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대명항, 수많은 갈매기들이 무어에라도 쫓기는 듯 온통 날아올랐다. 여기저기 물찌똥을 찍찍 갈기는

건방진 녀석들이지만, 닭둘기와는 다르게 날아다니는 폼이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여기 역시, 마치 석모도 들어가는 페리에 파리떼처럼 달라붙는 그 손탄 갈매기의 기풍이 없을 수는

없는 거다. 사람들은 풍족하게 먹고 소비하고 남기고 버리고, 약간의 휴머니즘이나 센티멘탈리즘을 더해

동물들에 먹을 걸 던져준다. 시혜 욕구와 식욕 모두를 충족시키는 윈-윈이랄 수도 있겠지만, 저들이 부디

나는 법을 잃어버린 채 사람들의 손끝만 바라보는 닭둘기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

먹이를 두고 첨예한 날개죽지 싸움이 벌어지는 뻘밭. 그들의 매끈하고 반들거리는 몸통과 날개는 웬만한

더러움쯤은 쉽게 튕겨낼 듯 한 포스가 배어있다.

과자를 던지는 아이의 손에 꽂힌 녀석의 눈빛. 인형에 붙어있는 유리눈깔같이 조금은 괴기스럽기도 하고,

생기를 잃은 듯 하면서도 묘하게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과자 먹느라 신나셨다. 홰를 친다고 표현하던가, 날개를 푸드덕대며 태양을 피하고, 한 입에 과자를 꿀꺽.

이 녀석은 왠지 털도 부시시해 보이고, 뻘밭 웅덩이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자학에 빠진 것만 같다. 이리 살아

뭐할끼고. 과자 한 입 못 얻어 먹는 시러배새새끼.

시간만 있으면 갈매기들의 비상을 제대로 한 컷 잡아 보고 싶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이녀석들 전부 저공비행이다.

어렸을 때던가,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식의 속담에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면서, 지금은 공기도 무거워지고 벌레들도 지표면 가까이로 내려와 있어 새들이 낮게 저공비행하는 걸 테고

내일쯤 비가 오려나 생각했는데, 비는 결국 안 왔던 듯 하다.

대명항에서 기우뚱거리는 어선들. 잘 손질된 어구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항구 바로 앞에 세워진 어물전에서는 시뻘건 소고기같이 생긴 고래고기도 팔고, 지느러미가 리얼한 상어고기도
팔고, 저마다 아주머니들의 남편이, 아들이 잡아왔다는 국내산 생선들을 파느라 분주했다. 그 와중에 빛나는

아이디어, '껍질홀라당벗겨진, 금방 돌아가신 간제미'.


수백마리의 생선이, 수만마리의 새우 사체가 산처럼 쌓인 채 소금에 절여진 냄새를 뿜어내는, 조금은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어시장이었지만 저런 덕분에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바다를 제대로 보려면 서해보단 동해다. 뭔가 바다를 바라보아도 질척하고 끈적한 뻘밭이 시야의

한웅큼을 뺏어가는데다가, 거의 틀림없이 바다 너머엔 또다른 육지가 보인다. 이래서야 원, 강인지 바다인지

알 방법이라곤 짠내밖에 없는데 그조차도 왠지 서해 쪽은 많이 희석되는 느낌이다.

어느 횟집의 빈티지스러운 테이블 세팅. 색이 바랠대로 바랜 의자 여섯개가 노골적으로 부조화스런 색감을

뽐내며 척하니 자리를 잡았고, 고등학교 때까지 익숙했던 파랑색 쓰레기통이 상석을 차지했다. 한눈에 보아도

잔뜩 녹슬어 보이는 테이블 위 석쇠를 넘보는 건 보랏빛 바디가 딱정벌레처럼 반들거리는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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