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를 열심히 건축 중인,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채로 강행 중인 이 건물을

 

풀샷의 스윙으로 날려버리겠다는 듯한 포즈의 역동적인 해머 던지기 선수.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 사이에 텅빈 공간은 그대로 서울의 밤풍경을 담아내는 화폭이 된다.

 

멀찍이 파랗게 빛나는 탑은 서울N타원, 주변에 별무리처럼 총총이 박힌 주홍불빛들이 따스해 보인다.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이른 시간부터 후둑후둑 내려앉은 어둠 사이로 집집의 불빛이 안온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폐장이 가까운 시간이 되니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거대한 구조물만 덩그마니 남았다.

 

박물관 안에 있는 이쁜 까페에도 온통 테이블과 의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밖으로 드리운 두꺼운 어둠 덕분에 깊은 바다속에 들어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창 밖, 그 심해 속에서 유영하고 있던 두 석상. 중앙박물관 앞에 꾸며진 석조산책로는 예상치 못했던 멋진 공간이었다.

 

 

 

 

 

강남에 위치한 트레이드타워, 전체 54층으로 되어 있는 건물은 강남에서 가장 높은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63빌딩 위에서 강북의 하늘을 지키는 방공포병들이 이곳에도 한동안 둥지를 틀고 서울 강남의 하늘을 지켰다는.

 

 

날이 좋아 옥상을 개방했던 오늘, 카메라를 들고 위에 올라가서 아래 풍경들을 담았다.

 

바른말 하시던 명진스님과 그를 핍박하던 정치인들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강남의 봉은사.

 

그리고 사각뿔 모양의 강남파이낸스센터, 그 옆에 살짝 가린 GS타워가 있는 역삼역 인근 풍경.

 

삼성역에서 역삼까지 유독 높은 빌딩들이 좌우로 우뚝우뚝 솟아있는 곳이 바로 강남의 테헤란로다.

 

전체 54층, 그러니까 옥상은 대충 55층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헬기장이 있는 옥상에 올라와서

 

종합운동장 쪽을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조금 흐렸던 하늘이 개고 있었다.

 

근처의 높은 건물 옥상의 헬기장이 슬몃 보이는 뒤로 삼성동 아이파크, 그리고 청담대교.

 

그리고 트레이드타워 옥상의 헬기장. 여기서 헬기가 뜨고 내린 적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건물 옥상 한 귀퉁이에 있던 삼각점. 아마도 토지 측량이라거나 평가를 위해서 쓰이는 기준점 아닌가

 

싶지만 정확하겐 모르겠고, 모처럼 228미터에 이르는 트레이드타워 옥상을 밟고 서니 바람이 참 시원하더라는.

 

 

이태원을 좋아라 하지만, 이쪽으로는 걸어 올라가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녹사평역에서 남산터널 방향으로,

 

그렇게 조금 걷다보면 나타나는 경리단 골목길. 그러고 보니 타코를 먹으러 한 번 왔다가는 영영 길을 잃은 그곳이구나.

 

함께 드로잉 수업을 듣는 동기이자, 부부가 함께 수업을 듣고 계신 잉꼬 한쌍 중 한 분이 나중에 가보라고 찍어주신 곳.

 

좁다란 시장통 골목을 슬쩍 가리고 선 화려하고 거친 파라솔, 그리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꽃망울들.

 

살짝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 계속 되고 있었다. 굵은 가지에서 뻗어나가는 잔가지처럼 좌우로 뻗은 골목길들.

 

비슷한 간격으로 놓인 차들이 쩜쩜쩜... 말줄임표를 만들며 오르막길을 버티고 서 있었고.

 

간헐적으로 쟁여진 계단들은 숨이 가쁠만 하면 쉬어가라며 여남은걸음의 평지를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은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로 슬쩍 날렵한 태를 내비추는 남산S타워.

 

 

그러다가 불쑥, 건물이 이어지던 곳에 주차장이 휑하니 공터를 주장하고 나서자 뒷켠에 숨었던 타워가 덩달아 나섰다.

 

 

이태원의 상권도 여느 이름난 곳들, 신사동이니 삼청동이니 처럼 미어터지기 시작했는지 여기저기 공사중.

 

먼지 비산을 막는 차양을 커튼처럼 치고서 아저씨는 벽돌 등짐을 지려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실핏줄처럼 번져나가는 골목들 중에 어느 하나라도 골라잡고서 무작정 걸어가다보면 무슨 풍경이 나올지 설레는

 

그런 느낌, 상해의 오랜 골목통이나 카이로의 오랜 골목들에서 느끼던 그런 묘한 설레임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공영주차장에 고경일쌤과 함께 올라서는 순간 탁 트이던 풍경. 서울N타워가 바로 지척에서 내려보는 느낌.

 

 

 

납작 엎드린 건물 옥상에서 제법 매운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던 빨래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일단 그림 하나를 후딱 그리고 나서, 타워를 바라보며 조금씩 각도를 옮기며 풍경을 보는 중. 꼬물꼬물한 건물들.

 

 

건물들이 야트마학 사선을 따라 조금씩 무릎을 낮추며 이지러지고 있는 풍경 자체의 운율감이 리드미컬하다.

 

 

 

비슷비슷한 풍경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느낌의 풍경들. 커다란 나무가 웅크린 산비탈 아래의 골목길 끝단에서부터.

 

어지럽게 비틀린 골목길을 따라 잔뜩 어그러진 골목 담벼락.

 

새삼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서, 혹은 재미있어서 이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 중에는 은근 실력자들도

 

많이 숨어 계신데, 이 분도 그런 실력자 중의 한 분. 앉아계신 분위기부터 벌써 다르다.

 

 

경리단길을 오르다보면, 그새 올라간 높이만큼 계단이 삼엄하게 사방으로 오르내린다. 내려와 살피면 옹이구멍만한 하늘.

 

그리고 어느결에 풍경과 하나가 되어버린, 자연스레 그림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하고.

 

 

공영주차장에서 바라본 남산 서울N타워 주변으로 헤쳐모인 성냥갑 집들. 그 오밀조밀 바스락거릴 듯한 풍경과

 

여성전용 주차장 사이에 가로놓인 구멍송송 새하얀 담벼락이 왠지 유럽의 어느 나라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하루.

 

 

 

세계각국의 유명 건축물들의 미니어처를 모아두었다는 제주 미니미니랜드, 삼십분의 일이라거나 십오분의 일

사이즈로 줄여놓았을 뿐 실물과 똑같다는 그 건축물들이 모인 곳을 어떻게 해야 가장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니, 다녀온 곳들, 보았던 곳들 앞에서 각자 인증샷을 찍으면 괜찮겠다 싶다. 간 데가 몇군데

안된다 하더라도 뭐, 어쨌든 세계 곳곳에 산재한 명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단 건 큰 메리트니깐.

건축물들 미니어쳐 앞에 섰을 때, 걸리버가 소인국에 떨어졌을 때의 느낌에 최대한 가까울수록 성공적인

거 아닐까. 소인들이 꼬물거리며 지어올리고 그 안에서 사는 건물들의 디테일이나 리얼리티란 건 그야말로

최고의 수준일 테고, 그들 소인들보다 크고 무딘 손으로 조그마한 건축물을 지어올리려면 말이다.

타이완의 중정기념당, 한 사람을 위한 공간, 중정기념당에서 장개석을 생각하다.

중국 자금성,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 내가 카메라랑 그다지 친하지 않던 시절 다녀왔던. 비가 내리는 궂은

어두컴컴한 날씨였지만 황금빛 기와지붕과 붉은 담벼락은 여전히 화려하게 반짝거렸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왓, 캄보디아#31. 채색의 흔적을 발견하다, 앙코르 왓(1/3)

캄보디아#32. 박스 안의 박스, 무한선물상자를 열어보는 즐거움, 앙코르왓2

캄보디아#33. 앙코르왓의 전경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던 연못, 앙코르왓3

캄보디아의 앙코르톰. 사실 앙코르왓은 씨엠립의 여러 옛 사원 중 하나의 이름일 뿐.

캄보디아#4. '크메르의 미소' 바이욘(앙코르 톰)

이집트의 스핑크스. 이집트#7. 카이로 달동네를 거쳐 피라밋으로.

이집트#8. 쿠푸왕 대피라밋 안의 석관에 누워보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플랫아이언빌딩이 있었는데, 여기도 2001년..까마득한 과거에 다녀왔는지라.

뭐 자유의 여신상이나 플랫아이언에서 찍은 건 아니지만 어느날의 월스트리트.  풍요로운 땅 뉴욕의 공립도서관.


태국의 왕궁, 왕궁(Grand Palace)에서 만난 수호상, 랍스타 퍼레이드.

공원이 꽤나 넓었다. 무려 120여점의 건축물을 오밀조밀 세워둔 세계 7대 미니어처 파크라니 이정도 크기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조경까지 생각하고 지역이니 나름의 테마에 따라 보기좋게 진열하려면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거 같다. 어느 순간 비가 쏴아 쏟아붓기 시작해서 부랴부랴 비를 피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우의를 사입고 구경을 재개했다.


인도의 타지마할, 인도#5. 우윳빛깔 풍만한 타지마할의 자체발광, 하악하악.

미국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여기도 2001년에 3개월동안 체류하며 불법으로 알바하며 모은 돈으로 갔던 곳.

쿠웨이트의 쿠웨이트타워, [쿠웨이트] 24시간의 쿠웨이트 체류.

중국의 만리장성, 미니어처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 뱀처럼 몸을 좌우로 뒤채며 늘어져있었다. 

역시 내가 블로그를 하기 전, 카메라랑 친하기 전에 다녀왔던 곳. 


미국의 백악관. 워싱턴을 샅샅이 훑었던 그 때, 마일스톤 앞에서 잔뜩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던 곳.

그리고 역시 미국의 링컨 기념관. 이번에 정말 재미없던 트랜스포머3에서 저 거대한 의자에 앉은 링컨을

밀어내고 나쁜 로봇이 편하게 앉았었다.

여긴 다녀오진 않았지만, 이 곳에서 가장 크고 이쁜 미니어처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서 한 장.

이탈리아의 트레비분수였다던가.

이것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초록빛깔 잔디와 잘 어울리는 게 왠지 스위스 쯤에 있는 뭔가가 아닐까.

안 가본 나라가 너무 많은 거다. 이곳에 모인 것들은 전세계 곳곳의 50개국을 대표하는 한두점들일 뿐인데도

이 중에서도 안 가보고 모르는 것들이 이리도 많다니. 미니어처 말고 진품을 직접 보고 싶은 맘이 무럭무럭.

그리고 한국의 불국사. 여기야 뭐,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많이들 갔었지만, 막상 혼자던 친구랑이던

한번 다시 가면 새삼스러운 구석이 참 많던 곳이다. 불국사 말고도 경주라는 도시가 그랬다.

청와대. 시화연풍, 청와대 들어가기.

남대문, 지금 열심히 복원공사중일 텐데 이전보다 더욱 오리지널에 가깝고 단단하게 복원되면 좋겠다.

건축물들만 밋밋하게 열맞춰 늘어선 게 아니라, 나름의 야트막한 언덕이나 구릉이 있었고 또 이런 나무들도

있었으며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그랬다. 이끼가 파랗게 낀 보슬보슬한 촉감의 나무에 덩굴 하나가 체인처럼

기둥을 휘감은 채 흘러내린 모습이 너무 이뻤다.

하루방을 뭔가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 같은데, 좀 아쉽다. 좀더 간결하고 참신하게 바꿨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좀더 귀여웠어야 했지 싶다.


제주도 똥돼지를 멀뚱하게 바라보는 젊은이 하루방.

아무래도 제주가 좀 습하고 따뜻하고 그래서 그런지 나무들이 조금만 그늘진 곳이다 하면 저토록 빽빽히

이끼가 끼는 거 같다. 온통 연두빛 융단을 휘감은 듯한 느낌의 나무둥치.

세계 위인들의 조각상들도 있었다. 어떻게 선정된 위인들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선수로는 충무공 이순신과

세종대왕. 아마 화폐에 활용된 인물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보다 놀랍고 기분좋았던 건 바로

맑스가 이 곳에 전시되어 있단 사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맑스의 조각상 뒤에서 주먹 불끈 쥐고 인증샷 찍고는 맑스 조각상을 따로 찍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러시아어가 적혀있는 그의 조각상을 전시하다니,

미니랜드가 급 좋아져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공간도 있었다. 스머프들이 뛰노는 마을 뒤에서 음흉하게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가가멜과 그의 고양이 아즈라엘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얄미운 표정을 짓고 있는 똘똘이 스머프 뒤로 텔레토비도 보인다.

그리고 원피스! 루피와 조로, 샹띠가 멋진 포즈를 잡고 있었는데 애들 보다는 오히려 내 또래의 '어른'들이

더 좋아라하던 포토존이었던 듯. 그나저나 대체 원피스는 언제 완결되려나.

무엇보다 캐릭터들 중의 압권이자 대미는 우리의 뽀통령. 모자빨과 안경빨일 뿐, 조그만한 눈에 앞머리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함정이라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던 포토존.

이건 태권V의 입체그림이라고 했다. 정해진 뷰포인트에 두발을 고정하고 그림을 바라보면 바닥에 그려진

그림이 마치 벽처럼 일어나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아마도 지정된 점으로 집중되도록 소실점을 잡고선

원근을 감안한 덕분인 듯 한데, 페인트칠한지 좀 오래라 발색이 선명하진 않아도 제법 일어난 느낌이다.

쥬라기공원에 등장했던 렉터, 티라노사우루스도 있었다. 꽤나 정밀하게 묘사된 피부나 이빨, 발톱의

모양새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박치기하는 애들, 이름이 뭐더라, 그 초식공룡들도 마치 산책로를

점거할 듯한 기세로 산책로 옆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은, 무료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박아두고 있던 매직거울체험관. 미로공원에서 이미

겪었듯 길 찾기에는 영 젬병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이 기둥이 무한하게 이어지는 듯 보이는 거울의 방에서

자칫 못 나올 뻔 했다. 두 손을 엉거주춤 벌리고 앞의 공간을 더듬으며 그게 거울인지 아님 열린 공간이지

확인하며 한참을 버벅댄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비만 안 왔으면 좀더 둘러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그래도 제법 꼼꼼하게 다 살펴보았더니 두시간 가까이

흘렀던 거 같다. 나오는 길에 눈길을 잡았던 건 오줌싸는 소녀의 상. 이건 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조각상을

소개한 건지는 전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익살맞은 표정이나 편안해보이는 자세가 매력적이었다.





갈라타타워 가는 길,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이쁜 건물들이 제각기의 실루엣을 양옆으로 커튼처럼

늘어뜨렸다. 날씨가 좀 맑았어도 저 건물들이 좀더 반짝반짝 새콤한 빛깔을 냈을 텐데. 돌들의 굴곡이

오톨도톨 생생하게 느껴지는 도로 바닥과 마찬가지로 빗물이 묻어 조금은 쳐지고 차분한 빛깔이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점점 커진다. 두툼한 원통 형태의 바디가 의외로 경쾌한 느낌인 건 아마도 저

베이지색의 자잘한 돌덩이들이 자아내는 분위기인 듯. 타워, 탑, 성이라지만 담백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 덕에 애초 갖고 있었을 살벌하거나 딱딱한 느낌이 많이 희석되었다.

들어서는 길, 입구는 여기 한 곳이다. 안에 생각보다 좁은 공간에 기념품샵이 있고 위의 전망대나

레스토랑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레베이터가 두 대 있었다. 갈라타 타워 앞에서 돛을 몇개씩이나

달고 있는 범선들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지나던 옛날 어느적의 풍경이 늘어뜨려져 있어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엘리베이터는 '고작' 9층짜리. 7층 로비에서 내려서 한층을 걸어올라가야 8층 레스토랑이 나타나고,

그 레스토랑에서 바깥 테라스로 나가 이스탄불 전경을 볼 수가 있는 식. 그 위 최고 꼭대기인 9층엔

터키 전통공연이 벌어지는 나이트클럽이 있다고 하던데 공연 수준이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하지만

직접 안 봤으니 잘 모르겠다. 그보다 고작 6명이 들어가는 조그마한 엘레베이터에 안내원 한명은

고정적으로 타고 있으니 5명만 타면 만원.;; 속도도 빠르지 않은 엘레베이터 두 대인지라 사람이

좀 몰린다 치면 올라가고 내려가는 데도 시간 좀 걸릴 듯.

7층에서 8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원래 엘레베이터가 있기 전에는 맨 아랫층부터 꼭대기까지

이렇게 가파른 계단을 밟고 올라야 했을 거다. 이거 각도가 거의 70도정도는 족히 되어보이는

계단인데 폭도 좁아서 뱅글뱅글 꼬아올라가다보면 문득 핑-하고 도는 느낌도 들었다는.

8층 레스토랑에 올라 보니 생각보다는 공간이 넓다. 게다가 천장이 높으니 그렇게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아서, 테이블을 꽉 채운 채 밥을 먹으면서도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저 얼기설기

불빛이 잔뜩 꽂혀있는 전등도 인상적이었고.


스프가 먼저 나오고 빵을 조금 먹다 보니 각종 고기 케밥이 나왔다. 감자 튀김도 맛있었고, 고기랑

빵이랑 같이 먹으니 역시 맛있더라는. 창 밖으로 멀찍이 보이는 블루모스크의 미나렛들이 밥맛을

더욱 돋궜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면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의 미나렛들처럼 테이블 위에 우뚝 선 에페스 병맥주 탓이었는지도.

창가에 딱 붙은 옆 테이블 너머로 바깥 테라스에 나가 이스탄불 시내를 구경하는 두 젊은이가

풋풋했다. 이스탄불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쯤 되지 않을까,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돌아나오는 길,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다시 기다리려 금세라도 몸이 앞으로 쏠릴 듯 가파른 계단을

걸어 내려왔고, 금박으로 얼기설기 빚어진 갈라타 타워와 주변의 스카이라인을 물끄러미 바라봤으며

5명씩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다시 내려와서 올려다본 갈라타타워. 반들반들, 조그맣고 단단해보이는 차돌들이 커다란 원통을 가득

감싸고 있었다. 아랫도리 부분은 사람들이 얼마나 매만졌을지 까맣게 손때가 묻어있던 갈라타타워.

6년전엔 돈이 없어 못 올라가본 채 밖으로만 맴돌던 그 곳.




갈라타타워 위에 올라가니 이스탄불이 온통 발 아래에 펼쳐졌다. 밖에서 올려보며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높은 느낌, 아무래도 탑 자체의 높이에 더해 언덕의 높이만큼 올라선 셈이라 그런 듯하다.

갈라타항에 정박해 있는 호화 크루즈선. 유럽에서부터 관광객들을 뭉텅뭉텅 실어나르는 배라고.

갈라타 대교 너머 왼쪽서부터 성 소피아 박물관, 블루모스크, 그리고 예니사원까지. 기도빨 충전되길

기다리며 장전 중인 수 기의 미사일 미나렛들을 품고 있다.

바닷가, 항만에 빼곡하게 들이차 있는 크고 작은 배들, 도시 한 가운데를 바다가 가로질러 각각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 속한 지역으로 갈라놓는단 건 정말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스탄불의

그 마력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건 이렇게 바다를 품고서 세 대륙의 기운을 마구 끌어들여서 아닐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구 시가의 골목은 시원시원하게 규칙적으로 종횡하는 게 아니라 툭툭

중간에 막히고 꺽이고 비틀비틀, 갈지자로 건물 사이를 감아돌아간다. 건물들 모양새 역시 꽤나

독특해서 오각형, 육각형 건물이 심심치 않게 보이던 거다.

그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반듯한 골목 하나.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이 그저 지붕의 붉은 빛을

대충 공유할 뿐인 건물이 좌우로 시립한 채 반듯한 골목을 하나 만들어내고 지키고 섰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지만 갈라타 대교 위에서 낚시도 하고 노니는 사람들이 보이는 거 같다.

하늘도, 건물도, 바다도 모두 축축하게 젖은 진회색, 그 와중에 부드럽게 번지는 붉은 지붕.

갈라타 타워 위, 둥그렇게 이어지는 테라스는 사람 하나 넉넉히 지나다닐 만한 폭이었는지라

뱅글뱅글 앞사람 꼬리를 물며 테라스를 한바퀴 도는 게 순례자의 길 같기도.







갈라타 타워에 올라가려고 뱅글대는 계단을 몇 걸음 오르다가 문득 이웃집 지붕에 눈길이 미쳤다.

어라, 대낮부터 왠 도둑님께서 커다란 주머니를 짊어지고 톡톡, 톡, 이런 느낌으로 지붕 위를

뛰고 있는 게 아닌가.


시꺼먼 도둑이 무섭거나 사나워보이기 보다는 앙상하게 드러난 알다리가 금세라도 헐거운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던 데다가, 천사들 노랑빛 고리처럼 떠있는

머리위 두 불끈 쥔 주먹이 조금 무시무시하기도 해서, 왠지 난 도득 편에 서고 싶어졌다.




@ 터키 이스탄불.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터키 이스탄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하루를 꽉 채운 트랜짓

시간이 생겼다. 6년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마지막에는 역시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운항하는 유람선,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색에 맞추어 점점 화려해지는 이스탄불의 야경.

보스포러스 대교가 원래 이렇게 조명이 반짝반짝했던가. 다리를 지탱하는 줄들이 촘촘한 거미줄같기도.

대형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항구 너머, 갈라타타워가 둥실 떠있다.

갈라타 대교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들 불빛이 바닷물 위로 번져나간다.

갈라타 타워, 스카이 라인에서 우뚝 솟은 채 이스탄불 시내를 굽어보는 것 같다. 타워 위에 올라 내려보는

전망이 탁 트일 수 밖에 없구나 싶다.

갈라타 대교 앞에 있는 예니 사원, 예전에 저 사원 뒷쪽의 꼬불꼬불한 골목을 헤매고 다녔었는데.

배들이 빼곡하게 정박해 있던 이스탄불의 항구, 까맣게 타버린 저녁시간에도 환하게 불밝히고 이리저리

보스포러스 해협을 종횡하는 유람선들.





도쿄의 야경을 보겠다고 도쿄타워에 오르는 건, 뭐랄까, 코끼리를 보겠다며 꾸역꾸역 코끼리 등짝을 기어오르는

개미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도쿄타워의 내부가 궁금하다면야 모르겠지만, 도쿄타워없는 도쿄의 야경은

왠지 심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래서 도쿄타워가 있는 도쿄의 야경을 보려면 모리타워에 가라고들 한다.

롯폰기힐즈에 있는 모리타워, '고작' 52층짜리 건물이지만 그래도 왠지 서울에 있는 54층짜리 트레이드타워보다

많이 높고 커보인다. 단순히 타워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쇼핑몰과의 연계라거나, 빌딩 주변의 녹지공간이라거나

본격적으로 마련해둔 전망대 공간이나 모리미술관 같은 시설물들이 양팔을 활짝 벌려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위기 때문인 거 같다.

전망대로 바로 직행하는 엘레베이터, 모리 아트뮤지엄과 도쿄시티뷰, 전망대가 있는 52층. 타이완의

101빌딩처럼 미친 듯이 빨리 쏘아져올라가는 느낌은 없었지만 뭐, 괜찮다.


그리고 다른 것들보다 도쿄의 야경. 도쿄는 참 크다는 느낌, 게다가 빌딩들이 이렇게 촘촘하게 늘어서있단

것도 인상적. 아무리 서울의 도심이래봐야 고작 몇 블록만 지나면 하늘까지 치솟던 스카이라인이 어느결에

땅으로 잔뜩 가라앉아있기 마련인데, 여긴 도쿄의 도심중에 도심이라고는 해도 참. 게다가 사방에서

반짝이는 불빛들까지.

도쿄에 오기 전 '도쿄타워'를 이제야 보았었다. 생각보다 영화 중에서 도쿄타워의 비중은 크지 않았고, 내부의

모습도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는데 다녀온 사람들은 전부 생각보다 별 거 없더라는 입을 모은 반응들. 낮에

보면 더욱 별거 없다는 둥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갔지만, 불빛이 온통 내려앉은 도쿄 시내에 우뚝 서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불이 환하게 켜진 도쿄타워는 꽤나 멋지다.


모리 미술관에서의 전시와는 별도로, 전망대 내에서도 다른 특별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룡전'. 전망대의

유리는 뭔가 빛이 난반사되지 않는 특수유리를 갖다 꼽아놨으면 좋겠는데 사방에서 빛이 튕기는 바람에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지만, 심하게는 이렇게 공룡 한마리가 도쿄타워를 쥐고 흔드는 듯한 일루젼이 펼쳐졌다.






그 높이가 무려 508미터. 버즈 칼리파(버즈 두바이)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인증받던

타이페이101인지라 시내 곳곳에서 그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하구나, 왠만한 빌딩은 아무리 바싹

눈앞에 땡겨놓고 원근법의 힘을 빌린다 하여도 딱히 상대가 안 된다.

길가를 다니는 타이완 현지인들이야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막느라 양산을 쓰고 다니느라 다른 곳에 시야를

두진 않겠지만, 마냥 모든 게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대는 여행자의 마음으로는 뭔가 계속 낯설고 새롭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내려 눈이 벌개져 있는 거다.

오토바이가 유난히도 많은 타이페이 시내, 어디서든 신호만 걸리면 마치 모래와 자갈이 분별깔대기에서

분리되듯 오토바이가 맨 앞으로 몰려나온다. 그 뒤론 커다란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고. 멀리 하얀 햇살에

투명하게 탈색되어 버린 타이페이101의 윤곽.

어디쯤이던가, 도심을 걷다가 어느 순간 불쑥 눈앞에 나타나버린 101에 깜짝 놀랬었다.

다른 건물들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우리나라 서울이랑 비슷하게 적당히 오래된 저층 건물들도 많고 새롭게

올라간 높고 두꺼운 건물들도 적당히 섞여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높이와 외관이다. 죽순의 형태를 형상화했단

말을 듣기 전에도 슬쩍 예감할 수 있었다.

단수이에 가는 길이었던가, 어딘가의 고가 위를 달리는 차에서도 멀찌감치 타이페이101의 우뚝 솟은 실루엣이

보였다. 다소 도도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외로워보이기도 하고.

타이페이101의 91층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겠다며 나선 길, 조금씩 빌딩 앞으로 다가설수록 고개를 젖히는

각도가 가팔라졌다. 호오...서울의 트레이드타워나 63빌딩보다는 확실히, 월등히 높구나.

모양새도 꽤나 정묘하게 만들어진거 같다. 미끈하고 유려하게 뻗은 라인과 금빛 번쩍이는 외관을 자랑하는

63빌딩이나, 상승을 거듭하는 그래프 모양처럼 생긴 트레이드타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우선 외관 자체에

돌출된 부분이나 장식물처럼 매달린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고, 왠지 손으로 만질만질하면 그 오돌토돌한

골격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질 거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어줍잖은 소설론 - 소설은 분재같은 거 아닐까.

소설을 보면 애초 영감처럼 떠올랐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참신하고 흡인력 강하다고 해도, 그 줄기에서부터

뻗어나가는 가지들이 영 실하지 못하거나 볼품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늘 아쉬웠다. 마치 하나의 잘 다듬어진

분재처럼-그 어거지로 비틀고 구속하는 작업에 대한 반발감은 논외로 하고-개성있지만 기품있게 자리한 줄기와

그와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고른 각도로 뻗어나간 가지들의 비례와 배치에서 기인하는 미감이랄까.  그런 소설이

정말 만나기 힘든 잘 쓴 소설이 아닐까, 뭐 내가 요즘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대한 자연을 흉내낸 '자연스런' 분재처럼, 최대한 사회를 흉내낸 '사회스러운' 소설. 사회스럽단 말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쉽게 말하기 힘들지만 그건 확실하다.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빚는다는 거 자체가 다소 어불성설에

가까운 최고난이도의 작업이듯, 사회를 고작 몇 페이지의 글로 구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거란 사실. 아,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회'란 신문 사회면에 실릴만하다는, 그 좁은 의미로서의 '사회'가 아니라 인간 세상을 말한다.


세상을 타워 속에 집어넣다.

674층 높이에 인구 50만이 살고 있는 빈스토크(beanstalk), 그 유례없는 초고층 건물 자체가 대외적으로 주권을 승인받은

하나의 국가라는 설정에서 이야기들은 뻗어나간다. 이야..이런 참신한 발상은 대체 어떻게 잡아낸 걸까. 건물이 나라의

영토가 되고, 그 건물의 입주자가 국민, 방문객에 대한 절차가 출입국 통관절차로 바뀌게 된단 얘기다. 건물 경비원들은

이제 외적에 대해 '영토' 빈스토크를 방어하는 '합법적 국가폭력' 군대가 되는 거고, 아마 건물주는 빈스토크의 국왕이

되는 셈인가, 음..일종의 도시국가라고 볼 수도 있겠으니 시장이란 게 맞겠군.


아마 이런 식으로 배명훈의 머릿속에서 '국가'를 '타워'로 대치하는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발현되었을지, 어떻게 가지를 뻗고 세세한 디테일을 장악하기 시작했을지 상상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게다가, 초고층 빌딩을 그 영토로 가진 국가라는 건 무척이나 특이하다. 어느 나라 영토가 시루떡처럼 층층이 수직으로

배열되어 있던가 말이다. 그건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엄청나게 취약하기도 할 거다. 이미 우리가 뉴욕의 쌍둥이 빌딩에서

보았던 것처럼, 그리고 먼 옛날 바벨탑이 신의 불같은 분노로 무너져내렸던 것처럼. 


'빈스토크' 절개면의 에피소드들

이 소설 타워의 미덕이랄까, 구성상의 장점은 '연작'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리하게도 배명훈 그가 창조해낸

'빈스토크'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며 재기발랄하고도 함축력짙은 사건들을 묘사하기엔, 긴 호흡의 소설이 아니라 단편

에피소드들이 연이어지는 연작소설의 형태가 맞춤하다는 것을 알았던 게다. 그렇게 나열된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빈스토크라는 고층빌딩 내 구현된 사회의 면면을 날카롭고 재치있게 버혀내어 준다. 어쩔 수 없이 작금의 시대와

견줘보게 되는 건 작가가 작정하고 블랙유머를 날린 걸까, 아니면 내 편향 때문일까.


좀더 자세한 스토리..라기 보다는 스토리 각기에 대한 이미지 스케치가 궁금하다면 열어 보기~*




바벨탑은 이미 지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한국 사회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의 말을 빌자면 생식능력 없는 남자가 되었다가
 
심지어 여자가 되고 말 욕을 부르는 자, "곧 성행위를 할 사람"들이나 "생식기같은 자"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굳이 빈스토크를 지어내어 그 안의 인간군상을 보여준 작가의 의도는, 어쩌면 그 안에서 평행우주처럼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낯설게 하고,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바벨탑'을 어쩔 건지

묻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나라 전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사는 동네만큼은 바벨탑이 아니"라고.



타워 - 10점
배명훈 지음/오멜라스(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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