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이라기보다는 더러..집에서 술을 마시곤 하는데, 얼마전 술안주로 맞춤한 메뉴를 발굴해선

겨울내 잘 해먹고 있는 중이다. 탱글탱글한 은행열매를 구워 먹는 거다.

원래는 겨울철에 목이 잘 잠기시는 어머니가 드시려고 경동시장에서 대량 구매해온 거였는데,

중불 위에 올린 후라이팬에 데굴데굴 굴리면서 구우면 쫀득쫀득 맛있어서 술생각이 절로 나더라는.


* 약용으로 쓰려면 :

진해거담에 좋은 은행의 효과를 보려면, 하루 열알 내외를 꾸준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경동시장 상인 아지매의 말씀.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열알정도

후라이팬에 구워서 간식처럼 먹으면 된다고 한다.


굉장히 만들기 간단하면서도 맥주, 소주, 위스키, 꼬냑, 와인, 사케, 뭐 대부분의 술에 어울리는

안주라 앞으로도 애정해줄 거 같긴 한데, 하다보니 조리할 때 두 가지 정도만 유의하면 더욱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1) 불조정 :

너무 센불로 하면 은행열매에서 즙이 흘러나와서 쫀득한 식감도 떨어지고 타서 달라붙기도

하는지라 적당한 불조정이 중요하다는 점. 아무래도 은행이 노랗게 익어서 쫀득쫀득하게

씹혀야 술안주로도 제격이지, 바싹 말라붙은 채 타버리면 건강에도 안 좋을 듯하다.

2) 살살 뒤집어주기 :

어느정도 익고 난 후에 움직여주지 않으면 금세 타버리기 때문에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서 계속

뒤집어줘야 하는데, 넘 세게 흔들다보면 사진처럼 은행 껍질이 절로 벗겨지며 사방으로 날리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점. 기분좋게 취해 있는 상태에서 바닥 닦느라 술 깰 수는 없는 일.




은행의 약리효과니 적정 음용량이니 따위 따지지 않고라도, 이렇게 노릇노릇 이쁘게 구워진

녀석들을 한알씩 입에 넣으며 술을 홀짝대는 건 꽤나 기분좋아지는 일이다. 가끔 은행알이

작아서 아쉽다 싶으면 한번에 세네알을 털어넣어주는 것도 좋고.

집에서 술을 마시면, 책상은 술상이 되고 의자는 긴의자로 변신하며 컴퓨터는 뮤직박스가 된다.

그리고 모니터 안 풍경은 그대로 창밖 풍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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