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새해가 오지 않았지만 이미 꽤나 오래전부터 새해를 살고 있는 이맘때,

달라붙어있기는 하지만 딱히 쓰임이 없이 흔적처럼 남아있다는 맹장, 그 맹장처럼 살짝 무안하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던 2010년의 남은 날들이 조금씩 소진되어 가면서 나름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2011년이라는 새해에 대한 압박은 매년 여전해서, 대체 이토록 정신없고 불안하기만

하던 2010년의 연장선상에서 2011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 난 또 어떤 예기치 못한 갈래길 앞에

서게 될지 조금은 비장해지기도 하고 소심해지기도 하는 거다.



아마 저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렇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니 일단 올 한해의 할 일은 다 했다 싶지만 여전히 사람들 앞에 서있어야 하는

그런 부담감 혹은 멋쩍음, 얼른 창고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또 내년 이맘때까지 뭐하고 혼자 노나

싶은 막막함과 소심함이 휘감고 있지는 않을까 싶은 거다.

호텔 불빛이 슬몃 어두워지기라도 하면 괜히 같이 우울한 불빛을 내쏘는 듯한 트리의 그림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점점 고조되며 반짝반짝 터질듯 새된 목소리로 즐겁게 우짖던 느낌이

확 사라지고, 살짝 어두워~ 지는 트리는 왠지 2010년 마지막날을 아쉬워하는 듯.

여하간, 이 테이블과 쇼파, 그리고 등불까지 참 맘에 들더라는 뜬금없는 결론부. @ 코엑스인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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