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8월 15일 광복절(그들은 '건국절'이라 하는)에 맞추어 완공될 거라 했다. 뭐, 그렇게 바싹 일정을
땡겨도 되는 것인지, 부실복원될 가능성은 없지 않은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기어코 8월 15일에 맞춰
'완공'된 광화문이 열렸다.
광화문 복원 ‘속도전’ 강압…현장 작업자들 “부실 우려” (한겨레)
광화문에 개판깔다 (시사IN)
"광화문 복원 ‘속도전’ 강압…" 에 대한 촌평 (개인블로그 ; 진성당거사)
광화문 복원‘속도전’강압, 현장 작업자들 “부실 우려”, 편법복원 등 보도기사(2010.7.1 한겨레신문)와 관련한 문화재청의 입장 (문화재청 보도해명자료) |
뭐 요지는 무리한 공기 단축을 위해 오히려 원형을 훼손하고 있거나 혹은 제대로 복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
결국 부실 복원이라는 이야기인데, 두고 보면 알 일이지만 그때쯤이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광화문 근처는 사람이 그득그득했다. 뭔가 거리로 나오고, 모여서 함께 즐길 기회만 있으면 그악스럽게 모이는
거다. 어떻게 보면 대단하고, 또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월드컵 때 거리에 나가지 않음 바보 취급당하는
거나, 광화문 완공식 날 역대 최고라는 십여만의 인파가 몰린 거나 뭔가 병들었다는 징후가 읽히는 거 같아서.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다. 전통적인 도구를 갖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복원하고, 복원과정에
참여한 노동자들이며 장인들도 전부 전통 복식을 차려입고 일을 하는 거다. 공사 현장 자체를 활짝 공개한 채
복원이 완료된 결과물 뿐 아니라 복원 과정 자체에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동물원 창살 속 환상의 동물 해태. 2010/05/10 )
그게 이렇게 해태를 쇠창살 속에 가둬두지 않고, 광화문과 숭례문을 네모난 박스 안에 가둬두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더욱 키우며 '함께' 복원해 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도난 위험 따위 보안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아예 포졸이 복장에 삼지창 꼬나쥐게 만든 경비 인력을 동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진을 찍겠다고 문득 멈춰선 사람들 덕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걷던 사람들은 서로 발도 밟고 부딪히고
카메라에 머리도 부딪히고. 그렇지만 두 마리 봉황이 펄쩍 날아오른 단청 그림이 그려진 천장은 아무래도
눈길을 빼앗고 마는 거다.
놓였었고, 덕분에 각도가 빗겨나 이전되었던 광화문, 한국전쟁때 소실되고 박정희 때 콘크리트로 무지하게
발라졌던 광화문, 사실, 내부가 어떻게 제대로 복원이 되었는지, 저 기왓장 밑에 대나무발이 깔려 있어야할지
'개판'이라는 나무판이 깔려 있는지는 겉으로 보이지 않으니 모르겠다. 그냥, 일직선상으로 복원했다는 점,
조금은 더 조선의 정궁스러워진 위엄과 분위기를 되찾았다는 점이 당장 보이니까 일단은 좋아 보인다.
제한해 두었다. 그리고 어라, 이런 게 예전에도 있었던가. 흥례문에서 근정전으로 넘어가는 길, 네모지고 길다란
연못이 있고 가운데엔 짧막한 돌다리가 있다. 이 돌다리 위에서 수호하느라 여념이 없는 네 마리 신물 중의
하나가 '흑록'이라던가 그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다던데, 성군이 잘 다스려 태평성대가 도래할 때 나타나는
영물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연신 부채질을 하며 땀을 식혔다. 근정전 위에 바글바글 올라가 있는 사람들.
않았던 데다가 딱히 어디를 복원했다는 안내도 없어서 좀체 헷갈리더라는.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근정전에
들어설 때 경복궁의 정문이 아니라 인사동에서 이어지는 옆구리에 해당하는 문으로 들어섰다는 정도?
내부로 들어섰기 때문인 듯. 궁궐에 덥썩 옆문으로 들어서는 게 아니라, 정문에서부터 하나씩 문을 지나며
들어서게 되니까 안으로 들어설수록 마음가짐이 뭔가 달라진다. 이전에 있던 것들도 새삼스런 눈으로 보게 되고.
바라보던 세상의 스카이라인은 이런 것이었을까.
사람들이 우글우글, 이런 날은 자세히 들여다 보는 거 아니다, 하면서 카메라만 고개디밀고 대충 내부를 찍었다.
천장에 그려진 두 마리 황금용이 꿈틀대는 조각은 사치스럽다는 느낌은 피하면서도 꽤나 화려하다.
즈려 밟으며 다시 돌아나오는 길.
비오나 하고 맨날 깜짝깜짝 놀랬었는데, 이제 한국도 그렇게 되려나 보다. 우산이 양산도 되고 양산이 우산도
되는, 열대성 기습폭우 '스콜'이 게릴라처럼 치고 빠지는 동남아 기후.
앞으로 앞으로 걷고 있었다. 이 또한 광화문의 뒤틀어진 각도가 원상복귀되어 일직선상에 궁궐이 놓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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