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미술관들과 까페들이 거창한 간판도 없이 숨어있다.
벗겨지지도 않고 딱 저만한 공간 속에서 나무는 호젓하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 허름한 뽄새와 왠지 모를 시간이 켜켜이 쌓인 포스를 늘 눈에 담고 갔었다. 마침 전시가
있어서, 카메라 뚤레뚤레 흔들며 구경질 시작.
만들고 있었다. 솔방울, 잔가지, 마른꽃대궁, 씨앗..담담하고 조신한 색감이 맘에 든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들마다 숨겨진 보물처럼 꼭꼭 감춰진 작품들.
따위로 잘 갈무리된 느낌이다. 사실 이렇게 오래되고 우중충한 건물, 더구나 그야말로 갑남을녀가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관이란 곳은 청결함이라거나 말끔함과는 워낙 멀리 떨어진 곳 아닌가. 예술작품과는 더더욱.
'Dragon's dream'이란 제목의 그 전시를 보고 나서 막상 여기서 또다른 형태의 용을 만나다니 신기했다.
수호하듯 카랑카랑한 자태로 1층을 지키고 있던 (아마도) 샤먼.
참 쉽다. 대충 짝이 맞지 않고 이가 어긋나 보이는 가구들 잔뜩 들여넣음 끝..이랄까. 사실은 이런 분위기 참
좋은 거 같다. 게다가 노래 선곡도 넘 맘에 들었던 게, '베란다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 그리고 '루시드폴'
앨범이 고스란히 순서대로 공간을 채웠었다.
왜 꼽아둔거지. 그냥 데코레이션으로 꼽아둔 건가. 아님 그냥 화병인 걸까. 뭔지 모르겠더라.
한 네시간동안, 노래에 흠뻑 취해 책 한권을 홀딱 다 읽고는 나왔다. 노래 참 잘 들었어요,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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