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손잡이는 많고, 용도도 다양하다. 아예 본체와 딱 붙어서 고정된 것이 있는가 하면 본체와는 별도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있다. 단순히 물체의 연장으로 뻗어나온 것도 있지만 또 나름의 독자적인 의미와

유용성을 가진 것도 있는 거다.


카메라용 삼각대에 조이스틱이 옵션으로 붙을 수 있단 이야기를 얼마전에 처음 들었다는 친구의 첫 반응은

'그거 무슨 수도꼭지 같은 거야?'라는 거였다니 나름 촌철살인의 통찰이었던 셈이다. 맨프로토Manfrotto의 

 324RC2 Joystick Head는 그 하고많은 손잡이 중에서 수도꼭지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손잡이다.

수도꼭지가 전후좌우상하로 자유로이 회전하며 원하는 온도의 물을 원하는 만큼의 세기로 끌어낼 수 있다면,

맨프로토의 조이스틱 볼헤드 역시 전후좌우상하막측 신묘하게 움직이며 원하는 사진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삼각대 자체를 쓰다 보면 부딪히는 난점은 사실 명백하다. 삼각대를 위치시킬 바닥이 판판한 수평을 유지한

맨질맨질 수평바닥이란 법은 없다는 거다. 아무리 다리 세 개를 이리저리 비틀어대도 평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삼각대 다리를 미세하게 조정해 보아도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는 삼각대의 수평을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삼각대 자체의 수평계가 제 역할을 해서 조금은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부들부들

끓는 라면에 빠뜨린 달걀 노른자처럼 출렁이는 수평계의 수평을 잡기란 역시 적잖은 시간과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생긴 게 아닐까, 살짝 추측해 본다. 삼각대에 덧붙이는 조이스틱, 카메라를 손쉽고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삼각대와는 별개로 수평을 다시 잡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삼각대에 더해져 함께 휴대되어야 하니 무게가 최대한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말하자면, 좋은 손잡이로서 '조이스틱 헤드'가 가져야 할 장점은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삼각대 위에 장착한 조이스틱 헤드, 조금은 부담스럽게 큰 거 같기도 하지만, 손에 꽉 감기는 조이스틱의 그립감이

너무 좋다. 쥐고 조종하기에 적당한 굵기와 길이, 그리고 손으로 쥐기에 딱 알맞는 인체공학적 형상과 고무로

마감된 오톨도톨한 외장재까지 깔끔하다. 왼손잡이용으로도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지만 난 오른손잡이, 딱히

왼손을 지금부터 써서 오른뇌를 더 계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패스.

손에 감기는 그립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아이를 얼마나 부드럽고 섬세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

삼각대와 조이스틱 사이를 단단히 잇고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볼은 거의 저항감없이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아예 카메라를 수평으로, 수직으로 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아주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도 스르륵.

조이스틱 뒤를 보면 이렇게 조그마한 다이얼이 숨어 있었다. 뭔가 해서 이리저리 돌려보니 그 스테인레스 볼의

뻑뻑함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 최대한 풀었을 때는 아무런 저항감조차 없이 미끈하던 움직임이, 최대한 조이고 나니

많이 뻑뻑해졌다. 뻑뻑하다기보다는 조이스틱을 움직일 때 좀더 힘을 가해야 하는 정도..? 최대한 푼 상태와

최대한 조인 상태의 어느 중간쯤에서 쓰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 조정하면 될 것 같다. 나야 최대한 풀어서

미끌미끌하다 싶도록 부드러운 상태가 좋고.

삼각대가 어느 지형에 얼마나 삐뚤게 놓였던, 조이스틱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카메라를 장착할 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수평계로 손쉽게 수평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 출사를 나가서도 삼각대의 수평에

연연하지 않고 조이스틱으로 쉽게 조정하고 고정시키면 되었으니,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바쁜 타이밍에도

번거롭지 않고 정말 편했다.

2010년 올해 5월에 나온 신상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기존 조이스틱 헤드들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했을 거라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말 맨프로토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구형의 조이스틱들에 비해 디자인부터 다르다.

무게는 고작 430그램. 삼각대에 항시 부착시켜 두고 들고 다녀도 딱히 무리가 없을 무게고, 실제로 늘 그런 식으로

휴대하고 다녔지만 딱히 조이스틱 때문에 더 무겁다거나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서, 내 맘대로 생각하는 조이스틱 헤드의 세가지 덕목을 여유있게 충족시킨다 싶어 대만족.

1) 손쉽고 간편한 미세조정

2) 수월한 수평측정

3) 가볍고 견고한 내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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