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로든 그 곳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굉장히 친절하다.

길을 잃게 되는 길을 알려주는 이상한 표지가 커다랗게 놓인 그곳에서 시작이니까.

그러고 보면 유원지의 '유령의 집'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눈에 잘 띄고 절대 놓칠 수 없는 그 입구, 를 지나치고 나면 정신이 혼미한채 이리저리 쫓기는 거다.


출구는 어디일까. 출구는, 출구는 어디일까...입구는 어디였을까.

블랙박스의 시꺼먼 내부 같은 그 안에서 술취한 듯 갈지자로 헤매다보면 차라리

입구를 다시 찾아서, 그 표시가 가리키는 반대로 내닫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지는 때도 있었다.

결코 찾을 수 없는 뫼비우스의 실마리를 찾듯 결국 내딛는 걸음걸음은 제자리걸음이 되지만.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해서는, 대체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뒤로 멀어지고 있는 건지 따위를 하나도 알 수 없게 되버리는 순간.

누군가 날아올라 내가 어디 있는지를,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고 말해줄 수 있으면 했다.

그럴 때가 아마도 죽어버렸다는 신의 손끝이 움찔움찔 경련하는 순간일 거다.


날아올라 무찔러라 메칸더의 용사들아, 최후의 승리는 우리 것이다.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둥그런 지구를 휘감아 도는데, 2012년에는 지구가 망한다는데 여전히

나는 차마 어쩌지 못할 내 신변잡기와 하찮은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심호흡을 뱉는다.

뫼비우스의 대지 위에서 비둘기의 날개를 부러워한다.




@ 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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