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하면 역시 말, 드넓은 푸른 초원 위에 자유롭게 풀린 말들이 느적대며 풀을 뜯거나

자기들끼리 장난치는 그런 풍경이 떠오르는 거다.

말은 서서 잔다더니 정말, 그 중에는 저렇게 서서 꼼짝도 안 하는 말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뒷다리 하나는 야무지게 꼬고서는 가끔 갈기만 휘날리며 꼼짝도 않는 모습이 도도한 긴생머리

아가씨같은 분위기도 얼핏 풍긴다.

울타리가 둘러져 있긴 하지만 크게 말들의 움직임이나 자유를 구속하는 거 같진 않다.

꽤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녀석들의 급할 것 없는 걸음걸이를 보면 좀처럼

갑갑증을 느끼거나 저너머까지 뜀박질을 하고 싶은 느낌은 한톨도 없는 듯 하다.

말들의 세계에 '조나단 리빙스턴'갈매기 같은 녀석은 없는 걸까.

자기들끼리 유유자적 산책하는 발걸음으로 초록 풀밭을 거닐며, 때로는 머리를 맞대고

뭔가 속삭이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풀을 씹으며 고독에 잠기는 척 하기도 하고. 꿈벅거리는

큰 눈에 선한 입매, 단정한 발걸음 품새까지 보다보면 그냥, 울타리고 뭐고 에라 모르겠다

여기서 풀이나 뜯자 하는 기분이 들고 마는 거다.



@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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