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메라 NX20의 '소셜그래퍼'로 선정되어 활동한지도 어느새 두 주에 접어들었다.

 

 

카메라를 건네받은 날부터 시작된 미션을 통해 인사동과 조계사, 청계천의 풍경을 담았고, NX20 소셜그래퍼로

 

참석했던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의 수원삼성 vs 울산현대의 빅매치 장면들도 담을 수 있었다. 그 외에 공연을 보거나

 

서울시내로 놀러다닐 때에도, 심지어 출퇴근시에도 꼭 품고 다녔던 NX20. (그만큼 작고 가벼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NX20의 기본기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8천분의 1초를 담는 카메라, BURST SHOT의 위력!

 

 

 

(각각 1/1,250s, 1/1,000s로 찍힌 사진 by NX20)

 

NX20의 최대 셔터속도는 1/8,000s. 그러니까 8천분의 1초를 담는 카메라라는 의미이다.

 

보통 분수대에서 중력을 거스르며 힘차게 치솟는 물줄기를 얼려버린 듯 찍으려면 대략 1천분의 1초에서

 

2천분의 1초 정도면 가능하다는 걸 감안(ISO 800, f/5.6 기준)하면 그것보다도 훨씬 짧은 8천분의 1초는

 

대체 얼마나 짧은 순간인지 감조차 제대로 오지 않는다.

 

그런 셔터속도가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연사, 고속의 연속촬영시에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NX20의 '연속촬영 고속' 모드는 1초에 8장을 찍는 속도로 연속촬영이 가능하다.

 

그보다 더 놀라운 기능은 바로 Burst샷, 초당 10장 이상을 고속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다. 고속기능에 비해

 

처리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겠지만, 손이 조금 흔들려 카메라가 흔들리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선이 날카롭게 살아잇는 생생한 이미지를 담아낸다.

 

Burst샷으로 찍은 골키퍼의 킥오프 장면. 쏜살같이 공으로 질주하는 골키퍼의 폭발적인 움직임이 구분동작으로

 

세세하게 끊어져 나타난다. GIF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놓으니 그대로 동영상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경기 장면을 Burst샷으로 담은 또다른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공을 따라 카메라를 움직였지만 선수들의 실루엣이나

 

화면 뒷쪽을 채운 관객석의 면면들이 생생하게 나타난다. 8천분의 1초를 담는 NX20의 위력이 여지없이 뿜어지는 순간.

 

 

 

스위블 디스플레이, 구도잡기의 프리덤!

 

 

NX20이 삼성 스마트카메라류의 플래그십 모델로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회전식 AMOLED를 차용했단 점이다.

 

3.0인치의 슈퍼 아몰레드 액정화면은 기존 아몰레드 액정에 특수 코팅을 입혀서 약 20% 정도 선명도를 업시켰다는데,

 

그렇게 색감을 생생하게, 어쩌면 실제보다도 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액정화면이란 점에서 우선 한번 놀래주자.

 

그리고 또 하나, 좌우로 180도, 위아래로 270도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두번째 놀라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액정을 보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건, 뷰파인더나 액정화면을 통해 담길 풍경을

 

확인하며 찍어야 했던 자세의 한계로부터 전격적으로 해방된다는 의미다. 즉, 자유롭게 구도를 잡을 수 있단 거다.

 

 

보통 카메라로 위의 모습처럼 평범한 시선으로 자전거를 촬영할 수 있다면, NX20의 자유로이 움직이는 액정을 통해

 

아래와 같은, '땅에서 기어다니는 개미'의 시선에서 자전거를 올려다 볼 수도 있다.

 

개미나 땅강아지의 시선 두번째. 건설현장에서 날카롭게 땅을 후비는 굴삭기 무쇳덩이 공구들을 살짝 올려다봤다.

 

이건 저 커다란 개보다 낮은 눈높이에서 올려다본 개와 까페의 풍경. 만약 액정화면이 움직이지 않는데 이런 풍경을

 

찍으려면, 땅에 엎드리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서울역사박물관 앞을 지키는 십이지석 중 양의 모습. 어른의 허릿춤에 닿을락말락한 높이의 녀석을 그냥 볼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이게 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액정화면 덕분에 쉽게 촬영할 수 있었던 풍경들.

 

아니면 아예 이렇게, 하늘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공사현장의 가림막 너머로 보이는 가로수, 그저 카메라를

 

위로 대고 찍을 수도 있겠지만, NX20의 액정화면을 적당히 움직이면 굳이 고개 아프게 쳐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

 

이런 풍경 역시, 나무 밑둥에 바싹 붙인 카메라를 하늘로 향한 채 액정화면만 적절히 조정하면 그만이다.

 

 

 

 

Fuction 버튼의 화려한 전개, 촬영을 위한 종합상황실!

 

 

NX20을 쓰면서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버튼은 바로 Fn, Function 버튼이다. 그 버튼을 한번 누르기만 하면

 

이렇게 촬영 세팅을 위한 모든 설정이 한눈에 펼쳐진다. 조리개값, 노출, ISO, 화이트밸런스, 색 조정, 스마트필터,

 

그리고 오토포커싱이나 기타 등등, 당장 펼쳐진 버튼만 해도 6가지나 되지만 익숙해지니 참 편하다.

 

 

1) 감도(ISO) 설정

 

NX20의 감도는 Auto (100-3200), 100, 200, 400, 800, 1600, 3200, 6400, 12800 으로 세팅이 가능하다.

 

 

 

ISO 12,800, 그리고 ISO 100으로 놓았을 때의 헤드라이트 불빛과 주변의 조도 차이를 알 수 있다. (f/4.5 고정)

 

가로등 불빛조차 부족한 깊은 밤 골목의 풍경을 담기에 ISO 12,800은 훌륭한 성능을 보였다. 이미지가 깨져보이거나

 

노이즈가 발생하는 등의 단점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f/3.5, 1/10s)

 

 

2) 색상 강조(a.k.a. 색 추출)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에서는 대개 '색추출'이라고 알려진 기능, 색상 강조 역시 Fn 버튼을 눌러 활용이 가능하다. 

 

빨강, 녹색, 파랑, 그리고 노랑색 이렇게 네가지 색상을 강조해서 촬영할 수 있다.

 

 

각각 빨강, 초록, 파랑색이 강조된 사진들의 사례들이다. 눈으로는 바로 떠오르지 않는 풍경이 예상치도 않게 나타날 때의

 

흥미로움이랄까, 그런 면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기능인 거 같다.  

 

이렇게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장면도 빨강, 녹색, 노랑, 파랑 각 색깔별로 구분해서 촬영할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

 

강조하고 싶은 색상만 남긴 채 나머지를 모두 블랙 앤 화이트의 모노톤으로 처리하면 된다.

 

3) 노톤

 

말 나온 김에 NX20의 모노톤 기능도 확인하고 넘어가자. 풍경에 따라 이건 블랙 앤 화이트의 모노톤이 훨씬

 

어울리겠다 하는 장면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바로 찾아서 활용하면 좋은 기능이다.

 

 

 

4) 스마트필터, 그중에서 도트 패턴

 

스마트필터, 어안렌즈 효과라거나 소프트렌즈 효과, 혹은 안개 제거 등의 다양한 기능이 담겨 있다. 하나하나 직접

 

시험해보면서 그 활용도를 가늠해보고 실제 촬영할 때 십분 활용할 수 있으면 최선일 듯 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필터는 바로 '도트 패턴'을 적용하는 필터였다.

 

에스프레소 커피잔을 '도트 패턴'을 적용해 촬영했더니 화면을 이루는 점들의 입자가 눈에 보인다. 특히 어두운

 

부분의 경우는 더욱 점들의 형태가 또렷하게 나타난다.

 

 

이 사진들은 모두 '도트 패턴'을 적용해서 찍은 사진들인데, 사진이 좀더 빈티지스러워보이는 효과도 있는 듯 하다.

 

 

5) 스마트필터, 스케치, 옛날 사진 등 기타 효과 

  

왼쪽 상단이 아무런 필터도 적용하지 않은 상태의 커피잔, 그리고 오른쪽 상단은 스케치 효과가 적용된 그림이다.

 

하단부의 두 사진은 모두 옛날 사진 효과가 묻어나는 스마트필터를 활용한 사례 되겠다.

 

 

 

장면모드(SCN) 활용하기, 파노라마 기능

 

 

 

NX20의 상단부에 있는 모드 다이얼을 돌리면 SCN, 장면모드를 선택할 수가 있다. 파노라마, 뷰티샷, 3D, 야경,

 

근접 등 십여가지의 모드를 선택하여 촬영이 가능한데 그 중에서도 파노라마의 기능이 활용도도 높고 여태까지

 

소니나 기타 브랜드에서 채용한 파노라마샷에 비해 경쟁력도 높아 보인다.  

 

 

한눈에 담기지 않으니 카메라에도 전혀 그 전부를 담기가 곤란한 월드컵 경기장, 그 모습을 이렇게 사진 한장에

 

담을 수 있다는 게 바로 파노라마 모드의 위력이다. 그리고 중간에 많이 흔들리지 않는 한 사진이 끊겨서 보이거나

 

중간에 작동을 멈추지 않아 아주 편하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능, Full HD 촬영이 가능한 동영상!

 

 

 

사실 카메라에 담긴 동영상 촬영 기능은 대개의 경우, 이런 게 있구나 정도에서 끝나기 마련이었다. 화질이 과히 좋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세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꽤나 컸던 게 주된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NX20의 경우는 지금 카메라가 어떤 모드로 설정되어 있건, 그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동영상 촬영모드로 전환된다.

 

그리고 줌을 아무리 땡겨도 화질이 깨지거나 화면이 끊기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Full HD 성능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수대의 모습과 경기 모습을 촬영해 보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동영상 클립에서 화면을 캡쳐할 수 있는 기능도 유용할 것 같다. 이렇게 스틸샷으로 담긴 동영상

 

촬영분을 보아도 화질이 얼마나 깨끗한지, 그리고 묘사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니터뷰의 편리함에 대하여.

 

 

이상으로 NX20의 카메라로서의 기본기, 기본적인 성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사실은 지금까지의 내용으로는

 

스마트카메라 NX20의 성능을 절반도 채 소개하지 못한 셈이라고 하는 게 맞다. NX20의 수식어, '스마트 카메라'라는

 

문구가 얼마나 적절한지, 실제로 얼마나 스마트하게 사진을 찍고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살펴보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NX20의 눈에 띄는 기능 하나를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NX20의 모니터뷰는 무려 5가지로 변환이 가능하다. 배터리와 잔여촬영가능수 등 기본 촬영정보가 나타난 모습,

 

그에 더해 비행기에서 쓰인다는 수직/수평계가 떠오른 모습, 우측에 ISO 등 촬영정보가 추가된 모습, 그리고

 

좌측까지 사용자가 설정한 모든 촬영정보가 나타난 모습, 마지막으로는 사진의 밝기 분포를 보여주는 히스토그램까지

 

나타난 모습, 이렇게 총 5가지의 화면 정보 표시가 가능하다.

 

3.0인치의 대형 AMOLED 액정화면에 이렇게 다양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현되어 있다는 건 왠지 사진 한장


찍을 때에도 이것저것을 살피며 놓치지 않도록 안배한 것 같아, 그 눈에 띄는 세심함이 마음에 든다.

 

 

 

 

 

 

 

 

 

 

 

 

 

 

 

 

 

 

 

 

 

 

 

니콘 쿨픽스 S30! 뜨거운 여름 쿨~하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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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추억만들기는 니콘 쿨픽스 S30에게 부탁하는 것이 어떨까. ‘패밀리 카메라’의 기치를 걸고 출시된 니콘 쿨픽스 S30은 어느 사이엔가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선 여름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카메라를 처음 만지는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한 조작법과 부담없는 가격대에 더해, 산으로 바다로 놀러가서 카메라를 물에 빠뜨리거나 떨어뜨려도 안전한 방수, 충격방지 기능까지 든든하게 갖춘 니콘 쿨픽스 S30. 듬직하면서도 장난스러워 보이는 외관과 그에 걸맞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실용적인 기능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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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쿨픽스 S30을 자동차로 비교하면 온-오프로드를 막론하고 독특한 운전재미와 안정감을 선사하는 SUV 정도다. 도톰하고 단단해보이는 바디는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여느 카메라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다소 투박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플라스틱 케이스가 가진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 덕분에 오히려 귀여운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체 크기 역시 102 x 65 x 40mm로 고작해야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이니 지니고 다니기에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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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상단과 모니터 좌우에 배치된, 몇 개 되지 않는 커다랗고 둥근 버튼들은 심플하면서도 야무진 외양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상단의 버튼 세 개가 차례로 동영상 촬영, 전원, 셔터 버튼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니콘 쿨픽스 S30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니콘 쿨픽스 S30을 즐기려면 그저 전원을 켜고 사진이던 동영상이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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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기로 따지면 모니터 왼쪽에 쪼르르 일렬로 늘어선 버튼 네 개의 배치나 변화무쌍한 기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니콘 쿨픽스 S30이 ‘패밀리 카메라’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어린 아이에서부터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어른까지 쉽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작동 방법이 간단하고 직관적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무슨 대단한 기계인 양 빼곡한 버튼들을 마주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큼지막하고 장난스러운 버튼들 몇 개를 상대하는 게 훨씬 쉽고 만만할 수 밖에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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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쿨픽스 S30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무게도 가볍다.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해서 고작 214g이라고 하니 아이들이 가볍게 손에 쥐거나 목에 걸어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다. 2.4인치 23만 화소 액정 모니터나 니콜 줌 렌즈 모두 예기치 않은 충격이나 파손에 대비하기 위해서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단단히 보호되고 있다. 무엇보다, 방수 카메라라고 하면 카메라 내부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외관을 그야말로 ‘물 샐 틈 없이’ 패킹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AA형 배터리 2개가 들어가는 배터리 슬롯과 메모리카드 슬롯이 내부 커버와 슬롯 커버의 이중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는 점은 안심이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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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쿨픽스 S30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충격방지, 방수 성능이다. 이 제품은 80cm 높이에서 5cm 두께의 합판 위로 수십 차례 떨어뜨리는 니콘의 내부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는 미국 국방부의 표준 테스트와 동일한 기준이라 한다. 물론,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카메라가 손상되거나 고장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80cm 높이에서의 충격방지 성능은 믿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방수 성능의 경우 수심 3m 이하의 수중에서 최대 60분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온천과 같은 특수 상황은 제외하고 강이나 바다, 담수나 해수를 막론하고 작동한다는 점은 니콘 쿨픽스 S30의 활용폭을 넓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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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충격방지, 방수 성능은 그저 그런가 보다-하고 넘길 부분이 절대 아니다. 아웃도어 활동이 활발해지는 계절, 가족이나 친구들과 산이나 바다로 나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자칫 돌바닥에 카메라를 떨어뜨린다거나 물에 빠뜨리게 되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는지, 그리고 또 그런 낭패는 의외로 얼마나 자주 발생했는지를 떠올려 본다면, 니콘 쿨픽스 S30의 충격방지, 방수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고개를 크게 끄덕여 수긍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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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역시 카메라는 사진으로 말해야 하는 법, 니콘 쿨픽스 S30의 사진 품질 역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1/3인치의 1,0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니콘 쿨픽스 S30은 연속 AF를 적용해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ISO 80에서 ISO 1600에 이르는 고감도를 지원한다. 렌즈는 29~87mm 광학 3배 줌 렌즈로 광각과 준망원 초점 거리를 모두 지원하는데, 모드에 따라 렌즈 끝 약 5cm 거리에서도 초점이 잡히는 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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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물속에서 찍기(수중촬영)’ 모드나 ‘가까이 대고 찍기(접사)’ 모드에서 5cm까지 접근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그리고 셔터속도나 노출을 자동으로 설정하여, 역광이나 캄캄한 실내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카메라가 최적의 사진을 담아내 준다는 점은 사용자의 편의와 만족감을 극대화해주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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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바꾸기 흑백

색깔 바꾸기 세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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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바꾸기 청사진

사진 꾸미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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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쿨픽스 S30은 부수 기능 역시 일반 카메라에 뒤지지 않는다. 사진의 색깔톤을 전체적으로 바꾸는 ‘색깔 바꾸기’ 기능이라거나, 사진에 액자 형태의 프레임을 추가하는 ‘사진 꾸미기’ 기능, 그리고 흔히 색추출 기능이라 부르는 ‘특정 색깔만 남기기’ 기능 등이 있는데, 예로 든 기능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일이 쉽게 풀어 설명하려 했다는 노력이 드러난다.

심지어 흔히들 ‘스마일 모드’라고 부르는 기능 역시 ‘웃을 때 찍기’라는 직관적인 기능명으로 표시되어 있으니,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엔 감탄할 만하다.

사진 꾸미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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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추출 1

색추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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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쿨픽스 S30은 사실 단순히 사용자 편의만을 안배한 것이 아니다. 전원 버튼을 켜면서부터 2.7인치 23만 화소 LCD 모니터에 나타나는 귀여운 오프닝 화면이 뭔가 흥미롭고 발랄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면,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큼 재미있고 독특한 기능들이 추가되어 있다. 단적으로 ‘소리 바꾸기’ 기능은, 카메라 버튼을 누를 때 강아지 소리나 병아리 소리 등 무려 아홉 가지나 되는 재미있는 소리 옵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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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하면 다양한 BGM과 함께 슬라이드쇼가 펼쳐진다거나, 원하는 디자인으로 앨범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들 역시 사용자의 즐거움과 만족도를 한껏 높여주리라 기대된다. 상상해 보라. 어느 해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고 나면, 낮에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조그마한 디지털 액자처럼 배경이 되어주는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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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니콘 쿨픽스 S30의 최대 장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내구성, 80cm 높이에서의 충격 방지와 3m 깊이에서의 방수 기능을 갖춘 작고 가벼운 카메라는 산이나 강, 바다에서의 거침없는 아웃도어 활동을 만끽하도록 지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 번째로는 사용자 편의성, 처음 카메라를 사용하는 아이들조차 직관적으로 한눈에 기능을 이해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이끄는 자연스러움이 눈에 띈다. 세 번째로는 Fun, 재미있는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수중에서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부터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니콘 쿨픽스 S30은 그에 못지 않은 흥미로운 부가 기능들이 있어 더욱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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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흥미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사진에 ‘하고픈 말 주고 받기’ 기능을 더한 건 다소 의욕이 앞섰다는 느낌이다. 사진에 더해 음성을 녹음하고 심지어 답장까지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이라니, 실제로 사용할 일이 얼마나 있을지 의심이 든다. 그리고 사진 촬영을 위한 다양한 모드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셔터속도나 노출값이 자동으로 설정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따르는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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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한번 떠올려 보자. 여름철 많이 팔리는 카메라용 방수 비닐팩이라거나 장난감 수준의 저가 방수 카메라의 퀄리티를 감안한다면, 니콘 쿨픽스 S30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필요충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추천하고픈 아이템이다. 니콘 쿨픽스 S30은 이번 여름, 그리고 언제고 야외로 나가 리프레시하고 싶은 당신의 추억을 책임지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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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ytzsche

 

 

 

 

 

 

 

 

 

 

 

 

Burst샷으로 NX20을 폭발시키는 순간, 골키퍼가 화면 끝에서부터 내달려와 공을 하프라인 너머까지 차올렸습니다.

 그리고 Burst샷이 터진 또다른 어느 순간인가는, 하프라인 언저리에서 통통 튀던 공이 멀찍이 이어졌구요.

 

잠시 시간을 되돌려, 수원삼성과 울산현대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한 순간을 되짚어봅니다.

 

울산현대와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버스가 차례로 나타났었습니다.

 

파노라마 모드로 한눈에 담기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전경.

 

 응원석 앞에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후끈 관중석을 달구는 녀석.

 

 

 

그리고 온통 파란 물결이 넘실대던, 후회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수원삼성의 팬들.

 

 

 

 경기 시작전 파이팅을 다짐하는 빅버드의 용사들입니다.

 

 그리고 경기장 안의 선수들에게 기와 운을 전하는 열두번째 선수들의 눈빛.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연이어 지나갔고.

 

 골키퍼는 있는 힘껏 공을 상대 진영으로 차올렸으며,

 

 

 격렬한 공다툼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분위기가 지속되었습니다.

 

경기장 곳곳에서 흰색 유니폼의 울산현대와 파란색 유니폼의 수원삼성이 격돌합니다.

 

 

 

 누군가가 그라운드 위를 뒹굴면서 고통을 호소할 때는 200mm 망원줌렌즈로 확 당겨서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공을 차올릴 때는 온몸의 무게를 실어 근육 마디마디에 힘을 실어 뻥, 있는 힘껏 차올리는 게 사진에 담겼습니다.

 

 

그리고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왠지 느낌이 온다 싶어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자마자 뻥 차낸 공을 따라갔습니다.

 

 

 전반전 중간즈음에 마셨던 아이스커피의 자잘한 얼음들은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후끈하기만 했죠.

 

 그리고 전반전을 1:1로 마친 상황에서 투입된 박지성 선수.

 

 

그가 경기장 관중석을 향해 대포알같은 슛을 뻥뻥 내지를 때, 저는 한숨을 뻥뻥 내질러야 했습니다.

 

사소한 불찰로, 그 순간 배터리가 모두 닳아버리고 말았으니까요. 마지막 샷은 박지성의 시크한 반신샷입니다.

 

 

 

by 스마트카메라 NX20.

 

 

 

 수원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길, 앞서 걸어가는 씩씩한 꼬마의 뒷모습이 너무도 늠름해 서둘러 카메라를 쟁여들었습니다.

 

 경기장이 가까워질수록 인파는 거칠고 강력한 파도처럼 넘실대기 시작했고, 공을 비뚤게 맨 꼬마는 자못 비장해졌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삼성의 스마트한 제품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호기심에 반짝거립니다.

 

 

 어느 곳에선가 갑작스레 등장한 색색의 팔레트, 화장도구도 아니고 이건 뭘까요.

 

 토실토실 귀여운 꼬마 숙녀가 수원삼성의 승리를 기원하며 브이를 척, 내걸었습니다.

 

 이 꼬맹이 녀석은 장난스럽게도 아예 배에다가 그리는군요. 참외배꼽이 툭 튀어나온 위에요.

 

 이 친구는 아마도 외국에서 왔나본데, 즉석에서 레플리카를 사서 입을 정도라면 꽤나 열성팬인 거겠죠?

 

 선그라스도 멋들어지게 척 걸치고는 양손 가득 승리의 브이를 만들어보였다가 쑥스러웠는지 혀를 빼무는 게 귀엽네요

 

 빅버드의 승리를 맞이하러 당당히 입장하는 아버지와 아들, 마치 대부의 알파치노처럼 멋진 목도리가 인상적입니다.

 

 바디페인팅을 꼭 이렇게 뺨에 하란 법은 없지만, 이 아이는 왠지 나중에 축구선수가 될 것 같은 눈빛을 쏘아냅니다.

 

 

 그렇게, 모두가 파란 색 물결속에 뛰어들어 경기장의 부푼 함성을 불어넣습니다.

 

어딘가에선 꽃가루가 폭죽처럼 번지고, 열기를 못이겨 벗어던진 맨살에선 번들번들 땀이 차오릅니다.

 

 

이 사랑에 후회는 없다, 수원삼성을 향한 팬들의 마음이 둥근 공을 움직여 2:1의 승리를 얻어내기까지

 

NX20을 통해 경기를 보고, 팬들을 보고, 둥근 공만큼이나 둥근 마음들을 보았습니다.

 

 

by 스마트카메라 NX20.

 

 

 

 

NX20, 삼성에서 기존 디지털 카메라에 커다란 혁신을 꾀한 '스마트카메라'의 선봉에 선 제품이랄 수 있겠다.

 

필름을 끼우던 아날로그 카메라, 그 뒤를 이어 PC에 저장하는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PC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바로 3세대 스마트 카메라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체험단이니 평가단이니, 그런 이름이 붙는 게 아니라 '소셜그래퍼Socialgrapher'라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와 포토그래퍼(-grapher)의 합성인 듯 한데, 요새 음식점이니 여행지에서 찍는

 

사진들 대부분이 페이스북, 트위터나 미투데이같은 SNS 공간에서 소비되는 걸 감안하면 꽤나 맞춤한 작명이다.

 

 

NX20을 체험해보는 '소셜그래퍼' 10명 중의 한명으로 선정되고 나서 받은 NX20의 박스 개봉.

 

카메라 바디, 기본 번들렌즈(18-55mm)와 후드, 배터리와 충전기, 메모리카드와 USB 연결선, 넥 스트랩, 사용설명서 등등.

 

DSLR이 아니라 미러리스 카메라임에도 바디는 DSLR의 분위기가 솔솔 풍긴다. 그립감도 좋고, DSLR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무겁지 않다는 게 첫인상이다. 바디 오른쪽 아래에 조그맣게 'WI-FI'라고 적힌 게 '스마트 카메라'의 포인트.

 

바디의 측면샷. 무려 2,030만 유효화소수를 가진 이미지 센서에 풀HD 촬영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무려 3.0인치의 슈퍼 아몰레드 액정이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회전한다는 사실.

 

 

액정화면이 움직이는 거라거나 3.0인치라는 사이즈는 이미 다른 브랜드 카메라에서도 접할 수 있는 거라지만,

 

포인트는 액정에서 보이는 화면의 색감이 정말 여느 카메라와는 선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HD티비를 보면 배우들 땀구멍이 보인다고 하는데, 카메라 액정을 보면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달까.

 

살포시 눕혀놓고 찍은 카메라 상단 모습. 모드 다이얼이 조금 뻑뻑하고 툭 튀어나온 느낌은 없지 않지만,

 

버튼들의 위치가 무난하게 정리되어 있는 거 같다. 편의성에서나 시각적인 안정감 측면에서나.

 

이게 바로 유효화소수 2,030만의 고화질 이미지 센서.

 

퍼렇게 일렁이는 게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지만, 그랬다간 앞으로 찍힌 사진들에 내 손도장이 찍힐까봐.

 

이제 외관은 그만 감상하고 배터리와 메모리카드 삽입.

 

처음 사용하는 거니까 배터리는 일단 빵빵하게 충전시켜놓고 꼽아야 하..겠지만, 궁금하니까 일단 잠시만 켜보기로.

 

그리고 바디에 렌즈 장착. 여전히 가볍다는 느낌, 그리고 여전히 조금 작다는 느낌. 작다는 느낌은 개인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요새 작으면 좋다, 는 식이어서 만족. 가벼운 거야 당연한 장점이 되는 거고.

 

 

번쩍, 슈퍼 아몰레드 액정화면이 불이 들어오길래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있다.

 

슈퍼 아몰레드 액정화면은 기존 아몰레드 액정에 특수 코팅을 입혀서 약 20% 정도의 선명도를 업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디스플레이 창이 180도 꺽이면..셀카 찍을 때 좋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아까 보니까 '뷰티샷'이던가, 그런 기능도 있던데 얼마나 뽀송뽀송하게 찍히려나..호박에 줄을 그어주려나..;; )

 

 

 

처음 '소셜그래퍼'로 선정된 날 인사동과 조계사와 종로를 다니며 찍었던 사진들부터 소개하고,

 

구체적인 기능이나 샘플 사진들은 다음 포스팅부터, To be continued~*

 

 

 

- 인사동에서 여행객 코스프레.

 

- 부처님 오실 날을 앞둔 조계사 풍경.

 

- 청계천을 걷고 종로통을 지나, 길냥이가 꿈꾸는 까페로.

 

 

 

 

 

 

 

 

 

 

 

 

  

 

 

 

 

 

 

 

청계천을 걷고 종로통을 지나, 길냥이가 살고 있는 까페로 돌아가다.

 

이로써 짧막한 반나절의 출사는 끝.

 

 

by NX20.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삼성, 샌디스크,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의 부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탐론 부스.

 

 

 

 

 

 

 

 

 

 

 

 

 

 

 

 

 

 

 

 

 

 

 

 

 

 

 

 

 

 

 

 

 

 

@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캐논 부스.

 

 

 

 

 

 

 

 

 

 

 

 

 

 

 

 

 

 

 

 

 

 

 

 

 

 

 

 

 

 

 

 

 

 

 

 

 

 

 

 

 

 

 

 

 

 

 

 

 

 

 

 

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모델 주다하, 김미혜, 박시현, 정주미 등등.

 

 

 

 

 

 













올 여름쯤이던가, 어느 포토북을 보다가 맘에 드는 사진들이 넘 많은데 일일이 기억해둘 자신은 없고 해서

갖고 있던 카메라로 그 중 몇장만 담아놨었다. 컴퓨터를 정리하면서 계속 굴러다니게 하느니 포스팅으로 한번

올려두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 중에서도 몇장 추려서 다시 올려두기.


사진찍는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테고, 그보다 중요한 건 저런 순간을 담아내는 포착 능력과 센스일 텐데.

그리고 약간의 아이디어와 그걸 구현할 만큼의 본격적인 활동..그건 그냥 차치한다고 쳐도, 역시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많이 돌아다니고 쉼없이 두리번거리며 몸빵을 해야 한단 게 맞는 말인 거 같다.



ⓒ 어느 사진첩..에서 재촬영.















수리수리 마하수리, 지난 여름 광주 쿤스트할레에서 처음 만나고 곧바로 반해버린 이후에 처음이다.

여기저기 공연 정보를 찾아보다가 날짜가 여의치 않거나 장소가 여의치 않아 아쉽게 포기하길 수차례,

그렇지만 불과 삼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두번째 공연에서의 만남이라니. 나쁘지 않다.


그런데 장소가 무려 국립극장,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이라는데 초청을 받아서 공연을 하다니 벌써

이들의 진가를 알아보는 안목 높은(!?) 이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다. '월드뮤직' 장르로 초청을 받았다니,

자칭 '지구음악'을 한다는 이들의 거대한 포부와 스케일에 맞는 장르지 싶어 웃음이 났다. 국립극장에서

한다니 왠지 좀 딱딱하진 않을까, 분위기가 엄하진 않을까 싶긴 했지만 그래도 한 50석정도 되는 조그마한

소극장 규모의 '별오름극장'에서 열린다기도 하고, 어쨌거나 '수리수리 마하수리'니까 냉큼 티켓을 질러버렸다.

공연이 어땠냐면. 이미 (어둠의 경로로 얻은..미안해요 수리수리..) 엠피쓰리 파일이 아이폰과 삼실 컴퓨터와

집 컴퓨터에 모두 저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백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나서 씨디를 덥썩 집고는

그들에게 사인을 모두 다시 받아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들의 노래와 연주는 공연장에서 들어야 제맛인 거 같다. 섬세하고 풍부한 뉘앙스를 가진 온갖 종류의

타악기가 크고 작은 소리로 폭발하는 그 울림이라거나, 얇고 여린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공연장 안의 공기와 맹렬히

공진하듯 온통 뒤흔드는 오마르와 정현의 노랫소리, 게다가 정말이지 다양한 악기를 섭렵하며 미묘하게 만들어내는

그 다채롭게 중첩되는 소리들과 함께 마치 이소라처럼(!) 온몸이 입술과 성대가 되어 소리를 만드는 그들의 표정같은,

그런 것들은 절대 CD나 컴퓨터 파일이나 동영상으로 담길 수 없는 거다.


그래도, 이 순간을 지나보내기엔 아쉬워서 살짝 찍었던 몇 장의 공연장 사진들. 이들을 진정으로 느끼려면

공연장을 직접 찾아야 한다지만, 일단은 이렇게나마 대리만족이라도 필요한 때가 있을 테니까.

소극장의 무대 위에선 보름달이 둥싯 떠오르듯 큰 북이 솟아올라 가슴 깊은 곳을 두드렸고, 호흡을 따라 여미고

펼쳐지던 아코디언은 어느결엔가 호흡의 끄트머리를 잡아채선 길게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수피댄스처럼 맴맴

돌며 변주되는 리듬과, 차라리 의미 이전의 소리에 가깝던 노랫소리는 오감을 차츰 마비시키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우주에 서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한 환각을 불러일으켰다.

'이슬람 수피음악에 영향을 받은 중동타악기 연주자'로 소개된 미나롬. 그녀 앞에 벼룩시장 물건들처럼 난삽하게

깔린 악기들, 그리고 발에 묶인 방울까지 전부 그녀의 의지를 담은 채 때론 속삭이듯 때론 울부짖듯 그렇게

진동하고 공명했다. 언젠가는 그녀의 왼손에 그려진 타투를 제대로 사진에 담고 싶은데.

'중동과 아프리카 음악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하여 연주'한다고 소개된 오마르. 모로코에서 떠나 자신이

집이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돌다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집트나 사우디

뭐 그런 아랍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들었던 아잔 소리가 떠오른다. 휘몰아치고 더러 꺽이고 구슬프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되는 그런 소리.

이런. 맨 앞줄에 앉았지만 그래도 몰래 사진을 찍어본다고 살짝 들었다 놨다 하다보니 정현의 독사진이 없다.

'아코디온 연주와 정제되지 않은 창법을 지닌'이라 소개된 정현. 노래 부를 때,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음색을 가누는

그녀의 표정이나 몸짓은 굉장히 몽환적이다. 격하게 아코디언을 비틀기도 하고 잡아늘이기도 하지만, 그런 격한

동작조차 그들의 노래와 음색이 담은 몽환적이고 나른한 풍경을 방해하지는 않는 거다.




오마르나 미나롬도 그렇고, 그들 셋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의 표정은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건 눈이 반짝반짝하며 열기가 가득한 그런 살짝 불안하고 풋내나보이는 행복한 표정이라기보다는,

왠지 한풀 숨죽이고 잔잔히 너울지는 그런 느낌의 표정. 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함께 한없이 나른해지는 건

아마 그런 표정과 분위기에 힘입은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말이지 이들의 사진을 제대로 담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진 따위 신경쓰지 않고

이들의 연주와 노래에 마냥 몰입하고 싶단 마음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그들과 나 사이에 카메라가 개재되는 순간

그때까지 쌓였던 공감대라거나 분위기에서 한발 발을 빼고 물러나 바라보는 느낌이 드는 거 같아서. 그래도

아코디언 건반 위를 노니는 정현의 손이라거나, 그녀의 의지를 싣고 딸랑이는 미나롬의 방울발찌라거나,

그런 것들은 제대로 포착하면 멋질 거 같다.


'광주에서 즐기는 7일간의 아시아문화여행'이라는 홍보 문구가 잘 보여주듯, 올해 최초로 열린 제1회

아시아 문화주간 행사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가 서로 만나고 교류하고 녹아드는, 그런 기회를

여러 차례 예비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강력하고 인상적이었던 무대는 역시 음악의 영역에서

아시아 각국의 전통 문화를 서로 소개하고, 알아가고, 끝내 어우러지던 그런 자리들이었다.

2011 광주 월드 뮤직 페스티벌은 문화주간 중에서도 금토일, 가장 중요한 대목에 해당하는 시기를 책임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클라이막스를 광주 도심 한복판의 금남로공원, 아시아문화마루인 쿤스트할레, 그리고

빛고을 시민문화관과 첨단쌍암공원을 넘나들며 책임져야 하는 월드뮤직 페스티벌, 가장 먼저 만났던 공연은

아시아 각국의 대표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각자의 고유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을 선사했다.

다 같은 아시아인이라고는 하지만 요모조모 뜯어보면 서로 생김새도 딱히 같다고 하기 뭐하고, 표정이나

악기의 음색, 연주법 따위도 다 다르지 싶으니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기도 했다. 대체 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가 뭘까.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아시아'라는 정체성을 만들게 되는 걸까.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수억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을 쪼개어 각자의 민족국가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 '아시아'로 뭉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점점 신명나게 고조되는 음악의 힘을 빌어 희미한 힌트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 버린 순간 그 다양한 국적,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몽골, 베트남 등등의 사람들은 어느새 하나의

덩어리처럼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다. 모양이 많이 달라지고 제각기의 민족성이나 특성에 따라 변주되는

악기의 분화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원형은 지켜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뜨겁고 무더운 날씨에도 관객들은 좌석을 꽉 채우고 더러는 뒤에서 서서 구경하기도 했다. 이런 페스티벌의

분위기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다는 점. 점잖게 자리에 앉아 연주되는 음악을 즐기던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쿡 눌러쓰더니 카메라폰을 들고 무대 앞까지 돌입하셔서 사진을 찍기에 이르셨다.

아마도 카메라폰 쓰는 법을 가르쳐준 손자나 손녀에게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걸 함께 나누고 싶어서 아닐까.

다음 무대는 인도네시아였던가, 왠지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남국에서 왔을 법한 뜨거운 피를 가진

이들이 차지했다. 그들의 몸에는 온통 타투가 선연하게 새겨져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중요부위만을

가린 채 나풀거리는 천조각은 카메라를 들고 그 빈틈을 노리며 무대 주변을 맴돌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차림새나 타투들 만큼이나 노래 역시도 생경해서, 이건 혹시 자메이카나 아프리카 같은 멀고도

이국적인 곳에서 온 음악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동시에 '아시아'란 지역이 품고 있는 문화적

배경이나 DNA가 이만큼 광범위하고도 풍요롭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인기 만점이었던 이들의 이 멋진 무대의상, 이랄까 혹은 전통의상이랄까.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사방에서 달려와 너도나도 사진을 찍으려는 통에 그냥 스킵하기로 했다.

은근히 여성 관객이나 여성 진행도우미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듯.

계속 이어지는 공연을 보면서는 계속 그랬다. 넋놓고 그들의 음악을 즐기다가도 어느순간, 어라 근데 이게

아시아음악이라고? 그리고 저 연주자가 아시아사람이라고? 그만큼 음악적인 색깔도, 연주자의 외모나

신체적 특징들도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전통의상에서 느껴지는 색감이나 미감 역시

뭔가 여태까지 내가 갖고 있던 '아시아'에 대한 상식이나 선입견이 얼마나 좁고도 편협했는지 돌이켜보게

해줄만큼 충분히 자극적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무대 뒤에서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미 리허설이나 공연 중간중간의 조우를 통해

서로 얼굴을 익힌 게 틀림없는 공연자들끼리 어느새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서 무대 뒤에서 서로 장난도

하고 웃고 떠들며 서로를 격려해주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이런 게 아마 우리가 바라는

'아시아 문화'의 정수 아닐까. 서로에 대한 열린 마음, 친밀한 감정, 그리고 저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마침 한국과 몽골의 수교 20주년을 맞이했다는 올해, 몽골에서 온 연주자들의 공연도 있었다. 선명한 원색의

옷차림에 독특한 악기들이 이목을 특히 끌었었는데, 그들의 연주가 시작되고 나서는 마치 짙초록색의 드넓은

몽골 초원 위를 내달리는 말위에 몸을 맡긴 듯한 그런 느낌. 초원위를 가지런히 갈퀴질하며 지나는 바람소리를

닮은 그네들의 악기도 그랬지만, 몽환적이고도 격정적인 구령소리같은 노랫소리도 매력적이었다.

 

가만히 보니 현악기의 머리 부분에 조각된 건 다름아닌 말의 머리 모양. 정교하게 말갈기와 주둥이 모양이

새겨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연주와 노래가 마냥 신기했는지 맨 앞자리에 앉아서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아이들의 뒷모습.

 

 

그렇게 첨단쌍암공원에서의 오픈 스테이지 공연은 일단 막을 내렸다. 아시아 각국, 조금은 친숙한 나라도

있었고 조금은 생경한 나라들도 있었지만 그네들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씩은 더 반가워지고

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네들의 다채로운 복장 만큼이나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 위에서 만난 아시아

각국의 연주자들, 아마도 그들이 가장 크게 서로에게 자극받고 친숙해진 계기가 된 건 아닐까. 모두가

함께 무대에 올랐던 마지막 연주는 이번 월드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그들이 서로 '아시아인'으로 느끼고

하나되는 화룡점정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서울 시내 곳곳으로 까페가 급격하게 번지는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까페를 찾는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 때문이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쿠션이 엉덩이와 허리를 받쳐주는 등받이의자,

테이블과 몸뚱이 사이에 꼽아서 고정시켜둘만큼 두툼하고 단단하면서도 보들보들한 쿠션 두어개, 또

옆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말을 섞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지 않을 만큼은 충분한 테이블간의 널찍한 거리,

굳이 통유리가 아니어도 햇살과 바깥 풍경이 꾸물꾸물 스며드는 창문과 맘에 드는 노래, 거기에 굉장히

진한 에스프레소나 더치커피 같은 것들. 그런 거라면 반나절은 족히 까페에서 뒹굴 수 있는 거다.

책을 보던, 음악을 듣던, 이야기를 하던, 다이어리를 끄적거리던, 공부를 하던, 사실 가장 좋은 건

여행책자를 펴놓고 여행계획을 짜거나 어디 놀러갈지 생각하는 거지만. 사실 그렇게 치면 까페에

들어가 마시는 커피나 차류는 일종의 자릿값인 셈이다. 커피를 마시는 게 목적이 아니라 뭔가

쿠션과 테이블, 공간을 차지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니까.

이렇게 볕이 한조각 떨궈진 공간에서 꾸물꾸물 밀려나는 그림자와 볕이 잠식한 빛의 영토를 시계삼아,

아침부터 점심, 점심부터 저녁..이렇게 대충 얼버무려진 하루를 하릴없이 까페에 앉아 뒹굴거리는 것.

굳이 분단위, 시단위의 시계나 전화기에 신경쓰지 않으며 책 한권쯤 읽는 것. 그러고 보니 그런 여유를

즐긴지도 꽤나 된 거 같다. 이 까페에 갔던 것도 어느새 수십일 전쯤.

그렇게 조용히 있다 보면 이런 평범한 앞접시에 숨어있던 밤하늘 별들과, 조그마한 망아지 한마리가

튀어나오기도 하는 거다. 흘낏 지나치는 시선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것들.

카메라라도 쥐고 있으면 더 좋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까페 곳곳에 렌즈를 들이대며 다짜고짜

찍어대기도 하고, 잘 안 쓰던 카메라 기능을 이렇게 저렇게 시험도 해보고.

아무래도 그렇게 즐겨 찾아드는 까페는 사람들이 좀 적은 곳, 덜 알려진 곳이기 마련이다. 아니면

사람들이 많이 찾더라도 상대적으로 조금 채워져 있는 시간대일 법한 때에 찾아가고. 사실 웬만한

까페는 다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곳이어서, 그런 고즈넉하고 편안하고 조용한 까페를 찾기란 쉽잖다.

까페 이름이 처음엔 '고기'라고 읽는 건가 했다. 까페 이름이 고기라니, 했더니 알고 보니 고기가

아니라 '고희'란다. 제법 맘에 든 까페여서 앞으로도 틈나면 가보려고 생각 중.

돌아나오는 길은 가정집도 많고 조그만 이층건물들이 골목을 따라 늘어선 다감한 느낌, 어렸을 적

왠지 무섭고 위축감 느끼게 만들던 저 사자머리 철문손잡이가 여전히 버티고 섰다. 이제 더이상

무섭지도 쫄지도 않게 되어 버렸지만, 그런 골목의 느낌도 애써 찾아다닐만한 거 같다.

 





카메라 렌즈에 대한 어줍잖은 論('노가리'라 읽는다).

카메라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렌즈, 워낙 조그마해서

DSLR 바디에 찰싹 붙어있다 싶은 렌즈도 있는가 하면 대포알이라도 쏘아낼 듯 거대한

렌즈도 있는 거다. 거기다가 18-55mm네 18-200mm네 35mm네, 이상한 길이들은 또 뭐고

F2.4니 F3.5-5.6이니 F로 시작하는 소숫점의 숫자들은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한 렌즈의 세계.

조금은 눈에 그런 숫자들이 들어온다 싶을 즈음, 카메라 사면 기본으로 끼워주는 번들렌즈만

여지껏 쓰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단렌즈'라는 걸 써보게 됐다. Pentax DA 35mm F2.4라는 렌즈.


mm가 붙어있어 뭔가의 길이를 재는 듯한 35mm는 초점거리, '카메라의 렌즈로부터 피사체의 상이

맺히는 카메라 센서 사이의 거리'란 의미라고 하지만 간단하게는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에

준한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mm 앞의 숫자가 커질수록 먼 곳의 피사체가 잡히는 거니까.ㅋ

35mm의 초점거리를 필름으로 환산하면 53.5mm쯤, 눈에 보이는 시야와 비슷한 표준화각으로

찍을 수 있는 렌즈라는 걸 알려주는 셈이다.


그리고 F로 시작하는 숫자 F2.4는 조리개값, 렌즈를 덮는 눈꺼풀같은 조리개가 얼마나 많이 나와있는지

그 길이를 나타내는 셈이니까, 아무래도 조리개값이 낮을수록 빛이 많이 흠뻑 들어오게 되니까 어두운

실내에서도 밝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번들렌즈의 조리개가 아무리 활짝 열려도 F3.5니까-다시 말하면

최대 조리개값이 F3.5니까-이전까지 사진찍으면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조리개값인 거다.  



결론! 조리개는 눈꺼풀, 단렌즈는 순정만화 여주인공 샤방샤방 눈망울

뭐랄까,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그렁그렁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연상하면 되려나. 활짝 열린 채

뭇 남성들-선배, 친구, 후배, 선생님(?), 학부형(?!)-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커다란 눈망울.

그렇다고 이런 흠칫 무서운 사진을 연상할 건 아니고, F2.4의 단렌즈는 이렇게 눈꺼풀이 바득바득

끝까지 벗겨진 커다란 눈망울같은 렌즈를 갖고 사진을 찍는 셈이란 것만 이해하면 될 거 같다.

그래서, 보통 200g에 달하던 번들렌즈(18-55mm)를 들고 다니다가 124g에 불과한 단렌즈를

달고 다니며 이런저런 사진들을 찍어보았다. 성능을 시험해본다는 핑계로 참 잘 놀았다 싶게,

F2.4에서 F22까지의 폭넓은 조리개값은 잘만 활용하면 꽤나 섬세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던

것 같다. 그리고 배경을 확 날려버리는 아웃포커싱 역시 질리도록 써봤다.


※ 아, 사진들 올리기 전에 짚고 넘어갈 것 하나. '단렌즈'라고 하지만 정말 렌즈가 하나 들어가서

'단單'렌즈인건 아니었다. 어떤 렌즈를 막론하고 'X군 X매' 따위로 몇개의 렌즈가 들어가서 마치

안경점에서 시력 보정하듯 이런저런 렌즈를 매만져 이미지를 잡는다고 하는데, Pentax DA 35mm

F2.4 단렌즈의 경우는 '5군 6매'로 이루어진 렌즈들이 있는 셈이다.




조리개를 쪼였다가 풀었다가~

 


조금씩 조리개를 쪼여가며-렌즈의 눈꺼풀을 감겨가며-4층짜리 원형 화분받침대를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앙상한 철골의 형체가 꼭대기층만 보이다가, 그 아래층까지 보이다가, 다시

그 아래층까지 보이다가 땅바닥까지 환하게 보이는 순간에까지 이르는 거다. 왼쪽 위부터

F2.4, F3.2, F4.0, F4.5, F5.6, F7.1, F9.0, F11, F14로 점점점 조리개가 닫혀간-렌즈가 점점

감겨진-사진들이다.

그리고 F22까지 조리개를 바싹 조인 사진. 흔히들 똑딱이로 찍은 사진이 DSLR과 느낌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건 이런 조리개를 조이고 풀은 그 차이가 아닌가 싶다. 똑딱이는 조리개를 활짝 열고

배경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는 옵션이 애초 주어지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자유로이 조리개를

조정할 수 있는 DSLR이 좋긴 하겠지만,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의도에 맞도록 쓰면 좋겠다.

예전엔 그저 '아웃포커싱'하면 우우- 하면서 굉장한 뭔가부다 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니더라는.


왼쪽은 F2.4, 오른쪽은 F10, 밑에서 바라본 불규칙한 형태의 장식장 역시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밑엣사진은 반대로, 왼쪽은 F18, 오른쪽이 F2.4, 가로등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전혀 다른 공간인 듯 달라졌다. 조금만 멀어진다 싶어도 선이 뭉개지고 형이 흔들리면서

조금 불분명해지기도 하고, 부드럽달까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는게 F2.4의 느낌이라면,

세부의 디테일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들도 제법 살아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생생하고 또렷한

분위기로 똘똘해 보이는게 그보다 조리개를 조인 사진의 느낌인 거다.

항상 그렇게 두드러진 차이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조리개를 극단에서 극단으로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기보다는 미세하게 움직여서도 미묘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의 차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한 거 같다. (위쪽 : 1/2500, F2.4, ISO1600, 아래쪽 : 1/50, F8, ISO1600)


뭐랄까, 물에 조금 번졌던 풍경이 조금씩 말라들어가며 뽀송뽀송, 디테일들이 다시

선명하게 각을 갖추기 시작하고 색감을 촘촘이 갈무리하는 느낌이랄까. 조금은 너그럽고

포근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씩 엄하고 칼같이 날카로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왼쪽위부터 F2.4, F5.0, F8.0, F14, F22로 삼엄하게 조여지는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눈망울. 

 

아웃포커싱의 효과가 두드러진 사진들. 배경이 되는 시멘트블록의 거칠고 까칠한 디테일이

물기를 머금은 듯 뭉글뭉글 부드럽게 지워졌다. 샤기컷을 한 듯 부담스럽던 디테일이 많이

쳐내지고 나니까 한결 가볍게 살아나는 중심 피사체의 느낌. (왼쪽 : F2.4, 오른쪽 : F16)

 

A. 시멘트와 나무, 철제 난간의 혼합재료로 만들어진 계단 모양의 오브제를 위에서 밑으로 바라본

사진. 촬영 세부정보는 1/2000, F2.4, ISO1600.

B. 마찬가지의 시멘트와 나무, 철제로 이루어진 오브제를 같은 각도로 바라보고 찍은 사진.

촬영 세부정보는 1/40, F18, ISO1600.


A와 B의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 건 오롯이 렌즈 조리개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순정만화 여주인공같은 그렁그렁한 눈망울에 힘입어, 진부한 일상에서 새로운 감성을 발견했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Pentax K-r로 거의 처음 찍어본 사진이다. 케잌을 하나 사서 집에 들어가니

이미 동생이 숫자초까지 야무지게 준비한 케잌을 사놨길래, 두개 모두 꺼내고 초에 불을 쟁였다.

태국 방콕으로의 여행. 갑작스럽게 떠난 길이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날씨에 넘 질려있었고

따끈한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던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온통 매진된 항공권들 속에서 운좋게

방콕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방콕 시내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던 수로, 그 위에 슬쩍 얹힌 나무벤치.

그리고 비둘기가 지켜보고 있는데, 비둘기처럼 몸을 구부린 채 식사중이신 아주머니 한 분.

분홍꽃이 뚝뚝 굵은 눈물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차 위에도, 벤치 위에도, 가리지 않고 눈처럼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온통 꽃이 만발한 도시였지만 가장 인상적이던 꽃은 역시 선인장꽃. 에피톤프로젝트의

'선인장'을 들으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근처를 한참 서성거렸다.

왕실선박박물관, 태국 왕실의 의례용으로 쓰이는 금빛 번쩍이는 날렵한 선박들이 보수 중인 곳이었다.

다리를 오므려 꽉 쥐고 있는 대포는 선수에 장식된 괴물 '가루다'의 무시무시함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

이런 날것의 시멘트벽의 색감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여행의 효과일 거다. 벽돌틈 사이로 조금씩

삐져나온 시멘트의 굳은 모양새도 맘에 들고, 대충 그려넣은 티가 역력한 저 화살표 사인도.


왓 포에서 만난 수십수백개는 헤아릴 듯한 탑들. 지상에 단단히 뿌리박은 채 사람들의 염원을

쭉쭉 흡수해서는, 날렵하고 유려하게 응축해내며 한방울의 엑기스로까지 끌어올리고는 하늘로

발사하는 거다.

짜오프라야 강 서쪽 기슭에 서 있는 왓 아룬, 새벽사원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 극히 섬세하지만

자칫 조잡해지거나 지저분해 보이는 느낌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역시 한땀한땀에 들인 땀과 노력.

강을 건너며 멀찍이서 보면 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어슴푸레한 실루엣이 멋지다.

그리고 토끼를 향해 치솟다 허공에 얼어버린 듯 멈춘 물방울들의 부동심결. 구슬구슬 꿰어서


만들어진 목걸이 같기도 하고, 몽글몽글 불규칙하게 뭉쳐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담겼다.

태국에서 만났던 신들. 불교 일색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지만 시내 어딘가에서 요한바오로2세

전 교황이 방문했다는 성당을 우연찮게 찾아낸 건 큰 소득이었다. 천사에게도, 교황에게도 부처에

그러듯 똑같이 화환을 걸어주고 발밑에 봉헌하는 태국인들의 신앙심. 신 옆에는 항상 꽃이 있었다.


신 옆에 항상 꽃이 있더라는 발견을 살짝 뒤집으면, 꽃 옆에는 항상 신이 머물지도 모르겠다.

온갖 색깔과 모양의 꽃들이 그득하게 쌓인 꽃시장을 구경하다가, 이 곳에서도 신에게 바쳐진

꽃다발은 얼기설기 창백한 형광등 밑에 매달려있었다. 노랗고 보들한 신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로 옆의 허름하고 구질한 건물들 사이에도 신이 머무는 사당과 화환들은 원색이 선연했다.

꽃시장 앞에 일렬로 늘어서있던 삼륜 오토바이들. 열맞춰 세워져있는 귀엽고 조그마한

앞바퀴도 재미있었고, 툭툭 튀어나온 눈알같은 헤드라이트들이 주르륵 열선 것도 웃기고.

해가 기울어가는 '마법의 시간', 슬쩍 공원으로 들어와서 벤치에 누워 하늘이나 보려는데 왠 꼬마가

공원 대리석 바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공을 몰고 우다다다 중이었다. 귀여워서 한참 보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정말 거짓말처럼 딱, 멈춰서서 포즈를 잡아주는 녀석. 위대한 축수선수의 삘이.


허름한 방콕 시내를 쾌속으로 질주하는 쾌속선. 사방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로 기슭의 집들에

거대한 파도를 철썩이게 만드는 그 스피드도 놀랍지만 귀가 멍멍하도록 시끄러운 소음도 놀라웠다.

그리고 금빛으로 번쩍대는 관광지 말고, 허름하고 누추하지만 화분 하나씩은 꼭 키우는 판잣집들.


짜오프라야 강은 방콕의 젖줄과도 같은 커다란 강이다. 방콕 시내 곳곳을 거미줄처럼 흐르는

수로들이 모여서 이뤄지는 너른 강, 유람선을 타고 돌거나 강변을 따라 걷거나. 강을 즐기는 방법.

하얗고 까만 건물의 색감이 뚜렷이 대비되는 것 같다. 하얀 건물은 오래전 지어진 요새인지라

사방에 자잘한 금과 얼룩이 땟국물처럼 남았고, 검정 건물은 카오산의 유명한 까페인지라

온통 꽃이 만발했다.

태국의 유명한 맥주, 캔 위에는 안쪽 원통을 따라 빨간 동물이 몇 마리 그려져 있었다. 눈뜨이면

일어나 대충 씻고 외국인이 적은 음식점을 찾아 쌀국수 하나, 캔맥주 하나로 늦은 아침을 먹던

그 때.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전에 시원한 맥주가 먼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태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무에타이. 킥복싱 연습장이 동네 여기저기에 하나씩은 숨겨져

있었던 거 같다. 야외에 설치된 링에 주렁주렁 매달린 채 땀을 말리는 글러브들이 빨갛고 파랗다.

방콕의 야경, 조리개를 적절히 조정했더니 불빛이 육각형의 별모양으로 변해버렸다. 짙은 보랏빛이

되어버린 하늘 아래 주홍불빛들이 별처럼 늘어섰고, 눈에 불을 밝힌 차들은 짐승처럼 내달렸다.

색감을 좀 바꾸고, 셔터 속도를 좀 바꿨다. 마치 백투더퓨처의 한장면처럼, 노랑색 초록색이 반반으로
 
뒤섞인 방콕의 택시가 길게 그림자를 늘이고는 휙 사라졌다.

매봉터널을 걸었다. 왠지 패닉의 '달팽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길고 긴 터널, 온통 플라스틱

창문으로 차도랑 분리되어 있는 그곳에서는 지나치는 행인도 드물지만 누군가 지나친다고 해도

괜시리 마음이 황량해지는 그런 느낌의 공간.

집앞.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사는 건 아니고, 하루에 두번씩은 꼭 지나치는 곳이지만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이날은..

조금 기분이 까맣고 하얗게, 그렇게 얼룩덜룩했던 날인 거 같다.

방에서 키우는 선인장 하나. 선인장이 이렇게 이쁘게 생긴 건 처음 봤다. 잎새도 하나하나 포실포실

도톰하게 살이 올랐고 붉게 물든 가장자리에 솜털이 촘촘이 자란 것도 그렇고. 전자파먹고 쑥쑥 자라길.

봄맞이 건물청소. 사층짜리 건물 꼭대기쯤에 가느다란 줄 하나로 매달려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건물벽을 닦고 있는 아저씨가 용맹스러워보였다, 그렇게 커다란 움직임들은 아니었지만.

친구의 결혼식. 신부대기실에서 다른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잔뜩 긴장한 그녀의 표정을 풀어주려

애썼지만 역시. 그녀를 웃게 하는 건 그녀의 신랑. 손을 잡고 대기실을 나서는 그들의 표정이

한편으론 화사하고 다른 한편으론 비장해보이기도 했다.

오랜 연애를 거쳐 드디어 결혼에까지 이른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나름 '민주적인 가정'을

강조하는 주례 교수님의 짧고 임팩트있는 덕담에 귀기울이며. 새하얀 드레스와 노란 꽃들에 꽂혔다.

양가 부모에 다소곳이 인사하는 갓 태어난 부부 한 커플. 은은한 조명과 얄포름한 면사포, 노랗게

일렁이며 떨궈지는 촛불과 꽃불이 인상적이었다.

신논현역 근처의 어느 주점. 빨갛고 하얀 조명이 비닐 커버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아랫춤에선

술잔이 넘칠 듯 술을 따른 두 젊은이가 망연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께집의 붉은 조명. 바람이 불어 벽에라도 세게 부딪혔는지 딱 모서리가 깨져나갔다. 아직 달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깔끔한 느낌의, 새것의 분위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조명등인데 격하게도 터져나갔다.

문앞에서 달그랑거리던 풍경, 물고기의 등뼈에서 뻗어나온 각기 다른 길이의 금속 대롱들이

가시처럼 성가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저렇게 생긴 풍경은 좀만 세게 닫겨도 한참동안 지들끼리

비비 꼬여있단 말이지.

어느 까페. 창밖에서 볕이 손가락을 뻗쳐왔다. 이미 봄볕에 사로잡힌 꼬마아가씨는 분홍빛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룰루랄라 스텝을 밟으며 봄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조용히 스며들어온 봄볕은

꽃무늬가 커다란 테이블을 지나 보랏빛 쿠션이 보드라운 의자위에 느긋이 몸을 눕혔다.


풍성하게 바람넣은 머리처럼 불룩한 화분을 둥지삼아, 붉은 새 한마리가 가만히 앉았다.

주체못하고 쏟아져들어오는 봄볕, 강물에 빠져버린 자동차의 깨진 창문으로도 저렇게 쏟아져

내리지는 않을 거다.


이층과 일층을 잇는 계단,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은 종종 수평감각을 희롱한다.

이렇게 보니 계단이 아니라 격자처럼 좁아져 나가는 통로같기도 하고 거울은 천장에 붙은 듯.

사선으로 그어진 채 첫째 곰의 몸뚱이를 두개로 쪼개놓은 햇살 아래서 보니 표정이 떠오른다.

저 녀석들의 조심스런 손의 위치, 살짝 외로 꼬은 고개의 각도, 그리고 조금 우울하게 늘어진 표정.


쓰리쿠션으로 치고 들어가는 조명. 벽에서부터 뻗어나온 얇지만 완강한 메탈의 가지는 천장으로

치고 올랐다가 불쑥 꺽어져선, 슬쩍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본다.


벽에 있던 이집트 냄새나는 조각상 하나. 쭉 찢어진 눈이라거나 칼처럼 날카로운 콧날들이 좀

영특하다 못해 교활한 분위기를 주기도 하지만 화려하고 정교한 꾸밈을 보면 대충 만들어진

물건은 아닌 거 같다. 하긴, 이집트가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음..어디려나.

봄이 오려나, 싶은 날씨지만 창밖에 내밀어진 화분들은 여전히 바싹 마른 채다. 그 위로 데코처럼

외벽을 감싼 얄궂은 청록색의 잎사귀들이 눈에 띄지만 땅 아래 사람들은 케잌에 정신이 팔렸다.

이층에서 삼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많은 사람들의 발이 나무를 조금씩 깎아낸 거다. 색깔이

빠지고, 나무의 이빨이 빠지고, 그렇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궤적이 남았다. 무질서하게 늘어선

와인병들이라지만 일정한 수량이 넘어서는 순간 나름의 미감이 생겨난다. 규칙없이 내걸어둔

티스푼 장식장들이라지만 역시, 나름의 균형이 잡히고 미감이 떠오른다.

이곳의 불빛과 저곳의 불빛. 저 창문을 거울삼아 비치고 있는 풍경 속에는, 좀더 각도를 틀어서

여기저기 이쪽 세상을 비쳐본다면 뭐가 더 보일런지.


제법 선명하고 튀는 색감의 테이블, 의자들, 쿠션들이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지만 나름 분위기는

어찌어찌 정돈되는 게 신기하다. 창문이라고 뚫려있는 곳에 보이는 곳은 이웃한 건물의 붉은 벽돌

뿐이라지만, 그것도 나름 호의적으로 봐줄 수 있다.


까페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고만고만하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탑처럼 우뚝 솟아난

나무하며, 해가 지면 바통체인지해서 불을 밝힐 야트막한 가로등 하나. 밑을 내려다보면 여느

때처럼 줄을 늘어선 채 삼청동을 순례중인 사람들. 여기서 저쪽은 잘만 보이는데, 왠지 저쪽에서

여긴 안 보이는 거라고 자꾸 의심하게 되는 거다.


얼음만 남기고 홀딱 마셨던 라떼, 얼음이 녹은 자리엔 물이 들이찼다.

물과 기름이 미끌거리며 서로 버텨내듯 가만히 녹아내린 얼음은 잔뜩 흐려진 라떼의 잔해와 버텨낸다.


마치 무슨 우주선처럼 스르르 다가오는 스크류 모양의 장식품들. 이상하게 꼬였네~ 하는 노래도

생각나는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선명한 그림자만큼이나 단호하고 거침없는 존재감.

어느 갤러리. 빨강 주황 노랑으로 이어지던 갤러리의 간판이 아쉽다 싶더니 그 너머에서

초록색 국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나 여기있소, 나 여기있소 하는 것 같이. 그래서 빨주노초.

서울민속박물관. 장승이니 석물이 곳곳에 서 있던 제법 너른 부지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입춘대길'이란 종이가 아직도 붙어있나, 했다가 아직 입춘만도 못한 날씨지 싶기도 하고.

경복궁 담장을 배경으로 해서 옹기종기 서있던 각종 석물들. 어딘가의 할매 바위, 어딘가의 장승,

어딘가의 장군상 따위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저마다 표정을 찡그리고 험상궂어보이려 여념이 없다.

어느 화원의 꽃다발. 아무래도 이 기능은 참 매력적인 거 같다. 빨강색과 노랑색만 읽히는 세상이

있다 해도 세상이 딱히 덜 아름답지는 않을 거 같단 생각이 팍팍 드는 거다.

흑백의 공간에서도 화려하기만 한 꽃들을 마지막으로 Pentax K-r로 꾹꾹 눌러찍은 일상 끗.





우연의 미학, 크로스 프로세스.


Pentax K-r이 가진 강력한 장점이자 흥미로운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이녀석이다.

직전 기종인 K-x부터 장착된 기능인 크로스 프로세스. 이름만 들어도 뭔가를 비비 꼬아서

'허를 찌르는' 결과물을 내놓을 거 같은 느낌이 팍팍 오는 거 같았는데 정말 그랬다.



한국의 전통적인 오방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큰 북이 있었고, '크로스 프로세스' 기능을

적용해서 연사로 드르륵 긁어버렸다. 한장한장 약간씩 두드러진 색감이 달라지면서

차갑거나, 센치하거나, 옛스럽거나, 혹은 환상적인 느낌이 담기는 거다. 애초의 오리지널

사진이 빈틈없이 원색을 반영하는데 집중하느라 조금 단호하고 빈틈없이 느껴진다면,

크로스 프로세싱 기능을 통해 예기치 못한 빈틈이 생기고 거기에 감정이 담긴달까.




물론 그렇게 색감이 변하는 과정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크로스 프로세스'

기능은 크게 세 가지의 방향으로 색감을 바꿔나갈 수 있다. 초록색-청색이 강화되는

게 하나, 노랑색이 강화되는 게 하나, 그리고 붉은색-보라색이 강화되는 게 다른 하나.

위의 사진들만 봐도 오리지널 사진에 어떤 색감이 강조되어 변형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디폴트 값(초기값)으로 주어진 세팅이 그렇게 세가지가 있으니 원하는 걸 선택한 후

셔터를 누르면 끝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크로스 프로세싱'의 묘미는 다소 우연에 맡겨두는 거다. 특정 색감을

예측하고 찍기보다는 그저 랜덤으로 우다다, 대여섯장의 사진을 찍어두고 K-r이 알아서

변환시켜 내뱉는 사진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은 공간에 대한 전혀 다른 색감,

그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와 정취가 느껴지는 사진이 예기치 않게 튀어나오는 즐거움이란

뭐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저 한번 경험해 보랄 밖에.


광화문 인근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 역사박물관 앞에 있는 전차는 지날 때마다 생각했었다.

참 주변이랑 안 어울린다고. 전차만 딱 놓고 봤을 때는 뭐 그럭저럭 괜찮지만 화려한 간판을

두른 높은 건물들 사이에선 왠지 뜬금없고 위화감마저 든달까. 그걸 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여내는데 조금이나마 성공했다면 역시 '크로스 프로세스' 기능의 위력. 아직도 스산한

바람이 내달리는 덕수궁 돌담길에 늘어뜨려진 앙상한 나무 그림자라거나, 갤러리 안을

덥히고 있는 빨갛게 달아오른 난로라거나, 나름의 분위기를 살려내며 신선한 느낌을

발견해 낼 수 있게 해주는 거다.


(How to use)

K-r의 메뉴 구성은 굉장히 찾기 편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메뉴 버튼을 누르고 나름의

기준에 따라 탭으로 묶여있는 기능들 가운데 '크로스 프로세스'를 찾아 누르면 이런

화면이 나타난다. 디폴트값으로 꺼져 있는 OFF, 그리고 차례로 랜덤모드, 초록빛 강화,

노랑빛 강화, 붉은빛이 강화되는 모드에 더해 세가지 마이스타일 즐겨찾기 모드까지.

아무래도 '우연'같은 사진을 발견하는 재미를 원한다면 랜덤모드가 최고인 듯.



언제고 손쉽게, 디지털 필터.


렌즈 앞에 돌려 껴야하는 '아날로그 필터'는 나름 가격도 있는 데다가 그때그때 카메라를 부여쥐고

낑낑 돌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거 같다. 사진 한두장 효과를 더해보자고 필터를 바꾸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어서 그냥 포기하곤 했는데, 그럴 때 유용한 게 바로 디지털 필터다. 요새는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에도 왠만한 디지털 필터 기능은 있다고 하지만 K-r만큼 다양하고 섬세한 조정이

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필터 기능은 ①토이카메라, ②복고풍, ③하이콘트라스트, ④색추출,

⑤소프트, ⑥트윙클, ⑦어안, 그리고 ⑧커스텀(맞춤형) 기능이다. 그 각각에 대해서 몇가지의

디테일한 수정과 변경이 가능하니까 꽤나 광범위한 선택의 폭을 가진 셈이다. 위의 사진은 차례로

각 디지털 필터를 기본적으로 적용시켜본 일곱가지 샘플인데, 각각의 효과가 뚜렷하다.

특히 마지막 어안렌즈가 적용된 사진은 다소 유머러스하게 나와서 보고 있음 웃음이 난다.



파스텔톤의 천이 색색이 늘어뜨려진 공간, 부드럽긴 하지만 다소 늘어지고 밋밋한 느낌의 풍경이

필터의 도움으로 꽤나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보였다. 굉장히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적용되어

역동적이랄까 거친 분위기로 바뀌기도 하고(③하이콘트라스트), 모노톤 가운데 빨간색깔만 추출해

두드러지게도 하고(④색추출), 아님 아예 천들이 너울치는 물결인양 극도로 부드럽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⑤소프트), 다소 뜬금없게 공간을 휘어버려 당혹스럽게도 하는(⑦어안) 사진들.



일월성신도를 배경으로 한 왕좌를 마찬가지로 여러 디지털 필터를 적용해서 찍어 보았다.

필터를 전환하는 것 역시 매우 간단한지라,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와중에도 금방 모든 필터를

활용해서 사진을 찍어볼 수 있었는데 그 와중에 정말 재미있는 기능 발견! 색추출기능이 참

요모조모 독특한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다. 노란색, 초록색, 파랑색, 빨강색, 분홍색,

하늘색 등 여섯가지 색깔을 추출해내고 나머지는 모두 모노톤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


즐겨찾기 #1. 색추출 기능!

 

이런 식인 거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놀이터를 각각의 색으로 쪼개서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식의 기능은 광고 포스터나 영화 포스터에서 적잖게 봤던 거 같다. 립스틱

광고라면 입술만 새빨갛고 나머지는 모두 모노톤으로, 영화 광고라면 특정 물체만 색깔을

살리고 나머지는 모두 모노톤으로. 어쨌든 원하는 색깔, 원하는 물체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그만큼 탁월한 기능이란 반증인 거 같다. 재미있기도 하고.



한번에 한가지 색만 추출하는 게 아니라 두가지 색까지 동시에 추출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위에는 각각 파란색, 노란색 하나씩만 추출해 본 사진들이지만 바로 위에는 파랑과 노랑 두가지

모두를 추출한 사진들. 좀더 은근하게 분위기를 바꾸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디가 이상한지

딱히 못 찾아낼 정도긴 하지만 그렇다고 평소에 질리도록 보았던 평범한 풍경과는 뭔가 다른.

평소 보던 풍경, 아랫쪽과 같은 풍경이었다면 노랑색만 추출해낸 사진은 영 느낌이 달라졌다.

샛노랗게 두드러지는 색감도 눈에 쏙쏙 꽂히도록 이쁘고, 슬쩍 저너머 나무에 묻어나는 노랑

개나리 뭉치의 느낌도 좋다.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빛깔의 차들이 종횡하는 거리의 풍경에서 잡다한 색깔을 지워내고 각각

파란색, 빨간색만 남겨내어 보았다. 단순 모노톤의 사진과는 달리 생생한 빛깔 하나가 추가되어

별 인상도 남기지 못하고 그저 그렇던 사진이 조금은 구제되었달까.


이렇게 빨간색만 살려내는 게 그간 봐왔던 광고나 영화 포스터의 수법이었던 거 같은데, 그냥

모노톤에 빨간색 하나 끼는 것만으로도 제법 그럴 듯한 사진이 되는 거 같다.


(How to use)

간단하다. 메뉴에서 '디지털 필터'를 누르면 이렇게 펼쳐지는 다양한 옵션, 무슨 디지털 필터

마켓에 온 듯한 느낌이지만 당장은 색추출이 급하니깐. 첫번째 추출할 색깔을 정하고 사진을

찍거나, 기본적으로는 꺼져 있는 두번째 추출할 색깔을 마저 선택해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각각 감도를 다섯단계에 걸쳐 설정할 수도 있으니 좀더 섬세한 접근도 가능한 건 물론이다.



즐겨찾기 #2. 어안 렌즈 기능!

 

 

봄볕은 따뜻하지만 아직 바람이 차갑던 날에, 건물 옥상 언저리에서 외벽 청소를 하고 계신

아저씨가 있었다. 왠지 위태해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추워보이기도 하고, 가느다란 줄 하나에

의지해 계신 아저씨가 불안해서 뭔가 발받침이 될 만한 게 없을까 싶었다. 불쑥~, 사진으로나마

아저씨의 발이 가닿을 만한 곳을 잡아당겨서 조금은 편하게 일하시라고.


이런 게 어안 렌즈의 본래적인 기능이야 아니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뭔가 유연하고 찰진

반죽을 쑥~ 잡아뽑듯이 볼록하게 잡아당겨내는게 재미있다.


(How to use)

불룩하게 잡아뽑는 정도도 세 단계로 조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⑧커스텀' 기능에서는 잡아뽑는

기능 말고도 밀어내는 기능도 있으니까 언제 한번 쑤욱~ 밀어내는 것도 시도해 보면 좋을 듯.

 

 

즐겨찾기 #3. 트윙클 기능

반짝반짝, 불빛을 잡아내서 그 위에 뭔가를 씌울 수 있다면 어떨까. 스티커사진처럼 유치하지는

않되 적당하게 귀엽고 발랄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필터에 포함된 '트윙클' 기능이

딱 그런 의도에 부합하는 것 같다. 무려 다섯 가지 모양을 불빛에 덧씌울 수 있는데 잘만 활용하면

심심하거나 건조한 사진에 포인트를 줄 수 있을 듯. 물론 어쩌다 한두번 생각났다는 듯이 쓴다면

그다지 익숙해지지도 않고 번번이 생경할 테지만, 디지털 필터니까 쉽게 언제든 써볼 수 있을 거다.


(How to use)

십자 모양, 별 모양, 눈꽃 모양, 하트 모양, 혹은 음표 모양으로 빛나게 설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크기나 숫자, 기울어진 각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빛에 감응하는 거니까

ISO 감도를 바꾸거나 조리개를 바꾸는 것에 따라 나타나는 숫자가 다르더라는 것도 참고하시길.



간단한 편집까지 바로바로, 동영상.


동영상의 관건은 화질, 음향 아닐까 싶다. 그런 것에 더해, 카메라에서 직접 간단한 편집이 가능한

DSLR이라면 더할나위없겠다. 그런 점에서 Pentax K-r의 동영상 기능은 제법 강력한 거 같다.

 

찍은 동영상을 다시 확인하면서 보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92만화소 3.0인치의 광활한 LCD창이

넉넉하고도 화질이 참 좋아서 시원한 느낌이다. 색감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사방에서 쨍쨍거리며

울리는 전통 음악 역시 제법 살아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영상을 보면서 직접 간단한 가위질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가려내며 동영상을 분할하거나 추출할 수 있는 편집이 가능하니까 앞뒤로 조금

불필요한 부분이 들어갔다고 해서 신경쓸 필요도 없고. 전용 배터리도 빵빵하니까 라이브뷰로

보면서 동영상 촬영하며 배터리 닳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방콕의 'Golden Mountain'에서 탑돌이 중인 사람들, 그 와중에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징소리

같은 것들을 잡아내려면 역시 사진으로는 안되겠는 거다. 동영상으로라야 그들의 조심스런

발걸음, 간절한 표정, 너울지는 징소리 따위를 잡아낼 수 있다 싶었다.


그리고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저 정연한 발걸음은 근대식 훈련을 받은

군인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군기를 보여주는 거 같다. 게다가 색색의 화려한

깃발과 복장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은, 사진으로는 담기 힘든 풍경.


그리고 사람 눈을 순간 의심하게 만드는, 뭔가 공간을 찌부러져든 건가 싶은 저 조각상들 역시

사진만으로는 좀 느낌을 전달하기 애매하지 싶다. 위에서, 옆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모두

보여줘야 저 미묘한 느낌이 살 수 있을 텐데 역시 그러기엔 동영상만한 게 없을 거 같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환경에서, 충분한 성능을 갖고 원하는 바를 잡아낼 수 있도록 섬세한

표현이 가능토록 해주는 건 역시 Pentax K-r이 가진 '보급기 종결자'로서의 스펙 덕분이지 싶다.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

흔히 그런 말들이 '상식'처럼 굳어서 나도는 걸 본다. '인물'이 이쁘게 나오려면 무슨 브랜드,

'풍경'이 이쁘게 나오려면 무슨 브랜드라는 식의 간편한 도식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한두푼 짜리도 아닌 DSLR이라는 정교한 장난감이 그저 인물용, 풍경용

이렇게 딱 떨어지는 색감을 갖고 있다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카메라의 기본적인 색감과

톤 설정의 문제 아닐까 싶다.

Pentax *ist, Pentax K-x를 거쳐 Pentax K-r까지 오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기능은 그거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다'는 말처럼, 내가 원하는 색감으로 이미지 톤을 조정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옵션이 제공되는 '커스텀 이미지' 설정. 기본적으로 '브라이트'모드로 정해져

있는 설정은 무려 아홉가지나 되는 커스텀 이미지를 제공한다.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해, 할지도

모르지만 '①브라이트 모드'로 찍힌 위 사진에 무지개색으로 배열된 넥타이들을 3초만 눈에 꾹꾹

눌러 담은 채 밑의 사진들을 한 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위에서부터 '②내츄럴, ③인물, ④풍경, ⑤강렬색감, ⑥희미함, ⑦블리치 바이패스,

⑧리버설필름, 그리고 ⑨모노크롬의 이미지톤으로 찍힌 사진들이다. 무려 아홉가지 깔맞춤.

같은 노랑색이라 해도 모드에 따라서 분위기나 색감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 모노톤의 흑백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치 이것저것 렌즈를 바꿔가며 시력검사하듯

모드에 따라 특정색깔이 강조되거나 선명해지는 게 재미있다.


이제 원하는 모드를 골라서 사진을 찍으면 되는 거다. 어떤 색깔로 나와야 정답이라느니,

원래 색깔과 다르면 틀린 거라느니 조바심내지말고, 이것저것 모드를 바꿔가며 다양한

색감을 시험해보며 '나름의 깔맞춤'을 시도해보면 훨씬 더 사진찍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무지개색이라고는 하지만 보는 이의 시각이나 기분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색깔로 느낄 수

있는 거다. 어차피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는 거니까 말이다.


 - 이렇게 찍어요 : '커스텀이미지' 팔레트 활용하기.


K-r의 메뉴 버튼을 누르면 커스텀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는 선택 모드 창이 뜨게 된다. 거기서

①브라이트, ②내츄럴, ③인물, ④풍경, ⑤강렬색감, ⑥희미함, ⑦블리치 바이패스, ⑧리버설필름,

그리고 ⑨모노크롬의 아홉가지 커스텀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에 더해서 본인이 좀더

변화를 주고 싶다면 채도니 색상이니, 콘트라스트나 선명도 따위를 매만질 수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메뉴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색감을 어떻게 조합하고 변형할지를

마음껏 뒤섞어볼 수 있는 팔레트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색감과 분위기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것저것 색깔도 더하고 명암도 더하고, 그렇게

내가 보거나 느끼는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 보너스 : 군대에 대한 기억을 색감으로 표현하기.


군대에 대한 기억은 제각기 다를 거다. 남자의 기억과 여자의 기억이 다를 거고, 다녀온 사람과

아직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다를 거고. 만약 그런 기억과 감정을 실어 '예비군 모자'를 찍어보려

한다면 어떨까. 각각의 기억과 느낌에 따라 원하는 이미지 톤과 색감은 제각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는 거다. 내 경우에는, ⑦블리치 바이패스나 ⑨모노크롬, 그런 모드를 활용하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려나 모르겠지만.


하얗고 까만 얼룩소 사진을 피하는, 광폭 고감도설정

사진을 찍다보면,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이나 남국에선 대부분의 배경이 하얗게 날아가 버리거나

파랑 하늘색이 그저 새하얗게 탈색된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찍힐 때가 있다. 아니면, 해가 진 후에

조명이 껌껌한 곳에서 사진이라도 찍으려 하면 온통 까맣게만 나와서 인물이나 풍경이 제대로

식별되지도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 거다. 무슨 얼룩소 사진 찍는 것도 아니고, 하얗고 까맣고.


Pentax K-r로 사진을 찍으면서 확실히 나아졌다고 느낀 것 중 다른 하나는 빛의 양에서 좀더

자유로워졌다는 거다. 이전에는 좀 밝다 싶으면 하얗게 나오고, 좀 어둡다 싶으면 까맣게

나왔는데 무려 ISO 100에서 25600까지 확장되는 광폭의 감도설정이 가능해지면서 훨씬

여유롭게, 햇빛과 조명에 연연하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방콕에서 찍었던 사진, ISO 3200으로 놓았는데 전혀 무리없이 디테일이 다 생생히 잡혀 나왔다.

감도를 더 높이면 노이즈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지만-경험상 DSLR에서 한계치로 설정된

값까지 끌어올리면 노이즈가 많이 두드러졌으니까-실제로는 훨씬 만족스러웠다. 


 - '고감도 노이즈감쇄(NR)' 기능 활용하기


더구나 이전 K-x에 비해 고감도 노이즈감쇄(Noise Reduction) 모드가 훨씬 정교하게 갖춰져

무려 여섯 가지의 모드가 제공되는 거다. 감도를 높이면 사진에서 약간 거친 입자 느낌의

노이즈가 발생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고감도NR을 강으로 설정하면 꽤 많이 줄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 밑에 사진이 바로 고감도NR을 강으로 설정했을 때와 OFF했을 때의 차이. 

물론 그런 입자가 찍혀나오는 것 자체가 꼭 잘못된 거라곤 할 수 없다. 역시나,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


 - 이렇게 찍어요 : '감도'설정 활용하기

감도를 설정하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ISO 설정을 위한 버튼을 누르고 자동모드로 설정하거나

아니면 수동으로 100부터 25600까지 원하는 감도값으로 맞추면 된다. 그리고 K-r의 경우 촬영모드 중

SV(감도우선) 모드가 있어서 감도를 조정하며 사진찍기에도 편하다.
 



Pentax의 흘러넘치는 색감을 무시하지 뫄~!

 


 

결국은 보여주는 수밖에 없는 거다. 어려운 거나 이론 따위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저 나름

열심히 찍다보면 Pentax K-r로 이렇게 '나름' 멋진 색감의 사진들을 얻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백마디 말보다 빠르고 효과적일 테니까. 펜탁스만의 스타일이랄까, 이미지 색감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게 다른 브랜드의 DSLR에 비해 결코 뒤에 서진 않는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K-r의 멋진 기능 중의 하나는 사진을 찍고서 이렇게 본인이 모니터를 확인해 나가면서

몇몇 사진을 골라서 1장으로 편집할 수 있는 '인덱스' 기능이 있다는 것. 덕분에 여러 사진들을

좀더 간편하게 한눈에 보여줄 수 있게 되었지만, 오리지널 버전의 사진들을 보고 싶다면

꽃의 나라, 태국 방콕에서. 를 찾아보면 되겠다.

 


 - 무지개 깔맞춤한 사진들, K-r로 찍었어요. 


나름의 빨주노초파남보, 중간에 눈이 얼얼한 형광핑크가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K-r로 찍힌 사진들의 색감을 보여주기에는, 발로 찍은 사진이나마 조금 맛이라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색色.120

Pentax의 K-r이 이토록 다채로운 색깔로 화려하게 등장하리란 건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미 펜탁스 K-x가 나왔고, 소비자들이 그 감각적인 색깔에 열광적으로 호응했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이 되고도 남았달까. (국내에는 고작 빨강, 하양, 검정 세가지 색만 들어왔지만) 일본에서는

무려 100가지의 색깔 중에서 마음껏 고를 수 있다는 선택의 자유로움은 가히 획기적인 거였으니까.


사실 그 전까지 DSLR하면 그저 까맣고 무겁거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딱딱한 녀석, 그래서

좀 친구 사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재수없는 녀석이 떠오르곤 했는데, 이 아이들은 활짝 피었다.

팬시하고 화려한 색감을 과시하면서도 왠만한 보급기 이상의 성능을 과시했으니, 말하자면

K-x는 '공부도 잘하는데 옷도 잘 입고 성격도 사교적인' 그런 DSLR이었던 셈이다.

이번 K-r은 좀더 본격적이다. 훨씬 대담하고 튀는 색깔들이 바디 12색깔 곱하기 그립 10색깔,

무려 120가지의 '色깔맞춤'이 가능한 셈이다. 게다가 35mm 단렌즈도 12가지의 색상이 준비되어

있다니 가히 부잣집 아이들의 상징이었던 72색 크레파스가 무색할 지경이다.


대체 이런 식의 조합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색깔이 뒤섞인 카메라들이 생겨나는

것은 일종의 부작용일 수도 있겠지만, 주홍색 바지에 하늘색 셔츠 매칭을 잘만 소화해내는 우월한

인류가 존재하는 걸 감안한다면 역시나 120가지의 깔맞춤 하나하나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셈. 


아쉽게도! 이번 K-r 역시 한국에는 핑크색, 하얀색, 검정색 바디만 수입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나머지 바디에 대해서는 일본 펜탁스 홈페이지에서 시뮬레이팅을 실컷 해보는 걸로 대리만족할

수 밖에 없겠다. 그렇지만 차츰 한국에도 Pentax의 색감과 컬러에 호응하는 컬러피플이 많아지면

다음다음 모델쯤에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동일한 '깔맞춤'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어쨌든 현재 한국에서 구현할 수 있는 K-r의 '깔맞춤'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고 하겠다.

(수식 1)

COLOR : 바디 3色 X 그립 10色  = 30色의 K-r.






형形.Portable DSLR


DSLR을 쓰기 시작한지 이제 2년이 조금 넘은 정도지만 동호회나 평가단 등의 기회를 통해

이것저것 쥐어볼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행운이라 생각한다. 갈수록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해가는 DSLR들을 쥐면서 점점 굳어지는 생각은, 이제 충분히 컴팩트한

수준으로 내려섰으니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내 손에 얼마나 잘 달라붙어 있느냐는 것.

이번 K-r을 쥐어보고 느낀 건 이전 모델이자 내 메인 DSLR이기도 한 K-x에 비해 훨씬 손에

잘 달라붙는다는 점이다. 길이는 이전 모델과 거의 비슷한 125mm, 담배갑보다 조금 큰

수준이니 사실 더이상 작아지면 흔들림없이 쥐고 셔터를 누르기도 불편해질지 모른다.

DSLR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샤프하고 실용적인, 그야말로 Portable한 DSLR로서

이 정도의 디자인과 사이즈, 무게라면 최상 아닐까 싶다.

(수식 2)

K-r : 125mm × 68mm × 67mm = 544g (배터리, 메모리제외)



손이 닿는 부분에 씌워진 합성고무 재질의 그립은 땀이 나도 끈적거리지 않고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을 제공했다. 게다가 오른손만이 아니라 왼손으로 받치게 되는 카메라 바디 왼쪽 부분에도

말랑거리는 그립을 감싸 카메라가 더욱 고급스러워보이는 느낌은 물론 촬영시의 단단한

그립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 참고삼아 찍어본 K-x의 바디. 위의 K-r 바디와는 달리 그립부분의 고무가 꽤나 야박하게 들어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오른손가락들이 조금 바둥거리고 나야 제대로 네 손가락이 고무그립위로

안착하게 되는 오른쪽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아예 왼쪽은 맨들맨들한 바디 맨살이다.

위에서 봤을 때도 K-r은 좀 더 멋진 모습이다. 다양한 수동 노출과 자동 노출 모드를 지원하며

360도 뱅글뱅글 돌아가는 다이얼이 얹혔고, 삼각형 모양의 뾰족한 산처럼 모아지는 헤드 속에는

플래시가 내장되어 있다. "자동, 장면모드, 동영상, 프로그램(P), SV, 셔터속도우선(Tv),

조리개우선(Av), 메뉴얼(M), 발광금지, 야경+인물, 접사, 풍경, 인물, 동체" 등

무려 14가지에 달하는 노출모드는 적시에 타이밍맞게 끌어쓰기 편하다.


여러모로 K-r이 이전에 비해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건, 이런 조그만

메모리 슬롯의 디자인이나 마무리에서도 드러난다. 오른쪽 사진이 K-x의 슬롯, 왼쪽이

K-r의 슬롯인데, 아무래도 야외에서 촬영을 하거나 장기간 여행을 하며 촬영을 하게 되면

저렇게 툭툭 깊고 투박하게 꺽인 부분에 먼지나 이물질이 끼고 지저분해지기 일쑤였다.


이번 K-r의 슬롯은 메모리 카드를 쉽게 빼고 끼고 할 수 있으면서도 딱히 걸리는 부분이나

먼지가 고이기 쉬운 부분을 최소화하겠다는 세심한 의지가 읽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흡족했다.

후면은 정말 K-x와 하나도 바뀐 게 없었다. 위로부터 훑어보면 AF/AE-L, LV(Live View),
 
Infomation, Menu버튼과 네방향으로 누르게 되어있는 멀티 셀렉터 등이 차례로 배열되어

있는 거다. 필요한 기능들이 온통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해결되는

범위 내에 집중되어 있어 오래 쓰다보면 맨들맨들 후면이 닳게 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은

있지만, 그만큼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Tip)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세상에는 '천지인'과 '이지한글' 따위 한글을 입력하는 다양한

방식을 채용한 원시시대의 폰들이 군웅할거하고 있었다. 각 방식에는 나름의 장점이 있었고

한번 입문한 자를 쉽사리 다른 방식으로 옮기지 못하게 하는 Lock-in 효과까지도 있었는데,

DSLR들의 콘트롤 인터페이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Pentax로 DSLR에

입문했고 그 색감과 성능에 대만족중인 자칭 Pentaxist의 입장으로선 지금의 인터페이스에

대대만족!



선線. 빛과 전기에너지


이전에 비해 돌출된 그립부와 렌즈 사이의 공간이 조금은 더 여유로와 보인다. 실제로 잡아보면

그다지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고 디자인의 문제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정작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다. AF(Auto Focusing)을 위해 어두운 공간에서는 녹색의 AF보조광이 피사체에

발사되어 더욱 정확하고 품질 높은 사진이 나오도록 하는 성능향상이 이뤄졌다는데, 바로 그

녹색불빛이 발사되는 곳이 문제의 그곳, 그립부와 렌즈 사이의 공간.

K-r의 특징 중 하나, 휴대 전화나 휴대용 프린터와 적외선 통신을 통해 사진을 전송하고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디 왼쪽에 USB단자 위쪽으로 보이는 둥그렇게 까만 지점이

바로 적외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적외선 포트.


개인적으로는 우연찮게 생일선물로 카메라와 연동가능한 휴대용 프린터를 선물받았는데,

애초 프린터가 어디에 적용가능한지 주의깊게 보지 않은 터라 기존 K-x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곤란하던 참이었다. 당장 카메라와 프린터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고 적외선 통신으로

인화까지 해보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일단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잠시대기.
 

정말 무엇보다 가장 획기적이었던 변화는 그렇지만 따로 있었다. 기존에 AA배터리 네 개를

넣어 사용하던 방식(K-x 기준)에서 벗어나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D-LI109)를 병용할

있도록 개선했다는 점이다. K-x를 들고 여행이라도 가려면 배터리를 얼마나 많이 준비해야

했는지, Ni-Mn배터리 기준으로 대충 200-300장 정도 찍으면 닳아버렸던 거다. K-r의 경우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약 700장 이상 찍을 수 있어서 확실히 '전기에너지'에 대한 압박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기존 K-x의 배터리 슬롯과 비교해보면 그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다. 아무래도 둥그런 배터리

네개만 받아들이게 되어있던 K-x와 네모난 전용 배터리와 AA배터리 둘다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든 배터리 슬롯은 다를 수 밖에 없을 테고, 덕분에 배터리 걱정없이 장시간의 사진 촬영

혹은 라이브뷰 운용, 동영상 촬영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


(수식 3)

K-r : AF Green Light + Infrared Light + Lithium-ion battery = 무선(無線)


면面. 광활한 LCD모니터



카메라 바디의 후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운동장만한' 사이즈의 LCD모니터는 무려 3.0인치에

달하는, 게다가 무려 92만 화소의 고해상도를 자랑하며 굉장히 업그레이드되었다. 기존 K-x의

LCD모니터가 2.7인치, 그리고 23만 화소에 불과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정말 굉장히 비약적인

성능 개선이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그저 말로만 하면 사이즈의 차이를 잘 모를 듯 하여, 굳이 K-x의 LCD모니터 부위를 촬영해봤다.

밑에 PENTAX라는 로고도 박혀 있고, 오른쪽의 버튼들도 좀더 헐렁하게 공간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대번에 받게 되는 거다. 그에 비하면, K-r의 저 광활한 모니터라니.

메뉴는 Pentax의 기존 셋업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K-x에 익숙해진 사람은 거의 새로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디테일한 부분과 성능 면에서 여러 기능이 보완, 추가되었으니

그런 부분은 다음에 좀더 다룰 수 있을 거 같고, 일단은 그저 저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사진을 찍고 확인하는 작업만으로도 속이 다 후련해지고 말았음을 고백하는 수준에서

멈추기로 한다.

한가지, K-r에 대한 성급한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를

꽂고, 배터리를 꽂고, 단단히 카메라를 움켜쥔 채 전원 스위치를 돌려 'POWER-ON'하는 순간은

DSLR과 일종의 교감을 나누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아바타에 비기자면, 토루크막토와

주인공이 머리꼬랑지와 부리를 비비 꼬며 교감을 나누는 순간이랄까.


그런 순간에라면 번쩍, 카메라 어딘가에라도 불빛이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닐까. 토루크막토의

눈빛이 번쩍 섬광이 일거나 하듯이 말이다. 이전 K-x는 'POWER-ON'의 순간 저렇게 번쩍,

파란 불빛이 들어왔는데 아쉽게도 K-r은 그부분이 램프가 아니라 그냥 깔끔한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다. 그런 게 지금, Pentax K-r을 사용한지 근 이삼주, 방콕으로 출사까지 다녀온

마당에 유저로서 느끼는 아쉬움 하나.

K-r에 대해 정보를 찾다가 발견한 일본 펜탁스 홈페이지에서는 K-r의 다양한 색상을 부각하는

시도 중의 하나겠지만, 이런 게임까지도 만들어두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해두었더랬다.

실제로 구현가능한 120가지의 색상이 모두 나오는 건 아니고-그랬다면 정말 굉장한 난이도의

게임이 되었을 테지만-바디의 색상 12가지 만으로 조합이 이루어지는 게임.


게임을 핑계삼아 K-r의 우월하고 우아한 색상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싶거나, 카메라를

핑계삼아 잠시라도 가벼운 오락을 하며 쉬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보는 것 추천하고

싶다. http://www.camera-pentax.jp/k-r/index.php





이 글에 오른 모든 사진은 일체의 후보정을 거치지 않은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보정을 거치면 좀더 봐줄만한 사진이 되겠지만, 그래도 뭐, 보정 안해도 제법 봐줄만하지

않나 싶은 '제눈에 안경' 심리가 발동해 버렸네요.)


평소 들고 다니던 Pentax K-x를 한달넘게 묵혀 두고는 SONY의 알파33을 들고 다니면서,

그러고 보니 (여느 때처럼) 참 많이도 돌아다니고 사진도 참 많이 찍었다. 더구나 연말연시

괜시리 부산하고 싱숭생숭한 마음결 따라서 여행도 가고, 전시도 보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낮이나 밤이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나름대로 뿌듯하게 보낸 한 달이었던 듯.


그 중에서 그나마 '발로 찍은' 느낌이 덜한 사진들을 좀 정리하며 카메라 리뷰도 마무리짓고,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엉겁결에 한숨에 몰아온 페이스도 잠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앉은 김에 쉬어간다고, SONY a33으로 찍은 사진들로 포스팅했던 지난 50여개

글들도 다시 한번 흘낏거리는 잔 재미도 있었다.


#1. 시선은 넓혀주고, 기억은 생생하게.(스윕 파노라마 기능)



전주 한옥마을에 갔을 때, 파노라마로 찍기에 딱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던 풍경이 있었다. 돌담이

제법 짧지 않은 길이로 쭉 이어져 있는 길에서라면 사진 끝에서 끝까지 멋진 파노라마를 찍을 수

있겠다 싶어서. 이씨가문 할아버지 얼굴 익히라고 만들어둔,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약간 창문빛이 반사되긴 했지만, 강남의 50층쯤의 빌딩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찍은 풍경 역시

a33이 가진 스윕 파노라마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구불대는 탄천과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들의 윤곽이 거의 그대로 정밀하게 잘 드러났었다.

 
그리고 이 사진, 포스코사거리의 루미나리에를 쌍쌍이 즐겁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피해

혼자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드르륵드르륵, 끝내 수평을 맞춰서 사진 바닥과 위에

나무들을 심어낸 것에 스스로 너무 대견했다. 매콤하게 추운 밤, 하늘과 땅에 맞닿은 불빛.



#2. 1420만 화소의 압도적인 화질.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을 들어서는 길이었다. 아무런 보정을 하지 않은 사진(여기에 쓰인 사진들

전부가 그렇지만)인데 그때 내가 보았던 하늘색을 그대로 담아올 수 있었다. 파란 하늘에 슬쩍

무지개처럼 걸려있는 빨간 홍살문.

단정한 수묵빛의 기와지붕 아래로 슬쩍 먹물이 번져버린 단청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위로

수없이 자잘한 실금이 그인 파란 하늘이 살금, 내려앉았다.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의 차분하고 담담한 풍경들, 사방에 나린 눈과 꽁꽁 얼어 반짝거리는

바닥의 얼음 때문에 사진찍기가 쉽지 않았지만 아무리 못해도 기본은 하던 a33.

한옥마을 옆의 전동성당, 그런 게 있는지도 미처 모른 채 생각지도 못하고 맞닥뜨렸을 때.

눈덮인 한옥마을, 불쑥 올라선 전동성당의 둥근 지붕.

오랜만에 찾았던 학교에서 예기치도 못한 샤방샤방한 인테리어의 까페를 만났을 때도

녀석은 나보다 훨씬 능숙해 보였다. 기억해 줘, 아고라.


사진 속에 다양한 빛깔이 들어가는 '예제'라면 비빔밥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전주에서 맛본

비빔밥은 그 맛도 맛이었지만, 먹기 전부터 그 때깔이 남달랐달까. 대충 김이 파랗고 보랏빛도

품고 있다 치면 무지개색이 다 들어간 셈이다. 전주엔 '전주비빔밥'이 없다, '비빔밥'이 있을 뿐.

비빔밥말고도, 평소 음식 사진을 정말 맛나보이게 찍는 사람들은 굉장한 실력의 능력자라고

생각했는데 얼추 흉내낸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사진만 봐도 배고파지는, 전주의 '골동반' 정식.

인형전시회를 둘러보며 이것저것 찍어본 사진들도 뭔가 내가 써본 다른 카메라들과는 발색이

다른 거 같기도 하고. 시크릿가든의 현빈과 하지원, 2010 서울 인형전시회에 참가하다.



#3. DRO와 HDR의 섬세한 표현.

전동 성당을 맞닥뜨렸던 건 마침 해를 대략 정면에서 바라보던 역광 시츄에이션. 정면이 온통

까맣게 나올까봐 DRO기능을 발휘해서 찍어봤다. 눈덮인 한옥마을, 불쑥 올라선 전동성당의 둥근 지붕.

호텔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사되는 테이블 유리 속 세상, 조금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조명이 마치 조각보처럼 여기저기 뚝뚝 끊겨서 떨궈지는 데도 꽤나 화사한 풍경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맹장같던 하루하루가 지나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도중에 들렀던 화장실, 화장실 옆에 있는 물그릇에 둥둥 떠있는 촛불을

발견하고 다시 자리로 가서 카메라를 들고 찍고는,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다시 술마시기에

열중했다는 슬픈 전설이 함께 하는 사진이다. 히레사케가 땡기는 날.

그러고 술집을 나와서, 서로 계산하라며 이리저리 미루다가 먼저 도망나온 이는 유유히 카메라를

꺼내들고 술집 마당에 꾸며진 트리를 감상했다던가. 이미 저런 꼬마전구로 불밝히기에는 꽤나

캄캄히 어두웠었지만, 이때 역시도 DRO기능의 힘을 빌려보았다.


#4. ISO12800의 강력한 고감도 성능.

다소 어둡고 나른한 분위기의 바, 내부가 온통 컴컴하고 어슴푸레한 조명이 드문드문 서 있던

그런 곳이어서 사진이 제대로 찍히기나 할지도 걱정스러웠던 곳이다. 그래도 제법 분위기도

전해지면서 인테리어의 디테일도 뭉개지지 않고 살아난 거 같다.

그 곳의 인테리어를 좀더 찍어보면, 유리로 된 칸막이에 통나무가 스팸처럼 꼽혀있던 곳. 역시

조명이 꽤나 어두워서 그 통나무의 나무테무늬나 거칠거칠한 결이 제대로 찍힐까 싶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도 촛불을 가까이 하지 않고서는 이게 무슨 색깔의 꽃인지, 꽃잎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기 쉽지 않던-과장을 조금 보탰지만-그런 상황. 일렁이는 촛불에 의지해 찍은

사진 치고는 꽃잎의 모양이니 색깔이 꽤나 선명하다. 위로 뻗치는 촛불의 광선도 슬쩍 잡혔고.

또다른 술집, 왜 이렇게 음침하고 어둑어둑한 술집만 찾아다녔는지 새삼 의아하긴 하지만, 여기도

어둡기로 치면 그다지 나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복잡한 문양을 가진 칸막이를 나름대로

잘 잡아내고 술집 분위기도 조금은 더 밝고 따뜻하게 찍힌 것 같다.

깜깜하기로 따지면 요 강아지들도 못지않다. 온통 까만 녀석들이 어둑한 방안에 슬쩍 흩뿌려진

햇살 한줌을 맞으며 해바라기하던 시간. 까맣고 반들거리는, 의젓하고 충직한 눈매가 맘에 든다.

조그만 꼬마전구들이 아무리 수백수천개 모여봐야, 시간이 너무 늦어서 밤이 깊어지면

사진으로 찍기에도 좀 막막해졌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신데렐라가 열두시

종이 치는 순간 느꼈을 안타까움이 바로 그런 거였을 텐데, 아무래도 ISO12800까지 가능한

카메라다 보니까 그 시간이 조금은 늦춰지는 것 같다. 한시반쯤?


#5. 그냥 왠지 빠질 수 없는 사진들.
 

그냥, 뭔가 인상적이어서 올린 사진들. 왜 무슨 카메라가 참 좋아요, 라는 식의 글에 붙어있는

샘플이미지를 보면 이런 거 한장씩은 꼭 들어가 있는 거 같길래 나 역시 질 수 없다며 올려본

사진들이다. 마지막 사진은 자세히 보면 자전거를 탄 사람이 차창 밖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


#6. Auto-Focus를 구현한 Full HD 동영상.

동영상은 아니고, 그 동영상의 한 장면을 캡쳐한 사진이다. 내처 걷고 있던 말이 어느순간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똑바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a33은 계속 그랬듯 움직이는 말머리에서

초점을 벗어나지 않은 채 고화질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고, 그 화질은 이렇게 대충 한컷

캡쳐해 봐도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선명한 거다. 아마 SONY a33의 최대 장점 중 하나 아닐까.


終. 'DSLR종결자'를 환영하며.


첫 리뷰글에서 한 문장을 떼어와도 지금의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너도나도 DSLR 들고 다니는 세상에 신제품이래봐야 거기서 거기 아니냐, 라는 실망감 내지

냉소가 아니라, 이제 DSLR시장의 판도와 문법을 바꿀 새로운 카메라가 나왔으니 조만간

사람들 손에마다 이 카메라를 쥐고 다니는 풍경을 보지 않을까 싶다는 환영과 독려의 의미로.




* 이 글들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pisode 1. 경마장 가는 길.



겨울에도 말들은 죽자고 달렸다. 가을철에 만났던 말들보다는 조금 뻣뻣하고 둔해진 네발놀림인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 새하얀 입김을 격하게 토하며 팽팽한 근육을 조여대며 질풍처럼 내달렸다.

어찌나 빠르던지 눈앞까지 짖쳐들어온 말들은 휙 바람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트랙 너머로 사라졌고,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결승선에 가까울수록 아이유의 3단부스터처럼 높아가기만 했던 거다.

(이전 포스팅 : 쩍쩍 갈라진 말근육들의 향연, 과천 경마공원.)

그런 역동적이고 스펙타클한 장면들,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역시 사진보다는 동영상이다.

중딩때 야설로 시작해 고딩쯤 야사(야한 사진)를 거쳐 야동으로, 그리고 이제 3D로 촬영된 야동으로

진화해 가듯, 분위기와 느낌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는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이 유리한 거다. 마찬가지로 같은 동영상이라도 그냥 동영상보다는 HD동영상이 화질면에서

훨씬 더 우수한 데다가 더구나 핸디캠의 전설 소니의 Full HD 화질이라면야.


이전에 경마장 왔을 때 미처 사진으로 못 나눴던 풍경들, 분위기들을 이제라도 소니a33의 힘을 빌어

사람들과 나눠보기로 한다. 물론 그건 사진을 발로 찍는 허술한 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세상엔 사진을 굉장히 잘 찍는 사람보단 웬만큼 찍거나 조금 찍을 줄 아는 사람, 혹은 나처럼

발로 찍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 사진 셔터 누르는 만큼 동영상 촬영하기가

쉬운지, 그리고 그렇게 찍힌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1. 사진 셔터 누르는만큼 동영상찍기가 쉬운지.

 : 아무리 동영상 기능이 있으면 뭐하나, 조작하기가 쉽지 않고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야 한다면

정작 눈앞에서 UFO가 지나쳐가도 동영상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휙, 보내버리고 말 거다.
 

경마장 구경가야 하니까, 간단하게만 말하면 무지하게 쉬웠다. 그냥 버튼 하나. 저 빨간 눈알이

박혀있는 'MOVIE' 버튼만 누르면 바로 촬영. 화이트밸런스, 노출보정, 측광모드나 오토포커싱

기능은 사진 촬영때 쓰이던 설정값이 그대로 넘어가니 따로 손댈 것도 없고, 셔터속도와

조리개값은 자동으로 조정이 된다. 게다가 자동으로 초점이 계속 변환되어 알아서 찍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준다고 하니, 정말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이란 얘기다.


물론 여러가지 옵션이 있긴 하다. 사진찍을 때처럼 커다란 LCD모니터에 몇가지 디스플레이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자이로센서가 수평수직을 잡아주는 게 동영상 촬영 때 도움이 크더란 건 찍어보고

나서의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 이외에도 동영상 파일 형태를 바꾸거나, 동영상 크기를 바꿀 수도

있던데, 어렵지도 않거니와 부수적인 이야기니까 패스. 이럴 때가 아니라 경마장에서 '발로 찍은

동영상' 이야기 할 때란 말이다.



동영상기능의 마지노선#2. 동영상이 적어도 발로 찍힌 사진만큼은 봐줄 만한지.

 : 아무리 동영상 찍기가 간편하다고 해도 초점도 안 맞고 화질도 엉성해서 당췌 이게 뭘 찍어놓은

건지 알아보기 힘들거나 알아보기 싫다면, 차라리 발가락으로 사진찍기를 계속하겠단 거다.



1)
말돌리기 : 과천 경마공원을 기준으로 하자면, 우선 경마가 시작되기 삼십분 전 조그마한

광장에서 경주마들을 빙빙 돌리며 말의 상태와 워킹 등을 보여준다. 말의 저 탄탄한 허벅지와

굵직하고 강건해 보이는 말근육들, 이건 그야말로 '발로 찍은 말 사진'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다.





경주마들이 자그마한 원형 광장을 돌며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 말들을 하나한 렌즈로

훑으며 첫 촬영을 시작했다. 단지 장면 하나를 찍는 게 아니라 어떻게 화면이 움직이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야 할지 따위, 생각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잘도 돌더라는.




2) 기수태우고 말돌리기 : 위 영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좀더 확연하게 티가 난다. 지가 알아서

앞뒤의 말들로 초점을 순식간에 조정해내는 카메라의 AF, Auto Focusing은 가히 AI라고

할 만하다. 요새 유행한다는 조류독감만 AI가 아니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도 AI인 거다.

알아서 초점을 이리저리 조정하며 기수를 태우고 광장을 도는 말들의 흩날리는 갈기, 강인한 걸음,

잔뜩 긴장한 근육 매무새들이 앞뒤로 생생하게 잡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3) 트랙으로 나서기 : 저번에 청담공원 등지에서 잘 써먹었던 파노라마 기능, 넓은 트랙에

경주마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몸통만한 엉덩이근육을 씰룩거리며 잘 정돈된 트랙위로

나서는 말들과 기수들에서 풍기는 긴장감과 비장함에 입김마저 조심스럽다.


4)
출발선에 주차, 아니 주마(駐馬)하기 : 기수를 태운 말들이 하나씩 출발선 앞에 섰다.




5) 폭풍질주하는 말들 : 트랙을 한바퀴 돌고 다시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말들, 제법 엎치락뒷치락

손에 땀을 쥐는 순간들이 지나갔고, 사람들의 고성 소리는 높아만 갔다.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카메라는 듬직하게도 무리지어 지나가는 말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번호는 물론이고 발굽에서

뿜어져나오는 흙먼지까지 보여주던 거다. 비록 내 마권은 전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이런 멋진

영상들이 남았으니 그걸로 만족이랄까.



+ 알파(α). 실제로 동영상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경험담.

 :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도, 동영상으로 남기면 괜찮겠다 싶은 순간들,

혹은 동영상으로밖에는 표현이 안 되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 거다. 예컨대, 눈발이

거꾸로 땅에서 하늘로 휘날리는 광경이라거나, 불빛 가득한 밤거리를 즐겁게 떠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같은 것들.



고층빌딩 주변에서는 바람이 마구 뒤집혀 불기도 하고, 마를린 먼로의 치마도 펄럭 뒤집는

음흉한 광풍이 분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눈발마저 거꾸로 휘날리게 할 줄은 몰랐다.

그치만 사진으로는 그렇게 지상에서 하늘로 치솟는 눈발을 잡아낼 재간이 내겐 없는 거다.



다행히도, 버튼 하나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게다가 이렇게 화질이 뛰어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마침 갖고 있었기에 남길 수 있는 풍경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그리고 포스코사거리 앞의 범상치 않은 루미나리에, 촘촘한 꼬마전구가 알박힌 그곳의 풍경을

경쾌하게 뒤흔드는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까지. 이런 것들이 멈춘채

굳어진 풍경이 아니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담긴 건 다행이다. 근경과 원경을 유연하게

오르내리며 풍경을 잡아내고 밝기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덤.


그렇게 저장된 파일들은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왼쪽에서 보이듯

동영상은 동영상 폴더에, 오른쪽에서 보이듯 사진은 사진 폴더에. LCD모니터가 넓어서인지

저렇게 폴더 두개가 한번에 보이는 빼곡한 구성에도 그다지 답답하거나 조그매보이진 않는다.





Episode 2. 고감도 & '노이즈'줄이기.



#1. 빛이 적은 곳에서도 좋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는, 고감도성능!!



ISO100에서 무려 ISO12800까지 올라가는 권장노출지수(ISO)는 과연 야경 촬영에 강하다

소니의 명성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ISO가 높을수록 적은 양의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사진이 찍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데, 감도가 높을수록 화면의 입자가

거칠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래도 사진 두장이 느낌이 다르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잔뜩 감도를 높인 사진,

덕분에 조그마한 사이즈에서도 입자가 거칠거칠 드러나보인다. 반면 왼쪽 사진은 감도를

ISO1600으로 낮춘 사진, 그래서 확연히 부드러워 보이는 거다.


혹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오른쪽 사진은 ISO12800으로 감도를 한껏 높여 조금 사진이

거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불빛을 보다 환하고 이쁘게 잡아낸 거다. 반면 왼쪽은 ISO를 낮추어

불빛이 부드럽긴 한데 너무 어두워서 다소 침침해 보인달까, 느낌이 안 산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ISO100의 저감도로 찍힌 왼쪽 사진은 잔뜩 흔들려 버렸지만, ISO12800

고감도로 찍힌 중간 사진은 또 조금 입자가 굵은 노이즈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ISO1600으로

잡아낸 풍경, 이래서 적당한 감도를 설정하고 최대한 노이즈를 줄여내는 게 관건인 거 같기도 하다.


여하간 ISO128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성능은 흐리거나 어두워서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기에 보다 수월하게 해주는 것은 확실한 거 같다. 이 자체로도 나름 멋진 야경을

부족한 발실력으로나마 잡아낼 수 있도록 해준 건 오로지 소니a33의 성능 덕분.



#2. 빛이 적은 곳에서도 '노이즈'를 최대한 줄여서 사진을 찍기 위한, 다중프레임 NR!


ISO감도의 폭이 넓어지는 건 분명 흐리거나 어두울 때, 혹은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좀더 디테일을 살려주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함께 사진 입자가 거칠게 느껴지는 '노이즈'는

아무래도 고감도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단점에 가까운 거 같다. 그런 '노이즈'를 조금 덜어내고

가능한 밝고 선명하되 부드러운 사진을 구하는 건 인지상정.

그래서 소니a33에서 채용한 기능은 '다중 프레임 NR(Noise Reduction)'. 자동으로 6장을

연속 촬영하고 그 화상들을 합성한 후 노이즈를 줄여서 하나의 화상으로 저장하는 기능이다.

그저 감도를 자동 설정하고 1장을 촬영하는 'AUTO' 모드에 비해 훨씬 진화한 기능인 셈이다.


AUTO 모드 외에도 ISO100~400 구간에선 (화창한 날씨에 야외에서) 밝을 때 촬영에 적합하도록,

ISO800~1600 구간에선 밝지 않을 때 촬영하는 경우(흐림, 저녁, 실내 등), ISO3200~12800 구간엔

조명이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하는 경우, ISO25600에선 어두울 때 손에 들고 촬영할 때 각각

노이즈를 줄일 수 있도록, 이렇게 ISO100~25600의 총 9가지 '다중 프레임 NR' 모드

있다는 건, 꽤나 섬세하고 사려깊은 배려라고 감탄할 만하다.


이렇게 '다중 프레임 NR' 모드를 활용해 사진을 찍으면, 감도를 더 높여 밝으면서도 노이즈 역시

훨씬 줄어든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거다. 왼쪽은 ISO12800으로 찍은 한밤중의 놀이터, 오른쪽은

무려 ISO25600으로 찍은 같은 장소지만 훨씬 밝고 선명하면서도 노이즈 역시 줄어들었다.


혹은 같은 ISO12800으로 찍더라도, 좀더 밝고 노이즈가 줄어들어 부드러운 사진이 얻어지는 거다.

원목 재질의 안내판 배경이 좀더 따스하고 보드라운 느낌으로 찍힌 사진, 딱 보면 알겠지만 역시

오른쪽 사진이 '다중 프레임 NR' 모드가 작동한 사진이다.


+ 알파(α). 실제로 '다중 프레임 NR' 기능을 어떻게 쓰게 되더라는 몇 장의 사진들.



위에서 그저 ISO를 높여서 찍었던 풍경들도 '다중 프레임 NR' 모드로 다시 찍는 순간 좀더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따뜻한 느낌의 사진이 된다. 6장이 순식간에 찰칵찰칵 찍히는 소리도

맘에 들지만, '처리중'이란 안내화면이 지나가고 합성된 화면이 이렇게 뜨는 순간도 과연

어떤 사진이 나올지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드는 거다.


경마장 건물 1, 2, 3층을 빼곡히 메운 채 주먹쥐며 말들을 응원하던 사람들, 포스코사거리 앞의

루미나리에 아래에서 풍선을 들고 뛰놀던 아이들, 어느 일식주점의 벽면을 장식한 인형과 촛불들,

그리고 어느 까페에서 만났던 완전 푹신하고 편안해 보이던 낡은 의자까지. 다중 프레임의

세례를 받고 새롭게 조율된 사진 속에서 더욱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듯 하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아이유의 뒷목잡기, 옷벗어던지기의 구분동작.


초당 7매, 말이 그렇지 사실 눈깜짝할 일초의 시간 사이 일곱번이나 사진이 찍힌다는 건

웬만한 DSLR로는 꿈꾸기 어려운 속도인 거다. 반사거울이 계속 찰칵찰칵, 열렸다 닫혀야

하는 DSLR의 구조 때문일 텐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덕분에 소니a33의 경우 초당 7매,

소니a55의 경우는 초당 10매까지 연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애니메이션이

움직이듯 사진들을 차르르 넘겨보면서 부드러운 움직임도 만들어낼 수준 아닐까.


그래서 시험해봤다. 아이유가 가장 귀여운 순간이 언제인지, 울 아이유의 '좋은날'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아마 다들 이 순간을 꼽지 않을까? "아이쿠, 하나 둘"

울 아이유가 뒷목잡는 순간, 아무리 뮤직비디오를 되풀이 보아도 늘 아쉽기만 하던 그 

찰나의 기적같은 순간을 초당 7매의 연사로 깨알같이 새겨두고 싶었다.
 
아앙 아이융~* 뒷목 잡을 때 너의 손동작은 이랬던 것이었던 것이구나. 가슴 앞에 다소곳이 모은

두 손으로 슬쩍 쏟아져내린 긴 생머리칼을 넘기듯 올렸다가, 은근히 뒷목으로 향하는 오른손.

고음으로 내달리던 어느 한 지점에서 '아이쿠♡'하며 완연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상체,

그리고 조금씩 찌푸려진 인상마저 한호흡 한호흡 쪼개서 볼 수 있었다. 아아~♡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옷 갈아입는 장면, 아아, 나풀대며 던져지는 옷가지이고파.

울 아이유의 손끝에서 미끄러진 옷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폭신하고 부드러워보이는, 게다가

향기로워보이는 침대를 지나 떨어지고 있었다. 옷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예닐곱번이라도

찍어낼 듯한 기세좋은 카메라로 찍힌 사진이라면 그녀의 향기조차 담길 것만 같다.

흠흠, 초당 7매의 경이로운 연사 성능을 꼭 이런 식으로 시험해 봐야 했는지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렇지만 다들 궁금하지 않았을까. 사실 난 별로 아이유에도 관심없고

벗어던져지는 옷가지에도 관심없으며 '아이쿠'의 저 귀..저 액션에도 별 관심없다는. 흥.




2.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을 한 장에 담다.


사실 인물보다는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지라, 소니a33의 기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파노라마 기능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길과 오른쪽길이

사실은 같은 길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눈덮인 산길 교차로에서 찍은 사진이니까 맨 왼쪽

길과 맨 오른쪽 길은 사실 이어져 있는 한길, 가야할 길과 지나온 길이 한 장에 찍힌 셈이다.

그저 셔터만 누르고 손목만 돌려주면, 알아서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주는 거다.

파노라마로 찍히는 사진들은 확실히 보통 사이즈의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풍경이 전부

담기는 데다가, 상자처럼 접혀있는 공간을 구비구비 평면으로 펼쳐내는 게 재미있다.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돌리다보면 이렇게, 180도가 넘는 회전반경이 전부 찍히는 정도니까

가히 괴물같은 성능이다. 파노라마는 '표준 사이즈'와 '와이드 사이즈'로 나뉘고,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위로던 아래로던 자유로이 세팅해서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는 고작 발끝에서 몇 발짝 앞의 풍경까지밖에 담지 못하고, 멀리 봐야

기껏 나무 끝에서 그치는 풍경이지만 파노라마 기능으로 쏴주면 이런 풍경이 담기는 거다.


워낙 재미있어서 몇 번이나 시도했던 파노라마 사진들, 여차하면 사진 위에서 나무가 거꾸로

꼽혀 있는 모습도 찍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좀 어정쩡하지만 그래도 제법 성공했다. 그외에도

다양한 사이즈로,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해본 사진들은 확실히 일반적인 사이즈의 사진과는

느낌이 다르다.





3. 빛과 어둠, 숙명적인 싸움 끝에 찾아온 화해무드.


마지막으로 약간 편법이다, 싶을 정도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게 해주던 기능 하나만 더.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가 사진은 '빛, 공기, 바람' 이렇게 세 가지로 이뤄진다

이야기했을 만큼 사진에서 빛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정적인 거 같다. (나도 잘 모르지만.)



소니a33은 빛과 그림자가 격렬하게 뒤섞여있어 좀처럼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고 다른 쪽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몇 가지 특출한 기능을 발휘하는 거다. DRO와 HDR. 알아서 적당한

노출로 음영을 조율해주는 게 DRO라면, 한번 셔터로 세장이 내리 찍힌 후에 자연스레 합성되어

최선의 사진을 내놓는 기능이 HDR이라 거칠게나마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건 꼭 노골적으로 불빛이 일렁이는 깜깜한 배경에서만 유용한 건 아니지 싶다. 좀더

여러 상황에서 다뤄봐야 알겠지만, 당장 이런 두 장의 사진만 비교해도 DRO기능이

발휘된 오른쪽 사진이 좀더 화면 구석구석이 섬세하고 부드럽게 표현된 게 보이니까.

아무래도 파노라마 기능이 참 재미있다. 이런저런 식으로 써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식으로는

절대 만들어내지 못할 풍경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 게다가 여태 이렇게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내는 카메라는 없었던 거 같은데, 그저 셔터만 누르고 카메라만 돌려주면 알아서 합성해

주는 거니까 여기저기서 시도해 보게 된다.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제 1강 : 회전형 LCD로 만나는 아크로바틱한 세계)





학습주제 : 회전형 LCD 괴롭히기(상하로 180도, 좌우로 270도 꺽어주기)

준 비 물 :
오늘의 피사체, '천공의 성 라퓨타' 로봇병사

학습목표 : 이 녀석을 앞에 세워두고 파파라치들이 하듯 온갖 자세로 사진을 찍어볼 생각입니다.

자동차나 전봇대 뒤에 숨는 건 기본, 때로 정원수 아래 엎드려 기기도 하고 담벼락 위로 카메라만

올려두고 찍기도 하는, 온갖 아크로바틱한 자세에서도 안정된 사진이 나오는지가 평가 요소겠죠.





평가결과 :

(1) LCD모니터의 회전력

피사체가 어디에 어떤 각도로 서 있던 카메라 렌즈가 그쪽만 향해 있다면 어떤 식으로던 LCD를

회전시켜 피사체와 구도를 확인하고 촬영할 수가 있었네요. 아직 그런 일은 없었지만 누군가를

스토킹하게 된다거나, 용돈이라도 벌겠다며 과속차량, 신호위반차량을 몰래 촬영하여 신고하는

'차파라치'로 좀 뛰어보게 된다고 하면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장비인 것 같습니다.


(2) LCD모니터의 화질 및 성능

카메라를 수평으로 놓으면 함께 수평으로 보이던 모니터 뷰가 수직으로 카메라를 꺾는 순간

함께 수직으로 나타나네요. 아무래도 모니터가 렌즈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인식하고 움직일만큼

똑똑한 거 같아요. 게다가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움직여도 버벅대지 않고 바로 화면으로

보여주는 고화질 모니터의 재빠른 반응 속도에 만족하고 말았습니다.


(3) LCD모니터의 내구

상하로 180도, 좌우로 270도를 회전하다보니 격하게 움직이다가 부러지거나 쉬이 고장나지는

않을까 싶은 우려가 생기는 건 인지상정. 그렇지만 스스로도 걱정스러울 정도로 함부로 다룬지

일주일 째지만 여전히 처음과 같이 적당히 절도있고 단단한 느낌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작' 일주일이라고는 해도 근 이천장을 찍었으니 허술하게 만들어진거라면 LCD모니터가

조금은 처음의 빳빳한 풀기를 잃고 느슨해질 수 있을 텐데, 믿음직하네요.


 

(제 2강 : 회전형 LCD받고, 셀프샷으로 만나는 차마 못봐줄 민폐의 세계)


※ 학습 시작 전, 노약자나 심신허약자, 임산부의 경우 시선을 어서 아웃오브모니터하기 바랍니다.

MB가 최근 대규모 민방위훈련을 한 건 사실 인터넷상 최초공개될 '민폐의 세계'를 두려워해서라는..


학습주제 : 회전형 LCD를 이용해서 셀프샷..찍어보기(심호흡부터 하기)

준 비 물 :
 깨끗이 닦인 얼굴.

학습목표 : 한여름도 아니지만 LCD모니터를 활용해 공포심을 극대화..가 아니라,

모처럼 본인의 얼굴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그나마 카메라에 죄짓지 않는 각도를 연구해봅니다.




LCD 모니터를 위에서 아래로 180도 꺽고, 다시 좌에서 우로 180도 꺽으면 스스로의 얼굴을

보며 사진을 찍게 되는 무시무시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ㄷㄷㄷ 카메라로 슬몃 가려져

있지만 저게 참..여태 셀카 한번 맘먹고 제대로 찍어본 적 없으니 더더욱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구요.

게다가 화면을 넙데데하게 바로 세우던, 아니면 세로로 세워서 위아래로 길쭉하게 세우던 바로

따라오는 LCD 모니터가 얼마나 무섭던지요. 이렇게 수평/수직까지 잡아주는 자이로센서가

작동하니까 카메라를 쥐고 있는 이 공간이 내 방인지 하늘 높은 곳의 비행기 속인지 원.


평가결과 : 이번 '셀프샷' 학습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카메라의 문제 아닌 거 저도 압니다.

셀프샷을 찍기에 더없이 좋은 커다란 3인치짜리 LCD모니터가 렌즈 앞에 놓인 제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으니..사람 대신 기계를 탓할 만큼은 뻔뻔하지 못한 사람이에요, 저.

남은문제 : 왜 카메라 앞에선 웃음 대신 한숨이 나오는 걸까요.





(제 3강 : 회전형 LCD에 스마일셔터를 얹어 비로소 만나는 셀프샷의 세계)



다행인지, 소니a33은 '스마일 셔터' 기능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렌즈에 비친 사람의 얼굴이

웃는다고 인식된 순간 자동으로 셔터가 눌리고 사진이 촬영되는 기능인데요, 그렇다고 이게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김치~' '치즈~' 따위 마구 던지지도 않을 테니 조금

반신반의하며 카메라를 쥐었습니다. 비장한 마음으로다가.

학습주제 : 스마일 셔터 앞에서 방긋 웃기

준 비 물 :
 얼굴 몇 개.

학습목표 : 이 카메라, 소니 a33이 사람을 웃기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셔터가 자동으로

웃음을 검출해서 눌린다니 그래도 조금은 긴장을 덜 타게 되는 거 같습니다. 한껏 입술을 열어

웃음을 지으며 동시에 셔터 누르는 타이밍도 고심해야 하는 평소와 달리, 그저 내키는 대로

분위기 잡고 웃음을 지어보는 것이 이번 학습의 목표입니다. 나머지는 카메라에 맡기도록 하죠.




그렇게 카메라에 모든 걸 맡기는 마음으로 렌즈를 마주했지만, 좀처럼 얼굴을 마주하기가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계속 카메라로 얼굴을 가리다 보니 LCD

왼편에 웃음 정도를 측정하는 바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카메라로 가린 얼굴에서

웃음을 검출하지 못한다는 걸까, 나름 신뢰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마음이 열리면서 표정도 덩달아 풀리기 시작했나 봅니다. 맨 얼굴을 마주하고도 좀처럼

작동할 줄 모르던 '스마일 셔터'가 어느 순간 찰칵찰칵 움직이더니 이내 쉼없이 찍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몇가지 촬영 테크닉이 있다더니 참고함직 하여, 옮겨보아요.


[촬영 테크닉] (from 사용설명서)

1. 앞머리 등이 눈을 덮지 말도록 하십시오. 눈은 가늘게 뜬 상태를 유지하십시오.

2.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리지 마십시오.

3. 얼굴은 가능한 한 카메라 앞을 향하도록 하고 머리를 숙이지 마십시오.

4. 입을 벌린 활짝 웃는 얼굴을 하십시오. 치아가 보이면 스마일을 검출하기 쉬워집니다.





스마일 인식 감도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작은 스마일', '보통 스마일', '큰 스마일'로 구분됩니다.

LCD모니터 왼쪽의 스마일 인식감도 지시등을 보면 작은 스마일은 밑에서부터 두번째 칸만큼만

웃음이 차면 작동하고, 큰 스마일은 밑에서부터 네번째 칸까지 웃음이 차야 작동하네요.

큰 스마일을 작동시키려면 입을 굉장히 크게 벌려 웃거나 오만상을 찌푸리며 웃어야 셔터가

작동하던데, 그렇게 찍힌 사진은...그냥 혼자 보고 조용히 지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돈많은 소니에서야 이렇게 이쁜 모델님을 초빙하셔서 멋진 웃음이 찍힌 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지만 저는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무작정 들이대보기로 했습니다. 스마일 셔터가 강아지 웃음에도

-개들도 때로는 웃지 말입니다!-작동하는지 실험도 해봤고, 커다랗게 옥외광고판 안에서 웃고 있는

서우나 신민아에게도 작동하는지 실험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이 '스마일 셔터'는 생각보다 굉장히

똑똑한 건지 '피와 땀이 흐르는' 사람에게만 작동하더군요.


음...이 사진들은 확인후 10초 이내에 자동폭발할 예정입니다...; (뭐 그래도 좀체 셀카에

적응하지 못했던 여태까지의 사진들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네요..음음. 속으로 혼자선

좋아라 하고 있다는..음음.)


그리고, 친구들과 회사 사람들의 웃음. 소니a33의 '스마일 셔터'를 시험한다며 카메라를 들이대긴

했지만, 다들 활짝 웃고 있는 세계, 밝고 따뜻한 세계가 찍혔어요.




따뜻한 웃음을 보여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두 손으로 받쳐 찍어야 할 만큼 무겁고

크고 사진찍을 때 철컥철컥 소리가 낮지만 분명하게 사방에 번지는 카메라 말이다. 전문용어로

DSLR이라 불리는 이런 본격적인 카메라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이나 들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젠 똑딱이로 셀카를 즐겨찍고 핸드백 안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던 손목이 가늘고 여리여리한 아가씨들도 이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새롭게 시장에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다들 근본적인 한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거다. 고만고만하게 무겁고 커다란, 그렇지만 제각기의 신기능을 강조하는 카메라

무더기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SONY가 고심 끝에 내놓았을 답변은

'DSLT'라는 단어로 응축되는 듯 하다.

DSLR과 DSLT, 그야말로 한 끝 차이의 단어지만 그 안에는 제법 혁신적인 변화가 숨어있다.

기존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가 바디 안에 숨은 반사식 거울을 통해 빛을

반사하고 사진을 찍는 방식이라면, SONY의 알파33/55시리즈는 빛을 반사하는 대신 그대로

투과해내어 사진을 찍는 방식인 거다.

투과, 'Translucent'의 'T'가 DSLT의 그 T인 셈이다. 저 안에 엷게 빛나는 반투명미러

빛이 향하는 형태가 되면서 반사식 거울과 미러를 움직이는 모터 등이 생략되며 그 부피와

무게가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덕분에 초급 DSLR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다양한 고급 기능을

탑재하고도 기존 DSLR에 비해 약 23%나 작아지고 26%나 가벼워졌다고.(SONY 알파550 대비)

구체적인 제원은, 124.4*92*84.7mm, 433g이라고 하니 한손에 들고 다니거나 작은 숄더백에 넣고

다녀도 손목에 무리가 가거나 백모양이 망가지지는 않을 듯. 똑딱이를 갖고 다니자니 조금 성능이

떨어진다 느끼거나, 혹은 DSLR의 그럴듯한 '가오'를 양보할 수 없는 이에게는 딱 한계점에 이를만큼

경량화된 무게, 그리고 소형화된 사이즈 아닐까 싶다.

셔터 버튼 뒤쪽으로 오밀조밀 뭉쳐있는 온갖 버튼들, 당장 카메라 위에 올라있는 몇개

버튼들이 꽤나 흥미롭다. 'D-Range'버튼은 빛과 어둠이 극단적이어서 사진을 찍기가

까탈스러운 공간에서도 자연스런 사진을 도와준다고 한다. 한번 셔터를 누르면 각기

노출이 다르게 세장을 찍어서 최상의 형태로 자동 합성해준다는 건데 과연 어떨지 궁금.

그리고 3인치의 광활한 LCD모니터와 전자식 뷰파인더를 넘나들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Finder/LCD'버튼도 신기하다.

LCD모니터는 거의 백만화소에 가까운 92만화소의 또렷한 화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보다

신기했던 기능은,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앉았을 때 보이는 것처럼 디지털 수평계가 쉼없이

움직이며 사진의 수평과 고도를 잡아주고 있는 자이로센서. 그리고 초당 60프레임의 영상을

전달하는 전자식 뷰파인더는 눈을 가까이 들이대면 자동으로 인식해서 전환되는데, LCD와

마찬가지로 실제 사진과 동일한 시야율100%의 라이브뷰를 보여준다.


더구나 상하로 180도, 좌우로 270도 회전이 가능한 LCD는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의

범위를 한껏 넓혀주었다. 셀카는 기본이고 적절하게 조정된 LCD를 보며 다양한 앵글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다.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각도와 높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사진을 구성해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점인 거 같다. 셀카만 하더라도, 얼굴 인식에 스마일

인식 기능을 합치고 LCD의 라이브뷰로 요리조리 각도를 잡아보면 최상의 작품이 나올 듯.
 
전체적인 버튼 구성은 온통 오른쪽에 몰려있다. 커다란 LCD모니터가 카메라 후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쥔 상태에서 짧막한

엄지손가락과 (여차하면) 둘째손가락으로 편하게 가닿을 수 있는 범위내로 배치하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쓴 결과인 거다. 버튼 배열에 익숙해지고 나니 굉장히 조종하기 편하다.

모드 다이얼도 꽤나 신기한 것 중 하나. 7연사모드와 AUTO+모드, 그리고 길다란 네모꼴

그림으로 형상화된 '파노라마' 모드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초당 7매의 고속연사가 가능하게

된 것은 역시 반투명미러를 채택한 결과 반사식 거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알파33의 상위모델인 알파55는 심지어 초당 10매까지 가능하다고.

게다가 거울이 움직이지 않으니 연사 중간에 까맣게 나가버리는 현상도 없고, 자동으로

포커싱을 계속 맞춰주는 '고속위상차 AF'기능까지 있다고 하니 정말 이건 기대만발이다.


AUTO+모드는 기존의 AUTO모드를 넘어서서 스스로 촬영조건을 인식, 평가하고 자동으로

촬영 조건을 설정해준다는 건데, 아무래도 카메라에 대한 유저의 승부근성을 북돋울 듯.

심지어 필요에 따라 사진을 연속촬영하여 합성하고 추출하기까지 하는 수준이니 여차하면

카메라만도 못한 사진만 찍다가 좌절할지도 모르겠다. 포기하면 편해지겠지만, 굉장히.

여태까지 카메라의 '파노라마' 모드란 건 사실 상당한 수작업을 요했던 거였는데 이건 다르다.

그저 셔터만 누르고 화살표 방향에 따라 좌우상하로 카메라만 부드럽게 움직여주면 되는 거다.

꼭 일직선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이나 죽일놈의 수전증 걱정도 조금 덜어내도 좋을 듯 한게,

내 방안에서 출렁이는 침대 위에 앉아 덜덜 떠는 손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 이정도다.

셔터만 누르고 돌리라더니 정말, 꽤나 매력적인 기능이다. SWEEP PANORAMA 기능

역시 DSLT, 반투명미러를 채용한 덕분에 가능해진 기능이기도 하다. 연사속도가 빨라지고

AF 기능이 강화되면서 카메라 자체적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구성해내기에 이른 거니까.

그렇지만 역시 SONY 알파33의 백미는 AVCHD방식으로 압축저장한다는 Full HD 동영상,

명성높은 SONY의 핸디캠 기술을 이어받아, 카메라에선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라고 한다.

빨간색 무비버튼만 누르면 바로 녹화가 시작된다. 연사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고 정확한

위상차AF가 가능해 움직이는 피사체에 맞춰진 초점을 쉽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제

한번 경마장에 가던 놀이동산을 가던 씽씽 움직이는 사물을 찍어봐야겠다.

카메라를 쥘 때 손에 딱 달라붙어 흔들거리지 않는 그립감이 좋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손바닥이 닿는 곳 전체를 싸고 있는 고무 재질의 찰진 느낌이 카메라를 내 몸과 자연스레

이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SteadyShot' 기능이 바디에 내장되어 손떨림을 방지해주니

흔들림없는 사진을 약속해 주는 셈.

내장 플래시는 꽤나 우뚝 올라선다는 느낌이다. 55-200mm 렌즈를 장착하고 후드까지 끼었는데

저렇게 기린목처럼 쭉 빼내밀고 있어 보이니까 여타 기종에 비해 높기는 한 것 같다.

이전에 쓰던 카메라가 AA배터리를 네 개씩 꼽던 방식이라 배터리에 조금 민감했다. 백장도 채

찍을까 말까 했는데 뚝뚝 방전되는 배터리인지라 신경도 꽤나 쓰였고, 어디 멀리라도 나갈라고

하면 배터리부터 바리바리 챙겨야했으니까. SONY 알파33은 전용 배터리팩인 'infoLITHIUM'을

쓰는데, 카메라 사용환경이나 전력을 반영해서 최선의 출력을 낸다고 한다. 좀더 써봐야알겠지만

한번 충전해서 이삼백장 찍는 건 충분히 가능한 듯. 
 

기자들은 소니의 알파33/55 시리즈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DSLT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소니(대표 이토키 기미히로, www.sony.co.kr)는 새로운 반투명 미러 기술 탑재 DSLT 알파 55 (SLT-A55)와 알파 33 (SLT-A33)의 지난 5일 예약판매와 11일 진행된 현장판매가 성황리에 마감되었다.

알파 NEX의 성공적 런칭으로 올 7월-9월까지 미러리스 시장에서 월평균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1위 입지를 구축한 소니 알파는 이번에 선보이는 알파 33/55 등 보다 강력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렌즈교환식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 글의 첫문장은 이제 조금 의미가 바뀌어 읽혀야 할 것 같다. 너도나도 DSLR 들고 다니는

세상에 신제품이래봐야 거기서 거기 아니냐, 라는 실망감 내지 냉소로부터 이제 DSLR시장의

판도와 문법을 바꿀 새로운 카메라가 나왔다는 환영과 독려의 의미로.

요새 이런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 이 글은 소니 a33 평가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아놔, 카메라가 갑자기 두동강 나서 바닥에 철푸덕. 이제 막 길을 나서서 해장국골목서

한그릇먹고 일어나려다가, 엉덩이가 그대로 붙어버렸다.


#2. 황남빵 한박스 사들고 가끔 꺼내먹으며, 비닐봉다리에 담긴 카메라 두조각 달랑거리며

걷고 있다. 대릉원, 첨성대, 계림, 월성과 안압지를 지나 황룡사지에서 잠시 휴식중.

#3. 걷는 것만큼 확실하고 단단하게 이동하는 방법은 없지 싶다. 내가 감내할 만한 속도로

주위사물들을 하나씩 만지듯 분별하며 뒤로 흘려보내고, 주위 분위기에 흠뻑 젖을만큼

스스로와 풍경을 동화시켜준달까.

#4. 경주 시내를 빠져나와 오릉, 박혁거세니 유리왕이니 소설속 인물같은 이들의 소설같은

무덤을 둘러봤다. 저 언덕들은 참 곱게도 잔디를 입혀놨단 생각만 들 뿐, 죽은 이들이 쉬는

공간에서 느껴져야 할 답답함이나 무거운 공기가 없다. 이천년 가까운 시간이 죽음의

무겁고 퀘퀘한 냄새조차 날려버렸다. (그나저나 안내판엔 온통 한자뿐. 그것도 손글씨.)


#5.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서린 우물이라 신라의 우물, 나정인가. 예수보다 육십년쯤 먼저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가 발견된 우물이 아직 남아있단 게 더 신기. 우물이니 알이니

동정녀니, 섹스(혹은 불륜)를 숨기거나 신성화하려는 전략이란 점에서 예수나 혁거세나

베들레헴이나 경주 나정이나 오십보 백보.


#5. 나정에서 포석정을 지나 삼릉골로 가는 길이다. 포석정 뒷길로 남산을 오를까 하다가

매표소 아줌마에게 추천을 청했더니 역시 삼릉골로 오르는 게 볼 것도 많고 길도 재밌다고.

남산은 당시 신라인들이 부처가 머물고 있다 생각했던 곳이라 했던가. 골짜기마다 잔뜩

조성된 석탑과 석불 따위 불교 유적들이 대단하다. 아마도 사람들은 산에 기대듯 부처에

기댔던 거다. 아니면 부처에 기대듯 산에 기댔는지도.

#6. 삼릉골이란 이름은 골짜기 입구에 세 개의 커다란 릉이 있어서라고 하지만, 막상

언덕만한 왕들의 무덤이래봐야 남산에 의탁하고 나니 그다지 위신이 안 선다. 왕이

자연에 귀의한 느낌이랄까, 산자락에 오체투지의 자세로 늘어붙은 것 같은 젖꼭지 세개.

#7. 워낙 삼릉골을 따라 조성된 탑이니 부처가 많은지라 이름모를 조각들도 뒹굴고 있었다.

그 중 문득 시선을 사로잡던 저 미묘하게 불룩한 위치와 모호한 손놀림.

#8. 선각육존불, 커다란 바위에 선으로 여섯 부처를 그려놓았던 곳이다. 그렇지만 바위

자체의 무늬와 오랜세월 깍이고 다듬어진 자취 때문에 선을 하나하나 식별하기가 이젠

쉽지 않아진 그림판. 군데군데 청동처럼 녹도 슬었다.

#9. 저 바위의 효용은, 그보다는 저 위로 좀더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해바라기했을 때다.

왕릉같이 부드럽지만 위엄있는 선을 그려내는 경주의 산들이 바라보였다.

#10. 돌아나오는 길에 어느 새로 짓는 듯한 전통음식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옥지붕위로

어벙벙하게 웃고 있는 저 표정, 조그만 눈과 헤벌쭉한 입이 그렇지만 굉장히 다정다감했다.

2010년에 다시 그린 경주인, 신라인의 얼굴일지도.


* 경주남산 가이드맵.





'소니 DSLT의 시대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다나와와 소니가 공동주최하는 a33 평가단 이벤트,

무겁고 커다란 DSLR보다 크기나 무게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반투명 미러를 장착해

빠르고 흔들림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등 기능도 탁월하다는 'DSLT'가 어떤지 한 번

직접 사용해보고 평가하고 싶으시다면 도움이 될 듯.

특히 '여행, 음식, 화장, 애완동물, 스탭 등을 즐겨 촬영하는 여성 사용자분들을 우대'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모집 일정 및 미션 주제는 아래에

긁어두었으니 꼭 참고하시길. 모집기간은 금일 24시까지.


* 신청사이트 : http://event.danawa.com/sony_101206



맨프로토 190CXPro3, 옷장 안에 봉인된 삼각대를 대신하다.
맨프로토 324RC2 Joystick Head, 정말 좋은 '손잡이'다..!


비가 슬금슬금 내리던 날씨, 맨프로토Manfrotto의 190CXPRO3 삼각대에 324RC2 Joystick Head를 옆좌석에

태우고 고수부지로 향했다. 카본화이버 튜브에 마그네슘 재질, 중학교 때던가 K-Ba-Ca-Na-Mg..로 나가는

반응속도를 죽어라 외우며 물에 던져진 마그네슘 조각이 폭발하는 실험을 했던 기억이 뜬금없이 떠올랐지만,

다행히도 강변 둔덕위에 다리를 펴고 삼각대를 올릴 즈음 비가 멎었다. (물론 삼각대의 마그네슘 성분이

비 좀 맞는다고 폭발할 리는 없고, 오히려 녹슬지 않으니 악천후와 무관하게 쓸 수 있을 듯.)

삼각대를 써본 게 처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고급형은 다르다. 수평계가 달린 볼 헤드와 유려하게 미끄러져

나오는 삼각대의 다리들 덕에 위치를 잡고 세팅하기가 쉽고 빨랐다. 우선은 살살, 셔터속도를 1/2 sec 정도로

잡고 강 넘어 북쪽의 도시를 찍어보았다. 이런, 망원렌즈를 안 가져왔더니 저 너머 S타워의 모습이 너무 작다.

게다가 한강은 왜 이리도 넓고도 도도하게 흐르는지.

불빛이 반짝반짝할 만한 장소로 바꿨다. 동작대교 위의 구름까페 전망대. 강넘어 아파트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차분하게 반짝반짝, 게다가 육각별 모양의 가로등 불빛이 정말 반짝반짝거리는 동작대교를 지나는

차들의 불빛이 길게 미끄러지기까지. 때마침 지나가는 전철을 잡겠다고 삼각대를 대충 펼치고는 볼 헤드로

순식간에 각을 잡았다. 삼각대도 삼각대지만, 볼헤드 조이스틱 참 편하다는 감탄을 다시금.

조금씩 셔터 속도를 과감하게 늦춰보았다. 왜 그, 자동차 불빛이 길게 이어지면 빨갛고 노란 띠처럼 차도 위를

두르는 사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평소엔 망할 손떨림 때문에 고작 1초도 흔들림없이 버티지 못하는 데다가,

비그친 후 강바람이 세차게 부는 다리 위에서 미미하게나마 흔들리던 싸구려 삼각대의 경험이 있어서 불빛이

마치 너울성 파도처럼 울렁울렁 했던 거다. 셔터속도 6 sec, 빨갛고 노란 불빛띠가 선명하게 감겼다.

셔터속도를 한 15초쯤으로 놓으면 어떨까. 불빛들이 어른어른해지고 아파트니 동작대교의 실루엣이 뭉개지진

않을지 염려스러웠지만 일단 시도. 15초 동안 꼼짝않고 미동조차 없이 카메라를 잡고 있어줘야 할 텐데.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운 정도였다. 한강의 수면이 간유리 표면처럼 보들보들하게 불투명해졌고 차도 위 불빛은

엷게 번져나갔다. (15 sec, F/40.0, ISO-800) 착한 녀석, 토닥토닥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

ISO를 좀더 높여서 다시 시도, 차도 위에 감겼던 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은은한 황금색 불빛으로 하늘까지

물들어버린 느낌, 이 시간을, 이 공간을 뭐라면 좋을까. (15 sec, F/40.0, ISO-3200)

아담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에 대해 일찍이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런 불빛 띠가 반듯이 감기는

사진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의 위력이 꼭 필요하다. 사진 안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눈치챌만한 여지도

남기지 않는 시크한 녀석이지만, 이리저리 휘두르며 들고 다녀도 힘들지 않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흔들림없이,

단단하게 카메라를 잡아줄 수 있는 녀석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선 시장이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하듯, 보이지 않는 '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역시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거다. (3 sec, F/29.0, ISO-3200)



P.S.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진들이 나오고 마는 거다. 모처럼 짬내서 카메라 둘러메고 밖으로 나섰더니 고작

요런 사진들만 우르르 나와서야 대략 난감. 삼각대, 제대로 된 삼각대 없이 찍힌 난감한 사진의 몇 가지 대표적인

예시들을 골라 봤다.

1) 손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치는 이정도. 젊은 시절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굶주린 상태는 아닌지

등등 여러 조건에 따라 손떨림의 정도는 개인 편차가 있을 수 있겠다. 그치만 사진은 공통적으로 어둑어둑하단 사실.

2) 무리해서 찍는다 해도 손톱만한 사이즈로 볼 거 아니라면 시신경에 매우 유해하다. 멍하니 어느 한점을 응시해서

한 삼십초쯤 바라보면 3D로 뭔가가 튀어나올 기세.

3) 도깨비불이 휘날리듯 사방으로 비틀거리는 불빛들의 대향연. 호흡조차 멈춘 채 얼음처럼 굳어 있는다고 애썼지만

불빛은 심장 맥놀이하듯 벌렁벌렁 나뒹굴고 있다.

물론,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흔들어대면 또 나름 멋진(멋지다고 생각되는) 사진이 나오기도 하는 거 같다.

사진으로 생생한 구체를 잡아내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번져나가고 흐느적대며 '미친X 널뛰듯' 일렁이는 추상화를
 
그려낼 거라면, 삼각대의 도움은 필요없이 은지원 만보기 흔들어대듯 카메라 잡고 흔들어대면 되겠다.






세상에 손잡이는 많고, 용도도 다양하다. 아예 본체와 딱 붙어서 고정된 것이 있는가 하면 본체와는 별도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있다. 단순히 물체의 연장으로 뻗어나온 것도 있지만 또 나름의 독자적인 의미와

유용성을 가진 것도 있는 거다.


카메라용 삼각대에 조이스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단 이야기를 얼마전에 처음 들었다는 친구의 첫 반응은

'그거 무슨 수도꼭지 같은 거야?'라는 거였다니 나름 촌철살인의 통찰이었던 셈이다. 맨프로토Manfrotto의 

 324RC2 Joystick Head는 그 하고많은 손잡이 중에서 수도꼭지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손잡이다.

수도꼭지가 전후좌우상하로 자유로이 회전하며 원하는 온도의 물을 원하는 만큼의 세기로 끌어낼 수 있다면,

맨프로토의 조이스틱 볼헤드 역시 전후좌우상하막측 신묘하게 움직이며 원하는 사진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삼각대 자체를 쓰다 보면 부딪히는 난점은 사실 명백하다. 삼각대를 위치시킬 바닥이 판판한 수평을 유지한

맨질맨질 수평바닥이란 법은 없다는 거다. 아무리 다리 세 개를 이리저리 비틀어대도 평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삼각대 다리를 미세하게 조정해 보아도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는 삼각대의 수평을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삼각대 자체의 수평계가 제 역할을 해서 조금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부들부들

끓는 라면에 빠뜨린 달걀 노른자처럼 출렁이는 수평계의 수평을 잡기란 역시 적잖은 시간과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생긴 게 아닐까, 살짝 추측해 본다. 삼각대에 덧붙이는 조이스틱, 카메라를 손쉽고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삼각대와는 별개로 수평을 다시 잡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삼각대에 더해져 함께 휴대되어야 하니 무게가 최대한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말하자면, 좋은 손잡이로서 '조이스틱 헤드'가 가져야 할 장점은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삼각대 위에 장착한 조이스틱 헤드, 조금은 부담스럽게 큰 거 같기도 하지만, 손에 꽉 감기는 조이스틱의 그립감이

너무 좋다. 쥐고 조종하기에 적당한 굵기와 길이, 그리고 손으로 쥐기에 딱 알맞는 인체공학적 형상과 고무로

마감된 오톨도톨한 외장재까지 깔끔하다. 왼손잡이용으로도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지만 난 오른손잡이, 딱히

왼손을 지금부터 써서 오른뇌를 더 계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패스.

손에 감기는 그립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아이를 얼마나 부드럽고 섬세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

삼각대와 조이스틱 사이를 단단히 잇고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볼은 거의 저항감없이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아예 카메라를 수평으로, 수직으로 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아주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도 스르륵.

조이스틱 뒤를 보면 이렇게 조그마한 다이얼이 숨어 있었다. 뭔가 해서 이리저리 돌려보니 그 스테인레스 볼의

뻑뻑함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 최대한 풀었을 때는 아무런 저항감조차 없이 미끈하던 움직임이, 최대한 조이고 나니

많이 뻑뻑해졌다. 뻑뻑하다기보다는 조이스틱을 움직일 때 좀더 힘을 가해야 하는 정도..? 최대한 푼 상태와

최대한 조인 상태의 어느 중간쯤에서 쓰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 조정하면 될 것 같다. 나야 최대한 풀어서

미끌미끌하다 싶도록 부드러운 상태가 좋고.

삼각대가 어느 지형에 얼마나 삐뚤게 놓였던, 조이스틱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카메라를 장착할 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평계로 손쉽게 수평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출사를 나가서도 삼각대의 수평에

연연하지 않고 조이스틱으로 쉽게 조정하고 고정시키면 되었으니,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바쁜 타이밍에도

번거롭지 않고 정말 편했다.

2010년 올해 5월에 나온 신상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기존 조이스틱 헤드들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했을 거라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말 맨프로토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구형의 조이스틱들에 비해 디자인부터 다르다.

무게는 고작 430그램. 삼각대에 항시 부착시켜 두고 들고 다녀도 딱히 무리가 없을 무게고, 실제로 늘 그런 식으로

휴대하고 다녔지만 딱히 조이스틱 때문에 더 무겁다거나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서, 내 맘대로 생각하는 조이스틱 헤드의 세가지 덕목을 여유있게 충족시킨다 싶어 대만족.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삼각대 : 삼각형 형태로 버티고 선 세다리 위에 카메라를 단단히 얹어놓고 사진 찍는 도구.
(출처 : 내 머릿속 단어사전)


내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삼각대란 그런 거였다. DSLR을 지르곤 사방으로 카메라를 둘러메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둑어둑한 풍경을 찍어야 할 일도 생기고, 저주받은 손모가지의 부들거림을 의식하게 되고, 무거운 카메라를

거꾸로 쥐고 주야장창 셀카만 찍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삼각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쓰는 언론사 사진기자 같은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Q. 카메라 삼각대 뭐가 싸고 좋은가요.
A. 얼마 정도 예산을 잡고 있니.
Q. 5만원이요.
A. 헉... 
Q. (눈치를 보며) 그럼 한 10만원 이내...?
A. 됐고, 맨프로토를 사. 싸구려 사놓고 카메라 버리지 말고.
Q, 얼만데요?
A. 대충 삼십 정도면 좋은 거 산다.

이해할 수 없었다. 까짓것 급하면 돌멩이도 괴어놓고 사진찍는 판에, 삼각대가 뭐라고 몇십만원이나 줘야 하나.

그렇게 한 번 싸구려 삼각대를 샀고, 무겁고 뻑뻑한 그 녀석은 컴컴한 옷장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맨프로토 삼각대를 다시 샀다. 나는 소장용이 아닌, 전천후로 어디던 들고 다닐 삼각대가 필요했다.

맨프로토, 이탈리아의 'Manfrotto'가문의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전문가용 삼각대 브랜드였고, 카메라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알고 보니) 거의 삼각대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였던 거다.

맨프로토 홈페이지에서 들고 온 나의 삼각대, 190CXPRO3의 이미지다. 옷장 안의 삼각대에 비기자면, 뭔가

최소한의 뼈와 가죽만 남긴 채 앙상하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왠지 강인해보여서 별로 가벼울 거 같진 않다는

첫인상이었다.

집에 도착한 녀석을 뜯자마자 해본 건, 아령처럼 두 손에 쥐고 올렸다 내렸다, 가볍다 싶어서 다시 한손으로

쥐고 올렸다 내렸다 해보았다. 꽤나 가볍다. 사람이 올라서는 저울 위에 올렸더니 1kg에서 2kg 사이에 걸쳤고,

다시 주방용 저울에 올렸더니 한바퀴 돌아 1kg를 넘어 150g 정도에서 멈춘다.


가볍다. 이정도 무게면 계속 손에 들고 다녀도 돌아다니기에 전혀 무리가 없겠고, 가방에 넣어 어깨에 매고

다니면 거의 티도 안 날 수준이지 싶다.

삼각대를 본격적으로 훑어보기로 했다. 원래 다리 달린 동물들을 고를 때는 발굽의 상태부터, 밑에서부터 홅어

올라오며 보는 법이라 했던가. 야무지게 끼워진 고무재질의 발굽이다. 너무 말랑해서 금방 닳아버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너무 단단하고 딱딱해서 쉽게 미끄러질 것 같지도 않은 딱 알맞은 감촉.

무려 4단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미끈한 다리다. 플라스틱으로 성형된 조임새나 손잡이 등 부속들의 매무새가

말끔하다. 마무리가 거칠거나 어설퍼보이는 것들은 조금만 험하게 쓰면 금가거나 떨어져나갈 듯 불안한데,

반질거리는 부품들이 믿음직하다.

손가락이 딱 밀착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진 레버는,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조정이 쉬웠다.

그리고 레버를 올려 다리를 늘이거나 줄일 때 전혀 저항감이 없이 스르륵 뻗어나오는 느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올렸다가 내렸다가 반복했지만, 한결같이 미끈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캬아..

밭끝에서 한참을 머물며 만져보고 늘여보고 줄여보고, 한껏 애정해주다가 못내 아쉬워하며 조금 시선을

위로 옮겼다. 두 개의 마크가 붙어 있었다.


마그네슘이 사용되었음을 알리는 표지 하나. 강하고, 견고하며 가볍기까지 해서 무게를 줄이는데 맞춤인

마그네슘으로 삼각대의 중앙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100퍼센트 카본화이버 튜브가 쓰였음을

나타내는 빨간 색 표지도 있다. 카본 화이버, 탄소 섬유가 질기고 견고하며 가볍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

발끝에서부터 샅샅이 시선을 훑고 손으로 쓰다듬으며 감탄하다보니 왠지 스스로 조금 묘하다는 기분이 들 무렵,

마치 아리땁고 정숙한 아가씨의 종아리에서 예기치 못한 뜨거운 타투를 발견한 것 같은 순간이다. 

메이드 인 이태리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맨프로토의 로고.

그녀의-어느 순간 나의 맨프로토 삼각대는 '그녀'가 되어 버렸다-미끈한 각선미, 그리고 아마도 카본 튜브의

텍스춰가 그대로 드러나 보여지는 저 배열은 있는 그대로 이뻐 보인다.

팔씨름을 할 때, 사실 승부는 서로 손을 잡으면서 결정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저 손만 잡았을 뿐인데 상대의

완력과 단단함이 느껴지는 거다. 맨프로토 삼각대의 다리를 만져봤을 때의 느낌도 마찬가지.

다소 선뜻하면서도 단단하고 강인한 체력과 내구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다리를 쭉 거슬러 올라와, 어느덧 가슴께까지 올라왔다. 세워놓고 한 방, 눕혀놓고 한 방.

은색의 레버는 삼각대의 각도를 조절하는 데 쓰인다. 25도, 46도, 66도, 89도 총 네 가지의 각도로 조절이 가능.

각도를 조절할 때도 뭔가 걸리는 느낌없이 부드럽고 무리없이 잘 펴지고 접히고, 조작하기가 참 수월하다.

드디어 상단부, 고지에 올라섰다.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진 마그네슘 상단부의 매무새가 깔끔하다. 모양새를

보니 단단하게 카메라를 지지하기 위한 최소 부위만 남기려 애쓴 흔적이 보인달까.

그리고 말로만 듣던 수평계가 장착된 삼각대, 이전 삼각대는 수평계도 없고 뻑뻑한 움직임 탓에 수평을 잡고

사진을 찍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수평계가 있으면 카메라의 수평을 잡는데 편리할 듯 싶다. 얼른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수직으로 위치를 전환했을 때의 모습이다. 버튼만 누른 채 센터컬럼을 움직이면 쉽게 수평과 수직의 위치를

전환할 수 있다. 간편한 조작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일체형으로 만들어두면 자칫 조임이 헐겁거나

덜렁거리진 않을까, 묵직한 카메라까지 얹어놓으면 흔들리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워서 일부러 다소 난폭하게

움직여보기도 하고 잡아당겨보기도 했다.


아무리 거칠게 다뤄보아도 수평이던 수직이던 위치가 잡히고 나면 미동도 않고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삼각 다리와 센터컬럼이 마치 한몸인 양, 그렇게 믿음직하게 버티고 서 있는 모습에 끝내 감탄하고 말았다.
 

아, 삼각대 무게는 1.29kg이랜다. 왜 우리집 저울로는 1.15가 나왔을까 싶어 다시 살펴보니, 주방용 저울의

측정가능한 맥시멈 무게가 1.15였다는, 다소 멋쩍은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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