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라고는 하지만 뭔가 스산하고 별로 감흥도 없다. 작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듯 하지만,

올해는 작년말에서부터 워낙 뒤숭숭한 분위기여서 그랬는지 더욱 심한 거 같다.


정성일 감독이 그런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연말에 뉴스 마무리 멘트로 '모두 원하는 거 이루는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라던가, 아나운서가 그렇게 인사를 하니까 거의 반사적으로 '그럼 지옥이

오겠지'라고. 뭐, 말 자체로도 맞는 말이지만, 왠지 그가 그렇게 뇌까린 날은 오지게 춥고 하필

저렇게 한 잎쯤 덜렁 남아있는 풍경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날 아닐까 싶다.

그런 날 히레사케, 복 지느러미를 적당히 꾸득꾸득하게 말린 다음에, 성냥불을 살짝 댕겨서

가장자리가 파랗게 불을 내며 타오른다 싶으면 살짝 지그시 바라봐주곤 퐁당, 뜨겁게 덥혀진

사케잔에 담그는 게 히레사케의 묘미 아닐까.


뜨겁게 덥혀진 사케의 특유한 향기와 달달한 맛이 살짝 피어오르는 비린내를 꾹 눌러주면서

오히려 더 고소하고 달콤해지는. 뜨거운 잔을 두손으로 모아쥐고, 안경에 뿌얘지도록 잔에

머리를 박고선 지느러미를 후후 불어 마시는 순간이면 꽤나 행복해지는 거다.


아..히레사케 한 잔이 오지게도 땡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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