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여 묵었던 친구녀석의 아파트 건물에 있던 빈티스 느낌 가득한 엘레베이터. 이중문으로 되어 있어

바깥문을 먼저 열고 안의 문을 열어야 엘레베이터에 탈 수 있고, 두개 문을 모두 닫아야 작동되는 형태.

마지막으로 돌아본 녀석의 집. 아침에 나와선 뒤도 안 돌아보고 멀어졌다가, 밤이 깊어 어둑해져서야 더듬대며

돌아왔으니, 이렇게 밝은 시간에 제대로 마주보는 것도 처음이다. 그치?

튈를리 정원 근처의 풍물시장이 있단 이야기를 들었는지라, 살짝 돌아보고 구경이나 할 셈으로.

터헛. 장화신은 고양이 3종세트가 저런 슈렉고양이스런 눈빛을 하고 내게 걸어오는 듯한 환상은 뭐지. 아..

저 애절하면서도 도도하고,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한 눈빛. 냐옹.

마침 고양이 인형 샵도 옆에 있어주시고, 냉큼 들어가서 할딱할딱대며 온갖 고양이들을 원없이 구경하다가

눈에 딱 들어온 저 녀석. 저 아이, 딱 보면 갖고 싶어지지 않나효.

고양이 말고도 이런 아리따운 자태의 소녀들과 요정들도 잔뜩 귀엽긴 했지만, 고냥이보단 못해, 라고 멋대로

생각하고는 더이상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고양이에 대한 절개..랄까.

암튼, 내가 샀던 건 요녀석들, 발을 늘어뜨리고 새근대며 잠들어 있는 모습이라니. 꺄아.

공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점심, 샹젤리제를 걷다가 역시나 발이 땡겼던 곳은 뽕드뺑. 뽈을 가줄까 하다가

그럴듯한 야외 테이블에 빈 자리가 없어서 여기로 와서 간단히 빵과 에스프레소로 요기.

왠지 파리지앵들은 휴가 마지막날 공항으로 가기 직전의 여행자보다도 여유로워 보였다. 휴가를 위해 일한다는

그들, 나도 그렇긴 하지만 그들은 조건부터가 다르다. 일년에 4주 휴가는 보통, 6주에서 8주 휴가도 전혀 드물지

않다는 삶의 질을 누리는 그들.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안다, 그건 축복이 아니라 싸워서 쟁취한 '상식'이다.)

거리 공연이 늘 벌어지던 지하철 역사 내 그 장소, 어김없이 어느 아티스트의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고 행인들은

적잖이 발걸음 멈추고 구경중이었다. 파리의 마지막 이미지.




연극의 오프닝은 늘 그렇듯 상콤한 분위기 띄우기 용의 멘트와 선물공세.

느닷없이 이 연극의 장르를 묻는 진행자의 공세적 삿대질 앞에 쫄아버린 사람들은 주섬주섬, 멜로니

블랙코미디니 주워섬겼지만 정답은 그리 쉽지 않았다. "본격휴머니즘느와르액션블랙코미디".


연극에 대해서는 왠지, 시덥잖은 킬링타임용 영화를 볼 때보다 더욱 엄격하게 보게 된다. 아무래도 눈앞에서

직접 배우들의 연극을 보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또 아무래도 영화보다 연극이 대개 비싸고 접근하기

쉽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맘에 딱 드는 연극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킬러가 왔다는 연극은 킬러 대신 사기꾼과 취업준비생과 캥거루처럼 아이를 안고 키우는 부모와

느닷없이 진지한 체대생들만 나왔다. 몇몇 반짝이는 대사와 은유들, 그리고 꽤나 빵터지게 재미있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역시나 뒤로 갈수록 모종의 교훈으로 치닫겠다는 의도가 적나라해지면서 겸연쩍어지고 말았다.


그쯤에서부터 관객들의 반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그 전에는 포인트를 짚어가며 웃음을 준비하고

터뜨리던 관객들이, 어느 순간 혼란에 빠져버린 거다. 배우가 진지한 대사를 칠 때 관객1은 빵터지게 웃어버리고

관객2는 옆사람에게 상황을 물어보며 관객3은 몰입해보려 애쓰고 있다. 아마도 대본의 문제, 배우들은 충분히

연기도 잘하고 임기응변도 능란했다.


연극들이 '기승전결'이란 프레임에 넘 얽매여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깨알같은 웃음을 점점이 박아놓고

첨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가볍게 갈 수는 없는지. 굳이 블랙코미디라고 비장해지거나 무리하게 메시지를 심거나

혹은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겠다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우려다가 삑사리 내기보다, 조금은 힘빼고 끝까지

가볍게 가는 연극, 굳이 클라이막스 억지로 안 만들고 가는 건 어떨지 모르겠다.


물론, 진지하다고 재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반대로 재미있기 위해 진지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연극이 되었던 영화가 되었던, 잘 나가던 극의 흐름을 요리조리 잘 꺽어가며 폭소와 반전과 감동을 만드는 건

굉장히 잘 짜인 대본이 필요할 거란 사실. 그저 답습하듯, 관성처럼 적당히 웃기게 시작해서 점증하는 갈등속에

문득 정신차려보면 배우가 울부짖거나 포효하는 클라이막스란 건 좀 그렇다.








#1. 어어, 평소와 다르다는 건 뭔가가 위험하다는 거다. 어어, 한달이나 전에 봤던 연극을 이제야 포스팅하는 건

뭔가 평소와 다르다는 거다. 어어, 여긴 내가 평소 지내던 방이 아니다. 침대가 아니다. 어어, 위험하다위험하다.

그의 어정쩡하고 위태로운 말투를 그저 보아 넘길 수 있던 건, 일종의 계단 효과. 그대는 나보다 한계단 밑에,

나는 그대보다 한계단 위에 서있다는 충만한 자의식.


#2. 아무런 기대없이 느꼈던 변곡선, 급 행복에서 급 슬픔으로 치닫는 배우들의 변곡선은 그래도 봐줄만 했다.

꼼꼼하게 따지고 개연성이 있네 없네, 따위 공자연한 말씀이야 멀리 떨어진 관객의 입장에선 맘껏 씨부릴 수

있다지만, 정작 자신이 무대 위에 올라 표출하게 되면 도무지 뭐하나 '인과관계', '설득력' 따위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는 거다. 더구나 무대 위에서 자신은 자기 자신에 벌거벗겨진 셈인 거다.


#3. 교훈...이라고 하자면, 연극 보러 가서 무대 사진 찍으면 어디선가 누군가 나타나 정중하고도 단호한

제재를 가할 거라는 사실, 그리고 '레이먼'과 '레인맨'의 미묘한 차이와 유사성 만큼이나 애매모호한 것들로

우리는 더러 환상적인 공감대를 느끼고 혹은 죽일 듯한 악의를 느끼게 된다는 것.

오랜만에 덕수궁미술관, 생각해보면 여긴 뭔가 내가 머릿속이 복잡할 때마다 덜렁 카메라 둘러메고 떠나는 곳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뭘 하는지도 모르고 갔는데, "달은 가장 오래된 시계다"라는, 덕수궁미술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고 있었다.

미술관 앞, 몇 개의 부처상들이 놓여있었다. 심상히 여기고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미술관 내부에 전시된

작품들의 연장선상에서 배치된 것들이었다. 작품의 컨셉, 이번 전시의 컨셉은 말하자면,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눈에 보이도록 가시화하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지. 그리고 그 아연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어떤 공력을 기울이고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는지. 그걸 보여주려는 전시였달까.


그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게 이 조각상들..이었지 싶다.

덕수궁 미술관을 가는 길엔 산책삼아 한바퀴 돌아보는 덕수궁, 늘 그렇듯 낯익은 듯 하면서도 새로운 구도와

모습들이 드러난다. 내가 방문하는 시간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피사체는 사라지고 배경만 남아버린 이런 풍경.

"달은 가장 오래된 시계다"라는 전시 제목은, 실은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라는 백남준의 작품 제목을

따서 지은 거라 한다. 전시회를 한바퀴 둘러보다가 운좋게 만난 도슨트의 설명이 그랬다. 굉장히 로맨틱하고

그럴듯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백남준의 원제가 더욱 그럴듯하지 않은가 싶었다. 우리가 둥그렇게 생긴

아날로그, 디지털 시계를 내려다보기 전에는 달을 바라보며 시간을 어림잡았을 테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밤하늘에 뜬 달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상념을 잠겼을 거다. 그야말로 태곳적의 텔레비전.

내가 전시를 돌아보는 방식은, 언젠가 말한 적이 있지만, 그런 식이다. 우선 한바퀴 훌쩍 돌아보고 나선 맘에

폭폭 꽂혔던 것들 위주로 다시 한번 돌아보기. 요새는 워낙 도슨트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서 처음 한 바퀴는

으레 도슨트를 따라 돌며 기본적인 배경지식과 관점을 참고하게 된다.

그냥, 전시를 죽 돌아보고 나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삼스럽게도. 역시 시간은 흐르는구나. 시간은 흐르고,

어찌 되돌이키거나 붙잡거나 고여있을 수 없는 순간들이 지나고, '강이 흐르듯' '시간이 차고 기울고 다시 차듯'

어쩔 수 없는 상처들은 덮거나 지우고  다시 흐르는구나. 나도 흘러야겠구나. 그런.

이 작품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비누로 만들어진 이 조각상은, 삽시간에 '나이'를 먹는다. 야외에 설치되어

빗물에 씻기고 바람에 씻기고 아이들의 손이 타 금세 지저분하게 녹아내리고 심지어는 갈라지는 조각상.

건물마다, 예술작품마다 제각기의 '수명'이랄까 '나이'가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게 아마 도심속의 덕수궁

미술관에 들어설 때 느끼는 이질감의 정체겠지만, 씬삥의 콘크리트 건물이 뿜어내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훨씬 긴 호흡의 뭔가를 이전 시대의 건축물이나 예술품에서 느끼는 거다. 그 차이. 그걸 응축해서 보여주는

게 이 비누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아닐지.

다른 작품들은 모두 이미 제작된 작품들을 섭외한 거지만 이 아이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다시 제작된

것들이라 했다. 이전 전시에서는 이런 아이들이 화장실 세면대 옆에 설치되었다던가. 손을 씻고 이 아이들을

문대면서 자연스레 씻겨나가고 지워지는 효과를 의도한 거라 했었다. 멋지다.

덕수궁 내에는 시간의 흐름을 잡아내는 또다른 도구가 있으니, 바로 자격루다. 덩어리 덩어리 분절된 게

아니라 그야말로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하는 적절한 수단은 액체, 물이었을 거다. 그러고 보면 전시된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 가슴을 울렸었다. liquified agony. 에라 모르겠다. 씻겨나가겠지, 라는 식의 제목.



* 도슨트 말로는, 5월 초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를 위해 덕수궁 미술관 앞에 설치된 저 비누 조각상들이

불과 한달만에 저렇게 쩍쩍 갈라지고 허옇게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아마 전시가 끝나기 전에

녹아내려버릴지도 모르겠다 했다. 장마철이 다가오고, 유난히 비가 많을 거라는 이번 여름을 생각하면

정말 그럴 거 같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관람료는 덕수궁 입장료 포함 5,000원. 성인 기준이다.





중국관은 다른 국가관들에 비해 높이가 두배나 높을 뿐 아니라 위치 상으로도 엑스포장 내의 최중심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게다가 건물 모양 자체가 위로 향할수록 넓어지는 커다란 역사다리꼴이니, 마치 주렁주렁한

장식이 달린 황제의 관을 쓴 중국의 천자가 세계를 굽어보는 격이다.

중국관의 외벽을 두르고 있는 문양도 특이하다. 뭔가 왕조의 문양이랄까, 기하학적인 무늬가 돋을새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대기시간 90분임을 알리는 중국관 입구. 아무래도 중국 사람들은 중국관에 가장

관심이 많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인지상정.

커다란 관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던, 하늘로 퍼져나가는 형태의 골격은 끝에 옥새의 도장밥모냥 문양이 음각된

여러 개의 기둥이 서로 얼기설기 지탱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관 드디어 입장, 천장에 빨간 무늬가 이리저리 휘감기고 있었고, 기둥에도 꿈틀꿈틀 붉은 빛이 용틀임중.

중국관 1층은 중국 내 각 성들의 연합전시관이었다. 오각형 형태의 공간이었다는 건 행사장 도면을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전시관 내로 들어서니 드글드글한 관람객들, 대부분이 중국사람이라 온통 중국말 뿐이다. 웅성웅성, 천장까지

튀어올랐다가 귓바퀴로 파고드는 리드미컬하고 커다란 중국어 소리.

각 성에서는 제각기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많이 본 듯한 선녀옷과 머리모양을 하고 이쁘게

치장한 아가씨들은 꼭 한 명씩 있었고, 나름의 고유한 음악이나 예술작품을 보여주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부스 모양 자체도 각 성의 특징이나 컨셉에 따라 꽤나 참신한 것도 있었고, 혹은 아주아주 화려한 것도 있었고.

종이공예를 선보이신 분은 심지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앞엣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위질을 멈추질

않았다. 가위 끝으로 호랑이 눈알을 파고 발톱을 일으켜세우는 솜씨가 대단했다는.

팬더가 유명한 사천 지역이던가, 아예 산등성이를 옮겨와 팬더와 원숭이와 새에게 사이좋게 자리를 마련했다.

사방에서 질 수 없다는 듯 한껏 치장한 중국 각 성의 부스들에, 관람객들은 이리저리 물풀처럼 흔들리며

휘둘리고 있었다. 중국이란 이름 아래 묶였던 각 성의 고유한 색깔, 유전자, 문화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어느 성이었더라.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한 누각 안에 들어선 기분을 맛보게 하던 곳.

신장-위구르 지역은 중국 지도부가 분리독립 움직임을 늘 경계하며 주시하는 곳이다. 부스 이름에서부터

아랍어가 꼬물꼬물하는 게 역시 많이 이질적인 느낌을 풍긴다.

신장성이었던 거 같다. 이 아가씨들의 터키스럽달까 아랍스러운 의상과 외모를 마주쳤던 건 역시나.

잠시 그녀의 우아하고도 발랄한 턴을 바라봐주고, '중국'이란 나라 밑에 숨어있는 수많은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집단들, 개인들을 떠올렸다.

이 분도 참 풋풋한 분위기를 풍기셨다.

이 분들의 춤은 왠지 스스로의 목을 꺽어버리려는 듯한 손놀림으로 한동안 일관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었지만, 어쩐지 북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경직되고 작위적인 웃음이 더욱 마음을 격탕시켰다.

내 팔뚝에 근육 점 보이소. 으이?

마무리는 항상 화창하게. 노란 꽃밭을 배경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국립극장, 어제부터 제3회 아랍문화축전이 시작했다. 개막식 행사 때 참석해야 '밥은 먹고 다닐' 수 있어서,

개막공연을 보러 갔다. 총 나흘동안 열리는 문화축전에, 이라크, 레바논, 쿠웨이트, 리비아 이렇게 네 개

국가의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낯선 나라들의 문화공연이지만 나름 그들의 나라 국가대표로 오는 사람들,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공연단이 내방한 거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에 세워진 천막-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랍에서

귀한 손님들을 맞을 때 쓰는 그 천막과 생김새가 닮았다-에서 각종 전통음식도 팔고, 전통의상이나 공예품도

전시해두고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켠에선 헤나 체험도 벌이고 있었는데, 어깨에서 다섯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헤나를 하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리비아의 전통 가무. 끊임없이 높고 흥청대는 콧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렬한 추임새가 중간중간 박자를

끊고 들어왔다. 그리고 마치 칼춤을 추듯, 기묘한 스텝을 밟으며 사방을 자유로이 종횡하는 아저씨와 아줌마들.




공연 실황, 아이폰으로 찍은 거라 그다지 화질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뭐...쓸 만하지 않나 싶다.

수피 댄스랑 비슷하게 계속 빙글빙글 도는 거 같으면서 또 많이 다르다. 결혼식 때 축하 댄스,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댄스, 소녀들이 즐긴다는 댄스, 등등 여러가지 컨셉의 댄스를 보여줬지만 글쎄..스텝이 미묘하게

다르고 음악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살짝 다르긴 한데, 까막눈이라 민감하게 짚어내진 못했다.

빙글빙글 도는 그들의 댄스와 휘영청 꺽이고 뒤집어지는 피리 소리를 한 시간 들었더니 몽롱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은근 단순한 거 같으면서도 몸을 까딱까딱 박자맞추게 만드는 마력도 있는 거 같고, 괜춘하다.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조금씩 그들이 관객석에 들이대기 시작했다. 관객 코 앞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하더니

이내 손목을 잡고 한명씩 무대로 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VIP로 초청받은 외교부 차관이니 G20준비위원장도

손에 태극기와 리비아 국기를 들고 무대에 나와 같이 들썩거렸다.

기대 이상으로 꽤나 재미있고 흥미롭던 공연이었다. 내일모레까지 계속 이런 낯선 아랍 국가들의 전통 공연과

음식,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으니 한번 가 볼만 할 거 같다. 더구나 남산에 인접한 국립극장,

그렇게 공기가 좋고 다른 분위기의 서울을 만나리란 것도 미처 몰랐다.



덧댐. 그러고 보니 거기에서 삼천원에 팔던 꾸스꾸스도, 한국에서 맛봤던 것 치고는 꽤나 괜찮았다. 강추~*




홍대 상상극장에서 있었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스탠딩공연.

그를 처음 알았던 건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 '매일 낮 점심시간 둘이 만나 쿵덕쿵 그짓거리' 따위

가사가 난무하는 "스끼다시 내인생"을 통해서였다. 마치 예전에 "짬뽕"이란 노래로 황신혜밴드를 알아갔던

것처럼 그렇게 좋아라~* 모드가 발동한 건 불과 몇 달 전.
 

그의 발랄하면서 믿음직한 목소리, 속시원하고 유쾌한 가사, 그런 것들에 꽂혀있던 차에 공연에 가서는

더욱 멋진 노래들을 만나게 되었다. '달빛요정'을 자처하는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된 것은 덤.


그의 노래는 일관된 어둠과 패배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걸 굳이 요새 식으로 말하자면 '루저'마인드랄까.

뭘 어째야 될지,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 응어리지고 있는 분노, 좌절감, 박탈감, 그렇지만 즐겁게 살겠다는

흔들림없는 의지까지. 사람들의 패배감과 좌절을 모두 내려놓고 가도록 한다는 게 무려 '달빛요정'님의 펑크

음악론이니 딱히 새삼스런 루저 타령도 아니지만, 그의 노래가 갈수록 보다 직접적으로 세상에 외치는 듯 하단
 
사실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특히 최근의 '전투형 달빛요정' 앨범은 거의 대중적 민중가요랄까, 하여간 그렇다.


딱히 그의 공연이 미친 듯이 방방뛰고 말달리는 식의 공연은 아닌지라 체력을 조금은 보전할 수 있었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들의 가사와 멜로디에 온전히 몰입했던 세시간은 온몸을 녹진녹진 타격하고 말았다.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가사의 새 맛들도 음미하고. 여전히 귓가를 울리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들 몇 개 들으면서

다시 받아적어보고 짧막하게 끄적대기.



'절룩거리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보다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헌날 사랑타령 나이값도 못하는 게 골방속에 처박혀 뚱땅땅 빠바빠빠

나도 내가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아플 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사랑도 구역질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 게 다 절룩거리네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 코리아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이십승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 요새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무한반복으로 듣고 있는 노래. 절룩절룩.


'나는 개 너는 쥐'

내가 멍멍대면 너는 찍찍대고 나는 개 너는 쥐

왜 날 빨갱이로 만들어 왜 날 혁명가로 만들어

니가 아녀도 나는 개

왜 날 광장으로 내몰아 왜 널 상대하게 만들어

니가 아녀도 나는 개 너는 쥐

나의 혁명은 시작됐어 너의 삽질은 끝날 거야

그날이 와도 나는 개 나는 개


: 그날이 와도 나는 개, 개차반 인생을 굳이 건드리는 너는 쥐.


'치킨런'

오래 전 널 바래다주던 길 어쩌다 난 이 길을 달리게 된걸까

이러다 널 만나게될까봐 난 두려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배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

난 부끄러워 키작고 배나온 닭 배달 아저씨

영원히 난 잊혀질 꺼야 아무도 날 몰라봤으면 해

난 버티지 못했어 모두 다 미안해 내게도 너에게도..


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 주공 일단지 그대의 치킨런

세상은 내게 감사하라네 그래 알았어 그냥 찌그러져 있을께


어제 나는 기타를 팔았어 처음 샀던 기타를 아빠가 부실 때도

슬펐지만 울지는 않았어 어제처럼

내일부턴 저금을 해야지 그래도 난 한때는 세상을 노래하던 가수였는걸

언제가는 다시 기타를 사야지 욕망은 파멸을 불러와

여기에 좋은 증거가 있어 날 박제해도 좋아 교훈이 될꺼야 이래선 안된다는..


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 주공 일단지 그대의 치킨런

세상은 내게 감사하라네 그래 알았어 그냥 찌그러져 있을께

: 그의 노래 중 특히나 달콤하고 씁쓸한 것 하나. 지독히 현실적이지만 아름답다.


'피가 모자라'

친구들이 걱정하네 그러다 잡혀간다고

무서운 세상이라고 몸조심해야한다고

뒤끝이 장난이 아냐 째째하고 오만하지

천박한 너의 웃음은 우리들 탐욕의 대가


알아서 꺼져주면 안 되겠니 정녕 이렇게 피를 봐야겠니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내 것은 아니길

난 비겁해 너와 똑같아 숨어서 이렇게 노래만 부르네

난 비겁해


더워서 나가기 싫어 오래 서 있기도 싫어

하지만 책임져야지 추악한 욕망의 대가


그만큼 해 먹었으면 안되겠니 정녕 이렇게 피를 봐야겠니

모자라 피가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내 것은 아니길

난 비겁해 너와 똑같아 숨어서 이렇게 노래만 부르네

난 비겁했어 어제까진 하지만 이젠 하지만 이젠

물러서지 않겠어 물러서지 않겠어 두 번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모자라 피는 모자라 하지만 그 피가 우리의 것이 아니길


: 나는 비겁해, 에서 비겁했어, 로 바뀌는 곡의 운동감이라니. 그는 감정적이지도 맹목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책임져야지 추악한 욕망의 대가..란 가사는 쉽게 쓰여지지 않을 거다.



'스끼다시 내 인생'

졸업하고 처음 나간 동창회

똑똑하던 반장 놈은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가 되었고

예쁘던 내 짝꿍은 돈에 팔려 대머리 아저씨랑 결혼을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 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이사가서 처음 나간 반상회

영희 엄마 순희 엄마 잘났다고 떠들어 대는게 지겨워

반상회비 던져주고 나오는데 좀 조용히 살라네 그것도 노래라고 하나요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 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취직하고 처음 갔던 야유회

맘에 두던 미쓰리를 배불뚝이 부장 추근덕거려 죽갔네

매일 낮 점심시간 둘이 만나 쿵덕쿵 그짓거리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 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쓰매끼리 찾아라 임성훈 등장했다 아침이다

이다도시 시끄러워 스끼다시 내 인생


언제쯤 사시미가 될 수 있을까

스끼다시 내 인생


: 유쾌한 소품같은 노래. 그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질주'의 이미지는 늘 마을버스가 차지한다.




2008년의 연극열전2, 그 중 호응이 가장 좋았다는 '웃음의 대학'이 코엑스에서-대학로에서도-앵콜공연중이다.

극본은 메이드 인 저팬,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중인 일본에서 희극을 공연장에 올리려는 작가와 검열관, 둘이

부딪기고 엉기고 웃고 웃다가 화내고 비장해지는 그런 스토리. 검열관 역엔 정웅인, 작가 역엔 김도현였던 날.
 

사실 연극을 볼 때는 영화보다도 좀더 엄정한 마음가짐이 되곤 한다. 조금만 스토리가 늘어져도, 억지스럽거나

무리수를 쓴다 싶을 경우는 좀더 많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기대치가 높아지는

거다. 얼마전에 대학로에서 봤던 '도둑놈 다이어리'같은 경우는 전반적으로 꽤나 재미있었지만 좀 뻔하고 저렴한

교훈이 사족처럼 붙었다 싶은 부분이 있었다. 거기서 봤던 몸 좋은 배우 유건, '검사프린세스'란 드라마에 

나오길래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차라리 첨부터 끝까지 그냥 웃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웃음의 대학 역시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다. 거의 한시간 사십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내내 웃음으로 채운단

건 사실 말도 안 되니까, 남는 문제는 그 '웃기지 않는 부분'이 얼마나 설득력있게, 흡인력있게 어필할 수

있는지일 거다. 웃음을 지워내려는 검열관,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는 희극작가, 까마귀가 문득 집에

들어왔다며 화내듯 툴툴대는 검열관이 어느순간 집나간 까마귀를 그리워하듯, 그렇게 희극작가와 그의 대본은

검열관을 바꿔놓았다.


"나라를 위해 죽겠단 이야기는 하지도 마."


'천황폐하만세'라는 문구를 세번씩 넣으라던 검열관, 전쟁통에 사랑 얘기따위 치우고 국가를 위해 목숨바치는

이야기를 쓰라던 검열관, 심지어는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두 삭제한 희극을 써내라던 검열관의 입에서

저런 대사가 나오는 순간.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전혀 부자연스럽지도 오글거리지도 상투적이지도 않았던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생각보다 자그마했던 그

공간을 꽉 채웠던 배우 두명의 호흡과 존재감. 멋진 공연이었다.





선물로 받은 프라하산 고양이 한 마리. 자그마한 비닐백 속에 담긴 채, 빨간 끈뭉치랑 놀고 있었다.

비닐백에서 풀어놓으니 앞다리도 움직이고, 뒷다리도 움직이고. 세모꼴 귀만큼이나 쫑긋 선 꼬리가 귀엽다.

가만히 보면 표정이 익살스럽다. 코를 벌름벌름대면서 금방이라도 냐아~ 할 거 같다.

빨간 끈을 완전히 감아 버렸더니 살짝 실눈을 뜨고 나를 흘기는 듯한 저 고냥이스런 표정.

요새 보고 있는 책에 갈피해 넣었다. 하나의 땅에 사는 두 개의 민족 이야기다. 쉽진 않지만 꽤나 재미있다는.

실 끝을 부여잡고 있는 고양이의 자세가 왠지 굉장히 절실하다. 실을 놓느니 죽어버리련다, 정도의 결기랄까.

다른 쪽 끝, 고양이에겐 마치 세계의 반대편 끝이라고나 느껴지려나. 단정히 주저앉은 실타래.

내 선물 말고도, 집에 하나 새로 생긴 꼭두각시 인형. 손발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데 심지어는 걷는

모습까지 '레알' 재현이 가능하다.


 
우선 '리뷰'라는 단어를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리뷰. 사전적 의미로는 도서, 영화, 연극 등에 대한 논평이지만

블로고스피어에선 다소 다른 의미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듯 하다. 티스토리의 공지 역시 '영화, 리뷰, 책...'

거기서 얘기한 '리뷰'란 아마 각종 제품에 대한 '리뷰'라고 이해하면 될 거 같다.

(무슨 제품에 대한 것이 되었건) 리뷰나 영화, 책에 대한 포스팅이 딱히 사진이 강조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렇지만 글만 줄줄 들어가는 것도 참 재미없는 노릇, 간단히 사진 한장에 포스팅 내용이 얼마간 노출되는

것이 역시 최선인 것 같다.


남는 문제는, 그런 '리뷰'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괜찮지 않을까 시도해봤다.

"최신 포스팅", "분야별 리뷰", 그리고 "직접 선정한 추천 리뷰" 정도.

아무래도 최신 포스팅이 맨 위로 오르는 게 '첫화면'으로서 꼭 필요하고 당연하기도 한 순서 같다. 따끈한 최신

포스팅이다 보니 포털 헤드라인 스타일로 그림도 크게 넣고 노출되는 글도 조금은 많이.

영화 리뷰의 경우 난 으레 영화 포스터를 하나씩은 넣곤 한다. 딱히 다른 이미지를 넣을 게 없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소감이니만큼 글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어서다. 그런 욕심으로, 조금은 더 많이 노출시킨 글자들.

도서 리뷰는 약간 더 글자 중심이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아예 이미지 노출을 치워버렸다. 포스팅 제목에 책

제목이 들어가면 됐지 굳이 책 사진을 올릴 필요까지야.

여태 써온 리뷰들을 보면 대개 영화와 도서 분야, 상대적으로 언론과 공연/전시 쪽은 포스팅도 뜸하고 글도

많지 않아서 두 개씩만 노출시켜 보기로 했다. 언론 분야나 공연/전시 모두 이미지가 필요하니 적당하게.

그리고 마지막 부분, '영화, 도서, 언론, 공연/전시' 분야에서 그래도 스스로 맘에 드는 리뷰 포스팅들을 몇개

골라서 간략한 형태로 노출시켜 봤다. 다른 박스들에서 최신글들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특히나 맨 앞머리에서

리뷰 분야 최신글이 노출되겠지만, 이 부분은 본인이 스스로 지정한 글들을 변경하지 않는 한 계속 같은

포스팅들을 노출시키게 될 거다. 그건 이 '리뷰' 블로그의 뼈대거나 주된 색깔, 시각을 드러내는 대표선수랄

수도 있겠다.




압사라댄스 :

'물 위(apsu)에서 태어났다(sara)'는 뜻으로 압사라(apsara)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압사라는 '천상의 무희' 또는 '춤추는 여신'이라는 뜻이며, 앙코르와트 사원의 외벽을 이루는 1,500개 이상의 부조에 섬세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대에는 캄보디아 왕실에서만 공연되었는데, 이때 압사라들은 천상의 존재를 표현하는 신성한 임무를 지닌 것으로 간주되어 왕궁에서 기거해야 했으며, 결혼은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

느리면서 섬세한 춤 동작은 느리고 우아한 전통 음악에 맞추어 진행되는데,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동작이나 몸 동작들에 제각기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춤 동작은 왕자와 공주, 거인, 원숭이 등 4가지 주체에 의해 변화하고, 전통 무용의 손 동작은 앙코르와트 사원의 부조 벽화에 나오는 압사라 무희들의 손 모양과 일치한다. 금색을 위주로 하는 화려한 의상과 정교한 분장으로 신비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격식이 매우 까다롭고 손동작이 화려하여 습득하기 어려운 춤으로 알려져 있으며, 캄보디아에서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이 춤을 전수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무용지도자들은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화를 기본으로 하여 새로운 춤사위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용 기법도 세월이 지나면서 약간 변하고 있는데, 특히 의상이 매우 타이트하게 변하고 있다. 타이와 그 주변국의 전통 무용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네이버)

씨엠립에는 공연을 볼 수 있는 몇 군데 극장 내지 공연장이 있는데, 그 중 하나 Koulen에서 보여주던 공연.

비슷한 가격대 수준에서는 가장 괜찮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원 내 벽화나 조각에서 쉼없이

보이던 여신들의 몸동작이 실제로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녀들의 손동작 하나하나, 잠시 멈춘 듯한 포즈의 뒷태, 앞태, 이미 어느정도 앙코르 유적들에 익숙해져버린

후라 그런지 낯설지 않기도 했고,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우아하고 신비스런 느낌이 자욱히 피어났다.

이 아가씨 누구랑 좀 닮았지 않나...? 많이 본 것 같이 낯익기도 하면서, 굉장히 매혹적이기도 하고..
업, 근래 봤던 영화 중에 꽤나 인상 깊이 남았던 영화다. ([업] Adventure is ubiquitous.)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고집스런 사각턱 할아버지나 통통한 동양계 꼬맹이 말고, 저 커다랗고 길다란 새를 기억하는지?

아마도 영화 속에서 할아버지가 집을 날렸던 곳은 남미 어디메쯤이었던 듯 하지만, 사실 이 새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짠~* (왠지 익숙한 이 단어, 짠~*) 똑같지 않은가, 강인하게 쭉 뻗은 긴 다리, 두껍고 강력해 보이는 부리, 전체적으로

타조와 비슷할 만큼 대형 몸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슬림하게 뻗어있는 허리와 둔부까지. 깃털까지 꼽아놓았다면 아마

더더욱 흡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알록달록 빛깔이 선명한 깃털들로. 아프리카박물관엔 이런 조각상이 아주 많다.

제주도 컨벤션 센터와 마주보고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에 소재한 젠네 대사원'을 토대로

설계하였다는 박물관의 외관이 실물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마구 자극한다. 무려 세계 최대의 진흙건축물이랜다.

마당 한 켠에 분방하게 전시되어 있는 전통 가면들. 왠지 하늘로 손을 쭉쭉 뻗은 나무들조차 아프리카스럽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새의 조각상. 딱 보자마자, '업'에서 벌어지는 탐험의 중심에 있던

그 새가 너로구나, 반가웠다. "코뿔새 상"이랜다. 업에 나왔던 그 새의 이름을 이제야 알겠다. "코뿔새"다.

"코뿔새는 아프리카의 신화적 동물로 반투어로는 코몬도(Komondo)라고 불린다. 코몬도는 양성의 동물이며, 크기가 30m가 넘는다고 전해진다. 가뭄에 시달릴 때, 하늘에 비를 내려 주기도 하고 죽은자의 영혼을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죽음의 사신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나쁜 기운과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박물관 홈페이지 참조)

아프리카박물관은 기대 이상으로 볼 거리도 많았다. 애초에는 하루 세차례, 11:30. 14:30, 17:30에 열린다는 아프리카

전통 공연을 위주로 보고 나머지 소장품들은 설렁설렁 보면 보고 말면 말자는 식이었는데, 소장품들도 풍부하고

재미난 것들도 꽤나 많았다. 아, 이런 아프리카 전통의 S라인 조각상을 봤다고 그러는 건 아니다.

S라인이 제대로 안 살아나 각도를 바꿔 다시 한번(이라고 쓰고 실은 여러번, 이라 속으로 생각한다) 찍는 열의를

보이기는 했지만, 정말 이 조각상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던 건 아니다. 단지 아프리카에도 이렇게 수준높은 몸매...

아니, 이렇게 수준높은 조각예술이 발달했었나, 이렇게 육감적인 표현이 가능했었나 신기했을 따름.


어쩌면 마치 우리가 고대의 유물을 두고 다산/순산을 기원했다느니 하는 설명을 아프리카 예술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들 나름의 미감과 미적 쾌감이 발전해 왔을 텐데, 그들은 고대인이 아니고 아프리카

역시 21세기의 아프리카 땅이란 측면을 넘 무시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싶다.

유리창 너머 보존되는 조각상이라 사진이 안 나왔다. 눈으로 보면 무척이나 섬뜩하고 강렬한 조각상인데.

해서 아프리카박물관 홈피에서 업어온 그림 첨부.
콩고의 주술사가, 부족의 룰을 어긴 사람을 선별해서 벌을 줄 때 사용한 조각상이라 한다. 온통 쇠못이 고슴도치처럼

박혀서는, 냉막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송곳을 집어들고 있는 게 처키보다 섬뜩하다. 어찌 보면 단순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었던 상처, 아픔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게, 치유를 위한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저 살벌한 못들처럼.

주술사가 해결할 사건 수가 늘어갈수록 쇠못도 하나씩 늘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면서 타인에게 박아넣는 못들보단

훨씬 적은 수일 거다. 만약 그게 저 못들처럼 대가리를 삐죽대며 몸에 박힌 게 보인다면. 으..

신기하게도, '용'이란 존재를 불러내는 상상력은 만국 공통인 듯 싶다. 서양의 용, 동양의 용, 그리고 아프리카의 용.

아프리카의 용은 왠지 짧막하고 가분수인 게, 귀엽다. 이 녀석 어쩜 거대용의 아바타일지도.

시간 맞춰 들어선 지하의 공연장. 자그마한 공연장이지만 사람이 꽉 찬 게 더 놀랍다. 아프리카박물관을 강추하는

온갖 블로그나 까페, 구전의 효과란 말인가. 나 역시 그 구전에 기꺼이 합류하기로 맘먹고 블로그 중이지만.

세네갈에서 왔다는 공연팀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열정적인 댄스와 노래-랄까 격한 허밍이랄까-를 선보였던

아리따운 검은 아가씨. 반질하고 매끈한 피부가 꼭 새까맣고 단단한 흑단목을 연상케 했다.

북을 치는 아저씨 둘은, 박자를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깨고 잇고, 굉장히 멋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친 수준높고 열정적인 공연이라니. 물론 그 와중에도 뽁뽁이 신발신고 뒤에서 뛰어다니는 아가의 부모는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아무런 제재나 부모의 관리없이 통로를 방황하고 있었지만.

꼭 '국립문화원'이니 '예술의 전당'이니, 돈쳐바른 곳에서만 조용히 예의를 지켜야 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이제 둘러보고 나가는 길, 코뿔소 새의 휘영청 만곡한 부리가 너무 멋지다. 죽음의 사신이지 수호신이라는 신화적

존재, 코뿔소 새. 근데, 머리 위의 갈기털은..누가 파마를 시켜놓은 건가.

아프리카 박물관의 센스는, 화장실 표지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런 자그마한 것 하나에서도 그 공간의 이미지와

특성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의 섬세함이 난 좋다.

기념품점에서 맞닥뜨린 No.5 던가.(일본만화 '원피스'를 보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 듯.ㅋㅋ) 기린기린열매를 먹은

그가 열심히 단련하여 네모반듯한 기린 전사가 되는 눈물없인 볼 수 없는 감동의 대 서사시. 딱 그녀석이 생각났다.

왠지 우울한 표정의 원숭이, 조삼모사에 낚인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호랑이는 왠지 입에다가 타이거마스크를

하고 있는 느낌이고, 또다시 등장한 기린은 아직 완성체가 되기 이전의 모습.

티켓 값이 그다지 싼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주도의  지원으로 10% 할인이 적용된다고 한다. 참고로 아침일찍

갔다가 허탕쳤음을 호소해도 추가 할인은 없다.









알제리는 회색빛 뽀얗고 희멀건한 색감 만큼이나 무색무취해 보이는 동네였지만, 사실 알고 보면 사람사는 곳에 다

노는 곳도 있는 건 인지상정. 시내에 위치한 호텔 지하나 인접한 곳에는 술집도 있고, 다소 진하게 놀 수 있는 나이트도

있다고 한다. 사실 묵었던 호텔 지하에 있는 나이트가 정말 물이 좋다느니 그런 이야기는 들었는데, 못 가봤다.


대신 우리가 현지에서 채용했던 Amir의 소개로 도착한 곳은, 그의 페이버릿, 그래도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가장

핫(!)한 공간 중의 하나라고 했다. 입구에서부터 벌써 번쩍번쩍한 장식품들이 쫙 늘어서 있고, 떡대가 딱 벌어진

아저씨가 우리를 맞았다.


카메라는 안 된댄다. 안에서 촬영도 금지되어 있고, 혹시 찍다가 걸리면 쫓겨난다고 엄포를 잔뜩 주는 떡대아저씨.

안 찍을 테니 카메라는 들고 가겠다, 협상을 시작했다. 만의 하나 한장이라도 건지려는 마음도 있었고, 맡아둔단

말이 도무지 신뢰가 안 가는 바람에 배터리를 몽창 빼들고 손위에 올려놓아 보여주었다. 


카메라는 들고 들어가라는 허락이 겨우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사진은 안된다고 몇번이나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대체 왜? 아미르에게 물었더니 아마 알제리 같은 외견상 이슬람 국가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술을 마시고 공연을

감상하는 술집이 있다는 걸 외부에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 거라 했다. 유튜브니 블로그니 워낙 정보통신이

발달한 탓에, 이른바 '국가 이미지'가 손상되는 걸 바라지 않을 거고, 가게 입장에서는 또 국가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을지 두려울 테니까. 그제서야 좀 납득이 갔다.

그래도 기어코 찍어버린 한 장. 사막에 세워두고 생활했던 천막같은 내부 인테리어도 특이했고, 앞쪽에서 수피 댄스니

마그레브 지역 전통음악이니 하는 공연을 하는 가운데 술과 푸짐하고도 맛있는 안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맥주, 위스키, 보드카, 럼, 꼬냑에 와인까지 없는 주종이 없었고 양갈비 같은 알제리 전통음식을 먹어본 중 가장

맛있게 나왔으며, 밤이 깊어질수록 손님들이 그득그득 들이찼다. 금발로 염색한 알제리 아가씨하며, 귀걸이를 하고

피어싱까지 한 알제리 청년들. 그리고 드문드문 섞여앉은 외국인들까지.


다소 음침한 느낌의 조명아래 뿌연 담배연기가 흘러다니고 있었다. 킁킁, 냄새를 맡으니 사과향 물담배다.

시샤, 라고도 불리는 물담배는 터키, 이집트에 여행다닐 때 맛을 들여서 이후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아이템이었는데, 국내에선 사실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말았던 터다. 이집트에선 한 대에 천원도

채 안들이고 했는데 국내에선 거의 만원가까이 줘야 가능하니.


한번도 시샤를 태워본 적 없으시다는 전무님의 마음을 움직여, 사이좋게 사과향 시샤 한대를 나눠 빨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뭔가 짙은 느낌의 시샤 연기. 게다가 촉촉하고 달콤한 사과 향기가 싱싱했다.

나오는 길에 발견한 거대한 물담배 기구. 뱀처럼 돌돌 말린 저 파이프를 통해 물담배 연기를 빨았으면 뭔가 더욱

연기가 순하고 맛깔나지 않았을까. 다시한번 고심...물담배 기구를 세트로 사가야 해 말아야 해?

다음에 알제리 갈 일있으면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혹 다른 분들 알제에 가시면 한번 추천해 드리려고 스캔해서 올렸다.

(전혀 그 쪽과의 커넥션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리는 바임다.ㅎㅎ)


작년에 제1회 아랍문화축전을 보고 와서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공연이었어서 감탄했었습니다.

아랍권 국가들의 민속공연이나 미술전시회가 열렸던 작년보다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제2회 아랍문화축전이 2009. 5. 18(월)~20(수) 3일간 열린다고 하네요.


흔히들 '중동국가'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아랍국가'라고 불러주는 것이 그네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해주는 표현이라고 합니다.(저도 잘은 모릅니다만..^^;) 일본을 일러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면,

아랍국가들은 멀고도 먼 나라쯤 되려나요?


아랍국가라고 할만한 나라들이 어디어디가 있을지부터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이란은 포함될까? 수단은? 소말리아는 아랍국가일까?


아랍국가는 '아랍국가연맹'에 가입한 22개국가를 말한답니다.





단편적이고 선정적으로만 보도되는 아랍국가들에 대한 모습들 말고 그들의 오랜 역사와 문화, 전통을

보여주고, 또한 (갠적으로는) 현재를 그들 나름의 어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설레고 있습니다. 더구나 전부 무료라니, 예약만 하면 된다네요.

아래 그림들은 모두 제2회 아랍문화축전 공식홈페이지(http://www.arabfest.org/)에서 갓 잡아올린 것들이에요.


우선 공연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영화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전시/체험에 대한 내용들..

갠적으로는 캘리그래피에 대한 전시회를 꼭 가보고 싶어요.

아니면 헤나 아트도. 타투(Tatoo)는 넘 헤비하단 느낌이고, 한달이 채 못가 흐물흐물해지지만 맘껏 그리고

싶은 것들을 부담없이 려넣을 수 있는 헤나의 매력이랄까요. 아마 한귀퉁이에서 무료 시술도 해주지 않을지.ㅋ


요 그림 가운데 있는 저 기기묘묘한 글씨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것이 바로 캘리그래피!
관심있으신 분들, 혹여 공연 보는데 옆자리에서라거나, 영화관에서 뒷통수만 마주할지언정,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계획과는 달리 안 간 곳도 있고, 몇 군데 정보를 얻은 곳 중에 그냥 놓아준 곳도 있다. 전부 다 숙제하듯 볼 생각은

아니었으니, 그냥, 내키는 대로 걷고 보다가 힘들면 쉬고 싶었다. 그치만 사실은 '설렁설렁'이라는 애초의 컨셉을
 
잘 지켰는지 반성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는 게, 성격상의 문제인지 혹은 아직은 뭔가 내 리듬 자체가 그런 여유롭고

한적한 스피드보다는 한참 더 액셀레이터를 밟고 있지 싶어서.


다른 사람을 추월하지 않기, 주위를 둘러보며 걷기, 힘들게 전투하듯 일정짜고 소화하지 않기..이런 것들은 단지

여행을 다니면서 염두에 두었을 뿐 아니라 블로깅 하는 데도 일정부분 와닿는 게 있지 싶다. 뭐, 더 나아가서는

삶에 대한 메타포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진부하므로 패스.


어찌됐건, 파리가서 오페라나 발레 한 작품을 꼭 관람하고 오겠다는 다짐이었지만, 내 체류 기간동안에는 파리시내

두 개의 오페라 극장 모두 아무런 일정도 없었다. 오페라 역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그리고

바스티유 역에 있는 오페라 바스티유(Opera Bastille)의 10월 일정표.
혹여 10월 중에 파리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고 꼭 관람하면 좋을 거 같다. 양 오페라극장 모두 물론 비싼 좌석은

약 300유로 정도였던가, 엄청 비싸지만 5유로면 될 만큼 싼 좌석도 꽤나 있었다. 파리와 서울의 물가를 대비한다면

더욱 가볼 만 한 거 같다는 느낌. 싼 좌석이나 혹은 예비티켓..같은 것들은 공연 직전 삼십분 전쯤 가면 구할 수도

있다는 팁을 어느 싸이트에선가 본 거 같은데, 다시 찾으려니 또 못 찾겠다. 애초 난 그냥 주위를 어슬렁대며 놀다가

시간됐지 싶을 때 일단 들이대면 어떻게든 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페라역으로 가는 길은 좌우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 그런 한 켠에서 '귀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식당을 발견했는데, 반갑다기보다는 왠지 파리에서 느끼고 싶던 이름모를 느낌을 살짝 방해받은 느낌.

여기 있어서는 안 될 무언가가 풍경에 끼어있다는 느낌이었어서, 눈에 확 띄었었다.

요새 파리에서는 유학생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몇몇 한국식당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돈을 벌 만한 경로가 많지 않은 유학생들은 현지 한국인들에게 손쉬운 타겟이 되기 십상이겠다.


사실 내가 2001년 뉴욕에 머물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단기 관광비자나 유학비자로 취업이 금지되어 있던

터라 높은 물가에 용돈이 궁한 한인유학생들은 맨하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옆 코리아타운서 불법취업을 많이

했었다. 법정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시급을 주기도 했고, 턱없이 긴 수습기간을 설정해서 그기간에는 그나마

시급의 반만 주기도 했고, 밥은 늘 변함없이 전 식사시간에 먹다 남은 김치찌개에 국물붓고 약간의 김치와 고기, 햄
 
등을 추가해서 끓인 찌개와 함께 먹었었다. 왜 일본 같은 곳의 이름난 라면집 국물이나 '식객'에서 나왔던 신비의

간장이 수백년 동안 애초의 베이스를 유지한 채 보존되고 재생산되듯이. 그런 경험이 있는 터라 난 유학생에 한표.

오페라 바스티유에선 지휘자 정명훈씨가 재임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고풍스럽고 화려한 느낌의 오페라 가르니에와

비교하면 상당히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의 건물이었다. 그치만 날씨 탓일까, 아님 단순히 사진이 이상하게

찍힌 탓일까, 1989년에 완성되었다는 오페라 바스티유가 1875년에 완성된 가르니에보다 훨씬 칙칙하고 오래되어

보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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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사한 벽면의 장식들과 에메랄드빛 돔 천장을 보면, 정말 화려하고 독특하다는 느낌이 든다. 완성 당시 건축가가

이 건물은 과거의 그 어떤 양식도 아니고 '나폴레옹 3세 양식'이라고 얘기했다는 일화가 수긍할 만 하다. 저

펑퍼짐한 돔의 형태, 짧게 끊긴 채 두 개씩 늘어서 있는 기둥들, 조각이 넘실대는 지상층과 옥상의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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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온갖 조각들, 그리고 동상들은 이곳이 문화예술의 전당임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비록

별렀던 발레나 오페라 같은 공연을 볼 수는 없었지만 건물 자체만 봐두는 것도 뭐,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

정말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과 어울려서, 마치 과거 어느 시간대의 프랑스 파리를 걷다가 오페라 공연을 보러

우아한 복장을 하고 계단을 오르는 듯 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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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한 오페라 거리에 서 있다 보니, 자칫 너무 튀거나 어색해 보일 수 있을 이런 뜬금없는

하늘을 찌른 독수리 횃대모양 가로등도 제 자리에 서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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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르니에의 정문. 공연이 없는 기간이라 그런지 한적하기 짝이 없었지만, 드문드문 들어가서 미리 티켓을

예매해 가는 현지 파리지앵들의 모습이 보였다. 경비아저씨가 안 된다는 통에 티켓 예매소 이상을 들어가 볼 수가

없었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그 멋지다는 천장화나 내부 장식은 그냥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사실 그다지

땡기지도 않았던 건...그때 배가 상당히 고픈 상태였기 때문이다. 역시, 예전같지 않다. 예전에는 밥을 쫄쫄 굶고

다녀도 배고픈줄 몰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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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가로등의 특이한 아랫도리 장식. 뱃머리의 문양을 차용한 듯 한데, 저 기분나쁜 눈이야 바다에선 바다괴물과

사이렌, 풍랑과 역병을 쫓아냈겠지만, 가로등 위에 달려선 뭘 쫓아내려나.

자그마한 시테섬은 살살 거닐며 세느강의 운치와 이국적인 파리의 건물들을 구경하기에 좋은 공간인 거 같다. 비록
 
파리지앵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이 보이는 특이한 도시이긴 하지만 자신의 매력을 올곧이 지키고 있는 듯 한 느낌,

혹은 그런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부터 뒤섞여 뿜어지는 분위기 자체가 파리의 왠지 모를 들뜨고 설레는

공기를 만들어내는 건지도 모른다. 9월 초가 되니 동양 특히 한국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전부 서양 사람이다.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특히나 방학기간에 만나는 한국 사람은 크게 세 부류, 대학생이거나 학교선생님들, 혹은

뭔가 인생에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장을 접고/쉬고 나온 직장인들. 세 부류 모두 보이지 않는 9월의 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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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공연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일요일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파리 시내 곳곳에서, 지상과

지하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걸 모르고 여행 초반엔 신기하다고 이사람 저사람

마구 찍어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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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섬 어느 다리 위에서 벌어지던 서커스, 자연스럽게 공연이 벌어졌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였으며, 그런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 나 역시 동화되었다. 따스한 햇볕을 등 뒤로 느끼며 유유자적하는 사람들.

한시간여 동안 레파토리를 펼치는 광대 아저씨를 보며 가로등에 기대앉아 하염없이 구경하다 문득 든 생각.  

아...이런 게 사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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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쿼텟까지. 요새 색소폰을 배우는 나로서는 저 아저씨의 멋진 손놀림과 제스처가 인상적이었댔다. 쿼텟 멤버와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던 한 관광객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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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을 유유히 항행 중인 선박, 다양한 종류의 유람선이 각기의 구간을 운행하고 있었다. 최근에 새로 생겼다는

바토 버스..던가, 보단 여전히 바토 무슈가 좋다는 다른 관광객들의 이야기도 유심히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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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 성당의 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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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걸음을 붙잡는 풍경들, 그리고 굳이 잰 발걸음이 아니어도 금세 가닿는 오밀조밀한 공간들. 세느강변에

앉아 사과를 베어물던 아가씨의 회색눈이 계속 나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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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 돌아다니면서 관광객들이 다 어디있을까 궁금했었는데 노틀담성당 앞에 꼬물대는 사람들과 관광버스들을

보고 아하, 했다. DSLR과 캠코더로 무장한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저마다 빈 틈을 노려 비집고

파고든다. 

가기 전에 노틀담성당은 요게 다인 줄 알았다. 저 장대한 세 개의 문과 그 위에 얹힌 화려한 조각들. 한바퀴 돌아

보니 그게 아니더란 얘기..뒤에서 보는 건 또 나름의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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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서 오페라나 발레 한 작품을 꼭 관람하고 오겠다는 다짐이었지만, 내 체류 기간동안에는 두 개의 오페라 극장 모두 아무런 일정도 없었다. 오페라 역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그리고 바스티유 역에 있는 오페라 바스티유(Opera Bastille)의 10월 일정표.

혹여 10월 중에 파리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고 꼭 관람하시길 바라며. 오페라 바스티유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씨가 재임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양 오페라극장 모두 물론 비싼 좌석은 엄청 비싸지만 싼 좌석도 꽤나 있다고 하구요, 파리와 서울의 물가를 대비한다면 더욱 가볼 만 한 거 같아요. 그리고 공연 직전 삼십분 전쯤 가면 매우 싼 좌석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만원안짝이었던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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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서 오페라나 발레 한 작품을 꼭 관람하고 오겠다는 다짐이었지만, 내 체류 기간동안에는 두 개의 오페라 극장 모두 아무런 일정도 없었다. 오페라 역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그리고 바스티유 역에 있는 오페라 바스티유(Opera Bastille)의 9월 일정표.

혹여 9월 중에 파리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고 꼭 관람하시길 바라며. 오페라 바스티유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씨가 재임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양 오페라극장 모두 물론 비싼 좌석은 엄청 비싸지만 싼 좌석도 꽤나 있다고 하구요, 파리와 서울의 물가를 대비한다면 더욱 가볼 만 한 거 같아요. 그리고 공연 직전 삼십분 전쯤 가면 매우 싼 좌석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만원안짝이었던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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