽은 채 그럴듯한 표정짓기 놀이중이란

그림은 좀 상상이 되지 않는데..뭘까나.




가끔..이라기보다는 더러..집에서 술을 마시곤 하는데, 얼마전 술안주로 맞춤한 메뉴를 발굴해선

겨울내 잘 해먹고 있는 중이다. 탱글탱글한 은행열매를 구워 먹는 거다.

원래는 겨울철에 목이 잘 잠기시는 어머니가 드시려고 경동시장에서 대량 구매해온 거였는데,

중불 위에 올린 후라이팬에 데굴데굴 굴리면서 구우면 쫀득쫀득 맛있어서 술생각이 절로 나더라는.


* 약용으로 쓰려면 :

진해거담에 좋은 은행의 효과를 보려면, 하루 열알 내외를 꾸준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경동시장 상인 아지매의 말씀.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열알정도

후라이팬에 구워서 간식처럼 먹으면 된다고 한다.


굉장히 만들기 간단하면서도 맥주, 소주, 위스키, 꼬냑, 와인, 사케, 뭐 대부분의 술에 어울리는

안주라 앞으로도 애정해줄 거 같긴 한데, 하다보니 조리할 때 두 가지 정도만 유의하면 더욱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1) 불조정 :

너무 센불로 하면 은행열매에서 즙이 흘러나와서 쫀득한 식감도 떨어지고 타서 달라붙기도

하는지라 적당한 불조정이 중요하다는 점. 아무래도 은행이 노랗게 익어서 쫀득쫀득하게

씹혀야 술안주로도 제격이지, 바싹 말라붙은 채 타버리면 건강에도 안 좋을 듯하다.

2) 살살 뒤집어주기 :

어느정도 익고 난 후에 움직여주지 않으면 금세 타버리기 때문에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서 계속

뒤집어줘야 하는데, 넘 세게 흔들다보면 사진처럼 은행 껍질이 절로 벗겨지며 사방으로 날리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점. 기분좋게 취해 있는 상태에서 바닥 닦느라 술 깰 수는 없는 일.




은행의 약리효과니 적정 음용량이니 따위 따지지 않고라도, 이렇게 노릇노릇 이쁘게 구워진

녀석들을 한알씩 입에 넣으며 술을 홀짝대는 건 꽤나 기분좋아지는 일이다. 가끔 은행알이

작아서 아쉽다 싶으면 한번에 세네알을 털어넣어주는 것도 좋고.

집에서 술을 마시면, 책상은 술상이 되고 의자는 긴의자로 변신하며 컴퓨터는 뮤직박스가 된다.

그리고 모니터 안 풍경은 그대로 창밖 풍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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