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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복잡한 카메라를 짐처럼 이고 다니는 것에 문득 회의가 드는 순간이 있다. '필요 이상의 고성능, 고스펙의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신경이 온통 카메라로 쏠린 채 체력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카메라 성능이 향상되는 이 시점에, 더 가볍고 작은 카메라는 없을까? 카메라의 기본기인 사진 촬영 성능은 지켜내되, 가볍고 작으며 심플한 컴팩트 카메라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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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메라, 참 작다. 명함 한 장으로 카메라 앞면이 거의 전부 가려질 정도니 그 크기를 알 만하다. 가로 94mm, 세로 56.6mm의 크기에 3.0인치 LCD 모니터가 들어가고 나면 남는 공간에는 작은 조작계 버튼 몇 개 들어갈 뿐이다. 게다가 두께는 19.4mm 수준, 콤팩트한 사이즈여서 타이트한 바지를 입은 채 주머니에 쿡 찔러넣어도 움직이는 데 별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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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은 작은 만큼 가볍기도 하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넣고도 무게는 약 120g에 불과해 휴대폰과 비슷한 무게감만 느껴질 정도다. 작은 크기에 가장자리가 살짝 둥글게 다듬어진 디자인은 앙증맞은 느낌을 준다. 또한, 한 손으로 잡고 찍기에 편안한 곡선을 그리며 손가락 이곳저곳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본체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자칫 손에서 미끄러져 카메라가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스트랩을 손목에 항상 걸고 다니라는 조언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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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고 가벼운 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이지만 성능은 여느 엔트리급 콤팩트 카메라 못지 않다. 우선 이 카메라는 뛰어난 광학 성능으로 유명한 후지논 줌 렌즈를 탑재, 26mm의 광각에서부터 130mm의 망원 초점 거리까지 지원한다. 광학 5배 줌 렌즈는 손떨림 보정기능과 결합돼 흔들림을 억제한 채 먼 곳의 장면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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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R AUTO 촬영모드는 콤팩트한 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에 어울리는 간편함을 선사한다. 이 카메라는 인물, 아기, 풍경, 스포츠, 야경 등 총 2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촬영 모드를 지원하지만, 이를 일일이 상황에 맞춰서 세팅하며 촬영하기란 사실 꽤나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다. 그런 번거로움 대신 SR AUTO 촬영모드를 설정하면 인물, 풍경, 야경, 매크로, 야간인물, 역광 등 6가지의 장면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선택, 촬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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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담고 싶은 장면을 마주쳤을 때 카메라를 대고 셔터만 누르면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설정으로 촬영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 간편함이 다소 미심쩍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일단 시험해 보면 그 결과물이 매우 스마트하다는 데 놀라게 된다. 특히, 광량이 낮은 실내나 어두운 밤거리의 경우 SR AUTO 모드를 활용한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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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모드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파노라마 촬영 모드다. 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의 파노라마 촬영 모드는 세 컷 이하의 사진을 찍고 각 컷에 설정된 특정 좌표를 기준으로 사진을 이어붙이는 형태다. 다소 어색하거나 불완전하게 합성되리라 예상했던 파노라마 이미지가 생각보다 훨씬 완성도 높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화면을 보면서 세 컷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촬영 전에 전체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려볼 수도 있고, 구도를 미리 염두에 두고서 촬영하기도 용이하다. 파노라마 촬영 모드는 넓고 탁 트인 풍경을 사진 한 장으로 담고 싶을 때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순간 파노라마 모드로 촬영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해도 놀라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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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카메라는 HD 동영상 촬영 기능도 지녔다. 동영상 촬영을 원하는 순간, 어떤 촬영 모드로 설정되어 있건 그저 동영상 셔터만 누르면 바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싶은 순간은 예기치 않은 시점에 덜컥 등장한다. 이렇게 간단하고 신속한 동영상 촬영 기능은 굉장히 큰 이점을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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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은 웃음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촬영하는 스마일 샷, 윤곽을 강조해 문자가 선명하게 나오도록 촬영하는 문자 촬영 등의 부가 기능도 탑재했다. 또한 표준 / 크롬 / B&W 등 세 가지 파인픽스 컬러 모드 역시 촬영 대상에 맞는 독특한 발색을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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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은 '작고 가벼운 카메라'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요모조모 따져볼수록 실속있고 재미난 기능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몸에 이로운 다이어트란, '필요없는 군살을 싹 빼내되 필수적인 영양소나 건강을 깨뜨리지 않고 지켜내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이로운 다이어트는 함부로 살을 뺀다며 건강을 축내는 위험한 다이어트 방식보다 더욱 어렵고 까다롭다 했다.

후지필름 파인픽스 JX580. 건강한 다이어트를 성공리에 마치고 당신의 손에 들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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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샘플샷들.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초경량 초광각 렌즈, smc PENTAX DA 15mm F4 ED AL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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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를 ‘단렌즈의 왕국’이라 칭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이것은 리미티드 렌즈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리미티드 렌즈는 차갑고 클래식한 느낌의 알루미늄 외관, 단단하고 야무진 생김새, 작은 크기에 최상급의 화질을 보장하는 펜탁스만의 단렌즈군이다. 스타 렌즈와 더불어 펜탁스 사용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리미티드 렌즈는 외관은 물론 사진 품질 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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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는 소형경량의 기치에 부응하고, 사용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2009년 출시된 렌즈다. 펜탁스의 여덟 번째 리미티드 렌즈인 이 제품은 광각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초경량, 광각의 리미티드 렌즈인 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의 외관과 화질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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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의 외관을 살펴보자면, 렌즈 캡이 눈에 띈다. 톱니가 날카롭게 돋아있는 렌즈 캡은 스크류 방식으로 돌려서 여닫는 방식이다. 검정 알루미늄 재질의 캡을 쥐었을 때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과 차가운 느낌은 리미티드 렌즈만의 도도함과 세련됨을 은근하게 뿜어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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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렌즈 캡 안쪽에는 벨벳 재질의 검은색 천이 덧대어져 있어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완전히 렌즈 캡을 잠궜을 때 전면부의 펜탁스 로고가 바로 정위치할 수 있도록 렌즈와 렌즈 캡을 1:1로 맞춤 제작했다고 하니, 렌즈 캡이 닫힌 렌즈 그 자체로도 완성도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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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는 6군 8매의 렌즈로 구성돼 있다. 검은색 무광 알루미늄 바디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무게감 때문인지, 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의 크기는 실제보다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크기는 63 x 39.5mm에 지나지 않는다. 금속제 본체는 단단하고 야무져 보이지만, 이런 작은 크기 덕분에 무게는 212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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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외관을 살필 때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꽃모양 렌즈 후드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는 휴대가 간편하다. 내장된 후드가 슬라이드 식으로 미끄러지며 오가는 움직임은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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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를 본체에 넣을 경우, 후드 끝의 5mm 부분만 살짝 보이는 모양새 자체도 렌즈의 디자인을 빛나게 해 준다. 후드 사용 시에는 약 3cm 가량 돌출하는데, 이 모양새 역시 부자연스럽다거나 부담스러운 구석이 없다. 렌즈 캡 안쪽과 마찬가지로 검은 벨벳 재질의 천으로 감싸인 후드의 안쪽면 역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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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 렌즈는 APS-C 센서 전용의 디지털 렌즈로써 초저분산(extra-low dispersion, ED)렌즈와 비구면(Aspherical, AL)렌즈를 사용했다. 반원형으로 생긴 비구면 렌즈는 색수차와 광각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억제해준다. 또한, 렌즈면에는 각종 오염에 강한 SP(Super Protect)코팅이 돼 있어 먼지나 지문 등의 오염물질을 닦아내기 쉽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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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렌즈는 AF / MF 전환을 빠르게 해 주는 퀵 시프트 포커스 시스템을 지녔다. AF 작동 후 초점 링을 돌려 수동으로 미세한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는 흔히 ‘손맛’이라고 표현하는 수동 렌즈의 조작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AF 작동 시 경통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만큼 소음이 발생한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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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의 최소 초점거리는 광각 렌즈답게 18cm로 짧다. 이러한 최소 초점거리가 렌즈 앞이 아닌 센서면에서부터의 거리를 의미한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렌즈 앞에서부터 약 10cm까지 접근하여 촬영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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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 렌즈의 최대 개방 조리개는 F4로 상당 수준의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조리개 최대 개방 시에는 원형의 빛망울을 만들어내며 조리개를 조일수록 별빛같은 빛 갈라짐 현상을 만들어낸다. 조리개 날수는 모두 7매로 빛 갈라짐은 그 두배수인 14개로 만들어지는데, 조리개 F8에서부터 나타나 최소 조리개 F22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므로 야경이나 어두운 실내 촬영에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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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 렌즈는 그 작고 유려한 모양새와 더불어 초광각의 풍경을 세심한 질감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 펜탁스 리밋 렌즈를 사용해 보기를 주저하는 유저라면 우선 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 렌즈부터 이용, 명불허전의 진가를 확인해 보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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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 DA 15mm F4 ED AL Limited 렌즈에 더해 줌렌즈만 하나 더한다면 여행이나 출사, 용도를 막론하고 더 이상의 렌즈가 필요없을만큼 최강의 조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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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ytzsche

 

 

 

노란 반딧불이같은 꼬마전구가 노란불빛으로 터널을 만들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색색의 휘황한 나무와 수풀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 열리는 '오색별빛정원전'의 풍경이다.

겨울해가 지는 걸 지켜보면 늘 마음이 조급해진다. 차라리 깜깜해지고 나면 맘이 놓이는 석양과의 경쟁. 가평 축령산

계곡이 스물스물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걸 보며 달려간 아침고요수목원, 입구부터 범상치 않던.

입구에 들어서니 사슴 두마리가 반긴다 싶더니, 한 녀석은 빨간코 루돌프인 듯 하고, 다른 한 녀석은 '원피스'의

쵸파처럼 목덜미에 커다란 리본을 매고 있다.

가녀린 미성으로 불렸던 '마법의 성' 가사가 떠오르던 빛무리들이다.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속

멀리 그대가 보여..어둠의 장막에 빛으로 드리워진 터널엔,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릴 법한 색색의 반짝이는 구슬과

별모양, 눈꽃모양 장식들이 아낌없이 달렸다.


10만평에 이르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주요 정원, 고향집정원, 분재정원, 하경정원, 하늘길을 지나 달빛정원에 있는

수만그루의 잘 생긴 나무들과 그 나무 형체 그대로 빛으로 되살아난 풍경을 보려면 생각보다 많이 춥다. 다행히도

길목 곳곳에 땔나무를 피워올린 연통 꼽힌 난로가 있어 사람들이 열을 보충하곤 떠날 수 있었다.

참 이쁘다는 말 밖엔. 원체 나무가 이쁘고, 그 나무의 수형과 수세를 잘 살려서 전등을 감아놓은 덕분이다. 다만 하나,

저렇게 전등을 칭칭 감아두면 나무들의 동면과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들은 거 같은데 괜찮으려나 싶었다. 아무래도

수목원 측에서 알아서 잘 했겠지 싶긴 했는데, 나중에야 '오색별빛정원전' 팜플렛에서 관련내용을 찾았다. 옮겨보면,

"LED는 일반전구와 달리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전구로,

일반 전구에 비해 점등시 발생하는 발열량도 적어 월동에 들어간 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좀 걱정스럽긴 하다. LED 조명으로 '열'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 하나는

'빛'일 텐데. 이렇게 강한 불빛이 밤 늦게까지 나무에 작열하고 있다는 건. 아, 정원전의 점등시간은 대충 밤 9시까지.

토요일의 경우는 10시까지 점등하는데, 그 정도면 그래도 나무와 인간간의 '타협점'이랄 수 있으려나.

수목원의 핵심부에 있는 대표정원, 하경정원에 들어서는 입구. 사실 말보다 사진으로 전해야 하는 공간이다.

높고 낮은 키의 나무들이 온통 색색으로 물들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슨 동양화에서 볼법한

기이한 형상의 소나무들이 둥실둥실 떠있기도 했고, 사람들은 몇 걸음 걷다말고 이내 사진찍기에 몰두하던.


특히 인상적이던 나무 한 그루. 시커먼 어둠 속에서 제 색깔을 잃어버린 나무에 빛으로 제 옷을 입혀주었다.

게다가 형광색의 소담한 열매들까지 주렁주렁.

하경정원의 전경들. 나중에는 살짝 눈이 어른어른해질 정도로 아낌없이 화려하고 호사스런 빛의 향연.


잠시 몸을 녹이기 위해 무작정 쳐들어간 초화온실. 빵빵한 온풍기가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금세 몸이 녹고 나니

주변에 꽃과 풀들, 초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태세를 정비하고 진입한 하늘길. 풍등이나 청사초롱처럼 만들어진 불빛이 굽이길을 따라 사람들을 인도했고,

잠시 후에는 불빛들이 모여 만들어진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그리고 튼실해 보이는 말 한마리가 나타났다.

원래 봄부터 가을에 이르는 기간에는 이 곳 하늘길 좌우로는 튤립이나 계절별로 화려한 꽃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생화들 대신 꼬마전구로 만들어진 서양란 같은 화려하고 커다란 꽃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하늘길의 끝에서 이어지는 달빛정원. 쭉쭉 곧게 뻗어올라간 나무들을 따라 담쟁이덩굴처럼 불빛들이 얽혔고,

신비로운 불빛을 타고 올라가던 기운이 뿅뿅, 터지듯 저 높은 가지 끝에서 열매로 맺혔다. 사방에서 새들이 날고

기린이니 코끼리니, 동물들이 열지어 선 가운데 천사가 지키고 있던 새하얀 작은 교회가 저만치 보인다.


교회를 지키고 선 천사들. 사방으로 새가 날고 별이 빛나는 풍경이 굉장히 몽환적이기도 하고 신비롭다.


돌아내려오는 길, 달빛정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노랑색 천사들을 지나는데,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어느새 토요일의 폐장 시간인 10시가 가까운 시간, 오히려 아까보다 바람도 덜 불고 덜 추운 거 같은데 아쉽..

돌아나오는 길. 크리스마스 즈음에 왔어도 정말 분위기 좋았겠다. 이런 수준의 조명이라면, 작년 연말의 심심했던

서울 도심의 루미나리에들 백개를 보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나오는 길목에서, 한참 눈길을 붙잡던 나무 한 그루. 당당하고 의연하며, 그러면서도 살짝 소슬해보이는.

아침고요수목원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돌아본 수목원의 앞모습. 요모조모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꾸며진 불빛들이 눈을 감아도 계속 반짝반짝거리는 느낌.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5시만 넘으면 뉘엿뉘엿 어둠이 깔리고 햇살 대신 인공 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밤바다가 먹장처럼 새까매져 도저히 바다와 하늘이 어디에서 갈려나가는지 구분을 못한다고 하지만 광안리

광안대교의 저 휘황한 불빛아래에선 선연하게 갈려나간다. 불빛이 색색의 피아노건반처럼 바닷물에 물든

저기가 바로 수평선.

어둑해지고 나선 누런 모래사장 위로 바닷바람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곤 하지만 쌍쌍이 모여앉은 커플들 사이엔

바닷바람 대신 훈풍이 일고, 영 어설프고 심심한 폭죽이나마 번갈아 쏘아올리니 좀 볼만한 풍경이 되었다.

삼각대는 맨날 들고 가선, 숙소에다 쳐박아 두고 막상 쓰질 못하네..야경 찍을 땐 참 넘넘 아쉽다.



광안리를 굳이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광안리 회타운. 1층에서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고르고 원한다면 회치는 모습도

볼 수 있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매력인 거 같다.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저 고층빌딩 전체에서 사람들이

생선을 잡고 횟를 씹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그로테스크하긴 하다.

언뜻 보면 상해의 야경 같기도 하고. 조금 스케일도 작고 불빛의 휘황함도 못 미치는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바닷물이 이렇게 짓쳐들어온 해안선이라거나 모래사장이 있다는 게 나름의 매력인 거 같다.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뭐하시나 했더니, 사주팔자에 관상을 봐주신다는 도사님들이 텐트를 치고 불을 밝혔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근경과 원경. 깜깜해진 밤바다 수면 위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이 미끄러질 때마다 반짝반짝,

나이트 싸이키 조명처럼 단속적으로 반짝이는 조명을 받으며 연인들이 미끄러졌다.



삼양검은모래 해수욕장의 낙조.  모래빛깔이 검은 탓인지 더욱 검게만 보이는 해변가, 그리고 중부지방엔,

특히 서울 강남엔 엄청난 폭우가 내렸던 날이라 그런지 갈기갈기 찢긴 구름이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한 세시간 전쯤의 삼양검은모래해수욕장 앞바다. 햇볕이 뜨끈뜨끈 내리쏘이던 제주 북부, 제주시에서

그리 멀지않은 해수욕장인데도 사람이 얼마 없었다. 이곳의 검은모래가 신경통이나 피부병에 특효를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참이었다.

이미 대여섯시쯤 되어 사람들이 한풀 꺾였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이렇게 사람을 묻고 사람이 묻혔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있었으니. 어찌 보면 씨앗들을 뿌리기 전의 밭고랑같기도 하다.

여긴 또 다르다. 일일 만오천원이던가, 쯤의 금액을 내고 입장할 수 있는 모래찜질 전용 공간. 삽과 기타

전문도구로 무장한 아주머니가 순식간에 사람을 묻었다가 파냈다가 그러나보다. 밭고랑이라기보다는

무슨 대규모 플랜트농장같은 느낌. 거대한 트랙터가 굉음을 내며 왔다갔다 할 거 같은.

여하간, 정오의 햇살이 전달해준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모래는 생각보다 뜨끈거렸다. 어느 정도

깊이 파낸 모래도 그새 땅속 깊이 머금어진 햇빛의 힘으로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모래가

어두운 검정빛을 띄고 있어서 더욱 따뜻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만 남기고 온통 파묻혀버린 사진.

커다란 봉분이 따끈하게 섰고, 그 속에서 옴쭉달싹 못한 채 순식간에 땀이 주륵주륵 흐르기 시작했다.

한 삼십분쯤 모래무덤 속에 짓눌려 있었던가, 생각보다 몸 위에 덮인 모래의 무게는 상당해서 좀처럼 쉽게

빠져나올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었다. 땀이 뻘뻘 흐르기에 이르렀고 버둥거리며 모래더미를 파헤치고선

좀비처럼 기어나와, 바다로 달려들었다. 누워있을 땐 몰랐는데 이미 많이 기울어버린 해.

그리고 잠시 후에 내 옆에서 함께 찜질하던 아빠가 일어나서 바다로. 정말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해안이 제주시 근처에 있단 걸 여태 몰랐다. 모래찜질하기에 딱 좋은 검고 고운 모래가 쪼르륵

깔려있는 아담한 해안, 햇빛에 뜨끈뜨끈 달궈진 모래인데다가, 눈앞의 바닷물도 깨끗한 편이고 경사도 완만해

놀기에도 좋은 곳인 듯 하다. 아빠가 몸에 곱게 코팅된 모래를 꼼꼼히 씻는 모습을 엄마가 바라보고 있다.

왠지 선녀와 나뭇꾼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전복한 이미지같기도 하고. 당당하게 남자를 훔쳐보는 여자랄까.

해안의 야경 사진 몇 장 더. 멀찍이 깜빡이는 노랑 불빛은 동해에서 남하한 오징어를 따라 제주도까지 내려온

오징어잡이배들이고, 하늘에서 반짝이는 빨간 불빛은 어디론가 우르르 일렬로 날아가던 헬리콥터들.

햇살의 잔영이 남아있는 바다쪽 말고 뒤를 돌아보니 이미 새까맣다. 해안가에는 DNA 나선형 구조의

LED조명이 불을 밝혔고, 한결 더위가 가신 해변가에는 치킨이니 맥주를 들고 나와 삼삼오오 모여 마시는

사람들이 다시 출현했다.

이번엔 좀 늦게 해수욕장에 도착한 감이 있었던 데다가 수영복이고 세면도구고 전혀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쳐들어간 거여서, 다음에는 모래찜질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좀더 뜨끈할 때 가는 것도 괜찮겠다.





뚝섬쪽 한강 고수부지, 서늘한 강바람을 쐬며 커피라도 한 잔 하려 갔을 뿐인데 한강 위에

온통 불빛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뭔가 가만히 살펴보니 목에다가 야광 목걸이를 차고 있는

오리보트들이 둥실둥실. 페달을 밟아대는 그 아픔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무래도 밤이라

그런지 서로 적정한 거리를 예의바르게 지켜가며 그저 한자리에서 둥싯둥싯 물결을 타넘고

있었다. 목에다가 빨강 형광목걸이, 파랑 형광목걸이를 차고 있는 오리들이 십여마리

한강 위에 내려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외려 낮의 모습보다 이뻐보였다. 한번 타봄직한.

한강변에서 터지는 싸구려 폭죽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다운되는

거 같다. 피식, 펑, 피식, 퐁, 쉭, 폭..그런 식으로 짧게 던져지고 쪽팔린지 서둘러 터지는 폭죽을

보면 왠지 인생무상함이 짙게 느껴지고 별 거 없다, 싶은 맘이 커지는 거다. 그래도 그나마 가끔

제대로 피육, 쏘아올려져서 퍼엉, 하고 여운이 남게 터지는 당당한 폭죽을 예기치 않게

바라보며 즐기는 낙이 있으니 매캐한 화약냄새를 기꺼이 맡고 싶어지기도 한다.


키스데이라는 6월의 14일, 한강에서 오리보트 페달을 밟다가 문득 키스라도 한번 하거나,

쪽팔린다 싶으면 수줍게 터지는 폭죽 몇 방으로 분위기 쇄신하고 다시 힘내서 시도함이 어떤지.

그러고 보니 꽤나 괜찮은 하루의 마감일 듯.

가로등이 점점이 비춰주는 고수부지 아래 아스팔트 도로와 잔뜩 엉켜버린 노랑개나리 덤불.


금요일 밤, 술을 적당히 한잔하고 집에 가려는데 왠지 아쉬웠다. 택시타고 휙 가면 금방 갈 거리긴

하지만 술과 안주를 많이 먹은 듯 부담스런 속사정도 있었고, 약간 서늘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봄밤공기도 좋았고. 건대에서 걷기 시작해서 청담대교로, 한강 북단을 따라 걷기 시작해서 만난

첫풍경이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 멍하니 손들고 있는 나무들에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 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단

가로등 기둥위에 둥글게 엉킨 채 봄바람에 흔들리던 주홍 불빛이 따뜻하면서도 왠지 서늘하다.

청담대교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한강 남쪽으로 건너갈 길을 찾지 못하고 영동대교로 가는 길.

길게 늘어진 나무 그림자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불꺼진 구조대 건물에까지 뻗었다.

강바람이 제법 씽씽 불어서 몸을 옹송그리고 겉옷의 단추를 전부 잠궜다. 파닥파닥 나부끼던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따라 나뭇가지들이 춤을 췄고, 멀찍이 풍경들도 따라 흔들렸다.

영동대교에 가까워지는 길, 양쪽으로 어긋나는 화살표는 고집스레 서로의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고, 도로와 둔치를 가르는 안전바 역시 완강하게 짙은 그림자로 두 개의 공간을 갈랐다.


영동대교 북단 아래쪽에 이런 운동기구들이 있었는지 몰랐다. 새벽 세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누군가 후드를 걸치고 운동기구를 쓰며 운동중이어서 더 놀랬다. 왠지 저런 곳에서는 담배 뻑뻑

피우는 청소년들이 꼬맹이 하나 놓고 삥뜯기 알맞은 장소가 아니던가.

영동대교 위로 올라서는 길, 이 시간에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건넌 사람은 여태 어디서 뭘하고

있었던 걸까.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차들만 레이싱하듯 굉음을 뿜는 공간에서 만난

몇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 더 반가웠던 거 같다. 왠지, '오늘 고생했어요'라고 말건네고 싶은.

이리저리 휘영청 감아돌아가는 도로들이 사방으로 내달렸다. 금속 안전대의 싸늘하고 딱딱한

감촉이 전해져오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 유연하게 아스팔트 도로를 휘어 들어가는 모습 자체가

속도감을 느끼게 했다.

영동대교를 한참 건너던 중, 바람소리가 맹렬하게 나부꼈지만 그보다 더 강렬했던 건 거침없이

내달리며 바람과 부딪히고 바람을 끊어내던 카레이싱의 굉음. 그리고, 끝이 안보이던 길 하나.

높이높이 떠오른 풍선처럼 도무지 손뻗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보름달이 뿌연 불빛을 흘렸다.

반대쪽 한강 둔치에서 가로등 불빛이 떨궈진 곳마다 고운 연두빛과 하얀 꽃빛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듯, 가로등 불빛이 뿌려지면 봄이 오는 걸까.


올림픽대로로 올라탈지, 아님 서울 남쪽으로 섞여들지 갈라지는 분기점, 차들이 드리프트하듯

맹렬한 기세 그대로 갈래갈래 갈리는 와중에 조심스레 길을 건넜다.

그러고 나니 다시 눈에 보이는 차로변의 벚꽃나무들. 누가 그랬더라, 봄날의 꽃구경은 밤에

하는 게 진짜라고. 까뭇까뭇한 밤풍경 속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풍성한 꽃잎들이 이쁘기는

하다지만 하나 단서조항은 필요하겠다. 적정한 조명이 받춰줘야 하겠다는.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Pentax K-r로 거의 처음 찍어본 사진이다. 케잌을 하나 사서 집에 들어가니

이미 동생이 숫자초까지 야무지게 준비한 케잌을 사놨길래, 두개 모두 꺼내고 초에 불을 쟁였다.

태국 방콕으로의 여행. 갑작스럽게 떠난 길이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날씨에 넘 질려있었고

따끈한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던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온통 매진된 항공권들 속에서 운좋게

방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방콕 시내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던 수로, 그 위에 슬쩍 얹힌 나무벤치.

그리고 비둘기가 지켜보고 있는데, 비둘기처럼 몸을 구부린 채 식사중이신 아주머니 한 분.

분홍꽃이 뚝뚝 굵은 눈물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차 위에도, 벤치 위에도, 가리지 않고 눈처럼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온통 꽃이 만발한 도시였지만 가장 인상적이던 꽃은 역시 선인장꽃. 에피톤프로젝트의

'선인장'을 들으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근처를 한참 서성거렸다.

왕실선박박물관, 태국 왕실의 의례용으로 쓰이는 금빛 번쩍이는 날렵한 선박들이 보수 중인 곳이었다.

다리를 오므려 꽉 쥐고 있는 대포는 선수에 장식된 괴물 '가루다'의 무시무시함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

이런 날것의 시멘트벽의 색감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여행의 효과일 거다. 벽돌틈 사이로 조금씩

삐져나온 시멘트의 굳은 모양새도 맘에 들고, 대충 그려넣은 티가 역력한 저 화살표 사인도.


왓 포에서 만난 수십수백개는 헤아릴 듯한 탑들. 지상에 단단히 뿌리박은 채 사람들의 염원을

쭉쭉 흡수해서는, 날렵하고 유려하게 응축해내며 한방울의 엑기스로까지 끌어올리고는 하늘로

발사하는 거다.

짜오프라야 강 서쪽 기슭에 서 있는 왓 아룬, 새벽사원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 극히 섬세하지만

자칫 조잡해지거나 지저분해 보이는 느낌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역시 한땀한땀에 들인 땀과 노력.

강을 건너며 멀찍이서 보면 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어슴푸레한 실루엣이 멋지다.

그리고 토끼를 향해 치솟다 허공에 얼어버린 듯 멈춘 물방울들의 부동심결. 구슬구슬 꿰어서


만들어진 목걸이 같기도 하고, 몽글몽글 불규칙하게 뭉쳐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담겼다.

태국에서 만났던 신들. 불교 일색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지만 시내 어딘가에서 요한바오로2세

전 교황이 방문했다는 성당을 우연찮게 찾아낸 건 큰 소득이었다. 천사에게도, 교황에게도 부처에

그러듯 똑같이 화환을 걸어주고 발밑에 봉헌하는 태국인들의 신앙심. 신 옆에는 항상 꽃이 있었다.


신 옆에 항상 꽃이 있더라는 발견을 살짝 뒤집으면, 꽃 옆에는 항상 신이 머물지도 모르겠다.

온갖 색깔과 모양의 꽃들이 그득하게 쌓인 꽃시장을 구경하다가, 이 곳에서도 신에게 바쳐진

꽃다발은 얼기설기 창백한 형광등 밑에 매달려있었다. 노랗고 보들한 신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로 옆의 허름하고 구질한 건물들 사이에도 신이 머무는 사당과 화환들은 원색이 선연했다.

꽃시장 앞에 일렬로 늘어서있던 삼륜 오토바이들. 열맞춰 세워져있는 귀엽고 조그마한

앞바퀴도 재미있었고, 툭툭 튀어나온 눈알같은 헤드라이트들이 주르륵 열선 것도 웃기고.

해가 기울어가는 '마법의 시간', 슬쩍 공원으로 들어와서 벤치에 누워 하늘이나 보려는데 왠 꼬마가

공원 대리석 바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공을 몰고 우다다다 중이었다. 귀여워서 한참 보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정말 거짓말처럼 딱, 멈춰서서 포즈를 잡아주는 녀석. 위대한 축수선수의 삘이.


허름한 방콕 시내를 쾌속으로 질주하는 쾌속선. 사방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로 기슭의 집들에

거대한 파도를 철썩이게 만드는 그 스피드도 놀랍지만 귀가 멍멍하도록 시끄러운 소음도 놀라웠다.

그리고 금빛으로 번쩍대는 관광지 말고, 허름하고 누추하지만 화분 하나씩은 꼭 키우는 판잣집들.


짜오프라야 강은 방콕의 젖줄과도 같은 커다란 강이다. 방콕 시내 곳곳을 거미줄처럼 흐르는

수로들이 모여서 이뤄지는 너른 강, 유람선을 타고 돌거나 강변을 따라 걷거나. 강을 즐기는 방법.

하얗고 까만 건물의 색감이 뚜렷이 대비되는 것 같다. 하얀 건물은 오래전 지어진 요새인지라

사방에 자잘한 금과 얼룩이 땟국물처럼 남았고, 검정 건물은 카오산의 유명한 까페인지라

온통 꽃이 만발했다.

태국의 유명한 맥주, 캔 위에는 안쪽 원통을 따라 빨간 동물이 몇 마리 그려져 있었다. 눈뜨이면

일어나 대충 씻고 외국인이 적은 음식점을 찾아 쌀국수 하나, 캔맥주 하나로 늦은 아침을 먹던

그 때.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전에 시원한 맥주가 먼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태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무에타이. 킥복싱 연습장이 동네 여기저기에 하나씩은 숨겨져

있었던 거 같다. 야외에 설치된 링에 주렁주렁 매달린 채 땀을 말리는 글러브들이 빨갛고 파랗다.

방콕의 야경, 조리개를 적절히 조정했더니 불빛이 육각형의 별모양으로 변해버렸다. 짙은 보랏빛이

되어버린 하늘 아래 주홍불빛들이 별처럼 늘어섰고, 눈에 불을 밝힌 차들은 짐승처럼 내달렸다.

색감을 좀 바꾸고, 셔터 속도를 좀 바꿨다. 마치 백투더퓨처의 한장면처럼, 노랑색 초록색이 반반으로
 
뒤섞인 방콕의 택시가 길게 그림자를 늘이고는 휙 사라졌다.

매봉터널을 걸었다. 왠지 패닉의 '달팽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길고 긴 터널, 온통 플라스틱

창문으로 차도랑 분리되어 있는 그곳에서는 지나치는 행인도 드물지만 누군가 지나친다고 해도

괜시리 마음이 황량해지는 그런 느낌의 공간.

집앞.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사는 건 아니고, 하루에 두번씩은 꼭 지나치는 곳이지만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이날은..

조금 기분이 까맣고 하얗게, 그렇게 얼룩덜룩했던 날인 거 같다.

방에서 키우는 선인장 하나. 선인장이 이렇게 이쁘게 생긴 건 처음 봤다. 잎새도 하나하나 포실포실

도톰하게 살이 올랐고 붉게 물든 가장자리에 솜털이 촘촘이 자란 것도 그렇고. 전자파먹고 쑥쑥 자라길.

봄맞이 건물청소. 사층짜리 건물 꼭대기쯤에 가느다란 줄 하나로 매달려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건물벽을 닦고 있는 아저씨가 용맹스러워보였다, 그렇게 커다란 움직임들은 아니었지만.

친구의 결혼식. 신부대기실에서 다른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잔뜩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풀어주려

애썼지만 역시. 그녀를 웃게 하는 건 그녀의 신랑. 손을 잡고 대기실을 나서는 그들의 표정이

한편으론 화사하고 다른 한편으론 비장해보이기도 했다.

오랜 연애를 거쳐 드디어 결혼에까지 이른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나름 '민주적인 가정'을

강조하는 주례 교수님의 짧고 임팩트있는 덕담에 귀기울이며. 새하얀 드레스와 노란 꽃들에 꽂혔다.

양가 부모에 다소곳이 인사하는 갓 태어난 부부 한 커플. 은은한 조명과 얄포름한 면사포, 노랗게

일렁이며 떨궈지는 촛불과 꽃불이 인상적이었다.

신논현역 근처의 어느 주점. 빨갛고 하얀 조명이 비닐 커버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아랫춤에선

술잔이 넘칠 듯 술을 따른 두 젊은이가 망연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께집의 붉은 조명. 바람이 불어 벽에라도 세게 부딪혔는지 딱 모서리가 깨져나갔다. 아직 달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깔끔한 느낌의, 새것의 분위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조명등인데 격하게도 터져나갔다.

문앞에서 달그랑거리던 풍경, 물고기의 등뼈에서 뻗어나온 각기 다른 길이의 금속 대롱들이

가시처럼 성가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렇게 생긴 풍경은 좀만 세게 닫겨도 한참동안 지들끼리

비비 꼬여있단 말이지.

어느 까페. 창밖에서 볕이 손가락을 뻗쳐왔다. 이미 봄볕에 사로잡힌 꼬마아가씨는 분홍빛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룰루랄라 스텝을 밟으며 봄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조용히 스며들어온 봄볕은

꽃무늬가 커다란 테이블을 지나 보랏빛 쿠션이 보드라운 의자위에 느긋이 몸을 눕혔다.


풍성하게 바람넣은 머리처럼 불룩한 화분을 둥지삼아, 붉은 새 한마리가 가만히 앉았다.

주체못하고 쏟아져들어오는 봄볕, 강물에 빠져버린 자동차의 깨진 창문으로도 저렇게 쏟아져

내리지는 않을 거다.


이층과 일층을 잇는 계단,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은 종종 수평감각을 희롱한다.

이렇게 보니 계단이 아니라 격자처럼 좁아져 나가는 통로같기도 하고 거울은 천장에 붙은 듯.

사선으로 그어진 채 첫째 곰의 몸뚱이를 두개로 쪼개놓은 햇살 아래서 보니 표정이 떠오른다.

저 녀석들의 조심스런 손의 위치, 살짝 외로 꼬은 고개의 각도, 그리고 조금 우울하게 늘어진 표정.


쓰리쿠션으로 치고 들어가는 조명. 벽에서부터 뻗어나온 얇지만 완강한 메탈의 가지는 천장으로

치고 올랐다가 불쑥 꺽어져선, 슬쩍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본다.


벽에 있던 이집트 냄새나는 조각상 하나. 쭉 찢어진 눈이라거나 칼처럼 날카로운 콧날들이 좀

영특하다 못해 교활한 분위기를 주기도 하지만 화려하고 정교한 꾸밈을 보면 대충 만들어진

물건은 아닌 거 같다. 하긴, 이집트가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음..어디려나.

봄이 오려나, 싶은 날씨지만 창밖에 내밀어진 화분들은 여전히 바싹 마른 채다. 그 위로 데코처럼

외벽을 감싼 얄궂은 청록색의 잎사귀들이 눈에 띄지만 땅 아래 사람들은 케잌에 정신이 팔렸다.

이층에서 삼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많은 사람들의 발이 나무를 조금씩 깎아낸 거다. 색깔이

빠지고, 나무의 이빨이 빠지고, 그렇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궤적이 남았다. 무질서하게 늘어선

와인병들이라지만 일정한 수량이 넘어서는 순간 나름의 미감이 생겨난다. 규칙없이 내걸어둔

티스푼 장식장들이라지만 역시, 나름의 균형이 잡히고 미감이 떠오른다.

이곳의 불빛과 저곳의 불빛. 저 창문을 거울삼아 비치고 있는 풍경 속에는, 좀더 각도를 틀어서

여기저기 이쪽 세상을 비쳐본다면 뭐가 더 보일런지.


제법 선명하고 튀는 색감의 테이블, 의자들, 쿠션들이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지만 나름 분위기는

어찌어찌 정돈되는 게 신기하다. 창문이라고 뚫려있는 곳에 보이는 곳은 이웃한 건물의 붉은 벽돌

뿐이라지만, 그것도 나름 호의적으로 봐줄 수 있다.


까페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고만고만하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탑처럼 우뚝 솟아난

나무하며, 해가 지면 바통체인지해서 불을 밝힐 야트막한 가로등 하나. 밑을 내려다보면 여느

때처럼 줄을 늘어선 채 삼청동을 순례중인 사람들. 여기서 저쪽은 잘만 보이는데, 왠지 저쪽에서

여긴 안 보이는 거라고 자꾸 의심하게 되는 거다.


얼음만 남기고 홀딱 마셨던 라떼, 얼음이 녹은 자리엔 물이 들이찼다.

물과 기름이 미끌거리며 서로 버텨내듯 가만히 녹아내린 얼음은 잔뜩 흐려진 라떼의 잔해와 버텨낸다.


마치 무슨 우주선처럼 스르르 다가오는 스크류 모양의 장식품들. 이상하게 꼬였네~ 하는 노래도

생각나는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선명한 그림자만큼이나 단호하고 거침없는 존재감.

어느 갤러리. 빨강 주황 노랑으로 이어지던 갤러리의 간판이 아쉽다 싶더니 그 너머에서

초록색 국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나 여기있소, 나 여기있소 하는 것 같이. 그래서 빨주노초.

서울민속박물관. 장승이니 석물이 곳곳에 서 있던 제법 너른 부지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입춘대길'이란 종이가 아직도 붙어있나, 했다가 아직 입춘만도 못한 날씨지 싶기도 하고.

경복궁 담장을 배경으로 해서 옹기종기 서있던 각종 석물들. 어딘가의 할매 바위, 어딘가의 장승,

어딘가의 장군상 따위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저마다 표정을 찡그리고 험상궂어보이려 여념이 없다.

어느 화원의 꽃다발. 아무래도 이 기능은 참 매력적인 거 같다. 빨강색과 노랑색만 읽히는 세상이

있다 해도 세상이 딱히 덜 아름답지는 않을 거 같단 생각이 팍팍 드는 거다.

흑백의 공간에서도 화려하기만 한 꽃들을 마지막으로 Pentax K-r로 꾹꾹 눌러찍은 일상 끗.





도쿄 신도청도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뷰포인트 중의 하나로 이름높은 곳이다.

도쿄 타워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모리타워와 함께, 도쿄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고 날이 맑으면

후지산 봉우리도 볼 수 있다는 전망대가 있다.
 
(*이전글 : 도쿄타워가 있는 야경, 모리타워에서 보는 게 최고.)

도쿄도청 제1본청사 45층, 지상 202미터 높이에 남북으로 두개의 전망대가 있다고 하는데,

층수만 따지자면 그렇게 높은 건물은 아닌 거 같지만 도청 건물 밖에서 올려다본 건물 꼭대기는

꽤나 아득해 보였다. 단단하면서도 꽉 차보이는 도청 건물 자체가 주는 위압감도 적잖고.

이런 게 도청이라니, 딱히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닌 거 같다.


크고 호화롭게 짓느라 돈을 많이 들였고, 결국 재정상태를 악화시킨 주범 중 하나라는 반성이

있다던가, 한국의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높고 커다란 건물들 짓는 모습이나 중앙정부가 이런저런

대규모 토목공사를 강행하는 모습이 겹쳐진다.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꽤나 편하다고 생각했던 건, 곳곳에 있는 안내판에 대개 한글이

함꼐 병기되어있더라는 점.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만 잘 따르면 바로 전망대다.

엘레베이터 앞, 청경이 가방을 열어보는 등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일일이 가방을 열어보긴

했지만 딱히 금속탐지기도 없고 그냥 좀 요식적이라는 느낌. 아무래도 공공건물이고 관광객이나

외부인이 늘 왔다갔다 할 테니 안전문제는 신경을 써야겠지만, 동시에 한명한명 제대로 검사하면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명소로서의 위상도 추락할 건 뻔한 일이다. 그 중간 어디쯤에선가

타협을 했다는 딱 그 수준의 검사.

엘레베이터는 굉장히 평범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엘레베이터도

아니었고,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으니까. 도쿄 도청 전망대는 꽁짜니까 이런 곳까지

정비하길 바라는 건 무리인지도 모른다. 전망대는 뭔가 도청 건물의 '부록'같은 느낌이랄까.

단순히 '부록'이라고 표현하면 이 쪽에서 내려다본 야경에 대한 실례가 될 거 같긴 하다.

굵직굵직한 고층건물들이 옆에 나란히 서 있었고, 해가 저문지 꽤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빛이 층층이 새어나와 도쿄의 밤거리에 떨궈지고 있었다.

전망대를 한바퀴 돌아보며 도쿄 시내 전경을 360도 구경할 수 있었고, 눈에 띄는 주요 건물들이

무슨 건물인지를 알려주는 설명도도 붙어있었다. 그렇게 이름붙은 건물들 너머로 무수하게

빛나는 자그마한 불빛들, 너무 작아서 부스럭지같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래알처럼 번져있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는 거 같다.

한바퀴를 빙 맴돌고 나서는 전망대 안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모리타워 전망대에 비해서는

뭐랄까, 좀 어수선한 분위기다. 여기저기 기념품가게나 까페가 늘어서 있는 것도 좀

어색한데 거기서 파는 것들도 좀 두서도 없고 특색도 딱히 없고, 그래서 아마 그런 느낌이

더욱 심하게 드는 듯 하다. 일반 사무동 건물의 빈 사무실을 텅 비우고 활용하는 느낌.

그런 어정쩡한, 두서없는 기념품이랄까 오락거리 중의 하나. 정체를 잘 모르겠다. 한국어와

중국어로 된 설명이 적혀있긴 한데, 읽어도 잘 뜻이 전달되지 않는 데다가 살짝 바랜듯한

탁하고 뿌연 조명부터가 싸구려티가 풀풀 풍기는 듯. 그나저나 저 한국어는 왜 저렇게도

어색한 건지, '일본의 선물에 아무쪼록 한국어'? 자동번역기로 대충 번역한 거 같다.

어쩌면, 이곳은 그저 크고 화려하고 웅장하게만 지으려던 도쿄 신도청으로 생긴 재정악화를

해소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예정에 없이 대중에 공개된 전망대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큰 건물을 도청 기능으로 모두 채울 수 있을리도 없으니 공실율도 상당하지 않으려나, 일단

전망대 한층부터 빼서 이런저런 기념품가게니 까페 집어넣어놓고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뭐, 도쿄에 놀러간 입장으로서는 저런 그럴 듯한 야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니 땡큐지만.

일본이란 나라, 참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평해야 할 나라 중 하나겠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걷게 될 길은 이 나라가 걸었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패션이나 음식류의 최신 트렌드도 그렇지만,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들도 그런 거 같다.

어쩌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송도니, 용산이니, 아님 다른 지자체의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건물 꼭대기층 전망대에서 야경을 볼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진 않았음 좋겠다.





이 글에 오른 모든 사진은 일체의 후보정을 거치지 않은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보정을 거치면 좀더 봐줄만한 사진이 되겠지만, 그래도 뭐, 보정 안해도 제법 봐줄만하지

않나 싶은 '제눈에 안경' 심리가 발동해 버렸네요.)


평소 들고 다니던 Pentax K-x를 한달넘게 묵혀 두고는 SONY의 알파33을 들고 다니면서,

그러고 보니 (여느 때처럼) 참 많이도 돌아다니고 사진도 참 많이 찍었다. 더구나 연말연시

괜시리 부산하고 싱숭생숭한 마음결 따라서 여행도 가고, 전시도 보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낮이나 밤이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나름대로 뿌듯하게 보낸 한 달이었던 듯.


그 중에서 그나마 '발로 찍은' 느낌이 덜한 사진들을 좀 정리하며 카메라 리뷰도 마무리짓고,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엉겁결에 한숨에 몰아온 페이스도 잠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앉은 김에 쉬어간다고, SONY a33으로 찍은 사진들로 포스팅했던 지난 50여개

글들도 다시 한번 흘낏거리는 잔 재미도 있었다.


#1. 시선은 넓혀주고, 기억은 생생하게.(스윕 파노라마 기능)



전주 한옥마을에 갔을 때, 파노라마로 찍기에 딱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던 풍경이 있었다. 돌담이

제법 짧지 않은 길이로 쭉 이어져 있는 길에서라면 사진 끝에서 끝까지 멋진 파노라마를 찍을 수

있겠다 싶어서. 이씨가문 할아버지 얼굴 익히라고 만들어둔,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약간 창문빛이 반사되긴 했지만, 강남의 50층쯤의 빌딩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찍은 풍경 역시

a33이 가진 스윕 파노라마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구불대는 탄천과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들의 윤곽이 거의 그대로 정밀하게 잘 드러났었다.

 
그리고 이 사진, 포스코사거리의 루미나리에를 쌍쌍이 즐겁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피해

혼자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드르륵드르륵, 끝내 수평을 맞춰서 사진 바닥과 위에

나무들을 심어낸 것에 스스로 너무 대견했다. 매콤하게 추운 밤, 하늘과 땅에 맞닿은 불빛.



#2. 1420만 화소의 압도적인 화질.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을 들어서는 길이었다. 아무런 보정을 하지 않은 사진(여기에 쓰인 사진들

전부가 그렇지만)인데 그때 내가 보았던 하늘색을 그대로 담아올 수 있었다. 파란 하늘에 슬쩍

무지개처럼 걸려있는 빨간 홍살문.

단정한 수묵빛의 기와지붕 아래로 슬쩍 먹물이 번져버린 단청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위로

수없이 자잘한 실금이 그인 파란 하늘이 살금, 내려앉았다.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의 차분하고 담담한 풍경들, 사방에 나린 눈과 꽁꽁 얼어 반짝거리는

바닥의 얼음 때문에 사진찍기가 쉽지 않았지만 아무리 못해도 기본은 하던 a33.

한옥마을 옆의 전동성당, 그런 게 있는지도 미처 모른 채 생각지도 못하고 맞닥뜨렸을 때.

눈덮인 한옥마을, 불쑥 올라선 전동성당의 둥근 지붕.

오랜만에 찾았던 학교에서 예기치도 못한 샤방샤방한 인테리어의 까페를 만났을 때도

녀석은 나보다 훨씬 능숙해 보였다. 기억해 줘, 아고라.


사진 속에 다양한 빛깔이 들어가는 '예제'라면 비빔밥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전주에서 맛본

비빔밥은 그 맛도 맛이었지만, 먹기 전부터 그 때깔이 남달랐달까. 대충 김이 파랗고 보랏빛도

품고 있다 치면 무지개색이 다 들어간 셈이다. 전주엔 '전주비빔밥'이 없다, '비빔밥'이 있을 뿐.

비빔밥말고도, 평소 음식 사진을 정말 맛나보이게 찍는 사람들은 굉장한 실력의 능력자라고

생각했는데 얼추 흉내낸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사진만 봐도 배고파지는, 전주의 '골동반' 정식.

인형전시회를 둘러보며 이것저것 찍어본 사진들도 뭔가 내가 써본 다른 카메라들과는 발색이

다른 거 같기도 하고. 시크릿가든의 현빈과 하지원, 2010 서울 인형전시회에 참가하다.



#3. DRO와 HDR의 섬세한 표현.

전동 성당을 맞닥뜨렸던 건 마침 해를 대략 정면에서 바라보던 역광 시츄에이션. 정면이 온통

까맣게 나올까봐 DRO기능을 발휘해서 찍어봤다. 눈덮인 한옥마을, 불쑥 올라선 전동성당의 둥근 지붕.

호텔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사되는 테이블 유리 속 세상, 조금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조명이 마치 조각보처럼 여기저기 뚝뚝 끊겨서 떨궈지는 데도 꽤나 화사한 풍경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맹장같던 하루하루가 지나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도중에 들렀던 화장실, 화장실 옆에 있는 물그릇에 둥둥 떠있는 촛불을

발견하고 다시 자리로 가서 카메라를 들고 찍고는,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다시 술마시기에

열중했다는 슬픈 전설이 함께 하는 사진이다. 히레사케가 땡기는 날.

그러고 술집을 나와서, 서로 계산하라며 이리저리 미루다가 먼저 도망나온 이는 유유히 카메라를

꺼내들고 술집 마당에 꾸며진 트리를 감상했다던가. 이미 저런 꼬마전구로 불밝히기에는 꽤나

캄캄히 어두웠었지만, 이때 역시도 DRO기능의 힘을 빌려보았다.


#4. ISO12800의 강력한 고감도 성능.

다소 어둡고 나른한 분위기의 바, 내부가 온통 컴컴하고 어슴푸레한 조명이 드문드문 서 있던

그런 곳이어서 사진이 제대로 찍히기나 할지도 걱정스러웠던 곳이다. 그래도 제법 분위기도

전해지면서 인테리어의 디테일도 뭉개지지 않고 살아난 거 같다.

그 곳의 인테리어를 좀더 찍어보면, 유리로 된 칸막이에 통나무가 스팸처럼 꼽혀있던 곳. 역시

조명이 꽤나 어두워서 그 통나무의 나무테무늬나 거칠거칠한 결이 제대로 찍힐까 싶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도 촛불을 가까이 하지 않고서는 이게 무슨 색깔의 꽃인지, 꽃잎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기 쉽지 않던-과장을 조금 보탰지만-그런 상황. 일렁이는 촛불에 의지해 찍은

사진 치고는 꽃잎의 모양이니 색깔이 꽤나 선명하다. 위로 뻗치는 촛불의 광선도 슬쩍 잡혔고.

또다른 술집, 왜 이렇게 음침하고 어둑어둑한 술집만 찾아다녔는지 새삼 의아하긴 하지만, 여기도

어둡기로 치면 그다지 나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복잡한 문양을 가진 칸막이를 나름대로

잘 잡아내고 술집 분위기도 조금은 더 밝고 따뜻하게 찍힌 것 같다.

깜깜하기로 따지면 요 강아지들도 못지않다. 온통 까만 녀석들이 어둑한 방안에 슬쩍 흩뿌려진

햇살 한줌을 맞으며 해바라기하던 시간. 까맣고 반들거리는, 의젓하고 충직한 눈매가 맘에 든다.

조그만 꼬마전구들이 아무리 수백수천개 모여봐야, 시간이 너무 늦어서 밤이 깊어지면

사진으로 찍기에도 좀 막막해졌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신데렐라가 열두시

종이 치는 순간 느꼈을 안타까움이 바로 그런 거였을 텐데, 아무래도 ISO12800까지 가능한

카메라다 보니까 그 시간이 조금은 늦춰지는 것 같다. 한시반쯤?


#5. 그냥 왠지 빠질 수 없는 사진들.
 

그냥, 뭔가 인상적이어서 올린 사진들. 왜 무슨 카메라가 참 좋아요, 라는 식의 글에 붙어있는

샘플이미지를 보면 이런 거 한장씩은 꼭 들어가 있는 거 같길래 나 역시 질 수 없다며 올려본

사진들이다. 마지막 사진은 자세히 보면 자전거를 탄 사람이 차창 밖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


#6. Auto-Focus를 구현한 Full HD 동영상.

동영상은 아니고, 그 동영상의 한 장면을 캡쳐한 사진이다. 내처 걷고 있던 말이 어느순간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똑바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a33은 계속 그랬듯 움직이는 말머리에서

초점을 벗어나지 않은 채 고화질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고, 그 화질은 이렇게 대충 한컷

캡쳐해 봐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선명한 거다. 아마 SONY a33의 최대 장점 중 하나 아닐까.


終. 'DSLR종결자'를 환영하며.


첫 리뷰글에서 한 문장을 떼어와도 지금의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너도나도 DSLR 들고 다니는 세상에 신제품이래봐야 거기서 거기 아니냐, 라는 실망감 내지

냉소가 아니라, 이제 DSLR시장의 판도와 문법을 바꿀 새로운 카메라가 나왔으니 조만간

사람들 손에마다 이 카메라를 쥐고 다니는 풍경을 보지 않을까 싶다는 환영과 독려의 의미로.




* 이 글들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삼성동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나무 맨살에 전깃줄을 둘둘 감고 있는 모습이

맘에 안 들기는 작년이나 올해나 마찬가지지만, 워낙 날씨가 추워놓으니 왠지 저렇게라도

따뜻하게 온기를 입혀주는 게 나쁘지만은 않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작고 빤짝이는 불빛 굴다리 속에 들어가서 한번, 이쪽 바닥에서 저쪽 바닥까지 파노라마로

드르륵 긁었더니 나름 성공적으로 하늘과 땅이 맞닿게 나온 사진.



@ 포스코센터 앞. (by SONY a33)


Episode 1. 경마장 가는 길.



겨울에도 말들은 죽자고 달렸다. 가을철에 만났던 말들보다는 조금 뻣뻣하고 둔해진 네발놀림인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새하얀 입김을 격하게 토하며 팽팽한 근육을 조여대며 질풍처럼 내달렸다.

어찌나 빠르던지 눈앞까지 짖쳐들어온 말들은 휙 바람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트랙 너머로 사라졌고,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결승선에 가까울수록 아이유의 3단부스터처럼 높아가기만 했던 거다.

(이전 포스팅 : 쩍쩍 갈라진 말근육들의 향연, 과천 경마공원.)

그런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장면들,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역시 사진보다는 동영상이다.

중딩때 야설로 시작해 고딩쯤 야사(야한 사진)를 거쳐 야동으로, 그리고 이제 3D로 촬영된 야동으로

진화해 가듯, 분위기와 느낌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는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이 유리한 거다. 마찬가지로 같은 동영상이라도 그냥 동영상보다는 HD동영상이 화질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데다가 더구나 핸디캠의 전설 소니의 Full HD 화질이라면야.


이전에 경마장 왔을 때 미처 사진으로 못 나눴던 풍경들, 분위기들을 이제라도 소니a33의 힘을 빌어

사람들과 나눠보기로 한다. 물론 그건 사진을 발로 찍는 허술한 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세상엔 사진을 굉장히 잘 찍는 사람보단 웬만큼 찍거나 조금 찍을 줄 아는 사람, 혹은 나처럼

발로 찍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 사진 셔터 누르는 만큼 동영상 촬영하기가

쉬운지, 그리고 그렇게 찍힌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1. 사진 셔터 누르는만큼 동영상찍기가 쉬운지.

 : 아무리 동영상 기능이 있으면 뭐하나, 조작하기가 쉽지 않고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야 한다면

정작 눈앞에서 UFO가 지나쳐가도 동영상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휙, 보내버리고 말 거다.
 

경마장 구경가야 하니까, 간단하게만 말하면 무지하게 쉬웠다. 그냥 버튼 하나. 저 빨간 눈알이

박혀있는 'MOVIE' 버튼만 누르면 바로 촬영. 화이트밸런스, 노출보정, 측광모드나 오토포커싱

기능은 사진 촬영때 쓰이던 설정값이 그대로 넘어가니 따로 손댈 것도 없고, 셔터속도와

조리개값은 자동으로 조정이 된다. 게다가 자동으로 초점이 계속 변환되어 알아서 찍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준다고 하니, 정말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이란 얘기다.


물론 여러가지 옵션이 있긴 하다. 사진찍을 때처럼 커다란 LCD모니터에 몇가지 디스플레이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자이로센서가 수평수직을 잡아주는 게 동영상 촬영 때 도움이 크더란 건 찍어보고

나서의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 이외에도 동영상 파일 형태를 바꾸거나, 동영상 크기를 바꿀 수도

있던데, 어렵지도 않거니와 부수적인 이야기니까 패스. 이럴 때가 아니라 경마장에서 '발로 찍은

동영상' 이야기 할 때란 말이다.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2.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 아무리 동영상 찍기가 간편하다고 해도 초점도 안 맞고 화질도 엉성해서 당췌 이게 뭘 찍어놓은

건지 알아보기 힘들거나 알아보기 싫다면, 차라리 발가락으로 사진찍기를 계속하겠단 거다.



1)
말돌리기 : 과천 경마공원을 기준으로 하자면, 우선 경마가 시작되기 삼십분 전 조그마한

광장에서 경주마들을 빙빙 돌리며 말의 상태와 워킹 등을 보여준다. 말의 저 탄탄한 허벅지와

굵직하고 강건해 보이는 말근육들, 이건 그야말로 '발로 찍은 말 사진'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다.





경주마들이 자그마한 원형 광장을 돌며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 말들을 하나한 렌즈로

훑으며 첫 촬영을 시작했다. 단지 장면 하나를 찍는 게 아니라 어떻게 화면이 움직이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야 할지 따위, 생각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잘도 돌더라는.




2) 기수태우고 말돌리기 : 위 영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좀더 확연하게 티가 난다. 지가 알아서

앞뒤의 말들로 초점을 순식간에 조정해내는 카메라의 AF, Auto Focusing은 가히 AI라고

할 만하다. 요새 유행한다는 조류독감만 AI가 아니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도 AI인 거다.

알아서 초점을 이리저리 조정하며 기수를 태우고 광장을 도는 말들의 흩날리는 갈기, 강인한 걸음,

잔뜩 긴장한 근육 매무새들이 앞뒤로 생생하게 잡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3) 트랙으로 나서기 : 저번에 청담공원 등지에서 잘 써먹었던 파노라마 기능, 넓은 트랙에

경주마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몸통만한 엉덩이근육을 씰룩거리며 잘 정돈된 트랙위로

나서는 말들과 기수들에서 풍기는 긴장감과 비장함에 입김마저 조심스럽다.


4)
출발선에 주차, 아니 주마(駐馬)하기 : 기수를 태운 말들이 하나씩 출발선 앞에 섰다.




5) 폭풍질주하는 말들 : 트랙을 한바퀴 돌고 다시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말들, 제법 엎치락뒷치락

손에 땀을 쥐는 순간들이 지나갔고, 사람들의 고성 소리는 높아만 갔다.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카메라는 듬직하게도 무리지어 지나가는 말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번호는 물론이고 발굽에서

뿜어져나오는 흙먼지까지 보여주던 거다. 비록 내 마권은 전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이런 멋진

영상들이 남았으니 그걸로 만족이랄까.



+ 알파(α). 실제로 동영상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경험담.

 :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도, 동영상으로 남기면 괜찮겠다 싶은 순간들,

혹은 동영상으로밖에는 표현이 안 되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 거다. 예컨대, 눈발이

거꾸로 땅에서 하늘로 휘날리는 광경이라거나, 불빛 가득한 밤거리를 즐겁게 떠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같은 것들.



고층빌딩 주변에서는 바람이 마구 뒤집혀 불기도 하고, 마를린 먼로의 치마도 펄럭 뒤집는

음흉한 광풍이 분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눈발마저 거꾸로 휘날리게 할 줄은 몰랐다.

그치만 사진으로는 그렇게 지상에서 하늘로 치솟는 눈발을 잡아낼 재간이 내겐 없는 거다.



다행히도, 버튼 하나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게다가 이렇게 화질이 뛰어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마침 갖고 있었기에 남길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그리고 포스코사거리 앞의 범상치 않은 루미나리에, 촘촘한 꼬마전구가 알박힌 그곳의 풍경을

경쾌하게 뒤흔드는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까지. 이런 것들이 멈춘채

굳어진 풍경이 아니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담긴 건 다행이다. 근경과 원경을 유연하게

오르내리며 풍경을 잡아내고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덤.


그렇게 저장된 파일들은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왼쪽에서 보이듯

동영상은 동영상 폴더에, 오른쪽에서 보이듯 사진은 사진 폴더에. LCD모니터가 넓어서인지

저렇게 폴더 두개가 한번에 보이는 빼곡한 구성에도 그다지 답답하거나 조그매보이진 않는다.





Episode 2. 고감도 & '노이즈'줄이기.



#1. 빛이 적은 곳에서도 좋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는, 고감도성능!!



ISO100에서 무려 ISO12800까지 올라가는 권장노출지수(ISO)는 과연 야경 촬영에 강하다

소니의 명성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ISO가 높을수록 적은 양의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사진이 찍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데, 감도가 높을수록 화면의 입자가

거칠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래도 사진 두장이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잔뜩 감도를 높인 사진,

덕분에 조그마한 사이즈에서도 입자가 거칠거칠 드러나보인다. 반면 왼쪽 사진은 감도를

ISO1600으로 낮춘 사진, 그래서 확연히 부드러워 보이는 거다.


혹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감도를 한껏 높여 조금 사진이

거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불빛을 보다 환하고 이쁘게 잡아낸 거다. 반면 왼쪽은 ISO를 낮추어

불빛이 부드럽긴 한데 너무 어두워서 다소 침침해 보인달까, 느낌이 안 산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ISO100의 저감도로 찍힌 왼쪽 사진은 잔뜩 흔들려 버렸지만, ISO12800

고감도로 찍힌 중간 사진은 또 조금 입자가 굵은 노이즈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ISO1600으로

잡아낸 풍경, 이래서 적당한 감도를 설정하고 최대한 노이즈를 줄여내는 게 관건인 거 같기도 하다.


여하간 ISO128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성능은 흐리거나 어두워서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기에 보다 수월하게 해주는 것은 확실한 거 같다. 이 자체로도 나름 멋진 야경을

부족한 발실력으로나마 잡아낼 수 있도록 해준 건 오로지 소니a33의 성능 덕분.



#2. 빛이 적은 곳에서도 '노이즈'를 최대한 줄여서 사진을 찍기 위한, 다중프레임 NR!


ISO감도의 폭이 넓어지는 건 분명 흐리거나 어두울 때, 혹은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좀더 디테일을 살려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함께 사진 입자가 거칠게 느껴지는 '노이즈'는

아무래도 고감도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단점에 가까운 거 같다. 그런 '노이즈'를 조금 덜어내고

가능한 밝고 선명하되 부드러운 사진을 구하는 건 인지상정.

그래서 소니a33에서 채용한 기능은 '다중 프레임 NR(Noise Reduction)'. 자동으로 6장을

연속 촬영하고 그 화상들을 합성한 후 노이즈를 줄여서 하나의 화상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그저 감도를 자동 설정하고 1장을 촬영하는 'AUTO' 모드에 비해 훨씬 진화한 기능인 셈이다.


AUTO 모드 외에도 ISO100~400 구간에선 (화창한 날씨에 야외에서) 밝을 때 촬영에 적합하도록,

ISO800~1600 구간에선 밝지 않을 때 촬영하는 경우(흐림, 저녁, 실내 등), ISO3200~12800 구간엔

조명이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하는 경우, ISO25600에선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할 때 각각

노이즈를 줄일 수 있도록, 이렇게 ISO100~25600의 총 9가지 '다중 프레임 NR' 모드

있다는 건, 꽤나 섬세하고 사려깊은 배려라고 감탄할 만하다.


이렇게 '다중 프레임 NR' 모드를 활용해 사진을 찍으면, 감도를 더 높여 밝으면서도 노이즈 역시

훨씬 줄어든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거다. 왼쪽은 ISO12800으로 찍은 한밤중의 놀이터, 오른쪽은

무려 ISO25600으로 찍은 같은 장소지만 훨씬 밝고 선명하면서도 노이즈 역시 줄어들었다.


혹은 같은 ISO12800으로 찍더라도, 좀더 밝고 노이즈가 줄어들어 부드러운 사진이 얻어지는 거다.

원목 재질의 안내판 배경이 좀더 따스하고 보드라운 느낌으로 찍힌 사진, 딱 보면 알겠지만 역시

오른쪽 사진이 '다중 프레임 NR' 모드가 작동한 사진이다.


+ 알파(α). 실제로 '다중 프레임 NR' 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몇 장의 사진들.



위에서 그저 ISO를 높여서 찍었던 풍경들도 '다중 프레임 NR' 모드로 다시 찍는 순간 좀더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따뜻한 느낌의 사진이 된다. 6장이 순식간에 찰칵찰칵 찍히는 소리도

맘에 들지만, '처리중'이란 안내화면이 지나가고 합성된 화면이 이렇게 뜨는 순간도 과연

어떤 사진이 나올지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드는 거다.


경마장 건물 1, 2, 3층을 빼곡히 메운 채 주먹쥐며 말들을 응원하던 사람들,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아래에서 풍선을 들고 뛰놀던 아이들, 어느 일식주점의 벽면을 장식한 인형과 촛불들,

그리고 어느 까페에서 만났던 완전 푹신하고 편안해 보이던 낡은 의자까지. 다중 프레임의

세례를 받고 새롭게 조율된 사진 속에서 더욱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듯 하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사막의 도시 투르크메니스탄.



@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가 섞여드는 터키 이스탄불.


@ 동방명주가 하늘을 밝힌 상하이 와이탄.
드문드문 켜지기 시작한 가로등, 성마르게 벌써 환히 밝혀진 네온사인들, 그리고 차분하지만 굵게

실루엣을 각인하는 예니 사원의 미나렛 두 개.

유람선을 타러 가는 길이었다. 비가 드문드문 오는지라 배를 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선착장 역시

생각보다 한적하더라는.

이스탄불을 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세조각내는 건 강이 아닌 바다, 바다 건너 보이는

굵직한 탑은 이스탄불의 전경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인 갈라타 타워.

고등어케밥을 파는 배일 텐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장사하던 사람들은 어디 가고 불꺼진 빈 배만 남았다.

간판 왼쪽에 고등어 사진도 붙어있었다. 바게트빵 사이에 구운 고등어를 넣어주는 고등어케밥은 의외로

담백하고 맛있었는데, 비리지도 않고.

예니 사원 앞으로 이중삼중으로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배들. 빨강색의 터키 국기가 선명하다.

갈라타 대교를 통과하기 직전, 대교 옆의 계단 통로에 그려진 그래피티들이 뭔가 인상적이었다.

저 눈알이 줄에 걸린 채 튕겨오른 듯한 그림은 아무래도 '낚시바늘 주의' 정도의 의미 아닐까, 여기서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많으니 휙 뒤로 낚싯대를 제낄 때 뒷사람 눈에 낚시바늘 꽂히지 않도록

주의하란 뜻 정도 말이다.

커다란 호화 크루즈선들, 저 정도 사이즈의 배면 안에는 슬롯머신이라도 설치되어 있지 않을까.

주로 유럽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올 때 저런 크루즈를 이용한다던데 장기간의 배여행도 재미있을 듯.

하늘은 급격히 사위어가고,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던 노란 가로등이 점점 강렬하게 불빛을 내쏘았다.

갈라타 탑이 언덕배기를 따라 조금씩 키가 커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단연 우뚝 솟은 채 노랑색 실루엣을

뚜렷이 새긴 채 길 잃은 새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미나렛 네 개를 가진 성 소피아, 그리고 미나렛 여섯 개를 삐쭉 세워올린 블루 모스크. 저렇게 열 개의

첨탑이 한눈에 들어오니 무슨 로켓 기지라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셔터를 누르는 사이의 그 짧은 시간에도 하늘은 그 색깔을 휙휙 잘도 바꾸며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물색처럼 맑고 가벼운 느낌의 하늘이었는데 조금씩 어둡고 무거워지는 느낌, 그렇게 두 가지 얼굴을

한 대기가 서로 뒤엉켜 사방에서 멱살잡이를 하고 있는 사이 크루즈선에도 조그마한 어선에도 갈라타

타워에도 평범한 건물에도 불빛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조금씩 어둠이 짙게 깔리면서 흔들리는 배 위에서 사진을 찍기가 점점 어려워졌지만 보스포러스 해협

양 쪽으로 드러난 풍경들이 차마 혼자 보기 아까운 것들이었다. 온통 불빛으로 휘감아 정신없이 화려한

건 아니었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특정 건물에만 임팩트를 준 조명들이 오히려 세련되어 보였달까.

돌마바흐체 궁전. 돌마바흐체 궁전은 톱카프 궁전 대신에 19세기쯤 유럽의 양식을 많이 차용하여

새롭게 지은 궁전이라고 얼핏 기억한다. 다른 것보다 바다쪽 정원에서 조그마한 항구랄까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접안시설이 있어서 바로 선박을 궁전에 이어붙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었다. 그렇게

돌마바흐체를 지나 흑해 쪽으로 가다가 다시 빽, 막연하게 들떠있던 어슴푸레함 대신 완연한 어둠이

내린 이스탄불을 바라보았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터키 이스탄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하루를 꽉 채운 트랜짓

시간이 생겼다. 6년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마지막에는 역시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운항하는 유람선,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색에 맞추어 점점 화려해지는 이스탄불의 야경.

보스포러스 대교가 원래 이렇게 조명이 반짝반짝했던가. 다리를 지탱하는 줄들이 촘촘한 거미줄같기도.

대형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항구 너머, 갈라타타워가 둥실 떠있다.

갈라타 대교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들 불빛이 바닷물 위로 번져나간다.

갈라타 타워, 스카이 라인에서 우뚝 솟은 채 이스탄불 시내를 굽어보는 것 같다. 타워 위에 올라 내려보는

전망이 탁 트일 수 밖에 없구나 싶다.

갈라타 대교 앞에 있는 예니 사원, 예전에 저 사원 뒷쪽의 꼬불꼬불한 골목을 헤매고 다녔었는데.

배들이 빼곡하게 정박해 있던 이스탄불의 항구, 까맣게 타버린 저녁시간에도 환하게 불밝히고 이리저리

보스포러스 해협을 종횡하는 유람선들.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의 야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성적으로는 이 신도시가 투르크를 외부에 보이기

위한 일종의 '쇼윈도 시티'라는 사실도 알고 있고, 저토록 불필요하게 곳곳에 촘촘이 박힌 불들이 얼마나

에너지 낭비인가 탄식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는 해도, 그래도 밤늦게 일을 보러 다니면서도 늘 카메라를

손에서 뗄 수가 없었던 거다.

도시 너머로는 온통 사막뿐인가 했더니, 어느 한쪽으로는 투박한 산맥이 등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등뼈

끄트머리에 살짝 얹힌 마지막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증거하고 있었다.

호텔 앞에서, 어물쩍 해가 넘어가려는 무렵부터 시작인 거다. 어느 순간 팟 소리를 내며 켜졌을 법한 가로등들과

그 너머 띄엄띄엄 세워진 거인같은 건물들이 보랏빛 황혼이 무색하게 빛을 밝혔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도시의 가로등들이 세워진 간격은 한국의 서울보다 두배쯤은 촘촘한 거 같다.

이맘때, 빛과 어둠의 투쟁이 막바지에 치달아 태양의 잔광이 마지막 숨을 깔딱거리는 즈음의 분위기란 어디고

참 싱숭생숭하다. 퍼렁빛의 하늘, 왠지 크게 술렁거리는 듯한 대기, 그리고 갈피를 못잡는 사람 마음.

어둠의 완승, 빛의 세상을 완전히 지구 반대편으로 몰아내고 나서 자축하며 잔뜩 꼽아둔 노랑색 촛불들.

여기도 중동 지역의 돈많은 국가들처럼 아스팔트가 다르다. 빛이 한없이 미끄러져 내리며 번쩍번쩍하는, 그런.

중동 지역은 비도 많이 오지 않고 오일머니랑 바꾼 최고급 스포츠카들이 잘 달리기 위해서 F1같은 레이싱트랙에

발라지는 특별한 아스팔트를 썼다고 했었다. 우리나라의 여느 아스팔트보다 훨씬 조밀하고 맨들맨들해서

승차감도 좋고 타이어도 찰싹 달라붙지만, 비가 오면 완전 잘 미끄러진다는 그런 특성의 아스팔트란 거다.

여기도 그런 건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비슷하게 건조한 기후인데다가 오일머니, 가스머니 많은 나라니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이제 그냥 조용히 사진들 보여주기. 야경에 딱히 멘트라고 달 것도 많지 않은 거다.

가로등이 촘촘한 것도 그렇지만, 하나에 네다섯개씩 휘영청한 전구가 들어있는 것도 사람 할 말 잃게 만든다.

저 가로등들은 차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행인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만든 게 아닌 건 분명한 거다.




청계천 광장의 재림이랄까. 색색으로 변하는 분수들은 밤이나 낮이나 꺼질 줄 모르고 그 구간 역시 청계천의

지극히 일부만 포장해둔 쪼잔한 사이즈와는 비교되지 않는단 점에서 오히려 여기가 한 수 위인 거 같기도 하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배하는 과거 공산정권의 잔재, 냉막한 얼굴과 건조한 분위기에다가 예측 불가능하고 느린

일처리 같은 것들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야경이 참 이뻤다고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사진으로라도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찾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다녀가신 누군가 그랬다. 투르크에 다녀오면 온갖 혹평과 비판, 그리고 이쁜 사진들이 남더라는.

아쉬하바드의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던 풍경들이 그랬다. 사진 한장으로 담기지 않던 그 묘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거리들, 자연 풍광들. 특히나 낮에는 낮대로 하얗게 비산되는 햇살 아래서, 밤에는 밤대로 무수한 간접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던 하얀 대리석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뿌연 황사가 사막으로부터 불어와 찌뿌둥한 하늘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잠시 변덕이라도 부릴라 치면

굉장히 맑고 파란 하늘을 드문드문 볼 수 있던 곳. 온통 황량하게 마른 땅 위에서 폭폭 솟아난듯한 건물들이

어색하기도 하고, 뜬금없다 싶기도 하고 그랬지만.


밤에는 온갖 각도에서 실루엣과 음영을 잘 잡아주는 간접조명과 가로등 불빛들 덕에 이 황량하고 기묘한, 아직

생성중인 도시의 휑뎅그레함이 많이 감추어지는 거다. 어둠 속에서 둥실둥실 떠오른 하얀 건물들의 윤곽들,

그리고 쉼없는 말줄임표처럼 느껴지는 가로등불빛의 궤적은 왠지 사람을 망연케 하는 별빛같기도 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하바드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었던 건 버스 정류장이 곳곳마다 참 다르게 생겼더란

사실, 그리고 그 모양들이 어떤 건 굉장히 공들여서 만들어졌는가 하면 다른 건 그냥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 만들어진 것처럼 천태만상이더라는. 게다가 그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투르크인들의

옷차림이나 행색 역시 꽤나 인상깊었다. 그런 서로 다른 버스정류장과 그 풍경 만을 찍은 것만도 수십여장에

이르는 사진들 퍼레이드.

버스정류장에 멈춰서는 버스들 역시 대개는 저런 신품의 쌔끈한 버스들이곤 했지만, 가끔은 앞 유리창이 온통

먼지낀 채 거미줄같이 사방으로 금이 가있는 그런 버스도 다니곤 했다.

약간명이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과 (아마도) 태양을 가리기 위한 지붕이 얹혀 있다는 점만

같은 특징으로 공유하고 다른 것들은 제각각인 버스 정류장들.

사람 하나 없이 텅빈 정류장이 있는가 하면, 아저씨 하나가 쓸쓸히 벤치를 지키는 정류장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빨간 투르크 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들이 우르르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여긴 무슬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오랜 공산주의 정권 치하에서 젊은 사람들은 대개 무신론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덕분에 히잡을 쓰고

있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버스정류장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풍경,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 투르크에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모이는 호텔 로비나

정문 밖에서는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피우긴 했지만, 내국인들에게는 나름 철저히 지켜지는 룰인 듯. 그렇게

법적으로 아예 금연을 시켜야 할지는 좀 생각할 문제지만, 적어도 담배연기가 제멋대로 날아들지 않는 버스

정류장은 생각만 해도 꽤나 쾌적하다.

밤이 되었다고 버스 정류장이 어둠에 먹혀버리는 건 아니다. 전기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대는 이 곳에서는,

아마도 아쉬하바드의 이 동네는 일종의 대외용 '쇼윈도우'일 테니 더 심하겠지만, 버스 정류장 역시 화려하다.

실제로 밤에도 버스가 다니는지, 이용할 사람들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몇 장 더, 아무래도 동네마다 특징을 잡고 그 모양대로 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님 그 정류장의 특징에 맞춰서, 예컨대 커다란 재래시장 앞의 정류장은 좀 커다란 간판처럼, 관청들

앞의 정류장은 좀 화려하고 럭셔리하게 만드는 거 같다는 이야기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모든 게

획일화되어 있고 몰개성화되어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하던 '중앙아시아의 북한' 투르크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버스 정류장들을 헤아려 볼 수 있었던 건 꽤나 흥미롭던 일이었다.





@ 한강고수부지 잠원지구-반포지구.


걷다보면 어느순간 다리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굳이 한걸음씩 새겨넣으며 의식하지 않아도, 그냥 제가 알아서

왼발 오른발 규칙적으로 따박따박 번갈아 내딛는 거다.


그렇게 걷고 있던 내 옆에서 함께 흐르던 한강 수면에는 색색깔의 피아노 건반이 그려져 있었다. 까뭇까뭇하게

흘러내리는 한강의 물살 위에 그려지는 가늘고 긴, 알록달록한 건반들.








도쿄타워가 있는 야경, 모리타워에서 보는 게 최고. 에서 이미 보았던 그 야경,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안내도. 도쿄 타워를 기준으로 어디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빌딩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내게 와서 꽃이 될지도.






신주쿠의 빌딩숲 사이를 걷다가 문득 발견한 거대한 글자탑. L.O.V.E. 글자가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있는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 글자의 크기가 뭔가 낯설만큼 커서-저렇게 큰 글자로 씌여진 책장 한 페이지의 사이즈는 또

얼마나 클까-주변의 풍경을 살짝 일그러뜨리는 듯 했다. 붉게 달아오른 러브.

신주쿠의 도쿄도청 뒤쪽, 오거리던가 사거리를 건너려다 저 너머에 있는 빨간 글자조각을 발견한 거였다. 사실

그보다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사거리를 삥 둘러 세워진 신호등과 가로등을 고리처럼 이어주던 환.

그 글자가 거기 놓였다는 게 보이지도 않는 듯 완전 무심하게 지나는 사람들은 도쿄의 현지인들, 이렇게 요리조리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은 여행자들..이라지만, 사실 이런 글자가 서울의 테헤란로 어디메쯤 덜컥 떨어뜨려놓은

듯 놓여있으면 지나칠 때마다 기분이 묘해질 거 같다. 너무너무 익숙하고 뻔해서 진부해진 공간이 문득 새로워지고

재미있어지는. 발바닥을 간질간질하는 느낌. 혹시, 이 글자 외지인에게만 보이는 건가.

이번엔 측면 사진. 정면에서 2D로 볼 때와 또 다른 3D의 위엄. 그리고 두툼한 깊이가 느껴지는 만큼이나 더욱

커다란 존재감을 가지고 주변공간을 휘어버리는 그 간질간질함.

사실 이 오리지널 'LOVE'의 또다른 버전은 파주 헤이리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때도 그걸 보고 꺄아~ 하면서

마냥 신기해했던, 포스팅까지 했던(Alice in 헤이리.) 기억. 그 때 보았던 건 그치만 한글 자모로 만들어놓은 것,

게다가 훨씬 작고 귀여운 사이즈에 얄포름한 두께를 가진 것이어서 이만큼의 임팩트는 느껴지지 않았었다.

같은 모양새여도 그 크기에 따라 느낌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단 건, 아무리 본질이 이러니저러니 잘난 척 해도

생각보다 사람이란 동물이 단순하고 곧이곧대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걸까.

내킨 김에 신주쿠의 야경 한 장. 신기하게 생긴 건물들이 쭉쭉 시원하게 뻗어오른 그곳.





도쿄의 야경을 보겠다고 도쿄타워에 오르는 건, 뭐랄까, 코끼리를 보겠다며 꾸역꾸역 코끼리 등짝을 기어오르는

개미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도쿄타워의 내부가 궁금하다면야 모르겠지만, 도쿄타워없는 도쿄의 야경은

왠지 심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래서 도쿄타워가 있는 도쿄의 야경을 보려면 모리타워에 가라고들 한다.

롯폰기힐즈에 있는 모리타워, '고작' 52층짜리 건물이지만 그래도 왠지 서울에 있는 54층짜리 트레이드타워보다

많이 높고 커보인다. 단순히 타워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쇼핑몰과의 연계라거나, 빌딩 주변의 녹지공간이라거나

본격적으로 마련해둔 전망대 공간이나 모리미술관 같은 시설물들이 양팔을 활짝 벌려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위기 때문인 거 같다.

전망대로 바로 직행하는 엘레베이터, 모리 아트뮤지엄과 도쿄시티뷰, 전망대가 있는 52층. 타이완의

101빌딩처럼 미친 듯이 빨리 쏘아져올라가는 느낌은 없었지만 뭐, 괜찮다.


그리고 다른 것들보다 도쿄의 야경. 도쿄는 참 크다는 느낌, 게다가 빌딩들이 이렇게 촘촘하게 늘어서있단

것도 인상적. 아무리 서울의 도심이래봐야 고작 몇 블록만 지나면 하늘까지 치솟던 스카이라인이 어느결에

땅으로 잔뜩 가라앉아있기 마련인데, 여긴 도쿄의 도심중에 도심이라고는 해도 참. 게다가 사방에서

반짝이는 불빛들까지.

도쿄에 오기 전 '도쿄타워'를 이제야 보았었다. 생각보다 영화 중에서 도쿄타워의 비중은 크지 않았고, 내부의

모습도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는데 다녀온 사람들은 전부 생각보다 별 거 없더라는 입을 모은 반응들. 낮에

보면 더욱 별거 없다는 둥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갔지만, 불빛이 온통 내려앉은 도쿄 시내에 우뚝 서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환하게 켜진 도쿄타워는 꽤나 멋지다.


모리 미술관에서의 전시와는 별도로, 전망대 내에서도 다른 특별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룡전'. 전망대의

유리는 뭔가 빛이 난반사되지 않는 특수유리를 갖다 꼽아놨으면 좋겠는데 사방에서 빛이 튕기는 바람에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지만, 심하게는 이렇게 공룡 한마리가 도쿄타워를 쥐고 흔드는 듯한 일루젼이 펼쳐졌다.






동작대교니 어디니, 한강의 다리들 위에 언젠가부터 요 비스무레하게 생긴 까페들이 볼록하게 튀어나왔더랬다.

언제고 한번 가보겠다고 맘만 굴뚝이다가 어젯밤 불쑥, 동작대교의 '구름까페'로. 동작대교엔 구름까페와

노을까페가 대교 양편에 버티고 섰는데 한 삼십대쯤 차를 주차해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덕분에 교통체증의

원인이라고 원성도 높다던데 월요일 밤 열시쯤 가서 그렇겠지만 한가한 분위기.

동작대교 남단에서 강넘어 남산촌을 바라보았다. 건너편 강변의 주홍볼빛과 이편 스테인레스 울타리의 은빛이

묘하게 대치하는 느낌.

구름까페는 3층이던가, 건물 위에는 전망대도 있어서 내키면 음료를 들고 올라와 마셔도 될 거 같다. 비가 온

직후라 그곳의 테이블은 온통 빗물에 씻겼다.

양초칠을 빽뺵하게 하고 비를 맞았으면, 혹은 물을 뿌렸으면 동글동글 이쁜 물방울들이 맺혔을 텐데, 아무래도

이 테이블들은 그렇게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는지라. 물방울들이 지들 마음대로 쪼개지고 뭉치고. 그래도

그 올록볼록한 느낌은 생생하다.

동작대교를 넘나드는 차들의 행렬. 빨갛고 노란 불빛이 띠처럼 대교에 감겼다.

그리고 올림픽대로, 여길 88대로라고 부르는지 올림픽대로라고 부르는지에 따라 세대가 구별된다고 했던가.

올림픽대로를 따라 줄지어선 가로수들이 마치 디오라마를 꾸며놓은 나무 모형같다.





맨프로토 190CXPro3, 옷장 안에 봉인된 삼각대를 대신하다.
맨프로토 324RC2 Joystick Head, 정말 좋은 '손잡이'다..!


비가 슬금슬금 내리던 날씨, 맨프로토Manfrotto의 190CXPRO3 삼각대에 324RC2 Joystick Head를 옆좌석에

태우고 고수부지로 향했다. 카본화이버 튜브에 마그네슘 재질, 중학교 때던가 K-Ba-Ca-Na-Mg..로 나가는

반응속도를 죽어라 외우며 물에 던져진 마그네슘 조각이 폭발하는 실험을 했던 기억이 뜬금없이 떠올랐지만,

다행히도 강변 둔덕위에 다리를 펴고 삼각대를 올릴 즈음 비가 멎었다. (물론 삼각대의 마그네슘 성분이

비 좀 맞는다고 폭발할 리는 없고, 오히려 녹슬지 않으니 악천후와 무관하게 쓸 수 있을 듯.)

삼각대를 써본 게 처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고급형은 다르다. 수평계가 달린 볼 헤드와 유려하게 미끄러져

나오는 삼각대의 다리들 덕에 위치를 잡고 세팅하기가 쉽고 빨랐다. 우선은 살살, 셔터속도를 1/2 sec 정도로

잡고 강 넘어 북쪽의 도시를 찍어보았다. 이런, 망원렌즈를 안 가져왔더니 저 너머 S타워의 모습이 너무 작다.

게다가 한강은 왜 이리도 넓고도 도도하게 흐르는지.

불빛이 반짝반짝할 만한 장소로 바꿨다. 동작대교 위의 구름까페 전망대. 강넘어 아파트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차분하게 반짝반짝, 게다가 육각별 모양의 가로등 불빛이 정말 반짝반짝거리는 동작대교를 지나는

차들의 불빛이 길게 미끄러지기까지. 때마침 지나가는 전철을 잡겠다고 삼각대를 대충 펼치고는 볼 헤드로

순식간에 각을 잡았다. 삼각대도 삼각대지만, 볼헤드 조이스틱 참 편하다는 감탄을 다시금.

조금씩 셔터 속도를 과감하게 늦춰보았다. 왜 그, 자동차 불빛이 길게 이어지면 빨갛고 노란 띠처럼 차도 위를

두르는 사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평소엔 망할 손떨림 때문에 고작 1초도 흔들림없이 버티지 못하는 데다가,

비그친 후 강바람이 세차게 부는 다리 위에서 미미하게나마 흔들리던 싸구려 삼각대의 경험이 있어서 불빛이

마치 너울성 파도처럼 울렁울렁 했던 거다. 셔터속도 6 sec, 빨갛고 노란 불빛띠가 선명하게 감겼다.

셔터속도를 한 15초쯤으로 놓으면 어떨까. 불빛들이 어른어른해지고 아파트니 동작대교의 실루엣이 뭉개지진

않을지 염려스러웠지만 일단 시도. 15초 동안 꼼짝않고 미동조차 없이 카메라를 잡고 있어줘야 할 텐데.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운 정도였다. 한강의 수면이 간유리 표면처럼 보들보들하게 불투명해졌고 차도 위 불빛은

엷게 번져나갔다. (15 sec, F/40.0, ISO-800) 착한 녀석, 토닥토닥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

ISO를 좀더 높여서 다시 시도, 차도 위에 감겼던 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은은한 황금색 불빛으로 하늘까지

물들어버린 느낌, 이 시간을, 이 공간을 뭐라면 좋을까. (15 sec, F/40.0, ISO-3200)

아담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에 대해 일찍이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런 불빛 띠가 반듯이 감기는

사진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의 위력이 꼭 필요하다. 사진 안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눈치챌만한 여지도

남기지 않는 시크한 녀석이지만, 이리저리 휘두르며 들고 다녀도 힘들지 않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흔들림없이,

단단하게 카메라를 잡아줄 수 있는 녀석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선 시장이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하듯, 보이지 않는 '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역시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거다. (3 sec, F/29.0, ISO-3200)



P.S.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진들이 나오고 마는 거다. 모처럼 짬내서 카메라 둘러메고 밖으로 나섰더니 고작

요런 사진들만 우르르 나와서야 대략 난감. 삼각대, 제대로 된 삼각대 없이 찍힌 난감한 사진의 몇 가지 대표적인

예시들을 골라 봤다.

1) 손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치는 이정도. 젊은 시절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굶주린 상태는 아닌지

등등 여러 조건에 따라 손떨림의 정도는 개인 편차가 있을 수 있겠다. 그치만 사진은 공통적으로 어둑어둑하단 사실.

2) 무리해서 찍는다 해도 손톱만한 사이즈로 볼 거 아니라면 시신경에 매우 유해하다. 멍하니 어느 한점을 응시해서

한 삼십초쯤 바라보면 3D로 뭔가가 튀어나올 기세.

3) 도깨비불이 휘날리듯 사방으로 비틀거리는 불빛들의 대향연. 호흡조차 멈춘 채 얼음처럼 굳어 있는다고 애썼지만

불빛은 심장 맥놀이하듯 벌렁벌렁 나뒹굴고 있다.

물론,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흔들어대면 또 나름 멋진(멋지다고 생각되는) 사진이 나오기도 하는 거 같다.

사진으로 생생한 구체를 잡아내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번져나가고 흐느적대며 '미친X 널뛰듯' 일렁이는 추상화를
 
그려낼 거라면, 삼각대의 도움은 필요없이 은지원 만보기 흔들어대듯 카메라 잡고 흔들어대면 되겠다.




밤에 차를 끌고 나가서 한강에 앉을 때 늘 아쉬워하는 것 하나. 호이포이 캡슐을 만들어줘.

흐르는 강물과 번지는 불빛과 나부끼는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 나가는 건데, 맥주 한 캔이 없으니 영..

차를 끌고 와서는 술 한잔 여유있게 마시고 차는 호이포이 캡슐에 퐁, 넣어서 주머니에 담아 돌아가고 싶단 말이다.

차의 부피를 Zipping해서 호이포이 캡슐에 설혹 넣는다고 쳐도 차 한대의 무게까지 줄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게

엄밀하게 따지는 건 손오공의 '수세식 변기보다 깨끗한 마음'을 욕보이는 셈이니 관두고.


사실 휴머노이드 형태의 '차량용 호이포이 캡슐'은 이미 등장했다. 사실 꽤나 보편화되었다.

대.리.운.전.

@ 잠원 한강고수부지.

삼각대를 쓰지 않고 사진을 찍었을 때의 나쁜 예. 삼각대 들고 다시 한번 가야겠다.







세상에 손잡이는 많고, 용도도 다양하다. 아예 본체와 딱 붙어서 고정된 것이 있는가 하면 본체와는 별도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있다. 단순히 물체의 연장으로 뻗어나온 것도 있지만 또 나름의 독자적인 의미와

유용성을 가진 것도 있는 거다.


카메라용 삼각대에 조이스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단 이야기를 얼마전에 처음 들었다는 친구의 첫 반응은

'그거 무슨 수도꼭지 같은 거야?'라는 거였다니 나름 촌철살인의 통찰이었던 셈이다. 맨프로토Manfrotto의 

 324RC2 Joystick Head는 그 하고많은 손잡이 중에서 수도꼭지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손잡이다.

수도꼭지가 전후좌우상하로 자유로이 회전하며 원하는 온도의 물을 원하는 만큼의 세기로 끌어낼 수 있다면,

맨프로토의 조이스틱 볼헤드 역시 전후좌우상하막측 신묘하게 움직이며 원하는 사진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삼각대 자체를 쓰다 보면 부딪히는 난점은 사실 명백하다. 삼각대를 위치시킬 바닥이 판판한 수평을 유지한

맨질맨질 수평바닥이란 법은 없다는 거다. 아무리 다리 세 개를 이리저리 비틀어대도 평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삼각대 다리를 미세하게 조정해 보아도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는 삼각대의 수평을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삼각대 자체의 수평계가 제 역할을 해서 조금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부들부들

끓는 라면에 빠뜨린 달걀 노른자처럼 출렁이는 수평계의 수평을 잡기란 역시 적잖은 시간과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생긴 게 아닐까, 살짝 추측해 본다. 삼각대에 덧붙이는 조이스틱, 카메라를 손쉽고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삼각대와는 별개로 수평을 다시 잡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삼각대에 더해져 함께 휴대되어야 하니 무게가 최대한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말하자면, 좋은 손잡이로서 '조이스틱 헤드'가 가져야 할 장점은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삼각대 위에 장착한 조이스틱 헤드, 조금은 부담스럽게 큰 거 같기도 하지만, 손에 꽉 감기는 조이스틱의 그립감이

너무 좋다. 쥐고 조종하기에 적당한 굵기와 길이, 그리고 손으로 쥐기에 딱 알맞는 인체공학적 형상과 고무로

마감된 오톨도톨한 외장재까지 깔끔하다. 왼손잡이용으로도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지만 난 오른손잡이, 딱히

왼손을 지금부터 써서 오른뇌를 더 계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패스.

손에 감기는 그립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아이를 얼마나 부드럽고 섬세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

삼각대와 조이스틱 사이를 단단히 잇고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볼은 거의 저항감없이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아예 카메라를 수평으로, 수직으로 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아주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도 스르륵.

조이스틱 뒤를 보면 이렇게 조그마한 다이얼이 숨어 있었다. 뭔가 해서 이리저리 돌려보니 그 스테인레스 볼의

뻑뻑함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 최대한 풀었을 때는 아무런 저항감조차 없이 미끈하던 움직임이, 최대한 조이고 나니

많이 뻑뻑해졌다. 뻑뻑하다기보다는 조이스틱을 움직일 때 좀더 힘을 가해야 하는 정도..? 최대한 푼 상태와

최대한 조인 상태의 어느 중간쯤에서 쓰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 조정하면 될 것 같다. 나야 최대한 풀어서

미끌미끌하다 싶도록 부드러운 상태가 좋고.

삼각대가 어느 지형에 얼마나 삐뚤게 놓였던, 조이스틱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카메라를 장착할 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평계로 손쉽게 수평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출사를 나가서도 삼각대의 수평에

연연하지 않고 조이스틱으로 쉽게 조정하고 고정시키면 되었으니,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바쁜 타이밍에도

번거롭지 않고 정말 편했다.

2010년 올해 5월에 나온 신상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기존 조이스틱 헤드들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했을 거라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말 맨프로토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구형의 조이스틱들에 비해 디자인부터 다르다.

무게는 고작 430그램. 삼각대에 항시 부착시켜 두고 들고 다녀도 딱히 무리가 없을 무게고, 실제로 늘 그런 식으로

휴대하고 다녔지만 딱히 조이스틱 때문에 더 무겁다거나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서, 내 맘대로 생각하는 조이스틱 헤드의 세가지 덕목을 여유있게 충족시킨다 싶어 대만족.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어둠에 짙게 깔린 주펀의 길거리, 이번엔 내리막을 따라 내려오던 그 길에서 문득 고양이 한마리를 만났다.

길에 면한 풀숲 사이에서 시원해 보이는 돌판을 돌침대 삼아, 역시나 쿨쿨 자고 있던 녀석.

고지대에서 내려다본 타이완의 동북부 지역의 해안선. 타이완은 커다랗고 토실해서 먹음직스런 고구마처럼

생긴 섬인데, 이렇게 한쪽 끝 바다를 보았다.

낮에 햇살이 지글거리던 때 들렀던 사당에도 다시 들러보고. 뭔가 창백한 형광등 불빛이 중앙에서부터 강렬하게

쏟아져내려 주변의 불그죽죽한 빛깔을 전부 탈색시키는 느낌에 되려 섬뜩하기도 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방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정겹다. 아마 이곳이 금광촌으로 이름을 날리던 때에도

일확천금의 꿈을 바라던 사람들이 저런 곳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내일을 기대했겠지.

슬슬 인적이 끊겨가는 산비탈의 작은 마을, 관광객이나 여행자들이 떠난 자리에 가로등 불빛만 남았다.

더이상의 촬영은 무리, 완전 깜깜해져 버려서 불빛들이 너울대다 픽, 하고 꺼져버릴 듯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그 높이가 무려 508미터. 버즈 칼리파(버즈 두바이)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인증받던

타이페이101인지라 시내 곳곳에서 그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하구나, 왠만한 빌딩은 아무리 바싹

눈앞에 땡겨놓고 원근법의 힘을 빌린다 하여도 딱히 상대가 안 된다.

길가를 다니는 타이완 현지인들이야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막느라 양산을 쓰고 다니느라 다른 곳에 시야를

두진 않겠지만, 마냥 모든 게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대는 여행자의 마음으로는 뭔가 계속 낯설고 새롭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내려 눈이 벌개져 있는 거다.

오토바이가 유난히도 많은 타이페이 시내, 어디서든 신호만 걸리면 마치 모래와 자갈이 분별깔대기에서

분리되듯 오토바이가 맨 앞으로 몰려나온다. 그 뒤론 커다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고. 멀리 하얀 햇살에

투명하게 탈색되어 버린 타이페이101의 윤곽.

어디쯤이던가, 도심을 걷다가 어느 순간 불쑥 눈앞에 나타나버린 101에 깜짝 놀랬었다.

다른 건물들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우리나라 서울이랑 비슷하게 적당히 오래된 저층 건물들도 많고 새롭게

올라간 높고 두꺼운 건물들도 적당히 섞여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높이와 외관이다. 죽순의 형태를 형상화했단

말을 듣기 전에도 슬쩍 예감할 수 있었다.

단수이에 가는 길이었던가, 어딘가의 고가 위를 달리는 차에서도 멀찌감치 타이페이101의 우뚝 솟은 실루엣이

보였다. 다소 도도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외로워보이기도 하고.

타이페이101의 91층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겠다며 나선 길, 조금씩 빌딩 앞으로 다가설수록 고개를 젖히는

각도가 가팔라졌다. 호오...서울의 트레이드타워나 63빌딩보다는 확실히, 월등히 높구나.

모양새도 꽤나 정묘하게 만들어진거 같다. 미끈하고 유려하게 뻗은 라인과 금빛 번쩍이는 외관을 자랑하는

63빌딩이나, 상승을 거듭하는 그래프 모양처럼 생긴 트레이드타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우선 외관 자체에

돌출된 부분이나 장식물처럼 매달린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고, 왠지 손으로 만질만질하면 그 오돌토돌한

골격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질 거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해질녘 101타워 위의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본 타이페이 시내의 야경, 야경이야 어디서든 이뿌다지만

불안정한 대기 탓에 뭉게뭉게 예술구름이 피어나는 하늘 아래 다정하게 깜빡이는 주홍불빛들은 참.

101타워에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는 최대높이는 89층, 382미터. 거기에서 계단으로 두 층 올라가면

건물 옥상으로 나와 타이페이 시내를 조감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거다.

91층 높이, 390미터에 이르는 그 전망대는 사실 타이페이에 오기 전에는 굳이 오를 필요가 있던 곳이기도 했다.

평소 일하는 사무실 높이가 47층인지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둠이 내려 주홍불빛이 번지는 그 모습들에서

미감을 느끼기엔 다소 질려버리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래도 조금 갈등하다가 가보기로 결정. 가도 후회, 안가도

후회할 거라면 차라리 가고 나서 후회하자는...결혼과도 같은 고민.


게다가 현재 세계 최고로 높다는 버즈 칼리파(버즈 두바이에서 이름이 바뀐)도 가봤으니, 그 이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라던 이 타이페이101도 한번 가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싶어서.

올라서자마자 보인 건 촘촘한 안전철망 사이로 빛나던 조그마한 손톱달. 바람은 철망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윙윙 소리내며 노닐고 있었고, 해가 떨어지며 찜통더위는 급속히 사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아래로 보이는 야경은 89층에서 유리창 너머 보였던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던지고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보여지지 않는 날것의 풍경이란 감흥 때문인지도, 시시각각 짙게 나리는 어둠 때문인지도.

이런 높은 건물에서는 꼭 줄을 내려 등반을 하거나, 글라이더를 타고 내려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지라,

이런 식의 경고 문구 역시 꼭 있기 마련이다. 그에 더해 흡연 금지, 뜀박질 금지라는 건 자칫 불씨가 날려가서

어딘가 불을 낼까 봐, 그리고 뛰다가 자칫 바람에 날려 떨어져 버릴까 봐 경계한 것일 테다.

101타워, 총 101층으로 되어 있어 101타워라고 불린다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된 부분은 여기 전망대의 91층까지.

아마 나머지 10층은 전망대가 있는 옥상 위에서부터 다시 탑처럼 솟은 이 부분을 가리키는 것인 듯 하다.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는 전망대를 한바퀴 거니는 동안 하늘은 시시각각 어두워졌고, 언제부턴가 건물의

곳곳에서는 조명이 밝혀졌다. 뭔가 동물원 우리를 연상케 하는 안전철망, 다른 점이라면 갇힌 게 이쪽이란 점.

사방을 뛰어다니며-사실은 걸어다녔지만-사진을 찍어대다 보니 마치 신경세포들 같다. 그리고 신경관들이

촘촘히 뻗어있는 그것들은 마치 101타워, 여기에서부터 모든 것들이 뻗어나간 듯한 느낌. 여기가 그만큼

타이페이 시내 중심가에 있기 때문이겠지만, 멀찍이 둥글둥글 혈관이 뭉쳐있는 정맥류처럼 불빛들이 올망졸망

뭉쳐있는 곳들을 제하고 나면 대체로 가지런하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안전철망 따위 쉽사리 넘나드는 손톱달.

중간중간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철망을 조금쯤 걷어내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

센스를 발휘했어도 좋았을 텐데, 사방을 빙빙 두른 철망은 완고하기만 하다. 풍경을 가지런히 칼질해내어

마치 병풍처럼 세워내는 그 솜씨하며.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니 바람이 더욱 거세진 느낌이다. 어쩌면 조금씩 사위어가는 주위 풍경 속에서 용쓰지

못하는 시각 대신, 온통 바람이 건드리는 그 촉감에 쏠린 탓인지도 모른다.

완전히 어둑어둑해져 불빛을 잡아내기조차 힘들어진 즈음, 굵고 유난한 불빛, 굵은 혈관같은 불빛의 흐름만
 
남아버렸다.





조금씩 밤이 깊어오면 건물들 대부분에서 LED 조명이 뿜어나온다. 한국기업연합관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국영석유공사 전시관은 그 중에서도 굉장히 화려한 편이다.


쉼없이 벽면을 타고 흐르는 천연색의 조명들이 이러저러한 무늬를 그린다.

그리고 황포강 건너편, 포동쪽의 국가관들 역시 마찬가지. 달빛도 지지 않겠다고 감바떼감바떼.

붉은 색 중국관이 굽어보는 가운데 화려한 조형물이 성화처럼 밤을 밝히고 있다.

포서와 포동을 잇는 아치 형태의 다리.

개막식을 연습하던 날 밤이었을 거다. 강을 따라 삼엄하게 도열한 조명시설들에서 레이저광선처럼 파릇한

빛이 뿜어져 나가며 이리저리 수면을 핥아내렸다.


한국기업연합관, 상모돌리듯 돌아가는 벽면의 윤곽을 따라 빨갛고 노랗고 초롷고 파랗고 보란 조명들이 감기어

흘러내린다.

돌아나오는 길, 중국국영석유관과 나란히 선 한국기업연합관.

그리고 일본산업관. 상해역사관.

엑스포 박물관, 그리고 그 앞에 꽃처럼 피어있는 조형물들.

포서와 포동을 잇는 다리가 보이고, 관람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휑한 공간에 불빛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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