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스카이웨이의 낮풍경. 아무래도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특히나 많이

눈에 띄는 거 같고, 지대가 높아 바람이 시원하긴 하지만 며늘아가를 내보낸다는 가을볕이 아직 뜨거워서

그늘 밑으로 자꾸 숨고 싶어지는 날씨다.

남녀의 커플보다는 남남녀, 남녀녀, 녀녀녀 등의 친구모드 조합이 많이 보이는 것도 낮시간대의 특징이랄까.

일본이나 중국의 단체관광객도 많고 배낭을 둘러멘 서양의 여행객들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오백원을 넣으면 작동하는 '통일전망대'류의 망원경과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뒷통수 사이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의외로 이쪽 방면의 서울엔 고층건물이 많지 않은 듯, 작고 아담한 주택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리고 밤. 뭔가 별빛바다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은빛 부스럭지가 달라붙은 까만 먹장빛 커튼.

둘둘, 바싹 붙어서서는 뭘 저리도 몰두하고 있는 건지.

팔각정 위에 올라서 바라보는 서울이란 도시의 분위기도 확 바뀌고 말았지만, 이 곳 자체도 분위기가

좀더 달달해졌다. 주홍빛 백열전구 덕분인지 아니면 곳곳에서 이인삼각 중인 커플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커플이 벤치에 다정하게 붙어앉아 있었는데, 그 옆에 나란히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눈길을 잡았다.

스트로우 놓인 위치나 각도도 똑같이 주차되어 있던 두 잔의 커피, 그 옆에 앉은 커플만큼이나 은근하면서도

다정함이 느껴지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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