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잔을 마시기도 힘든데, 차로 마시면 정말이지 쉼없이 물이 들어가는 거 같다. 더구나 이렇게 운치있는 다기와
주전자를 들썩이는 깨알같은 재미도 있다면야.
어우러져 왠지 잔치같이 들뜬 분위기를 자아냈다.
총천연색의 향연으로 반전되고 마는 주펀의 골목 풍경.
아마도 이전 가게에서 저쯤에 달아놨던 사람들이 있었을 테고, 그 불빛을 보며 감상에 잠기고 흥이 북돋아지던
사람들이 오갔을 테고, 그렇게 생각하니 괜시리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잔뜩 몰려와서 불야성을 이룬다고 하니 조금이라도 한적한 걸 바란다면 주중에 날을 잡는 게 나을 듯.
느낌인지라, 유가에 가깝다고나 할까. 식감이 독특할 거 같긴 했지만, 아무래도 저 요란한 색깔들은 식용색소
1호와 4호를 적당히 섞어 만들었겠다 싶어서 말았다. 무슨 꽃다발처럼 박스에 담겨있는 사탕송이들.
고명들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네 만두를 쪄내는 찜통같은 데서 뜨끈뜨끈하게 쪄내어지는 떡들.
이곳의 역사라거나 탄광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곳들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주펀의 골목들이
빼곡히 끌어안고 있던 것들은 역시 관광객 상대의 음식점, 분식점, 기념품점. 주렁주렁한 홍등만으로
충분히 분위기가 화사해지고 업되기는 하는데, 거기 뭐가 있드나, 하면 딱히...'분위기가 있어' 정도.
붙어있는데 한글만 유독 이렇게 글자가 파기된 건 왜지. 쌍기억과 지읒이 사라졌다. ㄲ, ㅈ. 꺼져?
아쉬웠다는. 그래도 오르락 내리락 주펀의 경사로를 종횡하며 다니다보면 배 꺼지는 건 순간이었다. 땅바닥에서부터
홍등이 내걸린채 지정해주는 높이까지의 공간, 그 공간에 꽉 차 있던 볼거리, 먹거리들.
꼭 나오는 문장, "나는 경극을 봅니다." 따위의 것들. 경극이 대체 뭐길래, 아니, 뭔지야 알지만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 연극인지, 실제로 얼굴 바꾸는 걸 눈앞에서 볼 수 있는지 등등이 넘 궁금했는데, 역시 이번엔
기회가 닿지 않았다. 가면만으로 우선 만족.
시끄럽게 깔아두고서 골목 양켠의 쓰레기모듬들을 수거하고 있었다.
'[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 > Taiwan-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융캉제, 망고빙수 찾아가는 모험. (2) | 2010.08.05 |
---|---|
결이 다른 선풍기 바람. (4) | 2010.08.04 |
쉼없이 나타나는 간식거리들, 그리고 고양이 @ 주펀. (2) | 2010.08.04 |
구름을 올려보고 내려보고. (0) | 2010.08.03 |
납량특집모드, 주펀에서 만난 저승사자. (2) | 2010.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