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벽면이 전후좌우, 윗면 모두 복잡하게 아름다운 기하학적 문양으로 가득하다. 창밖너머에서
그득하게 던져지는 햇살을 뚫고 창틀에 기대면 시퍼런 보스포러스 해협이 활짝 펼쳐진다.
그리고 밑에는 아마도 세면대..? 아니면 기도시간에 맞추어 발을 씻기 위한 곳인가..; 용도가
아리까리하지만 그림같은 아랍어 글자들과 금박이 단정하고 세련되게 입힌 모양새가 이쁘다.
얽혀있는 문양들도 신기하지만, 그 타일들이 다닥다닥 붙으면서 이어지고 엮여지는 느낌이 굉장하다.
빛이 스미는 창틀 바닥면에도 빠짐없이 붙어있는 모자이크 타일들이 정교하다.
잡는 건 좀처럼 심심할 틈 없는 올록볼록한 철문의 문양들.
곳에서 두 사람이 서면 꽉 차는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너머로는
외적을 침입이나 불청객의 접근을 막기 위한 돌담이 완고하게 버티고 섰고.
한나절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푹신푹신하고 탱탱하게 탄력을 유지하는 듯 해 보이는 쇼파가
사람 손을 많이 타지 않은 듯 새것같은 느낌마저 풍기고 있었다.
여행 친구로부터 듣기 전까지는 왜 저런 걸 늘어뜨렸을까 궁금했는데, 그림까지 그려주며 설명하던
그 친구의 열의 덕에 이해할 수 있었더랬다.
그 친구의 열의 덕에 이해할 수 있었더랬다.
잘 모르겠지만, 생김새로 보자면 꽤나 그럴듯하게 생긴 향로인 거 같은 거다. 그게 아니라면
여기에 초를 꼽거나 물을 담아두었을까. 그다지 다른 용도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 너무나도
분명히 '나는 향로에요'라고 외치는 듯한 외양.
꽤나 이쁜 그림을 그려내던 길 하나가 눈에 들었다.
어두침침한 구름 사이에서 톱카프 궁전의 담회색 잿빛 색조가 조금은 무거워졌다.
걸었던 건 터키의 왕후장상, 더러는 말을 타고 지나기도 했으려나.
하는지 참 어렵다. 그냥 눈으로만 잠깐 바라보고 있어도 눈알이 뱅글뱅글, 덩달아 머릿속도
뱅글뱅글 해서 왠지 갸냘픈 폐병환자처럼 풀썩 기절이라도 할 거 같은 거다.
깃발을 휘날리는 성문을 지나쳐 나오곤 돌아보았다.
금속물질들의 철컹이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고양이 새끼들 몇 마리가 지나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며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는. 저 녀석들은 고양이라기보다는, 마중냥이나 개냥이 정도.
이번에는 좀더 선명히 기억을 남길 수 있었던 거 같았다. 눈앞에서 어른대는 파랗고 하얗던
모자이크 타일들이니, 살짝 뿌연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보스포러스 해협의 검푸른 파도라거나,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거닐던 와중에 발견한 호젓하고 분위기 있던 짧은 골목길이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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