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녀석들이지만, 닭둘기와는 다르게 날아다니는 폼이 여유가 있다.
없는 거다. 사람들은 풍족하게 먹고 소비하고 남기고 버리고, 약간의 휴머니즘이나 센티멘탈리즘을 더해
동물들에 먹을 걸 던져준다. 시혜 욕구와 식욕 모두를 충족시키는 윈-윈이랄 수도 있겠지만, 저들이 부디
나는 법을 잃어버린 채 사람들의 손끝만 바라보는 닭둘기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
더러움쯤은 쉽게 튕겨낼 듯 한 포스가 배어있다.
생기를 잃은 듯 하면서도 묘하게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뭐할끼고. 과자 한 입 못 얻어 먹는 시러배새새끼.
어렸을 때던가,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식의 속담에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면서, 지금은 공기도 무거워지고 벌레들도 지표면 가까이로 내려와 있어 새들이 낮게 저공비행하는 걸 테고
내일쯤 비가 오려나 생각했는데, 비는 결국 안 왔던 듯 하다.
팔고, 저마다 아주머니들의 남편이, 아들이 잡아왔다는 국내산 생선들을 파느라 분주했다. 그 와중에 빛나는
아이디어, '껍질홀라당벗겨진, 금방 돌아가신 간제미'.
수백마리의 생선이, 수만마리의 새우 사체가 산처럼 쌓인 채 소금에 절여진 냄새를 뿜어내는, 조금은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어시장이었지만 저런 덕분에 재미있었다.
한웅큼을 뺏어가는데다가, 거의 틀림없이 바다 너머엔 또다른 육지가 보인다. 이래서야 원, 강인지 바다인지
알 방법이라곤 짠내밖에 없는데 그조차도 왠지 서해 쪽은 많이 희석되는 느낌이다.
뽐내며 척하니 자리를 잡았고, 고등학교 때까지 익숙했던 파랑색 쓰레기통이 상석을 차지했다. 한눈에 보아도
잔뜩 녹슬어 보이는 테이블 위 석쇠를 넘보는 건 보랏빛 바디가 딱정벌레처럼 반들거리는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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